All Chapters of 난 이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Chapter 1661 - Chapter 16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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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61화

한숨을 푹 내쉰 경장명은 더 이상 이런 얘기를 하고 싶지 않았다. 그도 마음속 가득한 고민과 번뇌를 어디에 얘기할 곳이 없었다.“낭자는 이제 괜찮아진 것 같다. 그러니 너도 얼른 낫거라.”“네, 대감님.”대감이 아직 자신을 걱정하고 있다는 생각에 아달은 감동을 크게 받았다.한편, 방으로 돌아온 경장명은 밤새 잠을 청하지 못한 탓에 더 이상 버티기 힘들었다.그는 침상에 눕자마자 바로 잠이 들었다.그리고는 바로 꿈을 꾸게 되었다.꿈속에서 경장명은 손에 검을 쥔 채 몽춘의 방으로 쳐들어갔다. 그는 손에 들고 있던 머리카락이 담긴 부적을 몽춘의 얼굴에 확 집어던지며 호통을 쳤다.“이게 무슨 물건이냐? 네가 이걸 언제 연희가 나한테 선물한 수화 속에 몰래 숨겨둔 것이야!”몽춘은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황급히 대답했다.“소, 소첩은 아닙니다!”경장명은 머리카락을 꺼내 몽춘의 머리카락과 비교를 하였다. 부적 속에 담긴 머리카락은 까만 색이 아니었기에 몽춘의 머리카락이 확실했다.“대감님, 대감님 왜 이러십니까?”“네가 연희를 죽였어! 네 년이 연희를 죽게 만들었다고!”경장명이 검으로 몽춘의 목을 겨눈 채 몽춘을 빤히 쳐다보았다. 그가 몽춘을 사랑하고 있는 걸까?아니, 절대 아니다.하지만 왜 계속 몽춘과 뒤섞여서 관계를 깔끔하게 정리하지 못한 걸까? 왜 몽춘 때문에 그가 가장 사랑하는 여인까지 멀리 밀어내게 된 걸까?심연희는 경장명이 갖은 노력으로 겨우 얻게 된 여인인데 말이다!그렇게 꼬박 하루 동안 고문을 당한 몽춘은 끝내 버티지 못하고 노진산의 진 무의에 대해 솔직하게 털어놓았다.몽춘은 이 부적이 아무 접점도 없는 두 사람이 서서히 서로에게 끌릴 수 있게 만드는 물건이라고 했다.“대감님, 아이들을 봐서 소첩을 이번 한번만 용서해 주십시오…”다음 순간, 경장명의 검이 몽춘의 목젖에 확 꽂혔다.“난 이미 너에게 최대한의 체면을 주었다!”새빨간 피가 몽춘의 목에서 줄줄 흘러나왔다.그러다가 몽춘이 완전히 숨이 끊긴 뒤, 경장명은 삼일 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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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62화

“난 내 부인과 서로 사랑하면서 잘 살아왔소. 하지만 당신 때문에, 당신이 몽춘에게 준 이 부적 때문에…”경장명은 모든 원망과 비난을 구구절절 얘기했고 곁에 서있던 아달도 말을 보탰다.“이 부적이 없었다면 우리 대감께서 다른 이에게 마음이 흔들리지도 않았을 것입니다.”이에 도사가 허허 웃었다.“대감께서 기회를 주지 않았다면 몽춘 그자가 대감에게 집착할 수 있었을까요?”경장명은 아무 대꾸도 하지 못했다.“제 점괘에 의하면 대감과 몽춘 그자 사이에는 진작부터 아이가 있었습니다. 이게 바로 인이지요. 진작부터 두 사람 사이가 얽히고 설켜 있었던 겁니다.”도사가 경장명을 힐끗 흘겨보고는 다시 손가락을 모은 채 점괘를 보기 시작했다.“대감 스스로 상대방이 대감께 가까이하고 집착하게끔 허락한 겁니다. 그래놓고 어떻게 제 부적만 탓할 수 있는 겁니까?”“당신이 만든 부적이 없었다면 우리 부부는 이토록 점점 멀어지지 않았을 것이오!”“허허허, 그건 대감 마음이 변했기 때문이지요.”“절대 그럴 리가 없소!”경장명의 반박에 도사가 허허 웃으며 말했다.“그럴 리가 없다니요. 대감께서는 도피하고 싶은 일이 생긴 겁니다. 그 상황에서 다른 여인이 대감께 도피할 품을 만들어준 것이지요.”도사의 말에 경장명이 뒷걸음질을 치면서 휘청거리자 곁에 있던 아달이 재빨리 경장명을 부축했다.“대감님…”‘우리 대감님은 마님께서 아이를 가질 수 있는 약을 계속 먹어야 하는 게 마음이 아파서 그 부담을 조금이라도 덜어주려고 점점 마님과의 잠자리를 멀리하게 되신 거야. 그러다가…’아달도 경장명이 언제부터 몽춘의 방에 자주 찾아갔는지 정확히 기억나지 않았다.한편, 아달이 생각할 수 있는 부분을 경장명이 어찌 생각하지 못하겠는가!“난 단지, 나는 단지…”경장명의 말이 시작되기도 전에 도사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그래요. 대감께서 어떤 이유로 그런 행동을 했든 결과는 절대 거짓말을 하지 않습니다. 이게 바로 대감 스스로가 만든 인으로 인해 초래된 과입니다.”말을 하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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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63화

도사는 이내 불력을 거두었다. 그 순간, 얼음 창고가 순식간에 어두워지더니 촛불 몇 개만 은은한 빛을 내고 있었다.이때, 도사가 갑자기 새빨간 피를 왈칵 토하더니 힘겹게 손으로 벽을 짚고는 겨우 몸을 가누었다.“천금입니다. 약속을 어기시면 안 됩니다.”불사를 마친 도사의 처참한 모습에 경장명의 눈빛이 점점 단호하고 믿음으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절대 약속을 어길 일이 없소!”심연희를 잃은 경장명은 세상을 다 잃은 거나 마찬가지인데 그깟 돈을 남긴다고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전 곧바로 이 저택을 팔아 돈을 모을 것이오. 혹시 당장 모자라다면 돈을 구할 수 있는 시간을 조금만 더 주오.”“그래요.”경장명은 아달을 불렀다. 도사는 아달을 따라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고개를 돌려 심연희를 힐끔 바라보고는 말했다.“부인께서는 이제 모든 상처와 고통을 잊으시고 대감과의 행복했던 순간들만 영원히 기억하시게 될 것입니다.”속인들은 이번 생과 다음 생을 추구했다.이와 다르게 도사가 원하는 건 예전으로 돌아가는 것이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가 아무리 탐구하고 큰돈을 들여 여기저기 수소문해도, 그리고 각종 법기들을 제작하고 예로부터 전해져 내려온 고적들을 연구해도 여태껏 과거로 돌아갈 방법을 찾지 못했다.“빠른 시일 내에 부인을 좋은 곳에 묻어주십시오.”말을 마친 도사는 아달의 부축을 받아 이내 돌아서서 떠났다.한편, 경장명은 심연희 곁에 무릎을 꿇은 채 하염없이 심연희의 이름만 불렀다.“연희야, 연희야…”시간은 흘러 어느덧 닷새가 지났다. 경장명은 겨우 심연희를 좋은 곳에 묻어준 뒤, 자신이 가지고 있는 모든 값진 물건들을 팔아 금전을 챙기고는 도사와의 약속을 지키러 갔다.“아직 삼백 냥이 모자라오.”경장명이 도사 앞에 무릎을 꿇으며 말을 이어갔다.“이보시게. 날 당신의 제자로 받아주게.”도사는 이번 생에 속세에서의 모든 인연이 끝난 경장명을 보며 호탕하게 웃었다.“참으로 다들 정이 많은 사람들입니다. 부족한 삼백 냥은 이 사부가 대감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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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64화

다음날 아침.심연희도 또다시 같은 꿈을 꾸다가 잠에서 깨게 되었다.그녀는 몽롱한 눈빛으로 창밖을 멍하니 쳐다보았다. 계속하여 경장명에 관한 꿈을 꾼 탓에 정신이 너무 피곤하고 괴로웠다.이때, 명주가 세숫물을 챙겨 들어오며 환한 표정으로 말했다.“아씨, 드디어 깨셨네요.”심연희는 그제야 햇빛이 환하게 비추는 바깥 날씨를 발견했다. 지금 시간은 대충 정오가 됐을 것이다.‘내가 이 시간까지 잤다고? 이게 다 그 수상한 꿈 탓이야. 밤새 자다 깨다 몇 번 반복했는지 몰라.’“아씨, 저택에 누가 찾아오셨는지 아십니까?”명주가 히죽 웃으며 묻자 심연희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교은이가 온 것이냐?”“천왕 저하께서 찾아오셨습니다. 저하께서 아씨를 두 시진이나 넘게 기다리고 계셨습니다.”명주가 대답했다.“그럼 왜 나를 깨우지 않은 것이냐?”“저하께서 소인에게 깨우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괜히 아씨의 휴식을 방해하고 싶지 않다고 하면서 푹 쉬게 내버려두라고 하셨습니다.”황급히 침상에서 일어난 심연희를 보며 명주도 재빨리 심연희의 시중을 들었다.빠르게 씻고 옷까지 갈아입은 뒤, 심연희는 명주를 데리고 방을 나섰다.“저하께 인사를 올립니다.”심연희는 이천을 보자마자 공손하게 인사를 올렸다.이에 옅은 미소를 짓고 있던 이천이 멈칫했다. 전에는 그토록 가까운 사이처럼 대하더니 왜 갑자기 이렇게 예를 갖추는 걸까?이런 생각을 하던 이천은 곧바로 다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머릿속에 이영이 가르쳐줬던 말들이 떠올랐다.그는 심연희에게 다가가 자연스럽게 심연희의 손을 덥석 잡고는 심연희 뒤통수에 난 상처를 살폈다.상처에 붕대가 감겨 있었기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아직 많이 아프오?”한편, 잔뜩 긴장한 심연희는 목구멍에 뭐가 막힌 듯 아무 대꾸도 못한 채 쿵쾅거리는 심장을 가까스로 억누르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심연희는 그렇게 이천에게 손이 잡힌 채 이천을 따라 앞으로 걸어갔다.“아침 식사는 하였소?”이천의 물음에 심연희는 고개를 돌려 명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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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65화

이천과 심연희는 이내 음식을 차린 탁자 앞에 서게 되었다.“낭자, 괜찮겠소?”이천이 심연희를 쳐다보며 물었다. 그는 이곳에서 심연희와 식사를 함께 하려는 것이다.이에 흠칫하던 심연희는 이내 정신을 번쩍 차리고는 대답했다.“제 영광이지요.”음식이 전부 차려진 뒤, 이천은 심연희의 몸 상태를 대충 물었다.그리고 식사를 마친 후 그녀를 위해 진맥을 하다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아무래도 나와 함께 왕부에 다녀와야겠소.”“네?”“맥이 그렇게 좋지 못하오. 머리에 어혈이 남은 것 같은데 제대로 처치하지 않으면 나중에 살짝 곤란해질 수도 있소.”“곤란해진다고요?”“수면의 질이 안 좋아질 수도 있고 머리가 자주 아플 수도 있을 것이오.”이천이 진지한 표정이 말도 안 되는 얘기를 늘어놓았다.한편, 심연희는 어젯밤에 천왕부에서 막 돌아온 게 아니었나 생각하다가 의식을 되찾고 눈을 떴을 때 방 안을 가득 채운 촛불 진안이 떠오르기도 했다.어쩌면 이천은 도가의 비법으로 그녀를 치료해줘야 해서 천왕부에 다녀와야 한다고 한 것일 지도 모른다.“알겠습니다.”명주도 이내 저택을 나서는 심연희를 뒤따랐다.이천은 국공부에 말을 타고 왔다. 심연희와 함께 천왕부로 돌아갈 때에는 검오가 말을 타고 한쪽 손에 이천이 타고 온 말까지 끌었다.한편, 이천은 심연희와 함께 심정이 끄는 마차에 올라탔다.이에 검오가 심정을 쳐다보며 장난을 쳤다.“이보게, 그러지 말고 내가 마차를 끌까?”이에 심징이 대답했다.“그럴 필요 없소. 작은 상처일 뿐이오.”이틀이나 지났고 큰 움직임만 아니면 마차를 끄는 건 그리 버거운 일은 아니었다.한편, 명주는 일부러 마차 밖에 앉아있었다. 그녀는 아씨와 천왕 저하께 단둘의 공간을 마련해주고 싶었다.하지만 명주 생각과 달리 마차 안은 수상할 정도로 조용했다.고개를 돌린 명주는 마차 내벽에 기대 눈을 지그시 감은 채 자는 척하고 있는 아씨와 그런 아씨를 물끄러미 바라보는 천왕 저하를 보게 되었다.‘아니, 이건 대체 무슨 상황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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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66화

심연희는 이천을 바라보다가 그에게 잡힌 자신의 손을 힐끔 내려다보았다. 그러다가 미간을 살짝 찌푸리고는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저하, 이건…”이천의 갑작스러운 태도 변화에 심연희는 아직까지 적응이 되지 않았다.한편, 이천은 심연희를 쳐다보며 무슨 일이냐는 듯 고개를 갸우뚱거렸다.이에 심연희가 숨을 크게 들이마시다가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저하께서는 전과 많이 달라진 것 같습니다.”“연희 낭자도 많이 달려졌소. 전에는 나한테 장난도 많이 치더니.”이천의 말에 심연희는 잠시 침묵하다가 대꾸했다.“전 달라진 게 없습니다. 저하께서 변하신 겁니다.”심연희가 억지를 부렸다. 그녀는 왠지 모르게 변명을 하고 싶었다.“좋소. 내가 변한 거라고 합시다.”어쩌면 모종의 상황에서 보면 이천이 변한 게 맞을 수도 있다. 그는 이런 설레는 감정과 느낌을 충분히 만끽하고 있었다.심연희를 보고 있기만 해도 심장이 두근거리고 기분이 좋았으며 자신의 이런 감정을 억지로 억누르지 않으니 더욱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터져 나오는 것만 같았다.“이리로 와보게.”이천은 심연희의 손을 잡고 정당을 나섰다. 심연희는 어쩔 수 없이 이천을 따라갔다.이렇게 누군가에게 손이 잡혀 있으니 말로 형용할 수 없는 들뜬 기분이 들었다.그러다가 본채에 들어서자 심연희가 살짝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저하, 지금 저하의 침전으로 가시려는 겁니까?”“그렇소.”“하지만…”“하지만 뭐요?”이천은 고개를 돌려 심연희를 쳐다보았다. 그의 침전에 들어가는 게 처음도 아니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전에는 심연희가 위험에 처한 상황이었기에 이천이 그녀를 안아들고 들어갔을 뿐이다.심연희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이천은 그녀가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 잘 알고 있었다.그는 이내 옅은 미소를 지으며 손을 들어 심연희의 부드러운 머리카락을 가볍게 쓰다듬었다. 이 느낌은 이영이나 이진의 머리를 쓰다듬었을 때의 느낌과 완전히 달랐다. 이천은 심연희의 손을 잡고 있는 손에 힘을 조금 더 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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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67화

혹시 그의 착각인가?심연희는 의식을 되찾은 뒤로부터 예전과 많이 달라졌다.“사실 저도 요즘 불면에 시달리고 있고 꿈도 많이 꿉니다.”이 정도면 솔직하게 얘기한 것 아닌가?다만 꿈속의 상대가 계속 경장명이고 심지어 꿈속에서 두 사람은 너무도 가깝고 친밀한 관계였다.이를 대체 어찌하면 좋단 말인가! 심연희는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꿈을 꾸는 것까지는 괜찮은데 꿈에서 깨고 나서도 심연희는 경장명에게 꿈속에서의 그런 감정이 남아 있었다.그 감정이 혹시 연모의 감정일까?심연희는 이천을 바라보았다.‘아니야, 난 분명 천왕 저하를 연모하고 있어! 그런데 도대체 왜 그런 말도 안 되는 꿈을 꾸는 거야! 그 꿈 때문에 정말 미쳐버리겠다고!’“혹 꿈속에서 낭자를 힘들게 하는 사람이 나인 것이오?”이천의 물음에 심연희는 입만 뻥긋할 뿐, 이천에게 거짓말을 하고 싶지는 않았기에 입을 꾹 닫았다.이에 이천이 씁쓸한 미소를 보였다.‘꿈속에 나타난 사람이 내가 아니라면 도대체 누구일까? 설마 경장명 그자는 아니겠지?’이천은 심연희가 지금까지 경장명을 단 한번도 마음에 품은 적이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에 절대 경장명은 아닐 거라고 확신했다.그렇다면 그건 그저 단순한 꿈일 뿐이다.“혹 어디 불편한 데는 더 없는 것이오?”이천의 물음에 심연희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그럼 혹시 궐에 낭자 오라버니를 만나러 가고 싶진 않소?”“지금요?”“그래.”심연희가 머리를 저었다.“그럼 나랑 함께 저택 안에서 산책이나 하는 건 어떻소?”솔직히 천왕부를 돌아다니고 그가 생활하는 곳을 구경할 필요도 없었다. 심연희는 이천의 침상에 누워 잠까지 잔 적도 있는데 다른 곳은 어쩌면 이제 궁금하지도 않을 것이다.하지만 이대로 가만히 앉아있기엔 너무 어색한 것 같았다.심연희는 이대로 급하게 국공부로 돌아가겠다고 하는 것도 예의에 어긋난 행동인 것 같았다.“그래요.”심연희의 대답에 이천은 곧바로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자연스럽게 심연희의 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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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68화

이천은 궐 안에 들어선 뒤, 바로 이영을 찾아가지 않았다. 심연희가 다친 탓에 이영은 당분간 스스로 상주서를 처리해야 하기에 지금쯤 이영은 어전에서 정무를 처리하고 있을 것이다.이천은 일단 흠천감으로 향했다.사실 요 며칠동안 이천은 자신과 심연희의 미래에 대한 점괘를 보았는데 왠지 계속 실패하였다.똑똑똑…“들어오거라. 문을 두드릴 필요가 있겠느냐.”정 태부의 목소리가 방 안에서 들려왔다.이천은 방에 들어가자마자 탁자 앞에 앉아있는 정 태부에게 인사를 올렸다.“정 태부.”혹시 정 태부를 방해한 건 아닐까?이에 정 태부는 손을 흔들며 이천을 반갑게 맞아주었다. 정 태부는 한걸음에 다가가 이천의 손을 꼭 잡으며 말했다.“네놈은 왜 이리 오랜만에 날 보러 오는 것이냐?”“면목이 없습니다.”“괜찮다. 지금 본 네 모습은 예전과 많이 달라졌구나.”정 태부가 직설적으로 말했다.이에 이천이 고개를 살짝 숙인 채 잠깐 망설이다가 자신이 이곳에 찾아온 이유를 설명했다.그리고 이런저런 얘기를 구구절절 늘어놓기도 했다.“전 왠지 연희 낭자가 깨어나고 나서부터 뭔가 달라진 것 같습니다.”“어디가 어떻게 달라졌다고 느낀 것이냐?”정 태부가 이천을 쳐다보며 묻자 이천이 솔직하게 대답했다.“아무래도 연희 낭자가 잠결에 외친 부군이 제가 아닌 듯합니다.”“당연히 너일 리가 없지… 아니, 네가 아니면 누구겠느냐?”정 태부는 바로 말을 바꿨다. 그는 며칠 전날밤에 용강한을 만났었다. 그러다가 우연히 이천의 곡절이 난무한 인연에 대해 얘기하게 되었고 용강한에게 스승으로서 조금만 더 힘을 써줘야 하는 거 아니냐고 비난하기도 했다.이에 용강한은 한숨을 푹 내쉬며 대꾸했다.“전생에 존재하지도 않은 사람이 심연희 낭자와의 인연도 당연히 그리 깊지 못한 것이지.”“그, 그게 무슨 말입니까? 설마 천이와 심연희 낭자에게 거짓말이라도 했다는 겁니까?”“거짓말은 아닐세.”“거짓말이 아니고 무엇입니까? 두 사람 사이에 정말 인연이 있었다면 대감께서 굳이 도화 비녀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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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69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심연희는 다른 사내와 관련된 꿈을 꾸고 있다. 물론 꿈속에 다른 사내가 나타나는 게 그리 문제가 되지 않지만 가장 큰 문제는 하필 그 상대가 경장명이라는 사실이다. 그것도 한두 번 꾸는 꿈이 아니니 이 얼마나 골치 아픈 일이란 말인가!“아무튼 용 대감을 찾지 말거라. 대감도 잠시 혼자 시간을 보내야 하지 않겠느냐? 나중에 나타나고 싶으면 스스로 찾아갈 것이다.”정 태부의 말에 이천이 고개를 끄덕였다.“저와 영이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더 이상 호위무사를 시켜 숙부를 찾지 않고 있습니다.”“잘한 결정이다. 대감께서 숨으려고 작정한다면 그건 너무도 쉬운 일이니 찾아도 소용없을 것이다. 대감은 경성을 떠난 뒤로부터 점괘를 한 번도 보지 않았으니 이제 대감도 편하고 자유롭게 살 수 있게 해주어야 되지 않겠느냐?”말을 하던 정 태부는 고개를 돌려 이천을 쳐다보았다.“너도 말이다. 속세에 발을 들였고 마음이 흔들렸으면 네 아바마마한테 많이 배워야 한다. 네가 상대방에게 충분한 진심을 보여주고 충분히 다정다감하다면 너와 연희 낭자의 혼사에는 그 어떤 차질도 없을 것이다.”차질이 없다는 말 한마디로 이천은 충분했다.흠천감을 떠난 뒤 이천을 바로 현명루로 향했다. 그는 지금까지 단 한번도 맨 꼭대기 층에 올라가본 적이 없었다. 9층에 도착하니 이곳에 진안의 기운이 유난히 예사롭지 않았다.숙부는 예전에 이곳에 있는 나무상자 속에 금기된 서책과 금기된 도술이 들어 있다고 했다.흠천감에 읽었던 수많은 서책들과 용강한 숙부 그리고 아바마마와 어마마마 사이에 있었던 일들을 종합해 보면 숙부가 겪은 역풍 증상은 하늘의 뜻을 거슬렀을 때 맞는 역풍과 매우 흡사했다.심연희는 현재 꿈 속에 빠져 쉽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수면의 질도 심각하게 떨어진 상황이다.만약 정말 전생에 남은 악연이 판을 치고 있는 거라면 이천은 반드시 심연희를 위해 어떻게든 그 악연을 철저하게 끊어주어야 한다.금기 상자를 보며 이천의 손이 미세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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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70화

이천의 말에 이영이 고개를 살짝 돌려 심초운을 흘겨보았다.이에 심장이 철렁 내려앉은 심초운은 최대한 불쌍한 표정을 지었다.“폐하, 이번에는 제가 정말 잘못했습니다.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죄드립니다.”솔직히 이영도 심초운의 깊은 뜻을 다 알고 있었다. 심초운이 영초상회를 경영하면서 그렇게 많은 여자 일꾼들을 둔 것도 이영의 정령에 응하기 위한 일이라는 것을 말이다.하지만 이토록 말 한마디 없이 사라졌다 갑자기 나타나는 습관은 절대 좋은 게 아니다.“앞으로 어떤 방법을 쓰든 반드시 나한테 미리 얘기를 확실하게 하여야 한다!”“꼭 그렇게 하겠습니다!”만약 이번에 이영이 비밀 호위무사를 대동하여 그를 찾지 않았다면 심초운은 절대 이렇게 빨리 돌아오지 못했을 것이다.다시 생각해도 너무 끔찍했다.심초운은 국공부에 남아 심연희 곁을 조금 더 지키고 싶었지만 이천과 심연희 사이를 생각하면 그럴 수가 없었다.그런데 두 사람을 배려하여 궁으로 돌아오자마자 이천이 이렇게 갑자기 궐에 나타난 것이다.한편, 이천은 심초운의 두어 마디로 풀린 이영을 보며 큰 깨달음을 얻었다.‘아, 이런 방식으로 여인을 어르고 달래는 것이구나!’“오라버니?”심초운과 이영이 이천을 의아한 표정으로 쳐다보았다. 도대체 무슨 생각을 저토록 골똘하게 하고 있단 말인가!두 사람의 부름에 흠칫하던 이천이 물었다.“왜?”이에 이영이 말했다.“연희 낭자가 자객에게 습격을 당한 사건은 아직 단서가 전혀 없지만 의심되는 일은 분명 있습니다.”이천이 고개를 끄덕이자 이영이 계속하여 말을 이어갔다.“경성에서 목숨까지 내놓고 싸우는 무사들은 거의 없습니다. 그리고 쉽게 죽이고도 발견되지 않을 무사는 더더욱 적습니다.”이영의 말에 이천이 말을 보탰다.“그 사람들 중에 국공부와 원수를 진 사람은 거의 없다고 봐야지.”이영이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그자들의 동기가 무엇일까요? 그자들은 연희 낭자를 납치했지만 나중에는 쉽게 낭자를 보내주었습니다. 그들의 목적이 도대체 무엇인지 아무리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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