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숨을 푹 내쉰 경장명은 더 이상 이런 얘기를 하고 싶지 않았다. 그도 마음속 가득한 고민과 번뇌를 어디에 얘기할 곳이 없었다.“낭자는 이제 괜찮아진 것 같다. 그러니 너도 얼른 낫거라.”“네, 대감님.”대감이 아직 자신을 걱정하고 있다는 생각에 아달은 감동을 크게 받았다.한편, 방으로 돌아온 경장명은 밤새 잠을 청하지 못한 탓에 더 이상 버티기 힘들었다.그는 침상에 눕자마자 바로 잠이 들었다.그리고는 바로 꿈을 꾸게 되었다.꿈속에서 경장명은 손에 검을 쥔 채 몽춘의 방으로 쳐들어갔다. 그는 손에 들고 있던 머리카락이 담긴 부적을 몽춘의 얼굴에 확 집어던지며 호통을 쳤다.“이게 무슨 물건이냐? 네가 이걸 언제 연희가 나한테 선물한 수화 속에 몰래 숨겨둔 것이야!”몽춘은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황급히 대답했다.“소, 소첩은 아닙니다!”경장명은 머리카락을 꺼내 몽춘의 머리카락과 비교를 하였다. 부적 속에 담긴 머리카락은 까만 색이 아니었기에 몽춘의 머리카락이 확실했다.“대감님, 대감님 왜 이러십니까?”“네가 연희를 죽였어! 네 년이 연희를 죽게 만들었다고!”경장명이 검으로 몽춘의 목을 겨눈 채 몽춘을 빤히 쳐다보았다. 그가 몽춘을 사랑하고 있는 걸까?아니, 절대 아니다.하지만 왜 계속 몽춘과 뒤섞여서 관계를 깔끔하게 정리하지 못한 걸까? 왜 몽춘 때문에 그가 가장 사랑하는 여인까지 멀리 밀어내게 된 걸까?심연희는 경장명이 갖은 노력으로 겨우 얻게 된 여인인데 말이다!그렇게 꼬박 하루 동안 고문을 당한 몽춘은 끝내 버티지 못하고 노진산의 진 무의에 대해 솔직하게 털어놓았다.몽춘은 이 부적이 아무 접점도 없는 두 사람이 서서히 서로에게 끌릴 수 있게 만드는 물건이라고 했다.“대감님, 아이들을 봐서 소첩을 이번 한번만 용서해 주십시오…”다음 순간, 경장명의 검이 몽춘의 목젖에 확 꽂혔다.“난 이미 너에게 최대한의 체면을 주었다!”새빨간 피가 몽춘의 목에서 줄줄 흘러나왔다.그러다가 몽춘이 완전히 숨이 끊긴 뒤, 경장명은 삼일 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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