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하?”검오가 조심스레 불렀다.이천의 얼굴에는 평소와는 다른 기색이 어렸다.고요한 표정 아래, 무언가 뜨겁게 끓어오르는 기운이 숨어 있었다.“전하, 괜찮으십니까?”검오가 다시 물었지만, 이천은 대답하지 않았다.그는 잠시 시선을 허공에 두더니, 방금 들은 말이 혹시 환청이 아니었는지 의심스러웠다.‘잠시 뒤, 전하께서 제게 오시면 말씀드리겠습니다.’그녀가 자신더러 밤에 찾아오라 했다.이 깊은 밤에 여인의 방으로?남녀가 아직 혼례도 올리지 않은데, 그것은 곧 그녀의 창을 넘겠다는 뜻이었다.그 생각이 미치는 순간, 이천의 숨이 미세하게 거칠어졌다.가슴속 깊은 곳에서부터 뜨거운 무언가가 치밀어올랐다.“…돌아가자.”그의 목소리가 약간 떨렸다.검오는 이유를 알 수 없었으나 그대로 고개를 숙였다.마차는 어둠을 가르며 천천히 천왕부로 향했다.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이천이 불현듯 짧게 명했다.“멈춰라.”“전하…”검오가 부르기도 전에, 바람 한 줄기가 스치며 마차문이 열렸다.텅 빈 마차 안, 남은 것은 흔들리는 창틀뿐이었다.순간 스쳐간 잔영… 분명 전하였다.검오는 어안이 벙벙했다.그는 멍하니 열린 문을 바라보다가, 결국 아무 말 없이 마차를 돌려 왕부로 향했다.한편 심연희는 국공부로 돌아와 명주의 도움을 받아 서둘러 씻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몸은 이불 속에 누워 있었지만, 마음은 도무지 가라앉지 않았다.심장이 쿵쿵 뛰어, 가슴이 아릴 정도였다.그녀는 알 수 없었다.‘전하가… 정말 올까.’하지만 이건 자신이 생각해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꿈에 들지 않으면, 그 끔찍한 감정에 다시 사로잡히지 않을 테니까.한 시간, 두 시간, 세 시간이 흘렀다.잠은 오지 않고, 불안만 짙어졌다.‘혹시 전하께서… 날 가볍게 보신 건 아닐까?’그 생각이 들자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너무 앞서 나간 건 아닐까….’후회가 밀려들 즈음, 창밖에서 ‘툭’ 하고 무언가가 스치는 소리가 들렸다.심연희는 숨을 죽였다.그건 단순한 바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