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희야, 장차 전하와 혼인을 하면 평생 한 사람만을 바라보며 살게 될 것이다.”“너를 괴롭게 만들 다른 여인 따위는 없을 게다. 그러니… 그 경장명은 이제 마음에서 지워라.”“알겠습니다, 오라버니.”심연희는 고개를 숙이며 조용히 답했다.그녀의 머릿속에는 아버지, 어머니, 심초운, 이천, 그리고 이진과 주익선까지… 모두가 오직 한 사람만을 사랑하며 살아온 이들이 떠올랐다.“경장명은… 앞으로 절대 만나지 마라.”“예, 오라버니.”그녀는 부드럽게 웃었다.이제는 정말 그를 보고 싶지 않았다.이제 와서 그를 마주하면, 그저 마음이 저릿하게 아파올 뿐이니까.심초운이 떠난 뒤, 심연희는 홀로 방 안을 천천히 둘러보았다.잠시 후 명주가 다가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아씨, 아까 도련님과 하신 말씀… 다 들었습니다.”“요 며칠 동안, 정말 가슴이 철렁했습니다.”심연희가 고개를 들어 그녀를 바라보았다.“무슨 말이냐?”명주는 입술을 깨물며 망설였다가 말했다.“아씨의 꿈속에 나타나시는 분이 경 대인이시죠? 꿈 속에서는 그 분과 부부셨나요?”심연희는 피식 웃었다.“그래. 명주 넌 참 눈치가 빠르구나. 그래, 맞아. 꿈속에서는 그랬다.”“그럼 아씨께서는 마음으로는 천왕전하를 더 좋아하시지요? 제가 괜한 말을 하는 건 아니겠지요?”심연희는 고개를 저었다.“아니야. 괜찮다. 다만… 요즘 그 꿈에 갇혀 있을 뿐이야.”그녀는 그 꿈을 ‘악몽’이라 불렀다.그것은 단순한 꿈이 아니라, 벗어날 수 없는 사슬과도 같았다.명주가 조심스럽게 물었다.“그럼 만약, 그날 아씨를 습격한 자들이 정말 경 대인의 사람들이었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심연희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나도 모르겠어.”“아씨, 제발 모르겠다고 하지 마세요. 이 일은 도련님과 천왕전하께 맡기시고, 앞으로는 경 대인을 다시 만나지 않으면 됩니다.”명주의 말은 옳았다.그녀는 더 이상 그를 만나선 안 됐다.그날 밤, 세수를 마치고 침소에 들었지만, 심연희는 좀처럼 잠을 이루지 못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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