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은이 망극하옵니다, 폐하!”경장명이 바닥에 머리를 조아리며 말했다.“이만 물러가게.”경장명은 바닥에서 일어나 뒤로 두어 걸음 물러나고는 다시 고개를 돌려 이영에게 말했다.“폐하는 현명한 임금이시옵니다.”이영의 미소가 그리 자연스럽지는 않았다. 그녀는 그저 예전에 모든 사람들이 나서서 이천과 심연희를 엮어준 게 조금 미안했을 뿐이다. 어찌 됐든 그때 당시 경장명과 심연희는 혼약을 맺은 사이였으니까.그리고 지금, 그들이 노력을 한 만큼 경장명에게도 공평한 기회를 주려는 것이다.더군다나 이영이 허락을 하지 않는다고 해도 경장명은 절대 쉽게 포기할 사람이 아니다. 퇴관을 하겠다고 선포까지 했으니 말이다.이렇게 훌륭한 인재에게 이영은 마지막으로 한번 기회를 주고 싶었다. 그녀는 경장명이 이 기회를 소중하게 여기고 잘못된 길로 들어서서 그녀의 측은지심을 후회하게 만들지 않길 바랐다.경장명이 떠난 뒤, 당안이 따듯한 차 한잔을 들고 들어와 이영에게 올렸다.“심초운은 지금 어디 있느냐?”이영의 물음에 당안이 대답했다.“폐하, 아마 금융궁에 계실 겁니다.”이에 이영이 이마를 꾹꾹 누르며 말했다.“상주서를 챙겨 금융궁으로 가자.”“네, 폐하.”이천은 이제 겨우 심연희와 서로 마음이 맞아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기에 더 이상 이 상주서들을 이천에게 처리해달라고 할 수는 없다. 조금이라도 방심을 했다가 경장명에게 틈을 주는 꼴이 될 것이다.한편, 금융궁에서.이영은 모든 궁녀와 내시들을 내보낸 뒤, 심초운을 꼭 끌어안고 조금 전에 어전에서 있었던 일을 구구절절 얘기했다.심초운의 반응은 이영과 거의 비슷했다.“경장명 대감은 자신의 죄로 가문 사람들에게 누를 끼치기 싫은 겁니다.”“그래. 그리고 네가 모르는 게 있는데 경장명 그자는 4년 전부터 연희 낭자를 마음에 품고 있었다고 하는구나. 그렇게 오랫동안 기다리고 있다가 연희 낭자가 성인이 되고 나서야 혼인을 청하러 갔고 겨우 연희 낭자와 혼약을 맺게 되었는데 결국…”말을 하던 이영이 심초운
Baca selengkapny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