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밤, 어둠이 짙게 깔린 후였다. 소우연은 가슴 한구석이 술렁이며 왠지 모를 불안감에 휩싸였다. 서 있기도, 앉아 있기도 힘든 묘한 초조함이었다.“연아, 무슨 일이냐? 어디 불편한 곳이라도 있는 게냐?” 이육진이 걱정스레 물었으나 소우연은 그저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본인조차 이유를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바로 그때, 흠천감 방향에서 거대한 폭발음이 천지를 진동시켰다. 두 사람은 본능적으로 서로를 마주 보더니, 지체 없이 흠천감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이미 잦아들었던 풍백과 설신이 다시 노했는지, 눈발은 눈을 뜨기 힘들 정도로 거세게 몰아쳤다. 멀리 흠천감의 현명루 위로 백발을 휘날리는 흑과 백의 두 도사가 서로 대치하며 법술을 겨루는 모습이 보였다. 용강한과 진 도사, 그들 말고 또 누가 있겠는가.“오라버니! 오라버니…” 소우연의 외침은 몰아치는 풍설에 맥없이 묻혀버렸다. 이육진이 결연한 표정으로 말했다. “내가 가서 형님을 도우마.”그 뒤를 이어 심초운, 이영, 그리고 진우를 비롯한 이들이 속속 도착했다. 내금위 군사들이 흠천감을 겹겹이 포위했고, 무예가 뛰어난 이들은 서둘러 흠천감 내부로 진입했다. 이육진과 심초운, 그리고 뒤따라온 이천은 번개같이 몸을 날려 현명루 위로 솟구쳤고, 순식간에 진 도사와 격렬한 난투를 벌이기 시작했다. 남겨진 소우연과 이영은 서로 눈빛을 교환한 뒤, 정 대인의 거처로 발길을 돌렸다.“태후 마마, 폐하를 뵙습니다.” 도포 차림의 소열이 소우연과 이영을 보고도 침착하게 예를 갖췄다. 이영이 다급하게 물었다. “진 도사가 나타났다!” “알고 있습니다. 다만…” 소열은 정 대인의 방을 흘끗 보았다. 사부님께서 나서지 못하게 막고 계셨다. “폐하께서 저를 믿어주신다면, 반드시 이번 일을 매듭지어 보이겠습니다.” 소열의 목소리에는 서슬 퍼런 결의가 서려 있었다. 소우연은 이영을 보며 눈으로 물었다. ‘이 자를 믿어도 되겠느냐?’이영은 입술을 달싹였다. “외삼촌께서는 평생 본인의 모든 도술을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