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난 이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Chapter 1731 - Chapter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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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31화

그 후로 얼마 지나지 않아, 몽춘이 뜻밖에도 노진산 도인에게서 부적을 얻게 되었다.그 일로 인해 심연희와 경장명의 관계는 한층 더 빠르게 금이 가기 시작했다.물론 그 부적이 없었더라도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을 것이다.남성 중심의 세상 속에서 경장명은 결국 두 여인을 거느리며 제복을 누리게 되었고, 처음 품었던 진심은 세월 속에서 서서히 바래져 끝내 원망으로 귀결될 운명이었다.하지만 이번 생의 심국공부는 예전처럼 누구에게나 짓밟히는 집안이 아니었다.게다가 지금은 이영, 즉 이 나라의 황제께서 친히 여성을 중히 여기며 여인의 지위를 크게 높인 시대였다.그런 세상에서 심연희가 경장명과 혼인했다 한들, 그가 첩을 두고, 통방을 거느리며, 서자를 두는 일을 어찌 참아낼 수 있었겠는가.결국 이혼은 피할 수 없는 일이었다.하지만 그때의 심연희는 사랑에 상처 입은 채 그 깊은 골을 과연 메울 수 있을까. 다시 일어설 수 있을까.용강한은 조용히 생각에 잠겼다.그리고 마주 앉은 이천, 그 감정에 서툰 조카를 바라보다가 입가에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이놈도 이제야 좋은 때를 맞았구나.’그는 알 수 없는 감정으로 한숨을 내쉬었다.이 일을 내버려 두자니 소우연이 상심해할 것이고, 관여하자니 그 또한 피곤한 일이었다.“외삼촌, 왜 그렇게 절 보십니까?”이천이 조심스레 물었다.용강한 앞에 서면, 그의 태도와 기운이 자연스레 낮아졌다.본능적으로 고개가 숙여지고, 숨이 가다듬어졌다.용강한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음부경’이란 책에는 이리 적혀있습니다. ‘하늘의 도를 살피고, 천행을 따르라’ 하였지요. 전하와 심연희는 본래 인연이 있었습니다. 다만, 그 시기가 빠르냐 늦으냐의 차이일 뿐이지요.”그는 전생의 인과를 하나하나 짚어 이천에게 낱낱이 들려주었다.이천은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외삼촌, 말씀 감사합니다. 이제야 마음이 한결 편해졌습니다.”“하지만… 연희가 자꾸 전생의 꿈을 꿉니다.”용강한의 눈빛이 잠시 흔들렸다.세상 어느 역대 감정들도 대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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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32화

“전하, 물러가겠습니다.”이천은 사부에게 예를 올린 뒤, 공손히 물러났다.용강한은 달빛 아래 멀어지는 그 젊은 뒷모습을 한동안 바라보다,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멀지 않은 곳, 동그란 거울 속에는 희끗한 백발의 자신이 비쳤다.눈가에는 세월이 남긴 얇은 주름이 고요히 스며 있었다.그는 긴 소매를 한 번 휘날렸다.“탁.”문이 스스로 닫히며 방 안이 적막해졌다.용강한은 침상에 몸을 기댄 채, 창문 너머로 흘러드는 달빛을 바라보았다.그러나 금세 눈을 감고도 마음은 가라앉지 않았다.이천이 품고 있던 그 불안한 기운, 그것이 묘하게도 그의 가슴까지 스며들어왔다.그 또한 젊은 날엔, 수없이 뒤척이며 잠들지 못했던 밤들이 있었다.이제 그 불안은 자신의 몫이 아니라, 조카의 몫으로 옮겨간 셈이었다.“허허… 하늘의 이치란 참 묘하구나.”그는 낮게 웃었다.하지만 곧 다시 눈을 떴다.머릿속에 여전히 이천의 불안한 숨결이 맴돌고 있었다.용강한은 자리에서 일어나 문을 열었다.조용히 발을 옮기자, 달빛 아래 현명루 뜰에 좌선 중인 이천의 모습이 보였다.석등 옆, 달빛을 받아 앉은 젊은 사내의 얼굴은 희미하게 빛나며 고요했다.그 모습이 어쩐지 소우연을 닮아 있었다.용강한은 잠시 그 얼굴을 바라보다가, 미묘하게 눈길을 누그러뜨렸다.‘이육진이야 속이 좁다지만… 연이를 생각하면, 이 녀석을 나무랄 수도 없지.’이천이 기척을 느끼고 눈을 떴다.곧장 일어나 허리를 굽혔다.“외삼촌.”그는 속으로 자신을 탓했다.‘외삼촌 같은 분이 내가 아직 근처에 있는 걸 모르셨을 리 없지…’숨결 하나까지 죽였는데도 결국 들켜버렸다.용강한은 빙그레 웃었다.“저는 갑자기 사라지지 않습니다.”“예.”이천은 고개를 숙였다.외삼촌이 언제 또 자취를 감출지 몰라, 차마 눈을 붙이지 못했을 뿐이었다.“그럼 저는 이만 방으로 돌아가겠습니다. 내일 아침 다시 찾아뵙겠습니다.”“예.”이천은 몇 걸음을 옮기다 멈춰, 뒤를 돌아보았다.외삼촌의 얼굴엔 무심한 듯, 그러나 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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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33화

“방금 흠천감에서 돌아오는 길이다. 연희야, 어서 일어나 나갈 채비를 하거라. 외삼촌께서 돌아오셨다.”“누가요?”“용 대인께서 오셨어. 심국공부에 말이야.”“…용 대인이 심국공부에 오셨다고요?”심연희는 단숨에 잠이 달아났다.그가 오셨다는 건… 혹시, 그 꿈의 일들이 이제 끝날 수도 있다는 뜻일까?하지만 설령 그 꿈이 사라진다 한들, 그 안에서 느꼈던 경장명에 대한 미련과 죄책감은 결코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었다.그렇다면 앞으로 평생, 그를 피해 살아야 한단 말인가.이천은 잠시 시선을 피했다.그때 명주가 들어와 세면구를 챙기며 그녀의 세수를 도왔다.잠시 후, 분홍빛이 도는 푸른 옷차림의 심연희가 방에서 나왔다.“전하.”이천이 미소 지으며 손을 내밀었다.그 손길에 심연희는 잠시 머뭇하다가, 이내 그 손을 잡았다.문득, 용강한이 예전에 한 말이 떠올랐다.“자네 부친께선 늘 부인을 잡아 이끌더군.”그 말이 스쳐갔다.이천도 그 말을 떠올리고 있었다.그래서였을까.그는 자연스레, 그러나 단단히 그녀의 손을 쥐었다.심연희는 그 손을 뿌리치지 않았다.두 사람은 달빛이 스며드는 월동문을 지나 본채로 향했다.정청에 들어서기 전까지, 그녀는 여러 번 손을 빼려 했지만 끝내 그러지 못했다.조심스레 이천을 올려다보았지만, 그는 오직 앞만 바라보고 있었다.그래, 전하께서 부끄러워하지 않으시는데 나 혼자 왜 이러는 걸까…그때 용강한이 찻잔을 들고 있던 손을 멈췄다.그의 시선이 두 사람의 맞잡은 손에 닿았다.찻잔이 미묘하게 흔들렸으나, 곧 태연히 한 모금을 들이켰다.“예를 차릴 것 없다. 앉거라.”그는 찻잔을 내려놓으며 고개를 들었다.“연희야, 머리에 꽂은 도화비녀를 내게 다오.”“…예?”심연희는 놀라 눈을 크게 떴다.용 대인이 이젠 자신에게 주었던 비녀를 거두시려는 걸까?가슴이 묘하게 저렸다.그건 혹시, 자신과 이천의 인연이 잘못되었다는 뜻일까?아니면, 이제는 이 인연을 끝내야 한다는 뜻일까?그녀는 불안하게 이천을 바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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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34화

“하지만, 이건 내가 준 부적이 아니다.”용강한의 목소리가 낮게 가라앉았다.그는 손에 쥔 부적을 천천히 펼쳤다.순간, 그의 얼굴빛이 싸늘하게 식었다.“역시 내 생각이 맞았군.”“전하, 이건 누군가가 바꿔치기한 인연부입니다.”심연희는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충격이 너무 커서, 다리가 풀려 그대로 쓰러질 뻔했다.이천이 황급히 그녀를 부축했지만, 그녀는 멍한 눈으로 그를 올려다봤다.“네? 그게 대체 무슨… 무슨 뜻입니까?”목소리가 떨려, 말끝이 제대로 맺히지 않았다.머릿속이 하얘졌다. 너무 많은 생각이 뒤엉켜 있었다.그녀는 이천의 손을 살짝 밀어내며, 용강한을 향해 물었다.“그럼… 제가 전하를 좋아한 게, 그 도화비녀 때문이라는 말씀입니까?”용강한의 눈빛이 깊게 가라앉았다.“그건 단지 인연의 끈을 조금 더 굳혀준 것뿐이지. 전하를 사랑하게 된 건, 결국 연희 네 마음에 달린 일이란다.”심연희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그녀의 시선이 용강한의 손에 들린 부적에 꽂혔다.“그럼… 그건 뭡니까?”용강한은 부적을 한 번 들여다보았다.“경장명이 몰래 연희 네 도화비녀 속에 넣은 인연부다.”그의 목소리는 낮고 단단했다.“이 부적은 전생, 그 이전의 인연까지 모두 얽어매는 힘을 지니고 있지.”“그래서 네가 전생의 기억, 그 사람과의 인연을 꿈속에서 본 것이다.”“게다가 네가 머리를 다치고 잠시 혼수상태에 빠져 있었기에 부적의 힘이 훨씬 강하게 작용한 것 같구나.”“그 위에 또 누군가가 도술로 그 힘을 자극했으니, 네 꿈이 점점 더 깊어졌던 게지.”“…경장명.”그 이름이 입술을 뚫고 새어 나왔다.그녀는 자신이 암살당할 뻔했던 날을 떠올렸다.그날, 아무도 그녀를 죽이려 한 것은 아니었다.하지만 의식을 잃고 쓰러졌고, 그때부터 끝없는 꿈에 시달리게 되었다.‘그때였구나.’‘그때 손을 쓴 거야.’그녀의 손이 떨렸다.늘 아무것도 모른 척하던 그의 얼굴이 떠올라 가슴이 싸늘하게 식어갔다.“대인, 저… 잠시 말씀드릴 게 있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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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35화

심연희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어떻게 의심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그들은 그녀를 꼭두각시처럼 가지고 놀았던 것이다!“도화비녀는 내 멋대로 만든 것이지, 전하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그러니 부디 용서해다오.”“너와 전하는 분명… 하늘이 맺은 인연이기도 하단다.”“감사합니다, 대인.”심연희는 고개를 숙였다.그러나 그녀의 얼굴에는 여전히 깊은 망설임이 어려 있었다.용강한은 그런 그녀의 마음을 꿰뚫고 있었다.진실을 알고 난 뒤, 심연희의 눈빛에는 오히려 경장명에 대한 연민이 더욱 짙게 스며 있었다.“현재 네 마음속엔 두 남자가 있겠지. 하지만 연희야, 너는 지금 누구를 진심으로 생각하느냐?”심연희는 입을 열었다가, 다시 닫았다.말이 나오지 않았다.용강한의 목소리가 잔잔히 이어졌다.“방금 내가 그 말을 했을 때, 네가 가장 먼저 떠올린 사람이 바로 네가 진정 사랑하고 있는 사람일 것이다.”심연희의 시선이 흔들렸다.그 순간, 그녀의 머릿속에 스쳐간 얼굴은 첫째도 이천, 둘째도 이천이었다. 그리고 세 번째가 되어서야 경장명이었다.“전하가 가장 먼저 떠올랐습니다.”심연희는 숨을 고르고,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하지만, 대인… 경 대인에게 미안한 감정이 듭니다.”그녀의 목소리는 떨렸고, 눈가에는 억눌린 감정이 번져 있었다.그 꿈은 늘 그녀의 마음을 짓눌러왔다.이제 용강한의 입에서 ‘전생이 실제로 존재했다’는 말을 듣자, 그 죄책감은 더욱 깊어졌다.전생의 은인이자, ‘한평생 함께하자’ 맹세했던 사람을 이번 생에서 배신했다니. 그녀는 스스로를 죄인처럼 느꼈다.심연희가 괴로움에 미간을 찌푸리자, 용강한 역시 모르게 미간을 좁혔다.그는 속으로 중얼거렸다.“이 도화부를 만든 것이 과연 옳았을까…”곧 짧은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었다.“인연이란 결국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이다. 그렇다면… 진실을 보게 해주마.”“…진실을요?”심연희는 눈을 크게 뜨며 되물었다.용강한은 자리에서 일어섰다.“흠천감으로 가자.”백의에 백발, 그 신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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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36화

“그만두세요, 대인!”심연희가 돌아서려는 순간, 보이지 않는 기류가 순식간에 몸을 휘감았다.그녀는 그대로 태극진 한가운데로 끌려 들어가, 차가운 바닥에 억지로 앉혀졌다.“아니… 이게 대체 뭐 하시는 겁니까?”몸을 일으키려 애썼지만, 손끝 하나조차 움직일 수 없었다.용강한의 낮고 묵직한 목소리가 울렸다.“이 모든 것은 제가 스스로 걸어온 길입니다.”“그럼… 제가 진실을 보면, 대인에게 해로운 건가요?”심연희의 눈가가 붉게 물들었다.“저… 알고 싶지 않습니다. 제발, 그만하세요.”“정말 알고 싶지 않습니다. 대인, 먼저 절 풀어주세요.”그녀의 음성에는 간절함이 묻어났다.“저는… 전하를 사랑합니다. 그리고 경 대인과의 인연은 이미 끝났지요. 그 도화부도 사라졌으니, 이제 대인께서는 더 이상 제 마음을 흔들 수 없을 겁니다.”하지만 용강한은 아무 말 없이 손을 들었다.그의 손끝이 그녀의 미간에 닿는 순간, 심연희의 눈이 크게 흔들리며 번쩍 떴다.그리고 곧 눈을 감는 동시에, 세상이 뒤집히듯 어둠이 삼켜왔다.깊은 어둠 속, 한 줄기 희미한 빛이 새어나왔다.그 빛은 긴 동굴을 따라 점점 커졌고, 이내 눈부신 햇살이 터져 나왔다.심연희는 익숙한 정원 안에 서 있었다.바람결에 흩날리는 매화 향기, 그곳은 분명 그녀가 수없이 꿈속에서 본 ‘전생의 정원’이었다.“…여긴, 어디죠?”놀란 눈으로 주위를 둘러보는 그녀 앞에, 용강한이 천천히 걸어 나왔다.“대인… 여기가 설마 제 꿈속입니까?”용강한은 허공을 응시하며 고요히 대답했다.“전생입니다.”그의 목소리엔 묘한 울림이 서려 있었다.그의 가슴 또한 아릿하게 저려왔다.그는 기억하고 있었다.전생의 이 무렵, 그는 이미 광기에 잠식돼 있었다.소우연을 되살리기 위해 수백, 수천 번의 시도를 거듭했고, 결국 사람도, 귀신도 아닌 존재로 살아가고 있었다.끝없는 실패와 절망, 그리고 멈출 줄 모르는 집착.그의 세계는 흑과 백으로 뒤섞였고, 모든 것이 광기로 물들어 있었다.먹구름이 몰려오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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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37화

심연희는 이천의 온화한 미소를 바라보다가, 곁에 서 있는 용강한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제발… 나 때문에 또 일을 그르치지 않았으면 좋겠어.’속으로 조용히 빌며 숨을 고르던 그녀는 문득 두 사람의 분위기가 묘하게 닮아 있다는 걸 느꼈다.품격과 기운, 말없이 풍기는 위압감까지… 사제지간이라 그런지 닮은 부분이 많았다.그때, 바깥에서 다급한 발소리가 들려왔다.“마님, 마님! 대감께서 돌아오셨습니다!”명주였다. 헐레벌떡 뛰어 들어온 그녀의 두 눈은 벌겋게 충혈되어 있었다.그 표정에는 분노와 억울함, 그리고 슬픔이 뒤섞여 있었다.이천과 용강한, 그리고 심연희 세 사람은 곧장 본채로 향했다.방 안에서는 전생의 ‘그녀’… 즉, 과거의 자신이 환하게 웃으며 맞이했다.“부군이 돌아오셨다고?”그 한마디에 이천의 눈빛이 흔들렸다.그 웃음이 왜 그토록 거슬리는지, 본인도 알 수 없었다.용강한은 그런 이천을 흘끗 보며 속으로 중얼거렸다.‘그래, 이제 됐구나. 직접 보겠다더니, 이젠 마음이 수백 번은 찔리겠지.’심연희는 이천의 손을 살며시 붙잡았다.“지금 보이는 이 여인은 제가 아닙니다.”그녀의 눈빛은 단호했다.‘이 생에서 제가 사랑한 사람은 경장명이 아니라 전하입니다.”“그런데 어찌 이토록 전생과 현생이 뒤엉켜 버린 걸까요….”이천이 짧게 웃었다.“그래서 그런 눈빛으로 날 바라보는 것이냐.”그때 명주의 울먹인 목소리가 들려왔다.“마님, 울지 마세요… 대감께서 오시긴 하셨는데… 그런데…”심연희가 다급히 물었다.“왜 그러느냐?”“대감께서… 다른 여인을 데리고 오셨습니다. 거기다… 아이가 셋이나 있답니다.”“뭐라고?”심연희의 눈이 크게 휘어졌다.“혹시… 친척은 아니고?”“아닙니다!” 명주는 울먹이며 말했다.“대감께서 밖에 두신 통방첩이라 합니다.”“큰아이는 벌써 여섯 살이 넘었답니다…!”“그럴 리가 없어…”심연희의 얼굴에서 피가 가셨다. 믿을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그럴 리가 없어.”“정말입니다.”명주는 흐느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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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38화

“몽춘이는 이제 막 산후조리를 마쳤습니다, 부인. 셋째 아이는 아직 너무 어리지요.”“부인, 가족들을 이렇게 빗속에 세워둘 셈입니까?”경장명이 약간의 죄책감이 묻은 눈으로 물었다.몽춘이 급히 나섰다.“대감, 모두 제 탓입니다. 마님께서 한순간 받아들이지 못하신 것도 무리는 아니옵니다.”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포대기에 싸인 아이를 품은 채 그대로 무릎을 꿇었다.그 광경을 바라보는 심연희의 가슴은 찢어질 듯 저렸다.비바람이 몰아쳐도, 그녀는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았다.경장명은 그녀가 아무런 용서의 기색도 보이지 않자, 오히려 얼굴이 굳어졌다.“이 모든 세월 동안 우리에게는 아이가 없었습니다.”“불효 중 가장 큰 것이 대를 잊지 않는 것이라 하지 않습니까.”“미리 말하지 않은 건 미안합니다. 하지만 이 일은 몽춘이나 아이들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습니다.”그는 고개를 돌려 냉정하게 말했다.“명주야, 부인을 모시고 돌아가거라. 비가 거세게 오는구나. 이러지 말고 돌아가는 게 좋겠다.”그 말 한마디를 남기고, 경장명은 몽춘과 아이들을 데리고 떠나갔다.명주는 폭우 속에서 떨며 서 있는 심연희의 소매를 붙잡았다.“마님… 제발 돌아가요. 이러다 병 나십니다…”그 모습을 지켜보던 이천은 저도 모르게 옆에 선 심연희를 돌아보았다.그녀의 눈가에는 이미 눈물이 고여 있었고, 차가운 빗물과 뒤섞여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이미 지난 일이다. 다 지난 일이야.”이천이 낮게, 그러나 단호하게 말했다.심연희는 입술을 앙다물었다.“…너무합니다. 너무… 악독해요. 이제야 알겠어요, 이게 바로 제게 보여주고 싶었던 진실이었군요.”그녀의 목소리는 분노와 슬픔이 뒤섞여 떨렸다.폭우가 쏟아진 그날 이후, 전생의 그녀. 즉, ‘경장명의 부인’이었던 심연희는 병이 났다.하지만 경장명은 끝내 찾아오지 않았다.그 꼴을 차마 두고 보지 못한 명주가 직접 찾아가 애원했다.“대감마님, 제발 마님을 한 번이라도 찾아가 주십시오. 정말… 이러다 큰 병을 앓으실까 겁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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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39화

“괜찮다. 심국공부를 도와주셨으니, 그 은혜만으로도 고마워해야지.”심연희가 담담히 말했다.명주는 입을 열었다가,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입술을 다물었다.그 모습을 지켜보던 심연희의 눈에서는 이미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그녀는 이천의 손을 꽉 쥐었다.전생의 자신이 이토록 비참하고, 무력하고, 초라했었다니… 그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그녀는 문득 생각했다.‘폐하의 다스림 아래에서는 지금의 여자들이 훨씬 더 자유로울 거야.’‘숨을 쉴 수 있고, 스스로 세상을 버틸 수도 있겠지.’그녀는 마음속 깊이 다짐했다.‘내가 다시 살아간다면, 어떤 자리에서든… 후궁에 갇혀 울고만 있는 여인들이 더는 눈물 흘리지 않게 해야 해.’‘나라도, 그런 여인들을 일으켜 세워야 해.’그때, 문밖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전하, 연희야.”용강한이었다.심연희는 서둘러 눈가의 눈물을 훔쳤다.이천과 함께 밖으로 나가자, 용강한이 짧게 말했다.“가자. 이번엔 몽춘이를 보러 가야겠다.”그들이 함께 그곳으로 향했을 때 놀랍게도 몽춘은 자신의 몸종을 무자비하게 때리고 있었다.몸종은 피투성이가 된 채 바닥에 엎드려 있었다.몽춘은 광기에 젖은 눈으로 몸종을 내려다보며 소리쳤다.“이번에는 반드시 그 몰락한 심국공부 그 년을… 경부 정실부인 자리에서 끌어내릴 거야!”몸종의 손이 덜덜 떨렸다.그녀는 주인의 광기에 질려, 입을 다문 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태어나서 이렇게 잔혹한 사람은 처음이었다.그때, 경장명이 관저로 돌아왔다.몽춘은 순식간에 얼굴빛을 바꾸더니, 마치 깨질 듯한 도자기 인형처럼 그 앞에 무릎을 꿇었다.그가 손끝으로 스치기만 해도 몸을 떨며 고통스러운 신음을 흘렸다.경장명이 낮게 물었다.“무슨 일이냐?”몽춘은 눈물 범벅이 되어 엎드렸다.“대감… 제가 잘못했습니다. 부인께서 절 불러 꾸짖으셨어요. 감히 대감의 총애를 가로채지 말라 하시며…”그 말을 들은 경장명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졌다.“그럴 리가 있느냐?”“부인은 그런 사람이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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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40화

“어찌 당연하지 않단 말입니까! 경 대인은 제게 처음부터 철저한 거짓말쟁이였어요. 통방첩이 있었고, 아이까지 있었는데도 저에게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습니다.”“결국 그 통방첩과 아이들을 데리고 와서는, 오히려 저를 향해 ‘알도 낳지 못하는 암탉’이라 비웃었습니다!”심연희는 이를 악물며 외쳤다.분노와 치욕이 한꺼번에 몰려와, 온몸이 부르르 떨릴 정도였다.하지만 전생의 그녀, 그 당사자였던 ‘심연희’는 그저 몇 방울의 눈물만 흘리고는, 오랫동안 병석에 누워 있었다.그녀는 결국 무너졌고, 삶의 의지를 완전히 잃어버렸다.“마님, 주방에 말씀드리면 곧 불도 꺼드릴 겁니다.”“오늘은 부침개 대신 따뜻한 탕을 끓여드릴게요.”명주가 기분 좋게 웃으며 말했다.명주가 나가자, 우울에 잠겨 있던 심연희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섰다.그리고 방 한구석에서 밧줄을 꺼내, 둥근 의자를 끌어다 탁자 위에 올려두었다.그 장면을 지켜보던 현재의 심연희는 눈을 크게 뜨며 절망적으로 외쳤다.“저, 저게 뭐죠…? 전하, 지금 제가… 제, 제가 스스로 목숨을…?”그녀는 숨이 막힐 듯 고개를 저었다.자신의 전생이 그렇게 비참하게 끝났다는 사실을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그리고 바로 그 순간, 전생의 ‘심연희’가 수놓인 신발을 벗어 의자 위를 차올렸고, 의자가 쿵 소리를 내며 쓰러졌다.“안 돼… 안 돼요!”심연희의 비명이 허공에 흩어졌다.이천은 차마 더 보지 못하고 그녀를 끌어안았다.그녀의 몸은 미세하게 떨렸고, 손끝은 얼음처럼 차가웠다.곁에 서 있던 용강한이 묵묵히 그 광경을 바라보았다.그의 눈빛은 여느 때처럼 침착했으나, 그 속에는 세상을 연민하는 깊은 슬픔이 어려 있었다.이천은 심연희를 데리고 그 자리를 떠났다.곧장 흠천감의 관성대로 향하니, 그곳에서는 경성의 모든 불빛이 한눈에 내려다보였다.잠시 침묵이 흐른 뒤, 이천이 낮게 입을 열었다.“이제 그만 보겠느냐?”“네 전생은 이미 끝났다.”“이번 생에서 그와의 인연은 더 이상 없는 게다. 알겠느냐, 연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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