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만두세요, 대인!”심연희가 돌아서려는 순간, 보이지 않는 기류가 순식간에 몸을 휘감았다.그녀는 그대로 태극진 한가운데로 끌려 들어가, 차가운 바닥에 억지로 앉혀졌다.“아니… 이게 대체 뭐 하시는 겁니까?”몸을 일으키려 애썼지만, 손끝 하나조차 움직일 수 없었다.용강한의 낮고 묵직한 목소리가 울렸다.“이 모든 것은 제가 스스로 걸어온 길입니다.”“그럼… 제가 진실을 보면, 대인에게 해로운 건가요?”심연희의 눈가가 붉게 물들었다.“저… 알고 싶지 않습니다. 제발, 그만하세요.”“정말 알고 싶지 않습니다. 대인, 먼저 절 풀어주세요.”그녀의 음성에는 간절함이 묻어났다.“저는… 전하를 사랑합니다. 그리고 경 대인과의 인연은 이미 끝났지요. 그 도화부도 사라졌으니, 이제 대인께서는 더 이상 제 마음을 흔들 수 없을 겁니다.”하지만 용강한은 아무 말 없이 손을 들었다.그의 손끝이 그녀의 미간에 닿는 순간, 심연희의 눈이 크게 흔들리며 번쩍 떴다.그리고 곧 눈을 감는 동시에, 세상이 뒤집히듯 어둠이 삼켜왔다.깊은 어둠 속, 한 줄기 희미한 빛이 새어나왔다.그 빛은 긴 동굴을 따라 점점 커졌고, 이내 눈부신 햇살이 터져 나왔다.심연희는 익숙한 정원 안에 서 있었다.바람결에 흩날리는 매화 향기, 그곳은 분명 그녀가 수없이 꿈속에서 본 ‘전생의 정원’이었다.“…여긴, 어디죠?”놀란 눈으로 주위를 둘러보는 그녀 앞에, 용강한이 천천히 걸어 나왔다.“대인… 여기가 설마 제 꿈속입니까?”용강한은 허공을 응시하며 고요히 대답했다.“전생입니다.”그의 목소리엔 묘한 울림이 서려 있었다.그의 가슴 또한 아릿하게 저려왔다.그는 기억하고 있었다.전생의 이 무렵, 그는 이미 광기에 잠식돼 있었다.소우연을 되살리기 위해 수백, 수천 번의 시도를 거듭했고, 결국 사람도, 귀신도 아닌 존재로 살아가고 있었다.끝없는 실패와 절망, 그리고 멈출 줄 모르는 집착.그의 세계는 흑과 백으로 뒤섞였고, 모든 것이 광기로 물들어 있었다.먹구름이 몰려오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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