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의 눈빛이 미묘하게 흔들렸다.“이 비녀, 뭔가 이상합니다.”정 도사는 헛기침을 두어 번 하더니, 손끝의 기운을 거두며 이천을 바라봤다.“무슨 이상이 있겠습니까. 용 대인께서 친히 주신 비녀인데, 탈이 있을 리 없지요.”이천이 잠시 그 말을 곱씹으며 고개를 약간 기울였다.“정말 그리 생각하십니까?”정 도사는 대답 대신 심연희를 바라보았다.심연희가 점차 안정을 되찾자, 정 도사는 이천의 팔을 잡아끌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용 대인을 찾아가십시오. 오래 머물러선 아니 됩니다.”이천은 단호히 고개를 끄덕였다.“예, 알겠습니다. 다음에 외삼촌께서 사부님을 찾아오신다면, 꼭 절 만나게 해주십시오.”정 도사가 허허 웃으며 말했다.“그러지요.”그 말이 끝나자마자, 잠들어 있던 심연희가 꿈속에서 낮게 중얼거렸다.“부군…”정 도사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었다.“분명히 안정을 주는 부적을 그려 넣었는데, 어찌 이리 요란한 꿈을 꾸는 걸까요?”이천이 눈썹을 찌푸리며 말했다.“오늘, 경장명을 두 번이나 만났습니다.”정 도사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서 그렇겠지요. 그놈, 꽤나 집요하군요.”그는 다시 결을 맺고 손가락으로 허공에 부적을 그렸다.은은한 기운이 일렁이며 공기가 미세하게 떨렸다.“이 경장명이란 자, 보통 인연이 아닙니다. 여러 기운이 얽혔습니다.”이천의 인상이 미세하게 굳었다.“혹시 그 자도… 도술을 부릴 줄 아는 자입니까?”“그럴 리 없지요. 하지만 인연이 너무 깊으면 그것 또한 속박이 됩니다.”이천은 깊게 숨을 들이쉬었다.‘연희가 깨어나면, 영이를 찾아야겠군. 혹시라도 도움이 될 만한 단서가 있을지도 모르니.’잠시 후, 심연희는 불편한 자세로 자다 깼다.허리며 어깨가 뻐근했고, 정신이 들자마자 눈앞의 광경에 깜짝 놀랐다.이천과 정 도사가 여전히 바둑판을 사이에 두고 앉아 있었던 것이다.‘내가… 대낮에 잠이 들었다니!’그녀는 얼굴이 화끈거려 고개를 숙였다.창밖으로는 쨍한 햇살이 내리쬐고, 하늘은 티 없이 푸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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