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풍은 갓을 쓰고 뒤를 돌아보았다가, 이천의 수심 가득한 얼굴을 보았다.“전하, 국공부에 가보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그가 조심스럽게 건의했다.이천은 낙풍을 차가운 눈빛으로 노려보았다. 살아갈 날이 얼마 남지 않은게지? 지금 이 시간이 몇 시인데, 국공부에 도착하면 아마 다들 잠자리에 들었을 터였다.만약 그가 연희를 보고 싶다면, 창문을 기어 올라가야 할 것이다!심 국공과 국공부인 우옥명이 집에 계시거늘, 그가 어찌 감히 주제넘게 행동하겠는가!과거를 생각해보니, 비록 처음에는 연희의 악몽 때문이었다고는 하나, 그 후에도 그는 불청객처럼 몇 번이나 찾아갔었다.생각할수록 그는 자신이 마치 파렴치한 탕아 같았다.아니, 그는 정말 탕아가 맞았다.낙풍은 웅얼거리며 대답하고는, 하는 수 없이 눈보라를 맞으며 천왕부로 향했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에휴, 심 대인이 이틀 동안 감기에 걸려 고생 중이신데, 괜찮아지셨는지 모르겠네.”이 소리는 크지 않았다.그러나 마차 문이 닫히지 않아, 낙풍의 목소리가 바람과 눈을 타고 마차 안으로 고스란히 들어왔다.이천은 깊이 숨을 들이마셨다. 어제 심연희를 보러 갔을 때, 그녀가 심하게 기침하던 모습이 떠오르자, 마음속으로 걱정이 되지 않을 수 없었다.걱정 속에 가장 큰 부분은 그리움이었다.그는 정말 오랫동안, 아주 오랫동안 심연희의 손을 잡아보지 못했고, 안아보지도 못했다.“국공부로 가라.”“네?”이천이 차가운 눈빛으로 그를 노려보았다.낙풍은 그제야 깨달았다. “아, 알겠습니다!”봐라, 분명 마음속으로는 애타게 그리워하면서도 겉으로는 저리 점잖다니.심 국공부에 도착했을 때, 심씨 가문 사람들은 아직 잠들지 않고 있었다.낙풍이 물었다. “전하, 담을 넘어서 몰래…”“내가 그런 사람이더냐?”이천은 완전히 말문이 막혔다. 게다가 지금은 눈이 내리고 있었다. 그가 어디를 지나가든, 나중에 눈이 발자국을 다 덮어줄 수 있을지 누가 알겠는가!낙풍은 아니라고 하며 웅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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