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날.이영은 조회를 열기 위해 어전으로 향했다.심초운은 황궁 안을 거리낌 없이 거닐었으나, 그를 막아서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궁인들 모두가 그가 황제 이영의 총애를 받는 정인임을 익히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그는 먼저 관성대로 향했다. 그러나 그곳에는 용강한과 소우연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어젯밤 수라 자리에서 들은 대로, 이미 진청산을 찾으러 능운종으로 떠난 모양이었다.심초운은 곧 발길을 돌려 어전으로 향했다.조회가 끝나갈 즈음, 밖에서 발소리가 들려왔다. 그는 재빨리 몸을 날려 그림자처럼 내실 휘장 뒤에 숨었다. 숨을 죽이고 기척을 살폈다.이영이 안으로 들어섰고, 그 뒤를 소열이 바짝 따라 들어왔다.휘장 틈 사이로, 소열이 이영 앞에 무릎을 꿇는 모습이 보였다.“폐하, 결코 폐하의 뜻을 거스르려 한 것이 아닙니다. 흠천감의 법진 공사는 혹한에 시작된 탓에 자재를 구하기가 무척 어려웠습니다. 또한… 저는 진청산이 태상황 폐하과 태후 마마, 그리고 용 대인과 심 대인을 마계에 봉인했다는 소식을 듣고는, 흠천감을 세우는 일이 더는 아무 의미가 없다고 여겼습니다!”그는 이마가 바닥에 닿도록 머리를 조아렸다.“폐하, 제가 잘못 생각했습니다. 부디 이번 한 번만 용서해 주시옵소서.”그 처연한 모습에 이영의 가슴 한편이 저릿해졌다.그의 출신은 스스로 택한 것이 아니었다. 이곳에 오게 된 것 역시 그의 의지라 할 수 없었을 터. 그러나 부모 세대의 원한이 두 사람을 적으로 묶어버렸고, 상황은 이미 여기까지 흘러와 버렸다.이영이 잠시 망설이자, 소열의 심장은 공포로 조여들었다.그는 심초운이 이렇게 빨리 돌아올 줄은 꿈에도 몰랐다. 이영이 진정단의 독기로 고통받을 때조차 자신을 거부했는데, 이제 심초운이 강대한 법력으로 그 독마저 해독해버렸으니, 자신에게 남은 자리가 어디 있단 말인가?진청산!그자는 그저 허풍만 떠는 비열한 소인배일 뿐이었다!소열은 황제를 능멸하려 한 적도, 감히 넘보려 한 적도 없었다. 그러나 매일 그녀를 마주하고, 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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