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난 이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Chapter 2211 - Chapter 2220

2326 Chapters

제2211화

이영은 조금 전, 용강한이 흠천감의 법진 공사가 더디다고 하던 말을 떠올렸다.설마… 소열이 겉으로만 따르는 체하며 뒤로는 자신의 명을 어기고 제멋대로 움직이고 있는 것은 아닐까?황제로서 위엄을 떨치고는 있으나, 그 위세의 절반 이상은 사실상 소열이 세워준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 사실을 부정할 수 없기에 마음이 더 무거웠다.심초운이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누님, 이 황권을 폐하께서는 어느 정도나 장악하고 계십니까?”이영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예전 병부상서 자리가 공석이 되었을 때, 배경은 없으나 실력만큼은 확실한 인물을 직접 발탁해 앉힌 적이 있었다. 군부 곳곳에도 그런 인재들을 심어 두었다. 하지만 그 모든 과정이 소열의 눈을 완전히 피해 갔을 리는 없었다.이영의 설명을 듣고 난 심초운이 조용히 말했다.“만약 소열이 반역의 기미를 드러낸다면, 그 군대는 저희가 통제하지 못하게 될 것입니다.”이영은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이제 우리는 어찌해야 하겠느냐?”그 순간, 심초운의 입가에 묘한 웃음이 번졌다.이영은 자신도 모르게 그를 넋 놓고 바라보았다. 오만하면서도 치명적인, 이전에는 쉽게 드러내지 않던 기세. 심장이 세차게 요동쳤다. 운초에게 이런 거침없는 면모가 있었던가.“누님, 어찌 그런 눈으로 저를 보십니까?”“예전의 너와는 조금 다른 듯하여.” 이영이 진지한 얼굴로 답했다.심초운이 웃으며 되물었다.“어찌 다르다고 하십니까?”“풍기는 기운이 달라졌구나.”그녀가 빤히 바라보자, 심초운은 결국 웃음을 터뜨렸다. 그녀를 바라볼 때마다 가슴이 벅차올랐다. 사실 그는 변한 것이 없었다. 언제나 그녀의 남자였다. 다만 모진 세월을 함께 건너오며 서로에게 더 깊이 스며들었을 뿐이었다.그는 그녀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자신감이 생겼구나.”“자신감이요?” 심초운이 눈을 깜박였다.“제가 전에는 자신감이 없었단 말씀이십니까?”“남들 앞에서는 어땠는지 몰라도, 내 앞에서는 조심성 많은 어린 강아지 같았다.”심초운이 잠시 말을
Read more

제2212화

다음 날.이영은 조회를 열기 위해 어전으로 향했다.심초운은 황궁 안을 거리낌 없이 거닐었으나, 그를 막아서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궁인들 모두가 그가 황제 이영의 총애를 받는 정인임을 익히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그는 먼저 관성대로 향했다. 그러나 그곳에는 용강한과 소우연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어젯밤 수라 자리에서 들은 대로, 이미 진청산을 찾으러 능운종으로 떠난 모양이었다.심초운은 곧 발길을 돌려 어전으로 향했다.조회가 끝나갈 즈음, 밖에서 발소리가 들려왔다. 그는 재빨리 몸을 날려 그림자처럼 내실 휘장 뒤에 숨었다. 숨을 죽이고 기척을 살폈다.이영이 안으로 들어섰고, 그 뒤를 소열이 바짝 따라 들어왔다.휘장 틈 사이로, 소열이 이영 앞에 무릎을 꿇는 모습이 보였다.“폐하, 결코 폐하의 뜻을 거스르려 한 것이 아닙니다. 흠천감의 법진 공사는 혹한에 시작된 탓에 자재를 구하기가 무척 어려웠습니다. 또한… 저는 진청산이 태상황 폐하과 태후 마마, 그리고 용 대인과 심 대인을 마계에 봉인했다는 소식을 듣고는, 흠천감을 세우는 일이 더는 아무 의미가 없다고 여겼습니다!”그는 이마가 바닥에 닿도록 머리를 조아렸다.“폐하, 제가 잘못 생각했습니다. 부디 이번 한 번만 용서해 주시옵소서.”그 처연한 모습에 이영의 가슴 한편이 저릿해졌다.그의 출신은 스스로 택한 것이 아니었다. 이곳에 오게 된 것 역시 그의 의지라 할 수 없었을 터. 그러나 부모 세대의 원한이 두 사람을 적으로 묶어버렸고, 상황은 이미 여기까지 흘러와 버렸다.이영이 잠시 망설이자, 소열의 심장은 공포로 조여들었다.그는 심초운이 이렇게 빨리 돌아올 줄은 꿈에도 몰랐다. 이영이 진정단의 독기로 고통받을 때조차 자신을 거부했는데, 이제 심초운이 강대한 법력으로 그 독마저 해독해버렸으니, 자신에게 남은 자리가 어디 있단 말인가?진청산!그자는 그저 허풍만 떠는 비열한 소인배일 뿐이었다!소열은 황제를 능멸하려 한 적도, 감히 넘보려 한 적도 없었다. 그러나 매일 그녀를 마주하고, 몸을
Read more

제2213화

이영은 미간을 깊게 찌푸렸다. 다른 사람이었다면 진작 제 손으로 목숨을 거두었을 터였다.하지만 소열은… 지금까지 돌이켜보면, 법진 공사를 지연시킨 것. 그것이 그의 유일한 과오였다.심초운의 입가에 서늘한 미소가 번졌다. 그는 천천히 소열에게 다가갔다. 커다란 손에서 검붉은 마기가 실핏줄처럼 뻗어 나오더니, 허공을 가르며 소열의 몸을 번쩍 들어 올렸다.형체 없는 마수가 소열의 목을 조여들었다.조금만 더 힘을 주면, 그 가느다란 숨줄은 그대로 끊어질 기세였다.“폐, 폐하… 살려주십시오!”“폐하… 구해주십시오!”소열의 눈에 핏발이 서고 숨이 가빠졌다.죽고 싶지 않았다. 이렇게 끝날 수는 없었다…심초운의 목소리가 차갑게 울렸다.“오늘 네 목숨을 거두지는 않겠다. 다만, 우리 사이의 격차가 어디까지인지 뼈저리게 깨닫게 해주려는 것뿐이다. 주제를 안다면 목숨은 부지하겠지. 허나 감히 네 것이 아닌 사람을 탐낸다면… 그날이 곧 네 명줄이 다하는 날이 될 것이다.”마기가 소열의 몸을 칭칭 감아 조여들었다. 질식할 듯한 공포가 그의 전신을 짓눌렀다. 심초운은 그가 진정 한계에 다다랐다고 느낀 뒤에야 비로소 술법을 거두었다.소열의 몸이 쿵 소리를 내며 바닥으로 떨어졌다.심초운이 고개를 돌려 이영을 바라보았다.이영의 굳게 찌푸려졌던 미간이 서서히 풀렸다.그녀와 소열은 본래부터 적대할 수밖에 없는 사이였다. 이육진과 소우연, 그리고 소열의 부친 이지윤과 모친 아령. 이미 그들은 돌이킬 수 없는 원수 중의 원수였다.그들은 결코 평화롭게 공존할 수 없는 운명이었다.“이만 물러가거라.”이영의 음성은 얼음처럼 서늘했다.과거의 공을 보아 목숨만은 남겨둔 것이다.이것이 소열에게 내리는 마지막 동정이라, 그녀는 그렇게 여겼다.소열은 이를 악물고 머리를 조아렸다.“소열… 폐하와 심 대인의 은혜에 성은이 만극하옵니다.”몸을 일으키려 했으나, 사지에 힘이 하나도 남아 있지 않았다.이영이 밖을 향해 외쳤다.“이 내관!”“예, 폐하. 부르셨습니까.”문밖에
Read more

제2214화

말이 끝나기 무섭게 심초운이 손을 거두었다.이 내관이 허둥지둥 소열을 부축해 물러나려 하자, 이영의 목소리가 뒤에서 날아왔다.“이 내관.”이 내관은 급히 발길을 돌려 소열을 이끌고 돌아왔다. 그리고 이영 앞에 무릎을 꿇었다.“예, 폐하. 소인 여기 있습니다.”“내관의 옥인을 내려놓고, 네 제자 강원보를 데려와 네 주인을 따라가게 하여라.”이영의 시선이 생기가 완전히 빠져 유령처럼 서 있는 소열에게 향했다. 그녀의 목소리는 담담했다.소열은 초점 잃은 눈으로 허공을 바라보고 있었다. 마치 혼이 빠져나간 인형 같았다. 가슴 속은 이미 식어버린 재와도 같았다. 황제를 향해 불태우던 그 일편단심이었건만, 그녀는 단 한 번도 그를 제대로 돌아봐 준 적이 없었다.이 내관은 대신 은혜에 감사드린다며 깊이 절을 올렸다. 그리고 소열을 부축한 채 어전을 물러났다.잠시 후, 심초운이 이영을 바라보며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제가 지나치게 모질었다고 원망하십니까? 누님의 마음속에 소열의 자리가 아직 남아 있을까, 그 점이 걱정됩니다.”이영은 옅게 웃었다.“어찌 그럴 리가 있겠느냐? 그와 나 사이의 일은 비록 그의 잘못만은 아닐지라도, 결코 내가 원해 벌어진 일은 아니었다.”그녀의 눈빛이 차분히 가라앉았다.“명색이 천자인데, 어찌 스스로를 낮추어 그의 일방적인 연심을 받아주어야 한단 말이냐?”“세상에 그런 법은 없다.”“아바마마께서도 말씀하셨지. 두 마음이 서로 맞닿아 연모하고 아끼는 것, 그것이 남녀 간의 정이라 하셨다.”그녀의 음성은 더욱 또렷해졌다.“그가 약하다는 이유로, 혹은 그의 잘못이 아니라는 이유로 내가 나를 희생해야 한다면… 나는 대체 무엇이란 말이냐? 약자에게 내려지는 상이더냐, 아니면 전리품이더냐?”심초운의 눈빛이 깊어졌다.이영의 마음속에는 소열의 자리가 단 한 조각도 남아 있지 않았다.그는 부드럽게 고개를 숙였다.“누님은 이 천하에서 가장 고귀한 분이십니다. 스스로를 굽히실 이유가 전혀 없지요.”이영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Read more

제2215화

이 내관과 제자 강원보까지 소열을 부축해 왕부로 돌아오는 모습을 본 이들은 사태의 심각함을 뼈저리게 실감했다.왕부에 도착하자마자 어의를 불러 진맥하게 했다. 어의는 한참 맥을 짚은 뒤 약 몇 첩을 지어주며, 며칠간 절대 안정을 취하면 차차 회복될 것이라 당부하고 물러났다.어의가 떠난 뒤, 이 내관은 침상 곁에 서서 초조한 얼굴로 소열을 바라보았다.“이제 어찌하시렵니까? 지금이라도 이 장군이나 위 장군께 이 사실을 알려야 하지 않겠습니까?”소열은 허탈한 웃음을 흘렸다. 공허한 눈으로 이 내관을 바라보며 되물었다.“네가 보기에, 내 군대가 그 황위를 다시 빼앗아올 수 있을 것 같으냐?”이 내관과 강원보는 서로 눈을 마주쳤다.사실 이 내관의 속내는 바로 그것이었다. 생살여탈권을 쥔 권좌를 마다할 사내가 어디 있겠는가. 더구나 소열은 본래 황제의 명을 타고난 자였다. 그런데 고작 여인 하나 때문에 이토록 처참한 처지가 되었으니, 지켜보는 이들의 가슴이 미어지는 것은 당연했다.소열이 쓸쓸히 웃었다.“마족의 능력을 보지 않았느냐? 이런 상황에서 천만대군이 내게 있다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 심초운 한 사람조차 감당하지 못하는데.”그의 눈빛이 점점 흐려졌다.“내게 이 강산과 황제 자리가 무슨 의미란 말이냐?”“내가 원한 것은 처음부터 끝까지 오직 그녀뿐이었다.”목소리가 갈라졌다.“그녀를 온전히 차지하고 싶었던 것도 아니다. 그저… 단 한 번이라도 그녀의 눈길이 내게 머물기를 바랐을 뿐이다. 마음속에 내 자리가 없어도 좋고, 나를 장난감처럼 여겨도 좋으니, 그저 곁에만 있게 해달라고 빌었거늘…”그의 손이 이불 위에서 떨렸다.“그런데 그녀는 나를 원치 않는다. 나라는 존재 자체를 거부하고 있다.”핏빛이 어린 눈으로 이를 악물자, 원한이 서린 숨결이 방 안을 짓눌렀다. 이 내관과 강원보는 그 처연한 모습에 가슴이 저려왔다.이 내관이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폐하, 어찌 이리 어리석으십니까. 이 천하에 얻지 못할 여인이 어디 있겠습니까? 소인
Read more

제2216화

무애산맥.소우연과 용강한은 나란히 길을 따라 걸으며 눈앞에 펼쳐진 수려한 풍경을 담아냈다.정오의 햇살은 살을 파고들 듯 따가웠다. 소우연은 쓰개치마를 깊이 눌러 얼굴을 가렸지만, 쏟아지는 열기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어느새 그녀의 작은 얼굴은 발갛게 달아올라 있었다.따스한 햇살을 즐기며 걷던 용강한은 문득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소우연의 안색이 심상치 않게 붉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그의 시선이 닿자, 소우연은 괜히 수줍어진 듯 고개를 살짝 숙였다.용강한은 산맥의 가장 높은 지점에서 걸음을 멈췄다. 멀리 굽이치는 산줄기와 깊은 협곡이 장엄한 기세를 뽐내고 있었지만, 주변에는 인가 하나 없이 적막만이 감돌았다.그가 손을 들어 결인을 맺자, 산속의 나무와 꽃풀들이 살아 움직이듯 흔들렸다. 향 하나가 다 타기도 전에, 두 사람 앞에는 아늑하고 소박한 은신처가 모습을 드러냈다. 마치 오래전부터 그 자리에 존재해왔던 것처럼 자연스러웠다.그 광경을 지켜보던 소우연의 가슴이 벅차올랐다. 용강한의 신통력이 어느 경지에 이르렀는지 짐작조차 되지 않았다.용강한이 부드럽게 손을 내밀었다.소우연은 망설임 없이 그 위에 자신의 손을 얹었다. 며칠간 현령대륙을 함께 유람하며, 이런 사소한 접촉은 이미 자연스러운 일이 되어 있었다.하지만 그녀의 손을 잡는 순간, 용강한은 체온이 비정상적으로 높다는 사실을 곧바로 알아챘다. 차갑고 매끄러운 그의 손이 닿자, 소우연은 자기도 모르게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결국… 또 미독이 발작하려는구나.’용강한은 아무 말없이 그녀를 이끌고 나뭇잎으로 엮은 은신처 안으로 들어갔다. 허리를 굽혀 자리에 앉은 그는 보드라운 잎사귀들을 정성스레 고르고, 자신의 겉옷을 벗어 그 위에 곱게 펼쳐 깔았다.그 세심한 손길을 지켜보는 소우연의 뺨은 더욱 뜨거워졌다. 단지 미독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가 무엇을 하려는지 너무도 잘 알고 있었고, 이제는 그를 밀어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가슴이 쉴 새 없이 요동쳤다.용강한이 고개를 들어 그녀를 바
Read more

제2217화

이육진을 떠올리자, 소우연의 가슴 한켠이 은근히 저려왔다. 그가 두 사람의 인연을 받아들이겠노라 말하긴 했지만, 그 말이 모든 것을 지워주지는 못했다. 미안함은 여전히 얇은 그림자처럼 마음속에 남아 있었다.용강한은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보따리를 풀어 수통과 몇 가지 다과를 꺼내 가지런히 늘어놓았다.“이 야명주는 마계를 떠날 때 챙겨온 것이긴 하나, 폐하의 물건은 아니다.”담담한 설명에 소우연이 그를 똑바로 바라보며 물었다.“그럼 어디서 난 건가요?”“혼돈에게서 얻은 것이란다.”순간 소우연의 눈이 가늘게 떨렸다. 혼돈이라니. 용강한이 그 거대한 괴물과 맞닥뜨렸을 때, 망설임 하나 없이 놈의 아가리 속으로 뛰어들어 배 속까지 파고들었던 일이 선명히 떠올랐다. 그렇다면 이 야명주는… 혼돈의 뱃속에서 나온 것이란 말인가.그녀의 표정을 읽은 듯, 용강한이 덧붙였다.“아마 혼돈의 내단, 곧 혼돈주일 게다. 마기가 조금 서려 있으니 내가 완전히 정화한 뒤에 연이 네게 주마. 장난감 삼아 가지고 놀면 되지 않겠느냐?”소우연은 은신처 위에 매달린 혼돈주를 올려다보았다. 맑고도 묘하게 음산한 빛이 서려 있었다. 그녀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용강한은 곧 정결술을 펼쳤다. 눈에 보이지 않는 기운이 스치듯 지나가자, 방금 전까지 어지럽혀졌던 자리와 은신처 안이 처음처럼 말끔하고 정갈하게 정돈되었다.두 사람은 나란히 앉아 다과를 나누고 목을 축였다. 서로의 체온이 자연스레 스며들 듯 가까이 기대자, 용강한이 손을 크게 휘둘렀다.그 순간, 은신처 천장에 둥근 구멍이 열리며 보름달처럼 환한 틈이 생겼다. 그 너머로 밤하늘이 펼쳐지고, 쏟아질 듯한 별빛이 은은히 쏟아져 들어왔다.소우연은 숨조차 잊은 채 그 광경을 올려다보았다. 능운종으로 향하는 여정은 고행이 아니라 유람이었다. 술법 덕에 험로도 험로가 아니었고, 하루하루가 그저 천하를 구경하는 나날 같았다.“보기 좋으냐?”낮게 울리는 그의 물음에 소우연이 환히 웃었다.“네. 정말 예뻐요.”용강한의 시선이
Read more

제2218화

용강한은 부드럽게 웃으며 그녀를 안심시켰다.“걱정하지 말거라. 내가 결계를 쳐 두었으니, 진청산이 온다 해도 감히 연아의 잠을 방해하지는 못할 게다.”“그리 대단한가요?”“물론이지.”소우연은 입술을 살짝 깨문 채 조용히 웃었다. 그의 목소리는 깊은 산골짜기를 흐르는 맑은 샘물처럼 청아하게 귓가를 적셨다. 그 순간, 그의 큰 손이 다정하게 그녀의 입가를 스쳤다.“웃고 있구나.”“네.”“연이 너는 나와 함께 있는 것이 좋으냐?”“좋아요.”짧은 한마디였으나, 그 말은 차갑게 식어 있던 용강한의 가슴을 단숨에 데워버렸다. 그가 바라는 것은 거창한 것이 아니었다. 그저 그녀를 자주 보고, 그 곁을 지킬 수 있다면 그것으로 족했다. 그는 말없이 그녀를 더욱 깊이 끌어안았다.그의 목덜미에 닿는 소우연의 따뜻한 숨결이 은근한 간지러움을 일으켰다. 그럴수록 그의 호흡도 점차 거칠어졌다. 용강한은 고개를 숙여 그녀의 이마에 조심스레 입을 맞추고, 이어 붉은 입술을 가만히 머금었다.그는 몇 번이고 멈추어 그녀의 눈빛을 살폈다. 미독의 기운 때문이 아니라, 소우연이 온전히 제 의지로 자신을 받아들이고 있는지 확인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마침내 그 확신이 들자, 그는 더는 자신을 억누르지 않았다.미독이 발작했을 때의 소우연이 그를 광기 어린 무아지경으로 몰아넣었다면, 지금 이 순간은 그저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환희였다. 원앙은 부러워해도 신선은 부러워하지 않는다는 말 그대로의 기쁨. 그러나 그가 진정으로 갈망한 것은 단 하나였다. 미독이 아닌, 오직 자신 때문에 붉게 물든 그녀의 얼굴을 또렷한 정신으로 마주하는 것.산맥을 휘감는 바람은 결계 바깥에서만 맴돌 뿐이었다. 은신처 안은 그보다 훨씬 뜨거웠다. 고요한 밤공기를 가르며 두 사람의 가쁜 숨결과 낮은 신음, 멀리 숲속 짐승과 산새들의 울음이 묘하게 뒤섞여 또렷하게 울려 퍼졌다.하늘이 잿빛으로 밝아올 무렵.용강한은 품 안에서 깊이 잠든 소우연을 내려다보았다. 그의 입가에는 꿈속에서도 지워지지 않을
Read more

제2219화

용강한은 잠시 말을 고르듯 머뭇거렸다. 입에 올리기 민망한 이야기였으나, 끝내는 결심한 듯 입을 열었다.“그러니까… 혹여 내가 너를 불편하게 한 일이 있다면, 꼭 말해주어야 한단다. 그렇지 않으면 나는 알 도리가 없구나. 나는 네가 힘들기를 바라지 않는다. 오직 네가 행복하기만을 바랄 뿐이지.”두 사람이 함께라면 마땅히 서로가 기뻐야 하는 법이었다.그 말을 듣는 순간, 소우연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이번에는 미독 탓이 아니었다. 가슴이 쿵쾅거리며, 진심으로 부끄러워 붉어진 것이었다.“연아?”용강한은, 혹여라도 훗날 이육진에게 뒤처질까 하는 마음에 체면도 잊은 채 거듭 물었다. 소우연이 한마디만 해준다면 무엇이든 고칠 준비가 되어 있었다.그러나 소우연은 입술을 꽉 깨문 채, 용강한을 은신처 밖으로 밀어냈다.“연아…”“없어요, 그런 거!”용강한은 어안이 벙벙해졌다. 분명 없다고는 했으나, 방금 자신을 밀어내던 손에는 힘이 전혀 실려 있지 않았다.한참 동안 안에서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자, 그는 조심스레 안으로 들어갔다. 그곳에는 소우연이 그의 외포를 깔고 다시 곤히 잠들어 있었다.용강한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번졌다.이제야 조금 알 것도 같았다. 앞으로는 조금 더 절제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는 어디로도 가지 않았다. 조용히 다가가 팔을 내어 베개처럼 받쳐주었다. 그러자 소우연은 작은 머리를 그의 품에 파묻듯 부비며 자리를 잡더니, 이내 다시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그로부터 두 시진이 더 지나, 해가 서쪽으로 기울 무렵이 되어서야 소우연이 눈을 떴다.몸을 일으키려던 그녀는 온몸의 뼈마디가 쑤시고 부서질 듯한 통증에 미간을 찌푸렸다.용강한이 나직이 말했다.“연아, 내가 업어주마. 저잣거리로 가 객잔을 잡고 푹 쉬자구나.”이번에는 소우연도 고집을 부리지 않았다.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어차피 그가 자초한 일이니, 책임을 지는 것도 당연했다. 이러다가는 정말로 기운이 몽땅 빠져버릴 것만 같았다. 몸보신이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
Read more

제2220화

“아니야, 뭔가 이상해…”진청산은 미간을 깊이 찌푸린 채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아무리 생각해도 앞뒤가 맞지 않았다.“소우연과 이육진이 서로 아끼는 걸 생각해 보시오. 소우연이 제 발로 이육진을 배신할 리가 있겠소? 게다가 이육진은 상운국의 황제지 않소. 그런 사내가 제 여인이 다른 남자와 얽히는 걸 어찌 견딘단 말이오?”그 말을 듣는 순간, 임혜숙의 가슴 한켠이 싸늘하게 식었다. 불안이 물결처럼 밀려왔다. 그녀는 떨리는 눈빛으로 남편을 바라보았다.“당신도… 사내라면, 제 여인이 다른 사람과 얽히는 걸 참을 수 없다고 생각하시나요?”“그건 당연한 일이오!”단호한 대답이었다.임혜숙의 안색이 순식간에 창백해졌다. 그녀는 애써 목소리를 가다듬고 그를 똑바로 바라보았다.“그렇다면… 당신은 나를 어떤 마음으로 보고 계신 건가요?”진청산은 어이없다는 듯 되물었다.“내 마음이 어떠냐니, 그게 무슨 말이오? 그대에 대한 내 진심은 하늘이 알고 땅이 아는 법이오. 전생의 인연까지 거슬러 올라가서라도 그대와 함께하고 싶었을 정도란 말이오.”임혜숙의 입술이 미세하게 떨렸다.“그럼… 전생에 저는 어떻게 죽었나요?”그 질문에, 진청산이 진실을 말할 리 없었다.그는 예전과 다름없이 매끄러운 변명을 늘어놓으며 그녀를 끌어안았다.“부인,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은 오직 당신과 아령이 뿐이오.”임혜숙도 그를 마주 안았다. 하지만 마음 깊은 곳에 박혀 있던 이질감은 사라지지 않았다. 마치 기억 한 조각이 통째로 도려내진 듯한 공허함이었다.딸 이아령도 마찬가지였다. 아이 역시 전생의 기억이 전혀 없었다.어쩌면… 차라리 모르는 게 다행일지도 모를 터였다.임혜숙은 어렴풋이 아령이 아주 어렸을 때, 진청산이 자신들을 데리러 오지 않던 시절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때 그녀는 그가 자신을 잊었다고 믿었다. 기생의 신분에서 구해주지 않을 것이라 단정했고, 그 절망은 곧 자기혐오로 변했다.그리고 그 증오는… 둘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 아령에게로 향했다.그녀는 수시로 아이
Read more
PREV
1
...
220221222223224
...
233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