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난 이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Chapter 2231 - Chapter 2240

2324 Chapters

제2231화

“이… 이를 어쩌면 좋단 말인가!”“정녕 삼계가 저 자의 손에 무너지는구나…”제자들의 웅성거림이 파도처럼 번졌다.현령 선자는 그 소리를 들으며 천천히 뒤를 돌아보았다. 아령의 시신은 이미 자취도 없이 사라진 뒤였다.본래 용강한은 오선 가운데서도 공력이 가장 낮은 자로 알려져 있었다. 그러나 오늘 그가 드러낸 힘은 차원이 달랐다. 천지를 뒤엎고도 남을 만큼, 상상을 초월하는 위세였다.현령의 마음이 걷잡을 수 없이 흔들리던 그때, 진청산의 외침이 들려왔다.힘을 합쳐 마도에 빠진 용강한을 처단하자는 절박한 호소였다.현령은 이를 악물고 몸을 날렸다. 허공에서 법기 단선령을 꺼내 들고 진청산 곁에 섰다. 두 사람은 동시에 법력을 끌어올려, 하늘을 뒤흔드는 용강한의 기세를 억눌렀다.“어서 손을 거두거라!”현령의 목소리가 벼락 속으로 파고들었다.용강한은 미간을 깊이 찌푸렸다.그는 이 세계의 사람들을 해치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이곳의 모든 존재는 진청산이 만들어낸 허상에 불과했다. 그의 말에 홀려 움직이는 그림자들이었다.자신이 다치는 것은 상관없다. 하지만 만에 하나 패한다면… 소우연이 위험해질 터. 저들에게 그녀는 그저 제거해야 할 적일 뿐이었다.“현령 사저, 죄송합니다.”뜻밖의 사과였다.현령이 순간 멍해졌다.그가 왜 사과를 하는 걸까. 대체 무엇을 향한 말일까.다음 순간, 용강한의 몸이 기이하게 일그러지듯 변화했다. 마치 신령이 강림한 듯, 그가 펼치는 법술은 심연처럼 깊었다.현령조차 그의 경지를 가늠할 수 없었다.능운종 제자들도 더는 망설일 틈이 없었다. 옳고 그름을 따질 겨를도 없이, 그들은 다시 일어나 법력을 하나로 모았다.수백, 수천의 기운이 한 줄기로 엮여 용강한을 향해 몰아쳤다.그 광경을 지켜보던 소우연의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급히 장수 목걸이를 꺼냈지만, 이미 용강한이 펼친 결계 안에 갇혀 있었다. 안에서 빠져나갈 수도, 그를 도울 수도 없었다.“사부님!”목이 타들어 가는 심정으로 외쳤다.눈에 보일 만큼 수많은
Read more

제2232화

소열은 무너져가는 진청산을 품에 안았다.“외조부님, 장소검은 대체 어디에 있나요?”진청산은 제 생명이 다했음을 직감하고 있었다.외조부… 그 한마디가 귓가를 울리자, 마치 깊은 악몽에서 비로소 깨어난 듯한 기분이 들었다.자신은 대체 무엇을 한 걸까.임혜숙은 또다시 제 곁을 떠나버리고 말았다. 이 세계를 만든 이유가 무엇이었는가. 온 가족이 다시 모여, 이곳에서만큼은 평온히 살고자 함이 아니었던가.그런데 어찌하여… 어찌하여 이 지경에 이르렀단 말인가.진청산은 힘겹게 숨을 몰아쉬었다.“네가… 계속 이곳에 남고 싶다면… 절대로… 절대로 저들에게 말하지 말거라. 장소검은… 장소검은 바로…”숨결이 가늘게 끊어졌다. 목소리도 이미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소열이 귀를 가까이 가져다댔다.진청산은 마지막 남은 기운을 짜내어, 진실을 속삭였다.소열의 눈이 크게 흔들렸다.“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도저히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진청산의 입가에 미세한 경련이 일었다.“진… 진짜니라.”말이 끝나자마자, 그는 완전히 힘을 잃었다.진청산의 몸은 소열의 품 안에서 서서히 먼지처럼 흩어지기 시작했다. 마치 깃털이 바람에 실려 흩어지듯, 조용한 우화였다.거대한 능운종 연무장에 한 차례 바람이 휘몰아친 듯, 방금 전의 격전과 소란은 씻은 듯 사라져버렸다.적막뿐이었다.그때…“말해 주었느냐? 장소검이 어디 있는지?”소우연과 용강한이 몸을 날려 다가왔다.그들은 진청산이 소멸하는 광경을 똑똑히 보았다. 혹여 마지막 순간 행방을 남겼을까 싶어 초조하게 소열을 바라보았다.소열은 소우연을 보며 입을 달싹였다.“…들, 들었습니다.”“어디에 있느냐?”소우연이 재차 물었다.“그… 그게….”말끝이 흐려졌다.난처함과 갈등이 뒤섞인 얼굴이었다.소우연의 가슴속에 불길한 예감이 스쳤다.그와 동시에, 용강한의 손이 조용히 그녀의 손을 움켜쥐었다.“더는 묻지 말거라.”“하지만 사부님…”용강한은 소열을 한 번 힐끗 바라보았다.그리고 정화술을 펼쳤다.순간,
Read more

제2233화

“그럼 저희는요? 저희도 가짜란 말인가요?”용강한은 소우연의 손을 끌어 제 입가에 가져가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너를 연모하는 이 마음만은, 단 한 번도 거짓이었던 적이 없다.”소우연은 입술을 꼭 깨물었다. 달아오른 볼을 숨기려 고개를 숙였다가, 이내 솔직하게 끄덕였다.“……”“네.”수줍어하는 그 모습에 용강한의 마음은 당장이라도 녹아내릴 듯 일렁였다.잠시 후, 소우연은 다시 고개를 들었다.“하지만 아직도 이해가 되질 않아요. 진청산이 장소검을 어디에 두었다는 거죠?”용강한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확신은 없었으나, 짐작을 입 밖에 꺼냈다.“이곳에서 장소검은… 아직 태어나지 않은 것 같구나.”“태, 태어나지 않았다니요?”“그래.”“그렇다면…”소우연의 사고가 순간 멎었다. 이곳의 모든 것, 모든 이가 진청산의 화본 속 인물에 불과하다면… 아이를 낳을 수 있는 자는 오직 자신과 이영뿐이었다.그 말은 곧, 장소검이 이 세상에 태어나려면 자신이나 이영을 통해서만 가능하다는 뜻이 아닌가.“자식의 연을 어찌 사람이 제멋대로 좌우한단 말이에요? 말도 안 돼요!”그녀는 이를 악물었다.“자식의 인연은 본디 인력으로 어찌할 수 없는 법. 허나 이곳이 화본의 세계라면… 이야기는 달라지지.”그것이 용강한과 자신일지, 이육진과 자신일지, 혹은 심초운과 이영일지… 알 수 없었다. 다만 상운국에서라면 그 어떤 경우에도 그 영혼을 잉태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곳은 진청산이 짜놓은 판이었다.소우연의 입술이 가늘게 떨렸다.용강한은 애틋한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다가, 콧등을 살짝 건드렸다.“걱정 말거라. 함께 있으니 안전할 게야. 네가 아이를 가질 일은 없을 것이다.”그 말에 소우연의 얼굴이 순식간에 홍당무처럼 붉어졌다. 생각해 보니, 결정적인 순간마다 그는 늘 기막히게 물러났었다.용강한은 낮게 한숨을 내쉬었다.“진청산의 게으른 성정으로 보아, 소열의 안전만큼은 보장하려 들었을 터. 그렇다면 장소검의 아비는 오직 소열뿐이겠지.”소우연은 그만 할
Read more

제2234화

“심 대인, 이 부분을 조개껍데기로 장식해 깃털처럼 살려 보면 어떻겠습니까?”방 장군이 다가와 묻자, 심초운은 한동안 대답이 없었다. 무엇에 홀린 사람처럼 허공만 응시하고 있었다. 방 장군이 고개를 들어 올려다본 순간, 심초운이 소매를 크게 휘둘렀다. 공중에 비단 자수처럼 떠 있던 백비둘기의 전언이 그 자리에서 흔적도 없이 흩어졌다.그는 방 장군이 내민 조개껍데기를 받아들었다. 매끄럽게 갈린 껍데기는 매미 날개처럼 얇고 투명했다. 구리거울보다도 더 맑게 빛나 사람의 얼굴이 또렷이 비칠 정도였다. 잠시 살피던 심초운이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좋구나. 그리 진행하거라.”“알겠습니다. 곧 장인들에게 지시하겠습니다.”방 장군은 예를 갖추고 물러났다.홀로 남은 심초운은 보이지 않게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설령 용강한의 경고가 없었다 하더라도, 이영과 소열이 이어질 일은 결단코 없었다. 과거 이영이 진정단의 고통에 시달릴 때, 그 고통을 누그러뜨릴 공법을 전해준 이 또한 용강한이 아니었던가. 그렇기에 그는, 지금의 이영에게 소열의 도움이 전혀 필요 없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터였다.그런데도 굳이 비둘기를 띄워 경고까지 남긴 이유는 무엇인가. 그 이면에 또 다른 꿍꿍이가 있는 것은 아닐까.이영이 정무를 마칠 시각이 가까워졌다. 심초운은 관성대를 내려와 황의전으로 향했다.“심 대인을 뵙습니다.”새로 발탁된 주 내관이 공손히 예를 올렸다. 심초운은 가볍게 시선을 주고는 곧 식사 자리로 발걸음을 옮겼다. 주 내관은 서둘러 손짓해 어린 내관들에게 어선방의 음식을 올리라 이르렀다.한 시진 남짓 지나 조회를 마친 이영이 돌아왔다. 어선방의 음식도 차례로 상에 올랐다. 상이 다 차려지자, 심초운은 궁인들을 모두 물리고 단둘이 남았다.그는 직접 이영의 그릇에 음식을 덜어 담으며 부드럽게 물었다.“요 며칠 국정이 많이 고되시지는 않으셨습니까.”이영은 담담히 대꾸했다.“그럭저럭 견딜 만하구나. 사해가 평온하니.”“폐하께서는 과연 대
Read more

제2235화

심초운은 이영의 단호한 대답을 듣고서야 비로소 마음이 풀린 듯, 조용히 말을 이었다.“용 대인께서 서신을 보내신 것은, 주로 폐하와 소열에 관한 일이었습니다. 대인께서 제게 공법을 전해 주셨으니, 제가 폐하의 진정단 기운을 다스려 드릴 수 있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아실 터인데도, 굳이 서신까지 보내 따로 당부하셨습니다.”“무슨 당부이기에 그러느냐?”심초운이 잠시 말을 고르자, 이영은 답답하다는 듯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너까지 남들처럼 말을 하다 마는 게냐? 내가 가장 싫어하는 것이 말을 끝맺지 않는 것임을 알 터인데.”심초운은 고개를 숙였다가 천천히 올렸다.“대인께서 특별히 당부하시기를, 소열과 함께 있지 말라 하셨습니다.”그 말이 떨어지자 이영의 얼굴이 순식간에 붉어졌다.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한 채 단호히 말했다.“그럴 리 없다.”지금은 곁에 심초운이 있지 않은가. 진정단의 독기에 이성을 잃고 숨이 막힐 듯 몸부림치던 그날, 소열과 살을 맞댔던 그때를 제외하면, 그와의 사이는 기껏해야 포옹이나 손을 잡는 것뿐이었다. 그 이상은 단 한 번도 없었다.심초운은 그런 이영을 말없이 끌어안았다.“폐하께서 저를 아끼시는 것도, 그럴 리 없다는 말씀도 믿습니다. 다만 대인께서 그리 경계하신 데에는 분명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진정단의 독기를 제어하지 못하는 지경에 이른다는 뜻이겠느냐?”이영이 떠올릴 수 있는 불안은 그것뿐이었다. 그러나 심초운은 고개를 저었다.“아닐 것입니다. 진정단 자체의 문제였다면, 대인께서 제게 직접 해결책을 일러 주셨을 겁니다. 굳이 폐하와 소열이 함께 있지 말라는 식으로 말씀하시지는 않았을 터입니다.”이영의 얼굴에 아직 걱정이 가시지 않자, 심초운은 서둘러 탕 한 그릇을 정성스레 떠 내밀었다.“이것을 드셔 보십시오. 달콤한 것을 드시면 기분이 조금은 나아지실 것입니다.”이영은 그가 건네는 탕 한 술을 받아먹었다. 달콤한 맛이 혀끝에 번졌다. 두 번째 술이 다가왔지만, 이번에는 입을 열지 않았다. 대신 아름다
Read more

제2236화

이영은 심초운을 바라보며 단호하게 말했다.“나는 그 승상이라는 자를 믿지 않는다. 오직 너만을 믿지.”심초운의 눈썹이 살짝 들렸다.“저를 말씀이십니까?”“그래, 바로 너 말이야. 앞으로는 네가 먼저 상소문을 추려서 내게 올리거라. 사소한 일이라면 네가 직접 처리해도 좋다.”심초운은 미간을 좁혔다.“저는 줄곧 정무에 깊이 관여하고 싶지 않았습니다.”이영은 그 이유를 알고 있었다. 혹여 권력을 탐한다는 구설에 오를까, 그는 늘 한 발 물러서 있었다.이영은 자리에서 일어나 그의 곁으로 다가갔다. 그리고는 조용히 그의 품에 안겼다. 여느 아내가 남편에게 기대듯, 나직하게 속삭였다.“나를 좀 도와주면 안 되겠느냐? 우리는 천지신명과 조상님들 앞에 맹세한 부부 아니더냐.”심초운은 결국 웃음을 터뜨렸다. 조상까지 들먹이며 부탁하는데, 더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는가.그녀를 위해서라면, 그는 무엇이든 감당할 수 있었다.“알겠습니다.”그녀의 간절한 눈빛을 외면할 재간이 없었다. 군주의 위엄과는 다른, 오직 자신에게만 보여주는 여인의 모습이었으니까.심초운의 허락에 이영의 얼굴이 환히 밝아졌다.“외삼촌께서 그다음 계획에 대해서는 아무 말씀도 없으셨느냐?”“없으셨습니다.”이영의 고운 눈썹이 살짝 휘어졌다.“우리에게 돌아오지도 않으시고?”심초운은 잠시 생각한 뒤 말했다.“제 짐작으로는… 아마 불운산과 마계의 접경으로 향하신 듯합니다.”이영의 가슴이 순간 크게 뛰었다.“아바마마를 찾으러 가신 게로구나.”심초운은 고개를 끄덕였다.이육진, 용강한, 그리고 소우연. 세 사람이 다시 얽히게 된다면 어떤 인연이 펼쳐질지. 문득, 이육진의 운명이 자신보다 더 기구하다는 생각이 스쳤다.……약속한 보름의 기한이 바로 다음 날이었다.이육진은 기 장로와 노 장로를 용암전으로 불러들였다. 두 장로는 공손히 예를 올렸다.“무슨 일이십니까, 마존.”이육진은 두 사람을 천천히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그대들은 내가 마계를 위해 얼마나 고심해 왔는지 누구보다
Read more

제2237화

“그렇지. 이 모든 것은 공적에 따른 보상이다. 인간 세상에서 문제를 일으키는 자가 있다면, 내 직접 그자를 멸하리라.”이육진의 음성은 서릿발처럼 차가웠다. 기 장로가 숨을 고르고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마계를 나갈 수만 있다면… 마존께서 품행이 단정한 자들을 인간 세상에 정착하게 하셔도 되지 않겠습니까? 우리 마계는 줄곧….”“인간과 마족은 본래 양립할 수 없는 존재다.”이육진이 단호히 말을 끊었다.“마족은 타고난 힘이 강하고 수련 또한 용이하다. 인간 세상에 나가면, 자신보다 약한 자를 억누르고자 하는 자가 반드시 생겨날 것이다.”그의 눈빛이 번뜩였다.“설령 그대들이 선한 마음을 지킨다 한들, 모두가 그러하리라는 보장은 없지 않지. 더구나 인간 세상이라 해서 전부 선인만 있는 것도 아니다. 충돌이 벌어지면, 그것은 곧 참극으로 번질 것이다.”기 장로와 노 장로는 다시 말문이 막혔다.마존 또한 마족이 아니던가. 수천 년 동안 마족은 마계를 벗어나는 것을 숙명처럼 갈망해 왔다. 그런데 길이 열리려는 이때, 마존은 오히려 인간 세상을 보호하겠다며 제약을 두고 있었다.이해는 되지 않았으나, 이는 지엄한 명이었다. 단 하루라도 인간 세상을 밟기 위해서라면, 그들은 마계를 철저히 다스려야 했다.이육진이 말을 이었다.“품행이 단정하고 우수한 마족을 따로 기록하여 ‘수정군’으로 모집할 것이다. 이들은 자격을 갖춘 백성을 인간 세상으로 인도하여 유람하게 하고, 밤하늘의 성진과 일월을 감상하도록 돕는 임무를 맡게 된다.”그 말을 듣는 순간, 두 장로의 눈이 번쩍 뜨였다. 수정군이라니. 남을 데려다주면서 스스로도 자연스레 인간 세상에 나갈 수 있는 자리 아닌가.그들의 눈빛이 분주히 흔들리는 것을 본 이육진이 피식 웃었다.“그래. 그대들 또한 마계를 잘 다스려 나의 뜻에 부합한다면, 마계를 넘나들 기회가 더 많아질 것이다. 허나 관리가 소홀하여 과오를 범한다면, 결코 엄벌을 면치 못하겠지. 명심하거라.”“저희 모두 마존의 분부를 받들겠나이다!”기
Read more

제2238화

기 장로와 노 장로 두 사람은 말없이 서로를 마주 보았다.“마존께서는 정말로…”기 장로는 끝내 말을 잇지 못했다.예전에는 오직 마궁만을 밝히던 가장 거대한 야명주였다. 그런데 이제는 마성 전체를 환히 비추고 있었다. 저 빛은 단순한 광휘가 아니었다. 마존의 대공무사한 뜻이 그대로 드러난 증표였다. 사사로움 없이 만민을 위하는 마음말이다.마존의 뜻을 받들어 맡은 바 소임만 다한다면, 마계를 벗어날 날 또한 멀지 않을 터였다.“마존을 따르는 길에 패배란 없네!”기 장로가 힘주어 말하자, 노 장로는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무언가를 가늠하려는 듯했다. 그 모습을 본 기 장로가 그의 손등을 탁 쳐 내렸다.“계산할 것 없네. 마존과 용 상선의 관계를 보게. 우리가 함부로 목숨을 해치거나 세상에 화를 끼치지만 않는다면, 우리 마계와 저 수선계 사이에 예전 같은 큰 충돌은 다시없을 것이야.”노 장로는 허허 웃음을 터뜨렸다.“과연 그렇군. 마존의 조치들과 용 상선과의 인연을 생각하면, 이는 삼계의 안녕을 위한 길이 분명하네.”두 사람의 눈빛에는 이전과는 다른 확신이 서려 있었다.……이육진은 시시각각 시간을 헤아리며, 일찌감치 결계가 있는 곳에 도착해 있었다.잠시 후, 결계 너머에서 미묘한 파동이 일었다. 미세한 틈이 서서히 벌어지기 시작했다. 그는 지체하지 않고 안쪽에서 내력을 쏟아부었다. 안팎의 힘이 맞물려 충돌하더니, 채 일각도 지나지 않아 결계에 굵은 균열이 번졌다.본래라면 그가 먼저 마계를 벗어날 생각이었다.그때, 결계 너머에서 용강한의 음성이 들려왔다.“이미 천령석산과 불운산 이곳에 결계를 쳐두었습니다. 그러니 빛이 마계의 한구석을 비추게 하여, 마족 백성들에게도 따스한 햇볕을 나누어 주는 것이 좋겠습니다.”정중한 존댓말이었다.이육진의 심장이 크게 요동쳤다.그제야 그는 반공중에 나란히 선 두 사람을 발견했다. 소우연과 용강한.두 사람은 끊임없이 법력을 쏟아부으며, 과거 상신이 남겨 둔 이 거대한 결계를 완전히 무너뜨리려 하고 있었다.
Read more

제2239화

용강한이 먼저 입을 열었다.“마계의 일을 마무리하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겠습니까?”이육진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렇습니다.”용강한은 잠시 소우연을 바라보았다가, 다시 이육진을 향해 말을 이었다.“그렇다면 저와 연이는…”말이 끝나기도 전에, 이육진의 몸이 번개처럼 움직였다. 순식간에 소우연의 곁에 선 그는 그녀의 손을 낚아채듯 붙들어 제 품으로 끌어당겼다.“여기는 제 구역입니다.”그의 목소리는 낮았으나 분명했다.“마족과 선인은 본래 양립할 수 없는 법이지요. 용 대인께서는 그만 능운종으로 돌아가시는 것이 좋겠습니다.”용강한은 잠시 말문이 막혔다.소우연은 입술을 꾹 다문 채, 이육진의 눈도, 용강한의 눈도 마주하지 못했다. 마치 두 사람이 나누는 대화를 듣지 못한 사람처럼, 묵묵히 고개만 숙이고 있었다.이육진이 덧붙였다.“보름이라는 기한, 그것이 우리의 약속이었습니다. 두 사람이 이곳에 왔으니, 약속은 이미 지켜진 셈이지요.”소우연이 마계를 떠나던 날, 그는 분명히 말했다.다시 만나게 되면 더는 물러서지 않겠노라고.그러니 이제 와서, 제삼자가 제 앞에서 질투를 드러낼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용강한은 이육진이 오해하고 있음을 알았다. 자신은 그저 그가 정무를 마쳐야 한다고 여겼을 뿐이었다. 그러나 굳이 해명하지 않았다. 그는 옅은 미소를 띠고 포권했다.“좋습니다.”그리고 소우연을 향해 부드럽게 말했다.“능운종이 멸망했으니, 다른 선문들도 불안에 떨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을 것이다. 내가 가서 선문의 일들을 정리하마. 연아, 보름 후에 내 너를 데리러 마계로 오마.”마지막 말은 마족들이 듣지 못하도록 아주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소우연은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발끝이 저절로 오그라들 만큼 민망했다.“저는 그때 옥새국에 가 있을게요. 영이와 아이들도 많이 걱정하고 있을 거예요.”“그래, 알겠다.”용강한은 그때 옥새국으로 가서 소우연을 데려오기로 마음을 정했다.곁에 서 있던 이육진이 한마디 거들었다.“연이는 제가 잘 보호하겠습
Read more

제2240화

기 장로는 뒤돌아 호위병들에게 몇 가지 지시를 내렸다.마족 호위병들은 두 대열로 갈라져 결계 입구 좌우를 굳건히 지켰다. 쏟아져 내리는 햇살 아래, 모두가 눈을 가늘게 뜨고 따스한 온기를 온몸으로 받아들였다. 가슴 한켠이 벅차올랐다.이것이 바로 햇빛의 향기였다.기 장로와 노 장로가 슬며시 시선을 주고받았다.“우리가 마계를 도망치려는 건 아니지, 않나?”“당연하지! 우린 마존의 오른팔과 왼팔이네. 어찌 마존의 명을 거역하겠는가!”기 장로가 낮게 웃었다.“그럼… 한번 가보세.”노 장로가 고개를 끄덕였다. 한번 가보는 것이야 무슨 큰일이겠는가.두 사람은 조심스레 결계 바깥으로 발을 내디뎠다. 눈앞에 펼쳐진 것은 인간 세상의 선경. 푸른 산과 맑은 하늘, 부드럽게 일렁이는 빛의 물결이 어우러진 풍광이었다.그러나 더는 나아갈 수 없었다.용강한과 그의 제자가 새로이 쳐 둔 결계는, 과거 상신이 남긴 결계와 비교해도 결코 약하지 않았다. 직접 부딪치지 않아도 자신들의 힘으로는 절대 뚫을 수 없다는 것쯤은 알 수 있었다.그제야 두 장로는 깨달았다.마존께서 이곳을 지키라 한 뜻은 단순히 겁을 주려는 것이 아니었다. 마족들이 호위병을 두려워해 함부로 날뛰지 못하게 함과 동시에, 진정으로 불순한 뜻을 품고 인간 세상을 어지럽히려는 자가 있다면, 설령 호위병의 진법을 뚫는다 해도 이 결계를 넘지 못하게 하려는 것이었다.그런 자들이야말로, 마존께서 말씀하신 대로 영원히 윤회하지 못하도록 처단해야 할 자들이었다.두 장로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마궁으로 돌아가는 길.소우연은 문득 밤하늘 한가운데 떠 있는 달을 발견했다. 무심코 뒤를 돌아보니, 햇빛이 비치는 저 너머는 분명 대낮이었다.그녀는 잠시 고개를 갸웃했다.이육진은 그 표정을 놓치지 않고 빙그레 웃었다.“그게 달이라고 생각했느냐?”“……”“네.”“내 침궁 지붕에 걸린 가장 큰 야명주다. 그 빛이 마계의 모든 곳을 비추었으면 하였지. 그들 또한 태생부터 악인은 아닐 터. 차근차근 인도하면 선
Read more
PREV
1
...
222223224225226
...
233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