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 장로와 노 장로가 채 다음 말을 잇기도 전에, 이육진의 모습은 환영처럼 스르르 흩어져 사라졌다.용암전 침궁.적막한 침궁 안.이육진은 벽에 걸린 소우연의 초상화를 오래도록 바라보고 있었다.그림 속 그녀는 여전히 맑고도 단정했다. 그 얼굴을 보고 있자니, 용강한에 대한 질투가 걷잡을 수 없이 치밀어 올랐다. 지금 이 순간에도, 그 사내는 소우연과 나란히 서서 웃고 있으리라... 어쩌면 그녀의 손을 잡고, 자신이 한 번도 보지 못한 표정을 보고 있을 수도 있었다.그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짓눌리는 듯 아려왔다.몸은 마계에 묶여 있으면서도, 그는 하루하루 날짜를 헤아렸다.보름의 기한까지 이제 닷새.소우연은 정말 자신을 데리러 올까.만약 온다면, 그는 망설임 없이 그녀를 따라갈 것이다. 마계도, 마존의 자리도, 이 피비린내 나는 세상도 전부 버릴 수 있었다.하지만 오지 않는다면… 그것은 그녀가 이미 더 나은 선택을 했다는 뜻이리라.그 생각이 심장을 후벼팠다.이육진은 몹시 초췌해 보였다. 눈빛은 깊게 가라앉았고, 어깨에는 보이지 않는 무게가 내려앉아 있었다. 그는 곁에 놓인 술단지를 집어 들고 무감각하게 들이켰다.그러나 이 세계에 온 뒤로, 취기조차 그에게는 사치였다. 아무리 마셔도 정신은 맑기만 했다.“연아….”그는 낮게 중얼거리며 초상화 속 그녀의 얼굴을 손끝으로 어루만졌다.“이곳 마계의 일은 다 정리해 두마. 나는… 너와 함께 가고 싶다.”그녀의 마음 한켠에 아직 자신을 위한 자리가 아주 조금이라도 남아 있다면, 그는 무엇이든 감내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옥새국방 장군이 흠천감 건립을 맡은 뒤로, 심초운 또한 공사 과정을 직접 감독했다. 일은 막힘없이 순조롭게 흘러갔다.어전에서는 이영이 신하들이 올린 상소문들을 살피고 있었다. 문안 인사부터 각지에서 바친 진귀한 보물 보고까지, 서류는 산처럼 쌓여 있었다. 아무리 넘겨도 끝이 보이지 않았다.그때, 문득 바람 한 줄기가 스쳤다.이영이 고개를 드는 순간, 심초운이 눈앞에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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