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난 이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Chapter 2221 - Chapter 2230

2326 Chapters

제2221화

임혜숙은 진청산의 말을 듣고서야 사태가 얼마나 심각한지 깨달았다. 그 순간, 더는 의심할 엄두조차 나지 않았다. 오히려 이육진과 소우연, 그리고 용강한 같은 이들이 가엾게 느껴질 지경이었다.“우리가 그들이 이곳을 파괴하도록 내버려 둘 수는 없지 않겠소?”진청산이 그녀의 양어깨를 단단히 붙잡고 물었다. 임혜숙은 망설임 없이 고개를 저었다.“아니요, 절대 안 돼요!”겨우 딸에게 속죄하고 보상할 기회를 얻었다. 누군가 그 소중한 시간을 산산이 부수게 둘 수는 없었다. 임혜숙은 마음을 굳혔다. 조만간 기회를 만들어 그들과 직접 담판을 짓겠다고!……며칠 뒤.용강한과 소우연은 여산 아래 작은 마을에 머물고 있었다. 여산의 풍광은 한 폭의 수묵화처럼 고요하고 아름다워, 바라보고 있으면 절로 마음이 풀렸다.그러던 어느 날 밤, 두 사람이 객잔으로 돌아왔을 때였다.흰옷을 단정히 차려입은 여인이 그들을 기다리고 서 있었다.‘이 사람이구나.’이아령의 생모, 임혜숙이었다.한눈에 봐도 기품이 서린 여인이었다. 몸짓 하나하나에 배어 있는 우아함은 소우연의 생모 임진숙보다 한층 깊고 단아했다. 임혜숙 역시 소우연을 보는 순간 가슴이 미묘하게 흔들렸다. 곱게 빚은 듯한 이목구비, 그리고 그 눈매. 자신은 물론 딸 아령과도 묘하게 닮아 있었다.소우연은 차마 ‘이모’라는 호칭을 꺼내지 못했다. 대신 능운종의 예법에 따라 공손히 불렀다.“임 사백님.”임혜숙의 시선이 천천히 용강한에게로 옮겨갔다. 그리고 두 사람이 꼭 맞잡은 손 위에서 멈췄다.“위로 올라가 이야기하시지요.”용강한은 그녀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짐작하고 있었다. 예전 같으면 능청스럽게 말을 돌렸겠지만, 이제는 진청산과의 피할 수 없는 결전이 코앞이었다.방에 들어서자마자 그는 소우연의 손을 더 단단히 쥐고 임혜숙 앞에 섰다.“저는 연이와 서로 마음이 통한 사이입니다. 사저께서는 더 말씀하지 않으셔도 됩니다.”임혜숙의 눈빛이 흔들렸다.“정말 두렵지 않은 겁니까? 능운종은 물론 천하의 수선 정파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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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22화

“장소검이 대체 누구란 말입니까?”임혜숙은 용강한이 어째서 그자의 이름을 꺼내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그자를 찾는 것이, 정녕 이곳을 파괴하기 위함입니까?”용강한이 담담히 답했다.“저는 이곳을 파괴할 생각 따위는 없습니다.”“정말 부수려는 게 아니라는 말입니까?”임혜숙의 미간이 깊게 모였다. 진청산은 분명 말하지 않았던가. 용강한과 소우연, 그리고 마계의 이육진 일당이 현령대륙을 멸망시키려 한다고.“아닙니다.”용강한의 음성에는 적의가 없었다. 그는 임혜숙에게 원한을 품지 않았다. 그녀 또한 타의로 다시 태어난 가련한 존재일 뿐이었다. 모든 업보는 자신과 진청산, 두 사람이 짊어져야 할 빚이었다.임혜숙은 나란히 서 있는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이상하리만치 잘 어울리는 모습이었다.“제발 허튼 마음먹지 말고 조용히 머물다 가십시오. 이곳을 부수지만 말아주십시오.”용강한의 입가에 옅은 웃음이 스쳤다.“우리가 얌전히 있다고 해서, 진청산이 우리를 가만히 내버려 둘 것 같습니까?”“……”그는 더 말을 잇지 않았다. 임혜숙은 아직 모르는 것이 너무 많았다. 진실을 알게 된다면, 그녀 역시 진청산처럼 자신을 뼛속 깊이 증오하게 되리라.“제가 설득해서, 다시는 두사람을 건드리지 못하게 하겠습니다…”“불가능한 일입니다.”“어째서 그러십니까?”용강한의 눈썹이 미묘하게 꿈틀거렸다.“돌아가 진청산에게 직접 물어보십시오. 왜 저를 죽이지 못해 안달이 났는지.”임혜숙은 무언가 더 말하려다 끝내 입을 다물었다. 이내 소매를 거칠게 휘날리며 자리를 떴다.그녀의 기척이 완전히 멀어진 뒤에야 소우연이 입을 열었다.“이곳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과, 사부님과 저의 얽힘은… 진청산이 사부님께 은혜를 베풀기 위해 만든 게 아니에요. 그저 사부님과 부군의 사이를 틀어지게 하고, 우리끼리 서로 죽고 죽이게 만들려는 수작일 뿐이죠.”용강한의 눈이 부드럽게 휘어졌다.“우리 연이는 참으로 총명하구나.”소우연은 입술을 꾹 깨물었다. 무슨 말을 해도 그는 늘 그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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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23화

물론 이육진 역시 깊은 정에 빠져본 적 있는 사내였다. 적이기는 하나, 관모의 집착 어린 눈빛 속에서 묘한 동병상련을 느끼지 않은 것도 아니었다.“네놈에게 기회를 주었거늘, 끝내 스스로 걷어찼구나. 무고한 생령들을 함부로 도륙하지만 않았어도, 네 목숨 하나쯤은 남겨두었을 것이다.”관모가 이를 악물었다.“약육강식! 그것이 마계의 법도다!”이육진이 비웃듯 코웃음을 쳤다.“법도라고? 가당치도 않구나. 그렇다면 그 법도대로 죽거라.”관모의 몸이 억울함에 부르르 떨렸다. 혼돈의 힘에 타고난 자질까지 갖추었고, 마족 백여 명을 산 제물로 바쳐 피의 제사까지 올렸다. 그런데도 왜 이육진을 이길 수 없단 말인가!그때, 은자유가 달려들어 이육진의 다리를 붙들었다.“죽이지 마세요! 제발… 이 아이를 죽이지 마세요!”이육진의 눈빛이 싸늘하게 식었다. 그는 콧방귀를 뀌며 발끝에 현력을 실었다. 다음 순간, 관모의 육신이 그대로 짓이겨졌다.검은 연기 한 줄기가 그의 몸에서 빠져나오는가 싶더니, 순식간에 살점은 사라지고 한 줌의 백골만이 남아 바닥에 흩어졌다.이육진이 도망치는 검은 연기를 쫓아 몸을 날렸다.남겨진 은자유는 관모의 유골 앞에 무너져 내렸다. 핏빛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떨리는 손은 어디에도 닿지 못한 채 허공을 헤맸다.“어째서… 어째서 이렇게 된 거야… 네가 관모라고, 네가 바로 그 사람이라고 왜 진작 말하지 않았어….”그녀의 목소리가 갈라졌다.“죽지 마… 제발 죽지 마….”사방은 어둠뿐이었다. 누구도 그녀의 절규에 답하지 않았다.관모의 혼백조차 한 조각 남지 않았다. 이토록 허망한 결말이 또 어디 있단 말인가.잠시 후, 이육진이 멸신편을 쥔 채 돌아왔다.은자유는 피 맺힌 눈으로 그를 노려보았다. 왜 하필 이 사내를 사랑했을까. 왜 수백 년을 연모하며 결국 이런 비참한 지경에 이르렀을까.살아 있는 한, 이 울분은 사라지지 않을 터였다.은자유는 비틀거리며 몸을 일으켰다. 손에 자빙검을 쥐어 뽑았다.“재간이 있다면… 나도 죽여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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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24화

기 장로와 노 장로가 채 다음 말을 잇기도 전에, 이육진의 모습은 환영처럼 스르르 흩어져 사라졌다.용암전 침궁.적막한 침궁 안.이육진은 벽에 걸린 소우연의 초상화를 오래도록 바라보고 있었다.그림 속 그녀는 여전히 맑고도 단정했다. 그 얼굴을 보고 있자니, 용강한에 대한 질투가 걷잡을 수 없이 치밀어 올랐다. 지금 이 순간에도, 그 사내는 소우연과 나란히 서서 웃고 있으리라... 어쩌면 그녀의 손을 잡고, 자신이 한 번도 보지 못한 표정을 보고 있을 수도 있었다.그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짓눌리는 듯 아려왔다.몸은 마계에 묶여 있으면서도, 그는 하루하루 날짜를 헤아렸다.보름의 기한까지 이제 닷새.소우연은 정말 자신을 데리러 올까.만약 온다면, 그는 망설임 없이 그녀를 따라갈 것이다. 마계도, 마존의 자리도, 이 피비린내 나는 세상도 전부 버릴 수 있었다.하지만 오지 않는다면… 그것은 그녀가 이미 더 나은 선택을 했다는 뜻이리라.그 생각이 심장을 후벼팠다.이육진은 몹시 초췌해 보였다. 눈빛은 깊게 가라앉았고, 어깨에는 보이지 않는 무게가 내려앉아 있었다. 그는 곁에 놓인 술단지를 집어 들고 무감각하게 들이켰다.그러나 이 세계에 온 뒤로, 취기조차 그에게는 사치였다. 아무리 마셔도 정신은 맑기만 했다.“연아….”그는 낮게 중얼거리며 초상화 속 그녀의 얼굴을 손끝으로 어루만졌다.“이곳 마계의 일은 다 정리해 두마. 나는… 너와 함께 가고 싶다.”그녀의 마음 한켠에 아직 자신을 위한 자리가 아주 조금이라도 남아 있다면, 그는 무엇이든 감내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옥새국방 장군이 흠천감 건립을 맡은 뒤로, 심초운 또한 공사 과정을 직접 감독했다. 일은 막힘없이 순조롭게 흘러갔다.어전에서는 이영이 신하들이 올린 상소문들을 살피고 있었다. 문안 인사부터 각지에서 바친 진귀한 보물 보고까지, 서류는 산처럼 쌓여 있었다. 아무리 넘겨도 끝이 보이지 않았다.그때, 문득 바람 한 줄기가 스쳤다.이영이 고개를 드는 순간, 심초운이 눈앞에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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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25화

이영은 이 내관을 똑바로 바라보았다.“그 자는 지금 어디에 있느냐? 어디로 갔는지, 언제 떠났는지 숨김없이 말해 보아라.”이 내관이 급히 머리를 조아렸다.“전하께서는 폐하께서 궁에서 내치신 바로 다음 날 길을 떠나셨습니다. 어디로 향하시는지는 따로 밝히지 않으셨습니다.”다음 날이라니.벌써 엿새, 어쩌면 이레가 흐른 뒤였다.이영은 천천히 시선을 옮겨 심초운을 바라보았다. 심초운은 엷은 미소를 머금은 채 이 내관에게 물러가라 손짓했다. 어찌 되었든, 이영이 직접 확인하는 편이 옳았다. 그는 자신과 이영 사이에 소열로 인한 사소한 오해 하나조차 남겨 두고 싶지 않았다.문이 닫히자, 이영이 조용히 물었다.“초운아, 그 자가 어디로 갔을 것 같으냐?”심초운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고개를 들었다.“능운종으로 갔을 가능성이 큽니다. 진청산을 찾아갔을지도 모르겠습니다.”능운종, 진청산이라. 그는 소열의 외조부가 아닌가.이영의 눈빛이 미묘하게 흔들렸다.“결코 나를 배신하지 않겠다 하였다.”그 말에 심초운은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배신을 하느냐 마느냐는 결국 시간이 증명할 일이었다.잠시 후, 그는 담담히 입을 열었다.“흠천감 건립을 맡겼을 때, 소열은 분명 태만했습니다. 태극진법을 완성할 의지가 없어 보였습니다.”이영 또한 그 사실을 또렷이 기억하고 있었다. 다만 소열은, 이육진과 소우연, 그리고 심초운 일행이 마계에 봉인되어 평생 돌아오지 못하리라 믿었기에 잠시 마음이 흐트러졌다고 변명했었다.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이니, 완전히 믿자니 마음 한구석이 걸렸다.이영은 다시 물었다.“외삼촌이나 어마마마와 연락이 닿겠느냐? 가능하다면 그분들께 서신을 보내다오.”심초운에게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그는 마계의 황자였다. 결코 범상한 힘을 지닌 자가 아니었다.그는 큰 손을 들어 올렸다. 검지를 붓 삼아 허공에 금빛 인장을 새기듯 밀서를 적어 내려갔다. 글자가 허공에 번쩍이더니, 곧 현력으로 응결한 검은 까마귀 한 마리가 나타났다. 까마귀는 서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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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26화

능운종 산자락에는 겨울 매화와 막 올라오는 봄기운이 묘하게 뒤엉켜 있었다.봄은 봄대로 연한 빛을 펼쳐 보이고, 겨울은 겨울대로 눈을 품은 채 물러나지 않았다. 설기와 온기가 한데 부딪히는, 기묘하고도 이질적인 풍경이었다.용강한과 소우연은 망설임 없이 능운종을 향해 날아올랐다. 두 사람이 허공을 가르자, 수천의 제자들이 두 사람의 접근하는 기운을 감지했다. 곧바로 장문인 진청산에게 급보가 전해졌다.그 시각, 진청산은 임혜숙의 눈썹을 그리고 있었다.제자의 다급한 보고가 들려오는 순간, 그의 눈꺼풀이 제멋대로 파르르 떨렸다. 손에 들린 미필이 중심을 잃더니, 막 그리던 눈썹 끝이 비뚤어지고 말았다.“부군, 괜찮으세요?”임혜숙이 그의 손을 감싸 쥐며 미필을 조심스레 내려놓았다. 그녀의 눈에는 걱정이 어렸다.사실 그녀는 이전에 몰래 용강한과 소우연을 찾아간 적이 있었다. 그러나 그 일은 끝내 진청산에게 털어놓지 못한 채 가슴에 묻어 두고 있었다.이제 그 사제가 직접 능운종에 나타났다.본래 그들은 남과 다투기를 꺼리는 성정이었다. 그러나 지난번 작은 마을에서 마주했을 때, 임혜숙은 분명히 느꼈다. 그들의 태도는 가면과도 같았다는 것을 말이다. 단지 무엇을 쟁취하려는 수준이 아니었다. 그들은 이곳 자체를 무너뜨리려는 기세였다.진청산이 임혜숙의 손을 꽉 움켜쥐었다.“감히 이곳까지 오다니!”설령 용강한과 소우연에 더해 이육진과 심초운까지 가세한다 한들, 결코 자신의 상대는 되지 못할 터였다. 원래라면 자신을 피해 숨어 지내야 할 자들이, 어찌하여 제 발로 능운종에 들이닥친단 말인가.심상치 않았다.가슴 깊은 곳에서 불길한 예감이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그 감각은 진청산을 묘하게 초조하게 만들었다.“염려 마시오, 부인. 내가 직접 나가 상대할테니.”그가 몸을 일으키자, 임혜숙이 급히 그의 소매를 붙잡았다.“부군, 장소검이 대체 누구인가요?”진청산이 흠칫하며 돌아섰다.“부인께서… 장소검을 어찌 아시오?”“용강한과 소우연을 만난 적이 있어요. 느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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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27화

아령은 미간을 깊이 찌푸린 채 날카롭게 되물었다.“그들이 무슨 권리로 이곳을 무너뜨린단 말입니까!”임혜숙의 목소리가 낮게 가라앉았다.“이곳이 사라지면… 우리 가족도 모두 흔적 없이 사라지게 될 게다.”아령의 눈빛이 흔들렸다.“어머니, 그럼 저희도 당장 가서 확인해 보시지요.”“안 된다!”임혜숙이 단호하게 외치며 아령의 손을 꽉 붙잡았다.전생에 그토록 모질게 대했던 딸이었다. 그 죄책감 때문에 이번 생에서는 감히 가까이 다가서지 못하고, 늘 한 발 물러나 지켜보기만 했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만큼은 달랐다.임혜숙의 눈시울이 붉게 물들었다.“아령아, 너와 소열이는… 상황이 심상치 않다 싶으면 곧장 이곳을 떠나거라.”“어머니…”“내 말을 듣거라.”임혜숙은 떨리는 손으로 아령의 얼굴을 조심스레 어루만졌다.“나와 네 아버지, 그리고 현령 선자까지. 우리 세 상선이 힘을 합치면 충분히 그들을 막아낼 수 있을 게다. 만약 우리 셋이서도 감당하지 못할 정도라면… 너희가 나선다 한들 아무 소용이 없지 않겠느냐.”“어머니…”“어서, 약속하거라.”임혜숙은 결국 아령을 끌어안았다.흐느낌을 애써 삼키며, 곁에 서 있던 소열까지 함께 끌어당겼다.세 사람이 서로를 끌어안은 채 잠시 말없이 서 있었다.소열은 어려서부터 모성애라는 것을 느껴본 적이 없었다. 아령도, 임혜숙도 알지 못한 채 살아왔다. 그러나 영혼의 울림은 거짓이 아니었다. 가슴 깊은 곳에서 피가 이어져 있다는 감각이 분명히 전해졌다.그는 본능적으로 깨달았다.자신이 이 두 사람의 혈육이라는 사실을 말이다.잠시 마음이 흔들리던 소열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그들이 외조부님을 찾아온 건… 분명 장소검 때문일 겁니다.”“장소검?”아령이 의아한 눈빛으로 소열을 바라보았다.임혜숙 또한 놀란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너… 너도 장소검을 아느냐?”소열은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외할머니, 저도 압니다. 장소검은 제 과거 가장 절친했던 지기였습니다.”“장소검이… 네 지기였다고?”“그렇습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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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28화

구름과 안개가 자욱이 내려앉은 연무장.짙은 운무 사이로 쓰러진 기운이 어른거렸다.진청산, 임혜숙, 그리고 현령 선자. 세 상선은 이미 용강한과 소우연의 손에 패한 뒤였다.수천 명의 제자들이 인의 장막을 이루어 그들을 겹겹이 에워쌌다.가장 안쪽에는 진청산과 임혜숙 일행이 보호받듯 둘러싸여 있었다.그 광경을 본 소열과 아령은 숨을 삼켰다.“어찌 이럴 수가!”아령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세 명의 상선이 고작 두 사람에게 패하다니. 믿기지 않았다.“아버지, 어머니…!”그녀는 거의 비명에 가까운 외침과 함께 신형을 날려 법진 안으로 뛰어들었다.그 모습을 지켜보는 소열의 미간이 가늘게 떨렸다.진청산과 임혜숙, 아령에게 깊은 정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그러나 어찌 되었든 그들은 자신의 혈육이었다.가슴이 찢어질 듯 저려왔다.아령이 법진 안으로 들어서자, 진청산이 번쩍 팔을 들어 올리며 사자후를 토해냈다.“용강한과 소우연은 선문을 배신하고 마족과 결탁하였다!”그의 음성이 연무장을 뒤흔들었다.“우리가 오늘 물러선다면, 천하는 마족의 지옥이 될 것이다! 수련하는 자로서 결코 물러서서는 아니 된다!”그는 눈을 부릅떴다.“모두 일어나라! 오늘 단 한 명의 제자도 저 두 반역자가 능운종을 살아서 나가게 두어서는 안 된다!”연무장 한가운데.용강한과 소우연은 그 자리에 조용히 서 있었다.진청산이 죄 없는 제자들까지 선동하는 모습을 보며 두 사람의 미간이 서서히 좁혀졌다.소우연이 낮게 물었다.“사부님, 어찌하실 작정이십니까?”용강한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다.“어떤 일은 말로 타이른다 하여 풀리지 않는 법이다.”방금 전까지 그는 손속에 자비를 두고 있었다.그러나 제자들은 죽음조차 두렵지 않은 듯 비행하며 진청산과 임혜숙, 현령 선자를 호위하고 있었다.용강한이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모두 듣거라!”그의 목소리가 안개를 갈랐다.“나 용강한이 이 자리에서 맹세하건대, 결코 마족과 결탁하여 인간 세상을 지옥으로 만들 일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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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29화

용강한의 미간이 깊게 좁혀졌다. 허공에 펼쳐 놓은 술법을 더 유지하기엔 법력이 모자랐다. 기운이 빠르게 빠져나가고 있었다. 그는 현령 선자를 비롯해 그 자리에 모인 이들을 매섭게 훑어보았다.“이것이 진실이다!”곧장 진청산의 비웃음이 날아들었다.“모두 꾸며낸 연극일 뿐, 진실이 아니다!”용강한의 입가에 서늘한 미소가 스쳤다.“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왜곡할 능력이 저에게 있다고 생각하는 겁니까?”진청산이 코웃음을 쳤다.“나에겐 그런 재주가 없지만, 너에겐 있지 않느냐!”“사형은 오선 중 으뜸이라 불리는 분이 아니십니까. 사형도 못 하는 일을 제가 어찌 한단 말입니까?”임혜숙의 부축을 받아 겨우 몸을 일으킨 진청산이 손가락을 치켜들며 소리쳤다.“예전엔 내 공력이 너보다 높았을지 모르나, 지금은 다르다! 너는 마족과 결탁해 수많은 목숨을 제물로 바쳐 그 힘을 얻은 게 아니냐. 용강한, 네가 소우연과 사제지간에 불륜을 저지른 추잡한 놈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구차하게 변명하지 마라!”그 순간, 용강한이 허공을 향해 손을 휘둘렀다. 보이지 않는 날 선 기운이 번개처럼 쏘아져 나갔다.당황한 진청산이 본능적으로 몸을 틀어 피하는 찰나, 그 치명적인 기운은 그대로 뒤에 서 있던 아령의 심장을 관통했다.“아악!!!”비명이 연무장을 갈랐다. 아령은 선혈을 토하며 쓰러졌다.“아령아!”“딸아!”진청산과 임혜숙이 동시에 절규했다. 두 사람은 쓰러진 아령을 끌어안고 필사적으로 법력을 쏟아부었다. 그러나 이미 끊어져 가는 숨결은 되돌릴 수 없었다. 아령의 눈동자가 점점 흐려졌다.진청산의 눈이 핏발로 붉게 물들었다. 그는 이를 갈며 용강한을 노려보았다.“그때도… 그때도 너는 내 딸 아령을 이렇게 짓밟았던 것이냐?”용강한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을 뿐, 부정하지 않았다.“그때도 그 아이는 죽어 마땅했습니다.”“도대체 무슨 잘못을 했기에 이토록 모질게 구는 것이냐!”임혜숙이 울부짖듯 외쳤다.“지난 세월, 우리 사제지간의 정에 대해 단 한 번도 망설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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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30화

“그 장소검이라는 자가 그리도 중요한 것이냐?”현령 선자가 물었다.“매우 중요합니다.”용강한의 대답은 짧고 단호했다. 눈빛에는 서릿발 같은 냉기만이 서려 있었다. 조금이라도 마음이 흔들린 기색을 보이면 진청산에게 틈을 주게 된다. 그런 여지는 단 한 치도 허락하지 않겠다는 태도였다.현령 선자가 다시 진청산을 바라보았다.“장소검이 대체 누구이기에 이리도 목숨을 걸고 싸우는 것입니까? 그 자가 누구이며, 두 분 사이에 어떤 원한이 얽혀 있기에 이토록 피비린내 나는 싸움이 벌어진단 말입니까!”진청산이 이를 갈았다.“원한이 무엇이냐고? 저놈은 내 하나뿐인 외손녀 아령을 죽였다! 죽어 마땅한 놈이다! 현령, 용강한 같은 자를 어찌 이리 감싸는 것이냐? 세속의 도리를 짓밟은 놈이다. 저 꼴을 보아라. 오선의 고결함이 눈곱만큼이라도 남아 있느냐? 저놈은 이미 마도에 빠졌다! 현령, 용강한은 우리 정도의 적이다!”핏발 선 눈으로 외쳐대는 진청산을 향해, 용강한은 싸늘한 웃음을 흘렸다. 임혜숙의 목을 움켜쥔 손에 힘이 더해졌다.“방금 모두에게 진실을 보여주지 않았습니까. 마존 이육진과 심초운, 그들은 결코 범인들을 해치지 않았습니다. 마족 중 죄를 지은 자들은 마존이 직접 대가를 치르게 할 것입니다. 지금 제가 원하는 건 오직 장소검뿐입니다.”“이기심으로 아무것도 모르는 제자들을 죽음으로 몰아넣지 마십시오.”“어서 그 손 놓지 못할까!”진청산의 외침이 갈라졌다.용강한이 낮게, 그러나 또렷하게 말했다.“장소검은 어디 있습니까.”“용강한, 이 죽일 놈! 내 유일한 외손녀를 죽이더니 이제는 혜숙이마저 죽이려 드는구나! 절대 너를 용서하지 않겠다. 절대로!”광기에 가까운 포효가 터져 나왔다.그 순간, 소우연이 비웃음을 흘렸다.“입으로는 임혜숙을 가장 사랑한다 말하면서, 정작 목숨이 경각에 달린 이 순간에도 구하려 들지 않는군요. 진청산, 당신은 부인을 위해 이 세계를 세웠다 하지 않았던가요? 그런데 어찌 부인의 죽음을 이리도 태연히 지켜본단 말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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