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난 이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Chapter 2241 - Chapter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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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41화

이육진은 한참이나 힘을 들여서야, 비에 젖은 배꽃처럼 처연히 울고 있는 그녀의 얼굴을 마주할 수 있었다. 눈물이 뚝뚝 떨어지는 모습을 보는 순간, 그의 가슴이 그대로 찢겨 나가는 듯했다.“연아, 내가 보고 싶었느냐?”소우연은 이미 목이 메어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저 고개만 작게 끄덕였다.얼마나 그리웠는지 모른다. 다만 감히 깊이 떠올리지 못했을 뿐이었다. 그가 얼마나 아팠을지, 두 사람의 과거가 얼마나 뜨거웠는지 생각하는 것조차 두려워, 그녀는 애써 기억을 밀어내며 제 마음을 도려내듯 버텨왔다.그러나 지금, 그의 넓고 따뜻한 품 안에 안겨 익숙한 체향을 맡는 순간, 억눌러 두었던 감정이 한꺼번에 터져 나왔다. 결국 그녀는 엉엉 소리를 내어 울고 말았다. 눈물은 끊어진 진주 목걸이처럼 두 뺨을 타고 쉴 새 없이 흘러내렸다.이육진은 그녀를 더욱 단단히 끌어안은 채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그녀의 눈물 자국을 하나하나 입술로 닦아주었다.더는 말이 필요 없었다.두 사람은 그저 서로를 의지한 채 안고, 느릿하게 흔들리는 그네 위에서 한동안 아무 말없이 시간을 흘려보냈다.이육진은 낮은 목소리로, 그동안 그녀를 얼마나 그리워했는지 조용히 털어놓았다. 죄책감을 느끼지 않도록 일부러 가벼운 농을 섞으면서도, 그녀의 마음을 부드럽게 어루만지는 말들이었다.소우연은 그 다정한 음성을 들으며 점점 눈을 감았다.어느새 그의 품 안에서 깊이 잠들어 있었다.자신의 가슴에 기대어 곤히 잠든 소우연을 바라보며, 이육진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번졌다. 그는 그녀를 조심스레 안아 올리며 마음속으로 맹세했다.영원히, 영원토록 결코 그녀와 헤어지지 않겠노라고.설령 그녀가 더 이상 오직 자신의 여인이 아닐지라도, 설령 그녀의 마음속에 또 다른 누군가가 자리하고 있을지라도… 그는 기꺼이 그 모든 운명을 받아들이리라 다짐하였다.소우연이 눈을 떴을 때는 이미 깊은 밤이었다. 결계 너머로 비치던 태양은 산맥 아래로 완전히 사라져 있었다.‘내가 어찌 이리 오래 잠들었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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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42화

“연아…”낮게 가라앉은 그의 음성은 깊고 묵직했다. 금방이라도 그녀를 집어삼킬 듯한 열망이 서려 있었고, 손끝은 이미 옷자락을 밀어 올릴 기세였다.소우연은 다급히 그의 손을 붙잡았다.“안 돼요.”뺨은 발그레하게 달아올라 있었다. 그녀 역시 그를 원하고 있음이 훤히 드러나는 얼굴이었다. 이육진은 그런 그녀의 이마에 입을 가만히 눌러 대며 낮게 속삭였다.“연아. 아주 오래도록 너를 그리워하였다. 내 너를 원한다.”소우연은 미간을 살짝 좁히며 고개를 저었다.“요 며칠은 안 돼요.”그 말에 이육진은 그녀가 달거리를 시작한 것이라 여겼다.“그럼 내가 네 의복 갈아입는 것을 좀 도와주마.”“그것도… 그것도 안 돼요.”순간, 그의 심장이 돌에 얻어맞은 듯 쿵 내려앉았다. 아릿한 통증이 가슴 깊이 번졌으나, 차마 더 묻지 못했다. 소우연 또한 말없이 그의 허리를 끌어안았다.잠시, 두 사람은 아무 말없이 그렇게 서 있었다.한참 뒤 평정을 되찾은 이육진이 그녀의 머리칼에 입을 맞추며 다정히 말했다.“그럼 밖에서 기다리고 있으마.”“네.”그녀가 팔을 풀자, 그는 습관처럼 그녀의 콧등을 가볍게 톡 건드렸다.“기다리마.”그 짧은 손길 하나에 수많은 시간이 담겨 있었다. 언제나 그랬듯, 애정이 어린 장난이었다. 그 기억이 둑 터진 강물처럼 밀려들자, 그의 뒷모습이 사라진 뒤에야 소우연은 가슴이 저릿해졌다.반 시진 후, 목욕을 마친 소우연이 옷매무새를 단정히 하고 욕실을 나섰다. 이육진은 찻잔을 들고 앉아 있었다. 겉보기엔 태연했으나, 어딘가 무거운 기색이 배어 있었다. 그 역시 이미 몸을 씻고 갈아입은 뒤였다.그가 무엇을 고민하고 있는지, 소우연은 짐작할 수 있었다. 거절하고 싶어서가 아니었다. 그는 이미 너무 많은 것을 양보했다. 만약 몸에 남아 있을지도 모를 흔적을 그가 보게 된다면… 그 뒤에 벌어질 일을 자신은 감당할 수 없었다.발소리에 고개를 든 이육진이 자리에서 일어나 웃으며 그녀를 곁으로 이끌었다.“차를 마시면 잠들기 어렵지 않겠습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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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43화

“연아…”정욕실 안은 고요했다. 김이 자욱하게 피어올라 시야가 흐릿했고, 겹겹이 드리운 장막이 사방을 가로막고 있었다. 그 어디에도 소우연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이육진은 숨을 죽인 채 장막 사이를 헤치며 안으로 들어섰다. 얇은 비단이 손끝에 스치며 잔잔한 소리를 냈다. 그는 다급한 걸음으로 하나씩 걷어냈다.옅은 빛깔의 장막을 또 한 겹 젖히는 순간, 너머로 어렴풋한 그림자가 비쳤다.그 그림자를 보는 찰나, 그의 기억은 상운국에 머물던 그해로 거슬러 올라갔다. 그때도 그녀는 저리 비단 장막 뒤에 몸을 숨긴 채 장난스레 그를 부르고, 그를 유혹하며 부부의 정을 나누곤 했었다.심장이 세차게 요동쳤다.그가 낮게 불렀다.“연아, 거기 있느냐?”홀린 듯 그림자를 향해 다가섰다. 성큼성큼 걸음을 옮겨 장막을 걷어내자, 막 물 위로 피어오른 연꽃처럼 고운 그녀의 모습이 드러났다.흑진주처럼 윤기 흐르는 머리카락에서는 은은한 향이 감돌았다. 어디선가 스며든 바람이 머릿결을 가볍게 흩트렸다. 하얀 장포를 걸친 채, 막 손질을 마친 머리를 정리하며 구리거울을 바라보고 있었다. 진주 꽃비녀를 조심스레 꽂는 손길이 단정했다.“부군.”소우연이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 눈동자 가득 싱그러운 웃음이 번졌다.이육진은 다가가 그녀를 단단히 끌어안았다. 소우연은 그의 팔 위에 손을 얹고 고개를 들어 그를 올려다보았다.“왜 아무 말씀도 없으세요?”그녀가 고개를 숙이려는 순간, 이육진이 손끝으로 그녀의 턱을 부드럽게 들어 올렸다.그리고 수천 번은 넘게 그를 유혹했던 그 붉은 입술 위로 깊고 진한 입맞춤을 떨어뜨렸다.소우연은 잠시 숨이 멎은 듯 굳었으나, 곧 눈을 감고 그 입맞춤을 받아들였다. 그의 숨결이 그녀의 숨결과 뒤엉켰다.……한 시진이 훌쩍 지나고 나서야, 곱게 빗어 넘겼던 머리칼은 이미 흐트러져 어깨 위로 쏟아져 내렸고, 발그레 달아오른 얼굴 너머로 백옥 같은 살결이 희미하게 비쳤다.이육진은 만족스러운 기색으로 가냘픈 그녀를 품에 안았다. 귓가를 살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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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44화

다음 날.눈꺼풀 너머로 스며드는 빛이 유난히도 눈부셨다. 소우연은 몽롱한 기색으로 눈을 가늘게 떴다. 흐릿한 시야 사이로 창가에 선 이육진의 모습이 보였다. 그는 야명주를 높이 들어 올린 채 서 있었다.마치 태양을 만들어 그녀를 깨우려는 듯한 모양새였다.그녀의 입가에 잔잔한 웃음이 번지자, 이육진은 들켰다는 듯 재빨리 야명주를 등 뒤로 감추고 다가왔다.“벌써 정오가 다 되었구나. 연아, 이제 그만 일어날 때다.”예전 같았으면 그녀가 얼마나 늦게 일어나든 가만히 두었을 터였다.소우연은 몸을 조금 뒤척이며 물었다.“무슨 일이라도 있나요?”이육진은 침상 가장자리에 걸터앉아 그녀를 빤히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마계의 모든 일이 순조롭구나.”마계가 고요하니 굳이 이곳에 머물며 지킬 필요가 없다는 뜻이었다.“그럼 어디로 가고 싶으세요?”그의 눈이 가늘어졌다.“연아, 네가 가고 싶은 곳은 어디냐?”현령대륙에 더는 미련 둘 곳은 없었다. 다만 옥새국에 있는 이영만은 자꾸 마음에 걸렸다.이육진은 그녀의 이마에 제 이마를 가볍게 맞대며 낮게 물었다.“응? 어디로 가고 싶으냐.”“영이랑 초운이가 어떻게 지내는지 보러 갈까요?”“그래, 좋다.”그녀가 몸을 일으키기도 전에 그는 횃대에 걸린 옷을 재빨리 집어 들었다.“내가 입혀주마.”소우연은 예전처럼 달콤한 미소를 띠고, 그가 하나하나 정성스레 옷을 입혀주기를 가만히 기다렸다.세수를 마친 두 사람은 마궁에서 식사를 하지 않고 곧장 결계로 향했다. 결계를 지키던 수문장들은 두 사람이 손을 맞잡고 나타나자 일제히 고개를 숙였다.이육진이 가볍게 손을 휘두르자 그들이 몸을 일으켰고, 그 순간 그는 소우연을 이끌고 결계 밖으로 박차고 나갔다. 두 사람의 모습은 눈 깜짝할 사이 사라졌다.마존의 압도적인 공력을 지켜보던 수문장들은 감탄을 삼키지 못했다. 저 경지에 이르면 결계 밖을 제집 드나들 듯 오갈 수 있을 터였다. 안타깝게도 이 결계를 열 수 있는 자는 마존뿐이었다.정오의 햇살은 뜨거웠다. 그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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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45화

이육진이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용 대인이 네가 가장 뛰어난 재목이라고 그러더구나.”소우연은 저도 모르게 미간을 가늘게 찌푸렸다.‘가당치도 않지.’정말 제게 그리 대단한 능력이 있었다면, 어찌 큰일이 터질 때마다 번번이 용강한이나 이육진이 몸소 나섰겠는가. 제가 한 일이라곤 기껏해야 영염석의 뜻을 빌려 용 대인을 거들고, 불운산과 마계 접경의 결계를 여는 데 힘을 보탠 것이 전부였다.잠시 생각에 잠기던 그녀가 문득 입을 열었다.“우리가 인간 세상에서 하는 일들을… 마계를 봉인한 상신께서도 알고 계실까요?”이육진은 한동안 말이 없었다가, 이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 알고 있을 터였다. 다만 자신과 심초운, 그리고 이미 숨을 거둔 은자유와 관모를 제외하면 다른 마족이 인간 세상에 나와 악행을 저지른 적은 없었다. 그러니 상신 또한 눈을 감고 지켜보는 것일지도 몰랐다.“알고 계시겠지.”그는 그녀를 끌어안으며 낮게 속삭였다.“내가 나를 다스리고, 마계를 엄히 통솔하면 된다. 상신께서 개입하실 빌미를 주지 않으면 되지 않겠느냐.”인간 세상에 대혼란이 일어나거나, 마계가 씻을 수 없는 죄를 범하지 않는 한, 상신이 이토록 사소한 일마다 나설 리는 없을 터였다.소우연이 고개를 끄덕였다.“일리 있어요. 부군께서 인간의 피를 마시고 혼을 빼앗아 단원을 수련할 분도 아니니까요.”이육진이 피식 웃었다.“연아, 네가 곁에 있지 않느냐. 내 공력은 이미 마계의 지존이다. 굳이 천인공노할 짓을 할 까닭이 없지.”그는 상운국에서는 성군이었고, 마계에서는 능한 마존이었으며, 그녀에게는 더없이 다정한 부군이었다. 두 사람은 서로에게 몸을 기댄 채, 마차 밖으로 스쳐 가는 풍광을 조용히 바라보았다.마차가 덜컹이며 이틀을 달렸다. 마침내 두 사람은 법술을 써 단숨에 옥새국 황궁 안으로 들어섰다.그 시각, 이영은 조회를 마치고 막 돌아온 참이었다. 상소문을 살피던 그녀는 발소리가 들리자, 기별도 없이 어전에 드는 주 내관을 꾸짖으려 고개를 들었다.“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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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46화

“장소검의 행방을 아는 이는 아무도 없는 것입니까.”말을 마친 뒤, 소우연은 잠시 숨을 고르더니 이영의 손을 조용히 맞잡았다. 가느다란 손끝이 딸의 눈매를 부드럽게 훑어 내렸다. 그 얼굴은 참으로 이육진을 쏙 빼닮아 있었다.“그들에 대한 이야기는 더 하지 말자구나. 네 아바마마와도 이미 상의를 마쳤다. 상운국에는 네 오라버니와 누이, 그리고 아이들이 있으니 나라가 크게 어지러질 일은 없을 게다. 그러니 우리도 이곳에 잠시 머물며 천천히 찾아보자구나.”천천히 찾아보겠다니…이영은 아주 미세하게 미간을 찌푸렸다. 솔직히 말해 이곳에서의 하루하루는 어딘지 모르게 공허하고, 손에 잡히지 않는 꿈결처럼 느껴졌다. 심초운이 곁에 있어도 그 이질감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았다.이육진은 딸의 표정을 흘낏 보고는, 그녀의 마음속에 적잖은 비밀이 잠들어 있음을 단번에 알아차렸다.“이왕 이곳에 왔으니 마음을 편히 먹거라. 하루하루를 살아내야 하지 않겠느냐.”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이영은 소우연을 끌어안은 채 이육진에게 다가갔다. 세 사람은 자연스레 한데 모여 서로를 꽉 끌어안았다. 양옆에서 전해지는 이육진과 소우연의 따뜻한 온기에, 이영은 끝내 버티지 못하고 눈시울을 붉혔다. 억눌러 두었던 감정이 한순간에 무너져 내렸다.소우연의 귀에 딸의 흐느낌이 또렷이 스며들었다. 평소에는 그토록 침착하고 단단하던 아이였건만, 이 순간만큼은 차오르는 감정을 붙들지 못하고 목이 메어버린 것이다. 소우연은 조용히 딸의 등을 쓸어내리며 낮게 속삭였다.“초운이도 있고, 우리도 모두 네 곁에 있다. 그러니 너무 조급해하지 말거라.”이영은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소우연을 더 깊이 끌어안은 채, 다른 손으로는 이육진의 손을 끌어와 제 등을 어루만지게 했다. 이육진은 자애로운 미소를 머금고, 영이가 아주 어렸을 적 그러했듯 천천히 등을 다독였다. 손길 하나하나에 묵직한 사랑이 담겨 있었다.한참이 지나서야 영이는 겨우 미소를 지으며 부모를 놓아주었다. 두 사람이 나란히, 무사히 곁에 서 있는 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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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47화

소우연 또한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보탰다.“그래, 너희 둘도 부디 잘 지내거라.”이영과 심초운은 말없이 서로를 바라보았다. 이곳의 공기, 빛, 사람들까지 모두 어딘지 모르게 낯설었다. 이육진은 여전히 그대로였고, 소우연 또한 다정한 그 모습 그대로였으나, 설명할 수 없는 어긋남이 마음 한구석에 남아 있었다. 무엇이 변한 것인지,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 알 수 없었으나, 그 미묘한 이질감은 쉽게 지워지지 않았다.소우연은 다시 이영의 손을 잡아 끌어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귀 옆으로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정성스레 넘겨주며, 낮고도 온화한 목소리로 말했다.“상운국에 있을 때에도 너는 천하를 훌륭히 다스리지 않았느냐. 이곳 옥새국에서도 변함없이 잘해낼 게다.”이영의 입술이 가늘게 떨렸다.“어마마마…”소우연은 엷은 미소를 머금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와 용강한 사이에는 본래 얽히고설킨 인연과 정이 있었다. 그러나 이영과 소열, 곧 검오의 사이는 전혀 달랐다. 두 사람은 진청산이 설계해 놓은 함정에 너무 깊이 빠져버렸다. 소우연은 딸이 그 끔찍한 괴리감과 혼란을 어떻게 견디고 있는지 감히 헤아릴 수조차 없었다.그날 능운종에서 소우연은 소열을 몰아세우지 않았다. 이영과 얽힌 모든 일이 그의 본심이 아니었음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 모두는 결국 진청산이라는 작가가 써 내려간 이야기 속에서 휘둘린 희생양에 불과했다. 소우연은 말없이 이영을 끌어안고 등을 천천히 다독였다.설령 이영이 원한다 한들, 소열과의 사이에서 아이를 낳는다면 과연 그 아이를 이용해 상운국으로 돌아갈 수 있겠는가? 상운국에서 장소검이 자신의 피를 바치는 혈제 방식으로 진안을 열지 않았다면, 그들 누구도 이 세계로 넘어오지 않았을 터였다.그와 같은 자가 만약 이영과 소열의 아이로 태어난다면?죽이자니 차마 손이 떨어지지 않을 것이고, 살려두자니 이곳을 영영 떠날 수 없다. 이 얼마나 잔혹하고도 비틀린 운명의 장난인가.소우연의 말없는 위로를 받던 이영은 문득 한 가지를 깨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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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48화

심초운은 깜짝 놀란 눈으로 이영을 바라보며 입술을 달싹였다. 한동안 망설이다가 낮게 답했다.“저도… 잘 모르겠습니다.”이영의 눈빛이 더욱 깊어졌다.“그게 아니라면, 외삼촌께서 어찌 너에게 소열과 더 이상 얽히지 말라 당부하셨겠느냐?”심초운은 끝내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입을 열었다가 다시 다물었다. 변명도, 추측도 섣불리 꺼낼 수 없었다.이영은 스스로를 향해 읊조리듯 중얼거렸다.“어쩌면 네 말이 맞을지도 모르겠구나.”그리고 다시 그를 바라보았다.“그렇다면 장소검은 대체 어떻게 해야 찾을 수 있겠느냐?”심초운은 여전히 대답하지 않았다. 두 사람은 한참 동안 서로를 응시했다. 말없이 얽힌 시선 사이로 수많은 생각이 오갔으나, 끝내 뚜렷한 답은 떠오르지 않았다.이윽고 심초운이 조심스레 그녀를 끌어안았다. 품 안은 따뜻했으나, 그 안에 깃든 불안까지 녹이기엔 역부족이었다.“폐하와 마마, 그리고 용 대인께서조차 손을 놓으신 걸 보면… 이 일은 보통 까다로운 게 아닐 듯합니다. 누님, 저희는 그저 남은 삶을 평안히 살아가시지요.”이영은 미간을 찌푸린 채 고개를 들어 그를 올려다보았다.“너는… 이곳이 좋으냐?”심초운은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그 순간, 이영은 더 이상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요즘 들어 그녀는 부쩍 꿈을 자주 꾸었다. 진정단에 중독되어 정신이 잠식되던 끔찍한 기억, 그리고 소열의 모습까지. 살갗에 스며들던 감각 하나하나가 아직도 선연했다. 그 모든 것이 혐오스러웠다. 당장이라도 이 세계를 벗어나고 싶다는 충동이 목 끝까지 차올랐다.그러나 그 마음을 입 밖으로 내어 심초운까지 괴롭게 만들고 싶지는 않았다.심초운은 그녀의 찌푸려진 미간을 바라보다가 손을 뻗어 천천히 펴주었다.“저는 개의치 않습니다. 정말입니다. 제가 마음에 두는 것은 오직 한 가지입니다. 누님이 여전히 저를 사랑한다는 것, 그리고 저희가 이렇게 함께할 수 있다는 사실뿐입니다.”정조 따위가 목숨보다 귀하겠는가. 이영, 그녀의 목숨보다 더 소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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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49화

말을 마친 용강한은 자리 위에 수묵화 한 폭을 남겨 두었다. 담백한 먹빛 속에는 또렷한 필체의 글이 함께 적혀 있었고, 그와 마족 사이에 오갔던 일들이 한 치의 숨김도 없이 기록되어 있었다.“뭐라? 마계 놈들이 이미 인간계를 자유로이 드나들 수 있단 말인가!”누군가 경악에 찬 목소리로 외쳤다.“하지만 이 글에는 마계의 마존이 마족들을 인간계로 보내지 않을 것이며, 단지 유명계에 햇빛을 들였을 뿐 인간계를 짓밟으려는 뜻은 아니라고 적혀 있소.”“그 말을 어찌 믿는단 말이오!”“옳소! 용강한은 우리 보물을 강탈했고, 마존과 결탁했다는 말까지 돌고 있지 않소. 그런 자의 말을 어찌 하나라도 믿을 수 있단 말이오?”“믿지 못하겠다면 불운산으로 가 직접 확인하면 될 것 아니오!”“좋소! 불운산으로 갑시다!”분노와 의심이 뒤엉킨 웅성거림이 사방에서 터져 나왔다. 사람들은 이를 갈며 용강한의 이름을 씹어 삼켰다.소요문을 떠난 용강한은 다른 문파들을 차례로 찾아가 필요한 물건을 모두 모았다. 그 과정에서 그는 자신의 행동이 수선계 전체에 거대한 파문을 일으킬 것임을 잘 알고 있었다. 저들이 자신을 순순히 믿어줄 리 없고, 마계가 얌전히 굴 것이라 생각하지도 않을 터였다.모든 준비를 마친 그는 곧장 불운산으로 향했다.과연 그가 도착했을 때, 불운산에는 이미 수많은 선문 사람들이 구름처럼 몰려 있었다. 깃발과 법기가 어지럽게 흩날렸고, 결계를 향해 쏟아지는 영력이 산을 울리고 있었다.마계 쪽에서는 기 장로와 노 장로가 앞에 서 있었다. 두 장로는 겉으로는 태연했으나 속으로는 적잖이 초조했다. 그러나 막상 닥쳐 보니, 몰려든 수선자들은 결계에 발 한 짝도 들이지 못하고 있었다. 그들이 쏟아 붓는 공격은 결계 표면을 간질일 뿐 흔적조차 남기지 못했다.결국 양측은 서로를 향해 험한 말을 퍼붓기 시작했다. 마치 장터에서 시비가 붙은 장사꾼들처럼 고함과 욕설이 난무했다. 체면이고 품위고 사라진 꼴이었다.마족들 또한 속으로는 선문인들이 결계를 뚫고 유명계로 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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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50화

용강한의 매서운 외침에 누구 하나 선뜻 입을 열지 못했다. 한참이 지나서야 누군가 마른침을 삼키며 말했다.“설령 지금은 잠잠하다 하나… 훗날 어느 날 무슨 일이 벌어질지 어찌 알겠소…”“사람의 마음만큼 알기 어려운 것이 또 있겠소? 더구나 마계 놈들의 심장은 죄다 시커먼 법이오!”그 말을 들은 용강한의 눈빛이 차게 식었다.“누가 너희에게 마계 사람의 심장이 검다 하더냐?”그의 음성이 낮게 울렸다.“삼계에는 선한 자도 있고 악한 자도 있다. 인간이 그러하듯, 마계 또한 다르지 않다.”인간이라고 해서 스스로를 고결하다 여기지 말라. 세상에서 가장 잔혹한 것은 인간이며, 인간이야말로 못 할 짓이 없는 법이니.용강한은 더 이상 저들과 시비를 가릴 생각이 없었다.“너희가 결계를 부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허나 어리석은 자들이 잔꾀를 부려 마계와 안팎으로 호응해 결계를 열어젖혔다가, 진정 마계 사람들이 평범한 백성들을 해치는 일이 벌어진다면, 그것이야말로 너희가 전력을 다해 자초한 결과가 될 것이다.”말을 마치자 그는 곧장 수인을 맺었다. 다음 순간, 모습이 허공에 녹아들 듯 사라졌다.남겨진 이들은 멍하니 서로의 얼굴만 바라보았다.그의 말은 뼈를 후벼 파는 듯 선명했다. 본래 마계 사람들은 결계에 묶여 밖으로 나오지도 못한다. 그런데 자신들이 결계를 깨부수겠다고 설치다가, 혹 마족의 힘까지 보태져 결계가 완전히 무너진다면?수억에 달하는 마족이 인간계로 쏟아져 나올 터였다.그때 가서 마계의 율법이 과연 통할 것인가? 알 수 없다. 다만 마족이 인간보다 훨씬 사납고 피에 굶주렸다는 사실만큼은 천하가 다 아는 바였다.“이제 장문님마저 선종하셨으니 우리는 어찌해야 한단 말이오? 그저 용강한이 마계와 결탁하는 걸 두 눈 뜨고 지켜만 보란 말이오?”“결탁이라니! 그리 억울하면 가서 용강한에게 직접 따져보든가!”“어찌 따진단 말이오? 수선계의 나머지 네 상선께서 모두 운명하셨소! 이제 이 천하는 사실상 용강한의 것이나 다름없지 않소. 그가 마계에 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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