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의 대답을 들은 정 도사의 탁하던 눈동자가 순간 맑게 번뜩였다. 그는 품에서 얇지만 묵직한 책 한 권을 꺼내 이천에게 건넸다.“이것은 환경비술입니다.”이천이 두 손으로 공손히 받아 펼쳐 보았다. 겉으로 보기에는 예전에 접했던 도가 서적들과 비슷했으나, 장을 넘길수록 기운이 달랐다. 사람의 의식을 특정한 환경에 가두어 꿈과 현실의 경계를 흐리는, 자칫하면 금기를 건드릴 수도 있는 비술이었다.“이것은…”이천이 말을 잇지 못하자 정 도사가 옅게 웃었다.“진청산이 그 그림을 매개로 삼았을 때에도, 분명 이와 흡사한 비술을 사용했을 것입니다. 전하께서 이 비술을 완전히 깨우치신다면, 그림 속의 용강한과 안팎에서 서로 호응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벅차오르는 감정을 누르며 이천이 깊이 허리를 숙였다.“사부님, 은혜에 감사드립니다.”“허허, 감사라니요. 저 또한 용강한 그 자가 몹시도 그립습니다.”정 도사는 잠시 이천을 바라보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그 그림에 또 어떤 변화가 생겼는지, 저도 한번 볼 수 있겠습니까?”이천은 잠시 망설였다. 정 도사의 안목이라면, 그림 속에 얽힌 용강한과 소우연, 그리고 이육진과 이영, 소열, 심초운 사이의 미묘한 감정선까지 한눈에 꿰뚫어 볼 터였다.“왜, 이 늙은이에게는 보여주기 싫으신 겁니까?”정 도사가 짐짓 토라진 듯 말하자, 이천은 결국 품에서 산수화를 꺼내 조심스레 펼쳤다.용강한과 소우연이 서로의 손을 맞잡은 채 다정히 눈을 맞추고 있는 장면이 드러났다.그 모습을 본 정 도사는 “허허허” 하고 너털웃음을 터뜨렸다.이천은 말없이 서 있었다. 이미 예상했다는 듯 굳은 얼굴이었다.정 도사가 웃음을 거두며 말했다.“전하께서도 아시지 않습니까. 용 대인은 전하께 부친과 다름없는 분입니다. 앞으로 남매분들께서는 그분께 더욱 지극정성으로 대하셔야 할 것입니다.”그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사람과 사람 사이의 정, 특히 남녀의 정이라는 것은 누구도 쉽게 피해 갈 수 없는 법입니다.”이천이 여전히 입을 다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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