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난 이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Chapter 2261 - Chapter 22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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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61화

관성대에는 흠천감을 본떠 세운 팔괘진이 이미 완성되어 있었다. 그러나 상운국으로 이어지는 진정한 귀환의 길은 아직 완전하지 못했다. 소우연은 용강한이 이곳에서 느끼는 제약과 답답함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언젠가는 반드시 옥새국을 떠나야 한다는 사실을 애써 외면하지 않았다.이영 또한 소우연의 말을 들으며 마음의 준비를 해 왔으나, 서운함까지 감출 수는 없었다. 그럼에도 짐짓 밝은 얼굴로 웃으며 말했다.“어마마마, 하신 말씀은 꼭 지키셔야 합니다.”소우연이 부드럽게 답했다.“약속하마.”심초운도 다가와 공손히 예를 올렸다.“태후마마, 용 대인.”두 사람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여 인사를 대신했고, 일행은 함께 식당으로 향했다.……상운국, 깊은 밤.금주의 노진산은 삼천 명의 호위무사가 겹겹이 둘러싸 물 샐 틈 없는 경계를 이루고 있었다. 노진산 초가집에서 기이한 광경이 목격되었다는 전서를 받은 이천은 지체하지 않고 몸을 일으켰다. 그는 주익선과 함께 경공을 펼쳐 반나절 만에 금주 노진산에 도착했다.두 사람은 진 도사가 거처하던 산 정상의 초가집 앞에 멈춰 섰다.“천왕 전하를 뵙습니다. 주 장군을 뵙습니다.”위 장군 조낙준이 깊이 허리를 숙였다.“문을 열어라.”“예!”문이 열리자 이천과 주익선이 안으로 들어섰다. 이미 촛불이 밝혀진 방 안은 5년 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세월이 멈춘 듯 고요했다.조낙준이 긴장된 목소리로 보고했다.“어젯밤, 이 방 안에서 눈이 부실 만큼 강렬한 백색 광채가 터져 나왔습니다. 그 빛이 얼마나 밝았는지, 초가집 전체가 한낮처럼 환해질 정도였습니다.”이천은 괴목으로 만든 탁자를 유심히 살폈다. 가까이 다가가자, 미묘하지만 분명한 기운이 감돌았다. 영력이 스며든 흔적 같았다.그는 수인을 맺어 탁자 위에 도술을 펼쳐 보았다. 그러나 겉으로 드러나는 변화는 없었다.조낙준이 다급히 덧붙였다.“전하, 소신은 결코 허위로 고하는 것이 아닙니다. 노진산을 지키던 호위무사들이 모두 목격하였습니다.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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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62화

주익선은 초가집 틈새로 뿜어져 나오는 눈부신 광채를 바라보며, 마음 깊은 곳에서 다시 한 번 이천을 향한 경외심을 느꼈다.황제가 사라진 지도 어느덧 5년.그 긴 세월 동안 이천은 스스로를 섭정왕이라 칭하며 상운국의 모든 정사를 떠맡아 왔다. 왕좌에 앉지 않았을 뿐, 실질적인 군주의 자리를 대신하고 있었다.그 사이 찹쌀이와 경단이, 소유와 소록이 네 남매는 상서방에서 정태부의 엄한 가르침 아래 자라났다.누가 훗날 황태녀가 될지, 혹은 황태자가 될지는 아무도 알 수 없었다. 모든 것은 냉혹한 자질 검증을 거쳐야만 결정될 일이었다.이천은 늘 입버릇처럼 말했다. 반드시 이영과 심초운을 되찾아야 한다고.그리고 만약 두 사람 사이에 친자식이 태어난다면, 황태자나 황태녀의 자리는 마땅히 그 아이의 몫이라며 조금의 미련도 보이지 않았다.주익선은 그런 이천을 지켜보며 황실이라 해도 이토록 권력에 초연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모든 상황이 어딘가 꿈결처럼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이윽고 방 안을 가득 채웠던 백색 광휘가 서서히 잦아들었다.잠시 후, 문이 열리고 이천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의 눈빛은 여전히 날카로웠다.“외삼촌의 기운이 분명히 느껴지는구나.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그곳으로 들어갈 수가 없구나.”“그곳이라니요? 어디를 말씀하시는 겁니까?”“외삼촌과 아바마마, 어마마마… 그리고 영이와 초운이, 심지어 소열의 기운까지 모두 느껴지는구나. 분명 한곳에 모여 있는 게 분명해.”주익선은 이를 악물 듯 결연히 말했다.“그렇다면 제가 이곳을 지키겠습니다. 아주 작은 기척이라도 감지되면 즉시 전서를 보내겠습니다. 염려하지 마십시오.”이천은 잠시 그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숙여 예를 표했다.“고맙구나. 익선이 네가 수고가 많다.”“아닙니다. 저 또한 폐하께서 하루빨리 돌아오시길 고대하고 있습니다. 진이도 부모님을 몹시 그리워하고 있으니까요.”“그래… 알겠다.”이천 역시 그리움이 사무쳤다.이육진과 소우연, 그리고 이영까지. 지난 5년 동안 그는 국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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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63화

심연희가 한참 그림을 들여다보다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용 대인께서 태후마마의 손을 잡고 계시네요. 혹 태후마마께서 어디 다치신 건 아니겠지요?”자고로 남녀는 유별한 법인데, 소우연과와 용강한이 이토록 손을 맞잡고 있을 리 없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던 것이다.이천은 그림을 뚫어지게 응시한 채 미간을 깊이 찌푸렸다. 지난 5년 사이, 그는 이 그림 속 세상에 미묘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음을 어렴풋이 눈치채고 있었다. 그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낱낱이 알 수는 없었으나, 소우연과 용강한, 그리고 이영과 소열 사이에 어떤 깊은 인연이 흐르고 있다는 것만은 분명해 보였다.그는 손을 맞잡은 두 사람의 표정을 유심히 살폈다. 엷게 미소 짓는 소우연, 그리고 그녀를 애틋하게 바라보는 용강한의 눈빛.“어쩌면… 어마마마께서 다치신 것은 아닐지도 모르겠구나.”심연희는 멍하니 다시 그림을 내려다보았다. 두 사람이 서로를 바라보는 눈동자에는 숨길 수 없는 정이 서려 있었다. 순간, 그녀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이육진과 소우연의 전설 같은 사랑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고, 동시에 용강한이 소우연을 향해 오래도록 품어온 깊고 고요한 연심 또한 익히 들어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그림 속 일들이… 정말로 그 세상에서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일일까요?”심연희가 고개를 들어 물었다. 문득 전생에 경장명과 나누었던 사랑이 처참하게 끝났던 기억이 스쳐 지나갔다. 이번 생에서는 이천을 택했고, 아이들까지 얻어 겨우 마음의 안정을 찾았건만, 이육진과 소우연, 그리고 용강한의 모습은 그녀로서도 쉽게 받아들이기 힘든 광경이었다.이천은 불안에 잠긴 아내를 품에 끌어안았다.“나 또한 모든 것을 알지는 못한다. 허나 나는 어마마마를 믿고, 아바마마와 외삼촌 또한 믿는다.”잠시 숨을 고른 뒤, 그는 낮게 덧붙였다.“설령 그것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어마마마와 외삼촌께는 분명 우리로서는 헤아릴 수 없는 곡절이 있었을 것이라 믿는다.”심연희는 그의 가슴에 기대며 올려다보았다. 이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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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64화

이천의 대답을 들은 정 도사의 탁하던 눈동자가 순간 맑게 번뜩였다. 그는 품에서 얇지만 묵직한 책 한 권을 꺼내 이천에게 건넸다.“이것은 환경비술입니다.”이천이 두 손으로 공손히 받아 펼쳐 보았다. 겉으로 보기에는 예전에 접했던 도가 서적들과 비슷했으나, 장을 넘길수록 기운이 달랐다. 사람의 의식을 특정한 환경에 가두어 꿈과 현실의 경계를 흐리는, 자칫하면 금기를 건드릴 수도 있는 비술이었다.“이것은…”이천이 말을 잇지 못하자 정 도사가 옅게 웃었다.“진청산이 그 그림을 매개로 삼았을 때에도, 분명 이와 흡사한 비술을 사용했을 것입니다. 전하께서 이 비술을 완전히 깨우치신다면, 그림 속의 용강한과 안팎에서 서로 호응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벅차오르는 감정을 누르며 이천이 깊이 허리를 숙였다.“사부님, 은혜에 감사드립니다.”“허허, 감사라니요. 저 또한 용강한 그 자가 몹시도 그립습니다.”정 도사는 잠시 이천을 바라보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그 그림에 또 어떤 변화가 생겼는지, 저도 한번 볼 수 있겠습니까?”이천은 잠시 망설였다. 정 도사의 안목이라면, 그림 속에 얽힌 용강한과 소우연, 그리고 이육진과 이영, 소열, 심초운 사이의 미묘한 감정선까지 한눈에 꿰뚫어 볼 터였다.“왜, 이 늙은이에게는 보여주기 싫으신 겁니까?”정 도사가 짐짓 토라진 듯 말하자, 이천은 결국 품에서 산수화를 꺼내 조심스레 펼쳤다.용강한과 소우연이 서로의 손을 맞잡은 채 다정히 눈을 맞추고 있는 장면이 드러났다.그 모습을 본 정 도사는 “허허허” 하고 너털웃음을 터뜨렸다.이천은 말없이 서 있었다. 이미 예상했다는 듯 굳은 얼굴이었다.정 도사가 웃음을 거두며 말했다.“전하께서도 아시지 않습니까. 용 대인은 전하께 부친과 다름없는 분입니다. 앞으로 남매분들께서는 그분께 더욱 지극정성으로 대하셔야 할 것입니다.”그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사람과 사람 사이의 정, 특히 남녀의 정이라는 것은 누구도 쉽게 피해 갈 수 없는 법입니다.”이천이 여전히 입을 다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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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65화

이천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 뒤의 일은 이미 수없이 들었던 기록과도 같았다. 이육진과 소우연이 마음을 합쳐 평서왕부의 세력과 치열하게 맞서 싸웠던 나날들, 그리고 위기의 순간마다 용강한이 몸을 던져 두 사람을 구해냈던 일들까지도.용강한 같은 기인이 곁에 있었기에, 이육진과 소우연은 번번이 뜻을 이루었고 마침내 황좌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이다.정 도사가 찻잔을 내려놓으며 말을 이었다.“태후마마께서 전하와 폐하를 가지셨을 때, 체질이 지나치게 뜨거워 고생이 심하셨습니다. 그때 용 대인이 비술을 써서 그 반동을 모조리 제 몸으로 끌어안았지요. 극열과 극한이 번갈아가며 그를 덮쳤습니다. 그는 폐관 수련을 핑계로 흠천감에 들어가 꼬박 삼 년을 버텨야 했습니다.”정 도사의 목소리에 묵직한 안타까움이 실렸다.“남들은 몰랐으나 저는 알고 있었습니다. 용 대인은 몇 번이나 죽을 고비를 넘겼습니다. 그럼에도 태후마마와 전하와 폐하를 두고 차마 떠날 수 없었기에 악착같이 버텨낸 것입니다. 그 뒤 저는 용 대인의 명을 받아, 전하와 장공 사부님을 찾아가 전하의 신변을 온전히 지키게 되었지요.”잠시 숨을 고른 그는 조용히 덧붙였다.“반동은 점차 가라앉았으나, 그 세월의 고통은 오직 용 대인만이 알 것입니다. 그를 붙들어 준 힘은 아마도 태후마마와 전하 그리고 폐하의 안위였겠지요.”이야기를 듣던 심연희는 저도 모르게 이천의 손을 꼭 잡았다.“용 대인께서는… 태후마마를 정말 지극히 사랑하셨나 보네요.”정 도사는 인자하게 웃으며 그녀를 바라보았다.“역시 여인이라 감수성이 섬세하시군요. 본질을 곧장 짚어내셨습니다.”이천은 쓴웃음을 지었다. 바보가 아닌 이상, 용강한이 소우연에게 품은 일편단심을 모를 리 없었다. 그러나 이육진 또한 소우연을 진심으로 사랑하지 않았던가.정 도사가 말을 이었다.“제가 이런 이야기를 드리는 것은, 훗날 그분들이 돌아오셨을 때 황가 가족분들께서…”그는 차마 끝을 맺지 못했다. 이천이나 이진, 이영 같은 자식들에게도 이 문제는 가시 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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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66화

옥새국, 관성대.태극팔괘진 한가운데에서 미약한 광채가 스며 나오고 있었다. 깊은 잠에 빠져 있던 용강한이 돌연 눈을 떴다. 그가 상체를 일으키는 순간, 곁에 누워 있던 소우연도 화들짝 놀라며 잠에서 깨어났다.“무슨 일이십니까?”“아무 일도 아니다.”용강한은 그녀를 다시 눕히려 했다. 하지만 소우연은 이미 몸을 일으킨 뒤였다. 두 사람의 관계가 공공연하다 하나, 여전히 그의 처소에 머무는 일은 세간의 시선을 의식해야 하는 일이었다. 용강한은 억지로 붙들지 않고, 대신 그녀의 흐트러진 옷매무새를 정갈히 다듬어 주었다.이윽고 두 사람은 나란히 침전 밖으로 나섰다.“저것은 무엇입니까?”소우연의 시선이 향한 곳은 관성대 법진의 중심이었다. 태극팔괘진 한가운데에서 은은한 빛이 맥박처럼 일렁이고 있었다.용강한의 눈빛이 깊어졌다.“천이인 모양이구나. 우리와 연락을 취하려 애쓰는 게야.”“천이가요?”“틀림없이 그 아이일 게다.”법진을 바라보던 소우연의 눈동자가 격하게 흔들렸다. 그녀는 저도 모르게 그의 소맷자락을 움켜쥐었다.“천이와 연락이 닿는다면… 저희가 돌아갈 수 있다는 뜻입니까?”용강한이 옅게 웃었다.“그렇지.”그는 소우연을 바라보았다. 기쁨과 염려가 뒤섞인 복잡한 감정이 가슴 깊이 일렁였다.그때였다.“어마마마, 외삼촌.”이영과 심초운이 숨을 고르며 달려왔다. 관성대에서 심상치 않은 기운이 느껴지자 곧장 달려온 것이었다. 소우연은 자연스럽게 용강한의 소매를 놓고 아이들을 맞았다.“오라버니께서 말씀하시기를, 천이가 우리와 연락을 시도하는 것 같다고 하시는구나.”“오라버니와 연락이 닿으면… 저희도 돌아갈 수 있는 것입니까?”이영이 먼저 물었다.용강한이 고개를 저었다.“아니다. 아직은 이 세계를 열 ‘매개’를 찾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결코 떠날 수 없지.”심초운이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매개라 하시면… 장소검의 피를 말씀하시는 것입니까?”“그렇지. 장소검의 피가 필요하다. 아주 소량이라도 좋다.”이영의 얼굴이 굳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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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67화

소우연이 고개를 돌려 용강한을 바라보았다.“지금 떠나시려는 겁니까?”“그래, 지금.”짧은 대답이었으나, 더는 미룰 수 없다는 뜻이 담겨 있었다.이영과 심초운의 얼굴에 긴장이 스쳤다.“그럼 어마마마와 외삼촌께서는 언제 돌아오시는 겁니까?”용강한이 두 사람을 바라보며 담담히 답했다.“돌아올 때가 되면, 돌아오게 될 것이다.”이영은 다시 한 번 소우연을 힘껏 끌어안았다.“어마마마… 설사 저희가 끝내 이곳을 떠나지 못하게 되더라도, 꼭 한 번씩은 저희를 보러 오셔야 합니다.”“그래, 알았다.”소우연은 딸의 등을 천천히 쓸어내렸다.작별 인사를 뒤로한 채, 용강한과 소우연은 달빛과 별빛을 받으며 관성대를 떠났다.그들의 뒷모습이 점점 멀어졌다.고요가 다시 내려앉은 관성대를 바라보던 이영이 나직이 말했다.“오라버니도… 우리가 살아 있다는 걸 알겠지?”“알 것입니다.”심초운의 대답은 조용했지만 확신이 서려 있었다.이영이 그를 돌아보았다.“초운아, 너는 외삼촌께서 장소검을 찾을 수 있으리라 생각하느냐? 아직 세상에 태어나지도 않은 그 아이를 말이다.”“찾으실 수 있을 것입니다.”심초운의 눈빛이 단호하게 빛났다.“그리고… 그 아이는 결코 저희의 아이가 되지 않을 것입니다.”그는 또렷이 덧붙였다.“누님께 그런 운명을 짊어지게 하지 않겠습니다.”이영의 아이도, 심초운의 아이도 아닐 터였다. 이곳의 모든 것은 허망하게 뒤틀린 세계의 그림자에 불과했다.이영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우리 아이는 아닐 것이다.”달빛 아래, 용강한과 소우연은 황성 밖으로 향했다.그리 멀지 않은 교외의 정자. 달을 바라보는 커다란 그림자가 서 있었다.이육진이었다.소우연이 용강한을 흘끗 바라보자, 용강한이 엷게 웃었다.“저 자는 참으로 일찍도 와 있구나.”이육진이 고개를 돌렸다.소우연과 용강한이 나란히 서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이상하게도 가슴은 전보다 훨씬 고요했다.그는 성큼 다가와 자연스럽게 소우연의 허리를 감싸 안았다.“마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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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68화

마차 안.세 사람은 장소검의 행방을 좇으며 깊은 대화를 나누었다. 창밖으로 스쳐 지나가는 풍경은 눈부시게 아름다웠고, 맑게 갠 하늘 아래 이어지는 여정은 겉보기엔 더없이 평온했다.그러나 사흘째 되던 날이었다.무언가 심상치 않은 기운을 감지한 용강한이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소우연을 이육진에게 맡긴 뒤, 말 한마디 없이 홀연히 자취를 감추었다.마차 안에 남은 것은 두 사람뿐이었다.“우연아…”“예?”고개를 돌린 순간, 소우연은 이육진의 눈과 마주쳤다.형형하게 빛나는 시선. 마치 먹잇감을 노리는 맹수처럼 깊고 뜨거웠다. 그 눈빛에 심장이 밑바닥으로 떨어진 듯 쿵 내려앉았다가, 곧 거칠게 요동치기 시작했다.지난 며칠은 이상하리만큼 평온했다. 그러나 용강한이 자리를 비우자마자, 이육진의 기색이 달라졌다. 기다렸다는 듯, 억눌러 두었던 무엇인가를 드러내는 표정이었다.당장이라도 그녀를 집어삼킬 듯한 기세였다.“나를 보고 싶었느냐?”그의 목소리는 낮고 느렸다.“얼마나 자주 생각했느냐?”집요한 질문이 이어졌다.소우연은 크게 숨을 들이켰다.“매달, 매년… 매일같이 생각했습니다.”이육진의 입꼬리가 비틀렸다.“거짓말쟁이로구나.”“아닙니다.”소우연의 진지한 표정에 결국 이육진은 웃음을 터뜨렸다. 낮게, 만족스러운 웃음이었다.그는 그녀의 허리를 잡아끌어 품에 꽉 안았다. 더는 말하지 않았다. 대신 근처 작은 마을에 머물 준비를 서둘렀다.그날 이후로도 여정은 이어졌다.용강한과 함께하든, 이육진과 함께하든 소우연의 삶은 이전보다 훨씬 느긋해져 있었다. 명소를 유람하며 장소검의 행방을 수소문하고, 해가 기울 무렵 객주에 들어 여장을 푸며 나날들을 보냈다.그리고 어둠이 내려앉으면, 이육진은 마치 물에 젖은 솜처럼 끈질기게 그녀에게 달라붙었다. 한바탕 격정이 휩쓸고 지나가면, 다음 날 해가 중천에 뜰 때까지 깊은 잠에 빠지기 일쑤였다.이육진은 손수 차린 음식을 객실까지 들고 와 소우연의 입에 직접 넣어주었다. 그의 보살핌은 집요할 만큼 세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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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69화

이육진은 잠시 깊은 생각에 잠겼다. 소우연의 손을 놓는 것이 못내 아쉬웠지만, 결국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그리하자.”두 사람은 곧장 법력을 펼쳤다. 공간이 일렁이며 접히듯 좁혀졌고, 눈 깜짝할 사이에 옥새국 황성 앞에 내려섰다.예상대로 용강한은 이미 돌아와 있었다.관성대 안에는 새로이 완공된 흠천감이 자리하고 있었다. 안팎의 구조와 배치는 상운국의 흠천감과 거의 다르지 않았다. 마치 그곳을 그대로 옮겨다 놓은 듯 정교했다.소우연과 이육진이 안으로 들어가려는 순간, 방 장군이 재빨리 앞을 가로막았다.“용 대인께서 엄명하셨습니다. 흠천감에는 그 누구도 함부로 발을 들여서는 아니 된다고 하셨습니다.”상운국에 있을 때는 특수한 명격을 지닌 자라면 출입이 가능했다. 그런데 지금은 전면 금지라니. 소우연이 방 장군을 차분히 바라보았다.“그 외에 다른 말씀은 없으셨느냐?”“없었습니다. 그 어떤 누구도 들여보내지 말라 하셨습니다.”“그 누구도?”“예. 예외는 없습니다.”단호한 대답이었다.두 사람은 더 묻지 않고 물러섰다. 대신 이영을 찾았다.마침 이영은 조회를 주재하고 있었다. 조회가 끝난 뒤, 심초운이 먼저 달려와 예를 올렸다.“폐하, 마마.”그리고 곧장 보고를 이어갔다.“한 달 전, 용 대인께서 소열과 함께 옥새국으로 돌아오셨습니다. 곧장 관성대로 들어가 흠천감 공사를 마무리하도록 독려하셨습니다.”용강한이 다시 소우연을 찾지 않았던 까닭. 아마도 장소검의 단서를 찾았기에 소열을 데리고 곧장 흠천감으로 들어갔기 때문일 터였다.소우연이 물었다.“흠천감이 완공된 후에도 한 번도 들어가 보지 못했느냐?”“예, 그러합니다.”가장 최근이라면 지난번 법진을 수호하던 날뿐이었다. 용강한이 진안에서 술법을 펼치자, 소우연이 뛰어들었던 그때 말이다.이어 심초운은 최근 한 달 남짓 벌어진 일들을 상세히 전했다.“두 차례, 법진에서 뿜어져 나온 광채가 황궁의 밤하늘을 환하게 밝힌 적이 있었습니다.”소우연의 숨이 가빠졌다.“그렇다면… 오라버니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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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70화

심초운과 이영은 혼돈주가 뿜어내는 눈부신 광채에 잠시 눈을 찌푸렸다. 한순간 시야가 하얗게 물들었다가, 서서히 빛에 익숙해지고 나서야 두 사람은 소우연과 이육진이 있는 자리로 다가설 수 있었다.“어마마마, 이 야명주는 범상한 물건과는 격이 다른 듯합니다.”이영의 눈에는 순수한 경탄이 어렸다.소우연이 부드럽게 고개를 끄덕였다.“이것은 상고 신수 혼돈의 단원, 혼돈주란다.”심초운에게서 마계에 관한 이야기를 들은 적은 있었으나, 상고 신수 혼돈은 그저 전설 속 존재로만 알고 있었을 뿐이었다. 실물을 눈앞에 두자 이영은 넋을 잃은 듯 한동안 시선을 떼지 못했다.“이리도 귀한 혼돈주를 어찌 얻으셨나요?”심초운의 이야기 속에는 혼돈주에 대한 언급이 없었기에, 이영의 궁금증은 더욱 깊어졌다.소우연은 굳이 숨길 생각이 없었다. 이미 이육진 또한 그 내력을 알고 있었으니 담담히 답했다.“네 외삼촌이 선물로 주신 것이란다.”‘외삼촌이 주셨다고….’아니나 다를까, 이영은 이육진의 안색이 순식간에 싸늘히 가라앉는 것을 보았다. 심초운 역시 그날, 용강한이 혼돈의 배 속으로 몸소 뛰어들었던 일을 떠올렸다. 아마 그때 이 단원을 취했으리라.이영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눈을 가늘게 떴다. 혼돈주의 광채는 너무도 강렬해 정면으로 바라보기조차 버거웠다.“외삼촌은 대체 언제쯤 나오실까요.”이영의 낮은 중얼거림에는 조급함이 스며 있었다. 옥새국을 다스리는 일은 마치 아이들 소꿉장난처럼 수월했다. 어떤 정령을 내려도 모든 일이 물 흐르듯 풀려나갔다.어쩌면 진청산이 구축한 이 세계 자체가 지나치게 단순하기 때문일지도 몰랐다. 심초운은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저 역시 알지 못하겠습니다. 벌써 오래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셨습니다.”그때 소우연이 입을 열었다.“나오실 때가 되면 자연히 나오시겠지.”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주 내관이 헐레벌떡 달려와 아뢰었다.용강한이 도착했다는 전갈이었다.“……”“……”“……”이영과 심초운은 동시에 서로를 바라보며 눈을 크게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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