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깜짝할 사이에 계절이 바뀌었다. 어느덧 가을이었다.이육진은 마계의 규율을 한층 더 엄정히 다듬었다. 동시에 재능이 뛰어나고, 무엇보다 의로운 마음씨를 지닌 마족 소년 몇을 선발해 마궁으로 들였다. 그들에게 마존의 자리를 두고 다투라 명하지는 않았다. 다만 각자가 지닌 재능을 갈고닦아, 스스로의 길을 깊이 있게 걷게 했을 뿐이다.기 장로와 노 장로 또한 그들을 후계로 여기지 않았다. 마계에는 엄연히 황자가 존재했으니, 자리는 이미 정해져 있었다.지난 한 달 남짓, 용강한은 몇 차례 서신을 보내왔다. 장소검을 찾는 진척 상황, 상운국에 남은 이천 일행과 연락하며 파악한 소식들까지 상세히 적혀 있었다.본래 이육진은 마계의 정사를 정리하는 대로 소우연을 찾아갈 생각이었다.그러나 며칠 전, 은북국을 찾았던 그는 뜻밖의 광경을 마주했다. 장소검의 흔적은 끝내 찾지 못한 채, 발길이 흑천 삼림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그곳에서 ‘흑천’을 보았다.흑천 속에는 기이한 장면이 펼쳐져 있었다.현령대륙으로 건너온 이들이 차가운 얼음 침대 위에 누워 있었다. 진청산, 장소검, 심지어 소열까지. 세 사람의 얼굴은 핏기가 완전히 사라져, 마치 이미 숨이 끊어진 시신 같았다.그러나 자신과 소우연, 이영, 심초운, 그리고 용강한.다섯 사람의 얼굴빛은 선연히 붉었다. 숨을 쉴 때마다 가슴이 미세하게 오르내리는 것까지 또렷이 보였다.그 광경은 말로 다 할 수 없는 충격이었다.이육진은 곧장 법력을 끌어올려 흑천 안으로 들어가려 했다. 그러나 손에 닿은 것은 시커먼 기름물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다시 밖으로 나오자, 그의 몸과 손이 기묘하게 명멸하기 시작했다. 어둡게 흐려졌다가, 다시 또렷해지기를 반복했다. 마치 이 세상에 완전히 속해 있지 않은 존재처럼 말이다.그 순간, 깨달음이 번개처럼 스쳤다.이곳의 모든 것이… 환상일지도 모른다는 사실이었다.이육진은 지체 없이 용강한에게 서신을 보냈다. 흑천 삼림으로 속히 오라 일렀다.한참 뒤 도착한 답장은 짧았다.‘때가 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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