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난 이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Chapter 2271 - Chapter 22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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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71화

“그렇다면 이만 가보겠습니다.”이육진이 자리에서 일어났다.“마계로 돌아가 기 장로와 노 장로, 두 사람이 그곳을 어떻게 다스리고 있는지 살펴보아야겠습니다.”소우연이 고개를 숙였다.“예, 마땅히 그러셔야지요.”용강한 또한 자리에서 일어나 공수하며 그를 배웅했다.이육진은 소우연을 향해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연아, 몸조심하거라.”짧은 인사를 남기고 그는 거침없는 걸음으로 등을 돌렸다. 넓은 전각을 가로질러 그의 모습이 점점 멀어졌다. 완전히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소우연의 가슴 속에서는 형언하기 어려운 감정이 잔잔히 일렁였다.이 두 남자 사이에서 어떤 얼굴로, 어떤 마음으로 서 있어야 하는지… 그 미묘한 균형을 잡는 일은 여전히 그녀에게 낯설고도 어려운 일이었다.용강한이 고개를 돌렸다. 미간을 살짝 찌푸린 소우연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우연이가 역시 폐하를 보내기 아쉬운 게로구나.’그는 그런 생각을 떨치지 못했다. 들릴 듯 말 듯, 낮은 한숨이 흘러나왔다.소우연은 아무 일 없다는 듯 찻물을 새로 따르며 입을 열었다.“초운이와 영이 말로는, 오라버니께서 관성대 밖으로 오랫동안 나오지 않으셨다고 들었습니다.”“그랬지.”“그동안 계속 장소검을 위해 염불을 외고 계셨던 건가요?”그저 염불을 읊는 정도가 아니었다. 법진을 세워 장소검의 혼을 윤회의 길로 인도하는, 정밀하고도 막대한 심력을 요하는 작업이었다.용강한은 담담히 답했다.“뭐, 비슷하구나.”“그럼…”“우연아.”그가 부드럽게 그녀의 말을 끊었다.“우리가 만나지 못한 지 벌써 일흔아홉 날이 지났구나.”말끝이 조용히 떨어졌다.소우연은 잠시 말을 잃었다. 두 달 남짓 지났다는 것은 어렴풋이 알고 있었으나, 정확한 날수까지는 헤아리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는 그 시간을 또렷이 기억하고 있었다.“나는 네가 나를 찾아올 줄 알았다.”담담한 어조였으나, 눈동자에는 숨기지 못한 서운함이 배어 있었다.“장소검을 서둘러 윤회로 보내면서도, 네가 나를 잊지 않았다면 언젠가는 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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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72화

“이 법진을 운용하시면… 혹여 오라버니의 몸이 상하지는 않으신가요?”소우연이 걱정스러운 눈으로 용강한을 올려다보았다. 그가 또다시 모든 짐을 홀로 짊어졌다가 천겁을 맞거나, 화를 입지나 않을지 마음 깊이 염려되었기 때문이다.용강한은 별빛처럼 반짝이는 그녀의 눈동자를 가만히 바라보다가, 옅게 웃었다. 이내 손을 들어 그녀의 통통한 볼을 살짝 꼬집었다.“나도 그리 어리석지는 않다.”소우연은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그렇다면 다행이고요.”그의 희생정신이 워낙 강한 탓에, 혹여 스스로를 돌보지 못할까 두려웠던 것이다.용강한은 그녀가 곁에 서 있는 것을 확인한 뒤, 각 문파에서 거둬들인 법구들을 하나하나 꺼내 법진 중앙에 가지런히 놓았다. 동작은 태연자약했고, 기운의 흐름은 흔들림이 없었다.그 모습을 지켜보던 소우연이 웃으며 물었다.“수선자들이 싸우는 모습을 평민들이 보면 놀라지 않겠어요? 혹여 사람들이 몰려오지는 않을까요?”“아니다.”용강한이 고개를 가로저었다.“예전에도 수선자들이 민간에서 소란을 피운 적은 적지 않았다. 다만 본 자가 적었을 뿐,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지.”“그렇다면 크게 달라질 건 없겠네요.”“물론 다르지.”그가 의미심장하게 웃었다.“이제는 평민들도 수선자들의 우스갯소리를 구경할 수 있게 되지 않겠느냐.”소우연은 어깨를 으쓱하며 법구들을 살폈다. 하나같이 제각기 다른 기운을 품고 있었다. 먹통, 한광검, 백귀합감까지. 상운국에 있을 적에는 보지 못했던 진귀한 물건들이 즐비했다.한참을 둘러보던 그녀가 문득 물었다.“그런데 지금 법진은 왜 펼치시는 건가요?”“그 아이가 어디에 있는지 보려는 게다.”말이 끝나자마자, 용강한의 손끝에서 미광이 번쩍였다. 어느새 그의 손바닥 위에는 나침반 하나가 들려 있었다. 소우연은 그가 중얼거리는 주문을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그 나침반은 마치 혼이 깃든 듯 스스로 방향을 틀며 천천히 회전하기 시작했다.잠시 후, 방향을 확인한 용강한이 담담한 눈빛으로 말했다.“가서 확인해 보자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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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73화

“…….”“…….”두 장로는 서로의 눈치만 살필 뿐, 감히 먼저 입을 열지 못했다.바로 그때였다.어디선가 맑은 선기가 물결처럼 번지더니, 눈부시게 흰 선학 한 마리가 허공을 가르며 날아들었다. 저토록 청정한 기운을 뿜어내는 존재라면, 이 세상에 단 한 사람뿐이었다.용강한.선학이 두 장로의 머리 위를 선회하더니, 부리에서 또렷한 음성이 흘러나왔다.“그대들이 공무를 아주 잘 보았구나.”기 장로와 노 장로의 어깨가 움찔했다.“스스로 상의하거나 비합을 겨루어, 이긴 자에게 먼저 마계를 나갈 자격을 주겠다. 너희가 번갈아 다녀온 뒤에는, 전에 의논한 대로 깨달음이 높고 선행을 베푼 마족 백성들도 밖으로 나가 견문을 넓힐 수 있도록 조치하거라.”말이 끝나자 선학은 가볍게 날갯짓을 했다.방금 전까지 수심으로 가득하던 두 장로의 얼굴에 단숨에 화색이 돌았다. 이육진이 약속했던 보상이 곧 실현된다는 뜻이었다.노 장로가 눈을 번뜩이며 먼저 입을 열었다.“무공으로 겨루는 것보단 경기가 낫겠네. 인간들처럼 가위바위보로 승부를 가르는 게 어떻겠는가? 삼세판 양승제로 말이야.”“그거 좋군!”기 장로도 즉각 동의했다.두 장로는 이육진을 향해 공수했다.“소인들은 이만 물러가겠습니다.”이육진은 무심히 손을 저어 그들을 물러가게 했다. 이내 허공을 가볍게 휘저으니, 용강한이 보낸 선학이 안개처럼 흩어졌다.그와 동시에 천리전음이 귓가를 울렸다.“장소검이 아기로 환생했구나. 서북쪽이다. 시기는 구월 구일.”구월 구일.그날 장소검이 태어난다.‘서북쪽이라…’마계 역시 서북방에 자리하고 있었다. 이육진의 눈빛이 깊어졌다. 혹여 장소검이 마계에서 태어날 가능성은 없는지, 여러 갈래의 생각이 스쳤다.그는 소매를 휘둘러 남은 선학의 기운마저 완전히 지워버리고는, 거침없는 걸음으로 두 장로의 뒤를 쫓았다.갑자기 뒤에서 들려온 발소리에 두 장로는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설마, 보상이 취소되는 건 아니겠지…?’그러나 이육진은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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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74화

이육진은 마계를 바라보았다.결계의 틈 사이로 스며든 백주와, 마궁을 밝히는 야명주의 은은한 빛 덕분에 본래 척박하기만 하던 마계의 대지에도 작게나마 햇살이 내려앉아 있었다. 완전한 어둠만이 지배하던 땅 위에, 드문드문 빛이 고여 있었다.그는 그 햇살 아래를 천천히 걸었다.메마른 토양 위에서 마족 백성들이 인간계의 채소와 곡물을 부지런히 길러내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삭막하던 땅에 푸른 기운이 스며 있었다. 산수 사이를 거닐던 그는 문득, 지난날 소우연과 함께 이 길을 걸었던 기억을 떠올렸다.그때, 그녀는 참으로 환하게 웃고 있었다.마침내 바위 하나에 걸터앉은 그의 시야에, 멀리서 정이 막 싹트기 시작한 듯한 마족 청춘남녀의 모습이 들어왔다.소년은 근처에 핀 꽃 한 송이를 조심스레 꺾어 소녀의 머리에 꽂아주었다. 소녀의 얼굴이 순식간에 붉게 달아올랐다. 몸을 배배 꼬며 뒤돌아 달아나자, 소년은 허둥지둥 그 뒤를 쫓았다.그 모습을 바라보던 이육진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번졌다.자신과 소우연은 저들과 달랐다.기억을 더듬어 보아도, 그는 저 소년처럼 불같이 소우연을 쫓아다닌 적이 없었다.대례를 올리던 날, 그는 처음으로 그녀의 얼굴을 보았다. 눈부신 용모가 잠시 시선을 붙들었으나, 그것은 그저 찰나의 호기심에 불과했다. 당시에는 용강한이 왜 그토록 소우연을 잘 감시하라 했는지, 혼인을 피하려는 어리석은 짓을 하지 못하게 막으라 했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그는 처음부터 고고하고 종잡을 수 없는 회남왕이었다. 소우연은 그런 그 앞에서 혹시라도 실수할까 늘 조심스러워했다. 그럼에도 그녀는 그의 신뢰를 얻기 위해 애썼고, 그의 얼굴에 남은 흉터를 고쳐주었으며, 다리까지 낫게 해주었다.지난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그녀의 미모와 의술에 조금씩 마음이 기울던 그 무렵, 그는 알게 되었다. 소우연이 어린 시절, 자신의 목숨을 구해주었던 바로 그 사람이라는 사실을 말이다.그날 이후, 그녀를 향한 감정은 물 흐르듯 깊어졌다. 불꽃처럼 타오르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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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75화

분명 미소 짓고 있는 얼굴이었다. 그러나 소우연은 그의 눈동자 깊은 곳에 스며든,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는 슬픔을 읽어냈다.입술이 달싹였으나 끝내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그는 이미 몇 번이나 약속했다. 다시는 자신을 희생하는 어리석은 짓을 하지 않겠다고.두 사람은 마치 산책을 즐기듯 황혼이 내려앉은 길을 걸었다. 석양 아래에서 두 사람의 그림자가 길게 늘어졌다.멀리 보이는 호수 위에는 백조와 원앙이 한 쌍씩 어우러져 한가로이 노닐고 있었다. 걷다 보니 어느새 소우연의 머리가 용강한의 팔에 살며시 기대어 있었다.용강한은 가슴 한구석이 따뜻해지는 것을 느끼며 고개를 숙여 그녀를 바라보았다. 입가에 번지는 미소를 감출 길이 없었다. 그에게는 더없이 행복한 시간이었다.이윽고 커다란 바위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잠시 쉬었다 가겠느냐?”소우연이 고개를 끄덕였다.“좋아요.”두 사람이 나란히 기대어 앉자 갈대숲에서 놀란 백로들이 푸드덕 날아올랐다. 지는 해를 등지고 나는 그 모습은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다웠다.“우연아, 상운국에 돌아가면 말이다…”용강한은 말을 꺼내다 말고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지금 그 이야기를 꺼내는 것이 옳은지 망설이는 듯했다.뒷말이 이어지지 않자 소우연이 대신 말을 이었다.“상운국에 돌아가면 청계곡으로 가요.”“청계곡이라…”“네. 봄과 여름에는 오라버니가 기르는 물고기를 보고, 가을과 겨울에는 매화원과 차밭을 구경하는 거예요.”용강한은 엷은 웃음을 지으며 그녀의 손을 조금 더 힘주어 쥐었다.“그래, 좋구나.”소우연이 작게 하품을 했다.“자꾸 졸음이 쏟아져요.”“요 며칠 무리해서 이동하느라 제대로 쉬지 못했으니 그럴 수밖에 없지. 근처 현으로 가 객줏집을 찾을까?”소우연이 그의 소매를 붙잡았다.“아니요, 그냥 여기 있을래요.”그녀의 맑은 눈동자에 노을빛으로 물든 호수가 담겼다. 유유히 헤엄치는 백조와 물오리, 원앙과 백로의 울음소리가 평화롭게 어우러졌다.“여기가 참 아름다워요. 날이 어두워지면 그때 깨워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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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76화

밤바람이 살랑이며 들판을 스쳤다.갈대숲 사이로 사그락거리는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어둠이 짙어질수록 그 소리는 더욱 또렷해졌다. 용강한은 품에 안긴 여인을 내려다보았다. 눈빛은 텅 빈 듯 공허했다. 가슴 한복판이 날카로운 칼날에 베인 듯 저릿하게 아려왔다.마디가 또렷한 손가락이 그녀의 하얀 뺨 위로 조심스레 내려앉았다. 손끝에 닿는 온기가 오히려 더 큰 고통을 불러왔다. 형용할 수 없는 감정이 밀려들자 그는 시큰해진 눈가를 감았다가, 길게 숨을 내쉬었다.도대체 이를 어찌해야 한단 말인가. 그는 몇 번이고 스스로에게 물었다.달이 버드나무 가지 끝에 걸릴 즈음이었다. 용강한은 법력을 일으켜 주변의 벌레를 흩어지게 했지만, 황야의 풀벌레 소리와 간간이 섞여 드는 새 울음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얼마나 잠들어 있었을까.소우연이 천천히 눈을 떴다. 밤하늘에는 어느새 밝은 달이 높이 떠 있었다.그녀가 그를 바라보며 생긋 웃었다.“사부님.”“그래.”“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세요?”용강한이 엷게 웃으며 되물었다.“어찌하여 다시 나를 사부라 부르느냐?”“그냥요. 그게 더 재미있어서요.”“어떤 점이 말이냐?”소우연은 잠시 생각하는 듯하다가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글쎄요… 아마 수천 년의 기억이 저를 그렇게 길들였나 봐요.”“그 수천 년의 기억 속에서, 너는 날 무척이나 좋아했느냐?”“네.”그 한마디에는 망설임이 없었다.용강한은 그녀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말 속에서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흔적을 찾고 싶으면서도, 동시에 자신을 사랑한다는 확신을 붙들고 싶었다. 그런 스스로가 우스워졌는지, 입가에 허탈한 웃음이 스쳤다.정이라는 바다에 빠지면, 사람은 이렇게까지 우스워지는 것일까.“제가 사부님이라 부르는 게 싫으세요?”“어떻게 불러도 상관없다.”달빛 아래, 그의 무릎을 베고 누운 소우연의 얼굴은 숨이 멎을 듯 눈부셨다. 그러나 눈동자 깊은 곳에는 미묘한 의구심이 서려 있었다.용강한이 먼저 말을 꺼냈다.“이제 그만 일어나 묵을 곳을 찾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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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77화

“음, 어쩌면 네가 정말 나쁜 사람일지도 모르겠구나.”용강한은 그녀의 말을 일부러 받아주듯 낮게 읊조렸다. 눈가에는 장난기가 어렸다.소우연은 입술을 삐죽 내밀며, 일부러 더 가까이 다가와 속삭였다.“그럼… 어디 한번 맛보실래요?”달빛 아래, 호수는 잔물결을 부서뜨리며 은빛으로 반짝였다.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 그림자가 수면 위로 길게 드리웠다. 그 풍경을 잠시 바라보던 용강한은 결국 참지 못하고 낮게 웃음을 터뜨렸다.이육진과 아이들 앞에서는 늘 그를 ‘오라버니’라 부르던 그녀였다. 그러나 단둘이 있거나 수행자들만 있는 자리에서는 어김없이 ‘사부님’이라 부르며 짓궂게 굴었다.사제지간이라는 그 아슬아슬한 경계를 그녀가 모를 리 없었다.용강한은 깊게 숨을 들이켰다. 웃음기 어린 눈으로 그녀를 내려다보던 그는, 이윽고 천천히 고개를 숙였다.부드러운 입술이 맞닿는 순간, 달콤한 숨결이 번져왔다. 은은한 향기가 입안 가득 스며들자, 가슴을 짓누르던 근심과 슬픔이 마치 봄눈처럼 서서히 녹아내렸다.……세월은 물 흐르듯 흘러 어느덧 보름이 지났다.그 사이, 소우연은 이육진에게서 단 한 자의 소식도 받지 못했다. 그 점이 못내 마음에 걸렸다.설마… 그 사람도 용강한처럼 대인배인 체하며 꾹 참고 있는 것은 아닐까.그동안 두 사람은 서북쪽 일대를 샅샅이 뒤졌다. 각 고을을 돌며 임산부들을 하나하나 확인했다. 그러나 나침반은 단 한 번도 반응하지 않았다. 장소검이 환생했을 곳은 여전히 오리무중이었다.북적이는 저잣거리의 객줏집 안.찻잔을 기울이던 소우연이 입을 열었다.“나침반이 잘못된 건 아닐까요?”용강한은 고개를 저었다.“이 넓은 인해 속에서,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아이를 찾는 일이 그리 쉬울 것 같으냐.”“꼭 찾아야만 하는 사람인데…”말끝을 흐리던 소우연은 문득 소열의 얼굴을 떠올렸다.“그런데 사부님, 우리가 관성대를 떠난 뒤로 소열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계속 그곳에 남아 있을까요?”“그렇겠지.”“혹시… 딴마음을 품지는 않을까요?”“그럴 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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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78화

눈 깜짝할 사이에 계절이 바뀌었다. 어느덧 가을이었다.이육진은 마계의 규율을 한층 더 엄정히 다듬었다. 동시에 재능이 뛰어나고, 무엇보다 의로운 마음씨를 지닌 마족 소년 몇을 선발해 마궁으로 들였다. 그들에게 마존의 자리를 두고 다투라 명하지는 않았다. 다만 각자가 지닌 재능을 갈고닦아, 스스로의 길을 깊이 있게 걷게 했을 뿐이다.기 장로와 노 장로 또한 그들을 후계로 여기지 않았다. 마계에는 엄연히 황자가 존재했으니, 자리는 이미 정해져 있었다.지난 한 달 남짓, 용강한은 몇 차례 서신을 보내왔다. 장소검을 찾는 진척 상황, 상운국에 남은 이천 일행과 연락하며 파악한 소식들까지 상세히 적혀 있었다.본래 이육진은 마계의 정사를 정리하는 대로 소우연을 찾아갈 생각이었다.그러나 며칠 전, 은북국을 찾았던 그는 뜻밖의 광경을 마주했다. 장소검의 흔적은 끝내 찾지 못한 채, 발길이 흑천 삼림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그곳에서 ‘흑천’을 보았다.흑천 속에는 기이한 장면이 펼쳐져 있었다.현령대륙으로 건너온 이들이 차가운 얼음 침대 위에 누워 있었다. 진청산, 장소검, 심지어 소열까지. 세 사람의 얼굴은 핏기가 완전히 사라져, 마치 이미 숨이 끊어진 시신 같았다.그러나 자신과 소우연, 이영, 심초운, 그리고 용강한.다섯 사람의 얼굴빛은 선연히 붉었다. 숨을 쉴 때마다 가슴이 미세하게 오르내리는 것까지 또렷이 보였다.그 광경은 말로 다 할 수 없는 충격이었다.이육진은 곧장 법력을 끌어올려 흑천 안으로 들어가려 했다. 그러나 손에 닿은 것은 시커먼 기름물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다시 밖으로 나오자, 그의 몸과 손이 기묘하게 명멸하기 시작했다. 어둡게 흐려졌다가, 다시 또렷해지기를 반복했다. 마치 이 세상에 완전히 속해 있지 않은 존재처럼 말이다.그 순간, 깨달음이 번개처럼 스쳤다.이곳의 모든 것이… 환상일지도 모른다는 사실이었다.이육진은 지체 없이 용강한에게 서신을 보냈다. 흑천 삼림으로 속히 오라 일렀다.한참 뒤 도착한 답장은 짧았다.‘때가 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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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79화

이육진은 법력을 끌어올려 흑천 아래가 과연 자신이 보았던 그 차디찬 얼음 지옥이 맞는지 확인하려 했다.그런데 기이한 일이 벌어졌다. 그의 법력이 흑천의 수면에 닿는 순간, 검은 물이 들끓듯 요동치더니 불길이 하늘을 찌를 듯 솟구쳐 올랐다. 마치 오래 잠들어 있던 괴물이 분노에 차 몸부림치는 것 같았다.만약 그가 순식간에 몸을 피하지 못했다면, 저 흑천과 함께 흔적도 없이 사라졌을 터였다.“어, 어찌 이런 일이!”이육진은 가슴을 쓸어내렸다. 방금 전까지 서 있던 자리에는 검은 연기와 타는 냄새만이 남아 있었다.거대한 폭발 기운에 놀란 마병들이 사방에서 황급히 달려왔다. 살기를 머금은 마존의 기세에 압도된 한 마병이 조심스레 물었다.“마존, 무슨 일이십니까?”이육진은 표정을 가다듬었다.“인명 피해는 없으니 물러가라.”“예!”마병들이 흩어졌다.황량한 은북의 대지 위에 홀로 선 이육진은 이내 자리에 내려앉았다. 차가운 바람이 옷자락을 스쳤다. 한동안 그는 아무 말없이 깊은 사색에 잠겼다.설령 이곳의 모든 것이 허상이라 하더라도, 이 세계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이곳에 환생한 장소검을 반드시 찾아야 했다.이육진은 곧장 검은 까마귀를 불러 법력을 실어 보냈다. ……인간 세상에는 서늘한 가을바람이 불고 있었다.소우연과 용강한은 이름조차 알 수 없는 산골 마을 어귀에 닿아 있었다. 굽이진 산자락 아래로 작은 초가들이 모여 있었고, 저녁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올랐다.해가 뉘엿뉘엿 기울 무렵, 용강한이 입을 열었다.“연아, 서둘러 읍내로 돌아가 객줏집을 잡고 묵는 게 좋겠구나.”소우연이 고개를 갸웃했다.“사부님은 하나도 안 급하세요?”용강한은 잠시 말을 고르더니 조용히 끄덕였다.“급하지. 하지만 서두른다고 될 일은 아니지 않느냐.”그의 소매 속 나침반은 이미 미세한 진동을 보내고 있었다. 장소검은 분명 이 주부 안 어딘가에 있었다.그럼에도 그는 조급해하지 않았다.설령 찾는다 해도, 당장 어찌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아이가 자연스럽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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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80화

용강한과 소우연은 순주 관저 인근에 거처를 잡았다. 두 사람은 화단을 일구고 씨를 뿌리며 겉으로는 한가로운 나날을 보냈다. 바람이 불면 꽃잎이 흔들리고, 낮에는 풀잎에 맺힌 이슬이 반짝였다.그러나 소우연의 속은 그처럼 고요하지 못했다. 머릿속에는 온통 한 가지 생각뿐이었다.어떻게 해야 장소검을 찾을 수 있을까.그날도 용강한이 낚싯대를 들고 강가로 나간 틈을 타, 소우연은 패를 품에 넣고 순주 관저로 향했다. 관청에 보관된 호적 자료와, 그동안 수집된 임산부들의 기록을 직접 확인하기 위해서였다.순주 지부인 요 대인은 묘령의 소녀가 황성에서 내려온 패를 내밀자 속으로 적잖이 놀랐다. 겉보기에는 열일곱이나 되었을까 싶은 어린 소녀였다. 그러나 눈빛은 맑고도 곧았으며, 말투와 몸가짐에는 함부로 대할 수 없는 기품이 배어 있었다.요 대인은 조심스레 물꼬를 텄다.“이 패는 분명 황성의 것이오나… 어떤 연유로 이런 기록을 살피려 하시는지 여쭈어도 되겠습니까?”임산부들의 명부는 황제 폐하의 칙령에 따라 엄중히 관리되는 문서였다. 한 치의 허술함도 허락되지 않았다. 정체가 분명치 않은 이에게 선뜻 내어줄 수는 없는 일이었다.소우연은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그렇다고 자신이 황제의 어머니라고 밝힐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천하가 다 알다시피 옥새국의 여황제 이영은 무령국의 공주 출신이었다. 그 어머니 역시 무령국 사람이었다.눈앞의 소녀가 어머니라니, 누가 믿겠는가.요 대인의 시선이 점점 예리해졌다. 소우연이 속으로 난감해하던 바로 그때…휙.하얀 그림자 하나가 바람을 가르며 관저 마당에 내려섰다.요 대인은 소스라치게 놀라 두 걸음이나 물러섰다. 수행자들은 눈 깜짝할 새 천 리를 간다더니, 오늘 제 눈으로 보게 될 줄이야.용강한이었다.그는 소매 속에서 패를 꺼내 조용히 내밀었다. 흠천감 감정의 패였다.요 대인은 그것을 확인하자마자 얼굴빛이 하얗게 질렸다. 급히 두 손을 모으고 무릎을 꿇었다.“감정 대인을 뵙나이다!”일찍이 이영은 용강한을 흠천감 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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