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난 이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Chapter 2281 - Chapter 22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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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81화

소우연은 그제야 번쩍 깨달은 얼굴이 되었다.“도대체 장소검은 어디에 있는 건가요?”그녀는 용강한의 팔을 붙잡고 흔들며 어서 말하라는 듯 재촉했다. 용강한은 입가에 옅은 미소를 머금은 채, 다급한 그녀를 잠시 바라보다가 낮게 답했다.“급할 것 없다.”“급해요! 제 눈으로 직접 확인해야 마음이 놓인단 말이에요.”말을 쏟아내던 소우연은 문득 눈을 가늘게 뜨고 그를 빤히 바라보았다.“설마… 사람을 찾고 나면 제가 사부님이랑 더는 유람하지 않을까 봐 그러시는 거예요?”용강한은 순간 말문이 막힌 듯 시선을 피했다. 그 모습에 소우연이 배시시 웃었다.“걱정 마세요. 사람을 찾고 나면 우리 아예 자리를 잡고 편히 지내요.”“우리는 이미 자리를 잡지 않았느냐.”“……”맞는 말이었다. 두 사람은 순주 관저 인근에 머문 지 벌써 보름이 훌쩍 넘었다.소우연은 다시 캐물었다.“그럼, 장소검이 이 순주성 안에 있다는 말씀이세요?”“그렇다.”그녀는 지금 묵고 있는 객줏집 방 안을 휘둘러보았다. 창문, 장롱, 탁자, 벽 너머까지 상상하듯 시선을 옮겼다.“설마… 여기서 아주 가까운 곳인가요?”용강한의 눈에 웃음이 어렸다.“과연 총명하구나.”총명하기는. 정말 총명했다면, 그가 이미 장소검의 행방을 알고 있다는 사실을 진작에 알아챘을 터였다.소우연은 손에 들고 있던 명부를 내려다보며 물었다.“그래서 이 중에 누구예요?”“세 명이다.”“세 명이나요?”용강한은 명부를 넘겨가며 손가락으로 하나씩 짚었다. 순주 지부 대감의 첩, 부유한 원외의 처, 그리고 지금 두 사람이 묵고 있는 객줏집 주인 아주머니.소우연의 입이 떡 벌어졌다.“그걸 왜 이제야 말해줘요! 사부님 때문에 명부를 한 권이나 다 베껴 쓰느라 고생만 했잖아요. 지부 대감한테 한 부 돌려줄 생각까지 했는데….”용강한이 태연하게 웃었다.“그때는 네가 묻지 않지 않았느냐.”소우연은 팔짱을 끼고 고개를 홱 돌렸다.“사부님도 저를 속이시는군요. 저를 기만하신 거예요.”“말이 과하구나.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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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82화

시간은 쉼 없이 굴러, 어느덧 달의 끝자락에 다다랐다.그동안 소우연과 용강한은 틈만 나면 지부 대감의 첩과 원외의 처를 번갈아 찾아가 살폈다. 겉으로는 안부를 묻는 척했으나, 실은 배 속의 기운을 확인하기 위함이었다. 날이 거듭될수록 두 사람은 한 가지 사실을 분명히 깨달았다.객줏집에 머물 때, 용강한의 나침반이 가장 격렬하게 반응한다는 것이었다.마침내 확신이 섰다. 장소검은 객줏집 주인 아주머니 손홍의 배 속으로 환생해 있었다.그 뒤로 두 사람은 객줏집 주인 내외와 부쩍 가까워졌다. 저녁이면 마루에 둘러앉아 차를 마시고, 아이가 태어나면 어떤 이름이 좋을지 웃으며 이야기했다. 겉으로 보기에 그들은 그저 한가로운 유람객에 불과했다.이날은 소우연이 손홍의 장보기에 동행했다. 미처 준비하지 못한 출산 용품을 사러 장터로 나서는 길이었다.골목을 걷던 소우연은 문득 등골이 서늘해졌다. 누군가 뒤에서 자신들을 주시하고 있는 듯한 기분이었다. 몇 걸음 옮기다 말고 뒤를 돌아보았지만, 오가는 사람들뿐 특별히 수상한 기색은 없었다.손홍이 의아한 눈으로 물었다.“아씨, 오늘따라 왜 자꾸 뒤를 돌아보세요”“글쎄요… 누가 미행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요.”“아이고, 우리 같은 평범한 백성을 누가 미행하겠어요?”소우연은 머쓱하게 웃었다.“그렇겠죠? 제가 괜히 예민했나 봐요.”“그나저나…”손홍이 힐끗 소우연을 바라보며 웃었다.“제가 보기엔 아씨랑 서방님이 예사분들이 아닌 것 같아서요.”“어머? 어떤 점이요?”손홍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냥 느낌이 그래요. 말씨며 기품이며… 평범한 백성 같지가 않거든요. 제 생각엔 두 분은 분명 유람 나온 귀한 집안 분들이에요.”소우연은 부드럽게 고개를 저었다.“전혀 아니에요.”“아니긴요. 분명 맞다니까요.”손홍은 배를 토닥이며 웃었다.“그나저나 이 녀석이 벌써 나오고 싶은 모양이에요.”그녀가 말한 ‘이 녀석’은 배 속 아이였다.소우연이 다정히 말했다.“서두를 것 없어요. 장난치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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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83화

이육진은 누군가와 소우연을 사이에 두고 다투는 상황을 바라지 않았다.마음 가장 깊은 곳에서는 그 누구에게도 소우연을 내어주고 싶지 않다는 절규가 끊임없이 울리고 있었다. 그러나 그 상대가 용강한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졌다.그는 또렷이 기억하고 있었다. 용강한이 소우연을 환생시켰고, 자신이 황권을 찬탈하는 길을 묵묵히 도왔으며, 소씨 가문의 후사가 끊기지 않도록 스스로 고통을 감내했다는 사실을 말이다.무엇보다도 잊을 수 없는 순간이 있었다.위금성이 혈충을 흩뿌려 자신을 함정으로 끌어들였던 날, 그때 그는 분명히 죽음을 직감했다. 피가 거꾸로 솟구치고, 의식이 서서히 꺼져 가던 그 순간, 그는 소우연과 나라, 그리고 아이들까지 모두 용강한에게 맡겼다.“연아, 아이들을… 부탁한다.”그 한마디에 모든 미련을 담았었다.만약 용강한에게 사심이 단 조금이라도 있었다면, 그저 그가 죽어가는 모습을 지켜보기만 해도 되었을 터였다. 그러면 소우연도, 천하도 자연히 그의 것이 되었을 것이다.그러나 용강한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그는 이육진이 죽으면 소우연과 아이들이 슬퍼할 것을 알았다. 소우연이 무너져 울부짖는 모습을 차마 보지 못해, 자신의 목숨을 걸고 그를 구해냈다. 그날, 피로 물든 전장에서 살아 돌아온 것은 기적이 아니라 용강한의 선택이었다.이 모든 지난 일을 되짚어 보면, 용강한은 이육진과 소우연에게 있어 목숨을 다시 준 것이나 다름없는 은인이었다.그렇기에 이육진은 사랑하는 여인이 용강한과 함께 있을 때마다 가슴을 후벼 파는 상실감을 느끼면서도, 자신의 사랑이 그의 헌신보다 크다고는 차마 말할 수 없었다.진청산의 비열한 계략으로 소우연이 이 세계에서 용강한을 뼛속 깊이 사랑하게 된 것 역시, 진청산의 죄일 뿐이었다. 그것은 소우연의 변심도 아니었고, 용강한의 강요는 더더욱 아니었다.이육진은 그것을 알고 있었다.그래서 용강한을 원망하지 않았다. 소우연을 탓하지도 않았다. 차라리 지금처럼 셋이 얽혀 있는 현실이, 아예 그녀를 영영 잃는 것보다는 과분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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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84화

“어쩐지 오늘 아씨가 자꾸 누가 따라오는 것 같다 하더니, 역시 서방님이셨구먼요. 어쩜 한시도 잊지 않고 저리 그림자처럼 챙기실까.”손홍이 부러움이 잔뜩 묻은 목소리로 너스레를 떨었다.소우연은 엷게 웃기만 할 뿐, 용강한을 서방님이라 부르는 말을 굳이 바로잡지 않았다. 예전 용강한이 그녀가 한 번도 자신을 서방님이라 불러주지 않는다며 은근히 서운한 기색을 보인 적이 있었다. 그 마음을 달래주려 소우연은 단둘이 있을 때면 ‘사부님’ 대신 ‘낭군’이라 부르곤 했다.그 한마디에 용강한은 한동안 눈에 띄게 기분이 좋아졌었다.용강한은 부드러운 미소를 띤 채 가볍게 고개를 끄덕여 인사를 대신했다. 손홍은 입술을 달싹이며 그를 한참 바라보았다. 이토록 수려한 사내와 소우연처럼 영롱한 미인이 나란히 서 있으니, 하늘이 점지한 인연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가슴 한켠이 저릿했다.스무 살 꽃다운 나이에, 흙에 반쯤 들어간 듯 숨이 가쁜 뚱뚱한 늙은이에게 시집왔던 자신의 처지와는 너무도 달랐다.소우연이 웃으며 말했다.“저도 왠지 그분일 것 같았어요.”용강한이 두 사람 곁으로 다가왔다. 그의 시선은 오직 소우연에게만 머물러 있었다. 자연스럽게 그녀의 손을 맞잡으며 물었다.“다 샀느냐?”“네, 다 샀어요.”옆에 서 있던 손홍이 물었다.“걸어서 오신 건가요?”“그렇소.”짧은 대답이었지만, 손을 잡은 손은 놓지 않았다.손홍은 괜히 얼굴이 화끈해져 슬쩍 고개를 돌렸다. 저 부부의 금슬은 보는 이의 눈이 멀 지경이었다. 감히 비교할 수도 없을 만큼 단단하고 다정했다.두 사람은 손홍을 객줏집까지 무사히 바래다준 뒤, 자신들의 방으로 돌아왔다.문이 닫히자 비로소 소우연의 표정이 가라앉았다. 그녀는 침상 가장자리에 앉아 조용히 입을 열었다.“그 아주머니가 해산할 때 필요한 것들은 어떻게든 다 마련해드리긴 했지만… 우리가 바라는 걸 생각하면 마음이 편치 않아요.”용강한은 그녀의 손을 꼭 쥔 채 놓지 않았다.“그리 서두를 것 없다.”태어나자마자 아이의 피를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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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85화

소우연은 입술을 달싹이며 웃음을 간신히 참았다. 그녀는 장난스럽게 손을 뻗어 용강한의 은빛 머리카락 한 가닥을 손가락에 둘둘 감았다 풀며 속삭였다.“이리 신선 같은 분이 어찌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그런 말씀을 하실까요?”“음.”태연한 맞장구였다.기가 막힌 듯 소우연은 결국 웃음을 터뜨렸다.“그렇다면 제가 사부님을 속세의 번잡함 속으로 끌어내린 게 원망스럽지는 않으신가요?”“원망스럽다.”짧고도 단호한 대답에 소우연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예쁜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정말로… 나를 원망하시는 걸까?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계율을 어기게 만든 것도, 몇 번이고 그를 유혹한 것도 결국은 자신이었다. 그가 지켜온 세월을 생각하면 죄스러운 마음이 먼저 앞섰다.용강한이 손을 뻗어 그녀의 찌푸려진 미간을 부드럽게 펴주었다.“너를 조금 더 일찍 만나 속세로 내려오지 못한 것이 원망스럽구나. 그랬다면 그 오랜 세월을 홀로 수절하며 보내지 않았을 텐데.”소우연은 크게 숨을 내쉬었다. 긴장이 풀리자 괜히 심술이 일었다.“이 와중에도 농을 하세요?”그녀는 몸을 홱 돌려 곁의 낮은 탁자에 가 앉았다. 일부러 그를 쳐다보지 않았다.용강한은 빙그레 웃으며 그녀의 앞에 다가와 한쪽 무릎을 굽히고 앉았다. 앉아 있어도 그는 머리 하나는 더 큰 자태였다.“내가 잘못했다.”소우연은 입술을 삐죽였다.“사부님은 늘 잘못했다고만 하시잖아요.”“정말로 내 잘못이다.”그는 드물게 진지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어떻게 해야 연이 너를 더 기쁘게 해줄 수 있을지, 아직도 다 배우지 못한 모양이구나.”그 말에 소우연의 심장이 조용히 내려앉았다.“우리가 이렇게 아무 일 없이 함께 있는 것… 그것만으로도 제겐 가장 큰 기쁨이에요.”용강한은 손을 들어 그녀의 얼굴을 어루만졌다. 이마 위로 흘러내린 잔머리를 조심스레 넘겨주며, 꿈결에도 그리워하던 얼굴을 하나하나 눈에 담았다.이미 품에 안았으면서도, 보고 있어도 또 보고 싶은 얼굴이었다.그는 수십 년을 수양하며 어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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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86화

물안개가 스민 듯 촉촉이 젖은 소우연의 눈을 가만히 들여다보던 용강한은 잠시 입술을 달싹이다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알겠다.”그 한마디에 소우연은 그제야 안도한 듯 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여전히 불안이 남은 눈빛으로 그를 붙들었다.“절대… 저를 속이시면 안 돼요.”용강한은 무언가 말하려다 멈추었다. 대신 깊은 총애가 서린 미소만을 지어 보였다.“도대체 꿈에서 무엇을 보았느냐?”“사부님 꿈을 꾸었어요.”“그래. 그 꿈에서 어찌 되었기에 그리 놀랐느냐?”소우연은 입술을 삐죽였다.“붙잡으려 해도, 도무지 잡히지가 않았거든요.”“나를 잡을 수 없었다고?”“네. 손을 뻗어도 자꾸만 멀어져서… 그래서 너무 놀라 잠에서 깼어요.”용강한은 잠시 멍하니 굳어 있었다. 그가 무슨 생각에 잠겼는지 소우연은 알 수 없었다. 그저 혼잣말처럼 덧붙였다.“그래도 꿈이라서 다행이에요. 정말 다행이에요.”“꿈일 뿐이니, 걱정말거라.”용강한은 그녀의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그만 일어날까?”“네.”두 사람은 나란히 자리에서 일어났다.간단히 아침을 들고 난 뒤, 소우연은 객줏집 안주인 손홍에게 몇 마디 문안을 건넸다. 맥을 짚어 평안을 살피고, 몸을 조심하라 일러주며 덕담을 남겼다.그 모습을 지켜보던 객줏집 주인은, 두 사람이 문을 나서자마자 젊은 아내의 만삭인 배로 시선을 옮겼다. 미간이 깊게 모였다.“부인.”“네?”“저 두 사람, 우리 객줏집에 꽤 오래 머물고 있지 않소? 게다가 당신한테, 아니 정확히는 당신 배 속 아이한테 지나치게 정성을 쏟는 것 같지 않소?”손홍은 멍한 얼굴로 되물었다.“정말 잘해주긴 하죠. 그런데 그게 무슨 문제라도 되나요?”“아무런 연고도 없이 남에게 왜 그리 잘해주겠소? 요즘 들어 저 여자가 매일같이 당신 맥을 짚어주면서, 유독 아이 얘기만 챙기지 않았소?”그전까지는 미처 생각지 못했던 말이었다. 남편의 말이 귀에 맴돌자 등골이 서늘해졌다.“여보, 설마… 제 아이를 노리는 걸까요?”주인은 낮게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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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87화

소우연은 무심코 용강한을 바라보았다. 도문의 술법에 능한 자라면 앞날을 내다보고 점을 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용강한은 그저 빙그레 웃을 뿐, 한 치의 동요도 없었다. 태연자약한 얼굴로 조삼이 무슨 수작을 펼치려는지 지켜보고 있었다.조삼은 미간을 깊이 찌푸리며 말을 이었다.“그 상사 말이요, 제 아이는 모든 게 다 좋은데, 하필 저 같은 비천한 몸에서 태어나는 바람에 문곡성의 운명이 가로막혔다지 뭐예요. 아이 운복이 순탄하려면 반드시 귀한 신분의 수양부모를 찾아야 한답니다. 대인, 부인. 예전에 두 분이 관저에 자주 드나드시던 때엔 배 속 아이가 참 얌전했거든요? 그런데 요새는 어찌나 발길질을 해대는지 모르겠어요. 상사 말로는 제 명줄이 천해서 아이가 괴로워하는 거라더군요. 제가 아는 분들 가운데 두 분이 가장 귀하신데… 제발 제 아이의 수양부모가 되어주시면 안 되겠습니까?”소우연은 기가 막혀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설마 저 말을 모두 곧이곧대로 믿는 것일까.그녀는 용강한을 흘끗 바라보았다. 혹 조삼이 일부러 저런 말을 꾸며 다른 속셈을 숨기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스쳤다.용강한이 부드럽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거절하려는 것은 아니오. 다만 나와 내 부인도 이미 명을 보았는데, 다른 이의 수양부모가 되면 우리 아이의 기운에 좋지 않다 하더군.”조삼의 안색이 순식간에 굳었다.“그, 그럴 리가요? 그럼 제가 모신 상사에게 다시 한 번 점을 보게 하는 건 어떻겠어요?”그녀는 곁에 서 있던 하녀에게 눈짓했다.“어서 상사님을 모셔오너라.”“예, 마님.”하녀는 기다렸다는 듯이 발걸음을 옮겼다. 근처에 대기하던 도사를 불러오기 위해서였다.조삼은 다시 소우연을 향해 환하게 웃었다.지부 나으리께서 말씀하시길, 용강한은 경성에서 온 높은 관리라 했다. 만약 배 속 아이가 이런 귀인을 수양부모로 둔다면, 정실부인은 물론 나으리조차 자신을 함부로 대하지 못할 터였다. 그동안 받아온 구박에서도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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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88화

분위기가 극에 달하자, 조삼은 돌연 용강한과 소우연 앞에 털썩 무릎을 꿇었다.“부탁드립니다. 귀한 두 분께서 제 배 속의 아이를 수양아들로 받아주십시오.”그녀가 무릎을 꿇자 곁에 있던 하녀도 함께 엎드렸다. 소우연은 놀라 한 걸음 물러섰다. 용강한이 그녀를 부축하며 단호히 말했다.“방금 분명히 말했소. 우리 두 사람의 명 또한 예사롭지 않아 남의 수양자식을 들일 처지가 못 된다고.”조삼은 금세 눈가를 붉히며 도사를 바라보았다.“도사님, 이게 어찌 된 일입니까?”도사는 용강한과 소우연의 기색을 살피더니 짐짓 엄숙하게 입을 열었다.“두 귀인의 관상은 워낙 뛰어나 다자다복한 상입니다. 수양자식을 몇이나 들인다 한들 아무 탈이 없지요. 오히려 이분들의 수양자식이 된다면 그 아이 또한 장차 부귀공명을 누릴 팔자입니다.”소우연은 난처한 얼굴로 조삼을 바라보았다.“어서 일어나세요.”그녀가 몸을 굽혀 부축하려 했으나, 조삼은 완강히 버텼다.“귀인님, 제발 이러지 마십시오. 제 배 속의 가련한 아이를 생각해서라도…”소우연은 다급히 하녀를 향해 말했다.“어서 네 주인을 부축하거라. 산달이 다 되어가는데 이렇게 흥분하면 좋을 게 없지 않겠느냐.”“아닙니다! 허락해주실 때까지 절대 일어나지 않겠습니다!”“일단 일어나시지요. 만에 하나 일이라도 생기면…”“싫습니다! 제 아이는 문곡성입니다. 제 미천한 신분 때문에 아이의 앞날이 막힌다면, 저는 차라리 죽는 게 낫습니다!”소우연은 더는 말을 잇지 못했다. 그때 도사가 한마디 거들었다.“수양아들 하나 두는 셈 치시지요. 아이가 자라면 두 분께 효도하지 않겠습니까?”효도라니.용강한의 입가에 실소가 스쳤다. 그는 품 안에서 도문의 법기 하나를 꺼내 도사 앞에 내보였다.“이것이 무엇인지 알아보겠느냐?”도사가 눈을 내려 그것을 확인하는 순간,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이, 이것은… 오뢰영패 아닙니까?”“알아보는구나.”도사의 눈이 크게 흔들렸다. 용강한의 얼굴은 여전히 온화했으나, 그 안에는 서슬 퍼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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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89화

“네가 가지고 있거라. 언제 어느 때 이 벼락이 필요할지 모르지 않느냐?”소우연은 어이없다는 듯 웃으며 오뢰영패를 다시 건네려 했다. 그러나 용강한은 재차 그녀의 손을 감싸 쥐며 패를 꼭 쥐여주었다.“나에게는 이런 것들이 별 소용이 없다. 훗날 천이나 초운이에게 주어도 무방하다.”“그럼 사부님께서 직접 주시면 되지요.”“네가 잠시 가지고 노는 게 어떠냐. 안 될 것도 없지 않으냐?”가지고 논다니.소우연은 그를 빤히 바라보았다. 장난스러운 말투였으나, 그 안에는 전적인 신뢰가 담겨 있었다. 가슴 깊숙한 곳에서 따뜻한 기운이 번져 나왔다. 손바닥 위에 얹힌 오뢰영패는 묵직했다. 단순한 무게가 아니라, 책임의 무게처럼 느껴졌다.두 사람은 저잣거리로 나가 임산부가 먹기 좋은 복숭아와 새콤한 자두를 고르고, 털이 복슬복슬한 아기 호랑이 모양 장난감도 몇 개 샀다. 그렇게 두 손 가득 들고 객줏집으로 돌아왔다.소우연은 주인에게 물었다.“손홍은 어디 있나요?”“아, 뒷마당에 있습니다.”“복숭아랑 신 자두를 좀 사 왔어요.”“이거 참, 너무 과하신 것 아닙니까.”“별말씀을요. 저희도 먹을 겸 함께 좀 샀습니다.”주인은 엷게 웃었으나 눈빛은 달랐다.함께 샀다니.객줏집에 묵는 손님 가운데 누가 안주인을 위해 무언가를 따로 챙겨준 적이 있었던가. 저 두 사람이 아내에게 쏟는 관심은 아무리 생각해도 지나쳤다.“제가 가서 전해주고 오겠습니다.”소우연이 물건을 들고 돌아서자, 용강한이 덧붙였다.“나는 방에서 기다리고 있으마.”“네.”소우연이 뒷마당으로 향했다. 주인은 묘한 미소를 지은 채 주판알을 또르륵 튕겼다. 이층으로 올라가던 용강한은 문득 뒤를 돌아 그를 한 번 훑어보았다. 맑은 눈동자에는 이미 상황을 꿰뚫은 기색이 서려 있었다.뒷마당 회랑에는 손홍과 하녀 아랑이 앉아 있었다. 소우연이 다가가자 손홍은 깜짝 놀라 몸을 움츠렸다.“여기 계셨네요?”“아, 부, 부인.”“왜 저를 보자마자 피하려는 것처럼 구세요?”“아, 제가 그랬나요?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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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90화

용강한은 소우연의 손을 제 손 안에 감싸 쥐었다. 그의 손길은 언제나처럼 따뜻하고 단단했다.“걱정 말거라. 나중에 그 산파들이 속수무책일 때, 그때 네가 나서서 도와주면 되지 않겠느냐.”소우연은 고개를 끄덕였다.“네, 그때가 되면 제가 직접 아이를 받겠어요.”말을 마치자마자, 그녀의 뇌리를 번개처럼 스치는 생각이 있었다. 눈동자가 반짝이며 다시 용강한을 올려다보았다.“사부님, 혹시 아기의 탯줄 혈액으로도 방도를 찾을 수 있을까요?”용강한의 시선이 살짝 깊어졌다.“그러니까 장소검의 탯줄 혈액 말이에요. 아이에게 아무런 해를 끼치지 않고도…”잠시 멍해진 듯하던 용강한의 얼굴에 이내 옅은 웃음이 번졌다. 그는 소우연을 흐뭇하게 바라보았다.“역시 연이는 총명하구나. 이보다 더 완벽한 방법이 어디 있겠느냐. 그 누구도 다치게 하지 않을 방도구나.”소우연의 얼굴이 환하게 밝아졌다.“다행이에요. 정말 다행이에요!”“내 미리 피를 담을 그릇을 준비해두마.”“네.”잠시 생각에 잠겼던 소우연이 다시 입을 열었다.“그들이 미리 구해둔 산파도 우리가 먼저 손을 써둬야겠어요. 손홍이 무사히 아이를 낳으면, 산파에게 탯줄 혈액을 잘 거두어달라고 부탁하고 사례를 톡톡히 하는 거죠.”용강한은 장난스럽게 그녀의 살짝 통통한 볼을 꼬집었다.“우리 연이가 제법 야무진 계획을 세웠구나.”소우연은 은근히 어깨를 으쓱했다. 대단한 계책이라기보다는, 아이를 낳아본 경험과 그간 아이들을 직접 받아본 일이 있어 문득 떠오른 묘안이었다.……영수항.조삼은 얼굴을 가리는 두루마기를 쓰고 하녀와 함께 한 산파의 집을 찾았다. 문이 열리자마자 그녀는 망설임 없이 은덩이를 꺼내 상 위에 내려놓았다.“은자 스무 냥이다. 부탁할 일이 하나 있어 왔느니라.”푸른 옷을 입은 산파는 순간 눈이 휘둥그레졌다. 귀한 부인이 해산을 앞두고 자신을 찾은 줄 알고 연신 허리를 굽혔다.“말씀만 하십시오. 부인께서 해산하실 때 사람만 보내주시면 제가 곧장 달려가겠습니다.”“아니, 내가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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