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난 이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Chapter 2301 - Chapter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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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01화

“그러니 그 신비한 공간 속에서, 그 세 사람은 이미 죽은 것이나 다름없다.”만약 이곳의 모든 것이 꿈이라면… 소우연의 시선이 황궁 쪽으로 향했다. 황의전으로 이어지는 화원 길 위로, 흰 옷자락을 휘날리며 신선처럼 유유히 걸어가는 한 사람의 뒷모습이 보였다.그렇다면 자신과 용강한 사이에서 일어났던 그 모든 일은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그저 한낱 꿈에 불과한 것일까.이육진은 고개를 돌리다 소우연의 시선을 따라가다시피 했다. 그녀가 바라보는 곳 끝에는 용강한의 뒷모습이 있었다.그 순간 그의 심장이 세게 수축했다.소우연이 용강한에게 품은 감정은 결코 가벼운 것이 아니었다.소우연은 선량한 사람이다. 그런 그녀가 어찌 용강한과 자신을 괴롭게 내버려 둘 수 있겠는가.이육진은 이곳을 떠난 뒤, 그녀와 단둘이서만 평생을 보내고 싶다는 말을 끝내 꺼낼 수 없었다.그리고 용강한에 대해서도… 한참이나 번민하고 갈등하던 끝에야 그는 어렵게 입을 열었다.“연아, 한 가지 사실이 있다. 말하지 않으면 평생 후회할 것 같고, 너 또한 평생 후회하며 살게 될까 두려운 일이 하나 있다.”“그게 무엇입니까?”이육진이 그녀를 정면으로 바라봤다.“너와 용 대인, 그리고 우리… 셋이 함께하는 것 말이다. 진심으로 기쁘게 받아들이기는 어렵구나. 하지만 지난 시간을 수없이 되짚어 보았다. 만약 용 대인이 없었다면 우리도 없었을 것이고, 영이와 천이, 그리고 진이도 세상에 태어나지 못했을 것이다. 우리가 이번 생에서 서로를 알아보고 사랑하게 되는 일 또한 없었겠지.”소우연은 입술을 굳게 깨물었다.용강한이 자신을 위해 얼마나 많은 것을 희생했는지, 그녀가 어찌 모르겠는가.“저도 다 알고 있습니다.”이육진이 깊게 숨을 들이켰다.“내가 너를 잘 알지 않느냐. 네 마음 한구석에는 늘 나에게 미안하다는 부채감이 자리 잡고 있겠지.”소우연은 고개를 떨궜다.그녀의 마음속에는 분명 큰 죄책감이 자리하고 있었다.그래서 이육진을 생각할 때마다 그 감정을 깊이 파고들지 않으려 애써 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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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02화

쓸쓸한 가을바람이 스쳐 지나가며 풀잎들이 누렇게 물들어 갔다. 서쪽 하늘에 남아 있던 석양의 잔빛과 불타오르던 노을도 어느새 빛을 잃고 탁한 잿빛으로 가라앉아 갔다.이육진이 소우연의 이마 위에 흩어진 머리카락을 다정히 넘겨주며 입을 열었다.“그저 내 짐작일 뿐이다. 용 대인이 속으로 어떤 결심을 품고 있는지는 알 길이 없구나.”“저도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어요. 그래서 오라버니가 제게 약속했지요. 절대로 그런 바보 같은 짓은 하지 않겠노라고요.”“그랬으면 좋겠구나.”“하지만 저는…”소우연이 이육진을 올려다봤다. 단정하게 잡힌 그녀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부군, 오늘이든 내일이든 천이와 연락이 닿아 우리가 돌아가게 된다면… 그때까지 오라버니를 곁에서 잘 지켜보고 싶어요.”잠시 숨을 고른 뒤 그녀가 조용히 덧붙였다.“제가 그분께 진 빚이 너무 많아요. 그분이 자신에게 그렇게 잔인해지는 모습은… 더 이상 보고 싶지 않아요.”이육진이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알겠다. 나 또한 유심히 살피마.”남자는 애정 어린 손길로 그녀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었다.인생은 짧고 덧없는 것. 소우연이 곁에만 있어 준다면 어떤 고난이 와도, 어떤 질투의 쓴맛이 밀려와도 기꺼이 삼켜 낼 수 있었다.스산한 바람이 연달아 불어왔다. 이육진은 소우연이 한기를 느낄까 염려되어 함께 관성대를 내려가기로 했다.계단을 내려가던 중, 소우연이 문득 입을 열었다.“혹시 말이에요… 우리 세 사람 모두 이곳을 떠나지 않고 남을 수는 없을까요?”“그건 안 된다.”이육진의 대답은 단호했다.“어째서요?”“흑천 삼림에서 보았던 광경이 말해 주고 있었다. 우리가 제때 이곳을 떠나지 못하면, 우리 모두 영원히 이곳에 갇히게 될 것이다. 그것은 곧… 상운국에 있는 우리의 육신이 진정으로, 영원히 죽음을 맞는다는 뜻이다.”그의 말은 추측에 가까웠지만, 이육진은 확신하고 있었다.“그럼 이곳은 어떻게 되는 건가요?” 소우연이 다시 물었다.이육진이 고개를 저었다.“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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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03화

소우연이 용강한의 곁에 자리를 잡고 앉자 이육진도 자연스럽게 그 옆에 자리를 잡았다.이영이 먼저 입을 열었다.“아바마마, 어마마마. 방금 외삼촌께서 장소검의 제대혈을 손에 넣으셨다고 하셨습니다. 이제 이천 오라버니와 다시 연락만 닿으면 법진을 열어 상운국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합니다.”이육진이 고개를 끄덕였다.“그거 참 다행이구나.”심초운이 옆에서 조용히 말을 보탰다.“밖에서는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지 모르겠습니다.”그 말에 장내의 시선이 일제히 용강한에게 향했다.용강한은 잠시 손가락을 짚어가며 셈을 했다. 이천과 처음 연락이 닿았던 때가 초봄 무렵이었다. 그리고 지금은 어느덧 늦가을이 되어 있었다.“대략 사오 년쯤 흐르지 않았겠느냐.”사오 년이라니.그는 처음 이곳에 들어왔을 때가 한겨울이었음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 뒤로 겨울이 지나 봄, 여름, 가을이 흘렀고, 다시 한 번 계절이 바뀌었다. 이미 네 번의 계절이 지나간 셈이었다.용강한이 조용히 말을 이었다.“정말 그렇다면 우리가 돌아갔을 때 찹쌀이, 경단이, 소유, 소록이 녀석들이 벌써 네다섯 살은 되었겠구나.”그랬다. 그들이 이 세계로 들어왔을 때 아이들은 갓 태어난 핏덩이에 불과했다.이육진은 소우연의 앞접시에 음식을 덜어주었고, 심초운 역시 이영을 살뜰히 챙겼다.용강한은 묵묵히 수저를 움직였다.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아 보였지만, 그 이면에는 씁쓸한 기운이 희미하게 서려 있었다.그때 소우연이 젓가락으로 반찬을 집어 그의 접시에 올려 주며 말했다.“오라버니, 산약 좋아하시잖아요. 남기지 말고 드세요.”이영과 심초운은 못 본 척 고개를 숙이고 식사에만 집중했다.그때 이육진이 넌지시 끼어들었다.“우연아, 나도 산약을 좋아한다.”소우연이 생긋 웃으며 이육진의 접시에도 산약을 한 점 올려 주었다. 그리고 소고기 한 점을 더 얹으며 말했다.“부군은 고기를 좋아하시잖아요.”이육진이 웃었다.“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우연이가 제일 잘 아는구나.”말을 마친 그 역시 젓가락을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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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04화

“그들은 이미 다 죽은 목숨이었군요.”이영이 나직하게 읊조렸다.“그렇지.”용강한이 담담히 답했다. 그는 이영이 무엇을 묻고 싶어 하는지 이미 알고 있었다. 소열이 돌아갈 수 있는지, 바로 그것이었다. 소열은 처음부터 끝까지 단 한 번도 이영을 배신한 적이 없었다. 그녀는 제왕이었으나 결코 피도 눈물도 없는 무정한 사람은 아니었다.심초운은 이영의 말속에 배어 있는 가련함을 읽어냈다. 그는 이영을 대신해 물었다.“혹시 소열의 목숨을 구할 방도가 있을까요?”이영은 고개를 돌려 심초운을 바라보았다.자신조차도 소열을 묻는 마음이 그를 구하고 싶어서인지, 아니면 그저 확인하고 싶은 것인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그런데 심초운이 그녀의 입술 끝에 맴돌던 질문을 대신 던져 준 것이다.용강한은 잠시 고요히 주변을 둘러보더니 입을 열었다.“이곳도 그리 나쁘지는 않지 않느냐.”그 말의 뜻은 분명했다.그가 이곳에 있는 한 이 세계는 존재하고, 소열이 이곳에 있는 한 이 세계 역시 계속된다는 뜻이었다.결국, 구할 방법은 없다는 대답이었다.용강한은 별이 가득 수놓인 밤하늘을 한 번 올려다보더니 이영에게 말했다.“난 관성대로 돌아가야겠다.”이영과 심초운은 가볍게 고개를 숙이며 포권으로 그를 배웅했다. 용강한의 뒷모습이 어둠 속으로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그는 유유히 걸음을 옮겼다.잠시 후, 이영이 심초운을 돌아보았다.“초운아, 방금 왜 그런 걸 물었느냐?”심초운이 차분히 대답했다.“제가 묻지 않았다면, 훗날 폐하께서 그때 일을 떠올리시며 오래도록 마음 아파하실까 두려웠습니다.”이영은 멍하니 그를 바라보았다.“하지만… 만약 외삼촌께서 방도가 있다고 하셨으면 어쩌려고 그랬느냐.”심초운이 부드럽게 말했다.“이곳에서도 그를 시군으로 들일 생각조차 하지 않으셨는데, 상운국으로 돌아가신들 그러시겠습니까. 오히려 폐하께서는 제가 더 낫다고 여기실 것이고, 저를 더 아껴 주실 것입니다.”“너란 녀석은…”이영은 깊이 숨을 들이켠 채 심초운을 빤히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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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05화

“심 대인께서 마계에 가 계셨던 그 시간 동안에도, 폐하께서는 그저 제 손을 잡으셨을 뿐입니다. 그조차 오로지 병을 고치기 위함이었습니다.”소열이 담담히 사실을 털어놓았다.처음 그 일이 있었던 이후로, 그와 이영 사이에는 단 한 번도 살을 맞대는 일조차 없었다는 뜻이었다.심초운은 소열의 말을 듣고 그를 바라보며 옅게 웃었다. 과연 이 사내가 조금만 더 잘생겼더라면, 아니 최소한 장소검만큼만 수려했더라면 어땠을까. 그랬다면 이영이 흔들리지 않았으리라 장담할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지금도 그녀의 무의식 깊은 곳에는 소열을 향한 가련함이 남아 있었다.이토록 충성스러우면서도 욕심조차 부리지 않는 사내가 겉모습까지 빼어났더라면, 틀림없이 가장 위협적인 정적이 되었을 것이다.심초운이 깊게 숨을 내쉬었다.“폐하께서 어전에서 너를 보고 싶어 하신다.”소열은 고개를 숙였다. 그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스쳤다.“왜, 가지 않을테나?”“뵐 면목도 없거니와, 가서도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심초운이 그를 똑바로 바라보았다.“그게 무슨 말이냐?”“제가 폐하께 품었던 그 지독한 연모와 감히 넘보려 했던 마음은 결코 용서받을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니 이곳에 남겨지는 것 또한 소인이 마땅히 치러야 할 죗값이라 여깁니다.”“알고 있었구나.”소열이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알고 있었습니다.”장소검을 본 적도, 혈지루 같은 것을 확인한 적도 없었다. 그러나 용강한과 이육진, 소우연 세 사람이 동시에 이곳으로 돌아온 일 그리고 관성대에서 연일 뿜어져 나오는 기이한 기운을 보며 그는 이미 짐작하고 있었다.그들이 곧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아마 모두 돌아가실 테지요.”소열이 덧붙였다.심초운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우리는 돌아간다. 하지만 네가 돌아간다면 그 길은 살 길이 아닐 터인데.”소열이 잠시 멍해졌다가 이내 포권했다.“저는 돌아가지 않습니다.”“알고 있는 것이냐?”“돌아가서는 안 됩니다!”소열은 단호하게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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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06화

“어머나, 사부님. 정말 무슨 비밀이라도 숨기고 계신 거예요?”소우연이 고개를 치켜들며 짐짓 짓궂게 물었다.용강한은 그저 빙그레 웃으며 더없이 다정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없다.”“없어야 할 거예요. 만약 저를 속이셨다간 평생 용서하지 않을 거니까요.”소우연은 이육진과 미리 약속한 대로, 상운국으로 돌아가기 전까지 용강한을 한순간도 놓치지 않고 지켜볼 작정이었다. 그녀는 그의 품에서 빠져나와 손을 잡아끌며 방 안으로 이끌었다.용강한이 손을 가볍게 휘젓자 열려 있던 방문이 스르르 닫혔다.용강한은 이곳의 모든 것과 헤어져야 한다는 사실이 못내 아쉬웠다. 정확히 말하면, 이곳에서 소우연과 함께 보낸 시간들이 아쉬웠다.두 사람이 자리에 마주 앉자 소우연이 품속에서 오뢰영패를 꺼내 탁자 위에 내려놓았다.“이거, 정말 다시 거두지 않으실 거예요?”“내겐 이제 필요 없다.”용강한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덧붙였다.“나중에 천이에게 전해주거라.”“주실 거면 사부님이 직접 주셔야죠.”소우연은 고집스럽게 영패를 다시 그에게 밀어 보냈다.“애초에 네가 예쁘다, 신기하다 하며 좋아하기에 선물로 준 것이 아니더냐. 어찌 그리 금세 싫증을 내는 것이냐.”“그게 아니라요…”소우연은 볼을 빵빵하게 부풀리며 항변했다.“이런 물건은 사부님 같은 도문 사람 손에 있어야 제대로 값어치를 할 것 같아서 그렇죠.”“이곳의 모든 것은 결국 허상일 뿐이다. 네가 가졌든 내가 가졌든 다르지 않느니라.”소우연은 순간 말을 잇지 못했다.허상. 그렇다면 용강한과 함께했던 이 모든 시간도 결국 한낱 꿈에 불과한 것일까.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소우연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어린것이 벌써 미간을 찌푸리는 법을 배웠느냐.”용강한은 애틋한 손길로 그녀의 미간을 살며시 펴 주더니, 젖살이 아직 남은 뺨을 장난스럽게 꼬집었다.소우연은 그의 얼굴을 찬찬히 살폈다. 하나하나 뜯어보듯 오래 바라보았다.이곳의 용강한은 상운국에서보다 훨씬 젊고 생기가 넘쳤다. 소우연 자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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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07화

“외삼촌께서도 말씀하지 않으셨느냐. 우리가 떠난 뒤에도 이곳이 계속 존재할지, 아니면 무너져 내릴지는 알 수 없다고 말이다. 하지만 만약 이곳이 그대로 남게 된다면, 내가 떠난 뒤 반드시 큰 혼란이 일어날 것이다.”심초운은 미간을 찌푸린 채 성지를 내려다보았다.“그래서… 소열에게 황위를 물려주시겠다는 전위조서를 쓰신 것입니까?”“그렇지.”“만약 그가 상운국으로 돌아가고 싶어 한다면 어찌하시려는 것입니까?”이영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심초운을 바라보았다.“초운아, 만약 네가 소열이라면 돌아가겠느냐?”심초운은 말문이 막혔다.만약 자신이 소열이라 해도 상운국으로 돌아가는 선택은 하지 않을 것이다. 돌아간다 한들, 이영이 그를 다시 예전처럼 곁을 지키는 호위무사로 두지는 않을 터였다. 무엇보다 소열은 이미 상운국에서 죽은 목숨이었다. 돌아간다 해도 그 끝은 결국 죽음뿐이었다.심초운은 고개를 저었다.“제가 그였다면, 저 역시 돌아가지 않았을 것입니다.”이영이 고개를 끄덕였다.“나 역시 그렇게 생각했다.”이윽고 이영은 옥새를 찍고 아직 마르지 않은 글씨 위에 살며시 숨을 불어 말렸다. 그러고는 성지와 옥새를 한쪽으로 밀어 두었다.고개를 들자 심초운의 표정에 어딘가 망설임이 어려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왜 그러느냐? 소열을 찾아갔더니, 그 자가 나를 보러 오지 않겠다 하더냐?”심초운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렇습니다. 소열은 그저…”“그저 뭐라고 하더냐?”“폐하를 연모하고 넘보려 했던 마음은 진심이었으며, 자신은 결코 무고하지 않으니 마땅히 죗값을 치르는 것이라 하더군요.”심초운이 전한 소열의 말에 방 안의 공기가 한동안 무겁게 가라앉았다.이영은 깊게 숨을 들이쉰 뒤 심초운의 팔을 붙잡았다.“초운아,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이 죄가 되느냐?”“아니요, 죄가 아닙니다.”사랑하는 것 자체가 어찌 죄가 되겠는가.이영은 자신과 소열 사이의 시시비비를 명확히 가릴 수 없었다. 어쩌면 잘못된 것은 그의 신분이었는지도 모른다. 그가 이지윤과 아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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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08화

“이게 대체…”기 장로와 노 장로는 당혹스러운 기색을 감추지 못한 채 서로를 바라보았다. 어찌하여 부자가 나란히 폐관수련에 든단 말인가.“허나 마존, 마계의 지존 자리를 어찌 타인에게 넘기시려는 것입니까? 황자마마께서는 무계가 마존 다음으로 가장 높으신 분입니다. 그분이 아니면 어느 누구도 그 자리에 어울리지 않습니다.”이육진이 기 장로를 바라보며 물었다.“그럼 내가 묻겠다. 마계에서 나를 제외하고, 너희 둘의 무공이 가장 강하냐?”“그럴 리가 없습니다.”“만약 지금 전쟁이 일어난다면 우리 마계의 병력으로 적을 막아낼 수 있겠느냐?”“충분히 가능합니다.”“그럼 됐다.”이육진이 담담히 말을 이었다.“훌륭한 마존이란 무계가 비록 높지 않더라도 아랫사람을 다스리는 술수만 있다면 마계의 만민을 공평하게 이끌 수 있는 법이다.”기 장로는 멍한 얼굴로 노 장로를 바라보았다. 노 장로가 다시 이육진을 향해 물었다.“마존, 두 분께서 폐관에 드신다 해도 저와 기 장로가 있는 한 마계에서 감히 난을 일으킬 자는 없습니다. 그런데 어찌하여 굳이 새 마군을 세우려 하시는 것입니까?”이육진은 두 사람을 번갈아 보며 말했다.“내가 없어도 이 마계가 스스로 질서를 유지할 수 있는지 보고 싶구나.”“그야 당연한 일이지요.”“좋다. 그럼 그 세 사람을 불러오너라. 내가 직접 보겠다.”“예.”기 장로와 노 장로가 물러난 뒤, 이육진은 마계의 보좌를 바라보았다. 그의 시선은 자연스레 밖을 둘러싼 결계로 향했다.잠시 생각에 잠겼다.만약 자신이 떠난 뒤 마계가 다시 예전처럼 피에 굶주린 모습으로 돌아간다면, 인계의 범인들은 도마 위의 생선 신세가 되고 말 것이다.얼마 지나지 않아 기 장로와 노 장로가 세 명의 청년을 데리고 돌아왔다.용암전에 발을 들인 세 청년은 감히 이육진의 눈을 똑바로 마주치지 못했다.이육진이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너희 셋 중 누가 나의 자리에 앉고 싶으냐?”오기 전 기 장로와 노 장로에게 마존께서 후계자를 찾고 있다는 말을 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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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09화

“예, 명심하겠습니다.”“이제 마족들도 인간 세상에 나갈 수 있게 되었다. 허나 언젠가 신족이 간섭하려 들거든, 너희는 미련 없이 마계로 돌아오거라. 절대 신족과 맞서려 해서는 안 된다. 대적하는 순간, 마계 전체에 남는 것은 죽음뿐일 것이니라.”“예, 마존.”장로들과 강현은 이육진의 말을 깊이 새겼다. 그것은 품행이 단정한 마족들이 인간 세상으로 나가 유람하는 것을 허락하되, 혹여 신족이 개입하는 사태가 벌어질 경우 마계를 안식처로 삼으라는, 스승이자 군주로서 남기는 마지막 당부였다.이튿날, 이육진은 강현을 마계 지존의 자리에 올린 뒤에야 비로소 마음을 놓았다. 그가 옥새국으로 돌아갈 채비를 하던 중, 용강한과 소우연이 그를 찾아왔다.“어찌 두 사람이 함께 왔느냐?”이육진이 묻자, 소우연이 품에서 혼돈주를 꺼내 보였다.“이 혼돈주는 이제 제게 필요가 없으니 마계에 선물로 드리려 합니다.”소우연이 법력으로 그 빛을 억누르지 않는다면, 혼돈주에서 뿜어져 나오는 광채는 실제 태양에 맞먹는 열기를 품고 있었다. 강현과 기 장로 일행은 혼돈주를 보자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이 구슬만 있다면 마계의 농작물도 잘 자랄 것이고, 낮과 밤의 구분도 더욱 분명해질 터였다.이육진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곳의 물건은 이곳을 떠나는 순간 모두 허상이 된다는 사실을, 그들 역시 잘 알고 있었다.세 사람은 혼돈주를 들고 마계의 중심부로 향했다. 그리고 그곳 하늘 높이, 거대한 보석을 박아 넣듯 진법을 펼쳐 혼돈주를 매달았다.순간, 어둠에 잠겨 있던 마계 전역이 눈부신 빛으로 환하게 밝아졌다. 소우연이 억누르고 있던 법력을 거두자 혼돈주는 갓 떠오른 금오처럼 붉게 타오르며 대지를 비추었다. 그 모습은 동쪽 하늘에서 떠오르는 태양과 다를 바 없었다.마계의 백성들은 일제히 환호성을 터뜨렸다.용강한과 이육진, 소우연 세 사람은 소우연의 몸속에 있는 영염석의 힘을 빌려 혼돈주에 진법을 덧씌웠다. 그리하여 혼돈주는 실제 태양처럼 하루에 두어 시진 동안만 마계의 대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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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10화

소열은 고개를 들어 이영을 바라보았다. 이번에는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오직 그녀만을 똑바로 응시하며 조용히 물었다.“폐하, 진정 소인이 이 강산을 다스리기를 바라시는 것입니까?”“그렇다.”소열의 목이 메었다. 두 손으로 전해 받은 물건들을 내려다보던 그는 다시 이영을 향해 물었다.“소인이… 할 수 있겠습니까?”폐하는 그가 살아남기를 바라고 있었다.이영의 입술이 미세하게 떨렸다. 그 모습을 본 소열은 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어 가슴이 조여들었다. 그는 황급히 말을 덧붙였다.“소인은 그저 폐하의 수하일 뿐입니다. 황제 노릇은 어찌해야 할지 잘 모르겠습니다…”적어도 그녀를 찾기 전까지, 그의 황제 노릇은 그야말로 엉망진창이었다.이영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번졌다. 그녀는 들고 있던 성지와 옥새를 소열의 손에 직접 쥐여주며 그를 일으켜 세웠다. 이번에는 형식적인 시늉이 아니었다. 단단히 그의 팔을 붙잡아 끌어올렸다.찰나의 온기였다.하지만 이내 그녀는 손을 놓았다.소열의 심장은 아주 오랜만에 따스함으로 가득 찼다. 그는 이영을 바라보며 맹세하듯 말했다.“소인, 반드시 무슨 일이 있어도 폐하의 뜻을 받들겠나이다.”“앞으로는 ‘짐’이라 말하는 것에 익숙해져야 할 것이다.”소열은 입술을 달싹이다가 이내 미소를 지었다.“소인, 명심하겠나이다.”이영이 고개를 끄덕이며 겸인에게 눈짓을 보냈다. 겸인은 읍하고 서둘러 물러났다.소열은 손에 들린 성지와 옥새를 번갈아 내려다보았다. 그러다 이영을 향해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가슴 속에는 도저히 씻어낼 수 없는 쓴물이 차올랐다.폐하가 자신을 가엾게 여길 수는 있을지 몰라도, 결코 곁에 두려 하지는 않는다는 사실 때문이었다.용 대인이 참으로 부러웠다.그들 세 사람은 함께할 수 있으니까.이영은 이어 소열에게 정무에 관한 몇 가지 당부와 제왕으로서 갖추어야 할 도리를 일러주었다.“어전에 있는 서책들에 짐이 직접 주석을 달아 두었으니, 시간이 날 때마다 읽어보아라.”“폐하께서 직접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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