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난 이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Chapter 2311 - Chapter 2320

2324 Chapters

제2311화

이영이 말했다.“어서 일어나거라. 앞으로도 네가 계속 소열을 보필하도록 하여라.”이 내관은 고개를 끄덕였지만, 마음속 의문은 좀처럼 가시지 않았다. 이 여황제가 왜 자꾸 제 주인을 ‘소열’이라 부르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예, 폐하. 명을 받들겠나이다.”이 내관이 머리를 깊이 조아리며 대답했다.이영은 소열을 바라보며 덧붙였다.“혹 더 필요한 것이 있거든 지체 말고 나에게 고하거라.”“예, 폐하.”이영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자 겸인을 비롯한 시종들과 호위무사들이 뒤를 따랐다. 소열은 허리를 깊이 굽혀 그녀를 배웅했다.그녀의 모습이 멀어져 마침내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진 뒤에야 그는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곁에 무릎을 꿇고 있는 이 내관을 바라보았다. 이 사람은 이 세계에서 자신을 가장 진심으로 아껴 준 이가 아니던가.소열은 다가가 이 내관을 직접 부축해 일으켰다.“그동안 별일 없었느냐?”“소인, 소인은…”이 내관은 끝내 말을 잇지 못하고 흐느끼기 시작했다. 예전의 황제였던 주인이 이렇게 다정하게 자신을 대해 주자, 찢어질 듯한 아픔이 가슴 깊은 곳에서 북받쳐 올랐다.분명 눈앞에 서 있는 이분이 진짜 황제인데, 어찌하여 황위를 저 여인에게 양보한단 말인가.“소인은 아무 문제 없습니다.”“그거면 되었다.”이 내관은 입술을 달싹였다.아무 문제 없다니요. 황제 폐하께서 다시 황좌로 돌아오시기 전까지 어찌 괜찮을 수 있겠습니까.속으로 그렇게 외치던 찰나, 그는 소열의 손에 들린 성지를 발견했다. 그리고 성지보다 더 눈에 띄는 것은 옥새가 들어 있는 듯한 상자였다.“전하, 이, 이것은 무엇입니까?”소열은 옥새를 품에 안은 채 미소 지었다.“폐하께서 친히 내게 전해 주신 것이다.”“폐하께서요? 이 안에 옥새가 들어 있는 것입니까?”“그래.”“폐하께서 직접 전하께 옥새를 넘기셨단 말씀입니까?”“그래, 그렇다.”“이게 도대체… 무슨 뜻입니까? 그리고 이 성지는 또 무엇입니까?”소열은 성지를 펼쳐 이 내관에게 보여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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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12화

심초운은 이영의 손을 맞잡은 채 서로의 눈을 조용히 바라보았다. 그날 소열을 찾아갔을 때 느꼈던 감정과 똑같았기 때문이다.이영이 먼저 입을 열었다.“소열 이야기는 이제 그만하자. 아바마마와 어마마마께선 돌아오셨느냐?”“돌아오셨습니다. 다만 이곳으로 오셔서 함께 식사하시지는 않겠다고 하셨습니다.”“아바마마께넌 늘 혼자 계시고, 어마마마께선 내내 외삼촌 뒤만 졸졸 따라다니시니…”이영은 입가에 옅은 미소를 띠며 짐작했다.“두 분 다 혹시라도 외삼촌께서 돌아가지 않겠다고 하실까 봐 걱정되시는 모양이구나.”“아마도 그럴 것입니다.”심초운 역시 같은 생각이었다.점심 식사를 하기 전, 심초운은 먼저 몸을 씻으러 갔다.한편, 경성 시내.용강한과 소우연은 강변을 따라 늘어선 술집 가운데 한 곳에 들어가 점심을 먹기로 했다.이육진은 기색을 죽인 채 그들의 뒤를 쫓아 술집에 도착했다. 그리고는 옆방으로 들어가 홀로 술잔을 기울였다.연거푸 세 잔을 들이켰을 때였다.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꺼져라.”쾅!문이 거칠게 열리며 소우연이 들어왔다. 그녀는 이육진을 노려보았다.“진정 저더러 꺼지라 하셨습니까?”이육진이 고개를 들었다. 문 앞에는 소우연과 용강한이 서 있었다.그는 순간 당황하며 물었다.“연아, 어찌 너희가 여기 있는 것이냐?”“오라버니께서 진작에 폐하를 발견하셨다 합니다.”이육진은 말문이 막혔다.소우연과 용강한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방 안으로 들어왔다. 곧 점원이 두 사람이 주문한 음식들을 이육진의 방으로 옮겨 놓았다.점원이 물러가자 소우연이 이육진을 가만히 바라보았다.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하면서 질투심에 사로잡혀 혼자 숨어 술이나 마시다니. 누가 봐도 속이 훤히 들여다보였다.“그리 마시고 싶으시다면 저희가 함께 마셔드리겠습니다.”말을 마친 소우연이 술을 따르려 일어서려 했다.그러자 용강한이 한발 먼저 술병을 집어 들며 그녀를 다시 앉혔다.“내가 하마.”이육진은 두 사람의 모습이 마치 한 쌍의 원앙처럼 잘 어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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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13화

심초운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이영의 손을 잡아 이끌며 진안 앞으로 다가갔다. 두 사람은 서로의 눈을 한 번 마주보았다.말없이 마음을 확인한 뒤, 망설임 없이 전송문 안으로 발을 내디뎠다.그 뒤를 따라 이육진과 소우연도 함께 움직였다.용강한은 그들이 전송문으로 들어가는 뒷모습을 묵묵히 바라보았다. 그의 머릿속에 이곳에서 소우연과 함께 보냈던 시간들이 하나둘 떠올랐다. 분명 즐거운 순간도 있었다.그러나 소우연이 이육진과 마주할 때마다 보이던 그 미묘한 당혹감과 어색함을, 그는 누구보다 또렷하게 알고 있었다.용강한이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났다.마치 그들을 따라 전송문으로 들어갈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바로 그 순간이었다. 소우연이 그의 손을 덥석 붙잡았다.“오라버니, 같이 돌아가요!”“용 대인, 같이 돌아가시죠!”이육진도 외쳤다.전송문 너머 허공에서도 심초운과 이영의 목소리가 아득하게 들려왔다.“외삼촌, 같이 가요!”그 말에 용강한의 마음이 크게 흔들렸다.그가 잠시 방심한 사이, 전송문에서 뿜어져 나온 강력한 흡입력이 그들을 허공 너머로 끌어당기기 시작했다.소우연은 용강한이 자신에게 이끌려 전송문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보고서야 겨우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그러나 그 순간, 용강한이 조용히 말했다.“연아, 나를 잊어라.”소우연의 눈이 크게 흔들렸다.“아니요, 오라버니!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예요!”용강한은 소우연의 우윳빛처럼 하얀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았다.이내 그녀의 머리를 감싸 쥐었다.그리고 알아들을 수 없는 도술 주문을 낮게 읊조렸다.순간 소우연의 머릿속이 흐릿하게 흔들렸다. 짙은 안개가 끼듯 의식이 흐려졌다.용강한과 함께했던 기억들이 파편처럼 갈라지며 금방이라도 사라질 듯 흔들렸다.소우연은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그의 제어에서 벗어나려 몸부림치며, 오직 그의 손만을 더욱 세게 움켜쥐었다.“오라버니! 대체 무엇을 하려는 거예요?”그녀의 목소리가 떨렸다.“저희랑 같이 돌아가야죠!”귓가에는 형용할 수 없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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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14화

소열의 안색이 순식간에 창백해졌다. 그는 미간을 살짝 찌푸린 채 용강한을 바라보았다.과연 용강한은 모든 것을 꿰뚫어 보고 있었다. 정작 자기 자신만은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있으면서 말이다.“용 대인과 소인은 다릅니다.”소열이 확신에 찬 어조로 말했다.용강한은 울지도 웃지도 못할 표정을 지으며 되물었다.“어찌 다르단 말이냐? 그저 얻지 못할 것을 갈구할 뿐인 것을.”“아닙니다. 용 대인께서는 소인과 다르십니다.”소열의 목소리는 조용했지만 단호했다.“태후 마마께서는 대인께 지극정성이셨고, 태상황 폐하께서도 그 모든 것을 묵인하셨지요. 하지만 소인은…”그는 잠시 말을 멈추었다.“…소인은 처음부터 끝까지 그저 불필요한 사람이었을 뿐입니다.”허허…용강한은 속으로 씁쓸하게 웃었다.이 지독한 삼각관계 속에서, 자신이 어찌 불필요한 사람이 아니었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상운국, 노진산.“오라버니! 오라버니!”소우연이 비명을 지르듯 외쳤다.그러나 그녀는 좀처럼 의식을 되찾지 못했다.“연아! 연아! 무서워 말거라!”이육진이 급히 소우연의 곁으로 다가갔다.그는 그녀의 손을 꽉 움켜쥐며 다급히 속삭였다.“연아, 어서 눈을 뜨거라. 우리가 돌아온 모양이다!”그때 심초운과 이영도 하나둘 정신을 차렸다.하지만 그들이 있는 곳은 어둡고 눅눅한 공간이었다.공기는 뼛속까지 스며들 만큼 차가웠다.일행은 자신들이 어디에 와 있는지 전혀 알 수 없었다.그래서 오로지 이육진과 소우연의 목소리에 의지해 어둠 속을 더듬었다.“여긴 대체 어디죠?”심초운이 어둠 속에서 이영의 손을 붙잡으며 물었다.“모르겠구나. 하지만… 방금 천 오라버니의 목소리를 들은 것 같아.”바로 그때였다. 밖에서 바스락거리는 발소리가 들렸다. 곧이어 누군가가 다급하게 외쳤다.“아바마마! 어마마마!”이천의 목소리였다.그들은 안쪽에 갇혀 있었고, 이천은 바깥에 있는 모양이었다.잠시 후 굉음이 터져 나왔다.콰앙!벽이 무너지며 커다란 틈이 생겼다. 폭파된 틈 사이로 횃불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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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15화

이천은 서둘러 소우연과 용강한의 맥을 짚었다.맥을 살피던 그의 미간이 점점 깊게 일그러졌다. 잠시 뒤 그는 이육진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아바마마, 어마마마께서는 다행히 큰 이상이 없으십니다만… 외삼촌의 기력이 지나치게 쇠하셨습니다. 속히 흠천감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그곳의 진법은 특별하니, 어쩌면 외삼촌의 목숨을 구할 수도 있습니다.”이천은 ‘어쩌면’이라는 말에서 끝을 흐렸다.그만큼 용강한의 상태가 위중하다는 뜻이었다.이영은 혼수상태에 빠진 용강한을 바라보았다. 이어 이육진과 심초운을 차례로 눈에 담았다.문득 한 가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역시… 외삼촌은 진심으로 그 세계에 남고 싶어 하셨던 것일까?’이육진은 깊은 숨을 내쉬며 품에 안긴 소우연을 내려다보았다.창백한 안색 속에서도 미미하게 핏기가 도는 얼굴이었다.그 환상 속에서 그녀가 겪었을 고통과 고초가 떠올랐다.순간, 진청산의 시신이라도 끌어내 채찍질하고 싶은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그 진 도사놈은 죽어서도 뼈까지 가루로 만들어 흩뿌려야 마땅하다!”이천이 움찔하며 놀라자, 뒤에 서 있던 조낙준이 포권을 취하며 앞으로 나섰다.“즉시 처리하겠나이다.”조낙준은 손짓으로 호위무사들을 불렀다. 그리고 곧바로 지하실로 내려갔다.그제야 이육진은 소우연을 단단히 안아 들었다.“지체 말고 궁으로 돌아가자.”“예!”……일행은 두 대의 마차에 나누어 올랐다.이육진과 소우연이 한 대에 탔고, 다른 한 대에는 심초운과 이영, 용강한 그리고 이천이 몸을 실었다.이영은 훌쩍 늠름해진 이천의 얼굴을 바라보며 감개무량한 듯 물었다.“오라버니, 아이들이 태어난 지 벌써 얼마나 지났나요?”이천이 차분하게 답했다.“벌써 다섯 해가 다 되어 가는구나.”이영의 눈이 살짝 커졌다.‘벌써 다섯 해나…’역시 용강한의 분석이 맞았다. 그 세계에서의 한 계절이 상운국에서는 1년에 해당했던 셈이다.이영은 마차의 휘장을 살짝 걷어 올렸다. 산을 가득 메운 노란 낙엽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녀는 탄식하듯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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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16화

“오라버니께서는 모든 것을 다 알고 계셨나요?”이영이 물었다.이천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진 도사가 남긴 그 수묵화 속은 사계절이 바뀔 뿐 아니라, 그 안의 인물들에게도 변화가 생기더구나.”대체 어떤 변화였을까.이영이 의문을 품는 사이, 이천이 소매 속에서 산수화 한 점을 꺼내 그녀에게 건넸다.이영이 조심스럽게 화축을 펼쳤다.이천이 그림의 한 곳을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외삼촌께서는 지금 이곳에 계신다. 전에는 그저 빈터였는데, 어느 순간부터 우리 흠천감의 현명루와 몹시 닮은 건물이 들어서 있더구나.”이영의 눈이 크게 흔들렸다.“닮은 정도가 아니라…”이천이 눈을 가늘게 떴다.“어찌 닮지 않았다는 것이냐? 다른 이들은 몰라도 영이 너는 어릴 적부터 외삼촌을 찾아 흠천감을 제집처럼 드나들지 않았느냐. 네가 몰라볼 리가…”이영이 그의 말을 끊었다.붉어진 눈시울로 겨우 말을 이었다.“제 말은… 이곳이 흠천감의 현명루를 그대로 본떠 지어졌다는 뜻이에요.”이천은 잠시 입을 다물었다. 말로 다 할 수 없는 묘한 감정이 가슴 깊이 번져 들었다.“너희가 거의 다섯 해나 잠들어 있는 동안, 그 세계에서는 이토록 파란만장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었다니.”그는 낮게 중얼거렸다.“참으로 경이롭고도 궁금하구나.”이영이 고개를 저었다.“오라버니, 하나도 좋지 않았어요. 궁금해하실 것도 없고요…”이천이 소우연과 용강한의 일을 알고 있다면, 분명 자신이 소열과 한 침상에 누워 있던 모습도 보았을 것이다.다행히 그림이 워낙 조밀하여 인물이나 배경, 산천의 윤곽 정도만 간신히 보일 뿐이었다.이영은 그림 속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흰 옷을 입고 백발이 된 채 침상에 누워 있는 사내. 다름아닌 용강한이었다.그가 기쁜 것인지, 아니면 슬픈 것인지조차 짐작하기 어려웠다.이영이 애처롭게 물었다.“외삼촌께서는 어째서 돌아오려 하지 않으시는 걸까요?”심초운이 그녀의 손을 꽉 잡았다.“아마도 폐하와 태후마마, 그리고…”그는 잠시 이천을 의미심장하게 바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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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17화

그녀가 어찌 입을 뗄 수 있겠는가.도술과 비술이란 본래 잘못 운용했다가는 무시무시한 반동을 불러오는 법이었다.심초운은 이영의 손을 꽉 잡아 쥐며 조용히 다독였다.“누님, 그저 꿈일 뿐입니다. 제가 그런 일로 누님과 시시비비를 가릴 만큼 속이 좁은 사람은 아닙니다.”무엇보다 비술을 함부로 썼다가는 몸을 크게 상하게 될 터였다.지금의 이천을 보라. 그는 필사적으로 숨기고 있었지만 창백하게 질린 안색과 가늘게 떨리는 눈가가 이미 모든 것을 말해 주고 있었다. 도술의 반동을 억지로 버텨 내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이영은 힘겹게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그저 한바탕 허황된 꿈이었을 뿐이겠지.”같은 시각, 다른 마차 안.이육진은 소우연을 품에 꼭 안은 채 그녀의 잠꼬대를 조용히 듣고 있었다.‘사부님… 가지 마세요.’ 라고 하거나, 혹은 ‘오라버니… 우리와 함께 돌아가요.’그 말이 흘러나올 때마다 이육진의 심장은 갈기갈기 찢기는 듯 조여들었다.그는 고개를 숙여 그녀의 입술에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 그리고 커다란 손으로 그녀의 머리와 어깨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달랬다.그의 온기가 전해져서였을까. 소우연의 뒤엉킨 꿈결도 서서히 잦아드는 듯했다.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어둠이 짙게 내려앉았을 무렵이었다. 소우연이 천천히 눈을 떴다.마차가 덜컹거리며 흔들리고 있었고, 그녀는 이육진의 품에 안겨 있었다.소우연은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부군, 저희는 지금 어디로 가는 건가요?”이육진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그녀를 내려다보았다.“궁으로 돌아가는 중이다.”“궁으로요? 이미 궁에 있지 않았나요?”이육진은 맑은 샘물처럼 투명한 그녀의 눈동자를 한동안 바라보았다.기억이 하나도 없는 어린 소녀 같은 눈빛이었다.그 순간, 이천의 말이 떠올랐다.상운국으로 돌아오던 찰나, 용강한이 그녀의 머리를 붙잡고 그 세계의 기억을 모두 지워 버렸을 가능성이 크다는 말이었다.이육진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연아, 혹시 ‘옥새국’이라는 나라를 기억하느냐?”소우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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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18화

“부군, 어찌하여 미간을 그리 찌푸리고 계세요?”소우연이 손을 들어 이육진의 구겨진 미간을 부드럽게 매만졌다.오로지 자신만을 향한 이 다정한 손길이 얼마만 이던가.이육진은 울컥 치밀어 오르는 감정에 하마터면 눈물을 흘릴 뻔했다.그는 소우연의 손을 맞잡으며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연아, 아직 형님이… 깨어나지 못하셨다.”“그게 무슨 말씀이세요?”“아직 의식을 찾지 못하셨다. 천이가 말하기를 흠천감으로 돌아가야 형님을 깨울 방도를 찾을 수 있을 것 같다고 하더구나.”“오라버니는 어디 계시나요?”소우연은 서둘러 몸을 일으켜 마차 휘장을 걷어 올렸다.밖을 내다보니 앞뒤로 세 대의 마차가 나란히 달리고 있었다.이육진이 손을 들어 가리켰다.“가운데 마차에 계신다.”“가서 봐야겠어요. 마차를 멈춰 주세요.”소우연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말을 몰던 호위무사가 고삐를 잡아당겼다.마차가 서서히 멈춰 섰다. 뒤따르던 마차들도 잇달아 멈추었다.소우연과 이육진이 마차에서 내려섰다.조낙준을 비롯한 수많은 호위무사가 두 사람을 보자 일제히 무릎을 꿇었다.“태상황 폐하, 태후 마마를 뵙나이다!”“모두 평신하라.”“폐하와 마마의 은혜에 감사드리나이다.”두 사람이 두 번째 마차로 다가갔다. 심초운이 먼저 마차 휘장을 걷어 올렸다.이영은 그 안에서 용강한의 곁에 반쯤 무릎을 꿇고 앉아 있었다.“아바마마, 어마마마.”심초운이 공손히 예를 올렸다.마차 앞에 발판이 놓이자 소우연이 먼저 올라탔다.이육진이 그 뒤를 따랐다.“어마마마… 아바마마…”이영이 흐느끼며 자리에서 일어나 안쪽으로 비켜섰다. 마차 안은 의자가 모두 치워져 있었고, 그 가운데에 용강한이 고요히 누워 있었다. 소우연은 천천히 그의 곁으로 다가갔다.본래도 창백하던 얼굴이 이제는 핏기 하나 없이 하얗게 질려 있었다. 그 모습을 보는 순간, 그녀의 심장이 송곳으로 찌르는 듯 아려왔다.소우연은 용강한의 옆에 무릎을 굽혀 앉았다.그리고 그의 손을 잡아 맥을 짚었다.그러나 맥을 살피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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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19화

외삼촌께서 저토록 위태로운 모습이시니, 어마마마께서 마음 아파하지 않으시는 편이 오히려 더 이상한 일이었다.소우연은 차마 발길을 돌릴 수 없었다. 지금 이 순간 곁에서 지켜보지 않으면, 용강한이 이대로 영영 세상을 등지고 떠나버릴 것만 같아 두려웠다. 무엇보다 그녀를 혼란스럽게 하는 것은, 이육진이 말한 환상 속의 그 수많은 일들이 단 한 조각도 기억나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어째서 본인만 기억하지 못하는 것일까.그 기억 속에, 차마 떠올리고 싶지 않은 끔찍한 일이라도 있었던 것일까.소우연은 품 안에 쥔 오뢰영패를 가만히 매만졌다. 일단 그를 대신해 잘 간직하고 있다가, 그가 깨어나면 직접 돌려주리라 마음먹었다.“아니요. 제가 직접 오라버니의 곁을 지켜야겠어요.”그녀는 직감적으로 알고 있었다. 만약 자신이 곁에 없다면, 용강한이 이 세상에 아무런 미련도 남기지 않은 채 떠나버릴지도 모른다는 것을 말이다.이영은 잠시 멍하니 서 있다가 이육진을 바라보았다. 이육진이 물었다.“천이는 어디 있느냐?”“오라버니는 뒤쪽 마차에서 쉬고 계셔요.”소우연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천이가 큰 도술을 썼으니, 너희 둘이 가서 살펴보거라. 혹여 무슨 일이라도 생기지 않도록 잘 보살펴야 한다.”이영과 심초운이 고개를 끄덕였다.“어마마마 말씀이 맞아요. 저희가 오라버니와 함께 마차에 타고 가겠습니다.”두 사람은 용강한의 상태를 다시 한번 살핀 뒤 마차에서 내려 뒤쪽 마차로 향했다.일행이 모두 자리를 잡자 멈추어 있던 행렬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소우연은 용강한의 왼편에 무릎을 굽히고 앉았다. 이육진은 그 곁을 조용히 지켰다.소우연이 지칠 때면 이육진의 어깨에 기대어 잠시 눈을 붙이기도 했다.그렇게 이틀 밤낮을 쉼 없이 달렸다.마침내 행렬은 황궁에 도착했다.이천이 미리 전령을 보내 소식을 전한 덕분에, 태상황과 태후 그리고 선제의 환궁을 맞이하기 위해 모든 대신이 현무문 앞에 줄지어 서 있었다.그 장대한 광경을 바라보며 이영은 마차 휘장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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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20화

“폐하, 환영하옵니다! 황제 폐하 만세, 만세, 만만세!”대신들은 현무문 양옆으로 길게 늘어서 일제히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렸다.이영은 마치 성대한 즉위 대전의 주인이 된 듯 당당하게 앞으로 걸어 나갔다. 그녀는 심초운의 손을 잡은 채 흔들림 없는 걸음으로 옮겼다.이천은 두 사람이 용연에 오르는 모습을 확인한 뒤 조용히 몸을 돌렸다. 그는 곧장 이육진과 소우연 일행이 타고 있는 마차 쪽으로 향했다.그들은 번잡한 정문을 피하고 측문으로 궁에 들어갔다. 그 길이 흠천감으로 가장 빠르게 닿는 길이었기 때문이다!한편 궁에 도착한 이영과 심초운은 곧장 금융궁으로 향했다.그곳에서는 이미 이진과 심연희가 아이들을 데리고 두 사람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네 아이가 가지런히 무릎을 꿇고 있었다.이영이 상석에 앉고 심초운이 그 왼편에 자리를 잡았다.두 사람의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온 것은 옹기종기 모여 앉은 네 명의 아이들이었다.둘은 약속이라도 한 듯 동시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아이들을 하나하나 직접 일으켜 세웠다.이영의 눈빛이 촉촉하게 젖었다.“좋구나… 참으로 좋다. 아이들이 모두 어여쁘게 자랐구나.”그녀는 그중에서도 유난히 자신의 눈매를 닮은 한 소녀를 가만히 바라보았다.“네 이름이 무엇이냐?”소녀가 단정히 예를 올렸다.“폐하께 아뢰옵니다. 제 이름은 이윤이라 합니다. 다만 아바마마와 어마마마께서는 저를 찹쌀이라 부르십니다.”이윤.바로 이천이 말했던 황태녀였다.이영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그래… 참으로 장하구나.”그러자 다른 아이들도 기다렸다는 듯 앞으로 나섰다.“폐하! 저는 이강입니다. 경단이라고 불러 주세요!”“저는 소유입니다!”“저도 있어요! 저는 소록이라 합니다!”이영은 아이들을 하나하나 천천히 살폈다.특히 황태녀 이윤은 다른 아이들과 분명히 달랐다.그 아이를 보고 있자니 문득 자신의 어린 시절이 떠올랐다.이윤에게서는 어린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침착함과 단단한 기품이 배어 나왔다. 마치 오래전 아바마마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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