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난 이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Chapter 2331 - Chapter 2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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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31화

그녀와 용강한 사이에는 애초에 가볍게 넘길 수 없는 깊은 정이 깃들어 있었다. 이 세계에서 그는 그녀의 목숨을 구해 준 은인이자, 암담하기만 하던 삶 속에 홀연히 나타난 유일한 구원과도 같은 존재였다.그녀는 그를 천 년이라는 아득한 세월 동안 사랑해 왔다.그리하여 이육진과의 부부의 연마저 잊어버린 채, 환상과도 같은 시간 속에서 그녀는 그를 지독할 만큼 사랑했다. 몇 번이고 그를 유혹했고, 그의 여인이 되는 것만을 유일한 소망으로 삼았다!마침내 끈질긴 집념 끝에, 구름 위 제단에 홀로 서 있던 신명과도 같던 그 사내를 속세의 가장 낮은 자리로 끌어내리는 데 성공하고 말았다.소우연의 입술이 가늘게 떨렸다.이제야, 그는 왜 돌아가려 하지 않는지 알 것 같았다.이토록 달콤하고도 애틋한 시간을 함께해 놓고, 다시 현실로 돌아가 홀로 남겨질 수십 년의 세월과 그 지독한 고독을 어찌 견딜 수 있단 말인가.“오라버니, 저와 함께 가요.”소우연은 그의 입술 위에 자신의 입술을 겹쳐 올렸다. 눈물이 다시금 쉴 새 없이 흘러내렸다. 마치 그의 심장 깊숙한 곳에 지워지지 않을 상처를 새기려는 듯, 그녀는 그의 입술을 세게 깨물었다.용강한은 그 선명한 통증을 느끼며, 자신을 향해 ‘오라버니’라 부르는 그녀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기억을 지워 버렸음에도 끝내 자신을 다시 찾아내 사랑을 고백하는 그 모습에, 그의 심장이 거칠게 요동쳤다.“연, 연아…”자신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되지 않음을 직감한 소우연이 다급히 말을 이었다.“오라버니가 오지 않으시면… 전 오라버니를 평생 증오할 거예요. 다시는, 영원히… 오라버니를 보지도 않을 거고, 기억조차 하지 않을 거예요!”“그러니 저와 함께 돌아가요…”“제발… 같이 가자고요!”그 순간, 소우연의 몸이 무언가에 이끌리듯 허공으로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녀는 필사적으로 용강한의 손을 놓지 않았다.“저와 같이 가요!”눈물로 얼룩진 그녀의 눈동자를 마주한 용강한의 심장이 칼로 도려내는 듯 아려왔다.“어마마마!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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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32화

소우연은 마치 짙은 안개 속에 갇혀 있는 듯한 기분에 사로잡혀 있었다.그러다 따스하고 커다란 손이 자신의 손을 아플 만큼 세게 움켜쥐는 감각이 전해지자, 그제야 번쩍 정신이 들었다.“연아.”이육진은 그녀가 눈을 뜨는 것을 보자마자, 팽팽히 조여 있던 긴장의 끈을 비로소 풀어냈다.흐릿하던 시야가 서서히 또렷해지며, 이육진의 얼굴이 먼저 들어왔다. 그 뒤로는 이진과 이영, 심초운, 심연희, 정 도사, 경문, 그리고 주익선까지… 익숙한 얼굴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어마마마, 정신이 드셨습니까?”소우연은 미간을 찌푸린 채 다급히 주위를 둘러보았다.곧 그녀의 시선이 한 사람에게 멈추었다.용강한. 그는 여전히 두 눈을 굳게 감은 채 미동도 없었다. 피부는 이미 핏기를 잃어, 병색이 완연한 백지장처럼 창백하게 질려 있었다.“어째서… 아직 깨어나지 못하시는 겁니까…?”순식간에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참지 못한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이천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어마마마… 외삼촌을, 정말 만나신 겁니까?”“만났단다.”숨을 고르며 겨우 말을 이었다.“반드시 돌아오겠다고… 내게 약속하셨어.”소우연은 이천을 붙잡듯 바라보았다.“천아… 네가, 다시 한 번… 시도해 보겠느냐?”이천은 몰려드는 피로를 억누르며 이를 악물고 고개를 끄덕였다.이영과 이진을 비롯한 이들은 조용히 현명루 밖으로 물러나, 숨죽인 채 결과를 기다렸다.이천이 다시 구결을 읊기 시작하자, 진법의 중심에서 눈부실 만큼 새하얀 광채가 폭발하듯 터져 나왔다.소우연은 용강한의 손을 부서질 듯 움켜쥐었다.“오라버니… 돌아오겠다고 약속하셨잖아요!”“제발 어서 돌아오세요!”이육진 또한 낮게 으르렁거리듯 말했다.“그리 유약한 사내가 아니지 않습니까. 당장 돌아오십시오.”환상 속용강한은 한시가 급한 듯 현명루 안으로 달려들었다.진법 중심에서 뿜어져 나오는 찬란한 광휘를 발견한 그는 지체 없이 다가가, 그 한가운데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머릿속에는 눈물로 얼룩진 소우연의 얼굴과, 반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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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33화

누군가 그의 코끝에 손을 가져다 대어 숨결을 살폈다.이내 이천의 목소리가 낮게 울렸다.“외삼촌께서… 돌아오신 듯합니다.”그가 돌아왔다.그 한마디에, 용강한은 비로소 모든 긴장을 내려놓았다.그대로 깊은 잠 속으로 가라앉았다.소우연은 이육진의 품에 안긴 채 의식을 잃은 용강한을 바라보며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천아, 오라버니께서 정말 돌아오신 것이냐?”“예. 호흡이 전보다 훨씬 안정되었습니다.”“다행이구나… 정말, 다행이야…”안도의 숨이 조용히 흘러나왔다.이천은 이육진을 향해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아바마마, 우선 외삼촌을 거처로 옮겨 모시는 것이 좋겠습니다.”이육진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는 용강한을 품에 안은 채 현명루를 나섰다.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이영과 이진, 심연희, 심초운, 주익선, 정 도사, 경문이 일제히 몰려들었다.주변을 지키고 있던 호위무사들은 일제히 무릎을 꿇고 머리를 숙였다.방 문 앞에 이르자, 이천이 이영 일행을 향해 입을 열었다.“외삼촌께서 돌아오시긴 했으나, 지금은 기력이 몹시 쇠하신 상태인 듯 하다. 당분간은 방해하지 않는 것이 좋겠구나.”“예, 알겠습니다. 방해하지 않겠습니다.”이영이 곧바로 답했다.이영과 심초운, 이진, 주익선은 호위무사들을 이끌고 조용히 물러났다.심연희는 이천의 손을 조심스럽게 붙잡으며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물었다.“부군, 몸은 괜찮으신지요?”이천은 입술을 굳게 다문 채 고개를 저었다.곁에 있던 정 도사가 나서며 말했다.“마마, 어서 전하를 부축하여 영은각으로 모시고 가 쉬게 해 드리시지요.”“예.”심연희는 이천을 부축해 천천히 자리를 떠났다.그 모습을 지켜보던 정 도사는 경문과 시선을 나누고는, 그제야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저는 이곳을 지키고 있을 테니, 무슨 일 생기면 알려 주십시오.”경문이 낮게 말했다.정 대인은 허리를 두드리며 씁쓸하게 웃었다.“이 늙은이도 이제 나이가 들었나 보구나. 자네가 수고 좀 해 주게.”“예, 알겠습니다.”용강한의 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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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34화

이육진이 소우연의 뒤로 다가와, 커다란 손을 조심스럽게 그녀의 어깨 위에 얹었다.“그래도 너도 몸을 돌보아야 하지 않겠느냐. 나는 밖에 있을 터이니, 무슨 일이 있으면 부르거라.”소우연이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그의 얼굴에는 감추지 못한 어색함이 엷게 드리워져 있었다.“예.”이육진이 조용히 침소를 나서자,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소우연의 가슴 한켠이 아릿하게 저려왔다.지금 이 상황에서 무슨 말을 건네야 할지, 그녀로서도 쉽게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소우연은 이내 시선을 돌려 다시 용강한을 바라보았다.“오라버니, 어서 기운을 차리세요. 모두가 오라버니를 기다리고 있어요.”그녀는 그의 손을 꼭 쥐고, 조심스럽게 힘을 주었다.마치 그렇게라도 해야 그를 붙잡아 둘 수 있을 것만 같았다.잠시 후, 맥을 짚어 보니 이전보다 훨씬 안정되어 있었다.강하진 않지만 고르게 뛰고 있었다. 깨어나는 것은 이제 시간문제였다.아마 오늘 밤, 늦어도 내일이면 눈을 뜰 터였다.이육진은 내실을 나와 밖에서 차 한 잔을 비우고는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태상황 폐하.”정 도사는 지팡이를 짚은 채 다가왔다.이육진의 눈썹이 미묘하게 찌푸려졌다.정 도사가 지팡이에 의지하는 모습을 보는 것은 처음이었다.용강한을 구하기 위해, 그 역시 이천 못지않게 무리를 한 것이 분명했다.“정 도사, 무슨 할 말이 있는 것이냐?”정 도사가 잔잔히 웃었다.“폐하께 드릴 말씀이 조금 있습니다.”“용강한 때문이냐?”정 도사는 고개를 끄덕였다.이육진은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그가 깨어나기만 한다면… 무엇이든 못 들어주겠느냐.”정 도사는 희끗한 수염을 쓸어내리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지금 상운국에는 일부일처의 법이 이미 뿌리내렸습니다.”이육진은 말없이 서 있었다.그 사실을 모를 리 없었다.그들이 자취를 감춘 지난 사 년 동안, 혼인 제도는 이미 국책으로 굳어졌고 이천은 그것을 끝까지 밀어붙였을 터였다.정 도사는 다시 입꼬리를 올렸다.“세상 사람들은 이미 태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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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35화

두 사람은 발소리를 최대한 죽였지만, 방금 전 문을 두드렸을 때나 지금 방 안으로 들어온 순간에도 이천은 여전히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소우연이 곁을 지키고 있던 심연희를 바라보며 나직이 물었다.“천이는 밥은 좀 먹었느냐?”“죽을 조금 들었습니다.”“잠들기 전에 무슨 말을 남기지는 않았느냐?”“없었습니다.”소우연은 조용히 침상 가에 앉아 이천의 맥을 짚었다. 다행히 기혈이 다소 허해진 것 외에는 큰 이상은 없었다. 그녀는 곧장 기운을 보하고 혈을 돋우는 처방을 적어 심연희에게 건넸다.“사람을 시켜 태의원에서 약을 지어다 달여 오게 하려무나. 우리는 여기서 기다리겠다.”“예, 마마.”심연희가 처방전을 들고 물러나자, 이육진이 곁에서 낮게 물었다.“천이에게 별일은 없겠지…”혹여 아들이 천기를 건드린 탓에 부작용을 겪는 것은 아닌지, 마음속 깊은 곳에서 불안이 일렁이고 있었다.소우연이 고개를 저었다.“부작용이라 할 정도는 아닙니다. 다만 이번에 쏟아부은 공력이 워낙 크니, 한동안은 푹 쉬며 몸을 추슬러야 할 것 같아요.”“그만하길 다행이구나.”소우연은 다시 이천의 이마를 짚어 보았다. 열도 없고 맥도 안정적이었다.긴장이 풀린 탓인지, 이내 피로가 몰려왔다. 그녀는 하품을 몇 번이나 참지 못하고 내뱉었다.이육진이 조용히 다가와 자신의 어깨를 내어주었다.“내게 기대어 잠시 쉬거라.”소우연은 옅은 미소를 띠며 그의 옆모습을 바라보았다. 세월이 흐르며 짙어진 수염은 위엄을 더했지만, 자신을 향한 눈빛만큼은 여전히 다정했다.“부군은… 참으로 좋은 분이십니다.”그녀는 그의 어깨에 머리를 기댄 채, 잠시 눈을 붙였다.얼마쯤 지났을까.심연희가 다시 돌아와, 잠든 소우연을 보고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마마, 이곳은 소녀가 지키고 있겠사오니 두 분께서는 먼저 가서 쉬시지요.”하지만 소우연과 이육진은 영락궁으로 돌아가지 않았다.곧장 용강한의 처소로 향했다.그곳에서는 경문이 용강한의 곁을 지키며 끊임없이 말을 걸고 있었다.두 사람이 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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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36화

소우연이 이육진을 바라보자, 이육진은 아무 말없이 그녀의 어깨를 가볍게 다독였다.걱정 말라는 뜻이 담긴 눈짓이었다.이내 그는 몸을 돌려 조용히 방을 나섰다.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리는 순간, 방 안은 순간 고요해졌다.소우연의 뺨에는 엷은 홍조가 번져 있었다.용강한은 그런 그녀를 바라보며, 가슴 깊은 곳에서 심장이 거칠게 뛰어오르는 것을 느꼈다.잠시 침묵이 흐른 뒤, 그가 입을 열었다.“내가 돌아온 것은 너에게 약속을 지키라 강요하려는 뜻이 아니다.”숨을 고른 뒤, 조심스레 말을 이었다.“다만 내가 돌아오지 않으면, 혹여 너와 폐하 사이에 오해가 생길까 염려되어 마음을 정한 것이지. 나는 진심으로… 두 사람이 백년해로하며 화목하게 살기를 바란다.”소우연이 그를 바라보며 환하게 웃었다.그 미소에 용강한의 귓가가 서서히 붉어졌다.그는 어딘가 쑥스러운 듯 시선을 피하며 말했다.“연아, 내 말을 믿어주겠느냐.”“네.”너무도 담담한 한 마디였다.그 짧은 대답이 오히려 용강한의 마음을 더 뒤흔들었다.마치 힘껏 붙들고 있던 무언가가 한순간에 풀려버린 듯했다.그는 이미 남아 있던 기력을 거의 다 소진한 상태였다.이제 무엇이 옳은 선택인지, 어떻게 하는 것이 모두를 위한 길인지 전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그 자신조차 엉망진창이었다.소우연은 그런 그의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가슴이 저릿하게 아려왔다.“믿어요.”그녀가 부드럽게 말했다.“그러니까 앞으로는 스스로를 낮추지도, 누군가에게 미안해하지도 마세요.”“오라버니는 단 한 번도, 누구에게 잘못한 적 없으니까요.”그제야 용강한은 길게 숨을 내쉬었다.잠시 후 소우연이 문득 무언가를 떠올린 듯 물었다.“그런데 이건 언제부터 가지고 계셨던 거예요?”“무엇을 말이냐?”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소우연이 소매 속에서 비단 손수건을 꺼내 들었다.그 위에는 ‘연’ 자가 정성스럽게 수놓아져 있었다.오랜 세월이 지나 낡은 흔적이 역력한 물건이었다.그 순간, 용강한의 머릿속이 하얗게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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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37화

“이제 여인들도 더 이상 집안에만 머무르지 않게 되었고, 부부의 권리 또한 대등해졌습니다. 상운국 전반의 질서가 이토록 안정되고 바르게 나아가고 있으니 마음이 놓입니다.”이천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이영이 잠시 말을 멈추었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다만… 아직 일부 관리나 사대부들 사이에서는 일부다처제의 풍속이 남아 있더군요.”그의 눈빛이 한층 가라앉았다.“갈 곳 없는 첩들이 스스로 머무르는 경우도 있다 하나, 앞으로 상운국에서 일부다처제는 결코 용납되어서는 아니 될 것입니다.”이천이 차분히 답했다.“과도기라 여겨지니 자연스러운 현상이라 할 수 있으나, 이미 관청의 제도와 호적 정비가 모두 갖추어졌다.”“머지않아 첩을 들이는 자는 사라질 것이며, 있어서는 아니 될 것이다.”상운국의 현황을 논하는 자리는 모두에게 만족스러웠다.이육진과 소우연, 그리고 용강한 역시 그러했다.그러나 세 사람 사이에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미묘한 기류가 잔잔히 흐르고 있었다.이틀 뒤.이육진이 잠에서 깨어났을 때, 곁에 있어야 할 소우연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대신 탁자 위에 가지런히 놓인 편지 한 통.그는 불길한 예감에 휩싸인 채 봉투를 뜯었다.편지에는 평생 동경해 왔던 천하의 산수, 한 번쯤 가 보고 싶었던 사막과 험준한 산천, 그리고 여러 나라를 유람하고 싶다는 바람. 이제 그것을 이루기 위해 길을 떠난다는 말이 적혀 있었다.아이들에게는, 아무 말없이 떠난 것을 용서해 달라는 당부까지.“이런…”불쑥 떠나다니.어젯밤의 기억이 번쩍 스쳐 지나갔다.자신의 품에 안겨, 조용히 눈물을 흘리던 그녀. 그것은 평소처럼 행복에 겨워 흘리는 눈물이 아니었다.마음 깊은 곳에 풀리지 않는 매듭이 있어, 그토록 오래 울었던 것이었다.만약 자신이 숨어버리면 자신을 찾으러 올 거냐는 물음.그는 그 물음에 천하 끝까지라도 찾아내겠다고 답했다.그때 소우연은 아무 말 없이 웃으며, 오래도록 입을 맞추었다.“…우연아!”이육진의 눈가가 순식간에 붉어졌다.혼자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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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38화

“이제 떠나면 언제 돌아올지 알 수 없겠구나.”용강한의 목소리는 담담했으나, 그 안에는 긴 여정에 대한 각오가 담겨 있었다.“경문아, 너는 이제 자유다. 청계곡이 좋다면 이곳에 머물러도 좋고, 아니라면 네가 가고 싶은 곳으로 가서 살아라.”“대인…”경문의 눈빛이 흔들렸다.“더 지체할 수 없다. 평생 쓰고도 남을 은자를 남겨두마. 아까운 세월을 허송하지 말거라.”용강한은 이미 알고 있었다.지금 당장 소우연에게 큰 위험이 닥치지는 않을 것이다.하지만 며칠 전 그녀가 남긴 말, 나중에 천하를 유람할 때, 기운이 없어 따라오지 못하면 안 된다는 그 한마디.그것은 분명, 자신을 향한 초대였다.상운국의 국책은 분명 백성들의 삶을 위한 것이었다.그리고, 그와 소우연 그리고 이육진이라면 이 세상 어디든 가지 못할 곳이 어디 있겠는가.그는 지난 며칠을 되짚어 보았다.소우연은 끝내 세 사람이 앞으로 어떤 관계로 살아가야 할지 입으로 말하지는 않았다.그러나 그녀는 단 한 번도 이 어정쩡한 관계를 피하려 하지 않았다.용강한은 문득 웃음이 새어 나왔다.자신조차 이 막막한 교착을 어떻게 풀어야 할지 몰라 난처해하고 있었는데… 답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먼저, 그녀를 찾아야 했다.우선 그가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은 그것뿐이었다.“대인, 소인이 끝까지 모시겠습니…”“아니 된다.”용강한은 단호하게 말을 잘랐다.환상 속에서 그녀와 함께했을 때도, 곁에는 그 어떤 방해도 없었다.“탁자 위에 둔 편지는 폐하께 전해 드려라.”경문이 더 말을 잇기도 전에 용강한은 이미 바람처럼 자리를 떠나고 없었다.청계곡.그가 손수 가꾸었던 작은 마당은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다.연못의 비단잉어들은 예전 그대로였고, 겨울 햇살 아래 몸을 웅크리고 있던 누렁이가 컹컹 짖으며 달려 나왔다.녀석은 용강한을 알아보자마자 꼬리를 세차게 흔들며 끙끙거렸다.오랫동안 주인을 기다려 온 듯한 반가움이었다.용강한이 손을 내밀어 머리를 쓰다듬자, 누렁이는 떨어질 생각도 하지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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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39화

용강한이 말에서 내려 소우연에게 다가갔다.“정말로 세상을 두루 떠돌 작정이냐?”“네.”용강한은 말 등에 실려 있던 보따리 하나를 내려 그녀에게 내밀었다.“이 안에 내 전 재산이 들어 있다. 물론, 예전에 네가 내게 주었던 것들이기도 하지.”소우연은 빙긋 웃었다.예전 그녀가 그에게 하사했던 금은보화는 적지 않았으나, 그는 그것을 아이들에게 장신구로 만들어 주거나 백성들을 위해 아낌없이 써 버리곤 했었다.“천하의 용 대인께서 언제부터 이리 속세의 물건에 밝아지셨습니까? 만나자마자 금을 내어주시다니요.”용강한이 멋쩍은 기색으로 답했다.“강호를 유람하려면 이런 것쯤은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마침 저도 많이 챙겨왔습니다.”소우연이 말 안장에 매달린 묵직한 보따리를 가리켰다.“돈은 오라버니께서 들고 계세요. 그러다 제가 마음에 드는 게 생기면 딱 한 마디만 하시면 됩니다. ‘사라!’ 하고요.”용강한은 잠시 멍하니 있다가 이내 웃음을 터뜨렸다.“좋구나.”그때 소우연의 시선이 옆에서 혀를 내밀고 헐떡이는 누렁이에게 향했다. 누렁이는 그녀의 시선을 느끼자 슬그머니 다가와 고개를 낮췄다. 쓰다듬어 달라는 듯한 태도였다.소우연이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어째서 개까지 데려오신 거예요?”“너도 기억할 게다. 예전에 아주 작디작았던 그 누렁이다.”소우연은 잠시 멈칫하더니 곧 허리를 굽혀 녀석의 머리를 쓰다듬었다.“누렁아.”“멍!”누렁이가 짧게 짖으며 그녀 앞에 털썩 주저앉았다. 여전히 숨은 거칠었다.“제 이름을 알아듣는 것 같아요.”“녀석이 멍청하진 않지. 제법 영리하다.”“얼마나 영리한데요?”용강한이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오랫동안 보지 못했으니 확언은 못 하겠다만, 바보는 아닐 게다.”소우연이 장난스럽게 말했다.“세 번 짖어보거라.”“멍! 멍! 멍!”“어머, 정말 똑똑하네요.”그녀가 눈을 반짝였다.“그럼 네 주인한테도 세 번 짖어봐.”누렁이는 곧장 용강한을 바라보더니 다시 세 번 짖었다.“멍! 멍! 멍!”소우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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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40화

겨울날의 따스한 햇살 아래, 세 사람이 말을 몰아 질주하고 있었다.그 뒤를 건장한 누렁이 한 마리가 숨을 몰아쉬며 바짝 뒤쫓았다.상운국 황궁.경문이 금융궁에 서신을 전하러 들었을 때, 심초운의 얼굴에는 옅은 긴장감이 스쳤으나 서신의 내용 자체에는 그다지 놀란 기색이 아니었다.“이미 영화궁에서 여러 통의 서신이 도착했습니다.”심초운이 담담히 말했다.경문은 잠시 놀란 눈빛을 보였으나 곧 고개를 숙였다.“그렇다면 소인은 이만 물러나 짐을 정리하고 청계곡으로 돌아갈 채비를 하겠습니다.”“그래. 혹여 곤란한 일이 생기면 언제든 입궁하거라. 폐하께서도 사정을 보아 힘을 보태주실 것이다.”청계곡은 이미 출입 금지 구역으로 지정되어, 일반 백성은 발도 들일 수 없는 곳이 되었다.그곳은 영원히 용강한과 이육진 그리고 소수연의 사유지로 남아 있었다.경문이 포권하며 예를 올렸다.“심 대인의 배려에 감사드립니다.”그는 그대로 몸을 돌려 황궁을 떠났다.심초운은 경문이 가져온 서신 외에도, 등 뒤에 감춘 손으로 세 통의 서신을 쥐고 있었다.하나는 이영에게, 나머지 둘은 이진과 이천에게 보낼 것이었다.손에 든 서신을 내려다보며 심초운은 혀를 찼다.태후 마마는 한마디 말도 없이 홀연히 떠나 버렸고, 태상황과 외삼촌은 그 뒤를 지체 없이 쫓았다.그 속도가 실로 기가 막힐 지경이었다.심초운은 곧 궁인에게 명을 내렸다.근정전을 지키고 있다가 조회가 끝나는 대로 월왕과 섭정왕을 금융궁으로 모셔 오고, 오찬을 함께하며 상의할 일이 있다 전하라는 것이었다.같은 시각, 근정전 내부.이영은 산처럼 쌓인 상소문들을 훑어보다가 순간 눈앞이 아찔해졌다.상소문의 내용이 하나같이 이육진과 소우연 그리고 용강한을 탄핵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기가 막힐 노릇이었다.용강한이 깨어난 지 고작 며칠이나 되었다고 이런 일이 벌어진단 말인가.세 사람은 줄곧 흠천감에 머물렀고, 상운국으로 돌아오던 날조차 사람들 눈을 피해 쪽문으로 입궁했다.그런데 대체 누가 이런 소문을 퍼뜨려 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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