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난 이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Chapter 2341 - Chapter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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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41화

“대체 이게 어찌 된 일이냐…”환상에서 깨어난 지 얼마나 되었다고, 어마마마와 외삼촌의 일이 벌써 상운국 전역에 퍼졌단 말인가.“폐하?”이천이 조심스레 이영의 안색을 살폈다. 표정이 심상치 않았다. 주 승상이 올린 장계의 내용이 경성에만 그친 것이 아니라, 이미 나라 곳곳으로 퍼졌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이진 또한 영문을 몰라 어리둥절한 얼굴이었다. 본래 조회에 나오고 싶지 않았으나, 끝나고 나면 아바마마와 어마마마, 그리고 외삼촌을 뵈러 갈 생각으로 억지로 나온 참이었다. 그런데 불과 며칠 사이, 이런 소문이 온 나라를 뒤덮고 있을 줄이야.도문군이 앞으로 나와 아뢰었다.“폐하, 이 소문은 출처가 매우 기묘합니다. 우선 민간에 사람을 풀어 근원을 조사하게 하시고, 소문을 잠재우는 것이 급선무라 사료됩니다.”“허하노라. 그 일은 도 애경이 맡아 처리하라.”“신, 명을 받들겠습니다.”곧이어 이해준도 한 걸음 나섰다.“폐하, 소신 또한 도 대인과 함께 이 일을 조사하고자 합니다.”이영은 그를 바라보다가 잠시 멈칫했다. 순간 누구인지 알아보지 못할 뻔했다. 도문군의 전남편이었던 자가 아닌가. 두 사람이 이제는 한 조정에서 나란히 조회에 서고, 함께 일을 맡게 되다니 묘한 기분이 스쳤다. 그러나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허하노라.”“성은이 망극합니다, 폐하.”이해준은 무릎을 꿇어 절하고 물러났다.이영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외삼촌이 그동안 황실, 특히 어마마마와 아바마마를 위해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이 일을 완전히 공적인 시선으로만 바라보기는 어려웠다.무엇보다도 어마마마와 아바마마, 그리고 외삼촌 그들 스스로가 이 문제에 개입하는 것을 원치 않을 것이 분명했다.백성의 삶을 살피는 것은 군주의 본분이나, 혼인 제도에 있어서만큼은 그들의 관계를 건드릴 수 없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은 그저 묻지 않고, 따지지 않고, 모른 척하는 것뿐이었다.비판할 수도, 정죄할 수도 없었다.어마마마와 외삼촌이 왜 지금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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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42화

“서신이라고? 어마마마께서 궁을 떠나셨단 말이냐?”이영은 믿기지 않는다는 듯 심초운을 바라보며 물었다.심초운은 아무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이미 개봉되어 있던, 어마마마가 아바마마께 남긴 서신을 조용히 건넸다.서신을 읽어 내려가던 이영의 눈빛이 굳어졌다.곧바로 자신의 몫으로 온 서신도 뜯어 펼쳤다.같은 시각, 이진과 이천 역시 각자의 서신을 열어 아내와 남편과 함께 읽어 내려갔다.심초운 또한 이영의 곁에 서서, 소우연이 남긴 마지막 인사를 함께 눈으로 쫓았다.서신에는 자식들 곁을 온전히 지켜주지 못한 어머니로서의 절절한 미안함과 자책이 가득 담겨 있었다.“어마마마께선 어찌 이런 말씀을 하신담…”이진의 목소리가 떨렸다.“언니가 즉위하기 전에도, 진청산 그 끔찍한 일들이 있기 전에도… 어마마마와 아바마마는 늘 우리 곁에 계셨는데…”끝내 말을 잇지 못하고, 이진의 눈에서 눈물이 터져 나왔다.이영은 조용히 손을 뻗어 동생의 머리를 쓰다듬었다.“너도 이제 아이 어미다. 이렇게 울어서야 되겠느냐.”“어미면 뭐예요… 저도 아직 어린걸요. 이제 겨우 스물둘인데요…”이진이 목이 메인 채 겨우 대답했다.이영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스쳤다.“그래, 그래. 아직 어리지. 일국의 진녕공주께서 아직 어린아이시라니, 참으로 대단하구나.”농담 섞인 말에 이진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그러나 눈물과 콧물이 뒤섞여 얼굴은 엉망이 되어 있었다.“언니 앞에서는 평생 동생이잖아요. 그렇죠?”“그럼, 그렇고말고.”이영은 손수 이진의 눈물을 닦아주었다.곁에 있던 주익선이 재빨리 손수건을 건네며 조용히 그녀의 콧방울을 닦아주었다.말 한마디 없었지만, 그 다정함은 충분히 전해졌다.이진은 주익선의 어깨에 살짝 기대어 마음을 가다듬은 뒤 물었다.“그럼 우린 이제 어쩌죠? 그저 아바마마와 어마마마께서 보내주실 서신만 기다려야 하나요?”아무도 쉽게 입을 열지 못했다.다른 방도가 없다는 사실을 모두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잠시 침묵이 내려앉은 가운데, 심초운이 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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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43화

“분명 그러할 것이다.”이영이 단정하듯 말했다. 그러나 곧 미간을 살짝 좁혔다.“다만 어마마마와 아바마마께서도 탄핵의 물결이 이토록 빠르게 일어날 줄은 짐작지 못하셨겠지. 나조차 믿기 어려울 만큼 급작스러운 일이니.”곁에 있던 이천이 낮게 입을 열었다.“누가 보아도 치밀히 준비된 움직임이로구나.”그는 심초운과 주익선을 번갈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어마마마와 외삼촌의 관계를 이토록 소상히 아는 자가 누구겠느냐. 그 일은 환상 속에 있던 우리와, 밖으로 나와 소식을 들은 너희뿐이 아니더냐.”주익선이 턱을 괴며 중얼거렸다.“혹 진청산의 핏줄이 아직 남아 있는 건 아닐까요?”심연희가 고개를 갸웃했다.“진청산의 후손이라면 이아령과 소열뿐이었습니다. 그들은 이미 죽지 않았습니까?”진청산의 혈맥은 이미 끊겼어야 마땅했다. 잠시 침묵이 흐른 뒤, 이천이 다시 입을 열었다.“어떤 추측이든 가능성은 열어두어야 한다. 허나 지금은 배후에서 수작을 부리는 자를 밝혀낼 증거를 찾는 것이 급선무니라.”이영이 고개를 끄덕였다.“도문군과 이해준이 이미 움직였으니, 머지않아 소식이 올 것이다.”이천 역시 수긍했다.“이 일은 나 또한 직접 살피도록 하마.”이영이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오라버니께 폐를 끼치게 되었습니다.”“당연히 내가 할 일이다.”식사를 마친 뒤, 이영은 아직 기력이 완전히 돌아오지 않은 탓에 남은 상소문 일부를 당안을 시켜 이천에게 넘겼다. 이천이 물러나려 할 때, 이영이 문득 입을 열었다. “오라버니, 차라리 제가 오라버니께 선위를 하면 어떻겠습니까?”이천의 대답은 단호했다.“불가하다.”그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말을 이었다.“지금처럼 네가 자리를 지키고 황태녀가 건재해야, 국책으로 인해 여인들이 버려지지 않는 이 흐름을 이어갈 수 있다. 이는 결코 가벼이 여길 일이 아니다.”이영은 말문이 막혔다.결국 스스로 원치 않더라도 이 자리를 지켜야 한다는 뜻이었다.“오라버니, 하지만 그건 좀…”“정 권력이 과하다 여겨진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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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44화

이윤, 그 아이는 다름 아닌 이 나라의 황태녀였다.정 대인이 공손히 예를 갖추며 아뢰었다.“폐하께 아뢰옵니다. 황태녀 전하께서는 학업에 크게 힘쓰고 계시며, 매일 두 시진씩 보충 학업을 자청하고 계시옵니다.”이영은 이미 알고 있었다. 그 추가된 두 시진이 곧 이윤에게 제왕학을 가르치는 시간이라는 것을 말이다. 그녀는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정 대인의 수업을 방해했구나. 이만 물러가겠다.”“폐하와 심 대인을 배웅하겠습니다.”두 사람이 떠나고 나자, 정 대인의 미간이 슬며시 좁혀졌다.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정신을 차린 순간, 그는 등 뒤로 두 손을 모은 채 서 있는 이윤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음을 깨달았다.“황태녀 전하, 어찌 나오셨습니까?”“폐하를 뵈러 가던 길이었습니다.”정 대인은 고개를 끄덕이며 물러나려 했다.“사부님.”이윤의 맑은 목소리가 그를 붙들었다.“방금 어찌하여 미간을 찌푸리셨습니까. 무슨 근심 거리라도 있으십니까?”그 말에 정 대인은 속으로 감탄했다. 이 어린 황태녀의 눈썰미가 이토록 예리하다니.그의 머릿속에는 문득 수년 전, 폐하와 태상황 일행이 자취를 감추었던 시기가 떠올랐다.그 공백기에 이윤이 황태녀로 책봉되었으나, 이제 폐하와 심 대인이 돌아온 이상 상황은 달라질 수도 있었다.훗날 두 사람 사이에 후사가 생긴다면, 황위는 과연 누구에게 돌아갈 것인가.이윤일 것인가, 아니면 황제의 친자식일 것인가.정 대인의 마음은 복잡할 수밖에 없었다.황태녀의 자리는 나라의 근간이었다. 그리 쉽게 바뀌어서는 안 될 자리였다.더구나 이씨 왕조의 강산은 이치대로라면 섭정왕에게 먼저 돌아갔어야 했다. 그러나 섭정왕 본인은 줄곧 나라를 지키는 데만 힘쓸 뿐, 황위에는 전혀 뜻이 없었다.황태녀를 세우면서도 정작 자신의 아들을 황태자로 책봉하지도 않았으니, 참으로 기묘한 일이었다.이씨 왕조는 태상황 대부터 어딘가 남달랐다. 태상황부터 황위에 집착이 없더니, 그 자손들 또한 그러하니 실로 전무후무한 일이었다.“사부님, 숨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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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45화

점점 가까워지자, 이윤의 눈에 어전 안 어안 앞에 앉아 있는 고모님과 고모부의 모습이 들어왔다.심초운은 벼루에 먹을 갈고 있었고, 이영은 상소문들을 살피고 있었다.이윤을 발견한 이영은 곧바로 붓을 내려놓고 다가와 아이를 번쩍 들어 올렸다.“우리 윤이, 어찌 고모를 찾아왔느냐?”이윤은 말없이 이영을 올려다보았다.그 눈빛에는 자신을 향한 진심 어린 애정이 담겨 있었다.“폐하, 소신이 여쭐 것이 있어 왔습니다.”“오호?”이영은 뜻밖이라는 듯 심초운과 시선을 주고받았다.이 조그마한 녀석이 무슨 말을 하겠다고 직접 찾아왔단 말인가.이영은 흥미로운 눈빛으로 아이를 바라보았다.이윤이 곧장 입을 열었다.“아바마마께서 말씀하시길, 저희 남매 넷이 태어나던 날 폐하와 심 대인, 그리고 조부님께서 모두 자취를 감추셨다 하였습니다.”이영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그러했지.”구체적인 사정은 아이가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라 여겨, 환상 속 이야기까지 꺼내지는 않았다.곁에 있던 심초운도 의자를 밀어주며 앉으라는 눈짓을 보냈다.이윤은 두 손으로 의자를 붙잡고 낑낑거리며 올라가 자리를 잡았다.이영도 마주 앉아 아이를 바라보았다.귀엽고도 단정한 기색이 어딘가 이천을 닮은 듯했고, 또 어찌 보면 이육진을 빼다 박은 듯도 했다.이윤이 다시 입을 열었다.“폐하, 소신은 본디 아바마마의 명에 따라 황태녀가 되었습니다. 허나 궁인들이 말하길, 장차 폐하께서 친자식을 두시면 소신은 그 자리를 잃게 될 것이라 하더이다.”이영의 눈빛이 순간 서늘해졌다.“누가 그런 말을 하더냐?”이윤은 고개를 저었다.“그저 궁인들이 함부로 떠드는 말일 뿐입니다. 저는 한 마디도 믿지 않았습니다.”비록 어린 나이였으나, 그녀 역시 황좌의 무게가 어떤 것인지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다.이영은 아이를 품에 꼭 안았다.“그래, 그런 말은 하나도 믿지 말거라. 설령 훗날 내가 아이를 낳는다 해도, 네가 아우들을 아끼고 이 나라를 위한다면…”그녀의 목소리가 한층 부드러워졌다.“너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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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46화

겨울날의 따스한 햇살 아래, 북적이는 장안 거리는 온갖 호객 소리로 활기가 넘쳐흘렀다.금의위가 출동하자 거리의 백성들은 질서정연하게 길을 터주었다. 예전처럼 바닥에 엎드려 머리를 조아리지는 않았으나, 감히 천가의 공무를 수행하는 이들을 함부로 훔쳐보지도 못했다.이해준은 두 손을 등 뒤로 모은 채 여유로운 걸음으로 도문군의 뒤를 따랐다. 도문군은 이를 악문 채 목소리를 낮춰 이해준을 쏘아붙였다.“금의위를 이렇게까지 드러내놓고 움직이다니, 배후에 있는 자들의 심기를 건드렸다가 훗날 우리가 모두 화를 입으면 어쩌시려는 겁니까? 문이까지 무사하지 못할 터인데요!”이해준은 담담히 답했다.“금의위가 언제 사람을 몰아붙였다고 그러시오. 법도에 따라 차례를 지키며, 곳곳에서 증거를 모을 뿐이오.”도문군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금주를 비롯해 각지에서 상소가 올라오고 있습니다. 설마 경성에는 아직 이런 유언비어가 퍼지지 않았다고 생각하시는 건 아니겠지요?”이해준은 고개를 저었다.“그럴 리가 있겠소.”그는 숨을 한 번 고르고는 도문군을 이끌고 옷가게 성의재 안으로 들어갔다. 잠시 후, 두 사람은 가장 평범하고 수수한 차림으로 갈아입고 밖으로 나왔다. 서로 팔짱을 낀 모습은 영락없는 평범한 부부와 다를 바 없었다.“이제 어디로 가는 겁니까?”도문군이 물었다.“우선 쉴 곳부터 찾읍시다. 본격적인 움직임은 밤부터일 테니.”이해준은 자연스럽게 그녀를 이끌고 근처 객줏집으로 들어갔다. 주인이 다가와 물었다.“손님, 식사를 하시겠습니까, 아니면 묵고 가시겠습니까?”“둘 다 하겠소.”“예이, 알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주인은 몇 가지를 묻고 숙박비를 받은 뒤, 하인을 시켜 두 사람을 위층 방으로 안내하게 했다.도문군이 비꼬듯 입을 열었다.“상운국 관리들의 녹봉이 꽤 넉넉한가 봅니다. 이 대인께서는 한 달에도 몇 번씩 이런 곳에 묵으시는 듯하니 말입니다.”이해준은 미소만 지을 뿐이었다.“나를 뒷조사라도 한 것이오?”“그럴 리가요.”쌀쌀맞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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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47화

“맛있게 드십시오, 손님. 더 필요한 것이 있으신지요?”이해준이 가볍게 손을 내저었다.“물러가게.”“예.”하인은 공손히 답하고 문을 닫고 나갔다. 도문군은 곧장 탁자 앞에 자리를 잡았고, 이해준도 그녀의 맞은편에 앉았다.도문군이 먼저 입을 열었다.“사적인 이야기는 그만두지요. 지금 중요한 건 태상황 폐하와 태후 마마, 그리고 용 대인 세 분의 일입니다. 대체 어찌하여 민간에 이런 소문이 퍼졌고, 돌아오신 지 며칠도 되지 않아 상소까지 올라오게 된 걸까요?”이해준은 입술을 굳게 다문 채, 먼저 찻주전자에 손을 뻗었다. 두 사람의 잔에 차를 따르고, 자연스럽게 그녀의 앞접시에 반찬을 덜어주었다.마침 점심때라 그런지, 도문군의 시선이 차려진 음식에 잠시 머물렀다. 허기가 드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일이었다.잠시 후, 이해준이 입을 열었다.“내 짐작이 틀리지 않다면… 누군가 미리 판을 짜두었을 것이오.”도문군이 고개를 끄덕였다.“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폐하와 섭정왕께서도 이미 그렇게 보고 계실 겁니다. 하지만… 그 판을 짠 자를 어떻게 끌어낼 수 있겠습니까?”“그러니 우리가 할 일은 하나요.”“무엇입니까?”“정보를 모으는 것.”도문군이 눈을 가늘게 떴다.“찾아간다 한들 입을 다물어버리거나, 심지어 죽음으로 결백을 주장하려 들 수도 있습니다. 쉽게 입을 열 리 없지요.”이해준은 고개를 저었다.“평범한 방식으로는 안 되오.”도문군이 그를 똑바로 바라봤다.“그럼 어떤 수단을 쓰겠다는 겁니까?”이해준은 태연하게 젓가락을 들었다.“우선 밥부터 먹읍시다. 다 먹고 나면 알려주리다.”“……”도문군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 그러면서도 이 남자, 이해준이 묘하게 여러 방면에 능통하다는 사실이 새삼스럽게 느껴졌다.식사가 끝나자, 이해준은 졸음이 쏟아진다며 잠시 눈을 붙이겠다고 했다. 도문군은 방석 위에 앉아 좀처럼 마음을 놓지 못하고 안절부절못했다.그러나 그가 깊이 잠든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겨우 경계를 늦출 수 있었다.그가 눈을 떴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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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48화

“이 대인께서는 그간 그리 바쁘지 않으셨던 모양입니다. 틈만 나면 이런 풍류를 즐기러 오시는 걸 보니.”방 안으로 들어선 도문군이 내부를 천천히 둘러보았다. 생각했던 것처럼 화려하고 속된 분위기는 아니었다. 오히려 단정하고 고아한 기품이 감도는 공간이었다.이해준이 허허 웃으며 말했다.“나는 이곳에 발을 들인 적이 단 한 번도 없소.”도문군의 눈썹이 살짝 치켜올라갔다.도저히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그러자 이해준은 그녀 앞에 바짝 서서, 한층 엄숙한 얼굴로 말했다.“맹세코, 예전에는 단 한 번도 온 적이 없소. 이번은 오로지 공무 때문이오.”그가 손을 들어 맹세하려 하자, 도문군이 슬며시 그 손을 내려주었다.“그리까지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이해준의 눈빛이 흔들렸다.“어찌 신경을 쓰지 않겠소… 당신은 내 아이의 어미가 아니오.”“당신, 정말…!”그때, 똑똑… 문 두드리는 소리가 대화를 끊었다.“손님, 기녀들을 데려왔습니다.”포주가 문을 열고 기녀들을 들여보냈다.도문군은 젊고 고운 여인들을 바라보며 마음 한켠이 씁쓸해졌다. 태평성대라 불리는 이 시대에도, 여전히 풍진 속에 몸을 맡긴 여인들이 이렇게나 많다니.그때, 이해준이 그녀의 귓가에 바짝 다가와 낮게 속삭였다.“잠시 후 내가 하는 짓은, 모두 정보를 캐내기 위함이오. 방탕하게 보지 마시오.”도문군은 옅게 웃었다.“제게 무슨 상관이겠습니까.”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이해준이 그녀의 어깨를 와락 끌어당겼다.“자, 자네도 이리 오시오. 이 좋은 자리를 허투루 보내서야 되겠소?”“어머나, 공자님 참으로 고우시네요. 제 마음이 다 설레는걸요.”기녀 하나가 도문군에게 살랑거리며 다가왔다.도문군은 순간 몸을 피할 뻔했으나, 이내 마음을 다잡았다.이곳이라면 실마리를 잡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곧 그녀는 호탕하게 웃으며 일부러 난봉꾼처럼 굴기 시작했다.“자자, 다들 보시오! 이게 무엇인지!”이해준이 갑자기 탁자 위로 훌쩍 올라섰다.기녀들의 시선이 일제히 그에게 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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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49화

이해준은 도문군의 어깨를 감싸 안고 당당히 발걸음을 옮겼다. 청색 도포 자락을 휘날리며 떠나는 두 사람의 뒷모습을 보며 기녀들이 멍하니 서 있다가, 정신을 차리고는 급히 포주를 불러왔다.포주는 곧장 덩치 큰 싸움꾼들을 데려와 이해준과 도문군의 앞을 가로막았다. 그러자 이해준이 품속에서 번쩍이는 패를 꺼내 보이며 서늘하게 일갈했다.“네놈들의 그 개 같은 눈을 크게 뜨고 똑똑히 보거라. 감히 이 몸을 막아서겠느냐?”“아, 아이고… 이, 이게 웬일입니까. 대인께서 저희 집에서 즐기신 건 감사하오나, 예로부터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고운 법이라…”이해준이 은표를 꺼내 던져주려 하자, 포주는 겁에 질려 손사래를 쳤다. 대인라는 신분을 확인한 마당에 자칫했다가는 관아로 끌려가 경을 칠 게 뻔했기 때문이다. 그녀는 얼른 길을 터주며 굽신거렸다.“대인, 살펴 가십시오. 부디 노여움을 푸시고 조심히 가십시오.”청루를 빠져나오자 대기하고 있던 마차가 시간 맞춰 멈춰 섰다.“황궁으로 가자.” 이해준이 마부석의 소종에게 짧게 명령했다.“예, 대인.”도문군은 몽롱한 정신으로 마차 벽에 몸을 기댔다. 이해준은 그런 그녀를 보며 입가에 옅은 미소를 띠었다.“당신, 생각보다 술을 정말 잘 마시는구려.”“취하지 않았습니다.” 도문군이 대답했다. 정신이 조금 아득하긴 했으나 정신줄을 놓을 정도는 아니었다.“취한 사람들은 다들 그렇게 말하지. 당신이 취하지 않았다는 걸 어떻게 증명하겠소?” 이해준이 짖궂게 물었다.그러자 도문군이 손을 뻗어 이해준의 뺨을 툭 쳤다. 찰싹 소리도 나지 않을 만큼 가벼운 손길이었다.“이 정도면 증명이 됩니까?”이해준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뺨을 어루만졌다. “어째서 세게 때리지는 못한 것이오?”“조금 뒤에 폐하를 봬야 하지 않습니까!”“과연, 아직 정신이 말짱하군.”“당연하지요. 술에 취해 앞뒤 가리지 못하고 실수를 저지른다는 건 다 핑계일 뿐입니다.”도문군의 당당한 말에 이해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그렇긴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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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50화

이영과 심초운은 동시에 몸을 굳혔다. 믿기지 않는다는 듯 서로를 바라보는 눈빛이 한순간에 엇갈렸다.“방금… 뭐라 하였느냐? 일 년 전부터 이미 그런 소문이 돌고 있었다고?”이영의 시선이 날카롭게 이해준을 꿰뚫었다. 스스로도 믿기지 않는다는 듯한 기색이 역력했다.이해준은 공손히 손을 모아 올리며 고개를 숙였다.“소신이 어찌 감히 망령된 말을 아뢰겠습니까. 청루의 여인들이 분명 그렇게 말하였습니다. 소신과 도 대인은 이 일을 가볍게 볼 수 없다 여겨, 한시도 지체하지 않고 곧장 폐하께 아뢰고자 달려왔나이다.”이 일은 결코 예사로운 사안이 아니었다.일 년 전부터 어마마마와 외삼촌의 일을 알고 있었다면, 그 배후는 진청산이 남긴 산수화를 본 자이거나, 혹은 상운국 어딘가에 숨어 있던 잔당일 가능성이 컸다.도문군 역시 한걸음 나서며 힘주어 말했다.“폐하께 아뢰옵니다. 이 대인의 말은 모두 사실입니다. 이처럼 중대한 사안에 누군가 미리 판을 짜두었다면, 이는 필시 불순한 의도를 품고 은밀히 움직이는 음모일 것입니다.”이영 역시 그 무게를 모를 리 없었다.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입을 열었다.“짐이 치세하던 시절, 도 대인과 함께 뽑혔던 거인들은 모두 등용되었느냐?”“거의 다 등용되었습니다.”“그렇다면 그들 중 수상한 움직임을 보인 자는 없었느냐?”이해준과 도문군은 동시에 고개를 저었다.“폐하께서 자리를 비우셨던 동안에도 섭정왕께서 국정을 잘 이끌어 민심은 안정되어 있었습니다. 등용된 거인들 또한 법도를 지키며, 특히 여권 신장에 큰 공을 세운 자들도 적지 않았습니다.”이영은 미간을 좁히며 심초운을 돌아보았다.“초운아, 너는 어찌 생각하느냐?”심초운은 잠시 고개를 숙였다가 입을 열었다. 그의 말투는 언제나처럼 단정하고 공손했다.“폐하, 소신의 생각으로는 이 일이 진청산과 깊은 연관이 있는 듯합니다. 다만 성급히 단정 지어 그릇된 방향으로 나아가지 않으려면, 소문의 발원지를 끝까지 추적해야 합니다. 배후에 숨어 있는 자가 무슨 목적을 품고 이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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