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난 이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Chapter 2351 - Chapter 23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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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51화

“부군, 무슨 일이십니까?”심연희는 이천의 미간이 깊게 패인 것을 보고 덩달아 걱정스러운 기색을 내비쳤다. 이육진과 소우연, 그리고 용강한까지 모두 자신들의 장례를 치러달라 당부하지 않았던가. 혹시 그분들은 누군가 자신들의 명예를 더럽힐 것을 미리 예견하시고, 소문을 잠재우기 위해 황궁을 떠나 가짜 죽음을 선택한 것은 아닐까.이천은 심연희를 바라보았다. 눈빛엔 다정함이 서려 있었으나 근심은 여전했다.“단정 지어 말하기가 어렵구나.”모든 것을 꿰뚫어 보는 용강한과 같은 신통한 재주까지는 없었다.“이 대인과 도 대인이 알아온 소식에 따르면, 이 소문은 이미 일 년 전부터 퍼지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지금쯤이면 온 나라가 이 일을 다 알고 있을 것입니다.”“음.”“사실 폐하와 태후마마, 그리고 용 대인의 요청대로 발인을 하면 이 소문을 막을 수 있지 않겠습니까? 네 분 모두 4년 전에 이미 붕어하셨다고 공표하는 것이지요!”이천은 고개를 저었다.“이런 일이 없었다면 아바마마와 어마마마, 외삼촌의 뜻대로 가짜 장례를 치러드렸을 것이나, 지금은 그럴 수가 없구나. 만약 누군가 이 일을 지켜보며 세 분을 벼랑 끝으로 몰아세우려 한다면 어쩌겠느냐? 멀쩡히 살아계신 분들의 장례를 치르는 것이, 오히려 어마마마와 외삼촌 사이의 추문을 덮으려는 수작이라 공격받지 않겠느냐?”“……”심연희는 입술을 깨물며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랬다. 이럴 때일수록 섣불리 장례를 치러서는 안 됐다. 누군가 태상황 일행을 주시하며 상황을 파국으로 몰아넣으려 한다면, 걷잡을 수 없는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었다.“그럼 어찌해야 합니까?”“계속 조사해야지. 이자들이 대체 무엇을 노리는지 알아내야 한다! 아바마마와 어마마마, 외삼촌께서는 이 일을 아신다 해도 우리가 어떻게 처리하는지 지켜만 보실 뿐, 더 이상 속세의 일에 관여하지 않으실 게다.”심연희가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참으로 별스러운 일을 다 겪습니다.”“세상엔 생각지도 못한 일이 더 많단다.”심연희는 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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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52화

이윤은 고개를 들어 이천을 올려다보았다.이천은 딸의 눈빛을 가만히 살폈다. 고작 네 살밖에 안 된 어린아이였으나, 그 기색은 십 대 소년처럼 침착하고 묵직했다. 이 아이의 마음속에는 이미 황위라는 존재가 깊이 각인되어 있으며, 그것이 당연히 자신의 몫이라 여기고 있음이 엿보였다.잠시 침묵하던 이천이 물었다.“만약 네 고모님께서 정말로 황자나 황녀를 낳으시고, 그 아이에게 자리를 물려줄 뜻이 있다면 우리 윤이는 어찌하겠느냐?”이윤의 통통하고 앳된 얼굴에 고민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한참을 생각하던 아이가 대답했다.“정말 그리된다면, 저는 다른 황가 사람들처럼 그저 한가로운 전하의 신분으로 살겠습니다.”네 살배기 딸의 입에서 나온 대답치고는 이천을 꽤 놀라게 할 만한 것이었다. 또래 아이들에게서 흔히 듣는 말더듬조차 없이, 한 자 한 자에 달관한 기운이 서려 있었다.이천은 몸을 낮추어 털썩 주저앉더니 두 손으로 이윤의 보드라운 뺨을 감싸 쥐었다.“우리 윤이는 참으로 훌륭하구나.”“다만 전하라는 자리는 곧 다음 대의 황제라는 뜻이다. 황제가 된다는 것은 몹시 고단한 일이지. 네가 전하가 된다면 동생들이 너의 노고를 가엽게 여길 것이고, 너 또한 큰 짐을 짊어진 만큼 동생들을 보살피고 잘 가르쳐야 한단다.”“명심하겠나이다.”“착하구나.”두 손을 모아 공손히 예를 갖추는 아이의 모습이 기특하면서도, 이천은 한편으로 마음이 짠했다. 황실의 아이들은 영민함이 일찍 깨어 학습 과정이 고달프기 마련이다. 겨우 네 살인 아이가 매일 두 시진씩 공부에 매달려야 하니 말이다.이천이 이윤을 안아 올리자마자, 옆에서 한 어린 소년의 심술궂은 콧방귀 소리가 들려왔다.“흥! 아바마마는 또 누님만 안아주시고. 저는 아무도 안 사랑하나 봅니다.”심연희가 웃으며 다가가 소년을 휙 낚아채 품에 안았다.“자, 이제 되었느냐?”“부족합니다, 부족해요! 전 아바마마가 좋단 말이에요!”심연희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농담조로 말했다. “그럼 어서 아바마마한테 가보렴.”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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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53화

“아들이 명심하겠나이다.”“착하구나.”이천은 이현을 품에 안고 본채로 발걸음을 옮겼다. 안으로 들어서니 심연희가 이윤을 달래어 막 잠재운 참이었다. 이천이 혹여 아이들이 깰까 조용히 하라는 눈짓을 보내려는데, 고개를 숙여 품을 보니 그새 이현도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어처구니없으면서도 정겨운 상황에 이천은 그만 웃음이 터져 나왔다. 그는 조심스러운 손길로 침상에 다가가 아이를 부드럽게 내려놓았다.“연희야?”이천이 나직이 불렀으나 침상 위 여인은 아무런 기척이 없었다. 하지만 이천은 속지 않는다는 듯 미소 짓더니, 그녀의 귓가에 묘한 열기가 담긴 숨결을 불어넣으며 달콤하게 속삭였다.“잠들지 않은 것 다 안다. 숨소리가 이리도 흐트러져 있지 않느냐.”“……”심연희는 결국 눈을 뜨더니 이천을 흘겨보았다. 잠들지 않았으면 또 어떠란 말인가. 이천은 그녀의 손을 꼭 맞잡고 촉촉이 젖은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그동안 정무가 너무 바빠 너와 아이들을 홀대했구나. 앞으론 절대 그러지 않으마.”그 진심 어린 사과에 심연희의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눈시울이 순식간에 뜨거워지며 붉게 물들었다. 그녀는 침상에서 일어나 조용히 속삭였다.“편전으로 가서 이야기하시지요.”“어마마마…”깜짝 놀란 심연희가 다시 누우려던 찰나, 뒤를 돌아보니 이윤이 잠결에 입술을 달싹이다가 이내 다시 잠들고 있었다. 그녀는 두 아이에게 이불을 꼼꼼히 덮어주었다. 이천이 촛불 몇 개를 입으로 불어 끄자 침전이 어스름해졌고, 두 사람은 살금살금 편전으로 향했다.“누가 그런 말을 하라 하였습니까? 지난 세월 궁 안팎의 일이며 집안일, 나라 일까지 당신이 홀로 짊어지고 온 것을 제가 어찌 모르겠습니까. 그런데 어찌 제게 미안하다는 말씀을 하시는지요?”심연희는 평소 이천을 안쓰럽게 여겼던 마음이 울컥 쏟아지는 듯 그를 빤히 바라보며 물었다. 이천은 능청스럽게 다가가 그녀를 와락 껴안았다. 심연희도 밀어내지 않은 채 그를 가만히 응시했다.“이제부터는 우리 부부와 아이들, 우리 가족이 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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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54화

사흘 뒤.이천과 이해준, 도문군 등은 각방으로 수소문한 끝에, 그 소문이 이미 민간에서 일 년 넘게 떠돌고 있었으며 그 근원지가 남쪽이라는 사실을 알아냈다. 그런데 그 남쪽은 풍요로운 강남이 아니라, 중죄인들을 유배 보내는 험지 중의 험지, 영남이었다.그날 점심 무렵.금융궁 선청에서는 이영과 이천, 이진, 심초운, 심연희, 그리고 주익선까지 여섯 사람이 함께 식사하고 있었다.“영남이라니?”이영은 그 지명을 듣자마자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곳은 독기 서린 안개가 가득하고 독충이 들끓는 땅이 아닙니까. 그런 곳에서 어찌 사람이 제대로 살아남을 수 있단 말입니까?”이천이 답했다.“내가 사람을 보내 조사해 본 결과, 과거 경장명 일행이 그곳에 도착했을 때 산에 불을 질러 독기와 수풀, 독충들을 모조리 태워버렸다는 소문이 있더구나.”“예?”이영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그 말은 경장명이 아직 멀쩡히 살아있으며, 그 소문 또한 영남에서 시작되었다는 뜻인가요?”“그래. 게다가 영남에 유배된 인원 중에는 아바마마께서 재위하실 시절 보낸 자들도 섞여 있다고 하는구나. 비록 어마마마의 직계 친족은 없으나, 그곳에 뿌리를 내린 소씨 가문의 방계들이 벌써 사오백 명에 달한다고 들었다.”이천의 말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그뿐만이 아니다. 대대로 유배된 자들이 모였으나 예전엔 그저 명맥만 유지하는 수준이었는데, 경장명이 간 이후로 그 척박한 땅의 농작물 수확이 비약적으로 늘어났다 하는구나. 지금은 진이의 봉지와 견주어도 손색이 없을 정도라 한다.”“제 봉지인 월성국보다도 상황이 좋단 말인가요?”이진이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을 크게 떴다. 이천은 묵직하게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이진이 이영을 바라보며 외쳤다.“언니, 차라리 익선이랑 제가 군사를 몰고 가서 그놈들을 소탕해 버리면 어떨까요?”“소탕하다니? 그들이 도적이라도 되느냐?”이영의 물음에 이진은 말문이 막혔다.“……”“그건 아니지만.”“그럼 그들이 나라를 세우기라도 했느냐?”“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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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55화

심연희는 아주 냉철하게 상황을 분석하고 있었지만, 마음 한구석은 세차게 요동치고 있었다. 전생에 경장명과 부부의 연을 맺었으나 끝내 좋지 못한 결말을 맞이했는데, 그는 대체 무엇 때문에 이토록 집착한단 말인가. 아니면 이 일 뒤에 또 다른 내막이라도 있는 것일까.이영은 심호흡을 하며 주익선을 바라보았다.“익선아, 앞으로 경 승상의 동태는 네가 책임지고 살펴라.”주익선이 포권을 하며 답했다.“알겠습니다. 제게 맡겨주십시오.”이진이 곁에서 거들었다.“그럼 영남 쪽에는 군사를 보내 지키게 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그런 무법지대에서 반란군이라도 키워내면 큰일이잖아요.”이영은 이천과 심초운을 번갈아 보며 의견을 물었다.“오라버니, 어찌 생각하십니까?”“다들 어찌 생각하느냐?”이천이 먼저 입을 열었다.“우선 영남에 사람을 보내 소문부터 확인해야 할 듯하다. 지금의 영남은 과거처럼 독기와 독충이 가득한 땅이 아닐지도 모르니... 구체적인 상황을 파악한 뒤에 방도를 세우는 것이 좋겠구나.”“오라버니의 말씀이 옳습니다. 다만 경장명이 과거 진청산의 제자였던 만큼, 진청산이 환상에 들기 전 정말로 무언가 안배해 둔 것이 있다면 결코 방심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이천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영이 네가 무엇을 걱정하는지 우리 모두 잘 알고 있다.”이영이 다시 말을 이었다.“또한, 당시에 급제했던 유생들은 황실의 새로운 제도를 세우는 데 공을 세운 대신들이기도 합니다. 그들이 진정으로 이 소씨 황실에 충성하는 것인지, 아니면 백성을 위하는 것인지, 그것도 아니라면 진청산을 따르는 것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설령 제게 충성하지 않더라도 백성을 생각하는 마음뿐이라면 다행이겠으나, 만약 진청산에게 마음을 두고 있다면 이대로 방관할 수는 없는 노릇이지요!”걱정이 가득한 이영의 모습은 결코 꾸며낸 것이 아니었다. 이천은 그들이 환상 속에서 겪었던 일들을 떠올렸다. 이영이 진청산에 대해 이토록 경계심을 품는 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을 터였다.현재 용강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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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56화

반나절도 지나지 않아 황성 안팎은 태상황과 태후가 위독하다는 소식으로 가득 찼다.이윽고 깊은 밤, 태상황이 붕어하고 태후가 훙서했다는 비보가 전해졌다. 다음 날 아침에는 병세가 깊어 위중하다던 용 대인마저 끝내 세상을 떠났다. 단 반나절 만에 온 황궁은 소복의 흰색으로 뒤덮였다. 하늘마저 이에 응하듯 함박눈을 뿌려대니, 하루 만에 온 세상이 하얗게 물들었다.조정의 대신들은 태상황과 태후, 그리고 용 대인 사이에 얽힌 기이한 소문을 어떻게 수습해야 할지 전전긍긍하던 차였으나, 당사자들이 모두 죽어버리자 허망함에 휩싸였다. 물론 이 죽음을 곧이곧대로 믿는 이가 몇이나 되겠는가. 조정의 중신들 대부분은 믿지 않는 눈치였다.하지만 민간의 분위기는 달랐다. 이영이 미리 당안을 시켜 이야기꾼들에게 가짜 정보를 흘린 덕분이었다. 이야기꾼들은 태상황과 태후, 그리고 용 대인이 4년 전 진 도사와 맞서 싸울 때 입은 중상이 도져 결국 오늘에 이르러 순국했다는 '소식'을 널리 퍼뜨렸다. 대다수 백성은 그들이 나라를 위한 싸움 끝에 희생된 것이라 굳게 믿게 되었다.궁중 발인은 스무 날 동안 이어졌고, 마침내 '태상황'과 '태후'의 관은 황릉에 안치되었다. '용강한' 역시 흠천감 뒤편에 마련된 역대 감정들의 묘역에 묻혔다.장례 의식이 마무리되는 것을 지켜보던 소우연, 이육진, 용강한 세 사람은 서로를 마주 보며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세 사람 모두 얼굴을 가리는 너울을 깊게 눌러쓴 채였다.사실 이들은 이미 경성을 떠나 금주에 도착해 있었으나, 객주에 머물던 중 자신들의 사망 소식을 듣게 된 것이었다. 그간의 상황을 조사해 보니 민간에는 이미 일 년 전부터 입에 담기 힘든 괴소문이 돌고 있었다. 하지만 일 년 전이라면 그들이 여전히 환상 속에 갇혀 있을 때였다. 대체 누가 소문을 퍼뜨린 것이란 말인가.첫 번째 가능성은 산수화의 변화를 직접 본 자일 것이다. 하지만 이천은 산수화를 줄곧 보관하다 나중에 노진산으로 보냈다고 했다. 그렇다면 산수화에 접근할 수 있었던 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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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57화

사실 소우연에게 영남은 그리 달가운 곳이 아니었다. 딱히 유람을 떠나고 싶은 마음도 없었다. 다만 이런 골치 아픈 일이 터진 이상, 배후가 경장명인지 아니면 진청산의 다른 문생들인지 확실히 짚고 넘어가야 했다.진청산이 남겨둔 안배는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닐 것이 분명했다!이영은 명명백백한 황제로서 신하들에게 조사를 명하는 것이 마땅한 도리였다. 하지만 소우연과 이육진, 용강한 세 사람은 어른으로서 아이들의 안위가 걱정되어 어둠 속에 몸을 숨겼다. 진청산 같은 악인에게 조금의 틈도 주지 않고, 이번 기회에 환부를 완전히 도려낼 작정이었다.“오라버니, 왜 아무 말씀이 없으십니까?”소우연이 묻자, 줄곧 침묵을 지키던 용강한은 가끔 누렁이를 멍하니 바라볼 뿐이었다. 누렁이는 뒷발로 긴 귀를 긁적이며 지루하다는 듯 하품을 내리깔았다. 방 안에서 오가는 천기에 가까운 비밀 따위엔 전혀 관심이 없다는 태도였다.“지금 상운의 강산은 관리와 백성들이 아주 화목하게 어우러져 있다. 하지만 이 시점에 과거 진청산에게 은혜를 입었던 자들을 한꺼번에 소탕하는 건, 다소 비인도적인 처사일지도 모르겠구나.”이육진이 용강한의 말을 받았다.“그들이 과거에 은혜를 입었다는 사실보다 무서운 건, 그들 중 누군가가 감언이설에 휘둘려 시비곡직을 가리지 못하게 되는 것입니다.”옳은 말이었다. 만약 진청산에 대한 보답에 집착해 이상한 소문을 퍼뜨리고 소란을 피운다면, 상운국의 천하는 큰 혼란에 빠질 터였다.“그러니 우리끼리 영남으로 갑시다. 가서 상황을 봐서 움직이는 걸로 해요.”소우연의 말에 용강한과 이육진이 동시에 그녀를 돌아보며 한목소리로 외쳤다.“영남은 험난하…”“먼저 말하십시오.”“형님께서 먼저 말씀하십시오.”용강한과 이육진은 어쩔 수 없다는 듯 허탈한 미소를 지었다. 용강한이 손을 까닥이며 양보하자 이육진이 말을 이었다.“영남은 풍토병이 심해 가는 길에 죽어나가는 자가 부지기수입니다. 그곳이 살만한 곳이었다면 애초에 죄인들을 유배 보내지도 않았을 것입니다.”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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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58화

창밖으로는 함박눈이 양양하게 흩날리고 있었다.소우연이 그 풍경을 한참 바라보자, 이육진과 용강한이 이심전심인 듯 동시에 물었다.“말을 달려 교외라도 한 바퀴 둘러보고 오겠느냐?”“싫습니다.”소우연은 단칼에 거절했다. 지금 그녀의 머릿속을 채우고 있는 것은 영남의 상황, 그리고 경장명이 아주 오래전부터 진청산과 결탁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뿐이었다.생각에 잠겨 있던 소우연이 이육진과 용강한을 번갈아 보며 제안했다.“이번 일은 저희를 미끼 삼아 앞세운 것이나 다름없지 않습니까. 마침 저희 셋 다 특별히 바쁜 일도 없으니, 직접 가서 확인해 보는 게 어떻겠습니까?”이육진이 미간을 찌푸리며 무겁게 입을 열었다.“영남이 얼마나 끔찍한 곳인지 알고 하는 소리냐?”소우연은 고개를 가로저었다.“그곳 산등성이를 넘을 때, 산거머리에게 피를 빨려 죽는 이들이 부지기수라고 들었습니다.”이육진의 담담한 설명에 소우연의 눈이 휘둥그레졌다.“산거머리요? 그게 무엇입니까?”용강한은 소우연이 갈피를 잡지 못하는 것을 보고는, 손가락에 술을 적셔 탁자 위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대충 이렇게 생겼다. 갈색빛을 띠는데 오로지 피만 빨아먹고 살지. 살아있는 생물이 지나가기만 하면 수만 마리의 거머리 떼가 죽자사자 달려든단다.”그 묘사에 소우연은 온몸에 닭살이 돋는 것을 느꼈다.“세상에… 어찌 그리 징그럽고 무서운 것이 다 있단 말입니까?”“그렇고말고.”이육진이 말을 보탰다.“일전에 영남 접경 지역 지부의 장계를 받은 적이 있는데, 거머리산 전체가 인골로 뒤덮여 있다고 하더구나. 운 좋게 그 지대를 벗어난 이들도 온몸의 피를 다 빨린 채 겨우 목숨만 건져 나올 정도지. 한마디로 그 산거머리라는 놈들은 지독하게 가공할 존재다!”소우연은 진저리를 치며 고개를 세차게 흔들었다. 이육진은 그런 그녀의 등을 토닥이며 안심시켰다.“경장명 일당이 영남으로 유배될 때, 그는 화공을 써서 무사히 산을 넘었다고 하더구나.”산불이 크게 번질 위험조차 개의치 않았으니, 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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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59화

경성세는 곁에서 수발을 드는 부인에게 굳이 숨길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 그는 태상황과 태후를 둘러싼 흉흉한 소문들, 그리고 이 모든 배후에 경장명이 도사리고 있을 가능성에 대해 조용히 털어놓았다.이야기를 전해 들은 경 부인은 넋이 나간 듯 멍하니 서 있었다.“그 아이가… 영남에서 목숨을 건진 것만으로도 하늘이 도운 복이라 여겼거늘, 어찌하여 이토록 불충한 짓을 저지른단 말입니까?”부인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경성세를 바라보았다.“내가 그걸 어찌 알겠소!”경성세 역시 답답한 기색이 역력했다. 사실 그는 소문이 잠잠해지면 어떻게든 손주를 경성으로 데려올 방도까지 고심하던 중이었다. 그런데 경장명 그놈이 감히 서신을 보내와 황실에 맞서는 일에 협조하라니. 제정신이 아니고서야 이럴 순 없었다.“정말 큰일 날 뻔했군요. 천만다행으로 그 아이는 이미 우리 경씨 가문의 족보에서 파내지 않았습니까.”“하지만 폐하와 세상 사람들은 다 알고 있소. 그놈이 한때 이 경성세가 가장 자랑스러워하던 아들이었다는 사실을 말이오! 비록 우리가 가담하지 않았다 한들, 이 경성 땅에 우리 가문이 발붙일 곳이 남아 있겠소?”“부군, 그럼 저흰 이제 어쩌면 좋단 말입니까?”어쩌긴 어쩌겠는가. 이번에도 그는 냉정하게 선택해야만 했다.“지금쯤 분명 누군가 우리 승상부를 감시하고 있을 것이오.”“누구 말씀이세요?”“누구긴 누구겠소. 바로 지금의 성상이시지!”경 부인의 손이 미세하게 떨렸다. 그녀는 서둘러 들고 있던 닭곰탕 쟁반을 책상 위에 내려놓았다. 손발이 제멋대로 떨려 통제되지 않는 기분이었다.“너무 겁내지 마시오. 우린 이 일에 전혀 가담하지 않았으니 말이오.”적어도 변방이나 영남으로 유배 갈 일은 없을 터였다.“내 지금 당장 입궐해야겠소.”“부군, 닭곰탕 국물이라도 좀 드시고 고기라도 몇 점 드신 뒤에 가세요.”부인이 붉어진 눈시울로 애원했다. 경성세는 고개를 끄덕이며 국물을 몇 모금 들이켜고 고기를 씹어 넘겼다. 그러고는 경장명이 보내온 서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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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60화

“소신, 폐하를 뵙습니다. 십 대인께서도 평안하셨사옵니까.”경성세는 앞으로 나아오자마자 이영과 심초운을 향해 그대로 넙죽 엎드렸다.이영이 의아한 눈빛으로 그를 내려다보았다.“경 대인, 어찌 이리 과한 예를 갖추는 것이냐?”지금의 조정은 이미 불필요하게 무릎을 꿇는 구습을 타파한 지 오래였다.“어서 일어나시오.”그러나 경성세는 몸을 미세하게 떨며 끝내 고개를 들지 못했다.“죄인, 감히 일어서지 못하겠나이다.”“죄인이라니, 그게 무슨 말이냐?”방금 전까지만 해도 스스로를 소인이라 칭하던 자가, 돌연 죄인이라 하다니. 경장명과 완전히 선을 긋겠다는 뜻이 분명했다. 상황이 이쯤 되니, 이영으로서도 함부로 몰아붙이기가 애매해졌다.그제야 경성세는 소매 안에서 영남에서 날아온 서신 몇 통을 꺼내 두 손으로 높이 받들어 올렸다.“이는 이미 가문의 족보에서 파내어 버린 그 불효막심한 놈이 보내온 서신들입니다. 소인, 감히 이를 숨기지 못하고 이렇게 죄를 청하러 왔습니다.”“경장명이 보낸 서신이라…”“예, 바로 그 역적 놈입니다.”이영이 가볍게 탄식하자, 심초운이 서신을 받아 이영에게 건넸다.이영이 서신을 훑어보는 동안, 경성세는 전전긍긍하며 말을 쏟아냈다. 자신은 경장명과 아무런 관련이 없으며, 그가 보낸 서신에 단 한 번도 답하지 않았다는 것. 또한 도성 안팎에 떠도는 태상황과 태후에 관한 흉흉한 소문 역시 영남의 무리가 꾸며낸 헛소문일 뿐, 자신은 결코 믿지 않는다는 것을 거듭 강조했다.서신의 초반부는 그저 안부를 묻는 평범한 내용이었다. 그러나 말미로 갈수록 도성의 상황을 묻더니, 급기야 천왕비의 안위까지 언급하고 있었다.이영의 눈빛이 서서히 차가워졌다.‘허… 기가 막히는구나.’정말이지, 이런 순정도 드물었다. 도성을 떠날 때는 모든 것을 내려놓은 듯 보였던 자가, 영남에 가서도 여전히 심연희를 마음에 품고 있다니.하지만 지금 중요한 것은 그것이 아니었다. 영남의 상황은 여전히 베일에 싸여 있었고, 그 누구도 정확히 알지 못했다.“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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