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신, 폐하를 뵙습니다. 십 대인께서도 평안하셨사옵니까.”경성세는 앞으로 나아오자마자 이영과 심초운을 향해 그대로 넙죽 엎드렸다.이영이 의아한 눈빛으로 그를 내려다보았다.“경 대인, 어찌 이리 과한 예를 갖추는 것이냐?”지금의 조정은 이미 불필요하게 무릎을 꿇는 구습을 타파한 지 오래였다.“어서 일어나시오.”그러나 경성세는 몸을 미세하게 떨며 끝내 고개를 들지 못했다.“죄인, 감히 일어서지 못하겠나이다.”“죄인이라니, 그게 무슨 말이냐?”방금 전까지만 해도 스스로를 소인이라 칭하던 자가, 돌연 죄인이라 하다니. 경장명과 완전히 선을 긋겠다는 뜻이 분명했다. 상황이 이쯤 되니, 이영으로서도 함부로 몰아붙이기가 애매해졌다.그제야 경성세는 소매 안에서 영남에서 날아온 서신 몇 통을 꺼내 두 손으로 높이 받들어 올렸다.“이는 이미 가문의 족보에서 파내어 버린 그 불효막심한 놈이 보내온 서신들입니다. 소인, 감히 이를 숨기지 못하고 이렇게 죄를 청하러 왔습니다.”“경장명이 보낸 서신이라…”“예, 바로 그 역적 놈입니다.”이영이 가볍게 탄식하자, 심초운이 서신을 받아 이영에게 건넸다.이영이 서신을 훑어보는 동안, 경성세는 전전긍긍하며 말을 쏟아냈다. 자신은 경장명과 아무런 관련이 없으며, 그가 보낸 서신에 단 한 번도 답하지 않았다는 것. 또한 도성 안팎에 떠도는 태상황과 태후에 관한 흉흉한 소문 역시 영남의 무리가 꾸며낸 헛소문일 뿐, 자신은 결코 믿지 않는다는 것을 거듭 강조했다.서신의 초반부는 그저 안부를 묻는 평범한 내용이었다. 그러나 말미로 갈수록 도성의 상황을 묻더니, 급기야 천왕비의 안위까지 언급하고 있었다.이영의 눈빛이 서서히 차가워졌다.‘허… 기가 막히는구나.’정말이지, 이런 순정도 드물었다. 도성을 떠날 때는 모든 것을 내려놓은 듯 보였던 자가, 영남에 가서도 여전히 심연희를 마음에 품고 있다니.하지만 지금 중요한 것은 그것이 아니었다. 영남의 상황은 여전히 베일에 싸여 있었고, 그 누구도 정확히 알지 못했다.“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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