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무렵, 소항은 어느덧 영남 일대의 우두머리가 되어 있었다. 그의 수하에는 이미 만 명에 달하는 호위군이 포진해 있었으니, 이와 같은 기세와 규모로 발전해 나간다면 훗날 군을 몰아 북상하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이었다.두 사람이 집무실로 들어서자 소항이 먼저 입을 열었다. “당년에 진 도사께서 남기신 예언 주머니들이 하나둘씩 들어맞더니, 이제 마지막 하나만이 남았습니다.”경장명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전생에서 그는 분명 진청산을 스승으로 모셨으나, 이번 생에서는 그와 아무런 인연이 없었다.그런데 사 년여 전, 진청산이 홀연히 그의 꿈에 나타났고, 심지어 직접 영남까지 찾아와 소항 일족에게 몇 가지 예언을 건넸다. 그러면서 훗날 소항이 거병할 때 그를 보필하라며 은근히 유혹해 왔던 것이다.경성을 멀리 떠나온 처지에 어찌 다시 그 진흙탕 싸움에 발을 들여야 한단 말인가. 당연히 거절하고 싶었다.하지만 진청산이 예언한 '여황제', ‘태상황과 태후의 실종’, ‘섭정왕의 집권’ 등이 마치 짜 맞춘 듯 하나하나 현실이 되어갔다.그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진청산이 소항에게 남긴 한 폭의 그림과 화본이었다. 그 화본 속에는 소우연, 이육진, 용강한, 이영, 검오, 심초운 등이 수선의 땅에서 얽히고설키는 온갖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처음에는 그저 흔한 화본이려니 치부했다. 그러나 진청산이 남긴 산수화 속 풍경이 계절의 변화와 이야기의 전개에 따라 시시각각 달라지는 것을 눈으로 직접 목격한 순간, 그들은 깨달았다. 진청산이 맨손으로 화본 속 세상을 실제로 창조해 냈다는 사실을 말이다.그 경이로움은 말로 다 설명할 수 없는 것이었다. 더구나 진청산이 강력히 추천하기도 했거니와, 경장명의 부친이 경성의 승상이었기에 소항은 그가 소씨 가문의 거병에 큰 힘이 될 것이라 굳게 믿고 있었다.현재 경장명의 유일한 아들 강이는 이미 소항 아들의 시강관이 되어 있었다. 이 때문에 그는 아들을 좀처럼 만나기조차 힘들었다. '이게 어찌 시강관이란 말인가. 명백한 인질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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