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좌중에 모인 모든 이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일이 이리되었으니 이 대인께서 심려를 좀 써주셔야겠습니다. 무슨 수가 생기더라도 새해가 밝기 전에는 반드시 경 대인을 모셔와 주십시오.”사람들이 일제히 소리를 모아 간청하는 모습을 보니, 이들의 결속력이 참으로 보통이 아님을 짐작할 수 있었다.만약 이대로 아무런 저지도 받지 않은 채 이들이 영남 땅에 수년간 도사리며 세력을 불리고, 상운국 조정 곳곳에 숨어 있는 반역 무리들과 손을 잡는다면, 훗날 정녕 천하를 뒤흔들 만한 거사를 일으키고도 남을 터였다.용강한 역시 자리에서 일어나 포권하며 답례했다.“이토록 여러분의 신임을 받으니, 온 힘을 다해 대업을 돕겠습니다.”“좋습니다, 아주 좋습니다!”회의가 끝난 후.모두가 함께 영남 왕궁의 문을 나설 때, 소 대장이 슬그머니 용강한의 곁으로 다가왔다.“대인, 저희는 진작부터 소 대인께 대인의 함자를 전해 들었습니다. 오늘 이리 직접 뵈니, 과연 소문대로 대단한 기상이십니다.”말을 건네며 소 대장은 슬쩍 용강한의 하얗게 새어버린 머리칼로 시선을 던졌다.용강한은 지극히 감개무량하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허어, 대단한 기상이라니 당치도 않습니다. 정녕 대단한 구석이 있었다면, 어찌 이 머나먼 변방 땅까지 유배를 오게 되었겠습니까.”“에이, 이 대인께서 실언을 하십니다.”옆에 있던 또 다른 이가 거들고 나섰다.“우리 영남에 모인 자들이 저 바깥 천하의 자들보다 결코 못나지 않았습니다. 그저 시운이 따르지 않았거나, 억울하게 연좌되어 쫓겨온 이들이 부지기수일 뿐이지요.”“참으로 그렇습니다.”용강한은 깊은 감회에 젖은 듯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조금 겸연쩍은 기색을 내비쳤다.어찌 되었든 조정에서 탐욕스럽게 뇌물을 받아 챙기다 영남으로 쫓겨 내려온 신분이었으니, 그에 걸맞은 처신이 필요했다.“앞으로는 늘 제 잘못을 되새기며, 오직 이곳의 대업을 위해 미력하나마 힘을 보태고자 합니다.”“이 대인의 각오가 참으로 대단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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