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항이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나 역시 왕 부인이라면 충분히 해낼 수 있으리라 믿는다!”그의 뇌리에는 소우연의 진지한 눈빛과, 하얗고도 요염한 기운이 서린 그 얼굴이 자꾸만 맴돌았다. 꿈속에서 왕 부인이 갑자기 다가오던 그 모습들을, 그는 감히 누구에게도 털어놓을 수 없었다.“소인 또한 그리 생각합니다. 정말 다행이지 뭡니까! 마님의 얼굴만 나을 수 있다면, 대인과 마님 사이도 예전처럼 화목해질 것 아니겠습니까!”소 대장이 감격에 겨워 말했다.소항은 고개를 끄덕였으나, 얼굴에 핀 미소는 어딘지 모르게 살짝 굳어 있었다. 그는 문득 생각난 듯 물었다.“요 며칠, 왕 부인은 줄곧 이 대인과 함께 있었느냐?”“예, 그렇습니다.”“그럼 소 장군은?”“소 장군께서는 종일 용음촌에 파묻혀 지내다 깊은 밤이 되어서야 객잔으로 돌아와 쉬고 계십니다. 이 대인께서도 소 장군에게 분명 천만근 같은 불만을 품고 있을 것이옵니다.”소항은 허탈하게 웃음을 터뜨렸으나, 가슴 한구석은 왠지 모르게 씁쓸했다. 이상하게도 소 장군의 처지에 깊이 공감이 되었기 때문이다.분명 그 소 장군은 제 발로 처자식을 포기했던 자가 아닌가. 그런데 이제 와서 다시금 저렇게 복을 누리고 있다니! 때로는 치욕을 견디는 자가 정말로 봄날을 맞이하기도 하는 모양이었다.“아, 참. 그리고 일전에 소 장군께서 소인을 찾아와 대인께 보고드릴 일이 있다고 하였는데, 그 일은…”“급할 것 없다.”소항은 말을 싹둑 잘랐다. 사실 그 자신조차 알 수 없었다. 왜 자꾸만 소 장군과 이 대인, 두 사람과 마주치는 것을 미루고 피하고만 싶은 것인지.설마 그 두 사람을 시기하기라도 한다는 말인가.가소로운 생각이라 치부하며 소항은 짧게 탄식했다.“알았다. 오늘은 이만 객잔으로 돌아가자구나.”“예, 대인.”……그날 밤.소항이 객잔으로 돌아오자, 이육진과 용강한이 함께 소항을 찾아왔다. 소 대장이 두 사람을 방 안으로 정중히 안내했다.“소 대인.”이육진과 용강한은 소항을 향해 포권하며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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