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난 이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Chapter 2461 - Chapter 24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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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61화

이 문제는 소항을 몹시 불안하게 만들고 있었다.소 대장은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만약 이 대인마저 경장명을 설득해 산에서 내려오게 하지 못한다면, 그때는 다른 방법이 없을 듯합니다.”두 사람은 더 말하지 않아도 서로의 뜻을 이해했다.이휘조차 경장명을 포섭하지 못한다면, 이익으로 회유하는 방법은 통하지 않는다는 뜻이었다.결국 남는 것은 무력을 동원해 압박하는 수밖에 없었다.그때 소항의 시선이 다시 그림 속 여인에게 향했다.소 대장은 이를 악물고 간언했다.“대인께서 만약 저 미인을 취하려 하신다면, 이휘와 소 장군은 곁에 둘 수 없습니다.”“어째서 둘 수 없다는 말이지?”소항이 담담히 말했다.“군주가 신하에게 죽음을 명하면 신하는 따를 수밖에 없는 법이지.”신하가 어찌 죽음을 거부할 수 있겠는가.더구나 이휘는 본래 상운국에서 죄를 짓고 영남으로 유배 온 죄인이었다.예전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제 아내인 왕 부인을 소 장군에게 내주었던 것처럼, 오늘날 자신의 목숨과 앞날을 위해 왕 부인을 다시 바치는 것 또한 어려운 일이 아닐 터였다.그렇다면 소 장군은 어떠한가.그는 본래 강한 무력 외에는 별다른 계책을 부리지 않는 무관이었다.왕 부인을 얻기 위해 상운국의 장군 자리까지 버린 자였고, 살아남기 위해 굴욕을 감수하며 이휘와 한 여인을 함께 나누기까지 했다.그런 자라면 자신이 하나 더 끼어든다 한들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그들이 내게 귀순하는 것 외에 다른 선택지가 있겠느냐?”소항이 차가운 눈빛으로 소 대장을 바라보았다.소 대장은 입술을 달싹이다가 결국 고개를 숙였다.“없을 것입니다.”영남에서 소항은 사실상 하늘과도 같은 존재였다.그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하오나 마님은 어찌하실 생각이십니까?”“부인은 나를 깊이 아끼는 사람이다. 내 대업을 방해할 리 없지.”소항은 잠시 그림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만약 이 대인과 소 장군이 내게 쓸모없는 자들로 판명된다면 왕 부인을 저택으로 들일 것이다. 그때가 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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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62화

“부군.”임설이 죽이 담긴 그릇을 받쳐 들고 다가왔다. 책상 위에는 아직 처리하지 못한 서신들이 어지럽게 펼쳐져 있었다.그녀가 들어오는 것을 본 소항은 서둘러 서신들을 덮어두고, 온화한 미소를 띤 채 손짓했다.“부인, 왔소.”“부군, 오늘 공무가 무척 바쁘신 듯한데 제가 방해한 것은 아닙니까?”소항은 대답을 돌리듯 나직이 말했다.“당분간은 더 바빠질 듯하오.”앞으로 더 바빠질 것이라니.임설은 가슴 한구석이 묘하게 서늘해지는 기분을 떨칠 수 없었다. 분명 평소와 다름없이 다정했지만, 어딘가 모르게 멀어진 듯한 느낌이 자꾸만 마음에 걸렸다.혹시 자신이 이 낭자의 일을 멋대로 주선했던 것을 아직도 마음에 담아두고 있는 것일까.그 생각이 들자 그녀는 얼른 그릇을 책상 위에 내려놓고 의자를 끌어당겨 소항의 곁에 앉았다.“부군, 주방에서 방금 끓여 낸 것이니 어서 드셔 보세요.”소항은 그녀의 정성을 외면할 수 없어 한 숟갈 떠서 맛보았다.평소 즐겨 먹는 음식은 아니었으나, 의원들이 늘 피부와 안색에 좋다며 귀한 보양식으로 꼽던 것이 문득 떠올랐다.“이런 귀한 것은 내가 아니라 부인이 먹는 게 좋겠소.”임설은 수줍게 미소 지었다.그녀는 그저 조금이라도 더 가까이에서 소항을 바라보고 싶었을 뿐이었다.“저기… 이 낭자의 일 말입니다. 부군께서는 아직도 저를 원망하고 계신가요?”소항은 순간 말을 멈췄다. 임설이 아직도 그 일을 마음에 담아두고 있을 줄은 몰랐다.그가 어찌 임설을 원망할 수 있겠는가?“내가 어찌 부인을 원망하겠소. 부인은 이 저택의 가장 훌륭한 안주인이자, 가장 소중한 사람인데.”가장 훌륭한 안주인이자, 가장 소중한 사람.하지만 임설이 듣고 싶은 말은 사실 그것이 아니었다.그녀가 듣고 싶은 말은 따로 있었다.자신이 그에게 가장 사랑받는 사람이라는 한마디였다.임설은 어색하게 미소 지으며 조심스레 말을 이었다.“부군께서 정말 저 여인을 마음에 두고 계신다면, 어찌하여 진작…”“부인.”소항이 부드럽게 그녀의 말을 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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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63화

“진아, 어서 오너라.”소우연은 환하게 웃으며 이진을 향해 손짓했다.화랑은 눈치 좋게 물러나 두 모녀만의 시간을 남겨 주었다.주변에 아무도 남지 않게 되자, 이진이 나직이 물었다.“저 사람은 누구인가요?”“소 대인이 보내준 사람이란다. 이름은 화랑이고, 아내는 령이란다.”이진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역시 이 집 안에서도 함부로 말을 내뱉어서는 안 될 듯했다.“그나저나 아버지께서는 뭐라고 하시던가요?”설마 자신들을 이곳에 계속 머물게 하며 소 대인의 눈과 귀 노릇을 하게 둘 생각은 아닐 터였다.소우연은 부드럽게 웃었다.“그리 조급해하지 말거라. 네 아버지께서 이미 다 생각해 두셨단다.”“그렇다면 다행이네요. 그런데 화랑이 말하길, 아버지께서 지금 귀한 손님을 맞고 계신다더군요. 어떤 분들이 오신 건가요?”“소 씨 가문의 사람들이란다. 네 아버지가 정말 경장명을 움직일 수 있는지 확인하러 온 게지.”이진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소 대인을 비롯한 영남의 세력이 어째서 그토록 경장명을 자기 편으로 끌어들이려 하는지, 그녀 역시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그 시각, 사랑채.령이는 조심스럽게 차를 올리고 있었다.소 대인의 심복인 소철을 비롯해 그가 데려온 서너 명의 인물은 하나같이 용강한을 바라보고 있었다.그들의 눈빛에는 노골적이지는 않지만 분명한 의심이 담겨 있었다.과연 이 대인이라는 사람이 얼마나 대단한 재주를 가졌기에, 소 대인이 이토록 극진히 대우하는지 믿기지 않는 모양이었다.령이가 예를 갖춰 물러나자, 용강한은 찻잔을 들어 가볍게 한 모금 마셨다.그리고 느긋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이 차는 제가 어제 새로 구한 것인데 향이 제법 괜찮습니다. 대인들께서도 한 번 드셔 보시지요.”그들의 속은 타들어 갔다. 하지만 영남은 늘 인재가 부족한 곳이었다. 애써 성미를 누르며 차를 한 모금 들이켰다.차맛은 확실히 훌륭했다.하지만 지금은 차 향을 음미하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이 대인, 벌써 이삼일이 지났고 이제 곧 새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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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64화

소 씨 가문 출신 일곱 명을 제외하면, 주요 인물은 방 대인, 조 대인, 왕 대인 세 사람이었다.이들 세 사람은 모두 전장에서 선봉에 서 적진을 돌파하던 맹장이었다.그들은 앞으로 이 작은 조정에 들어올 외부 출신 인물들이 한마음 한뜻으로 뭉치기를 바라고 있었다.그리하여 방 대인이 세 사람을 대표해, 이휘를 돕고 자기 편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홀로 발걸음을 돌려온 것이었다.방 대인은 이 대인이 비굴하지도, 오만하지도 않은 태도로 진중하게 가르침을 구하자 내심 크게 흡족해했다. 충분히 힘을 실어 주고 아군으로 받아들일 만한 인물이라 판단한 것이다. “이 대인, 이번에 소 대인께서는 무슨 일이 있어도 경 대인을 반드시 모셔 오고자 하십니다. 훗날 소 대인께서 직접 나서 경 대인과 완전히 척을 지고 얼굴을 붉히는 것보다는, 차라리 이 대인께서 악역을 맡으시는 편이 낫지 않겠습니까? 그리하면 소 대인과 경 대인 사이에 불필요한 앙금이 생기는 일도 막을 수 있을 터이니 말입니다.”결국 생각해 낸 계책이 이것뿐이란 말인가.하긴 영남의 여러 가문이 오랜 세월 공을 들여 청했음에도 경장명은 요지부동이었다. 이제 남은 수단이라곤 강압과 협박뿐일 터였다.방 대인은 이 대인이 깊은 생각에 잠긴 듯 아무 말도 하지 않자 다시 입을 열었다.“이 대인, 이번 일이야말로 대인의 능력을 온전히 증명해 보이실 절호의 기회입니다. 부디 이 기회를 놓치지 마십시오.”“과분한 가르침을 주신 방 대인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 은혜는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그 말에 방 대인은 입가에 흐뭇한 미소가 번졌다.훗날 소 대인이 대업을 이루고 왕위에 오르게 된다면, 자신 역시 명실상부한 장군이자 중신으로 이름을 떨치게 될 터였다.“에이, 별말씀을 다 하십니다. 그럼 이 대인께서 모쪼록 심사숙고하시어 이 일을 신속히 매듭지어 주십시오. 대업을 이루는 날, 저희가 반드시 성대한 연회를 베풀어 대인을 극진히 대접하겠습니다.”“그리 말씀해 주시니 제가 먼저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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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65화

소우연이 나직하게 입을 열었다.“예전에 경장명이 연희를 끈질기게 쫓아다니며 곤란하게 만든 적은 있었지만, 그렇다고 그가 사리에 어두운 사람은 아니란다.”이진은 고개를 살짝 돌려 소우연을 바라보며 물었다.“어마마마, 제가 방금 드린 질문이 그리도 어리석게 들리셨나요?”입술을 삐죽 내민 채 제법 토라진 기색을 보였다.소우연은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그런 것은 아니란다. 나 역시 예전에 네 외삼촌께 똑같은 질문을 드린 적이 있으니 말이다.”두 사람의 시선이 자연스레 용강한에게 향했다.용강한은 허허 웃으며 말을 받았다.“사람의 마음이란 본래 가장 헤아리기 어려운 법이지. 나 역시 수없이 시험하고 확신을 얻은 뒤에야 비로소 경장명을 찾아간 것이란다.”그 말이 떨어지자마자 이진이 가장 먼저 웃음을 터뜨렸다.“외삼촌은 대체 어떻게 그런 확신을 얻으신 건가요?”“천기란 함부로 누설할 수 없는 법이란다.”“외삼촌은 또 알 수 없는 말씀으로 얼버무리시는군요.”사실 일부러 말을 돌리는 것은 아니었다.남의 꿈속에 들어가는 술법을 차마 입 밖으로 내세울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결국 그가 지닌 신통력도 이런 속세의 번다한 일들을 처리하는 데 쓰이고 있는 셈이었다.이윽고 이진은 소 씨 가문 저택에서 있었던 일들을 차근차근 털어놓기 시작했다.“이틀 뒤 다시 소 씨 가문에 가셔서 침을 놓아주실 예정이세요?”“아마도 그렇겠지.”“그렇다면 그때는 제가 어마마마를 모시고 함께 가겠습니다.”소우연은 대견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그러자 용강한이 진중한 목소리로 당부했다.“혹여 위험한 일이 생기거나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하거든, 곧장 내게 알려야 한다. 내가 뒤를 지키고 있을 터이니 결코 스스로를 위험에 내몰아서는 안 된다.”이진은 얼굴 가득 환한 미소를 지었다.외삼촌이 어마마마를 이토록 아끼고 보살피는 것을 보고 있자니, 아바마마와 견주어도 조금도 부족하지 않을 정도였다.만약 진청산이 만들어 낸 그 환상 속 세월이 없었더라면, 어마마마와 외삼촌 역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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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66화

경장명은 심호흡을 한 번 하고 나서야 별채로 향했다.멀리서부터 경장명은 포권을 취하며 그들을 맞이했다.“경 대인, 이리 격식을 차리실 것 없습니다. 이번에는 그저 이웃으로서 왕래하고자 고기만두를 좀 가져왔으니, 부디 경 대인께서 마다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감사합니다, 이 대인.”“감사할 것까지는 없습니다. 내일 경 대인께서 소 씨 저택에 한 번 들러 주셨으면 합니다.”“알겠습니다.”그 후, 용강한은 경장명에게 몇 가지 주의할 점을 일러주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돌아갈 채비를 했다.소우연도 그를 따라 경장명에게 작별 인사를 건녰다.경장명은 다시 한번 두 사람을 저택 밖까지 배웅했다.아달은 자신의 주인이 그 두 사람에게 이토록 공손하게 대하는 것을 보며, 도무지 영문을 알 수 없었다.“저분들은 우리 경 씨 가문의 귀인이시다.”“예?”귀인이라고? 경 씨 가문의 귀인이라니, 그럼 나으리와 도련님 두 분의 귀인이라는 뜻이 아닌가? 저 이휘는 그저 탐관오리가 아니었던가? 어쩌다 경 씨 가문의 귀인이 되었단 말인가?“그럼 내일 나으리도 소 씨 저택에 가시는 겁니까?”아달이 물었다.경장명이 고개를 끄덕였다. “가야지.”“하, 하지만 나으리께서 예전에 말씀하시지 않으셨습니까. 이곳에서 주인어른의 일거수일투족이 자칫 경성에 있는 가족들에게…”“더는 말하지 마라. 내게 다 생각이 있다. 그리고 내가 이 대인에게 취하는 태도에 대해서는 절대로 밖에서 발설해서는 안 된다.”“나으리께서 지난번에도 이미 분부하신 바 있습니다.”“명심하도록 하여라.”“예, 명심하겠습니다.”……다음 날, 점심 식사 후.용강한과 소우연, 이진은 함께 소 씨 저택으로 향했다.소 씨 저택에 도착한 후, 세 사람은 각자 길을 나누어 움직였다.용강한은 별채로 향했고, 소우연과 이진 두 사람은 안내를 받아 본채로 들어갔다.임설은 다시 이진을 마주했을 때, 그녀의 젊고 아름다운 얼굴을 보며 무척이나 부러움을 느꼈다.다행히 소항은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았다.이진은 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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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67화

소우연과 이진 모녀는 바깥채에서 기다리고 있었다.이진이 말했다.“어마마마, 저분의 본래 모습도 분명 나쁘지 않으셨을 거예요.”소우연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그 흉터들이 어쩌다 생긴 것인지, 감히 상상조차 하기 어렵구나. 그곳은 참으로 끔찍한 곳인가 보구나.”지금의 모습이 되기까지, 대체 얼마나 많은 이들에게 짓밟히고 또 얼마나 모진 고초를 겪어야 했을까. 또 얼마나 지독한 운이 따라주어야 겨우 그 목숨 하나를 건질 수 있었을까.이진은 문득 외삼촌이 왜 소항을 설득해 뇌경 죽음의 지대를 전력으로 개척하려 했는지 깨달았다. 그러지 않으면 장차 이 영남과 상운국 사이에는 여전히 뚫을 수 없는 장벽이 남을 터였다.그 장벽은 영남 백성들의 삶이 나아지는 데도, 상운국의 통치에도 해가 될 뿐이었다.송 나인이 소우연을 불러 침을 놓을 시각이 되어서야, 두 모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안으로 들어갔다.두 모녀가 임설의 몸에 남은 흉터들을 보았을 때, 얼굴보다 더 참혹하고 아찔한 그 상처들에 진심으로 깊은 동정심이 밀려왔다.임설은 아예 이불 속에 얼굴을 파묻어 버렸다. 도무지 사람을 볼 면목이 없었다.송 나인이 나직이 말했다.“부디 두 분께서는 이 일을 비밀로 지켜 주십시오.”소우연과 이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응낙했다.이진은 속으로 생각했다.‘어쩐지. 이 임설이 다른 여인을 제 남편의 침실에 밀어 넣는 짓을 벌인다더니.’소우연이 침을 놓으면 이진이 침을 건네주었다. 그녀의 손길은 한없이 부드러웠고, 온 정신을 집중하고 있었다.임설은 점차 안정을 되찾았다. 그녀들의 눈빛에 경멸도, 혐오도 없다는 것을 느끼면서 말이다.임설의 흉터가 꽤 심각했던 탓에, 한 차례 침을 놓는 데 꼬박 한 시진이 걸렸다.“앞으로 얼마나 자주 침을 맞아야 합니까?”임설이 물었다.소우연은 잠시 생각하더니 대답했다.“해를 넘기기 전까지는 매일 오겠습니다. 해가 바뀐 후에는 이틀에 한 번씩이요.”임설이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습니다. 그럼 부디 왕 부인께서 최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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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68화

“앞으로는…”소 대인이 경장명의 말을 끊으며 나직하게 웃어 보였다.“앞으로 경 대인께서 마음을 더 써 주셔야겠습니다. 거사를 도모하기 전에 경 대인께서 제 아들도 좀 지도해 주셨으면 합니다.”자신의 아들을 족학에 들이겠다는 뜻인가? 그렇다면 확실히 언제든 경풍을 수시로 볼 수 있을 터였다. 경장명이 고개를 숙였다.“알겠습니다.”소 대인은 만족스러운 듯 웃으며 경장명의 어깨를 가볍게 토닥였다.“하오나 이 대인이 대체 어찌 경 대인의 마음을 움직였는지 문득 궁금해집니다.”소 대인이 마침내 속으로 품고 있던 의문을 던졌다. 경장명이 포권을 취하며 정중히 받아쳤다.“말씀드리지 않아도 되겠습니까?”보아하니 밝히기 곤란한 내막이 있는 모양이었다. 그 태도가 소 대인의 호기심을 더욱 자극했으나, 본래 글공부하는 문인들에게는 저마다 저런 고약한 구석이 있는 법이었다. 말하기 싫다면 굳이 더 캐묻지 않을 생각이었다.전에는 경장명이 자신을 좋게 보지 않고 도우려 하지 않아 다소 낙담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이제 경장명이 온 마음을 다해 조력하기로 했으니, 진청산의 예언에 한 걸음 더 가까워진 셈이었다. 이로 인해 소 대인의 자신감은 배로 커졌다.소 대인은 몸소 경장명을 저택 밖까지 배웅했다. 그런데 뜻밖에도 저택 문밖에 이휘의 마차가 여전히 머무르며 기다리고 있는 것이 보였다.경장명이 다시 한번 허리를 숙였다.“대인, 이만 들어가십시오.”“살펴 가십시오, 경 대인.”소 대인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경장명이 마차를 타고 멀어지는 모습을 끝까지 지켜본 소 대인은 이내 곁에 있던 소 대장에게 명을 내렸다.“가서 이 대인에게 전해라. 더는 기다릴 필요 없다고 말이지. 이따가 네가 직접 마차를 몰아 왕 부인 일행을 안전하게 배웅하거라.”“알겠습니다.”소 대장이 명을 받들고 즉시 걸음을 옮겼다. 소 대인은 이휘의 마차를 한 번 힐끗 쳐다보았다. 저 이휘라는 자도 제법 쓸모가 있으니, 앞으로 어떻게 저울질하고 활용할지 잘 헤아려 보아야겠다고 생각했다.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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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69화

세 사람은 둥근 탁자 앞으로 다가갔다. 소 대인이 먼저 자리에 앉자, 소우연과 이진 모녀도 그의 맞은편에 나란히 자리를 잡았다.소 대인이 은근한 어조로 물었다.“오늘도 지난번에 쓰던 연고를 그대로 쓰실 겁니까? 아니면 새로 준비해 오신 연고가 있으십니까?”소우연이 차분하게 대답했다.“기존에 쓰던 것으로 충분합니다.”소 대인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소 대장이 돌아오면 왕 부인께서는 잠시 더 머무르셔야겠습니다. 이 대인께는 먼저 돌아가시라 일러 두었으니, 이따 소 대장이 마차를 몰아 두 분을 모셔다드릴 것입니다.”“배려해 주셔서 감사합니다.”그렇게 대수롭지 않은 이야기를 띄엄띄엄 나누는 사이, 소 대인은 신기하게도 며칠째 자신을 짓누르던 답답한 심사가 한결 가벼워지는 것을 느꼈다.그는 찻잔을 들어 올리며 슬쩍, 아주 은밀하게 소우연을 훔쳐보았다.만약 소우연과 이진이 이미 그의 속내를 눈치채고 있지 않았다면, 그가 이따금 보내는 그 미묘한 시선을 알아차리지 못했을 것이다.“대인, 그럼 이제 치료를 시작해도 되겠습니까?”소우연이 입을 열자 소 대인이 곧장 만류했다.“그리 서두르실 것 없습니다. 부인을 치료하시느라 오랫동안 애쓰셨으니 분명 피곤하실 터입니다. 잠시 쉬었다가 하셔도 늦지 않습니다. 다과라도 조금 드신 뒤에 침을 놓으시지요.”그러자 이진이 얼른 말을 보탰다.“아버지께서 저희와 함께 돌아가시려고 밖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한시라도 빨리 침을 놓고 집으로 돌아가자는 뜻을 에둘러 전한 것이었다.하지만 소 대인은 태연하게 말했다.“소 대장이 정문 밖의 사람들을 물릴 때 이 대인을 보았다고 하더군요. 이미 먼저 돌아가시라 전해 두었으니 염려하지 마십시오.”‘아…’이진은 순간 머리가 지끈거렸다.이 소 대인이라는 사람은 대체 무슨 생각인 것일까.설마 정말 어마마마를 마음에 품고 이토록 무모하게 구는 것인가?생각할수록 배짱이 대단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소 대장이 주방에서 정성껏 준비한 다과와 제비집 요리를 들고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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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70화

소 대인은 소 대장의 모습이 눈에 들어오자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어째서 벌써 돌아온 것인가.분명 왕 부인 모녀를 끝까지 배웅하고 오라 일렀건만.소 대장은 이리저리 눈치를 살피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대인, 그게… 이 대인이 저택 문밖에서 계속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돌아가라 일렀건만, 돌아가지 않은 듯합니다.”문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고?소 대인의 눈빛이 미세하게 흔들렸다.설마 이휘라는 자가 자신의 속내를 눈치챈 것일까.그는 무심코 주먹을 쥐었다가 이내 힘을 풀었다.눈치챘다면 또 어떠한가.이 영남 땅에서는 자신이 곧 하늘과 같은 존재였다. 생사여탈권을 쥔 사람도 자신이었다.이휘 같은 부류의 인간은 이미 한 번 제 여인을 내놓지 않았던가.한 번이 가능했다면 두 번이라고 불가능할 이유가 없었다.“이 대인을 보았을 때 왕 부인의 안색은 어떠하더냐?”소 대인이 아무렇지 않은 척 물었다.소 대장은 기억을 더듬으며 답했다.“왕 부인께서는 무척 기뻐 보이셨습니다. 세 분의 분위기도 아주 화목해 보였고요.”그 말에 소 대인의 눈빛이 싸늘하게 가라앉았다.“화목했다고?”소 대장은 마른침을 삼키며 재빨리 고개를 끄덕였다.본래 한집에 사는 세 식구였으니 화목한 것이 당연한 일 아닌가.하지만 소 대인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왕 부인은 참 마음이 약하고도 선한 여인이구나. 그 이휘라는 자에게 그토록 모진 수모를 당했으면서도 아직 저리 부부의 정이 깊다니.”소 대장이 곧장 맞장구를 쳤다.“그러게 말입니다. 지아비에게 버림받아 남의 손에 넘겨지기까지 했는데도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 다시 정을 나누고 있으니 말입니다.”소 대인은 비웃듯 입꼬리를 올렸다.“그건 아직 진짜 사내가 어떤 사람인지 겪어보지 못해서 그런 것이다.”“지당하신 말씀입니다.”소 대장이 얼른 고개를 숙였다.“대인과 같은 분과 어찌 비교할 수 있겠습니까.”그는 본래 임설에게 쏟아부었던 소항의 정성을 한껏 치켜세우려 했다가 문득 입을 다물었다.가주가 임설에게 지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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