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앉으렴.”소우연이 눈짓으로 령이에게 자리를 권했다.령이는 조심스레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 앉았지만, 가슴은 쉴 새 없이 두근거렸다. 마님과 소 장군은 보기만 해도 금슬이 각별해 보였다. 두 사람은 나란히 앉아 있었고, 소 장군의 손은 자연스럽게 마님의 가녀린 허리를 감싸고 있었다.령이는 자신이 그들 사이에 낀 커다란 말뚝이라도 된 것처럼 몸 둘 바를 몰랐다.더욱이 소 장군에게서 풍기는 기세는 영남왕이나 이 대인보다도 훨씬 위압적이었다. 그녀는 감히 고개조차 들지 못한 채 시선만 내리깔았다.“령이야, 그리 긴장할 것 없다. 장군님은 좋은 분이란다. 그저 겉모습이 조금 무서울 뿐이지.”소우연은 부드럽게 웃으며 령이를 안심시켰다.험한 길에서 마차 밖에 앉아 고생하는 것도 마음에 걸렸지만, 막상 안으로 들인 뒤에는 잔뜩 긴장한 채 가시방석에 앉은 사람처럼 굳어 있는 모습이 더욱 안쓰러웠다.소우연의 말을 들은 이육진은 슬쩍 그녀를 바라보았다.‘내가 그렇게 무섭게 생겼단 말인가.’령이는 더욱 공손히 고개를 숙였다.“예, 마님.”마님의 목소리는 봄바람처럼 따뜻하고 부드러워 사람의 마음을 저절로 풀어 주었다.령이는 마음속으로 수없이 말을 되뇌었다.‘지구촌에 잠시 들러, 멀리서라도 가족들을 한 번만 보게 해 달라고 말씀드려야지.’하지만 몇 번이나 용기를 내 보려 해도 입술만 달싹일 뿐, 끝내 첫마디가 떨어지지 않았다.마차는 덜컹거리며 길을 달렸다.그 사이 이육진은 소우연에게 다과를 먹여 주고, 차를 따라 건네며 시종일관 세심하게 보살폈다.그 모습을 지켜보던 령이는 문득 깨달았다.마님과 소 장군의 사이는 세간에 떠도는 소문처럼 서먹하거나 소원한 것이 결코 아니었다.오히려 마님의 진짜 부군인 이 대인과 함께 있을 때보다, 소 장군과 함께 있는 지금이 훨씬 다정하고 애틋해 보였다.이 대인이 마님을 아끼는 방식이 깊은 절제 속에 감정을 눌러 담는 것이라면, 소 장군은 마님을 향한 애정을 조금도 숨기지 않았다.마치 두 사람이 처음부터 한몸이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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