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랑과 령이 부부는 서로 눈빛을 교환하더니, 나란히 입을 모아 대답했다.“예, 소인 명심하겠습니다.”“종도 명심하겠습니다.”소우연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이곳에서는 굳이 스스로를 소인이나 종이라 낮춰 부를 필요 없다. 너희의 노비 계약서는 진작에 다 태워버렸으니, 앞으로는 그저 '저'라고 하거라.”“저…”령이가 입을 달싹거렸지만, 차마 그 '저'라는 단어가 쉽게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한참이 지나서야 그녀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명심하겠습니다. 마님의 말씀을 반드시 마음에 새기고, 또 기억하겠습니다.”“그럼 되었다.”소우연은 그렇게 말하며 이육진을 돌아보고 물었다. “부군, 더 하실 말씀은 없으신가요?”'부군이라니…'화랑과 령이는 소우연이 이육진을 부르는 호칭을 듣고 내심 적잖이 놀랐다.그들이 알기로 마님과 이 대인이 본래 부부의 연을 맺은 사이고, 소 장군은 그들을 영남으로 호송하던 압송관이었다. 이 대인이 목숨을 부지하고자 마님을 소 장군에게 넘겼다고 들었는데…방금 마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이 세 사람의 신분은 모두 가짜였던 것이다.그렇다면 그들 사이의 관계 역시 겉으로 보이는 것과는 다를 터였다.마님이 진짜 신분을 밝히지는 않았으나, 소 장군과 지극히 친밀하게 구는 모습만큼은 굳이 두 사람 앞에서 숨기려 하지 않았다.이육진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번졌다. 그가 손을 들어 소우연을 향해 뻗었다.소우연이 이육진에게 다가가 그의 손바닥을 가볍게 찰싹 때리고는 털썩 주저앉으며 말했다.“말씀해 보세요.”그제야 이육진이 화랑과 령이 부부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마님께서 너희를 믿으시니, 어떠한 상황에서도 마님의 그 믿음을 저버리지 않길 바란다. 나와 이 대인은 중요치 않다. 중요한 것은, 반드시 마님을 잘 모셔야 한다는 것이다.”“예, 명심하겠습니다.”“당분간은 크게 바쁜 일이 없을 테니, 이 기회에 가족들과 시간을 많이 보내도록 해라. 일이 생기면 사람을 보내 부르마.”화랑이 조심스레 물었다.“대인, 그럼 저희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