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으로 백성의 삶을 헤아려야만 비로소 깨닫게 되는 법이지. 임금은 배요, 백성은 물이라 하지 않더냐. 물은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한순간에 뒤엎을 수도 있는 법이다.”소우연은 입술을 오므렸다. 자신은 그저 한 번 체험해 보고 싶었을 뿐인데, 이육진이 저리 말하니 도리어 그의 눈에는 칭찬할 만한 장점으로 비친 모양이었다.화랑과 령이는 더욱 어리둥절했다. 그들은 소 장군과 이 대인이 영남왕 소항을 무너뜨리려는 대업을 꾸미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어째서 소 장군은 마님을 군자에 비유하는 것일까? 게다가 그럴듯하게 말하는 품이 마치 진짜인 것만 같았다.“예, 알겠습니다.”소우연이 정중하게 대답했다.이육진이 웃으며 이내 소매를 걷어붙였다. “나도 함께 가마.”“장군, 부인. 이런 험한 일을 어찌 두 분께서 하신단 말입니까.”화랑과 령이가 서둘러 만류했다.소우연이 말했다. “이런 일에 누가 할 수 있고, 누가 할 수 없는지 정해진 규정은 없다.”특히 이육진이 황제의 자리마저 미련 없이 버린 것을 생각하면 더욱 그랬다. 사람이 세상을 살아가며 모두가 남에게 선을 베풀고, 제 부모를 공경하듯 남의 부모를 공경하며, 내 아이를 사랑하듯 남의 아이를 사랑하여 온 세상이 하나가 된다면, 그것이야말로 가장 아름다운 축복일 터였다.어느새 이육진은 소우연을 이끌고 밭으로 걸어가고 있었다.약간 축축한 진흙이 순식간에 그녀의 비단신을 감쌌고, 치맛자락에도 흙이 묻어났다. 령이가 소우연에게 묻은 흙을 털어내려 했지만, 소우연이 밭에 한 걸음 한 걸음 발자국을 남기며 걸어가는 것을 보니 도저히 다 털어낼 수 있는 노릇이 아니었다.진 노인과 송씨, 수하 세 사람은 다가오는 소 장군과 부인을 바라보았다. 부인이 화랑과 령이가 내려놓은 괭이를 집어 들고 흙을 파기 시작하자 모두 어찌할 바를 몰라 했다.“서 계시지만 말고 일을 하십시오. 그래야 저희도 곁에서 좀 배우지 않겠습니까.”“부인, 이런 험한 일은…….”“그저 일일 뿐입니다. 다 같은 사람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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