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us les chapitres de : Chapitre 2651 - Chapitre 26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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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51화

화랑이 곁에서 기다리다가 소우연의 시선을 따라 뒤를 돌아보았다. 저 멀리 타오르는 불빛을 보고 부부는 동시에 입을 딱 벌렸다.“이, 이게 대체 무슨 일이지? 대체 어디에 불이 난 게야?”“계주부 쪽이에요.”령이가 대답했다.소우연이 말했다. “소항이 사람들을 이끌고 뛰쳐나간 모양이구나.”“어디로 가려는 걸까요?”령이가 저도 모르게 말했다.“반란을 일으키려는 거겠죠. 상운국을 치겠다는 걸까요? 그런데 저런 오합지졸을 데리고 어떻게 상운국 같은 대국에 맞서겠다는 건지.”화랑이 도무지 믿기지 않는다는 듯 말했다.두 사람이 소우연을 바라보자, 소우연이 말했다. “사람은 벽에 부딪혀 봐야 자기가 얼마나 어리석은지 깨닫는 법이다.”화랑과 령이는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상운국처럼 큰 나라라면, 영남의 주력 부대 둘이 이미 편입된 것은 물론이고 영남의 전군을 총동원한다 해도 상운국을 조금도 흔들지 못할 것이었다.황태후와 태상황, 월왕 전하 같은 이들을 보라. 그중 누구 하나 만만한 상대가 있었던가?바로 그 순간, 화랑과 령이의 눈에는 소항이 영락없는 광대처럼 보였다.“두 사람은 가서 짐을 좀 챙기거라. 우리도 곧 계주부로 떠나야 하니.”소우연이 령이와 화랑에게 말했다.령이와 화랑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조금도 지체하지 않았다.령이가 말했다. “부군, 당신은 옷가지를 챙기러 가세요. 저는 마님과 아가씨들 짐 싸는 걸 도울게요.”“알겠소.”얼마 지나지 않아 이진이 마차를 구해 왔다. 마차를 모는 이는 다름 아닌 이진이 직접 길러낸 호위였다.소우연과 령이는 여전히 옷가지를 정리하고 있었다.이진이 들어와 함께 정리를 도왔다.분장과 변장에 쓰던 물건들을 정리하다가, 이진이 물었다. “어마마마, 이것들도 챙길까요?”“필요 없다.”소우연이 담담하게 말했다.이들은 벌써 며칠째 분장도, 변장도 하지 않았다. 오늘 이후로는 영남에서 더 이상 변장할 일이 없을 터였다.소우연은 짐을 정리하며 이육진의 옷가지 몇 벌도 함께 챙겼다. 모두 정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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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52화

화랑이 말했다. “작은 아가씨께서는 참으로 늠름하고 당당하시구려. 그야말로 여장부가 따로 없소이다!”“참 부러워요. 다음 생이 있다면 저도 여장군이 되고 싶어요!”화랑이 웃으며 말했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우리 딸도 무예를 배워보게 하는 게 어떻겠소?”“좋아요!”령이가 단호하게 말했다.소우연은 령이와 화랑이 나누는 이야기를 들으며 입가에 옅은 미소를 띠었다. 그러고는 마차 문을 닫고 발을 내린 뒤 이육진을 바라보았다.마차는 산길을 따라 천천히 나아갔다.이육진이 손을 뻗어 소우연의 머리를 자신의 어깨에 기대게 하고는 나직이 말했다. “용 대인은 무사하다. 아주 잘 지내고 있어.”“정말요?”소우연은 좀처럼 믿을 수가 없었다. 이내 이육진을 빤히 바라보며 그의 눈빛과 표정에서 무언가 수상한 기색이 없는지 살폈다.이육진이 옅게 웃으며 말했다. “그가 누구더냐. 용 대인이지 않느냐. 이 세상에 그가 해결하지 못할 난제가 어디 있겠느냐?”“지난번 오라버니가 저를 찾아왔던 일을 잊으신 모양이에요…”“설령 그렇다 해도 조금 까다로운 것뿐이지, 해결하지 못할 일은 아니다!”두 사람의 눈이 마주치자 이육진은 살짝 긴장을 풀며 소우연을 품 안으로 끌어안았다. “정말이다. 네가 너무 걱정을 해서 낮에 생각한 게 밤에 꿈으로 나온 것뿐이야.”“부군은 모르실 거예요. 그 꿈이 너무 생생해서, 오히려 이 세상이 더 허황되게 느껴질 정도였다니까요.”소우연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이육진이 웃으며 말했다. “허, 나는 어째서 그런 재미난 꿈을 꾸지 못하는 것이냐. 나도 네가 꿈에서 본 세상이 대체 얼마나 대단한지 한번 보고 싶구나.”소우연이 입을 열었다. “그곳 사람들은 사고방식이나 행동이 훨씬 개방적이고 대담한 것 같았어요.”“남자도 여자도 다들…”소우연이 손으로 소매를 걷어 올리며 말했다. “이렇게 짧은 옷을 입고, 치맛단도 이만큼 짧아요.”“여자도 이리 짧게 입는다고?”소우연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여자도 이렇게 짧게 입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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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53화

“이제 그만 건드릴게요. 계주부까지는 아직 반 시진도 채 남지 않았으니 얼른 좀 쉬세요.”소우연이 말했다.이육진은 그녀의 손을 붙잡고 품 안으로 끌어안으며 말했다. “그래.”두 사람은 다시 서로에게 몸을 기대었다. 이육진이 눈을 감는 모습을 본 소우연도 그의 품에 기대어 조용히 눈을 감았다.마차가 덜컹거리며 흔들리는 동안 두 사람의 의식도 서서히 흐려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이육진은 물론 소우연에게도 졸음이 밀려왔다.그렇게 막 잠이 들려던 순간이었다.이육진이 잡고 있던 소우연의 손에 갑자기 힘이 들어갔다.고개를 들어 보니, 이육진은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마치 악몽이라도 꾸는 듯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소우연이 그의 가슴을 천천히 쓸어주자, 얼마 지나지 않아 잔뜩 찌푸려져 있던 이육진의 미간이 조금씩 풀렸다.하지만 정작 소우연은 잠이 완전히 달아나 버렸다.이육진의 말대로 정말 용강한에게 아무 일도 없는 것일까?그렇다면 자신은 어째서 그런 불길한 꿈을 꾼 것일까?아무리 생각해도 마음 한구석에 걸리는 것이 있었다.계주부.하늘 가득 불길이 치솟고, 곳곳에서 곡소리가 끊이지 않았으며, 사방에는 시체 타는 냄새가 자욱했다.한 무리의 검은 옷을 입은 사내들이 경씨 저택으로 들이닥쳤다.“경 대인, 저희는 그저 왕후 마마와 왕자 마마, 공주 마마를 모셔 오라는 명을 받았을 뿐입니다. 대왕의 명이십니다!”아류가 품에서 영패를 꺼내 경장명에게 내보였다.경장명은 영패를 확인한 뒤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대왕께서 친히 그대를 보내신 것이냐?”“그렇습니다!”“그럴 리 없다!”경장명은 임설을 비롯한 이들이 이곳을 빠져나가는 순간,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벌어질 것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경 대인, 설마 대왕의 명을 거역하시려는 겁니까!”아류가 경장명을 노려보며 말했다. “대왕께서 대인의 죄를 물으실까 두렵지도 않으십니까!”“두렵지 않다.”경장명은 그렇게 말하며 임설과 소승용, 소승아 남매를 바라보았다. “너희 둘은 잘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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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54화

“왕후마마, 오르시지요.”아류는 마차 곁에 서서 발판을 단단히 놓은 뒤 임설에게 말했다.임설은 경장명을 돌아보며 조용히 인사를 건넸다.“경 대인, 부디 몸 건강히 지내세요.”경장명이 두 손을 모아 깊이 허리를 숙였다. “부디 평안히 가십시오.”그의 태도는 겸손했으나, 눈빛 속에는 무언가 숨겨진 것이 있는 듯했다. 마치 안타까움 같은 것이었다.“어마마마, 얼른 마차에 오르세요. 불길이 이쪽까지 번지고 있어요.”임설은 경장명이 어째서 그런 표정을 짓고 있는지 미처 헤아리기도 전에 소승용이 말을 가로챘다. 하는 수 없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인 임설은 소승아를 데리고 마차에 올랐다.송 나인도 뒤따라 마차에 올라탔다.아류는 경장명을 한 번 흘겨보더니 비웃듯 말했다.“대왕의 신하라면 죽는 날까지 대왕께 충성을 다해야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경 대인께서는 스스로 불충한 신하가 되었다는 생각은 들지 않으십니까?”경장명이 냉소를 머금었다.“충신이라…”“그렇다면 부디 앞으로는 저분들에게도 끝까지 충성을 다해주시길 바라겠네.”경장명은 그날이 너무 빨리 닥치지만 않기를 바랐다. 그저 그들이 더는 고통받지 않고, 마지막만큼은 편히 눈을 감을 수 있기를 바랄 뿐이었다.아류는 무언가 말하려 입을 열었다가 끝내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이내 마차에 올라 불빛이 드문드문 비치는 큰길을 따라 말고삐를 잡아당겼다.나머지 수하들도 하나둘 말에 올라 마차의 뒤를 따랐다.겉으로 보기에는 임설 모자를 호위하는 행렬이었다.하지만 경장명은 임설 모자가 경씨 저택을 벗어나는 순간부터, 그들에게는 더 이상 자유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진짜 감금은 바로 그때부터 시작되는 것이었다.경장명이 손을 들어 손가락을 짚어가며 무언가를 헤아려 보았다. 그의 눈빛이 서서히 어두워졌다.아달이 다급히 물었다. “대인, 저희도 얼른 떠나야 합니다. 불이 이리로 번지고 있어요.”사람들이 불을 끄려 나서고는 있었지만 별다른 소용이 없었다. 소항은 대군을 이끌고 미친 듯이 날뛰며, 계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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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55화

경장명은 몸을 돌려 심연희와 노부인이 다급히 달아나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씁쓸하게 웃었다.그녀가 자신을 원망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고마운 일이었다. 아니, 설령 자신을 향해 욕설을 퍼붓는다 해도 그것마저 심연희가 베푸는 마지막 배려일 터였다.이렇게 서로 모른 척하며 살아가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적어도 그녀가 자신을 미워하지 않는다는 것만으로도 다행이었다.그때였다.궤짝 안에서 여인과 아이의 다급한 구조 요청이 들려왔다.경장명은 망설일 틈도 없이 몸을 날려 궤짝을 열고 두 사람을 구해냈다.이번에는 심연희가 그를 향해 달려와, 네다섯 살쯤 되어 보이는 아이를 그의 손에서 받아 품에 안았다. 그녀는 경장명을 바라보며 말했다. “일단 사람들부터 옮기죠. 밖에 마차가 있어요.”“알겠소.”경장명의 가슴이 세차게 뛰었다.심연희는 자신을 원망하지 않을 뿐 아니라, 이렇게 말까지 건네주고 있었다.두 사람은 사람들을 이끌고 함께 골목을 빠져나왔다.골목 밖에는 마차 한 대가 이미 오래전부터 기다리고 있었다. 마차 안에는 피란길에 오른 평민들이 여럿 타고 있었다.마차 옆면에는 큼지막하게 ‘소’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저희를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아니요, 여러분을 구한 건 왕 부인이십니다.”심연희가 설명해 주었다. “여기서 빠져나가거든 소룡진으로 가세요. 그곳에 도착하면 알아서 여러분을 맞아줄 겁니다.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앞으로 살아갈 길은 아직 있으니까요.”“부인, 정말 살아 있는 보살이 따로 없으십니다. 이 은혜를 어찌 갚아야 할지 모르겠습니다.”“그러게요. 저희는 정말 꿈에도 몰랐습니다. 대왕께서… 아니, 소항이 이곳을 떠나면서 성에 불까지 지를 줄이야!”심연희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그 이야기는 나중에 하세요. 지금은 어서 성을 빠져나가시고요!”말을 마친 심연희는 마차를 모는 호위와 눈빛을 주고받았다. “이 사람들 데려다주고 나면 곧바로 돌아와서 다시 사람들을 태워 오거라!”계주부는 제대로 된 성이라 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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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56화

“이제 그 사람도 내려놓았을 거예요.”심연희가 말했다.이천이 깊게 숨을 들이쉬며 말했다. “내 나름대로 헤아려 보니, 우리 몇 사람의 인연이 얕지는 않으나 앞으로 크게 얽힐 일은 없을 듯하구나.”심연희는 이천이 진지하게 말하는 모습을 보고 웃으며 물었다. “그가 영남을 벗어날까요?”“설령 그러지 못한다 해도, 그의 아들은 그럴 것이다.”“상관없어요.”심연희가 이천의 목을 감싸안으며 입가에 살짝 입을 맞췄다. “어쨌든 우리 둘 사이에만 지장 없으면 되니까요.”“그자에게는 이제 그럴 재간도 없지.”이천이 단호하게 말했다.심연희가 눈을 반짝이며 감탄했다. “맞아요, 맞아요. 우리 천왕 전하께서 말씀 참 잘하시네요.”그러더니 심연희가 화제를 돌렸다. “쫓아가셔서 소항을 만나셨어요?”“만났다. 그자도 겁에 질려 오줌을 지릴 뻔했더구나. 광부가 그의 처자식을 인질로 잡았으니, 이제 그자에게는 돌아설 길도 없지.”이천이 담담하게 말했다.“우리 모두가 그를 돕고 있는데, 정작 그 자신만은 뭍으로 올라오려 하지 않는군요.”잠시 말을 멈췄던 심연희가 문득 생각난 듯 물었다. “참, 폐하와 오라버니는요? 외진 마을에 있으니 별일 없겠죠?”“초운이는 무사하다. 또, 익선이는 직접 임설 모자 셋을 데리러 갔다더구나.”심연희가 입을 열었다. “이 정도면 소씨 가문 핏줄에 대한 일말의 배려라고 볼 수 있을까요?”“그렇다고 볼 수 있지.”“다만…”심연희가 살짝 미간을 찌푸리며 이천을 바라보았다. “다만 그 소승용이라는 아이는 성격이 좀 삐뚤어진 것 같더라고요. 그쪽 소씨 일족은 태후마마에 대한 평판이 그리 좋지 않으니까요.”“그건 그들 마음대로 되는 일이 아니지. 살아남고 싶다면 그저 내려놓는 수밖에!”심연희가 고개를 끄덕이며 이천에게 몸을 기댔다. 두 사람은 바위 위에 나란히 앉아 서로 기댄 채 잠시 졸았다.얼마 지나지 않아, 피난 갔던 사람들이 하나둘 다시 돌아오기 시작했다. 그중 몇몇은 이천과 심연희를 알아보고 잇달아 두 사람 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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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57화

“태후마마께서도 이런 일까지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을 거예요.”“그럼 태후마마께서도 오시지는 않을…”심연희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이천이 말했다. “오실 것이다. 어쩌면 벌써 도착하셨을 지도 모르지.”벌써 도착했다니?심연희가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그녀는 이천을 한 번 보고, 다시 백성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소항이 이런 짓을 저지를 줄 미리 알았더라면, 태후마마와 진이는 절대로 이런 기회를 주지 않았을 거예요.”“아쉽게도, 미리 알지 못했지.”이천이 잠시 말을 멈췄다가 다시 이었다. “자신이 저지른 잘못에 응당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그래, 방 대인의 심복을 시켜 처자식을 경장명의 보호 아래에서 데려가게 한 것부터가, 그야말로 양을 호랑이 굴에 넣은 격이었다.이천이 사람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소항은 이미 이곳을 떠났으니, 너희는 더 이상 두려워할 것도, 놀랄 것도 없다. 왕 부인께서 남은 일은 모두 잘 수습해 주실 것이다.”“왕 부인은 대체 어떤 분이시기에, 영남 군영의 사람들까지 모두 그분의 말을 따른다는 겁니까?”“그저 한 가지만 알아두거라. 부인께서는 너희를 길거리에 내버려두지도, 굶주리게 하지도 않으실 것이다!”그들이 영남에 오기 전, 주익선이 먼저 군량을 한 차례 영남으로 실어 왔었다.그가 이곳에 왔을 때 다시 한번 당부해 두었으니, 식량은 앞으로도 계속 영남으로 운송될 것이고 군인이든 백성이든 굶주릴 일은 없을 터였다.“그, 그럼 왕 부인은 정말 하늘이 저희를 구하라고 보내신 분이시군요.”“맞아요! 왕 부인 만세!”“왕 부인 만세!”이천과 심연희는 그들이 그토록 감격해 눈물짓는 모습을 보며 뭐라 형언할 수 없는 기분이 들었다.두 사람은 결국 손을 맞잡고, 먼저 계주부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계주부는 이미 곁채 한두 칸만 겨우 남기고 다 타버린 뒤였다. 큰길가에 불탄 다른 집들과 마찬가지로, 온통 폐허뿐이었다.소우연과 이육진은 마차에서 내려 눈앞에 펼쳐진 폐허를 바라보며 절로 탄식을 흘렸다.“참으로 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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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58화

“너는 어찌 아직도 여기 있느냐?”소우연이 이천을 바라보며 물었다. “소항이 감히 움직였다는 건, 필시 조정 안의 역적 무리가 뭔가 낌새를 보였기 때문일 게다. 윤이는 아직 어리니 네가 돌아가서 대국을 살펴야지.”이천이 서두르지 않고 차분히 두 손을 모아 허리를 숙였다. “어마마마, 걱정 마세요. 이곳으로 오기 전에 이미 윤이와 대책을 상의해 두었습니다. 윤이는 그저 명을 내리기만 하면 됩니다. 게다가 조정에 윤이 혼자만 있는 것도 아니니까요. 대신들 모두가 든든한 기둥들이니 염려 놓으세요.”소우연이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가 이내 안심한 듯 미소를 지었다. 이천은 어릴 적부터 장공 스님을 따라 운유를 다니던 아이였다. 어릴 때 잠깐 그녀를 걱정시킨 적은 있어도, 이육진과 마찬가지로 경솔한 사람은 아니었다.심연희가 말했다. “이번에 소항은 형주도 넘지 못할 거예요. 경성은 말할 것도 없고요.”말하며 그녀는 이천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언제나 이천이 모든 일을 잘 처리해내리라 믿고 있었다.이천이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물론 승산 없는 일에는 나서지 않는 사람이었다.젊은 부부가 말없이 눈빛만 주고받으며 서로의 뜻을 헤아리는 모습을 보며, 소우연은 그동안 자신이 괜한 걱정을 했다는 것을 깨달았다.이육진은 소우연의 손을 잡고 몇 사람과 함께 폐허가 된 곳을 한 바퀴 둘러보았다.그들이 둘러보기를 마칠 즈음, 이영과 심초운도 모습을 드러냈다.소우연이 이영의 손을 잡으며 물었다. “몸은 좀 어떻느냐?”물으면서 동시에 이영의 맥을 짚었다.이영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마마마, 저는 괜찮아요. 다만 어젯밤 너무 깊이 잠들어 버려서, 오늘 아침이 되어서야 소항이 백성들에게 이런 몹쓸 짓을 저질렀다는 걸 알았어요.”지난밤 하늘을 뒤덮을 만큼 불길이 치솟았을 때, 심초운은 이미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아차리고 있었다. 하지만 이영의 안위가 걱정되었던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곁을 지켰고, 이영이 겨우 잠이 들 때까지 함께 자리를 지켰다.“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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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59화

“그래, 초운이 네가 있어 참 다행이구나.”떠나기 전, 이육진은 심초운의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모든 뜻이 전해졌고, 그는 심초운이 이영을 잘 돌봐주리라 믿었다.이육진이 소우연의 손을 잡고 마차 쪽으로 걸어갔다.화랑과 령이 부부는 서둘러 마차에 발판을 놓았다. 소우연과 이육진이 먼저 마차에 오른 뒤에야 두 사람도 이영과 심초운에게 예를 올리고 마차에 올라탔다.마차가 멀어질 때까지 지켜보던 이영이 문득 감회에 젖어 말했다. “외삼촌께서 문산에 계시니, 어마마마께서도 외삼촌이 걱정되어 가시는 거겠지? 초운아, 아바마마께서는 어마마마께 정말 잘해주시는 것 같아. 어마마마께서 어디를 가시든 늘 함께하시잖아. 세 분 사이의 정은 우리 같은 사람으로서는 헤아리기 어려운 것 같아.”“목숨을 걸고 맺어진 정이니까요.”이영이 살짝 웃으며 심초운을 바라보았다.“그렇네. 목숨을 걸고 맺어진 정이라… 아마 사랑이나 혈육의 정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것이겠지.”“저희로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감정이지요.”*푸른 산이 굽이굽이 이어진 길에는, 소항이 이곳을 지나 도망친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점점 마차가 지나갈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마차는 이제 여기 버려두고 가는 건가요?”소우연이 물었다.이육진이 나직이 말했다. “이곳까지 찾아올 사람은 없을 테니, 여기 두었다가 돌아올 때 다시 쓰면 되지.”소우연이 주위를 한 바퀴 둘러보고는 말했다. “그런데 우리 것 말고는 다른 마차가 전혀 보이지 않네요.”“소항 그자는 수하가 워낙 많으니, 마차를 뜯어서 사람들이 메고 갔을 수도 있겠구나.”“참으로 지독하네요.”생각해 보면, 그들이 처음 영남에 왔을 때도 그 죄수 호송 마차를 밖에 버려두고 왔었다.화랑과 령이가 서둘러 마차 안의 짐가지들을 하나하나 내렸다.“그 짐은 나한테 주시오. 당신은 마님 짐만 들면 되니.”화랑이 그렇게 말하며 짐을 죄다 짊어지려 했다.이육진이 말했다. “여기서부터는 산길이 험하니, 나와 연이의 짐은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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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60화

밤이 깊어지자 횃불을 밝힌 탓인지 날벌레들이 사방에서 사람들 주위로 몰려들었다. 불빛을 향해 달려든 벌레들은 그대로 횃불에 닿아 지글지글 타들어 갔다.사람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벌레들은 끊임없이 불빛을 향해 날아들었고, 그렇게 제 목숨을 불 속에 내던지는 모습이 밤새 이어졌다.화랑과 령이는 횃불을 들고 앞장서서 길을 밝혔다.소우연과 용강한, 이육진 세 사람은 그 뒤를 따라 걸었다.소우연은 곁에 있는 용강한을 곁눈질하다가 그의 안색이 유난히 창백하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마치 이십 년 전, 이육진을 구하기 위해 공력을 모조리 소진하고 처참한 몰골이 되었던 그때로 되돌아간 것만 같았다.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소우연의 가슴속에 점점 불안이 차올랐다.그녀는 용강한의 손을 덥석 잡아끌었다.손끝에 닿은 그의 몸은 얼음장처럼 차가웠다.어쩐지 아까부터 옷을 유난히 두툼하게 껴입었다 싶더라니… 설마 또 부작용을 당한 것일까?하지만 요즘 들어 그가 천리에 어긋날 만큼 무리하게 공력을 소모한 적은 없었다. 그런데 어째서 또 이런 부작용이 나타난단 말인가?용강한은 이육진이 곁에 있는 자리에서 소우연이 제 손을 잡아줄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순간 몸이 굳은 그는 걸음을 멈추고 소우연을 바라보았다.그와 동시에 소우연과 이육진도 걸음을 멈췄다.세 사람의 시선이 서로에게 향했다.화랑과 령이 부부는 세 사람이 멈춰 선 것을 알아차렸지만 굳이 돌아보지 않았다. 그저 조금 앞서 걸으며 횃불을 높이 들어 어두운 산길을 비춰주었다.횃불 빛 아래.소우연은 용강한의 부드러운 눈동자를 가만히 들여다보았다. 늘 물처럼 온화하던 눈빛에 서리가 내려앉은 듯했다. 입가에는 미소를 띠고 있었지만, 그 깊은 곳에는 얼어붙은 무언가가 고스란히 비쳐 보였다.“나는 괜찮다.”용강한은 제 손을 잡고 있는 소우연의 손을 내려다보며 말했다.“손이 어쩜 이렇게 차가우세요?”“문산의 밤은 원래 서늘하단다.”“아니요. 지금은 초봄인데, 어떻게 여름밤보다 더 차가울 수 있어요?”“여름밤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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