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us les chapitres de : Chapitre 2681 - Chapitre 26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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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81화

“아니면 뭐겠어요?”“혹시 우리가 올 줄 미리 알고 마중 나와 있었는지도 모르지.”“개일 뿐이잖아요. 개가 점이라도 칠 줄 안다는 거예요?”소우연이 피식 웃었다. 그저 지나가는 말로 던져본 것뿐이었다.그러던 중 누렁이가 본채 앞에 멈춰 서더니, 고개를 돌려 소우연과 이육진이 동문으로 들어서는 걸 보고는 펄쩍 뛰어올라 나무문을 긁어댔다. 문을 긁으면서 낑낑거리기까지 했다.소우연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설마 누렁이가 이러는 이유는…그녀는 걸음을 서둘러 내달렸고, 이육진도 바짝 뒤를 쫓았다.“강한 오라버니! 강한 오라버니!”소우연이 살짝 힘을 주자 방문이 절로 열렸다.두 사람이 뛰어들어가니, 용강한이 이불을 두른 채 곁의 평상에 앉아 있는 모습이 보였다. 안색은 그리 좋지 않았지만 별일은 없어 보였다.소우연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이육진도 덩달아 숨을 돌렸다. 만약 용강한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겼다면 소우연이 얼마나 상심했을지, 생각만 해도 아찔했다.용강한이 옅게 웃으며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꼭 무슨 큰일이라도 난 사람들 같군요.”누렁이는 어느새 낑낑거리며 용강한 곁으로 다가가 몸을 비비더니, 다시 돌아와 소우연에게도 몸을 비볐다.용강한이 말했다.“누렁아, 나가 있어라.”누렁이는 낑낑거리며 용강한과 소우연을 못마땅한 듯 한 번 쳐다보고는, 그래도 결국 밖으로 나가 문 앞에 엎드려 지켰다.소우연이 용강한에게 다가가며 말했다.“방금 왕부 문 앞에 도착했는데 누렁이가 먼저 마중을 나왔더라고요. 다급하게 문을 긁던 모습을 보니 정말 놀랐어요.”용강한은 그녀가 자신의 안위를 걱정하고 있다는 걸 알았다.소우연이 손을 내밀자, 용강한도 자연스럽게 자신의 손을 그 위에 포갰다.이육진은 슬쩍 고개를 돌려 자리를 찾아 앉으며 못 본 척했다.어차피 그와 소우연이 가까이 지낼 때도 용강한은 한 번도 뭐라 한 적이 없었으니, 병색이 완연한 용강한을 상대로 질투할 리 없었다.소우연이 그 차가운 손을 붙잡으며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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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82화

“그리 심각한 얼굴 하지 마라. 물이나 좀 마시고 싶구나.”용강한이 웃으며 말했다.소우연이 고개를 끄덕이며 막 일어나려는데, 이육진이 먼저 일어나 용강한에게 따뜻한 차 한 잔을 따라 건넸다.용강한은 찻잔을 받아 한 모금 마셨다. 따뜻한 잔을 두 손으로 감싸 쥔 채 그 온기를 느꼈다.소우연이 물었다.“손난로는 없나요?”“없다.”소우연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사람을 시켜서 손난로를 하나 만들어 드릴게요.”용강한이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이육진은 그가 차를 다 마신 것을 보고 찻잔을 거두며 물었다.“더 마시겠습니까?”“괜찮습니다.”“한 가지 할 얘기가 있습니다.”이육진이 찻잔을 내려놓고 용강한의 수척한 모습을 바라보다가 말했다.“천이가 그러던데, 용 대인의 명이 희미해지고 있다고 합니다.”“알고 있습니다. 이미 전에 이미 말하지 않았습니까?”“그래서 대체 무슨 방법이라도 생각해 두었습니까? 있다면 제 목숨을 걸어서라도 하겠습니다.”“폐하께서 돌아가시면 연이가 폐하를 잊어버릴까 봐 겁나지 않습니까?”용강한이 눈을 들어 이육진을 바라보며 말했다.이육진이 그를 흘겨보았다. 소우연이 그를 잊을 리 없었다.“쓸데없는 소리 말고 어서 말이나 해보십시오.”용강한이 고개를 저었다.“아직은 딱히 떠오르는 게 없습니다.”사실 그는 이미 스스로에게 도술을 걸어둔 상태였다. 이 도술이 아니었다면, 진작 그 힘에 이끌려 갔을지도 몰랐다.이육진이 문득 물었다.“그럼 천이한테는 물어봤습니까? 그 애한테 무슨 방법이 있을지도 모르잖습니까.”소우연이 고개를 저으며 의아한 듯 물었다.“오라버니도 방법이 없다는데, 천이한테 무슨 수가 있겠어요?”이육진은 대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어쩌면 용강한이 뭔가를 숨기고 있는 것일지도 몰랐다.용강한이 말했다.“이번엔 예전과는 상황이 다릅니다.”소우연과 이육진이 동시에 용강한을 바라보았다.용강한이 말을 이었다.“이번 일은 그 작가와 관련이 있습니다. 그 여자가 이 세계를 바꾸고, 우리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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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83화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는 것, 그것이야말로 힘을 가진 그가 가장 자랑스러워할 만한 일이었다.용강한이 먼저 소우연의 손을 놓았지만, 소우연은 다시 그 손을 마주 잡았다.“감기 들지 않게 조심하거라. 너는 지금 엄연히 남국의 대왕이고, 지금이야말로 남국을 재건하는 중요한 시기이니 쓰러지면 안 된다!”용강한이 소우연을 바라보며 진심 어린 어조로 말했다.소우연이 웃으며 말했다.“요 몇 년 오라버니와 폐하에게 무예를 배우면서 저도 이제 예전처럼 몸이 약하지 않답니다. 그러니 저를 너무 얕보지 마세요.”이육진은 얼굴을 돌렸다. 그는 진심으로 용강한이 이 고난에서 벗어나기를 바랐지만, 용강한과 소우연이 다정하게 있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마음 한편이 시큰거리는 것을 참을 수 없었다.그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그저 고개를 돌리는 것뿐이었다.소우연은 이육진이 고개를 돌리는 것을 보고서야 용강한의 손을 놓으며 말했다.“오라버니 곁에 몇 사람 더 붙여야겠어요.”“됐다, 화랑이만으로도 충분하단다.”용강한이 잠시 말을 멈췄다가 다시 물었다.“그런데 화랑이가 나를 돌보게 되면, 폐하께선 불편하지 않으시겠습니까?”이육진이 말했다.“괜찮습니다. 궁에는 아직 형우가 있습니다. 그 자의 일가도 모두 구해냈으니 앞으로 궁에서 일하도록 배치할 생각입니다. 사람이 부족하지 않으니 걱정하지 마십시오.”이육진이 그렇게 말하는 것을 듣고서야 용강한이 고개를 끄덕였다.소우연이 고개를 돌려 이육진을 바라보며 물었다.“문형우의 가족도 모두 구해내셨어요?”“그래. 그와 부인 사이에서 낳은 아이도 아직 살아 있단다.”“정말 다행이에요.”“다만…”“왜 그러세요?”이육진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그가 쫓겨난 뒤, 그의 부인은 어쩔 수 없이 다른 남자와 짝지어져 아이를 하나 더 낳았더구나.”소우연이 입을 벌린 채,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자원해서 그런 건가요?”“아니.”소우연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문형우의 부인이 마치 가축처럼 사람에게 끌려가 짝지어졌다니!그것을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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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84화

지금의 상운국에도 여전히 눈에 보이지 않고 쉽게 헤아릴 수 없는 암묵적인 규칙이 숱하게 남아 있었다. 그런 것들을 하나하나 바로잡아 나가려면 앞으로도 시간이 필요했다. 오랜 시간을 들여 차근차근 바꾸어 나가야만 마침내 대다수의 사람들이 편안히 살아갈 수 있는 좋은 세상을 만들 수 있을 터였다.“연이 너라면 분명 훌륭한 군주가 될 게다.”이육진이 다정한 목소리로 말했다.용강한도 고개를 끄덕였다.“그래.”그 후 세 사람은 평상에 둘러앉아 차를 마시고 바둑을 두며 남국의 앞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한참이 지나 소우연이 입을 열었다.“저희도 이제 나이가 꽤 들었으니, 남국의 모든 일이 정리되면 이 자리를 진이에게 넘겨주는 게 어떨까요.”이육진과 용강한은 조금도 이상하게 여기지 않았다.세 사람은 이미 오래전부터 이 세상의 이치를 꿰뚫어 보고 있었다. 황제니 군주니 하는 자리는 그들에게 그다지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우리 나이에는 지금 이 순간을 소중히 여기는 게 가장 중요하죠.”소우연이 담담하게 말했다.이육진이 물었다.“그럼 언제 진이에게 말할 것이냐?”“서두를 필요는 없어요.”잠시 생각하던 소우연이 말을 이었다.“천이랑 다른 아이들도 이제 경성으로 돌아올 때가 되지 않았나요? 아무래도 윤이의 나이가 너무 어리잖아요. 짧은 기간이라면 괜찮겠지만, 오래 두었다가는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니까요.”이육진이 고개를 끄덕였다.용강한이 말했다.“그럼 아이들을 모두 집으로 불러 저녁을 함께 먹는 건 어떻겠느냐?”소우연은 용강한을 바라보았다. 지금 그의 몸 상태로는 외출하기도 어려우니, 이 방법밖에 없었다.“좋아요. 그때 제가 아이들에게 말할게요.”“그럴 필요 없다.”용강한이 누렁이를 향해 소리쳤다.“누렁아, 가서 황제 폐하와 천왕 전하를 비롯한 아이들을 데려오너라. 함께 저녁을 먹자고 하거라.”누렁이는 두어 번 킁킁거리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꼬리를 흔들며 밖으로 나갔다.“아이들이 알아들을 수 있을까요?”소우연이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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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85화

“외삼촌, 정말 괜찮으세요?”이진은 결국 그 말을 묻고 말았다.이천을 비롯한 아이들이 일제히 이진을 바라보았다. 보기에도 용강한의 상태가 영 좋아 보이지 않는데, 굳이 물어볼 필요가 있었나 싶었던 것이다.용강한은 아이들이 하나같이 긴장한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모습을 보고 웃었다.“난 괜찮단다. 너희가 생각하는 것만큼 심각하지 않아.”“저…”이진은 순간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이게 심각한 게 아니라면 대체 무엇이 심각하단 말인가?얼굴에는 핏기 하나 없었고, 몇 마디 말을 하는 것조차 상당한 기력을 소모하는 듯했다.이영이 말했다.“제가 나중에 사람을 시켜 숯과 화로를 좀 보내드릴게요.”“그럼 고맙구나, 영아.”“고마워하실 필요 없어요.”용강한은 고개를 끄덕였다.소우연이 말했다.“앞으로는 너희 모두 외삼촌 댁에서 식사하도록 하여라.”그러면서 이천을 바라보았다.“너희는 언제쯤 경성으로 돌아갈 생각이니?”이천이 대답하기도 전에 이진이 먼저 나섰다.“저는 돌아가지 않을 거예요. 이미 사람을 보내 아이들을 남국으로 데려오라고 했어요.”“언제 결정한 것이냐?”“소항이 영남을 떠나기 전에 익선이와 이미 이야기를 마쳤어요. 여기서 어마마마와 아버지, 그리고 외삼촌 곁을 지키기로 했거든요.”소우연이 물었다.“그럼 진우와 정연이는?”주익선 역시 부모를 그리워할 터였다.주익선이 대답했다.“두 분께 편지를 보냈어요. 아마 오실 거예요.”주익선이 무턱대고 자신하는 것은 아니었다.소우연과 이육진이 이곳에 있고, 자신들 역시 이곳에 있으며 아이들까지 이곳으로 오게 되었으니, 부모님도 결국 이곳으로 올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소우연은 빙그레 웃으며 이육진과 용강한을 바라보았다.“제가 뭐랬어요. 모든 일에는 다 징조가 있는 법이라니까요. 이것도 하늘의 뜻인 거예요.”“하늘의 뜻이라니…”이진을 비롯한 아이들은 영문을 몰라 서로를 바라보았다.그때까지 침울하게 가라앉아 있던 용강한의 눈빛이 문득 한순간 밝게 빛났다.“하늘의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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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86화

누렁이는 낑낑거리며 용강한을 향해 꼬리를 흔들었다. 금방이라도 입을 열어 말을 할 듯하더니, 그의 옷자락을 살짝 깨물었다.용강한은 두툼한 솜이불을 여미고 손가락을 꼽아 한동안 운수를 점쳐 보았다. 그러고는 창문을 열었다. 서늘한 바람이 방 안으로 밀려들자, 용강한은 추위에 몸을 한 차례 떨었다.밤하늘에는 수많은 별이 눈부시게 빛나고 있었다.용강한은 그 수많은 별 가운데 자신의 운명을 나타내는 별을 찾아보았다. 역시나 쇠미해져 가는 기색이 역력했다. 이미 기세가 기울 대로 기울어, 이제는 돌이킬 수 없을 정도였다.손가락을 꼽아 한참을 헤아린 끝에 소우연의 별을 찾아낸 용강한은, 그녀의 별에서도 역시 쇠미해지는 기운을 발견했다.“역시 이럴 줄 알았어! 참으로 하늘의 뜻이라니…”용강한은 다시 이육진의 별을 찾아보았다. 그 역시 소우연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세 사람 가운데 그의 별이 가장 약했다.그렇다면 가장 먼저 사라질 사람은 자신일 터였다. 그다음이 소우연, 그리고 마지막이 이육진이었다.다만 자신은 정말로 사라지는 것이었다.그 후 이육진의 어느 한 생에서 한 가닥 혼이 되거나, 한 조각 넋으로 남게 될 터였다.그저 작가가 지어낸 기억의 한 토막일 뿐이었다.반면 소우연과 이육진은 작가가 말한 대로 신선이 될 기회를 얻게 될 것이었다…“하하하…”용강한은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를 표정으로 이마를 짚었다.작가는 정말이지 끈질겼다.하지만 그는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다.어쩌면… 이 상황을 타개할 방법을 조금이나마 찾아낸 것 같았다.그 방법은 어쩔 수 없이 택해야 하는 선택이자, 자신에게 남은 유일한 기회였다.용강한은 가슴속에서 차오르는 흥분을 애써 억누르며 감정을 숨겼다. 그리고 한동안 별이 가득한 밤하늘을 똑바로 바라보다가 천천히 창문을 닫았다.누렁이가 멍멍멍, 크게 두 번 짖었다.용강한이 누렁이를 바라보았다. 입가에 옅은 미소를 띤 채 손을 뻗어 누렁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걱정하지 마라. 네가 워낙 영리하고 영험하니, 진이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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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87화

하지만 이 세상에서 가장 강한 사람은 바로 용강한이었다. 그런 그조차 방법이 없는데, 다른 사람들이라고 달리할 수 있을 리 없었다. 정말이지 그는 아무런 방법도 찾지 못했다.아마 최근 들어 너무 지쳤던 탓인지, 두 사람은 얼마 지나지 않아 차례로 잠이 들었다.꿈속에서 소우연은 또다시 장막처럼 펼쳐진 자막을 보았다. 자막은 마치 눈앞을 스쳐 지나가는 구름처럼, 그녀의 전생과 현생은 물론 지금까지 걸어온 모든 길을 낱낱이 보여주었다.하지만 지금의 일만큼은 달랐다.그녀가 본 것은 용강한이 점점 쇠약해지다가 끝내 의식마저 사라지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그 뒤를 이어 이육진의 의식이 깨어났다…“말도 안 돼, 말도 안 돼!”“이건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야!”“둘은 애초에 같은 사람이 아니라고!”소우연은 꿈속에서 미친 듯이 자막을 향해 손을 휘둘렀다. 하지만 아무리 자막을 뒤섞어 놓아도 잠시 흔들릴 뿐, 이내 다시 원래대로 돌아왔다.결과는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안 돼. 오라버니는 죽으면 안 돼. 오라버니를 죽게 내버려두어서는 안 돼. 절대로 안 돼!”소우연이 필사적으로 막아보았지만, 장막 위의 글자는 오히려 더욱 빠른 속도로 나타났다.한 글자 한 글자가 용강한이라는 존재를 지워버리려는 듯했다.“싫어! 난 네가 그렇게 하는 걸 절대로 용납하지 않을 거야!”“연아, 연아…”소우연은 화들짝 놀라며 그제야 꿈에서 깨어났다.이육진이 다급한 목소리로 물었다.“또 작가를 꿈에서 본 것이냐?”“아니요. 얼굴은 보이지 않았어요…”용강한조차 꿈을 조종할 수는 있어도 작가의 얼굴까지는 볼 수 없었다. 하물며 자신이라고 그 얼굴을 볼 수 있을 리 있겠는가.이육진은 소우연을 단숨에 품에 끌어안았다.“나도 그자를 한번 만나보고 싶구나. 대체 왜 그러는지…”만나면 또 무엇하겠는가?어차피 아무런 소용도 없을 텐데...“아직 이르니, 어서 다시 눈을 좀 붙이거라.”이육진이 그녀를 다독였다.소우연은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요.”소우연이 잠든 것을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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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88화

“안심하십시오.”용강한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창밖에 비친 달빛을 바라보며 말했다.“밤이 깊었으니, 이만 돌아가 쉬십시오.”“예.”이육진은 대답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그가 떠나는 모습은 한 줄기 바람처럼 순식간에 시야에서 사라졌다.용강한은 피식 웃더니 밖을 향해 불렀다.“화랑.”“예, 소인이 여기 있습니다.”화랑이 문밖에서 성큼 들어왔다. 그러나 이미 이육진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화랑이 서둘러 물었다.“방금 소 대인께서 다녀가신 겁니까?”“그래.”화랑은 고개를 끄덕인 뒤 방 안의 찻주전자와 찻잔을 정리하기 시작했다.“용 대인, 그럼 이만 쉬십시오. 무슨 일이든 필요하시면 언제든 저를 부르십시오.”말을 마친 화랑은 물러났다.*다음 날.소우연은 먼저 의정전에 들어가 회의에 참석했다. 경장명은 하룻밤 만에 남국의 여러 제도를 정리해 초안을 완성해 두었다.소우연은 그것을 가지고 돌아와 이육진에게 보여주었다.이육진은 내용을 살펴보며 웃었다.“흠잡을 데가 없군. 경장명, 이 사람 정말 대단한 인물이야. 역시 경씨 집안이 대대로 학문을 숭상해 온 명문가답군.”소우연이 말했다.“당연하죠. 아버지가 승상이잖아요. 게다가 조부와 외조부도 조정에서 대대로 인재를 배출한 집안이고요.”“명문가란 학문과 서적을 독점하기 마련이지요. 이런 점에서는 평범한 집안이 따라갈 수가 없지요. 경장명이 영남으로 좌천됐다고는 하지만, 용음진에 들어올 때 보십시오. 수레마다 책이 가득했잖습니까. 정말 놀라울 정도였지요. 그가 경성을 떠날 때는 그렇게 많은 책을 가지고 있지 않았잖아요.”“그럼 연아는 그가 영남에서 지낸 몇 년 동안 무엇을 하며 살았다고 생각하느냐?”소우연은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아마 경성의 경씨 가문에 있는 책은 이곳에도 전부 갖춰 두었을 거예요.”이육진이 피식 웃었다.“당연하지. 지식과 학문은 어느 집안에서든 가장 중요한 것이니까. 설령 그 자신이 이미 모든 것에 마음을 접었다 해도 경풍이 있잖아. 아들에게 앞으로 나아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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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89화

소우연은 그의 손에 들린 여지 한 바구니를 보고 조금 놀랐다. 앞서 령이에게 영남의 여지가 무척 달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었다.“저와 연희, 초운이가 함께 따온 것입니다. 이 과일은 여지라고 하는데, 아주 달답니다. 다만 박 의원께서 너무 많이 먹지만 않으면 된다고 하셨습니다. 많이 먹으면 열이 오른다고 하더군요.”이천은 그렇게 말하며 바구니를 침상 곁의 낮은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너희가 참 마음을 썼구나.”“저희가 아버지와 어머니 곁에서 효를 다하는 것 또한 저희의 바람입니다.”그 말을 하는 순간, 이천의 표정이 눈에 띄게 어두워졌다.소우연은 얼른 몸을 일으켜 이천의 손을 잡고 자리에 앉혔다.“왜 그러느냐? 어째 표정이 좋지 않구나.”이천은 잠시 망설였다.“저는…”그가 속상한 것은 사실이었다.이곳 영남에 오래 머물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국사를 빈틈없이 안배해 두었다 해도 이윤은 아직 여섯 살도 되지 않았다. 결국 그들은 언젠가 영남을 떠나 경성으로 돌아가야 했다.게다가 그들은 이미 알고 있었다.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외삼촌 일행은 앞으로 영남에 정착해 살아갈 것이라는 사실을 말이다.“응? 아직도 내게 숨기려는 것이냐?”소우연이 이천을 바라보며 물었다.이천은 희미하게 웃으며 고개를 숙였다.“그렇게 속상한 것은 아닙니다.”“경성에 무슨 일이라도 생긴 것이냐? 돌아가야 하는 것이냐?”“별일이 생긴 것은 아닙니다. 다만… 이제 돌아가야 할 때가 되었습니다.”소우연의 손이 멈칫했다.그녀 역시 이미 알고 있었다.이천과 아이들이 머지않아 경성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을…소우연은 이천의 손을 꼭 잡았다.“기회가 되면 경성으로 너희를 보러 가마. 아니면 너희도 기회가 될 때 아버지와 외삼촌, 그리고 나를 보러 오거라.”“반드시 찾아뵙겠습니다.”이천이 곧바로 대답했다.그가 슬픈 것은 단순히 경성으로 돌아가야 하기 때문만은 아니었다.돌이켜보면 그는 전반생을 장공 스님과 정 사부, 진호범 숙부를 따라 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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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90화

이천은 조금 의아한 듯 뒤를 돌아 소우연을 바라보았다.“어마마마?”소우연은 가슴이 먹먹해졌다.그녀는 이천에게 다가가 그의 손을 잡았다.“언제 떠날지는 정했느냐?”이천은 고개를 저었다.정하지 못한 것이 아니었다. 그들은 차마 떠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었다.부친, 그리고 모친과 조금이라도 더 함께 있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소우연은 깊이 숨을 들이마셨다.“그럼 며칠 더 머물다 떠나는 것은 어떻겠느냐?”이천은 눈가에 눈물이 맺힌 소우연을 바라보았다.그러자 알 것 같았다.부친과 모친 역시 자신들을 떠나보내기 아쉬운 것이다. 분명 그러할 터였다.이천은 고개를 끄덕였다.“네.”소우연은 이천의 손을 꼭 잡았다.막상 떠난다고 생각하니, 그녀 역시 그를 보내기가 아쉬웠다.그때 이육진도 자리에서 일어나 이천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이 녀석아, 한 번 응석을 부리더니 도리어 네 어미 마음만 여리게 만들어 속상하게 하는구나.”소우연은 말없이 이육진을 바라보았다.틀린 말은 아니었다.그녀 역시 마음 한구석에 미안한 마음이 있었다.이번 생의 이천은 너무나 고생이 많았다는 생각이 들었다.경성으로 돌아간 뒤에도 가족이 한자리에 모여 제대로 함께 지내지 못했으니 말이다.이육진은 이천을 품에 안았다가 이내 놓으며 말했다.“그럼 연이 말대로 며칠 더 머물다 경성으로 돌아가거라. 앞으로는 우리가 보고 싶거든 언제든 영남으로 찾아오너라.”“네, 소자가 알겠습니다. 소자가…”이천은 무언가 말하려다 입을 열지 못하고 머뭇거렸다.소우연은 이런 이천의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그러자 어릴 적부터 줄곧 타지에서 떠돌며 지내온 아이가 더욱 안쓰럽게 느껴졌다.“천아, 하고 싶은 말이 있느냐?”이천은 씁쓸하게 웃으며 말했다.“저는 진이가 부럽습니다. 진이와 익선이는 주 대장군과 정연 아주머니까지 영남으로 모셔 오지 않았습니까. 아마 한 달쯤 지나면 도착할 것입니다.”소우연이 부드럽게 말했다.“우리 천이는 워낙 훌륭하니 그만큼 짊어져야 할 것도 많은 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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