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난 이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Bab 2701 - Bab 2710

2753 Bab

제2701화

“용 대인께서는 정말 위독하게 앓고 계시지만, 태상황 폐하와 태후마마께서는 건강하시고 아무런 문제도 없으시잖아요. 그런데 어째서 두 분은 용 대인과 같은 처지가 되실 거라고 하시는 걸까요? 두 분은 어째서 스스로 용 대인처럼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나게 될 거라고 단정하시는 걸까요…”심연희는 거침없이 직설적으로 말했다.그녀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마치 날카로운 칼날처럼 이천의 가슴에 깊숙이 박혔다.“아, 죄송해요. 저는 그저 이해가 안 될 뿐이에요. 저, 저도 폐하와 태후마마가 걱정돼서 그런 거예요. 용 대인께서 저를 직접 가르쳐 주신 적은 없지만, 부군 덕분에 저도 용 대인을 깊이 존경하고 있어요. 그때 대인께서 주신 도화 비녀가 아니었다면, 저는 어쩌면 전생에서처럼 또다시 경장명과 서로 미워하며 살아가는 길을 걷게 되었을지도 몰라요.”이천은 손안에 쥐고 있던 그녀의 손을 살짝 힘주어 잡았다가, 이내 그녀를 품 안으로 끌어당기며 말했다.“괜찮다. 네가 한 말도 내가 짐작하고 있던 바다.”“태후마마와 태상황 폐하, 그리고 용 대인까지… 그분들에게는 전설처럼 남은 이야기가 너무 많아요.”심연희가 말끝을 흐리며 목이 메인 목소리로 말했다.“저는 부군이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아요.”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들어 이천을 바라보았다.그러자 그의 눈빛에서 오랜만에 짙은 수심이 묻어나는 것을 발견했다.“네 탓이 아니다. 그때 너는 아바마마와 어마마마, 그리고 외삼촌과 연락하기 위해 이미 도술을 대부분 소진하지 않았느냐. 그러니 네 자신을 탓해서는 안 된다.”이천은 웃지도 울지도 못할 듯한 표정으로 심연희의 손을 잡고 다시 걸음을 옮겼다.“그래. 나 자신을 탓하지 않으마.”그제야 심연희는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용부.소우연은 문과 창을 조금 열어 두고, 용강한의 침상에서 멀지 않은 곳에 놓인 화로에 숯을 더 넣었다. 그리고 얇은 이불을 품에 안은 채 곁에 놓인 평상으로 걸어갔다.그녀는 자리에 누운 뒤 용강한의 침상 쪽을 바라보며 물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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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02화

“멍, 멍!”누렁이가 소우연의 앞에 앉아 그녀를 향해 두 번 짖었다.소우연이 고개를 숙여 녀석을 바라보았다. “누렁아, 너도 강한 오라버니가 걱정되는 거지?”“멍, 멍.”소우연이 손을 뻗자, 누렁이는 머리를 그녀의 손길 아래로 바짝 가져다 대었다.부드러운 털을 다정하게 쓸어내리자, 답답했던 마음이 조금은 가벼워지는 듯했다.“누렁아, 강한 오라버니는 틀림없이 무사하겠지?”누렁이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의 주위를 두 바퀴 돌더니 끙끙거렸다. 제 말을 알아들은 것인지 아닌지 알 길이 없었다.사람 하나와 개 한 마리가 그렇게 뜰 안에 조용히 앉아 있었다.바로 그때, 누렁이가 지붕 처마 쪽을 향해 나지막하게 으르렁거리기 시작했다.경계하는 기색을 보니 무언가 기척을 감지한 모양이었다.다만 용강한이 방에서 잠들어 있었기에 차마 크게 짖지는 못했다.소우연은 정자 밖으로 걸어 나와 누렁이가 노려보는 곳을 향해 소리쳤다. “거기 누구냐?”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처마 위에서 한 사람이 펄쩍 뛰어내렸다.소우연은 순간 흠칫했으나, 모습을 드러낸 이가 이육진임을 확인하고는 기가 차서 허탈한 웃음을 흘렸다.“용부에 정문이 없기라도 한 것입니까?”이육진이 머리를 긁적였다. “깊은 밤이라 너희가 잠들었을지 알 수가 있어야 말이지.”“깊은 밤인 줄은 아시는 모양이군요?”소우연이 말하다 말고 의심 가득한 눈빛으로 그를 노려보았다. “설마… 몰래 저희를 감시하고 계셨던 겁니까?”“아니다, 아니야.”이육진은 손사래를 치며 부인하더니, 이내 정색하며 나지막이 말했다. “그저… 네가 걱정되어 왔을 뿐이다.”그의 말투에는 왠지 망설임이 묻어났다. 마치 말속에 뼈가 있거나, 차마 다 하지 못한 말이 남은 듯했다.소우연이 그를 유심히 바라보며 물었다. “제가 용부에 있는데 대체 무엇이 걱정되신다는 말씀입니까?”“내가…”이육진은 입을 다문 채 말을 잇지 못했다.누렁이는 이육진의 주위를 한 바퀴 빙 돌고는 두 사람에게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자리를 잡고 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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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03화

이육진은 소우연을 바라보며 계속 말해 보라는 듯 가만히 기다렸다.소우연이 나지막이 말을 이었다. “오라버니와 제가 전해 들었던, 작가가 저희를 보내려 하는 곳을 기억하십니까?”그 말에 사내의 얼굴빛이 어두워졌다. 이내 그 낯선 장소가 머릿속에 번뜩 떠올랐던 것이다.“… 영성 대륙!”“맞습니다. 오라버니가 버티지 못하고 이 세상을 떠나게 되면…”소우연은 차마 말을 다 잇지 못하고 목소리를 떨었다.곁에 엎드려 있던 누렁이도 소우연의 감정을 느꼈는지, 그녀의 발치로 다가와 살포시 고개를 가누었다. 누렁이는 끙끙거리는 소리를 내며 고개를 들어 소우연을 바라보았다. 말은 하지 못해도 그녀를 몹시 걱정하고 있음이 눈빛에 고스란히 묻어났다.이육진이 소우연에게 다가가 곁에 앉더니, 그녀를 품에 가만히 안아 올렸다.“만약 결국 용 대인이 나의 아련한 기억이자 흔적으로만 남게 된다면…”차마 말을 다 맺지 못하는 그의 표정에 만감이 교차했다. 마치 거역할 수 없는 운명을 받아들인 사람처럼 씁쓸한 모습이었다.소우연은 목이 메어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네가 용 대인은 용 대인이고, 나는 나라는 것을 기억해 주기만 한다면…”단지 기억하는 게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눈앞에는 이육진이 있겠지만, 용강한은 더 이상 볼 수 없을 텐데. 지금까지 함께 걸어온 두 사람이 어떻게 같은 사람일 수 있단 말인가. 하지만 저항조차 무의미하다면, 이육진이 한 말이 결국 그들이 받아들여야 할 현실이 되리라.그때 누렁이가 갑자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녀석은 소우연을 향해 두어 번 끙끙거리더니, 본채 쪽을 향해 사뿐히 걸어갔다.이육진이 귀를 기울여 조용히 소리를 들었다.“용 대인이 기침을 하는구나. 어서 가서 보거라.”“예.”용강한이 걱정된 소우연은 곧바로 본채로 걸음을 옮겼다. 이육진은 그 자리에 가만히 앉아 있었다. 허공을 향해 뻗었던 그의 손이 멍하니 멈춰 섰다. 마치 무언가를 잡으려 하지만 결코 잡을 수 없는 것처럼.그는 씁쓸한 웃음을 지어 보이고는 용부를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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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04화

“저도 그렇게 된다고요?”소우연이 미간을 찌푸렸다. 하지만 질문을 던져 놓고는 이내 스스로도 괜한 호들갑을 떨었다 생각했다.그 작가라는 자가 그들을 보내려는 곳이 어디던가. 결국 영성 대륙이 아니었던가. 죽음을 맞지 않는다면 대체 어떻게 영성 대륙으로 넘어갈 수 있겠는가.소우연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침상 가에 앉아 용강한의 품에 가만히 기대었다.“무서워하지 말거라.” 용강한이 달래듯 소우연의 등줄기를 가만가만 다독였다.“무섭지 않습니다. 어차피 이미 한 번 죽어 보기도 했는걸요.”그러자 용강한이 황급히 손을 올려 그녀의 입을 막아섰다. “너는 죽지 않는다. 영원히 건강하게 살아갈 것이다.”작가는 소우연을 유독 편애하고 있었다. 단지 그 편애의 방식을, 그가 차마 온전히 이해할 수 없을 뿐이었다.소우연은 그녀의 입을 막은 그의 손을 끌어내려 살포시 입을 맞춘 뒤,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며 배시시 웃어 보였다.“네, 저 안 죽어요. 오라버니도 안 죽고, 저희 둘 다 절대 안 죽을 거예요!”“그래, 우리 모두… 안 죽는다.”용강한이 나지막이 말을 마친 바로 그 순간, 소우연의 눈가에서 눈물 한 줄기가 툭 떨어져 내렸다. 목소리마저 파르르 떨려 나왔다.용강한은 순간 당황하여 급히 물었다. “연아…”소우연이 목이 메어 중얼거렸다. “그저 지금까지 와서도, 우리가 여전히 이렇게 많은 시련을 겪어야 한다는 게 가슴 아파서 그렇습니다.”이 시련들을 다 치르고 나면 먼 훗날 평온을 얻을 수만 있다면 참 좋을 텐데.용강한이 그녀를 가슴 깊이 안아 주려던 순간, 소우연이 콜록거리며 가볍게 기침을 해 대었다. 그는 깜짝 놀라 황급히 그녀를 밀어내려 했다.하지만 소우연은 오히려 그를 놓칠세라 꽉 끌어안은 채 밀려나지 않았다.“오라버니, 밀어내지 마세요.” 붉어진 눈시울로 그녀가 나지막이 애원했다.“하지만 내 온몸이 서리처럼 차가운데, 이렇게 붙어 있다간 네가 병에 걸리고 말 것이다.”“싫습니다!” 그녀가 고집스레 떼를 썼다.“연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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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05화

소우연은 잠시 입을 굳게 다물었다.“오라버니는 어찌 점점 이리 부끄럼도 모르시는 건가요?”“왜냐하면 내가 깨달은 게 있거든.”“무엇을 깨달으셨는데요?”용강한이 미소 지으며 말했다. “떼를 쓰고 울며 요구할 줄 아는 사람이야말로 원하는 걸 먼저 얻는 법이라는 걸.”소우연이 입술을 오므렸다.“정, 정말 그런가요?”“그래. 저잣거리에서도 우는 아이 젖 먼저 준다는 말이 있지 않더냐.”이토록 세속적인 속담까지 용강한이 알고 있을 줄이야. 소우연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그의 가슴에 기댔다. 두 사람 모두 살아 있다는 것, 그것이야말로 그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었다!그녀는 용강한을 바라보며 진지하게 말했다. “좋습니다, 알겠어요.”그때가 오면, 그들 모두를 동시에 만날 수 있기를...세월은 흐르고 흘러, 어느덧 짙은 가을로 접어들었다.요며칠 소우연은 국정을 돌보는 시간 외에는 아이들과 함께 소소한 일상을 보내는 데 집중했다. 반면 용강한은 이제 방 밖으로조차 나오지 않았다. 무더운 날씨임에도 두꺼운 옷을 겹겹이 걸친 채, 하루 종일 기력 없는 모습이었다.그녀는 황위에 오른 뒤 따로 황부를 봉하지 않았다. 이영의 배가 제법 부풀어 오르자, 그들이 경성으로 돌아갈 채비도 본격적인 안건으로 올라왔다.어느 날 저녁 식사를 마친 후. 소우연은 이영의 손을 따스하게 감싸며 물었다. “아이 이름은 지었느냐?”이영이 고개를 끄덕였다. “생각해 둔 건 몇 개 있는데, 아직 확정하진 못했습니다.”이육진이 곁에서 거들었다. “어떤 이름들이냐? 말해보거라, 우리도 함께 보아주마.”“'이시현', '이명현' 두 이름 중 고민하고 있습니다. 현이의 이름과 항렬이 맞으니 마치 친형제 같지 않습니까.” 이영이 생긋 웃으며 말했다.“둘 다 참 좋은 이름이구나. 그중 하나로 정해 보렴.”하나로 정하라니? 이영의 마음속에 문득 묘한 위화감이 스쳐 지나갔다. 어마마마께서 복중 아이의 이름을 지나치게 서두르시는 듯했다. 얼마 전에는 '담이'라는 아명을 지어주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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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06화

며칠 전, 소우연이 박 의원에게 맥을 짚어 달라고 했었다. 박 의원 역시 그녀의 몸 상태가 예전만 못하다고 했다.다만 그 사실만큼은 아직 아이들에게 말하지 않았을 뿐이었다.이영은 잠시 멈칫하다가 옆에 있는 이천을 바라보았다.“오라버니, 윤이는 아직 어리지 않습니까. 저희가 영남에 온 지도 벌써 두 달이 넘었는데, 윤이가 몇 번이나 서신을 보내 돌아오라고 재촉했다면서요? 저희가 더 늦게 돌아가면 윤이 혼자 감당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그러고 보니 어린 이윤조차 이육진과 소우연 그리고 용강한에게 안부를 묻는 서신을 보내올 줄 알았다.“어마마마?”이영은 어마마마가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신지 알 수 없었다.다만 어마마마가 자신들이 떠나는 것을 몹시 아쉬워한다는 것만은 느낄 수 있었다.게다가 아바마마와 외삼촌도 이번에는 아무 말씀도 하지 않았다. 마치 자신들이 이곳에 조금 더 머물기를 바라는 듯했다.이진이 말했다.“천하가 태평하고, 상운국의 근간을 뒤흔들 사람도 더는 없습니다. 오라버니, 언니. 그러니 조금 더 머물다 가는 게 어떻겠습니까?”이영은 이천을 바라보았다.“그럼…”이천은 주위를 한 바퀴 둘러보았다.최근 아바마마와 어마마마, 그리고 용강한의 명성이 모두 쇠미해지는 기색을 보이고 있었다. 그 때문에 이천은 속이 타들어 갈 지경이었다. 사실 그 역시 상운국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전혀 없었다.“그럼 좀 더 머물자. 장인어른과 장모님께서도 분명 윤이를 도와주실 테니.”이천이 말했다.“정말 잘됐어요!”이진은 이영을 와락 끌어안았다.“언니, 우리 조금 더 놀다 갈 수 있겠네요!”이영도 희미하게 미소를 지었지만, 마음 한구석은 몹시 아팠다.임신해서 더욱 예민해진 탓인지 모르겠다.왠지 어마마마와 아바마마, 그리고 외삼촌이 자신들과 오라버니에게 무언가를 숨기고 있는 것만 같았다.소우연은 그 말을 듣고 무척 기뻐했다.그녀는 용강한을 바라보며 말했다.“오라버니, 도문에서는 못하는 일이 없다면서요. 그림도 제법 잘 그리시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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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07화

진우가 빙긋 웃었다.“그럼 제가 손주들 연 날리는 걸 도와주겠습니다.”이육진이 말했다.“나도 같이 가마.”“좋습니다.”이육진은 소우연을 바라보았다.“금방 다녀오마.”소우연이 말했다.“아이들이 실컷 놀았거든 데리고 돌아오세요. 저와 오라버니도 아이들과 함께 놀고 싶으니까요.”“걱정 말거라.”곧 이육진과 진우는 두 손녀의 연 날리는 것을 도와주러 갔다.이진과 심연희도 소우연과 용강한에게 인사를 올린 뒤 아이들을 따라갔다.이천과 심초운은 두 어린 손녀를 바라보며, 마음속으로는 이윤과 경단이 남매를 떠올렸다.이영이 말했다.“시현이가 태어나고 나면 언니가 셋에 오라버니까지 하나 있으니, 정말 행복하겠어요.”그녀는 이진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예전의 진이처럼요. 저와 오라버니가 곁에서 아껴 줬으니까요.”이천이 말했다.“그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윤이와 경단이, 소유와 소록이도 분명 막내인 담이를 아주 예뻐할 테니까.”심초운은 말없이 이영의 손을 꼭 잡았다.아이들은 모두 이육진과 진우가 소유와 소록과 함께 연을 날리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그리고 소우연은 아이들을 바라보고 있었다.용강한이 가볍게 기침하자, 소우연은 좀처럼 거두지 못하던 아쉬운 시선을 거두었다.그녀는 용강한을 바라보며 물었다.“바람이 너무 세서 추우신 거예요?”“아니다.”그저 자신의 명이 다해가고 있을 뿐이었다.죽음을 앞둔 사람처럼 쇠약해진 이 모습이야말로 머지않아 세상을 떠날 자신의 모습과 닮아 있었다.정연이 말했다.“바람이 제법 세게 부네요. 이왕이면 방 안으로 들어가시는 게 좋겠습니다. 안에서도 아이들이 노는 모습이 보일 테니까요.”“그래, 그게 좋겠구나..”소우연은 정연과 함께 용강한을 부축해 곁채 안으로 들어갔다.경문은 누렁이에게 배불리 먹인 뒤, 자신도 서둘러 몇 술 뜨고 돌아왔다. 마당이 한창 떠들썩한 것을 보고 있다가 고개를 돌려 보니, 용 대인과 태후마마, 그리고 정연이 모두 곁채에 들어가 있었다.경문은 서둘러 부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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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08화

밤이 깊어 갈수록 달빛은 더욱 밝아졌다.소유와 소록은 온몸이 땀에 젖도록 신나게 놀다가 소우연과 정연의 품으로 달려들었다.두 아이는 할머니에게 안아 달라며 애교를 부리더니, 말랑말랑한 몸을 품에 꼭 파고들었다.소우연과 정연은 번갈아 두 아이를 안아 주었다. 그러는 사이 어느새 밤은 더욱 깊어졌다.“소유야, 소록아. 이제 늦었으니 어서 쉬어야지.”소우연은 아이들을 데리러 다가오는 이진을 얼른 손짓으로 막았다. 그리고 이진을 바라보며 입 모양으로 말했다.‘둘 다 벌써 졸린 듯 하구나.’이진은 어쩔 수 없다는 듯 어깨를 으쓱하고는 옆에서 기다렸다.얼마 지나지 않아 두 아이는 정말로 소우연과 정연의 품에서 잠이 들었다.“그럼 저희는 먼저 돌아가겠습니다.”이진은 말하며 소우연의 품에서 소록이를 받아 안으려 했다. 하지만 미처 자세를 잡기도 전에 주익선이 소록이를 받아 들었다.소우연은 소록의 작은 뺨을 살며시 쓰다듬은 뒤, 정연의 품에 안긴 소유를 바라보았다.“그래.”이천과 이영, 심연희와 심초운도 함께 작별을 고했다.모두가 떠나고 나자 소우연과 이육진, 용강한 세 사람만이 남아 서로의 얼굴을 마주 보았다.하고 싶은 말은 많았다.그러나 아무것도 입 밖으로 꺼낼 수 없었다.결국 세 사람은 바둑판을 가져와 바둑을 두며 한담을 나눌 수밖에 없었다.*이영과 이천, 이진 일행은 용부를 나선 뒤 두 아이를 진우와 정연에게 맡기기로 하였다.그리고 남매끼리 별채에 모여 잠시 이야기를 나누었다.“오라버니, 아무래도 이상해요.”이영은 배 위에 손을 얹은 채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영남에서 상운국까지 거리가 멀기는 하지만, 우리 모두 무공을 익혔으니 적어도 일 년에 한두 번은 만날 수 있잖아요. 그런데 어마마마와 아바마마, 그리고 외삼촌까지… 정말 이상해요.”“그래. 어마마마께서도 초상화를 그리자고 하셨지.”“아바마마와 외삼촌께서는 아무 말씀도 하지 않으셨는데, 어마마마께서 말씀하시는 대로 묵묵히 따르기만 하셨고요.”“오라버니, 외삼촌과 아바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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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09화

어쩌면 모두가 알고 있었을 것이다.다만 누구도 감히 인정하지 못했을 뿐이다.“이제 다들 그만 쉬도록 하자. 내일은 초상화도 그려야 하니, 모두 최상의 상태를 유지해야지. 아무래도 외삼촌의 그림 실력이 워낙 뛰어나고 실제와 똑같으니까.”이천이 말했다.사람들은 서로의 얼굴을 마주 보았다.그러다 이내 하나둘 자리를 떴다.이천과 심연희는 가장 마지막까지 남았다.두 사람은 달빛 아래 손을 맞잡은 채, 이천의 처소가 있는 뒤뜰로 이어지는 돌길을 천천히 걸었다.“부군, 용 대인께서도 정말 더는 붙잡아 둘 방법이 없는 걸까요?”심연희가 고개를 돌려 이천을 바라보았다.평소에도 무뚝뚝한 이천의 얼굴이 오늘따라 더욱 차갑게 굳어 보였다.이천이 걸음을 멈췄다.그는 곁에 선 심연희를 내려다보며 그녀의 손을 꼭 잡았다.“어떻게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그래서 영이와 진이에게도 말하지 않았다.심연희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저도 알아요. 폐하와 월왕 전하도 분명 알고 있을 거예요.”그랬다.모두 알고 있었다.하지만 이제는 누구도 그 이야기를 입 밖에 내지 않았다.이천은 미간을 깊게 찌푸렸다.가슴 한구석이 자꾸만 저려 왔다.심연희는 이천의 손을 놓더니 그대로 그를 끌어안았다.생로병사는 사람이 살아가며 겪는 자연스러운 이치였다.하지만 용 대인처럼 좋은 사람이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나게 된다면…생각만 해도 가슴이 미어졌다.이천은 품에 안긴 심연희를 더욱 힘껏 끌어안았다.어쩌면 이것이 하늘이 내린 벌인지도 몰랐다.그가 하늘의 뜻을 거슬러 운명을 바꾸었기에 소우연이 다시 살아날 수 있었고, 이육진 또한 하늘의 운명을 거슬러 한 나라의 군주가 될 수 있었으니…*한편.이영과 심초운 역시 처소로 돌아왔다.심초운은 이영의 세수를 도와주며 그녀를 달랬다.“태후마마 말씀대로 하는 게 좋겠습니다. 여기 남아서 그분들을 지켜드리는 것이죠. 어차피 황제의 자리는 윤이가 지키고 있으니, 큰일이 생기지는 않을 겁니다.”그랬다.이영은 애초에 황제의 자리를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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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10화

“아바마마.”이육진이 관저로 돌아왔을 때였다.아직 본채에 들어서기도 전, 이천이 그를 불러 세웠다.이육진이 고개를 돌리자, 뜰 안 정자에 이천이 서 있는 모습이 보였다.짙은 현색의 옷자락은 어느새 짙은 밤빛과 하나로 어우러져 있었다.밤바람에 이천의 머리카락이 가볍게 흩날렸다.이천은 이육진을 향해 천천히 걸어왔다.이육진은 그 자리에 선 채 아들을 바라보았다.가슴 한구석이 저릿하게 아파 왔다.연이의 말대로였다.돌이켜보면 그들은 이천과 제대로 함께해 준 적이 없는 것 같았다.이천뿐만이 아니었다. 영이와 진이에게도 마찬가지였다.자신이 아이들과 함께한 시간은 용강한보다도 적었다.그 시절 그의 마음은 온통 국사와 그녀에게 쏠려 있었다.아이들에게 더 많은 시간을 내어줄 여유가 없었던 것이다.“아바마마, 아들이 문안드립니다.”이육진은 순간 눈시울이 시큰해졌다.이천이 가까이 다가오자, 그는 아들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들어가서 이야기하자.”이천이 고개를 끄덕였다.방금 전 아바마마의 표정이 조금 슬퍼 보였던 것은 자신의 착각일까?이천은 지금까지 아바마마에게서 그런 표정을 본 적이 없었다.그렇게 부자는 함께 본채 안으로 들어갔다.촛대에 하나둘 불이 밝혀지고, 두 사람은 한쪽 평상에 나란히 앉았다.“이렇게 늦은 시간까지 어찌 쉬지 않고 있었느냐?”이육진이 찻주전자를 바라보았다.안에는 아침에 우려둔 차가 그대로 남아 있었다.이제는 마실 수조차 없을 만큼 식어 있었다.이천이 얼른 말했다.“아바마마, 저는 목마르지 않습니다.”이육진이 웃으며 말했다.“그래.”그는 이천의 얼굴을 찬찬히 바라보았다.그러자 아들을 향한 미안한 마음이 더욱 커졌다.이천의 모습은 연이를 더욱 빼닮아 있었다.세 남매 중에서도 그녀를 가장 많이 닮은 것은 이천이었다.반면 영이는 자신을 닮았고, 진이 역시 자신을 더 많이 닮았지만 연이를 닮은 부분도 있었다.세 아이 모두 하나같이 더없이 소중하고 사랑스러운 아이들이었다.“천아, 일부러 나를 기다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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