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차 안에서 용강한은 살며시 눈을 감고 있었다. 머릿속에는 여전히 방금 전 경부 대문 앞에서 마주친 여인의 모습이 맴돌고 있었다.그 여인의 기질은 분명히 이상했다.열일곱 살답게 천진하고 수줍어야 할 나이였지만, 그녀는 그렇지 않았다.자신을 보았을 때 두려워하는 기색이 엿보였고, 그 눈빛은 열일곱 살 소녀가 가질 법한 순수한 눈빛이 아니었다.그때 마부가 조심스레 물었다.“대인, 그럼 저희 임 장군 댁으로 가시겠습니까?”오늘 용강한은 그저 마을에 인사만 하러 간다고 했었다.그래서 이 거리의 여러 대가들을 모두 방문했었다.용강한이 짧게 '음' 하고 대답했다.“가자.”“예, 출발하겠습니다.”경문이 마차를 몰아 표기대장군부로 향했다.임세안은 집에 막 도착한 참이었다. 관가에서 사람이 찾아와 용강한이 방문했다고 알렸다.용강한이 직접 자신의 저택을 찾다니, 그야말로 가문의 영광이었다.두 사람이 막 자리에 앉자, 용강한이 먼저 입을 열었다.“임 장군님, 점괘를 봐드리고 싶은데, 괜찮겠습니까?”“……”“저는 아무에게나 점을 쳐드리진 않습니다.”물론 이육진과 소우연은 예외였지만.“그야 당연히 좋죠.”임세안은 순간 당황했다. 용강한이 자신에게 점을 쳐주려고 온 것인가?그러나 그는 조심스럽게 덧붙였다.“다만, 괜찮으시겠습니까?”진우와 진규에게서 황제, 황후, 그리고 용강한 사이의 복잡한 사정을 여러 번 들은 터였다.용강한이 지금 점괘를 치다간 쉽게 반사를 당할 수 있는 위험한 상황일 터였다.그러자 용강한이 그의 마음을 꿰뚫어보듯 직설적으로 말했다.“장군 정도의 운명으로는 저에게 반사를 가할 수준이 아닙니다.”임세안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쉬고, 하인에게 차를 올리라 명했다.“그렇다면 부탁드리겠습니다.”“혹, 제 인연을 봐주실 수 있겠습니까.”“인연이라…”용강한이 잠시 중얼거리더니, 하인이 올린 차는 마시지 않고 찻잔 뚜껑을 열어 차탁 위에 ‘인’ 자를 손가락으로 그렸다.그리고는 손가락으로 쉼 없이 계산을 시작했다.한참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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