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몸을 숙이며 다가오자, 정연은 자연스럽게 그의 목을 감싸안았다. 부끄러움 속에서도 태연하게 입을 열었다.“너무 서두르지 마세요.”"그래, 알겠다. 이 일은 예전에 한번 의논해본 적이 있어.”“누구랑요?”진우가 헛기침을 하며 얼버무렸다.“첫날밤에 남 얘기는 하지 말자구나.”정연은 잠깐 생각하다가, 그가 말한 '우리'가 아마 위진규나 임세안일 것이라 짐작했다.입술이 맞닿는 순간, 정연은 머릿속이 새하얘지며 어지러운 감각이 온몸을 휘감았다.그런 본능은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순간적으로 타올랐다. 스스로도 모르게 모든 것이 자연스레 알게 되는 듯했다.대장군부.위진규가 신방으로 들어간 뒤, 먼저 후희진과 합근례를 올렸다.후희진이 솔직하게 입을 열었다.“너무 긴장돼서요. 술을 좀 더 마시고 싶어요.”“저도 그러합니다.”두 사람은 술잔을 주고받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그만 진규는 제법 취하고 말았다.후희진이 물었다.“앞으로 조 장군은 사막으로 돌아갈 텐데, 저는 경성에 남으니 모든 것을 장군께 의지해야겠어요.”“물론입니다. 제가 반드시, 반드시 공주마마를 지켜줄 것입니다.”“좋아요. 한 잔 더 하죠.”연거푸 몇 잔을 더 마신 끝에, 위진규는 탁자에 엎드려 더는 마시지 못하게 되었다.후희진은 몇 차례 그를 불러보았으나 아무런 반응이 없자, 이내 신방 안을 살피기 시작했다. 그리고 불필요한 사람들은 모두 마당 밖으로 물러나게 했다.그녀는 대례복을 챙겨 위진규의 서재로 들어갔다.이곳저곳을 뒤지다가 마침내 꿈에도 그리던 군사지도를 찾아냈다.그러나 몸을 돌리는 순간, 위진규의 핏빛 같은 시선과 마주쳤다.“공주마마, 사막과의 화친이라는 것이 결국 허울뿐이었군요.”남자의 목소리는 부드럽지만 싸늘하기 그지없었다.후희진은 놀라 얼굴이 그만 새하얗게 질렸다.“조 장군은 내일 사막으로 돌아가겠지만, 유감스럽게도 공주마마가 보내려던 군사지도는 받지 못하시겠군요.”후희진은 말문이 막혀 더듬거렸다.“저, 저는…”“군사지도를 내려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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