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난 이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Chapter 761 - Chapter 7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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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1화

임세안이 가면을 쓰고 있었지만 경안향은 단번에 그를 알아보았다. 하지만 그녀는 시종일관 아무것도 모른다는 표정을 지으며 그를 쳐다보았다.“낭자, 내가 바로 임세안이오.”임세안이 가면을 벗으려고 하던 그때, 경안향이 허리를 숙여 그에게 인사를 올렸다.“장군님께 인사를 올립니다.”그리고는 혜아의 손을 덥석 잡더니 급하게 도망치려는 행동을 보였다.이에 임세안은 재빨리 쫓아갔다.“낭자, 왜 도망치는 것이오?”“전… 전…”“나와 혼인하기 싫어서 그러는 것이오?”임세안의 물음에 경안향은 고개를 연신 저었다.“그런 게 아닙니다. 하지만 전…”임세안은 경안향이 무엇을 걱정하고 있는지 잘 알고 있었다. 그는 그녀에게 천천히 다가갔다.“오해하지 마시오. 난 조금 전에 이곳을 지나가다가 우연히 두 사람의 말을 듣게 되었소. 어제 낭자를 구해준 은인에게 보답하고 싶어서 나와 혼인하기 싫은 것이오?”경안향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가여운 눈빛으로 임세안을 힐끔 바라보고는 부끄러운 듯 바로 고개를 푹 숙였다.“죄송합니다, 장군님.”임세안은 조심스럽고 겁이 많은 소녀를 보며 피식 웃었다.“그럼 어제 낭자를 구해준 은인과는 혼인할 마음이 있소?”임세안의 물음에 경안향이 조금 전과 똑같이 아무것도 모른다는 어리벙벙한 표정을 짓던 그때, 혜아가 갑자기 손으로 입을 가린 채 경악을 금치 못했다.“장군님, 설마 장군님께서…”피식 웃던 임세안은 이내 가면을 벗었다.“내가 바로 어제 호숫가에서 낭자를 구해준 사람이오.”“장군님이셨을 줄은 몰랐습니다!”잔뜩 흥분한 표정으로 말을 하던 혜아가 예절마저 잊은 채 다급하게 말했다.“그 은인이 장군님이시라면 혹, 혹시 저희 아씨를 불쌍히 여겨 저희 아씨와 혼인해줄 수 있으시겠습니까?”“혜아야!”호통을 치던 경안향은 고개를 돌려 임세안을 바라보았다.“저를 구해준 은인이 장군님이셨군요! 전혀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하지만 오늘 이 자리에 명문 가문 아가씨들이 많이 모이셨습니다. 장군님께서는 더욱 훌륭하고 현명한 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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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2화

“그럼 장군님께 이 춤을 바치겠습니다. 어제 제 목숨을 구해준 은혜에 조금이나마 보답을 드리는 겁니다.”환하게 웃으며 말을 하던 경안향은 자리에서 일어나 혜아를 데리고 정원으로 향했다.“흠!”목청을 가다듬는 소리에 고개를 돌린 임세안은 진우와 진규 두 사람을 보게 되었다. 그들의 표정은 그야말로 흥미진진했다.“언제부터 거기 있었소?”임세안이 웃으면서 말하자 진규가 대꾸했다.“한참 전부터 있었소. 임 장군이 마음에 품고 있는 여인은 역시 예사롭지 않은 미인일세!”임세안은 그저 피식 웃었다. 그는 그저 경안향에 대해 책임을 지고 싶었을 뿐이다. 더군다나 조정에서 어사대부 경성세 대감과 매일 마주보는데 나 몰라라 했다가 나중에 정말 경안향에게 무슨 변고라도 생기면 마음이 너무 불편할 것 같았다.“진규 장군은 혼자 오셨소? 곁에 아무도 없으면 공주가 많이 심심해하지 않겠소?”임세안의 말에 진규가 어딘가를 가리키며 대답했다.“공주도 함께 왔소.”고개를 돌린 임세안은 황후 아래쪽에 앉아있던 후희진을 보게 되었다.이때, 가야금소리가 들려왔고 진우가 말했다.“아가씨들의 장기 자랑이 시작된 것 같습니다. 오늘의 주인공인 우리 임 장군님께서도 보러 가셔야지요.”손을 내두르던 임세안은 두 사람과 함께 정원으로 향했다.솔직히 임세안은 이런 상황이 너무 어색하고 부끄러웠다.황후는 애초부터 아령을 유인해낼 목적으로 임세안을 위한 이런 자리를 마련한 것이다.하지만 아무런 상황도 벌어지지 않았고 아령도 나타나지 않았다.다들 아령이 살아있다는 건 확신하지만 그녀가 경성으로 돌아왔는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임세안과 진우 그리고 진규는 정자로 향했다. 정원 속에는 경성에서 내로라하는 명문 가문의 도련님들과 아가씨들로 꽉 차 있었다.사명감을 안고 왔든 스스로 원해서 왔든 이곳에 모인 소녀들은 너도나도 임세안의 눈에 띄고 싶었다.예로부터 미인은 영웅과 제일 잘 어울리는 한 쌍이니까.때문에 소녀들은 너도나도 자신 있는 장기를 뽐내기 바빴다. 시를 쓰는 소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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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3화

소녀들은 황후한테 이렇듯 애틋하고 다정한 황제가 아끼는 임세안과 진규 그리고 진우까지 황제와 같은 성품을 지닌 남자일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했다.그녀들은 한데 모여 수군거리기 바빴다.“전하께서 마마한테 너무 다정하시잖아. 너무 부럽다.”“전하께서는 평생 황후마마 한 사람만 사랑할 거라고 얘기하셨어. 지금까지도 후궁에는 황후마마 한 분밖에 없잖아. 이런 게 진정한 사랑이지.”“맞아! 평생 한 사람만 사랑한다는 건 너무 낭만적인 일이잖아! 나도 전하와 마마처럼 저렇게 행복하게 살고 싶어!”소녀들은 다들 부럽다고 난리였다.한편, 남자들도 황제와 황후의 사랑을 높이 평가했지만 그들에게 첩을 들이지 않을 수 있는지 물었을 때 다들 망설이는 눈치였다.당안은 이내 내시와 궁녀들을 시켜 먹음직스러운 음식들을 내왔다.그렇게 4시간 지속된 연회도 끝이 보이기 시작했다. 맨 마지막에 소우연은 오늘 연회에 참석한 사람들에게 기념 선물을 챙겨주었다.다음날.임세안과 어사대부 경씨 가문의 딸 경안향의 혼인 소식은 경성 전체에 널리 퍼졌고 소우연도 이영을 데리고 궁으로 돌아왔다.이육진은 진규와 임세안 그리고 진우에게 혼사를 하사했다.이내 흠천감의 정중은 좋은 날짜를 제시했고 세 사람의 혼인 날짜는 최종적으로 2주 뒤인 8월22일로 정해졌다.이에 임세안과 진규 그리고 진우는 들뜬 마음을 숨길 수가 없었다.한편, 정연도 너무 설렜지만 이와 동시에 불안하기도 했다.그녀는 능력이 뛰어나고 믿을 만한 궁녀 두 명을 뽑았다. 한 명은 송이, 다른 한 명의 이름은 함향이다.둘 중 어떤 궁녀가 소우연의 예쁨을 더 많이 받을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정연아, 이것 좀 확인해 보거라. 혹시 네 마음에 들지 않는 건 없느냐?”정연을 부른 소우연은 정연에게 예물이 잔뜩 적힌 종이 한 장을 건넸다. 정연은 빼곡하게 적은 종이를 보며 마음이 복잡미묘했다.공주가 시집갈 때도 이렇게까지 많은 예물을 준비해주지 않을 텐데…“마마, 예물이 너무 많은 것 아닙니까?”“예물을 많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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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4화

“용 대감께서 무슨 일로 저를 찾아오셨습니까?”소우연의 물음에 용강한이 자리에서 일어서려고 하자 소우연은 얼른 제지했다.“편하게 앉아서 얘기하세요.”“네, 마마.”다시 자리에 앉은 용강한이 말을 이어갔다.“제가 오늘 이렇게 찾아온 건 전에 봤던 낯익은 별자리가 다시 경성에 나타났기 때문입니다.”“네?”소우연은 고개를 갸우뚱거리다가 이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용강한을 쳐다보며 말했다.“그런데 왜 또 점괘를 보십니까? 이제 겨우 몸상태가 나아지고 있는데 계속 그렇게 혹사하시면 안 됩니다. 저 진짜 화낼 겁니다.”이에 용강한이 웃으며 대답했다.“마마께서 걱정해주시니 기분이 참 좋습니다. 전 단지 야밤에 나타나는 별자리를 확인해보았을 뿐입니다. 하늘의 뜻을 훔쳐보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니 천벌도 받지 않을 겁니다.”소우연은 그제야 마음이 조금 놓였다.“정말입니까? 저한테 거짓말 할 생각하지 마십시오. 절대 용서하지 않을 겁니다.”“저를 살리기 위해 마마와 전하께서 어떤 희생을 하셨는지 잘 알고 있습니다. 전 이제 제 목숨을 무엇보다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용강한의 말에 소우연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그런데 낯익은 별자리라는 건 무슨 말일까?“낯익은 별자리라는 게 누구의 것입니까?”“제가 전에 봤던 별자리는 이민수나 소우희 그리고 아령의 것밖에 없습니다. 이민수와 소우희 두 사람의 별자리는 오래 전에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하지만 유독 아령의 별자리는 몇 년 동안 제 눈에 보이지 않다가 다시 이곳 상운국, 그리고 제 시야 안에 들어왔습니다.”“그럴 수가…”소우연은 의자 손잡이를 꽉 잡았다. 어쩐지 요즘 계속 마음이 불안하고 초조했는데 역시 그녀의 예감은 틀리지 않았던 것이다.“아령 그자가 확실한 것 같습니다.”용강한이 고개를 살짝 숙인 채 말했다.“의지가 참 대단하네요. 감히 이곳에 돌아올 생각까지 하고. 그자는 도대체 뭐 하려는 수작일까요?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도망쳤고 분명 마음 편하게 살 수 있을 텐데 도대체 왜 이러는지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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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5화

”아무도 없는데 그렇게 예를 차리지 않으셔도 됩니다.”소우연은 얼른 용강한에게 앉으라고 했다.용강한이 손에 든 작은 나무 상자를 살펴보자 소우연이 말했다.“한번 열어보십시오.”“네.”상자를 열어보니 안에는 동그란 철구로 되어 있었다. 이 철구는 갓난 아이 주먹 정도 되는 크기였다.철구의 위편에는 태극도처럼 보이는 그림도 그려져 있었다. 작은 향로처럼 생긴 이 나무 상자는 영락으로 되어 있었기에 옥패처럼 허리춤에 달고 다닐 수도 있다.태극도 도안의 철구 아래에는 작은 서랍도 숨겨져 있었는데 이것으로 언제든 고충의 쓰레기를 청소할 수 있다.용강한은 보면 볼수록 이 나무 상자가 너무 마음에 들었다.“전 이 나무 상자에게 태극구라는 이름을 지어주었습니다. 이 태극구는 바닥에 떨어지고 마차에 깔려도 안에 있는 고충들은 절대 다치지 않을 겁니다. 제가 사람을 보내 염만 주술사에게 다시 한번 확실하게 확인했습니다. 고충의 생명력은 아주 완강하여 무언가에 깔리거나 불에 타지 않으면 절대 쉽게 죽을 리가 없다고 합니다. 그러니 대감님께서는 이 나무 상자만 잘 보관하시면 됩니다.”“정말 너무 마음에 듭니다.”용강한은 소우연이 선물한 태극구와 자신이 가지고 있던 도자기 병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현저하게 차이가 났다.태극구는 소지하고도 편하고 모양도 예뻤다. 특히 재질이 매우 단단하기에 옥패처럼 달고 다닐 수가 있어서 너무 편리했다.용강한은 이 선물이 진심으로 마음에 들었다.“그럼 감사히 받겠습니다.”소우연은 마음에 들어 하는 듯한 용강한의 표정에 환하게 웃으며 대꾸했다.“별말씀을요.”용강한은 바로 두 마리의 고충을 꺼내 조심스럽게 태극구에 넣었다. 그리고 태극구를 허리춤에 걸어놓은 그때, 유모가 이영에게 너무 빨리 뛰면 안 된다고 하는 말소리가 들려왔다.“난 이미 다 컸다! 절대 넘어지지 않는다!”앳된 이영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한걸음에 달려온 이영은 용강한을 보자 바로 신난 표정으로 환하게 웃었다.“어마마마, 저 왔습니다.”소우연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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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6화

“저것 좀 봐. 우리 영이가 용 대감을 참 많이 좋아하는구나. 이 얽히고 설킨 복잡한 운명에 하늘이 정해준 인연이라는 것도 존재하는 것이야.”담담하게 말을 하는 소우연을 보며 정연은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라 입을 꾹 다물었다.예전에 소우연은 체내에 열이 많았고 용강한은 온몸이 한기로 가득했다.그렇게 정반대인 두 사람은 서로에게 가장 좋은 치료제가 되었고 덕분에 소우연은 이천과 이영 두 아이를 임신할 수 있었다.그래서 이영도 용강한을 이토록 좋아하는 게 아닐까?소우연은 정연이 그녀의 감개무량한 이 마음을 완전히 이해하지는 못할 거라고 생각했다.멀어지는 용강한의 뒷모습을 보며 소우연은 그저 그가 건강하게 오래오래 마음 편히 살 수 있길 기도했다.그리고 이천도 하루 빨리 그녀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하기도 했다.“전하께서는 아직 조정에 계신 것이냐?”소우연의 물음에 정연이 대답했다.“간 내관도 보이지 않는 걸 보니 그런 듯합니다. 마마, 혹시 조금 전 대감께서 했던 말씀 때문에 걱정되시는 겁니까?”소우연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그자를 확실하게 처리하지 않는 이상, 계속 마음속에 박힌 가시로 남아 날 괴롭히는구나.”소우연은 아령과 몇 번 마주친 게 전부였지만 왠지 둘 중 한 명은 이 세상에서 사라져야 하는 숙적처럼 느껴졌다.소우연은 이런 기분이 너무 싫었다.이런저런 생각을 하던 그녀는 고개를 들어 파란 하늘을 바라보았다. 살살 불어오는 바람에 나뭇가지가 살랑살랑 흔들리고 있었고 구름들도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세상이 이렇듯 평온하고 조용해 보였지만 소우연의 마음은 그렇지 못했다.“마마가 느끼는 기분을 소인도 알 것 같습니다. 마치 손끝에 박힌 가시와도 같은 것이지요. 많이 아프지는 않지만 존재 자체가 거슬리고 불편한 것이지요. 그 가시를 확실하게 뽑아내야 마음도 편해지는 것 아니겠습니까?”“정확한 표현이다.”조금 뒤, 이육진이 돌아왔다. 허리를 쫙 펴고 걷는 그의 걸음걸이에서 제왕의 기세가 뿜어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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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7화

밥상 앞에 앉은 이육진은 곁에 서있던 낯선 두 궁녀를 힐끔 쳐다보았다. 앞으로 소우연의 시중을 들기 위해 정연한테서 가르침을 받고 있는 듯하다.“그런 사람은 죽음도 두려워하지 않아. 그러니 절대 섣불리 움직이거나 위험한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이육진의 말에 소우연은 턱을 살짝 괸 채 그를 바라보았다.“전하 말씀이 다 맞습니다. 제가 더욱 신중하겠습니다.”길고 가는 손가락으로 밥상을 툭툭 치는 이육진의 모습을 넋 놓고 보고 있던 그때, 이육진이 소우연에게 손을 흔들며 말했다.“대답만 하지 말고 꼭 명심해야 한다.”“전하, 저를 믿어주십시오.”“그래, 믿지…”이육진이 한숨을 살짝 내쉬며 말을 보탰다.“아무래도 걱정이 돼서 안 되겠다. 또 두 곳을 번갈아 가면서 바삐 움직여야지.”곁에 서있던 정연은 이육진의 말에 몰래 웃음을 지었다.황제는 황후가 걱정돼서 그러는 거라고 하지만 사실 황후가 많이 보고 싶고 애틋해서 황후가 출궁하면 황제가 그렇게 궁과 태자부를 전전하는 것이다.소우연이 고개를 끄덕였다.“네, 아무래도 전하께서 신경을 많이 쓰셔야겠습니다. 안 그러면 제가 상대방의 꾀에 홀딱 넘어갈 수도 있지 말입니다.”소우연의 말에 이육진은 가까스로 웃음을 참으며 손을 뻗어 그녀의 머리를 가볍게 툭 쳤다.“내 평생 이리 신경 쓰는 여인은 너밖에 없다.”소우연은 당연히 알고 있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힘껏 끄덕였다.이렇게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도 이육진의 머릿속에 자꾸 용강한이 떠올랐다. 그는 단 한번도 마음이 완전히 놓인 적이 없었다.용강한은 이제 건강도 많이 되찾았으니 여기저기 마음대로 돌아다닐 수 있지 않을까?‘그럼 연이는…’이내 한숨을 살짝 내쉰 이육진은 소우연이 가장 좋아하는 생선찜을 한 점 집어 꼼꼼하게 가시를 바른 뒤 소우연에게 건넸다.“먹어봐.”이에 곁에 서있던 함향과 송이는 꽤 많이 놀란 표정이었다. 황제와 황후가 평소에 보통 집안처럼 예를 차리지 않고 편하게 지낸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편한 분위기일 줄은 미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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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8화

소우연이 목청을 가다듬으며 대답했다.“먹고 싶은 게 없습니다.”“내가 어디 한번 맞춰볼까?”이육진은 생각하는 척하며 말했지만 진작 그녀의 속마음을 꿰뚫었다.“그럼 혹시 내가 뭘 먹고 싶은 지 아느냐?”“전하는 이 전복죽을 제일 좋아하시지요.”소우연이 밥상에 차려진 전복죽을 가리키며 말했다.하지만 이육진은 눈길조차 돌리지 않은 채 한 손으로 소우연의 뒤통수를 잡고 확 잡아당기더니 그녀에게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이제 알겠느냐?”두 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감싼 이육진을 보며 소우연이 당황한 듯 말했다.“지, 지금요?”“싫은 게냐?”“아니, 전…”미간을 살짝 찌푸린 소우연이 말을 더듬었다.예전에 분명 남녀 사이에 합방을 죽도록 두려워했던 소우연인데 언젠가부터 이육진의 말 한 마디 혹은 매혹적인 동작 하나에도 마음이 설레고 그를 만지고 싶었다.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이육진이 소우연을 번쩍 안아 들었다. 그리고는 침전으로 돌아가면서 문 앞을 지키고 있던 정연에게 말했다.“목욕물을 준비하거라.”“네, 전하.”두 사람을 뒤따라간 정연은 이육진이 침전 안으로 들어가자 바로 밖에서 침전 문을 굳게 닫았다.한편, 정연 곁에 서있던 함향과 송이는 어느새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정연은 그런 두 사람에게 말했다.“전하와 마마는 까다로운 분들이 아니시다. 너희 둘이 큰 잘못을 저지르지 않는 이상, 앞으로 마음 편히 지낼 수 있을 것이다.”“네, 명심하겠습니다.”“그리고 평소 보고 들은 전하와 마마에 관한 얘기는 그 누구에게도 해서는 안 된다. 이런 건 너희들도 진작 나인에게서 가르침을 받았을 것이지?”“네, 소인들도 잘 알고 있습니다.”“그래, 가서 목욕물을 준비하라고 얘기하여라.”송이와 함향은 고개를 살짝 숙인 뒤, 바로 떠났다.침전 밖을 지키고 있는 정연은 한없이 맑은 하늘을 바라보며 그제야 얼굴이 발그레해졌다.두 시간 뒤, 당인이 이영을 데리고 돌아왔다.이영은 자신이 흠천감에서 보고 들은 걸 자랑하고 싶어서 어마마마를 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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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9화

송이가 옷을 잘 개어 서랍에 올려 놓았을 때, 함향도 이부자리 정리를 마쳤다.“이제 우리는 나가서 두 분께서 다음 명을 내리실 때까지 기다리고 있으면 된다.”황제와 황후는 이따가 또 한번 목욕물을 들이라고 할 수도 있다.아니나 다를까 방문이 닫히고 난 뒤, 이내 방 안에서 또 다시 야릇한 소리가 들렸다.그리고 날이 어두워졌을 때, 이육진은 다시 한번 목욕물을 들이라고 했다.정연은 이번이 마지막 목욕물일 거라고 생각했다. 이제 공주님과 함께 저녁 식사를 해야 할 시간이기 때문이다.다음날.소우연은 이영을 데리고 또다시 출궁했다.궁문을 나서려던 그때, 정연이 조심스럽게 마차의 천을 거두더니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용 대감께서도 출궁하고 계신 듯합니다.”소우연이 고개를 돌려 밖을 쳐다보니 맞은편에 용강한의 마차가 확실했다.하지만 상대방은 아직 소우연이 출궁하는 걸 모르고 있는 눈치였다. 이때, 소우연을 발견한 경문이 어색한 표정으로 소우연을 향해 고개를 숙여 인사를 했다.마차를 끌고 있었기에 제대로 된 예를 갖출 수가 없었다.이때, 이영이 큰소리로 외쳤다.“외숙부! 외숙부!”소우연이 그런 이영의 입을 막으려고 했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맞은편 마차 안에서 커다란 손 하나가 천을 거두고 이영을 향해 환하게 웃었다.“외숙부도 외출하시는 거예요?”이영이 소우연의 품에서 벗어나 창가에 기댄 채 용강한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이에 용강한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렇습니다.”그리고는 소우연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를 올렸다.“마마.”이에 소우연이 어깨를 드렀ㄱ이며 말했다.“앞으로 밖에서 만나면 그렇게 예를 갖추시지 마십시오.”“네, 마마.”이때, 이영이 고개를 돌려 소우연에게 물었다.“그럼 외숙부는 어마마마와 저를 어떻게 불러야 해요?”전에 이육진과 소우연은 이영에게 궁 안이나 태자부 저택 안에서만 그들을 어마마마 그리고 아바마마로 부르라고 했다. 밖에 나가서는 혹시 모를 위험에 대비해 아버지 그리고 어머니라고 부르라고 했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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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0화

한편, 이육진은 정사가 끝나자마자 바로 태자부로 향했다.가는 길에 그는 태의원에 네 명밖에 없는 의녀를 데리고 가기도 했다.“춘화, 하온, 추실, 동심, 황후마마께 인사를 올립니다.”네 명의 의녀들은 이름처럼 생김새도 순수하고 예뻤다.“얼른 일어나거라.”소우연이 말했다.상운국에 의술을 공부하는 여인들은 매우 적었다. 의술을 익힌다고 해도 큰 성과를 이루거나 인생이 크게 바뀌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소우연은 의녀들을 보며 유난히 친근감이 들었다. 그러다가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들도 있었다.“감사합니다, 마마.”일어선 의녀들은 잔뜩 들뜬 표정으로 이육진과 소우연 앞에 일렬로 서있었다.그녀들은 아직 의술이 뛰어나지 못했다. 이렇게 황후에게서 가르침을 받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너무 영광스럽고 자랑스러운 일이다.이때, 이육진이 말했다.“태의원에 이제 나이가 많으신 의녀 한 분만 남았다. 나머지 의녀들은 전부 이곳에 데리고 왔어.”이에 소우연이 환하게 웃으며 대답했다.“저에게 큰 양보를 해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에이, 감사하다는 말 한 마디만으로는 너무 성의가 없는 것 아니냐?”이육진이 손을 내두르며 말하자 소우연이 주위를 쓱 살피다가 물었다.“그래요? 그럼… 전하께 뭘 드리면 될까요?”“흠… 저기, 다들 이만 나가보거라.”이육진의 말에 정연은 의녀들을 데리고 바로 밖으로 나갔다.한편, 소우연은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물었다.“설마 또…?”이에 이육진이 피식 웃으며 대꾸했다.“우리 연이가 요즘 따라 사상이 많이 부패해졌구나.”‘쳇, 내 사상이 부패해지다니. 이건 다 당신 때문이거든!’소우연은 속으로 중얼거리며 물었다.“그럼 어떤 성의 말씀하시는 겁니까?”이에 이육진이 목청을 가다듬으며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다른 건 아니고, 네가 맹세를 해줬으면 한다.”“맹세요? 제가 무슨 맹세를 해야 하는 겁니까?”소우연은 더욱 어리둥절했다.이때, 이육진이 그녀의 손을 꼭 잡으며 대답했다.“평생 나만 사랑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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