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난 이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Chapter 921 - Chapter 930

950 Chapters

제921화

이육진은 두 사람의 입을 막고 있던 천 조각을 거칠게 뜯어내 경성세 앞에 내던졌다.유순복은 손이 묶인 채 고개를 깊이 숙이며 애원했다.“나리, 소인은 정말 아무것도 모릅니다. 아씨께선 어떤 일에도 소인을 끼워주시지 않았고, 무슨 일이 있었는지도, 어떻게 사라지신 건지도 전혀 모릅니다…”경성세는 관자놀이를 짚었다.“너를 탓하는 게 아니다.”이제 와 생각해보니, 아마도 경안향이 운불사에 다녀온 뒤부터였을 것이다.그때부터 그녀는 진짜 딸이 아니었다.조철은 멍한 얼굴로 피를 토하고 있는 여자를 바라보았다.‘원래 이런 얼굴이었구나… 그래도 나름 예쁜 사람이었네.’하지만 그녀가 했던 그 모든 일은… 대체 왜였을까?조철은 무릎을 꿇고 기어가며 말했다.“주인마님… 괜찮으십니까…?”이아령이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하.”그녀가 정말 괜찮아 보이기라도 한 걸까?안타깝게도 이제 그녀를 구해줄 사람은 없었다.이지윤도, 이복도 죽은 지금… 더는 그녀를 위해 목숨을 걸고 나설 이가 없었다.그 순간 이태의는 진우와 협력해 모든 여제자들을 흩어보냈다.이육진이 명령했다.“사람들을 이끌고 궁으로 돌아가라.”간석은 불진을 안은 채 고개를 숙였다.“예.”이아령과 조철은 마차에 손이 묶인 채 끌려가듯 따라갔다.넘어지기라도 하면 온몸이 질질 끌리곤했다.궁에 도착했을 때, 이아령의 무릎과 배는 온통 피로 물들어 있었다.천옥 안.이육진이 심판석에 앉아 냉정하게 물었다.“어떻게 죽고 싶으냐.”이아령이 흐느끼며 고개를 들었다.“폐하… 혹시 이 얼굴이 낯익지 않으십니까?”옆에 서 있던 소우연이 비웃듯 말했다.“이아령, 혹시 미색으로 폐하를 유혹해서 목숨을 건지려는 건 아니겠지?”정체가 탄로 난 뒤, 이아령에게 남은 건 저주와 광기뿐이었다.“너희들… 전부 다 잘 죽지 못할 거야. 왜 이렇게 된 거지? 누가 날 배신한 거야?”그녀의 눈이 조철을 향했다.“너야? 조철, 네가 그런 거니?”조철은 미친 듯 날뛰는 그녀를 바라보다가 쓸쓸히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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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22화

“……”임세안은 잠시 입을 굳게 닫았다.진우가 조용히 말했다.“저 여자가 아무리 가증스러워도, 자네 손까지 더럽힐 필요는 없지. 그저 저 여자의 죽어가는 모습을 감시하기만 하면 충분하지 않겠어?”임세안이 참담하게 웃었다.“그래.”그의 이 두 손은 전장에서 적을 베는 데 쓰이는 것이지, 이아령 같은 자를 상대하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그녀를 만지는 순간, 그의 마음도 손도 더럽혀지는 느낌이었다.이육진이 덧붙여 말했다.“그런 일은 망나니에게 맡기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네, 폐하. 맞습니다.”이아령은 그제야 숨을 가쁘게 몰아쉬며 몸을 떨었다.“안, 안 돼… 안 돼… 날 죽이면 당신들은 죽어서도 묻힐 땅이 없을 거야!”그녀가 조철을 향해 소리쳤다.“당신들은 나를 죽이면 끝일지 몰라도, 나는 꼭 살아야 할 이유가 있어! 난 서방님의 아이를 가졌단 말이야!”그녀의 시선이 임세안에게로 향했다.“서… 서방님… 제발 저를 살려주세요. 제발요… 평생, 절대 후회하게 하지 않을게요.”임세안의 눈이 단단히 굳어졌다.“나와 너는 아무 관계도 아니다. 함부로 입을 놀리지 마라.”“아니에요… 아니야… 아니라고요…”이아령은 마치 정신이 나간 듯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그러자 임세안이 냉혹하게 말했다.“네가 조철과 밤마다 정을 나눈 일을… 내가 몰랐을 거라 생각했느냐? 이아령… 이 악랄한 계집아. 이 지경에 이르러서도 거짓말을 늘어놓을 작정인 것이냐?”그의 입꼬리가 뒤틀리며 쓴웃음이 번졌다.소우연이 옆에서 나직하게 말했다.“죽음을 앞둔 자가 마지막 발악을 하는 것이다. 그러니 저 여자의 말을 너무 신경 쓰지 말거라.”그제야 임세안이 정신을 가다듬었다.소우연. 그녀는 황제와 마찬가지로 언제나 냉정했다.방금 그는, 이아령의 말에 감정이 휘둘릴 뻔했다.아니, 아니지. 이미 반응하고 말았다.그 순간, 조철이 이아령을 바라보며 놀란 듯 물었다.“마… 마님, 정말 제 아이를 가지셨나요?”“아니야! 이 아이는 서방님의 아이야!”“나는 그저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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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23화

이아령은 무표정한 얼굴로 기이하게 웃고 있었다.조윤의 이름이 입에 오르자, 그녀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위진규를 바라보았다.“방금 뭐라고 했어…? 조윤…? 조윤 장군이… 어찌 나 때문에 죽었다는 거지…? 그 자는… 사막으로 돌아간 것 아니었어?”위진규는 코웃음을 치듯 웃으며 말했다.“사막으로? 그런 순진한 말이 통할 줄 알았나? 조윤은 경성을 떠날 때부터 이미 네 정체를 의심하고 있었어. 우리가 조윤과 이명을 그냥 사막으로 도망치게 뒀을 거라고 생각했나?”“거짓말… 거짓말이야. 말도 안 돼. 너희들이 그걸 어떻게 알겠어. 명… 명이는!”“내 아이… 내 명이를… 도대체 어떻게 한 거야…!”순식간에 눈빛이 뒤집힌 이아령은 바닥에 머리를 처박듯 조아리며 절규했다.“말해줘… 제발. 명이가 어디 있는지. 말해줘… 위진규… 제발!”소우연은 냉정한 시선으로 그녀를 내려다보며 말했다.“그토록 많은 악행을 저지른 네가, 이제 와서 이명의 안위를 걱정하는 것이냐?”“나, 나는… 소우연… 제발… 제발 명이만은… 내가 죽을 죄를 지었어. 내 목숨은 얼마든지 가져가도 돼. 하지만 내 아들만큼은 놓아줘. 제발…!”그녀는 울부짖으며 바닥을 내려쳤다. 하지만 그 누구도 이아령의 절규에 귀 기울이지 않았다.이육진이 가볍게 손짓하자, 병사들이 달려들어 이아령을 강제로 끌어냈다.얼마 지나지 않아, 옆 고문실에서 짐승을 도살하는 듯한 끔찍한 비명이 터져 나왔다.비명 소리가 울려퍼졌다.소우연은 다리에 힘이 풀리는 걸 느꼈다.그녀는 조용히 이육진에게 다가가 그의 손을 꼭 잡았다.“가요.”소우연은 그 광경을 보지 않았지만, 혹여나 울려퍼지는 비명 소리에 나중에 자신이 큰 충격을 받을까 두려웠다.이육진도 그 마음을 읽은 듯, 고개를 끄덕였다.“그러자.”이육진은 자리를 털고 일어나, 소우연의 손을 잡고 돌아보았다.“조철은 죽여라.”“명 받들겠습니다.” 임세안이 짧게 대답했다.소우연과 이육진이 자리를 뜨자, 조철은 여전히 허공을 바라보며 중얼거리고 있었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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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24화

죽는다는 건 참으로 간단하다.능지처참이라면 차라리 깔끔한 죽음일지도 모른다.하지만 그는 그녀가 끝까지 정신을 잃지 않은 채 혈충에게 피를 빨리고, 천천히 말라 죽어가는 모습을 스스로 지켜보길 원했다.진우는 등줄기에 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그는 온 몸에 소름이 돋은 듯했다.“저 자의 몸에 혈충을 넣겠다는 겁니까?”겉보기와 달리, 용강한이 이토록 잔혹한 인물일 줄은 몰랐다.혈충은 또 무엇인가?이아령은 용강한의 손에 들린 유리병을 쳐다보았다.이미 몇 차례 기절했다 깨어났고, 얼굴의 살점은 여기저기 베여나가 피가 주르르 흐르고 있었다.“너희들을 저주한다…! 너희 모두 절대로 평온한 죽음을 맞지 못할 것이다!”이아령은 끔찍한 혈충을 보고, 그리고 진우와 용강한의 대화를 들으며 그것이 이미 ‘좋은 것’이 아님을 본능적으로 느꼈다.“연약한 여자 하나를 이렇게까지 괴롭히다니! 너희 같은 놈들은 대가 끊겨야 마땅해! 소우연! 이육진! 그리고 그들이 낳은 그 잡놈 자식들까지… 모두! 다! 비명횡사할 거다! 아하하하하!”“너희들 전부, 더 비참하게 죽게 될 거다!!”그녀의 저주는 미쳐 날뛰는 듯 날카롭게 퍼졌다.진우가 냉랭하게 일갈했다.“방자하다. 폐하와 마마, 황자와 공주들까지 입에 담아 저주해? 저주가 효험이 있다면, 실컷 해보거라. 헌데… 그런 넌, 그깟 목숨 하나 걸고 경성까지 기어온 이유는 무엇이냐?”진우는 망나니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내 보기엔, 저 더러운 혀를 가장 먼저 잘라야 할 듯하다.”망나니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대인 말씀이 옳습니다.”그는 곧바로 이아령의 턱을 거칠게 움켜쥐고, 그 입안에서 혀를 단칼에 베어냈다.“아악! 아아아아!!!”이아령은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고통에 그만 기절하고 말았지만, 망나니가 냉수 한 바가지를 끼얹자 곧 다시 깨어났다.“아아아악!”그녀가 비명을 지르는 건지, 욕을 하는 건지, 더 이상 누구도 알아들을 수 없었다.그때, 용강한이 조용히 유리병을 들고 다가왔다.뚜껑을 열자, 봉인됐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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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25화

바닥에 나뒹구는 이아령의 모습을 보기만 해도 그녀가 얼마나 심한 고통에 시달리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정말로… 눈으로 보기에도 끔찍할 정도였다.“폐하, 황후 마마…”간석은 감옥으로 되돌아온 황제와 황후를 보고 깜짝 놀랐다.“폐하, 황후 마마께 문안 올립니다.”“예는 생략하라.”소우연은 이육진의 소매를 꼭 붙잡고 그와 함께 감옥 안으로 들어섰다.이아령의 상태는 그야말로 끔찍했다.살점이 뜯겨 나간 얼굴, 구멍이 뚫린 듯한 피눈동자. 지옥에서 기어 나온 악귀 같은 모습으로 이아령은 바닥을 기며 끔찍하게 몸부림치고 있었다.“아… 아아악!”그녀의 비명은 감옥 안에 메아리치며, 귀를 찢을 듯 울려 퍼졌다.소우연은 두려움을 느끼면서도 동시에 그녀의 상태를 유심히 관찰했다.혈충은 원래 피를 좋아하고 성질이 사나운 생물이다.그 벌레가 그녀의 몸속에 들어간 지금, 이토록 격하게 아령을 괴롭히는 건, 분명 어떤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는 뜻이었다.“출혈이 멈췄어요.”소우연이 조용히 말했다.그제야 다른 이들도 그녀의 얼굴에서 피가 더는 흐르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소우연은 곧 용강한을 바라보며 말했다.“전에는 혈충이 단지 피를 좋아한다고만 여겼는데, 이렇게나 맹렬한 흡혈 능력이 있을 줄은 몰랐네요. 한 시진도 안 됐는데 벌써 피가 멈췄어요.”“이토록 사나운 놈이 대규모로 창궐하지 않는 데는 분명 치명적인 약점이 있기 때문입니다.”용강한은 이성적으로 말했다.“아직 저희가 그걸 찾지 못했을 뿐.”“약점이 있다니, 대체 무엇이 약점일까…”진우도 고개를 끄덕이며 혼잣말하듯 중얼거렸다.하지만 아무도 선뜻 답하지 못했다.소우연이 조용히 물었다.“예전에 아이를 훔쳤던 도적이 있죠. 그 자가 스스로 팔을 자르자, 그 팔에서 혈충이 나왔습니다. 그렇다면 아이와 관련된 게 아닐까요?”진우가 난색을 표하며 말했다.“하지만 그걸 실험해볼 순 없죠. 아이를 위험에 빠뜨릴 순 없습니다.”이육진이 생각에 잠긴 듯 용강한을 바라보았다.“저 자를 천옥에 가둬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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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26화

“상처가 곪지는 않게, 우선 약부터 처방해주게.”용강한은 이아령을 힐끗 바라보고는 이 원사에게 조용히 말했다.이 원사는 고개를 끄덕였다.황제와 황후가 별다른 이견을 보이지 않자, 상처가 덧나지 않도록 억제하는 약방 몇 가지를 내놓았다.“황후 마마께서 한 번 확인해주십시오.”그는 두 손으로 약방을 조심스레 받쳐 올렸다.소우연이 말했다.“이 원사야 태의원을 대표하는 자이니, 그대가 처방한 약이야 의심할 이유가 없지.”바닥에 웅크리고 있던 이아령은, 눈꺼풀이 없는 흰 눈을 커다랗게 치켜뜨고 있었다.핏줄이 얽히고 뒤엉긴 그 눈은 마치 광기 어린 소의 눈처럼, 소름 끼치도록 무서웠다.벌어진 입에서는 말이 아닌 신음소리와 괴기한 소리만 흘러나왔다.소우연은 참혹한 모습을 마주하며 미간을 찌푸렸다.예전에 야생 동물들을 치료하며 배웠던 냉정함이 아니었다면 구토를 참기 힘들었을 것이다.“이만 가는 게 좋겠습니다.”그녀는 이육진의 손을 잡았다.이제는 정말 더 이상 이아령의 몰골을 보고 싶지 않았다.이육진도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손을 맞잡고, 사람들을 이끌고 감옥을 빠져나왔다.……궁으로 돌아온 후, 소우연은 오랫동안 목욕을 했다.한참을 물속에 몸을 담근 뒤에야 마음이 조금 가라앉았다.말끔히 정돈하고 방으로 나오니, 이육진이 침상 위에 앉아 책을 보고 있었다.그녀는 다가가 조용히 말했다.“오늘로써 아바마마께서도 위로를 받으셨을 거예요.”이육진이 책을 덮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그 자는 스스로 부른 업보를 받았을 뿐이다. 네가 죄책감을 가질 일은 아니야. 게다가 이 일은 내 손으로 주도한 것이다. 능지처참을 하든, 혈충의 숙주로 만들든… 모든 건 내 판단이었다.”소우연은 살짝 웃으며 말했다.“부군께서는 혹시… 제가 감당하지 못할까 걱정하신 건가요?”이육진도 빙그레 웃었다.“그렇지, 걱정 안 했을 리가.”“예전엔… 그런 일들을 차마 하지 못했지만, 다시 태어나 살아보니 알겠더군요. 어떤 인간은 내가 죽지 않으면 그가 죽지 않고, 어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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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27화

그것도 잠시뿐이었다. 장공 스님의 말처럼, 인연이 닿는다면 아이는 언젠가 다시 그들 곁으로 돌아올 터였다.“부군께서는 일을 보세요. 그럼 저는 잠시 다녀오겠습니다.”소우연이 조용히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나 함향을 데리고 밖으로 나섰다.그녀의 뒷모습이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바라보던 이육진은 이내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창밖 풍경은 여전히 아름다웠다.소우연이 무언가를 느낀 듯 돌아보자, 때마침 이육진과 눈이 마주쳤다. 그러자 그는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마마께서 궁 안을 거니실 때면, 폐하께선 늘 이렇게 마마의 뒷모습을 바라보십니다. 예전엔 세상에 그런 남자가 있을 거라 믿지 못했는데, 폐하와 마마를 알고난 후 그런 생각이 완전히 바꼈답니다.”함향은 어느새 소우연에게 익숙해졌는지 먼저 말을 건넸다.“그래. 나도 예전엔 믿지 못했다.”소우연이 조용히 웃으며 답했다.“마마께서는 참 복이 많으십니다. 폐하와 천생연분이시지요. 온 궁중에서 두 분처럼 금슬 좋은 부부는 없습니다. 감히 폐하를 넘보는 자도 없고, 황후 마마를 부러워하지 않는 이도 없답니다.”“사람마다 각자의 인연이 있겠지.”소우연은 함향을 한 번 바라보며 덧붙였다. “혹, 네가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나에게 언제든 말해주거라. 누구나 행복을 누릴 권리는 있으니까.”“마마, 성은이 만극하나이다.”함향은 진심으로 고마워하는 표정을 지었다.“당안이 공주를 따라 금융궁에 간 후, 너 혼자 궁 안일을 맡게 되었구나. 혼자 이 이들을 감당할 수 있겠느냐?”소우연이 조심스레 물었다.“폐하께서도 자주 문덕전에 계시니, 간 총관께서 영화궁까지 함께 도와주십니다. 저는 황후 마마만 잘 모시면 되니, 결코 어렵거나 힘들지 않답니다.”함향은 소우연을 따라 걸으며 웃으며 답했다.‘역시 간석이가 영화궁을 관리하고 있었구나.’소우연이 살짝 깊은 생각에 잠기자, 함향이 급히 해명했다.“마마, 오해하지 마십시오. 예전에도 당 총관이 영화궁을 관리할 때, 정연 상궁님과 당 총관, 간 총관이 함께 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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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28화

소우연이 물었다.“그럼 그 자가 어찌하여 국사를 그만두고, 만 리 길을 마다하지 않고 경성까지 따라왔다는 것이냐?”우옥명이 잠시 생각하더니 답했다.“전해 듣기로는, 염만은 고충 대결에서 한 차례 패한 후 국사직을 더는 맡을 수 없게 되었고, 야랑국 내에서도 명성이 그리 좋지 않았다고 들었습니다.”말을 잇던 우옥명도 문득 위화감을 느꼈는지 자리에서 일어나 무릎을 꿇었다.“황후 마마, 그때 저희는 염만이 용 대인을 치료할 수 있으리라는 희망만 품고 있었을 뿐, 그 외의 일은 깊이 생각하지 못하였습니다.”“일어나거라.”소우연은 곧장 다가가 그녀를 부축하며 일으켰다.“괜찮으니 천천히 말하거라. 그저 담소를 나누다고 생각하여라.”“예, 마마.”우옥명이 자리에 앉자, 소우연이 다시 물었다.“그 자가 야랑국에서 어찌하여 평판이 좋지 않았다는 것이냐?”“첩이 수없이 많았사오나, 자식 하나 얻지 못하였다 합니다. 나중에는 그 첩들이 모두 하나같이 의문사하였다 들었습니다.”‘첩들이 모두 의문사하였다.’소우연의 눈빛이 어두워졌다. 겉보기에도 염만이 그리 평범한 자는 아니었다.그녀는 곧장 궁인을 불러 주진우를 데려오게 했다.“그 염만이라는 자 말이다. 경성에 와서 아내를 들인 적이 있느냐?”주진우가 들어서자 소우연이 물었다.주진우는 당황한 기색으로 답했다.“정실은 들이지 않았으나, 계집을 여럿 사들여 종으로 삼았고, 그중 일부는… 첩으로 삼은 듯도 합니다.”“그 자와 자주 어울리며 동태를 살펴보거라.”소우연은 그렇게 지시하며, 우옥명에게도 염만의 야랑국 시절 행적을 다시금 상세히 들려주게 하였다.주진우는 잠시 생각하다 이마를 찌푸렸다.“남자가 아내 셋, 첩 넷이라 한들 이상할 바 없사오나… 그 모두가 죽는다 하니, 이는 결코 평범한 일이 아닙니다.”“그래, 네 말이 맞다. 내가 말하고자 한 바가 바로 그것이다.”“예, 소인이 알아보겠습니다.”“조심하거라.”소우연이 살짝 눈썹을 찌푸렸다. 주진우는 무공이 뛰어나지만 정연과 가정을 이루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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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29화

소우연이 제안했다.“영아, 초운이를 데리고 어화원에 가거라. 듣자하니 국화가 만개했다는구나.”지금도 어화원에는 제법 볼 만한 국화가 만발해 있었다.“좋아요. 어마마마 말씀대로 어화원에 가볼게요!”이영은 환히 웃으며 말하고는, 심초운과 함께 손을 흔들며 어화원으로 향했다.어화원에 도착하자마자 이영은 새장 문을 열었다.소우연은 깜짝 놀랐다. 도망이라도 치면 울며 따라가 붙잡아 오라고 할 텐데, 그럼 어쩌란 말인가.우옥명 역시 다소 불안한 표정이었다. 그러나 누가 알았겠는가.통통한 회색 쥐는 새장에서 나오자 곧장 이영이 건네는 율무떡을 받아 먹으며, 꼼짝 않고 한 걸음씩 천천히 움직일 뿐이었다. 도망갈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소우연은 옆에 선 우옥명을 바라보았다.“처음엔 공주가 왜 동물을 애완으로 기르려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이런 것들은 길들여지지 않을 거라고만 생각했지.”우옥명이 조심스럽게 말했다.“공주마마께서 활달하고 따뜻하시니, 이 쥐도 공주마마께서 자신을 아껴주신다는 걸 아는 듯합니다. 그래서 떠날 생각조차 하지 않는 게지요.”말을 하던 우옥명은 갑자기 가슴이 철렁했다.아들 심초운도, 저 쥐와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겨우 며칠 되었을 뿐인데, 자신이 보러 왔다는 사실은 아랑곳하지 않고 오직 공주와 노는 데만 정신이 팔려 있었다.하지만 또 생각해보면, 아이가 경성으로 돌아온 후에도 부부와 함께 자지 않고 점점 혼자 자는 것에 익숙해지고 있었다.그 적응력이라니, 기특하면서도 왠지 섭섭한 마음이 들었다.저녁 식사 전, 우옥명은 황후에게 작별 인사를 드리려 했다.소우연이 물었다.“부인이 궁에 머무른다면, 심 장군은 개의치 않는가?”우옥명은 무슨 뜻인지 이해하지 못한 눈치였다.그러자 소우연이 말을 이었다.“같은 어미로서, 아이와 헤어지는 그 마음을 모를 리 없다. 하물며 근래 아이들 실종 사건도 아직 해결되지 않아, 궁 밖은 늘 불안하지.”“초운이는 이곳에서 지내게 하마. 부인이 원한다면 궁에 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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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30화

심소균이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신은 별다른 이견 없습니다. 부인이 원하기만 한다면 그리 하여도 좋습니다.”우옥명이 일어나며 웃음 띤 얼굴로 답했다.“저는 오늘 궁에 머물며 초운이를 돌보고 싶어요.”“그럼 잘 되었소. 내일 조회가 끝난 뒤, 내가 몸소 당신을 데리러 오겠소.”“네, 부탁드릴게요.”심소균은 그녀를 흘깃 바라보았다. 부부의 연을 맺은 지도 어느덧 4년째인데, 아직도 이토록 격식을 차리다니. 마치 자신이 늘 그녀를 멀리한 사람처럼 느껴졌다.더는 아무 말 없이 그는 조용히 황후에게 예를 올리고 작별을 고했다.“황후 마마의 크신 배려에 감동하였습니다. 신은 이만 물러가겠습니다.”소우연이 고개를 끄덕였다.“심 장군, 저녁은 드시고 가는 게 좋겠는데…”“괜찮습니다. 황후마마의 배려에 성은히 만극합니다.”“그럼 먼저 물러가겠습니다.”심소균이 물러난 뒤, 우옥명은 어쩐지 마음이 복잡했다. 그가 자기를 데리러 왔던 건지, 아니면 단지 궁으로 불려 들어온 김에 들른 것인지 알 수 없었다. 혹시라도 자신이 돌아가지 않으면 그가 불쾌해할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소우연이 조용히 말했다.“짐작건데, 폐하께서 심 장군을 궁으로 부르신 듯하구나. 허니 너무 염려하지 말거라.”“폐하께서도 나와 마찬가지로 염만에 관해 좀 더 자세히 알고자 하셨을 테니 말이다.”우옥명이 조심스레 고개를 끄덕였다.“황후 마마의 말씀이 큰 위로가 되었습니다. 신첩, 명심하겠습니다.”……저녁 식사 후, 소우연은 이영을 달래어 영락궁으로 데려갔고, 우옥명은 아들과 함께 장춘원으로 돌아왔다.비록 금융궁 본전에서 떨어진 별채였으나, 조용하고 단정하게 정돈되어 있어 마음이 놓였다.“초구, 초십. 여긴 너희가 돌볼 일 없다. 다들 물러가도 좋아.”“예.”초구와 초십은 정중히 허리를 굽히고 물러갔다.그제야 심초운은 우옥명의 품에 안겼다.“어머니, 어머니가 정말 많이 그리웠어요.”우옥명의 눈가가 뜨거워졌다. 곧 눈물이라도 흘러내릴 듯했다.그녀는 아들을 꼭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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