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하준은 자신의 역할을 부각하고 딸에게 아빠의 능력을 알려주기 위해 거침없이 말을 이어갔다. “방송국 팀을 불러줄 수도 있고 춤추고 싶으면 아빠가 국내외 최고의 댄서들에게 연락할 수도 있어. 정아, 뭐가 됐든 넌 내 딸이니까 최대한 나한테 의지했으면 좋겠어.”정이는 다소 당황한 표정이었다. 아이의 기억 속 반하준은 지금처럼 관심을 보인 적이 없었는데 갑자기 애정을 보이니 불편하기만 했다.“정아, 네가 나한테 의지했으면 좋겠어. 전에는 아빠가 미안했어. 넌 이제 겨우 다섯살이니까 지금부터라도 충분히 보상해 줄 수 있어.”정이는 반하준의 말이 어디까지 진실이고 거짓인지 알 수 없었고, 그 뒤에 숨은 반하준의 의도도 분석할 수 없었다.그저 자신의 직감과 감정에만 근거해서 남자에게 대꾸했다.“아저씨, 엄마랑 날 방해만 하지 마세요.”반하준은 즉시 부인했다 “내가 왜 방해해...”“하지만 아저씨는 현이 씨를 좋아하지 않고 엄마와 현이 씨가 함께 있는 걸 반대하잖아요.”반하준은 칼로 가슴을 후벼파는 듯한 통증과 입안에서 비릿한 피 맛이 느껴졌다.그는 불쑥 말을 뱉을 뻔했다.‘당연히 반대하지!’강민아 곁에 다른 남자들이 나타나고 윤세현이 강민아의 진짜 사랑이라는 데 반대하지 않을 수가 있나.‘진짜 사랑’이라는 말이 씨앗처럼 반하준의 마음에 자리 잡아 싹을 틔우고 심장을 관통하는 가시로 자랐다.반하준은 위태롭게 요동치는 심장을 느꼈다.자기 핏줄인 딸이 강민아와 윤세현의 만남을 응원하고 있었다.젠장!반하준은 심각한 얼굴로 진지하게 말했다.“네 엄마는 이미 남자 친구가 있는데 네가 말하는 현이 씨가 같은 집에 살면서 엄마랑 자는 건 바람피우는 거야!”강민아의 감정사를 딸에게 너무 자세하게 얘기하고 싶지는 않아 그는 씁쓸하게 말했다.“아빠는 엄마가 널 잘못 가르칠까 봐 걱정하는 거야.”강민아와 윤세현은 서로를 바라봤고, 윤세현은 입술을 달싹이며 가슴이 들썩거릴 정도로 새어 나오는 웃음을 힘겹게 참았다.강민아는 윤세현을 향해 어깨를 으쓱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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