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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굿바이 쓰레기: Chapter 341 - Chapter 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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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1화

서쪽 지역 개발의 신사업을 따내기 위해 배서준은 요즘 온 힘을 다 쏟아붓고 있었다.각종 접대 자리에 빠지지 않고 참석했고 매일같이 만취해서 집에 돌아와 쓰러지듯 잠들었다.이날 밤도 배서준은 술에 취해 있었고 천기준이 애써 부축해 겨우 집 안으로 들였다.“대표님, 천천히 가시죠.”천기준은 조심스레 배서준을 소파에 눕히고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며 속이 쓰렸다.“유라는?”배서준은 얼굴을 찌푸리며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물 좀 가져오라 그래.”“서유라 씨는 이미 주무시고 계십니다.”천기준이 답했다.“벌써 자? 지금 시간이 몇 시라고?”배서준은 눈을 떠 시간을 확인했다. 아직 밤 열 시밖에 되지 않았다.“가서 깨워. 물 한 잔 떠오라 해.”“대표님, 그냥 서유라 씨는 좀 쉬게 두시죠. 몸이 안 좋아서 충분히 쉬어야 합니다.”천기준이 설득했다.“물 한 잔 떠오라 하는 게 뭐 어때서? 내 여자친군데 나 챙기는 건 당연한 거 아냐?”배서준의 목소리가 한층 높아졌다. 확실히 기분이 상한 듯했다.“알겠습니다. 진정하시고요. 곧 깨우러 가겠습니다.”천기준은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이고 서유라를 깨우러 갔다.서유라는 천기준의 부름에 마지못해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문을 열고 나오니 소파에 쓰러져 괴로워하는 배서준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괜히 짜증이 치밀어 올랐다.“서준아, 또 이렇게 많이 마셨어?”서유라는 배서준의 옆으로 다가가며 걱정하는 척 말했다.“다 그 새 프로젝트 때문에...”배서준은 눈도 뜨지 못한 채 힘없이 대답했다.“일단 좀 누워 있어. 내가 꿀물 타올게.”서유라는 부엌으로 가 꿀물을 한 잔 타와 배서준 손에 컵을 쥐여주었다.“이거 마시고 있어. 내가 목욕물도 받아줄게.”배서준은 꿀물을 몇 모금 마셨다. 속이 한결 나아진 듯했다.그는 분주히 움직이는 서유라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가슴이 따뜻해지는 걸 느꼈다.“역시 유라 너밖에 없어.”배서준은 중얼거리듯 말했다.“목욕물 다 받았어. 얼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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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2화

배서준은 남설아의 따뜻함을 떠올렸다.그녀의 다정함, 그녀의 세심한 배려, 이 집을 위해 모든 걸 아끼지 않던 모습을.그러다 갑자기 배서준은 벌떡 몸을 일으켰다.더 이상 이렇게 살아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하지만 곁을 돌아본 순간 텅 빈 침대가 눈에 들어왔다.남설아는 이제 이곳에 없다는 사실을 그는 그제야 실감한 것이다.하여 배서준은 힘없이 다시 침대에 쓰러졌다. 눈물이 눈가를 따라 흘러내렸고 한순간 자신이 한없이 초라하게 느껴졌다.남설아를 밀어낸 것도, 스스로 이 결말을 만든 것도 결국 자신이었다.‘이제 와서 무슨 자격으로 다시 잡겠어...’한편, 남설아는 부엌에서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새로운 요리법을 연구하며 강연찬에게 새로운 음식을 만들어주고 싶었다.강연찬은 부엌문에 기대어 남설아의 바쁜 모습을 바라보았다.그러자 가슴 깊은 곳까지 따스함이 번져왔다.“설아야, 뭐 하고 있어?”강연찬이 부드럽게 물었다.“새 요리법 연구하고 있어.”남설아는 고개도 돌리지 않은 채 대답했다.“선배한테 맛있는 거 해주고 싶어서.”“그렇게까지 애쓸 필요 없잖아.”강연찬은 남설아 옆으로 다가가 품에 안으려다 말고 손을 거둬들였다.“난 아무거나 대충 먹어도 돼.”“안 돼.”남설아는 단호하게 말했다.“지금은 환자인데 영양 보충 제대로 해야지.”“넌 나만 너무 과하게 챙긴다니까.”강연찬은 웃으며 말했다.“선배 그렇게 챙기는 게 좋아서 그래.”남설아는 환하게 미소 지으며 답했다.“이 바보.”강연찬은 흐뭇하게 웃었고 남설아는 다시 분주히 요리를 이어갔다.그런 남설아의 옆모습을 바라보자 강연찬의 마음속은 사랑으로 가득 찼다.그는 생각했다.이렇게 곁에서 지켜보고 도와주고 보호해줄 수 있으면 그것만으로 충분하다고.얼마 뒤, 남설아는 드디어 음식을 완성했다.강연찬은 식탁으로 음식을 옮기는 것을 도왔고 두 사람은 함께 자리에 앉아 식사를 시작했다.“설아야, 요리 실력이 점점 더 좋아지는 것 같아.”식사를 하던 강연찬이 감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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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3화

남설아는 부드럽게 웃고 있는 강연찬을 바라보며 마음속이 따뜻해졌다.그녀는 생각했다.‘내가 좀 더 일찍 선배를 만났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하지만 세상에 ‘만약’이란 건 없었고 남는 건 결과와 그에 따른 후회뿐이었다.지금 그녀가 할 수 있는 건 바로 눈앞의 사람을 소중히 여기는 것, 강연찬과 함께하는 이 시간을 진심으로 아끼는 것뿐이었다.장을 다 본 두 사람은 집으로 돌아왔고 강연찬은 곧장 부엌으로 들어가 요리를 시작했다.남설아는 거실 소파에 앉아 부엌에서 분주히 움직이는 강연찬을 바라보았다.가슴이 따뜻해지면서 행복이 밀려왔다.‘이렇게 가끔 선배랑 함께 평범하게 시간을 보내는 것도 참 좋은 일이구나.’한편, 배서준은 집에 돌아오자마자 싸늘하고 정적만 감도는 집안을 보고 짜증이 치밀었다.예전에 남설아가 있을 때는 집안이 항상 깔끔하고 따뜻했는데 지금은 온통 싸늘하고 죽은 듯했다.온기가 하나도 느껴지지 않았다.소파에 털썩 주저앉더니 배서준은 처음으로 지금의 상황에 의문을 품었다.그는 생각했다. 서유라와 함께하기로 한 선택이 과연 옳았을까 하고 말이다.술자리에서는 여전히 능숙하게 사람들을 상대했다.잔을 주고받으며 얼굴에는 적당한 미소를 띠었지만 사실 속으로는 이미 진절머리가 나 있었다.“대표님, 이번 프로젝트 꼭 챙겨주셔야 합니다!”배가 불룩 나온 중년 남자가 잔을 들고 다가오며 연신 웃어댔다.“이 대표님, 걱정 마세요. 회사 실력만 확실하다면 우선 고려해 드리겠습니다.”배서준은 잔을 들어 그와 살짝 부딪치며 무심하게 답했다.“하하, 그럼 미리 감사드리겠습니다!”중년 남자는 기분 좋게 잔을 비웠고 얼굴에는 활짝 웃음꽃이 피었다.배서준도 한 모금 들이켰지만 속은 금방이라도 다 뒤엎을 것처럼 울렁거렸다.억지로 버텨가며 그는 사람들 틈을 헤치고 다녔다.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배서준은 뱃속이 꽉 조이는 듯한 통증을 느꼈다.식은땀이 이마를 타고 흘렀다.결국 눈앞이 캄캄해지더니 더 버티지 못하고 배서준은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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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4화

“나 피곤해. 좀 쉬고 싶어.”배서준은 눈을 감으며 사실상 내쫓는 말을 했다.서유라는 울음을 훔치고는 아쉬운 듯 몇 번이나 뒤를 돌아보면서 병실을 나섰다.천기준이 병실로 돌아왔을 때, 서유라는 이미 떠난 뒤였다.천기준은 병상에 누워 있는 배서준을 보며 속으로 깊은 한숨을 삼켰다.회삿일만으로도 정신없는데 이제는 병원에서까지 이 대단하신 분을 모셔야 한다니 운도 지지리 없다고 생각했다.“천 비서, 어디 갔었어? 왜 이렇게 오래 걸려?”배서준이 눈을 뜨고 천기준을 바라보며 물었다.“대표님 드시라고 죽 좀 사 왔습니다.”천기준은 손에 든 포장죽을 침대 머리맡에 올려놓으며 말했다.“의사 선생님이 지금은 죽처럼 부드러운 음식만 드셔야 한다고 해서요.”그 죽을 힐끗 보던 배서준은 얼굴을 찡그렸다.“이런 거 안 먹어. 전부 미원 냄새야, 맛도 없고.”“그럼 드시고 싶은 거 말씀하세요. 바로 사 올게요.”천기준은 꾹 참고 물었다.“먹고 싶은 건...”배서준은 한참 생각하다가 예전 아플 때마다 남설아가 곁에서 정성껏 밥을 해주던 기억이 떠올랐다.그땐 솔직히 그녀가 해준 밥을 귀찮게 여겼지만 맛만큼은 정말 좋았었다.“됐어. 안 먹어.”배서준은 짜증스럽게 말했다.“드셔야죠. 몸이 먼저입니다.”천기준이 다시 설득했다.“그럼... 서유라 씨한테 뭐라도 가져오라고 할까요?”“걔도 몸 상태 안 좋은데 괜히 불러서 여기 같이 있으면 나만 더 스트레스받지.”천기준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배서준이 서유라에 대해 이렇게까지 말할 줄은 몰랐으니 말이다.“대표님, 진정하시고요. 제가 물이라도 가져올게요.”천기준은 물 뜨러 가기 위해 얼른 몸을 돌렸다.“잠깐!”하지만 배서준이 그를 불러세웠다.“유라 다시 불러와.”“네?”천기준은 얼떨떨했다.“아까는 쉬라고 하셨잖아요?”“지금은 누구든 필요해. 여자친구도 못 불러오고 천 비서 같은 남자한테 간호를 받아야겠어? 생각 좀 하고 살아!”배서준은 화를 버럭 냈다.“...”천기준은 배서준을 만 번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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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5화

“서준아, 왜 그래? 예전엔 나한테 이러지 않았잖아. 지금은 왜 이렇게 모질게 대하는 거야?”서유라는 눈물을 글썽이며 물었다.“그냥 돌아가. 푹 쉬어. 다신 나 귀찮게 하지 말고.”배서준의 차가운 말에 서유라는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그가 이렇게까지 매정할 줄 몰랐던 것이다.결국 서유라는 울면서 병실을 뛰쳐나갔다.천기준은 서유라가 달려나가는 모습을 보고 한숨을 쉬더니 병상 곁으로 다가가 배서준에게 말했다.“대표님, 화 좀 푸세요. 서유라 씨도 대표님 걱정해서 그런 거잖아요.”배서준은 속이 허했지만 입안에선 아무런 맛도 느껴지지 않았다.그는 짜증스럽게 소리쳤다.“너도 꺼져! 보기 싫으니까!”천기준은 참지 못하고 눈을 휙 굴렸다.배서준 곁에서 수년을 고생했지만 이렇게까지 모욕을 당할 줄은 몰랐고 아무리 생각해도 억울하고 서러웠다.“네, 알겠습니다.”천기준은 담담하게 말했다.“푹 쉬세요.”그는 고개를 숙이고 병실을 나서서 조용히 문을 닫았다.병실 안은 적막했다.문 닫히는 소리를 들은 배서준은 깊은 허탈감을 느꼈다.예전에는 아프면 남설아가 늘 곁에서 정성껏 보살펴주던 기억이 떠올랐다.그때는 아무것도 몰랐는데 지금은 자신을 진심으로 챙겨주는 사람 하나 없는 현실이 뼈아프게 느껴졌다.그는 문득 천기준을 쫓아낸 걸 후회했다.하지만 후회한들 뭐하겠는가. 모든 건 돌이킬 수 없었다.한편, 강연찬은 배서준이 입원했다는 소식을 듣고 걱정이 됐다.그러나 걱정되는 상대는 배서준이 아니라 남설아였다.강연찬은 남설아의 집을 찾아갔다.그녀는 부엌에서 분주히 요리를 하고 있었다.“설아야, 뭐 하고 있어?”강연찬이 다가가 물었다.“식사 준비 중이야.”남설아가 뒤돌아보며 미소 지었다.“배고프지? 금방 다 돼.”“나 배 안 고파.”강연찬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근데... 배서준 입원했다던데 너는...”“나 괜찮아.”남설아가 그의 말을 끊었다.“그 사람 입원한 거랑 나랑 무슨 상관이야?”그녀는 별일 아니라는 듯 웃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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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6화

“무슨 소문이요?”배서준이 얼굴을 찌푸리며 물었다.“그게... 그러니까... 대표님이 오래 못 살 거라는 말이 돌고 있습니다.”주주가 머뭇거리며 말했다.“말도 안 되는 소리예요!”배서준이 분노했다.“저 멀쩡합니다!”“그럼 다행입니다, 다행이에요.”주주가 얼른 맞장구쳤다.“하지만 회사의 안정을 위해서라도 하루빨리 복귀하셔서 직접 진두지휘해 주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알겠어요.”배서준이 말했다.“곧 돌아갈 겁니다.”배서준은 얼굴이 울그락불그락해진 채 핸드폰을 집어 던졌다.‘대체 어느 놈이 감히 회사 안에서 내 험담을 퍼뜨린 거야?!’배서준은 병상에 누운 채 멍하니 천장을 바라봤다.회사의 일들이 마치 엉킨 실타래처럼 머릿속을 어지럽혔다.서유라는 침대 곁에 앉아 사과를 깎으며 배서준에게 건성건성 말을 걸었다.“아참, 서준아, 벌써 며칠째 누워 있는 거야? 언제쯤 퇴원할 수 있어?”서유라의 목소리는 부드럽고 나긋나긋해 깃털처럼 배서준의 마음을 간질였다.“의사 말로는 며칠 더 지켜봐야 한대.”배서준은 힘없이 대답했다.지금은 그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조용히 있고 싶을 뿐이었다.“근데 회사는 어쩌려고? 너 없는 동안 일도 많이 밀렸다던데?”서유라는 아무렇지 않은 척 말을 흘렸다.“천 비서가 알아서 처리할 거야.”배서준은 눈을 감아버렸다.이제는 정말 아무것도 신경 쓰고 싶지 않았다.“근데 나도 들었는데 요즘 회사 실적이 많이 안 좋대. 주주들도 불만이 꽤 쌓였다던데.”서유라는 살짝 걱정스러운 어조로 말을 이었고 배서준은 벌떡 눈을 뜨더니 몸을 일으켰다.“뭐라고? 주주들이 무슨 불만을?”“나도 그냥 들은 얘기야...”서유라는 다급하게 손사래를 쳤다.“네 몸 상태가 안 좋다 보니까 회사를 제대로 이끌 수 있을지 걱정하는 분위기래.”배서준의 얼굴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이렇게 병원에 있는 동안 회사 안이 뒤숭숭해질 줄은 미처 몰랐던 것이다.“알겠어.”배서준은 싸늘하게 말했다.이런 그의 굳은 얼굴을 보며 서유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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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7화

주말, 강연찬은 남설아를 데리고 묘지를 찾았다.“나은아, 엄마 왔어.”남설아는 묘비 앞에 쪼그려 앉아 사진을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멈추지 않는 눈물을 흘렸다.옆에서 묵묵히 그런 남설아를 지켜보던 강연찬은 마음이 아려왔다.그는 조심스레 남설아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말없이 위로를 건넸다.두 사람은 해가 뉘엿뉘엿 질 때까지 묘지에 머물렀고 해가 넘어간 뒤에야 아쉬운 듯 발걸음을 돌렸다.집으로 돌아가는 길, 두 사람은 병원 근처를 지나게 됐다.그때 복도에서 산책 중인 배서준과 서유라가 눈에 들어왔다.배서준은 여전히 얼굴에 핼쑥함이 남아 있었지만 전보다 훨씬 건강해 보였다.서유라는 그에게 꼭 붙어 있었고 두 사람은 꽤나 다정해 보였다.그 광경을 바라보자 남설아는 마음 한구석이 뒤섞이는 느낌을 받았다.슬픈 건지 아니면 후련한 건지 자신도 알 수 없었다.남설아의 이런 미세한 변화를 알아차린 강연찬은 조용히 남설아의 손을 꼭 잡아주었다.배서준 역시 남설아와 강연찬을 보았고 순간 멈칫했다.이유를 알 수 없는 서글픔이 가슴을 파고들었다.이젠 남설아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믿었는데 막상 그녀가 다른 남자와 함께 있는 모습을 보니 가슴 한편이 시렸다.서유라도 배서준의 변화를 눈치챘지만 아무렇지 않은 척 배서준의 손을 더욱 힘주어 움켜쥐었다.그녀의 눈빛에는 차가운 음흉함이 스쳤다.한편, 천기준은 회사로 돌아와 재무 자료를 정리하고 있었다.그는 최근 회사의 적자가 심각하다는 것을 발견했다.게다가 몇몇 회계 장부에는 수상한 점이 많았다.‘회사 안 누군가가 뒤에서 조작을 하고 있는 게 아닐까?’강연찬은 남설아를 데리고 바닷가로 나갔다.두 사람은 해변을 천천히 거닐며 바람을 맞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설아야, 요즘 잘 지내고 있어?”강연찬이 다정하게 물었다.“응, 잘 지내고 있어.”남설아가 웃으며 답했다.“선배는? 상처는 이제 괜찮아?”“이제 하나도 안 아파.”강연찬은 웃으며 말했다.“다 네 덕분이야. 네가 잘 보살펴줬잖아.”“선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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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8화

배서준의 얼굴은 점점 더 어두워졌다.겨우 며칠 병원에 있는 사이 회사에 이렇게 많은 일이 벌어졌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배서준은 사무실을 왔다 갔다 하며 분노를 억누르지 못했다.본능적으로 느꼈다. 이번 일은 분명 남설아와 무관하지 않을 거라고.그날 밤, 배서준은 집으로 돌아왔다.서유라는 거실 소파에 앉아 TV를 보고 있었다.“서준아, 왔어?”서유라가 일어나 반기며 다가왔다.“오늘은 어때? 좀 나아졌어?”“그럭저럭.”배서준은 무덤덤하게 대답했다.지금은 온통 회사 일로 머릿속이 꽉 차 있어 서유라의 말에 신경 쓸 여유조차 없었다.“나 오늘 회사 얘기 좀 들었는데...”서유라가 슬쩍 말을 꺼냈다.“요즘 상황이 꽤 안 좋다더라.”“응.”배서준은 건성으로 대꾸했다.“그게...”서유라는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설아 씨가 뒤에서 손을 썼대. 강연찬이랑 손잡고 배건 그룹 시장을 빼앗으려 한다는 얘기가 있어.”그러자 배서준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었다.“그 여자가 감히?”“너무 흥분하지 마. 너 몸 상할까 봐 걱정돼.”서유라는 다급히 진정시키며 말했다.“나도 도울게. 우리 같이 막아내자.”배서준은 아무 말 없이 소파에 앉았다.그리고 깊은 생각에 빠져들었다.한편, 남설아의 회사는 눈부시게 성장하고 있었다.하루 종일 바쁘게 뛰어다녔지만 그녀의 얼굴에는 항상 자신감 넘치는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요즘 진짜 너무 열심히 일하는 거 아니야?”송우민이 그녀를 안쓰럽게 바라보며 말했다.“쉬엄쉬엄 좀 해.”“괜찮아. 나 아직 젊어. 이 정도는 버틸 수 있어.”남설아가 웃으며 대답했다.“지금이 회사 성장의 골든타임이야. 느슨해질 수가 없어.”“아참, 들었어? 배서준 퇴원했대.”송우민이 아무렇지 않은 척 말했다.“그래?”남설아는 심드렁하게 대답했고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들리는 말로는 요즘 회사도 엉망이고 본인 심기도 꽤 안 좋다더라.”송우민이 덧붙였다.“그건 그 사람 문제지.”남설아는 담담하게 말했다.“우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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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9화

서유라는 문 앞에 서서 술에 취한 배서준을 바라봤다.순간 눈빛에 불쾌함이 스쳤지만 곧 부드러운 미소로 감췄다.“서준아, 나야.”서유라는 봄날처럼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또 이렇게 많이 마신 거야? 의사 선생님이 술 조심하라고 했잖아. 위 안 좋다고.”눈빛은 순식간에 흐려지더니 배서준은 서유라를 바라보며 씁쓸하게 웃었다.“왔구나.”그는 잔을 내려놓고 비틀거리며 소파로 걸어가 털썩 주저앉았다.서유라도 다가가 그의 곁에 앉더니 조심스레 손을 뻗어 관자놀이를 주무르려 했다.“서준아, 무슨 고민 있어? 나한테 말해도 돼.”하지만 배서준은 그녀의 손을 밀쳐냈다. 말투에는 분명한 짜증이 배어 있었다.“아무 일 없어. 신경 쓰지 마.”그는 눈을 감고 소파에 몸을 기댔다.더 이상 다가오지 말라는 듯한 태도였다.그렇게 서유라의 손은 허공에 멈췄고 얼굴에 걸린 웃음도 조금씩 일그러졌다.그녀는 깊게 숨을 들이쉬고 꾹 참으며 다시 부드럽게 말했다.“서준아, 요즘 회사 일도 많고 스트레스도 클 거 알아. 그래도 몸은 좀 챙겨야지.”“알아. 그만 말해.”배서준의 목소리는 더욱 날카로워졌다.“혼자 있고 싶어.”서유라는 그의 꽉 감긴 눈을 바라보며 속으로 비웃었다.이 순간, 배서준 마음속에 떠오르는 사람이 누구인지 너무도 뻔했다.그녀는 조용히 일어나 거실 유리문 앞에 섰다.그러고는 어두운 밤을 바라보며 무심한 듯 말했다.“서준아, 나 오늘 설아 씨랑 강연찬이 같이 있는 거 봤어.”배서준은 눈을 번쩍 뜨며 고개를 홱 돌렸다.“뭐라고?”“오늘 쇼핑하러 나갔다가 둘이 같이 마트에서 장 보는 걸 봤어. 둘이서 깔깔 웃으면서 정말 친해 보이더라.”서유라는 배서준의 표정을 살피며 계속 말을 이었다.“그리고... 같이 설아 씨 집으로 들어가는 것도 봤어.”배서준의 얼굴은 순식간에 검게 변했다. 주먹은 저절로 꽉 쥐어졌다.“그 둘이...”배서준은 이를 악물며 말했다.한 마디 한 마디가 틀어막은 이의 틈새를 비집고 나왔다.“서준아, 화내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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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0화

배서준은 천천히 눈을 떴다.김이 모락모락 나는 죽이 눈앞에 있었지만 전혀 입맛이 돌지 않았다.“나 안 먹을래. 네가 먹어.”그가 힘없이 말했다.“서준아, 한 숟갈만이라도 먹어.”서유라는 조심스레 죽을 떠서 배서준의 입가에 가져갔다.“이 죽, 위에 정말 좋아.”이런 서유라의 다정한 모습에 배서준은 마음 한구석이 약해졌다.하여 마지못해 입을 벌려 죽을 한입 삼켰다.죽은 은은한 단맛이 돌았지만 그조차도 무미건조하게 느껴졌다.“설아가 해준 죽이 더 맛있었는데...”배서준이 무심결에 중얼거리자 서유라의 얼굴이 굳어졌다.하마터면 손에 들고 있던 숟가락도 떨어뜨릴 뻔했다.“지금... 뭐라고 했어?”서유라는 애써 화를 눌러가며 물었다.“아, 아무것도 아니야.”배서준은 정신을 차리고 얼른 수습했다.“죽 맛있어.”서유라는 아무 말 없이 다시 숟가락을 들었다.겉으로는 차분한 척했지만 속은 천 갈래 만 갈래로 찢어지는 듯 괴로웠다.‘내 앞에서 감히 남설아를 떠올려?’죽 한 그릇은 금세 비워졌고 배서준은 이내 침대에 몸을 누워 눈을 감았다.잠든 듯 보였다.서유라는 그런 그를 바라보며 눈빛 속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웠다.그녀는 조심스럽게 핸드폰을 꺼내 서도현에게 메시지를 보냈다.[계획은 잘 진행되고 있어?]곧 답장이 왔다.[걱정 마, 누나. 다 계획대로야. 배건 그룹은 이미 한바탕 난장판이야. 배서준도 곧 빈털터리가 될 거야.]서유라는 그 메시지를 보며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좋아. 서두르자. 남설아랑 강연찬이 먼저 치고 나오기 전에 끝내야 해.][알겠어, 누나. 누나도 조심해. 괜히 티 내지 말고.][걱정 마. 배서준은 나를 전적으로 믿고 있어. 너나 절대 흔적 남기지 마.][알아. 누나는 나만 믿어.]그렇게 서유라는 핸드폰을 내려놓으며 다시 잠든 배서준을 바라봤다.그 눈빛에는 복잡한 감정이 어른거렸다.다음 날 아침, 배서준이 눈을 떴을 때 서유라는 이미 방에 없었다.머리가 깨질 듯이 아파 그는 관자놀이를 눌러가며 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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