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서유라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손에는 보온도시락통을 들고 있었다.“서준아, 점심 안 먹었지? 내가 식사 가져왔어.” 그녀는 다정하게 말했다.배서준은 눈을 뜨고 서유라를 바라보았지만, 마음속에 짜증이 치밀었다.“나 입맛 없어. 가져가.” 그는 말했다.“서준아, 밥은 꼭 먹어야지.”서유라는 그의 곁으로 다가가 보온도시락통을 책상 위에 올려두었다.“지금 몸도 안 좋잖아. 더 잘 챙겨 먹어야 해.”도시락통을 열자 진한 향기가 퍼져 나왔다.“내가 직접 만든 거야. 한번 먹어봐.” 서유라가 말했다.배서준은 도시락통 안의 음식을 바라봤지만, 전혀 식욕이 생기지 않았다.“가져가라고 했잖아. 안 먹는다고.” 그는 다시 한번 말했다.서유라는 표정이 굳었다. 그가 이렇게까지 냉정하게 나올 줄은 몰랐다.“서준아, 아직도 나한테 화난 거야?” 그녀는 억울한 표정으로 말했다.“어제 남설아 얘기를 꺼낸 건 잘못했지만, 다 너 잘되라고 그런 거야.”“화 안 났어.” 배서준이 말했다.“그냥... 그냥 기분이 안 좋아서 그래.”“서준아, 요즘 스트레스가 많다는 거 나도 알아.”서유라는 말했다.“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네 몸을 이렇게 막 대하면 안 되지.”“나는...” 배서준은 입을 열었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조금만 먹어줘, 응?”서유라는 숟가락으로 음식을 떠서 그의 입 앞에 내밀었다.“나를 생각해서라도, 딱 한 입만.”배서준은 서유라의 아련한 표정을 보며 마음이 약해져 한입 먹었다.음식 맛은 그저 그랬지만, 목이 메어 잘 넘어가지 않았다.“맛있어?”서유라는 기대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응, 맛있네.”배서준은 영혼 없이 대답했다.서유라는 웃으며 계속해서 그에게 음식을 먹였다.조금 후 배서준은 그녀를 돌려보내려 했다.“나 할 일 좀 있어서, 먼저 들어갈래?”서유라는 그의 차가운 반응에 가슴이 아려왔지만, 아무 말 없이 조용히 짐을 챙겨 나갔다.배서준은 그녀가 떠나는 뒷모습을 바라보며 짜증과 무력감이 몰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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