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서준의 말을 들은 서유라는 입술을 꾹 다물었다.배서준은 그녀를 바라보다가 결국 아무 말 없이 혼자 방으로 들어갔다.그날 이후, 서유라는 최근 온갖 가사 수업에 푹 빠지게 되었다.프렌치 디저트부터 일식 요리, 고급 가사관리까지, 그녀가 신청한 수업은 각양각색이었고, 거의 모든 여가를 그것들로 채워버렸다.그녀는 부엌에서 서툴게 분주히 움직이며 손가락과 손등이 데어 벌겋게 되었지만 그래도 지치지 않았다.“누나, 지금 뭐 하는 거야?”서도현은 부엌 안이 엉망이 된 모습을 보며 찡그린 얼굴로 물었다.“예전에는 부엌 들어가는 거 제일 싫어했잖아. 갑자기 왜 이래?”서유라는 새까맣게 탄 쿠키를 조심스럽게 오븐 팬에서 떼어내며 고개도 들지 않고 말했다.“배서준 내조하는 걸 배우는 중이야. 요즘 힘들어 보이잖아. 내가 뭔가 해줘야지.”서도현은 수상쩍은 눈길로 다가가 쿠키 한 조각을 집어 들고 냄새를 맡더니 연기에 질식할 뻔했다.“누나, 이거 사람 먹으라고 만든 거 맞아? 잘못하면 배서준 내조는커녕 병원 보낼 수도 있겠는데?”서유라는 그를 흘겨보며 퉁명스럽게 말했다.“네가 뭘 알아! 이건 마음이야, 마음! 진심이 중요하다고!”서도현은 입을 삐죽이며 중얼거렸다.“진심도 좋지만, 최소한 결과물이 먹을 수는 있어야지.”서유라는 그의 조롱에 신경 쓰지 않고 이마의 땀을 닦은 뒤 핸드폰 사진첩을 열어 사진 몇 장을 꺼내 들고 자세히 들여다보았다.사진 속 인물은 남설아였고 그녀는 단출하면서도 세련된 옷차림에 깔끔한 메이크업과 단정한 자세로 능력 있는 여성의 아우라를 풍기고 있었다.“누나, 또 남설아 사진 보는 거야?”서도현이 다가와 사진을 들여다보며 물었다.“경쟁자 분석이라도 하는 거야?”서유라는 고개를 저었지만, 시선이 흔들렸다.“나는 지금... 그 여자의 스타일을 배우는 중이야.”“스타일을 배운다고?”서도현은 잠시 멍해졌다가 이내 눈이 휘둥그레지며 말했다.“설마... 누나, 남설아 흉내 내려는 거야?”서유라는 아무 말 없이 사진을 확대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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