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설아는 파일을 건네받아 진지하게 들여다보기 시작했다.이따금 미간을 찌푸리기도 하고 이내 펴지기도 하며 손가락 끝으로 책상을 일정한 리듬으로 두드렸다.“이 부분 더 개선할 수 있겠어요.”남설아는 화면 속의 한 모듈을 가리키며 말했다.“사용자 경험을 고려해야 해요. 이 작업 흐름은 좀 더 단순화할 수 있어요.”“네, 대표님. 바로 수정하겠습니다.”이승주가 서둘러 답했다.몇 시간에 걸친 긴박한 작업 끝에 수정된 최종안이 마침내 완성됐다.남설아는 다시 테스트를 진행했고 문제가 없는 걸 확인한 뒤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좋아요, 다들 수고했어요.”남설아는 노트북을 덮으며 말했다.“내일, 화승 그룹에 최종안을 제출합니다.”“와, 드디어!”사무실엔 환호성이 터졌고 직원들은 서로 하이파이브하며 기쁨과 뿌듯함이 얼굴에 가득했다.한편, 배건 그룹 회의실의 분위기는 전혀 달랐다.“대표님, 괜찮으세요?”천기준이 조심스럽게 물었다.멍하니 앉아 있는 배서준의 모습에 걱정이 가득해졌다.“괜찮아.”배서준은 고개를 저으며 정신을 차리는 듯 말했다.“계속 회의하죠.”회의는 이어졌지만 배서준은 계속 딴생각에 빠졌고 발언 도중엔 실수까지 했다.“설아야, 이 문서 복사 좀 해줘.”그 순간 회의실은 정적에 휩싸였다.모두가 놀란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다. 무슨 상황인지 이해가 가지 않는 듯했다.“대표님, 저 부르신 건가요?”천기준이 잠시 얼이 빠진 얼굴로 묻고는 이내 정신을 차렸다.“네, 바로 복사해오겠습니다.”그제야 자신의 실수를 깨달은 배서준은 곧바로 사과했다.“죄송합니다, 방금 잠깐 딴생각을 하느라고.”회의가 끝난 후, 배서준은 혼자 사무실로 돌아갔다.의자에 앉아 눈을 감자 자꾸만 남설아의 모습이 머릿속을 맴돌았다.도대체 왜 지금, 왜 회의 중에 갑자기 그녀가 떠오른 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그것도 직원들 앞에서 비서 이름을 헷갈릴 정도로 말이다.같은 시각, 배건 그룹에서는 긴급 이사회의가 열리고 있었다.“요즘 배서준 대표 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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