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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굿바이 쓰레기: Chapter 431 - Chapter 438

438 Chapters

제431화

배서준은 요즘 남설아에 대한 혐오와 증오로 가득 차 있었다. 그녀의 이름만 들어도 짜증이 났다.그래서 서유라의 제안을 듣자마자 망설임 없이 수락했다.“다 네 말대로 할게. 네 생각대로 그렇게 하자.”서유라는 배서준이 이렇게까지 자기 말을 잘 따르는 걸 보며 우쭐한 마음이 들었다.그 뒤 며칠 동안, 서유라는 회사의 경영 방향을 조정하기 시작했고 몰래 서도현과 다음 계획에 대해 상의했다.배서준은 점점 약물과 서유라에게 의존하게 되었고 모든 현실 감각을 잃은 채 환상에 빠져 살고 있었다.이제 서유라가 애교를 부리기만 하면 배서준은 무엇이든 흔쾌히 허락했다.그들은 도심 외곽에 있는 한 고급 리조트로 함께 떠났다.그곳은 산과 물이 어우러진 풍경 속에 자리하고 있어 도시의 소음을 벗어나 맑은 공기 속에서 여유를 만끽할 수 있는 곳이었다.“서준아, 여기 너무 예쁘다.”서유라는 배서준의 팔짱을 끼고는 황홀한 표정으로 말했다.“네가 좋다면 나도 좋아.”배서준은 서유라를 따뜻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다정하게 말했다.요즘 들어 서유라가 준 약을 먹은 후로 배서준은 한결 차분해졌고 이는 전적으로 그녀 덕분이라고 믿고 있었다.두 사람은 호숫가의 산책로를 따라 천천히 걸었다. 꽃향기를 머금은 산들바람이 두 사람을 스쳐 지나갔다.그러다 서유라가 걸음을 멈추고는 멀리 있는 한 공터를 가리켰다.“서준아, 저기 봐. 저기다가 프로젝트 하나 하면 어때?”배서준은 그녀가 가리키는 방향을 바라보았다. 그 토지는 그가 예전에 검토했던 곳이었지만 여러 이유로 개발하지 않고 남겨두고 있었다.“뭘 하려고?”“저기다가 대형 친환경 프로젝트를 하고 싶어. 여행 관광업과 결합해서 새로운 사업 모델을 만들어 보는 거지.”서유라의 눈빛에는 기대와 흥분이 가득 담겨 있었다.배서준은 그녀의 표정을 바라보며 마음이 조금 누그러졌다.서유라는 늘 자기만의 생각과 꿈이 있었고 그는 그런 그녀를 도와주고 싶었다.“좋아, 네 말대로 하자.”배서준은 주저하지 않고 말했다.“정말? 서준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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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2화

배서준은 서유라의 다정한 미소를 바라보며 마음이 놓였다.그는 서유라가 곁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참 다행이라고 생각했다.리조트에서 돌아온 후, 배서준은 곧바로 회사의 발전 방향을 바꾸는 데 착수했다.그는 서유라의 제안대로 회사의 주요 사업을 친환경 프로젝트로 전환했다.이 결정은 회사 내부에 적잖은 파장을 일으켰고 많은 직원이 이해하지 못하거나 반대 의견을 내기도 했다.하지만 배서준은 모든 반대를 무릅쓰고 서유라의 계획을 고수했다.“나는 유라를 믿어. 유라는 절대 나를 해치지 않아.”회의 중 배서준은 단호하게 그렇게 말했다.곧 배건 그룹은 녹야라는 회사와 협력 계약을 체결했다.녹야 회사는 생태 농업 개발에 주력하는 신생 기업으로 이들의 사업 철학은 서유라의 구상과도 일치했다.“배 대표님, 이렇게 협력할 수 있어 기쁩니다. 분명 아주 좋은 협력 관계가 될 거라 믿어요.”회사 대표인 젊은 여성은 배서준과 힘차게 악수했다.“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배서준은 미소를 지으며 눈빛에는 기대감이 가득했다.녹야 회사의 도움으로 생태 농업 프로젝트는 순조롭게 진행됐고 회사 실적도 점차 회복세를 보이기 시작했다.배서준은 서유라에게 점점 더 의지하게 되었다.그는 거의 매일 서유라를 만나야 했고 크고 작은 모든 결정을 그녀와 상의했다.두 사람은 항상 함께 다녔고 심지어 회의 때조차도 서유라가 동참했다.“서준아, 이 프로젝트는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게 좋을 것 같아.”어느 회의 자리에서 서유라가 갑자기 말했다.“그래? 왜 그렇게 생각해?”배서준은 다정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물었다.“위험성이 너무 커 보여. 우리는 좀 더 신중해질 필요가 있어.”서유라는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알겠어. 그럼 네 말대로 이건 잠시 보류하자.”배서준은 망설임 없이 결정했다.배서준의 이러한 변화에 직원들 사이에서도 수군거림이 끊기지 않았다.“요즘 배 대표님 완전히 사람이 바뀐 것 같지 않아?”“맞아. 지금은 뭐든 다 서유라 씨 말을 따르고 있어. 거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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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3화

남설아는 손에 든 경제 잡지를 바라보았다. 표지에는 서유라가 상냥하게 웃고 있는 모습이었지만 그 우쭐한 눈빛은 감출 수가 없었다. “저 여자가 아주 의기양양하네.”송우민은 입을 삐죽거리며 말했다. 그 말투에는 경멸이 섞여 있었다.“배건 그룹의 최근 움직임이 뭔가 이상해.”남설아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아무래도 단순한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배서준은 순한 사람은 아니지만 멍청한 인물도 아니었다.그런 그가 갑자기 서유라에게 회사 업무를 맡기게 됐다는 게 이해가 가지 않았다.“천기준 씨, 그쪽 소식은 어떤가요?”남설아가 고개를 돌려 천기준에게 물었다.“남 대표님, 제가 요즘 계속 배 대표님을 지켜보고 있는데요... 상태가 꽤 심각한 것 같습니다.”천기준은 걱정 가득한 어조로 말했다.“매일 서유라 씨가 주는 약을 꼭 챙겨 먹고 서유라 씨 없이는 제대로 생활도 못 하는 것처럼 보여요.”“뭐라고요?”남설아와 송우민은 서로를 바라보았고 두 사람의 눈에는 놀라움이 가득했다.“그게 말이 돼?”송우민은 믿기 힘들다는 표정으로 말했다.“배서준 그 여우 같은 인간이 어떻게 이렇게 됐지?”“저도 이해가 안 돼요.”천기준은 진지하게 고개를 저었다.“예전에는 남 대표님께 잘못한 일이 많긴 해도 머리는 정말 비상한 사람이었거든요. 근데 요즘은 정말... 완전히 다른 사람 같아요.”“연찬 오빠, 그쪽은 뭐 좀 알아낸 거 있어?”남설아는 강연찬에게 시선을 돌리며 물었다.“사람을 붙여서 배서준의 동선을 추적해 봤어. 근데 회사 아니면 서유라랑만 붙어 다닌다고 해.”강연찬은 눈살을 찌푸리며 답했다.“설아야, 너는 어떻게 할 생각이야?”“서유라가 배서준한테 주는 약을 어떻게든 구해서 성분 검사 맡겨보려고.”남설아는 단호하게 말했다.“정말 불법 약이라면 그게 바로 결정적인 증거지.”송우민은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그게 쉽지는 않을걸.”강연찬이 현실적인 우려를 덧붙였다.“서유라가 지금 배서준을 꽉 쥐고 있어서 우리가 가까이 다가가기 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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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4화

“알았어, 누나. 걱정하지 마.”서도현은 말로는 그렇게 대답했지만, 속으로는 전혀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요즘 그는 진료소에서 꽤 괜찮은 돈벌이 수단을 발견했기에 쉽게 포기할 생각은 없었다.서유라는 그런 철없는 동생의 태도에 답답함을 느꼈다. 정말이지, 이 멍청한 동생 때문에 모든 계획이 망쳐질까 봐 불안했다.“서준아, 요즘 기분은 좀 어때?”서유라는 몸을 돌려 배서준을 따뜻하게 바라보며 물었다.“괜찮아, 유라야. 걱정하지 마.”배서준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네가 곁에 있어 주니까 훨씬 좋아졌어.”“그럼 다행이야.”서유라는 안도한 듯 미소를 지었다.“서준아, 걱정하지 마. 난 항상 네 곁에 있을 거야.”“응, 알고 있어.”배서준은 고개를 끄덕였다.“남 대표님, 새로운 소식이 있습니다.”천기준이 급하게 남설아의 사무실로 들어오며 말했다.“서도현이 오늘 또 그 진료소에 갔고 어떤 수상한 사람과 거래했습니다.”“수상한 사람?”남설아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물었다.“그 사람 얼굴은 봤어요?”“아니요.”천기준은 고개를 저었다.“모자에 마스크까지 써서 얼굴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둘이 거래하는 장면은 사진으로 찍었습니다.”그는 그렇게 말하며 핸드폰을 내밀었다.남설아는 천기준에게서 핸드폰을 받아 사진을 들여다보았다.사진 속 흐릿한 실루엣을 보며 그녀의 눈에는 의심이 서렸다.‘대체 이 사람은 누구지?'“계속 서도현을 추적해요. 무슨 일 생기면 바로 보고하고.”“네, 대표님.”천기준은 고개를 숙이고 사무실을 나갔다.남설아는 그 사진 속의 정체불명의 인물을 보며 의심스러운 표정을 지었다.‘정말 누구일까?’“연찬 오빠, 거기 상황은 어때?”남설아는 강연찬에게 전화를 걸어 물었다.“그 의사 쪽에 압박을 주고는 있는데 꽤 교활해. 전부 합법적인 절차라고 우기고 있어.”강연찬은 걱정스럽게 말했다.“역시 쉽지 않네.”남설아는 낮게 중얼거렸다.“우리가 이걸 밝혀내려면 명확한 증거가 있어야 해. 그래야 서유라의 본색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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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5화

“남 대표님, 새로운 소식이 있습니다.”천기준이 서둘러 사무실로 들어왔다.남설아가 고개를 들고 서류를 내려놓으며 물었다.“무슨 일인데요?”“서도현 씨가 오늘 또 그 진료소를 방문했습니다.”천기준이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게다가 그 수상한 인물과 또 거래했습니다.”남설아가 미간을 찌푸리며 되물었다.“수상한 인물이요?”천기준이 고개를 끄덕였다.“네, 그 사람은 이번에도 매우 조심스러웠습니다. 모자와 마스크로 완전히 가려져 얼굴을 전혀 볼 수 없었어요.”“하지만...” 천기준이 잠시 멈추고 서류 가방에서 봉투를 꺼냈다. “그들이 거래하는 사진을 찍었습니다.”그는 사진을 남설아에게 건넸다.남설아가 사진을 받아 빠르게 훑어보았다.사진은 흐릿했고 서도현의 실루엣과 완전히 가려진 다른 인물만 볼 수 있었다.“거래 내용은 확인할 수 있나요?”남설아가 사진을 자세히 보며 추가 단서를 찾으려 했다.“거리가 너무 멀어서 확인할 수 없었습니다.”천기준이 아쉬운 듯 말했다. “하지만 거래 장소가 진료소 뒷골목이었어요. 매우 은밀했습니다.”남설아가 탁자를 가볍게 두드리며 깊은 생각에 잠겼다.서도현이 빈번히 진료소를 드나들고, 은밀한 거래를 한다면 이 진료소는 분명 문제가 있다.“이 진료소가 우리의 실마리인 것 같네요.”남설아가 고개를 들어 날카로운 눈빛으로 말했다.“남 대표님, 다음은 어떻게 할까요?”천기준이 지시를 기다렸다.“연찬 오빠 쪽에서는 아직도 그 의사를 압박 중인가요?”남설아의 물음에 천기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강 대표님은 계속 압박 중이지만 그 의사는 입이 무거워 아무 말도 하지 않아요.”남설아가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이제는 두 갈래로 나눠서 진행해야겠네요. 천 비서님은 계속 서도현을 감시하면서 수상한 인물과의 거래 내용과 그 사람의 신원을 반드시 확보하세요.”“알겠습니다, 대표님.” 천기준이 고개를 끄덕였다.남설아가 송우민을 돌아보며 말했다. “우민아, 나랑 함께 갈래?”송우민이 눈썹을 치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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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6화

“좀 더 가까이 가서 얘기를 들어볼까?”송우민이 제안했지만, 남설아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너무 위험해. 발각될 수 있어.”“지금은 저들이 문제가 있다는 것만 확인하면 충분해.”남설아가 냉철하게 분석했다.“다음은 두 사람의 거래 증거를 확보할 방법을 찾아봐야 해.”그때 서도현과 의사는 만남을 마치고 차례로 골목을 떠났다.서도현은 차를 타고 사라졌고 의사는 진료소로 돌아갔다.남설아는 서도현의 차가 사라지는 것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서도현은 생각보다 훨씬 더 조심성이 많네.”남설아가 말했다.“그러게. 자신들이 무슨 더러운 일을 하고 있는지 잘 알고 있는 모양이야.”송우민이 동조했다.“가자. 우리도 돌아갈 때가 됐어.”남설아가 자리에서 일어나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이제는 연찬 오빠 쪽 진전을 지켜봐야겠어.”한편, 화승 그룹 대표 사무실.강연찬은 사무실 책상에 앉아 비서의 보고를 듣고 있었다.“강 대표님, 조사 결과 그 의사의 이름은 이명수이고 실제로 몇 건의 의료 사고를 냈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비서가 보고했다. “게다가 빚이 상당히 많아 경제 상황이 좋지 않아요.”강연찬은 책상을 가볍게 두드리며 생각에 잠겼다. “경제 상황이 안 좋다고... 아무래도 이명수는 매수당했을 가능성이 커 보이네.”강연찬의 목소리가 가라앉았다.“강 대표님, 그럼 다음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비서가 물었다.“계속 압박을 가해.”강연찬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이명수에게 의료 사고 기록과 빚 문제를 우리가 모두 알고 있다는 걸 분명히 전해. 만약 계속 입을 다물고 있으면 우리도 더 이상 봐줄 수 없다는 점을 명확히 해.”강연찬의 목소리가 차가웠다. 비서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알겠습니다, 대표님.”진료소에서는 이명수가 진료실에 앉아 창백한 얼굴로 이마에 땀을 흘리고 있었다.카페에서 남설아의 핸드폰이 울렸다. 천기준의 전화였다.“남 대표님, 서도현이 새로운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천기준의 목소리가 흥분되어 있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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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7화

전화를 받은 강연찬의 목소리도 심각해졌다.“이렇게 빨리? 아무래도 더 이상 기다리지 못하는 모양이네.”“서둘러야 해.”남설아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그들이 깨끗이 빠져나가기 전에 반드시 확실한 증거를 확보해야 해.”“알겠어.”강연찬이 바로 답했다.“기술팀을 동원해 진료소 시스템 해킹을 시도 중이야. 약물 기록과 거래 정보를 찾을 수 있길 기대하고 있어.”“서둘러줘.”남설아가 강조했다.“시간이 없어.”전화를 끊은 남설아는 마음이 더욱 조급해졌다. 서유라와 서도현의 움직임은 그녀의 예상보다 훨씬 빨랐고 남은 시간이 점점 줄어들고 있었다.한편, 서유라는 흡족하게 배서준을 바라보고 있었다.며칠 전부터 배서준의 정신 상태가 눈에 띄게 나아진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가끔 두통과 초조함을 호소하기는 했지만, 예전의 의기소침한 상태와는 확연히 달라졌다.“서준아, 기분 어때? 훨씬 나아진 것 같지 않아?”서유라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고 그 속에 희미한 만족감이 스며들어 있었다.배서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오랜만에 웃음을 지었다.“그래, 훨씬 나아진 것 같아. 예전처럼 머리가 아프지도 않고. 유라야, 그동안 정말 고생했어.”“무슨 소리야.”서유라는 어리광스러운 눈빛으로 배서준을 흘겨보았다.“너를 돌보는 건 당연한 일이지. 네가 건강을 회복할 수만 있다면 뭐든지 할 수 있어.”배서준은 무척 의존하고 있는 눈빛으로 서유라를 바라보면서 그녀의 손을 꼭 잡았다.“유라야, 네가 곁에 있어서 정말 다행이야.”서유라는 속으로 비웃었지만, 겉으로는 더욱 다정한 모습으로 말했다.“서준아, 좀 쉬어. 내가 음식 준비해 올게.”약물량이 점점 줄어들면서 예전처럼 정신이 혼미하지는 않았지만 금단 현상으로 인해 배서준은 가끔 두통과 초조함을 느꼈다.“유라야, 오늘 머리가 좀 아파.”식사 중에 배서준이 관자놀이를 문지르며 피곤한 목소리로 말했다.서유라는 바로 다가와 부드럽게 머리를 마사지해주었다.“약을 줄이다 보니 적응이 안 되는 거 아니야? 이건 정상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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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8화

강연찬은 남설아의 고집을 잘 아는 터라 한숨을 쉬더니 더 이상 말리지 않았다.“알겠어. 네 말 대로 해.”그의 목소리가 더 엄숙해졌다.“반드시 조심해야 해. 안전이 최우선이야.”“걱정하지 마. 내 안전을 가지고 장난치지 않아.”남설아는 일부러 가벼운 말투로 말하며 걱정하는 강연찬을 달랬다.“변장하고 갈 테니 아무도 알아보지 못할 거야.”“정예 경호원들을 배치할게.”강연찬이 계속 말했다.“조금이라도 이상한 낌새가 느껴지면 즉시 철수해. 무리하지 말고.”“응, 알겠어. 고마워, 연찬 오빠.”남설아는 마음 깊이 따뜻해지는 것을 느꼈다. 강연찬이 곁에 있어 줘서 마음이 놓였다.“바보야, 감사할 게 뭐가 있어.”강연찬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잊지 마. 꼭 조심해야 해.”“응.”남설아는 힘주어 고개를 끄덕였다.남설아는 꼼꼼하게 계획을 세워 만반의 준비를 했다.평소와 전혀 다른 스타일의 화장을 하고 가발과 안경을 썼으며 수수한 옷차림으로 완전히 다른 사람처럼 변장했다.모든 준비를 마친 남설아는 거울 속 자신을 바라보며 심호흡했다.‘남설아, 이번엔 꼭 성공해야 해.'계획대로 남설아는 진료소에 도착했다.초조한 환자 가족으로 변장한 그녀는 진료 기록지를 들고 불안한 표정으로 진료소 안으로 들어섰다.진료소 내부는 다소 낡은 느낌이었지만 평범했고 공기 중에는 약 냄새가 스멀스멀 풍겼다.안내 데스크의 간호사가 남설아를 발견하자마자 마중 나왔다.“어서 오세요. 어떻게 도와드릴까요?”간호사의 목소리는 무척 형식적이어서 거리감이 느껴졌다.“안녕하세요. 상담 좀 받으러 왔어요.”남설아는 일부러 쉰 목소리를 내며 불안한 모습을 연기했다.“가족이 요즘 몸이 안 좋아서 여기 진료받으러 왔어요.”“어떤 증상을 보이고 계시는가요?”간호사가 의례적으로 물었다.남설아는 흔히 볼 수 있는 증상들을 설명하며 자연스럽게 주변을 둘러보았다.진료소는 크지 않았고 대기실, 진료실, 약국으로 구분되어 있었고 복도 끝에는 의사 사무실과 진료 기록 보관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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