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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굿바이 쓰레기: Chapter 411 - Chapter 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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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1화

통화가 끊기자마자 서유라의 얼굴에서는 온기가 싹 사라지더니 그 자리를 독기 서린 표정이 대신했다.핸드폰을 내려다보던 서유라는 중얼거렸다.“그 여편네 내가 가만두지 않을 거야. 당신 아들부터 끝내고 다음은 당신 차례야.”한편, 배서준은 사무실에 앉아 깊은 고민에 잠겨 있었다.그때 그의 핸드폰 화면에 알림이 하나 떴다. 연예 뉴스 속보였다.강연찬과 남설아 열애 포착, 다정한 여행 현장 공개, 결혼 임박설...화면 속에서 다정하게 붙어 있는 두 사람의 모습을 보자 배서준은 정체를 알 수 없는 불쾌감이 치밀어 올랐다.곧장 핸드폰을 들어 남설아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들려온 건 차가운 기계음뿐이었다.“죄송합니다. 고객님이 전화를 받을 수 없어...”그러자 배서준은 짜증스럽게 핸드폰을 옆으로 던졌다. 가슴 속이 답답하고 마치 안에서 불이 치솟는 것만 같았다.한편, 병원 침대에 누운 윤화진은 뒤척이며 좀처럼 잠들지 못하고 있었다.머릿속에선 계속해서 남설아와 강연찬이 함께 있는 장면이 떠올랐고 불안과 초조함이 그녀를 짓눌렀다.“서준아, 이리 와봐. 엄마가 할 말이 있어.”윤화진이 병실 밖으로 소리치자 서유라는 마지못한 표정으로 안으로 들어왔다.“아주머니, 무슨 일이세요? 서준이 지금 바빠요.”“나는 서준이를 만나야겠어! 꼭 봐야 해!”윤화진은 고집을 부렸다. 지금 당장 전해야 할 말이 있었기 때문에 배서준을 꼭 만나야 했다.“무슨 말씀이든 저한테 하세요. 제가 전해드릴게요.”서유라는 건성으로 대답했다. 윤화진과 자신의 갈등이 배서준 귀에 들어가는 건 절대 원치 않았으니 말이다.“나는... 꼭 직접... 봐야 해...”윤화진의 목소리는 점점 흐려지고 눈빛도 흐릿해졌다.그 모습을 본 서유라는 잠깐 당황한 듯한 기색을 보였다.급히 다가가 윤화진의 상태를 살펴보았으나 이미 의식을 잃은 상태였다.“아주머니! 아주머니! 왜 이러세요?!”서유라는 겁에 질린 채 소리쳤다.“사람 살려요! 여기 좀 도와주세요!”의사와 간호사들이 급히 달려와 윤화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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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2화

“의사 선생님, 저희 엄마는 괜찮으신가요?”배서준이 다급히 다가가 물었다.“수술은 아주 잘 됐습니다. 환자분은 이미 위기에서 벗어났어요.”의사는 차분히 설명했다.“다만 고령이신 데다 몸 상태가 많이 허약해지셔서 당분간은 병원에 머물며 경과를 지켜봐야 합니다.”의사의 말을 들은 배서준은 그제야 가슴을 쓸어내렸다.긴 숨을 내쉬며 맥이 풀린 듯 자리에 털썩 주저앉을 뻔했다.“정말 감사합니다, 선생님. 정말 고맙습니다.”그는 고개 숙여 감사를 전했다.“당연히 해야 할 일입니다.”의사는 고개를 끄덕였다.“지금부터 보호자분도 병실에 들어가셔도 좋습니다. 다만 환자분이 아직 안정을 취해야 하니 방해는 삼가주세요.”배서준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병실로 들어갔다.윤화진은 침대에 조용히 누워 있었고 창백한 얼굴에 두툼한 붕대가 머리를 감싸고 있었다.그 모습을 바라보는 배서준의 눈빛엔 죄책감과 자책이 가득했다.“엄마... 죄송해요. 다 제 잘못이에요. 제가 엄마 속 썩이지 말았어야 했는데...”배서준은 윤화진의 손을 꼭 잡고 조용히 말했다.“그러니까... 꼭 빨리 회복하셔야 해요. 다시는 엄마 속 썩이지 않을게요.”그의 말에 윤화진은 아주 미세하게 반응하며 눈가에서 눈물 한 방울이 흘렀다.그 뒤로 며칠 동안 배서준은 병원에서 한시도 자리를 뜨지 않고 윤화진을 정성껏 돌봤다.서유라도 몇 번 병문안을 오긴 했지만 올 때마다 배서준의 차가운 반응에 밀려 조용히 돌아갔다.그 시각, 남설아와 강연찬은 해외에서 새로운 프로젝트를 함께 조사 중이었다.일을 함께하고 여행도 함께하며 두 사람의 관계는 한층 더 깊어지고 있었다.“설아야, 이번 프로젝트 가능성 커. 꼭 따내자.”강연찬이 자료를 살피며 말했다.“응, 나도 그렇게 생각했어.”남설아가 고개를 끄덕였다.“이번엔 철저히 준비해서 실수 하나도 없게 해야 해.”“걱정 마. 내가 있잖아. 다 잘될 거야.”강연찬은 미소 지으며 말했다.두 사람은 눈을 마주쳤고 그 눈빛엔 사랑과 믿음이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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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3화

배서준은 일정 기간 약을 복용한 끝에 결국 배건 그룹의 인정을 받게 되었다.배건 그룹 대표 사무실, 넓은 책상 위엔 처리되지 않은 서류들이 산처럼 쌓여 있었고 배서준은 깊은 주름진 이마로 책상 앞에 앉아 있었다.지친 기색이 역력한 그의 눈가엔 피로가 짙게 배어 있었다.그는 무거워진 관자놀이를 주무르며 정신을 차려보려 했지만 회사의 상황은 여전히 그에게 숨 돌릴 틈조차 주지 않았다.윤화진의 갑작스러운 병환에, 이전의 잇따른 잘못된 판단까지 더해져 회사는 전례 없는 위기에 빠져 있었다.“대표님, 커피 드세요.”서유라가 따끈한 커피 한 잔을 들고 들어왔다.그녀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배서준을 바라봤고 눈빛엔 걱정이 묻어 있었다.“오늘 아침부터 계속 일만 하셨잖아요. 잠깐이라도 쉬셔야죠.”배서준은 고개를 들어 그녀를 바라보았다.서유라의 다정한 얼굴을 보는 순간 가슴 깊은 곳에서 따뜻한 감정이 스며 나왔다.그는 커피를 받아 한 모금 마셨다.쓴맛이 강하게 느껴졌지만 그 안엔 분명한 온기가 있었다.“유라야, 고마워.”그의 지친 목소리엔 진심 어린 감사도 담겨 있었다.“저한테 그런 말씀 하실 필요 없어요.”서유라는 배서준의 곁으로 다가가 조심스레 그의 어깨를 주물렀다.“아주머니는 제가 잘 돌볼게요. 대표님은 회사 일에만 집중하세요. 집안일은 걱정 마시고요.”이런 그녀를 바라보며 배서준은 깊은 감동을 느꼈다.세상에서 자신을 이해해주고 끝까지 곁을 지켜주는 사람은 서유라뿐이었다.그는 그녀의 손을 꼭 잡으며 말했다.“유라야, 네가 있어서 정말 다행이야.”그러자 서유라는 배서준에게 기대며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지금 이 순간, 배서준은 그녀에게 가장 확실한 버팀목이었다.그녀는 그를 절대 놓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어떤 일이 있어도, 누구에게도 그를 빼앗기지 않을 것이었다.그 시각, 남설아와 강연찬은 해외 출장을 마치고 국내로 돌아오고 있었다.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남설아는 비서 이승주의 전화를 받았다.윤화진이 병원에 입원했다는 소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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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4화

서도현은 이 기회를 틈타 배서준을 압박하려 하고 있었다.배서준도 그 속셈을 뻔히 알았지만 지금은 회사를 위해서라도 그 제안을 진지하게 고려할 수밖에 없었다.“생각해보지.”배서준은 냉담하게 대답했고 말투에는 분명한 짜증이 묻어 있었다.그의 반응을 본 서도현은 슬쩍 미소를 지었다.배서준은 이미 벼랑 끝에 몰려 있었다.시간문제일 뿐, 결국은 자신의 조건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것이었다.한편, 남설아는 배건 그룹의 재정 상태를 비밀리에 조사하기 시작했다.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는 수상한 점들을 발견했다.자금 흐름이 비정상적이었고 일부 프로젝트는 이익을 부풀려 보고하고 있었다.겉으로 드러난 위기보다 훨씬 더 심각한 상황이 그룹 내부에서 벌어지고 있었다.[오빠, 재미있는 걸 좀 찾았어.]남설아는 조사한 내용을 정리해 강연찬에게 전송했다.[나도 배건 그룹 내부 자료 몇 개 확보했어. 상황이 생각보다 더 안 좋아.]강연찬도 즉시 답장을 보냈다.“그래, 이제 때가 됐어.”남설아의 눈빛엔 싸늘한 빛이 스쳤다.배씨 가문을 그녀는 절대 가만두지 않을 생각이었다.병원에선 여전히 서유라가 ‘효성스러운 며느리’ 연기를 이어가고 있었다.매일 손수 끓인 음식을 가져오고 말벗이 되어주며 윤화진 곁을 지켰지만 윤화진은 여전히 싸늘한 태도를 유지했다.가끔은 일부러 서유라를 곤란하게 만들기도 했다.“아주머니, 오늘은 좀 어떠세요? 아주머니 좋아하시는 생선탕 끓여왔어요.”서유라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김이 모락모락 나는 생선탕을 침대 옆 테이블에 내려놓았다.하지만 윤화진은 국 한 번 쳐다보지도 않고 싸늘하게 말했다.“이제 그만 가. 너 같은 애는 보기 싫다.”그러자 얼굴에서 잠시 미소가 굳었지만 서유라는 곧 다시 다정한 표정을 지었다.“아주머니, 화내지 마세요. 저도 아주머니께 미움받는 거 알아요. 그래도 진심으로 모시고 싶은 마음은 변함없어요.”윤화진은 비웃듯 입꼬리를 올렸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때, 배서준이 병실에 들어섰다.그는 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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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5화

남설아가 집에 돌아오자 강연찬은 그녀를 위해 정성껏 저녁 식사를 준비해두고 있었다.따뜻하고 아늑한 분위기 속에서 두 사람은 앞으로의 계획을 조용히 논의했다.그 무렵, 배건 그룹이 신청한 은행 대출은 단호하게 거절당했다.은행 측은 배건 그룹의 재무 상태가 심각하며 위험성이 너무 크다는 판단을 내렸다.대표 사무실 안, 배서준은 서류를 거칠게 책상 위에 내던졌다.무거운 침묵 속에 묵직한 소리가 울렸다.며칠째 이어지는 피로에 관자놀이를 누르며 버텨보려 했지만 모든 게 헛수고처럼 느껴졌다.그때, 서유라가 따뜻한 우유 한 잔을 들고 들어왔다.연한 분홍빛 실내복 차림의 그녀는 한층 더 부드럽고 가정적인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서준아, 너무 무리하지 마. 이거 마시고 조금 쉬어.”그녀의 말투엔 은근한 걱정과 다정함이 묻어 있었다.배서준은 그 우유를 받아 한 모금 마셨다.따뜻한 온기가 마음속 답답함을 조금이나마 덜어주는 듯했다.“유라야, 회사가 지금 너무 힘들어. 나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그가 깊은 한숨을 쉬며 털어놓았다.곧 서유라는 그의 뒤로 다가가 조심스레 어깨를 주물러주었다.손끝에 위로와 진심을 담은 채 말이다.“서준아, 너무 걱정하지 마. 분명히 잘 풀릴 거야. 나는 언제나 서준이 널 믿어.”“유라야, 네가 이렇게 말해주니까... 정말 고맙다.”배서준은 그녀의 손을 꼭 쥐고 감정이 북받친 듯한 눈빛으로 말했다.“너만 곁에 있어 준다면 버틸 수 있을 것 같아.”서유라는 그의 품에 살며시 기대었다.입가엔 다정한 미소가 떠올랐지만 그 눈빛 깊은 곳엔 날카로움이 번뜩였다.지금처럼 약해진 배서준이야말로 그녀가 완전히 움켜쥘 수 있는 가장 좋은 기회였다.며칠 후, 서도현이 다시 배서준을 찾아왔다.그러나 이번엔 지난번과 달리, 비굴한 태도는 온데간데없고 뻔뻔할 정도로 당당한 얼굴이었다.그는 다리를 꼬고 앉아 여유롭게 말했다.“매형, 지난번에 말씀드린 건 좀 생각해보셨어요?”배서준은 눈앞의 그 오만한 얼굴을 쳐다보며 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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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6화

“우민아, 배건 그룹의 회계 허점이 전부 드러났어. 이제는 더 버틸 힘도 없는 상태야.”남설아는 사무실에 앉아 보고서를 바라보며 자신감에 찬 미소를 지었다.“이제 어떻게 할 생각이야?”송우민은 그녀 맞은편에 앉아 펜을 빙글빙글 돌리며 물었다.“배서준한테 절망이 어떤 건지 똑똑히 보여줄 거야.”남설아는 차갑게 말했고 눈빛에도 싸늘한 빛이 스쳤다.“이번엔 진짜로 제대로 나설 작정이구나.”송우민은 웃으며 말했다.“좋아, 지켜보지.”자선 만찬 자리에서 남설아는 다시 배서준과 마주쳤다.붉은 드레스를 입은 그녀는 우아하고도 기품 있었고 피곤한 기색이 역력한 배서준과 뚜렷한 대비를 이루고 있었다.“대표님, 오랜만이네요.”남설아는 먼저 다가가 담담한 표정으로 인사를 건넸다.배서준은 그녀의 자신감 어린 미소를 보고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못했다.“잘 지내는 것 같네요, 남 대표님.”“다 대표님 덕분이죠. 정말 잘 지냈어요.”남설아는 싱긋 웃으며 말했다. 눈빛엔 도발적인 기색이 담겨 있었다.“그런데 듣자 하니 요즘 배건 그룹이 좀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요? 혹시 도움이 필요하시면 말씀만 하세요.”그 말에 배서준은 본능적으로 경계심이 올라와 차갑게 물었다.“그게 무슨 뜻입니까, 남 대표님.”“간단해요. 제가 도와드릴 수도 있단 말이죠. 대신 배건 그룹의 지분 30%를 제게 넘기신다면요.”남설아는 자신만만한 말투로 웃으며 말했다.그 제안을 들은 배서준은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느꼈다.그녀가 자기를 조롱하려는 거란 생각에 이르자 곧 배서준은 차가운 목소리로 내뱉었다.“남설아, 도가 지나치군.”“저는 단지 사업 얘기를 하는 것뿐이에요.”남설아는 어깨를 으쓱이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조건이 마음에 안 드시면 어쩔 수 없죠. 어차피 배건 그룹이 무너지든 말든 저랑은 상관없는 일이니까요.”배서준은 냉정한 표정을 짓고 있는 남설아를 바라보며 한없이 무력함을 느꼈다.그녀가 일부러 자신을 조롱하고 있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 지금으로서는 대응할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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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7화

한편, 서도현은 서유라에게 배서준을 서둘러 장악하라고 재촉했다. 배건 그룹의 자산을 손에 넣기 위해서였다.서유라는 겉으로는 서도현의 말을 따르겠다고 했지만 속으로는 전혀 다른 계산을 하고 있었다.그녀가 원하는 건 단순히 배건 그룹의 돈이 아니었다.그녀는 배서준이라는 사람 자체를 갖고 싶었다.배서준이 절대 자신에게서 벗어나지 못하게 만들고 싶었다.배건 그룹의 주가는 마치 끊어진 연줄처럼 추락을 거듭해 사무실 안은 숨조차 쉬기 어려울 만큼 짓눌린 분위기였다.배서준은 컴퓨터 화면에 찍힌 충격적인 숫자들을 노려보며 눈살을 찌푸렸다.관자놀이가 두근거리듯 뛰고 이마에는 진땀이 맺혔다.그는 여태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무력감을 느끼고 있었다.자신이 일군 자랑스러운 상업 제국이 이제 금방이라도 무너질 듯 위태로웠으니 말이다.그는 서유라의 손을 꼭 붙잡았다.곧 그녀의 손바닥에서 전해지는 미세한 온기를 느끼며 배서준은 크게 숨을 들이쉬고 애써 평정을 되찾으려 했다.“유라야, 늘 내 곁에서 버텨줘서 고마워. 네가 있어서 다행이야.”서유라는 배서준의 품에 안긴 채 행복한 표정을 지으며 그의 귓가에 속삭였다.“서준아, 넌 내가 평생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야. 무슨 일이 있어도 난 네 곁에 있을 거야.”배서준은 그녀를 꼭 끌어안았다.마치 그녀를 자신의 몸에 녹여버리려는 듯, 유일한 위로이자 마지막 버팀목인 서유라를 의지하며 버티고 있었다.며칠 후, 배서준은 서도현에게서 다시 전화를 받았다.서도현은 거만한 태도로 이전보다 훨씬 가혹한 조건을 꺼내 들었다.“매형, 내가 지난번에 말한 건 어떻게 됐어요? 난 기다릴 시간 없어요.”말투엔 노골적으로 무시하는 듯한 기색이 섞여 있었다.마치 이미 배서준이 자기 손아귀 안에 들어온 먹잇감이라도 되는 듯한 태도였다.배서준은 전화를 끊은 뒤, 분노와 울분으로 인해 치를 떨었다.서도현이 자신을 벼랑 끝으로 몰고 있다는 걸 뻔히 알았지만 지금 그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회사를 살리기 위해선 현실을 인정하고 굴복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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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8화

그는 남설아와 고급 레스토랑에서 만나기로 했다.자리에 앉아 남설아가 천천히 걸어오는 모습을 바라보며 배서준의 마음속엔 분노와 굴욕감이 가득했다.남설아는 붉은 드레스를 입고 우아하고 품위 있게 등장했다.입가에 옅은 미소를 띤 그녀의 표정은 마치 모든 것을 자신이 주도하고 있다는 듯 여유로웠다.“대표님, 오랜만이네요.”남설아는 배서준 맞은편에 앉으며 살짝 비꼬는 듯한 말투로 말을 꺼냈다.“요즘 꽤 힘드신가 봐요?”“남설아, 네가 이긴 줄 착각하지 마!”배서준은 깊은 분노를 담아 말했다.“내가 널 쉽게 놔줄 것 같아? 절대 그럴 일 없어!”“제가 이겼다고 말한 적 없어요. 그저 비즈니스를 하는 것뿐이죠.”남설아는 여전히 장난기 어린 말투로 받아쳤다.“하지만 지금 대표님 모습 보면... 조금 안쓰럽긴 하네요.”“너...!”배서준은 말을 잇지 못하고 주먹을 꽉 쥐었다.당장이라도 눈앞의 여자를 갈기갈기 찢어버리고 싶을 만큼 화가 치밀었다.“진정하세요, 대표님. 그냥 농담한 거예요.”남설아는 웃으며 말했다.하지만 누가 봐도 도발하는 듯한 눈빛이었다.“충고 하나 드리자면 사람 일은 모르는 거예요. 앞으로 또 마주칠 수도 있으니까 너무 다리 부수려 들진 마세요. 예전에 대표님이 저한테 어떤 짓을 했는지, 전 아직 다 기억하고 있으니까요.”그 말에 배서준의 얼굴빛이 더욱 어두워졌다.남설아가 일부러 자기를 모욕하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그는 지금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그저 이를 악물고 참는 수밖에 없었다.남설아는 그런 배서준의 초라한 모습을 바라보며 마음속 깊이 쾌감을 느꼈다.와인잔을 들어 가볍게 한 모금 마신 그녀의 눈빛은 냉정하고 차가웠다.배서준은 그런 남설아를 보며 분노에 가득 찼다.그녀의 잔인함이 원망스러웠고 자신의 무능이 치욕스러웠다.그리고 무엇보다 과거에 그녀를 소중히 여기지 못했던 자신이 미워졌다.그 시각, 멀지 않은 자리에서 강연찬이 묵묵히 그녀를 지켜보고 있었다.남설아의 모든 결정을 전폭적으로 지지하며 그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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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9화

배서준은 복잡한 눈빛으로 서유라를 바라보더니 아무 말 없이 책상 위에 있던 컵을 들어 단숨에 들이켰다.그의 기분은 바닥이었다. 어딘가에 화를 쏟아내고 싶었지만 서유라 앞에서 약한 모습을 보이고 싶진 않았다.“서준아, 그러지 말고 무슨 일이든 말해봐. 우리 함께 방법을 찾아보자고.”서유라는 그의 곁으로 다가와 살며시 안았다.다정한 목소리가 마치 그의 모든 상처를 감싸줄 수 있을 것만 같았다.잠시 침묵이 흐른 뒤, 배서준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유라야, 네 생각엔... 내 곁에 있는 사람들이 정말 다 진심일 것 같아?”그러자 서유라는 순간 몸을 굳혔다.하지만 이내 표정을 고쳐 잡고 고개를 들어 배서준을 바라보며 진지한 눈빛으로 말했다.“무슨 말이야, 서준아? 당연히 진심이지. 넌 배건 그룹의 대표잖아. 감히 누가 거짓으로 대하겠어?”배서준은 대답하지 않았고 그저 조용히 그녀를 끌어안을 뿐이었다.위로가 필요했고 버팀목이 필요했다.하지만 그의 마음 한구석에서는 여전히 의심이 떠나지 않았다.그날 이후, 배서준은 서유라와 서도현에 대해 몰래 조사하기 시작했다.천기준에게 두 사람의 동향을 알아보라고 지시한 것이다.그들이 정말 자신을 배신하고 있는지 확인하고 싶었다.천기준은 과거 배서준에게 배신당한 기억이 있었지만 배건 그룹에서 오래 일해온 만큼 배서준의 성향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의심이 발동하면 끝을 보는 성격이라는 걸 말이다.그는 아무 말 없이 조용히 명령을 따랐고 며칠 후 관련 자료를 건넸다.보고서를 받아든 배서준은 곧바로 미간을 찌푸렸다.자료 속에서 서유라와 서도현이 최근 자주 접촉하고 있었고 서도현은 몰래 배건 그룹의 주요 주주들과도 연락을 주고받고 있었다.배서준의 마음이 서서히 가라앉았다.무언가 심상치 않다는 위기감이 밀려들었다.서유라와 서도현, 둘 다 자신을 이용하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한편, 서유라도 배서준의 변화에 눈치채기 시작했다.그가 몰래 자신을 살피거나 이상한 질문들을 던지는 횟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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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0화

겉으로는 배서준을 용서한 듯 보였지만 서유라의 마음속은 배서준에 대한 증오로 가득했다.그의 의심, 그의 차가움... 그 모든 게 그녀를 뒤틀리게 만들었다.한편, 윤화진의 병세가 다시 악화됐다.그녀는 하루 종일 배서준을 찾으며 소란을 피웠고 배서준은 어쩔 수 없이 윤화진의 곁을 지키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쏟아야 했다.그녀의 진짜 목적은 하나였다.아픈 척을 해야만 아들을 붙잡아 둘 수 있으니까.그래야만 그 여우 같은 서유라에게서 멀어지게 만들 수 있으니까.어느 날, 병원에서 배서준은 우연히 남설아를 마주쳤다.눈앞에 선 남설아는 차가운 표정으로 그를 내려다보고 있었다.그러자 배서준의 가슴에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남설아, 여긴 왜 온 거야? 날 비웃으러 왔나?!”눈빛에도 증오가 가득했다.남설아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그저 옅은 미소만을 지을 뿐이었다.“너 같은 악독한 여자가 우리 집안을 이렇게 만든 거야! 너 같은 사람은 절대 잘 살지 못할 거야!”배서준은 고함을 질렀다.분노와 원망이 뒤섞인 그 목소리는 병원 복도를 울릴 정도였다.하지만 남설아는 여전히 말없이 그를 바라봤다.마치 웃기지도 않는 연극을 보는 관객처럼 냉담하게 말이다.그러다 마침내 입을 열었다.“서준 씨, 지금 서준 씨가 불쌍해 보여요? 지금 당신이 겪는 모든 고통은 당신이 자초한 일이에요.”이 한마디에 배서준은 말문이 막혔다.그녀를 향한 분노로 주먹이 부르르 떨렸고 온몸이 긴장으로 인해 굳어졌다.하지만 남설아의 눈빛은 흔들림 없었다.이제 대가를 치를 시간이었다.그녀는 그에게 절망이 어떤 것인지 똑똑히 보여줄 작정이었다.그때, 강연찬이 조용히 다가와 남설아의 손을 잡았다.따뜻한 손길이 그녀의 손을 감싸며 위로를 건넸다.“설아야, 상대할 가치도 없어. 가자.”부드러운 그 목소리는 남설아의 상처를 어루만지는 듯했다.남설아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배서준을 더는 쳐다보지 않았다.그저 강연찬의 손을 잡고 조용히 병원을 떠날 뿐이었다.같은 시각, 서도현은 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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