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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2 Chapters

제421화

배서준의 세상은 회색 얇은 베일에 덮인 듯했다. 현실과 꿈의 경계가 흐릿해지고 모든 것이 뒤섞인 채 무너져 내렸다.넓은 사무실. 통유리창 너머로는 화려한 도시의 밤이 펼쳐져 있었다. 네온사인이 번쩍이고 차들이 쉴 새 없이 오갔지만 그의 눈에 비친 풍경은 이미 색을 잃고 있었다. 모든 것이 뒤틀려 보였고 현실감도 사라져버렸다.배서준은 자주 잠을 이루지 못했다. 겨우 잠이 들더라도 금세 악몽에 시달리며 깨어나기 일쑤였다.꿈속에서 나은이는 핏물 속에서 몸부림치고 있었고 남설아의 절망적인 울음소리는 마치 저주처럼 귀가에 맴돌았다.그는 악몽에서 벌떡 깨어났다. 이마에는 식은땀이 맺혀 있었고 심장은 미친 듯이 뛰어 금방이라도 가슴을 뚫고 튀어나올 듯했다.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두려움을 가라앉히려 애썼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서준아, 또 악몽 꿨어?”서유라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귓가에 들려왔다. 그녀는 실크 잠옷을 입은 채 다가와 걱정 어린 표정으로 물었다.“또 나은이 꿈꿨어?”배서준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두 눈을 꽉 감은 채 머릿속의 끔찍한 장면들을 밀어내려 애쓸 뿐이었다.서유라는 조심스럽게 배서준을 끌어안으며 다정하게 말했다.“서준아, 무서워하지 마. 다 지나간 일이야. 내가 곁에 있잖아.”그녀의 목소리가 자장가처럼 느껴졌다. 배서준은 그제야 마음이 조금 가라앉는 듯했다.마치 마지막 생명줄을 붙잡듯 절박하게 그는 서유라를 꼭 껴안았다하지만 배서준은 몰랐다. 자신이 붙잡고 있는 이 생명줄이, 오히려 자신을 더 깊은 나락으로 끌고 가고 있다는 사실을.서유라는 슬며시 배서준의 표정을 살폈다. 그의 정신 상태가 점점 무너지고 있다는 걸 알아채자 속에서는 사악한 웃음이 지어졌다.지금이 바로 자신이 활약할 기회였다.“서준아, 요즘 너무 스트레스 많이 받는 거 아니야? 내가 마사지 좀 해줄까?”이렇게 조용히 말하더니 서유라는 자신의 손가락으로 배서준의 관자놀이를 부드럽게 눌러주었다.“응.”배서준은 힘없이 대답했다. 지친 기색이 목소리에 고스란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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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2화

“걱정 마, 누나. 그 의사 놈은 내가 이미 처리했어. 이젠 입도 뻥끗 못 할 거야.”서도현이 말했다.“근데, 누나... 정말 이렇게까지 해야 해? 괜히 배서준이 눈치채기라도 하면 어쩌려고?”“눈치채면 어쩔 건데? 지금 걔 상태 봐. 이미 제정신도 아니잖아. 날 거스를 힘 따위는 없어.”서유라는 비웃듯 말했다.“도현아, 명심해. 이번 기회 꼭 잡아야 해. 그래야 우리도 진짜 인생 한번 살아보는 거야.”“알았어, 누나. 누나 말대로 할게.”서도현의 목소리엔 탐욕과 야망이 가득했다.서유라는 전화를 끊고 방으로 돌아왔다.침대 위에 잠든 배서준을 바라보는 그녀의 눈빛엔 잠시 복잡한 감정이 스쳤다.배서준을 손에 넣기 위해, 배건 그룹을 차지하기 위해, 서유라는 모든 수단을 동원할 생각이었다.한편, 남설아는 사무실 책상에 앉아 천기준이 건넨 보고서를 들여다보며 깊은 고민에 잠겨 있었다.보고서엔 최근 서유라의 행적이 상세히 기록돼 있었고 그 중 눈에 띄는 건 그녀가 자주 드나들던 한 개인 병원이었다.“남설아, 네가 보기에 그 병원이 뭔가 수상해?”송우민이 맞은편에서 펜을 돌리며 물었다.“응. 그 병원 원장은 과거에 불법 시술 문제로 면허가 취소된 적 있어. 지금은 불법 의료 행위 중이지.”남설아가 단호하게 말했다.“내 생각엔 서유라가 그 병원에서 뭔가 금지된 약을 구해다 배서준한테 먹이고 있는 것 같아.”“금지된 약?”송우민이 놀란 듯 물었다.“그럼 지금 서유라가 배서준한테 약을 타 먹이고 있다는 거야?”“아직은 내 추측일 뿐이야. 더 조사해봐야 해.”남설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천기준을 향해 말했다.“천 비서님, 그 병원 배경이랑 그 의사에 대해 더 자세히 조사해 줄 수 있어요?”“네, 남 대표님. 바로 착수하겠습니다.”천기준은 이미 완전히 남설아 편이었다.그는 알았다. 자신이 살 길은 남설아를 따르는 것뿐이라는 걸.“오빠, 오빠는 이 일 어떻게 생각해?”남설아는 고개를 돌려 강연찬에게 물었다.“내가 사람 붙여서 너 지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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