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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굿바이 쓰레기: Chapter 421 - Chapter 430

830 Chapters

제421화

배서준의 세상은 회색 얇은 베일에 덮인 듯했다. 현실과 꿈의 경계가 흐릿해지고 모든 것이 뒤섞인 채 무너져 내렸다.넓은 사무실. 통유리창 너머로는 화려한 도시의 밤이 펼쳐져 있었다. 네온사인이 번쩍이고 차들이 쉴 새 없이 오갔지만 그의 눈에 비친 풍경은 이미 색을 잃고 있었다. 모든 것이 뒤틀려 보였고 현실감도 사라져버렸다.배서준은 자주 잠을 이루지 못했다. 겨우 잠이 들더라도 금세 악몽에 시달리며 깨어나기 일쑤였다.꿈속에서 나은이는 핏물 속에서 몸부림치고 있었고 남설아의 절망적인 울음소리는 마치 저주처럼 귀가에 맴돌았다.그는 악몽에서 벌떡 깨어났다. 이마에는 식은땀이 맺혀 있었고 심장은 미친 듯이 뛰어 금방이라도 가슴을 뚫고 튀어나올 듯했다.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두려움을 가라앉히려 애썼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서준아, 또 악몽 꿨어?”서유라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귓가에 들려왔다. 그녀는 실크 잠옷을 입은 채 다가와 걱정 어린 표정으로 물었다.“또 나은이 꿈꿨어?”배서준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두 눈을 꽉 감은 채 머릿속의 끔찍한 장면들을 밀어내려 애쓸 뿐이었다.서유라는 조심스럽게 배서준을 끌어안으며 다정하게 말했다.“서준아, 무서워하지 마. 다 지나간 일이야. 내가 곁에 있잖아.”그녀의 목소리가 자장가처럼 느껴졌다. 배서준은 그제야 마음이 조금 가라앉는 듯했다.마치 마지막 생명줄을 붙잡듯 절박하게 그는 서유라를 꼭 껴안았다하지만 배서준은 몰랐다. 자신이 붙잡고 있는 이 생명줄이, 오히려 자신을 더 깊은 나락으로 끌고 가고 있다는 사실을.서유라는 슬며시 배서준의 표정을 살폈다. 그의 정신 상태가 점점 무너지고 있다는 걸 알아채자 속에서는 사악한 웃음이 지어졌다.지금이 바로 자신이 활약할 기회였다.“서준아, 요즘 너무 스트레스 많이 받는 거 아니야? 내가 마사지 좀 해줄까?”이렇게 조용히 말하더니 서유라는 자신의 손가락으로 배서준의 관자놀이를 부드럽게 눌러주었다.“응.”배서준은 힘없이 대답했다. 지친 기색이 목소리에 고스란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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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2화

“걱정 마, 누나. 그 의사 놈은 내가 이미 처리했어. 이젠 입도 뻥끗 못 할 거야.”서도현이 말했다.“근데, 누나... 정말 이렇게까지 해야 해? 괜히 배서준이 눈치채기라도 하면 어쩌려고?”“눈치채면 어쩔 건데? 지금 걔 상태 봐. 이미 제정신도 아니잖아. 날 거스를 힘 따위는 없어.”서유라는 비웃듯 말했다.“도현아, 명심해. 이번 기회 꼭 잡아야 해. 그래야 우리도 진짜 인생 한번 살아보는 거야.”“알았어, 누나. 누나 말대로 할게.”서도현의 목소리엔 탐욕과 야망이 가득했다.서유라는 전화를 끊고 방으로 돌아왔다.침대 위에 잠든 배서준을 바라보는 그녀의 눈빛엔 잠시 복잡한 감정이 스쳤다.배서준을 손에 넣기 위해, 배건 그룹을 차지하기 위해, 서유라는 모든 수단을 동원할 생각이었다.한편, 남설아는 사무실 책상에 앉아 천기준이 건넨 보고서를 들여다보며 깊은 고민에 잠겨 있었다.보고서엔 최근 서유라의 행적이 상세히 기록돼 있었고 그 중 눈에 띄는 건 그녀가 자주 드나들던 한 개인 병원이었다.“남설아, 네가 보기에 그 병원이 뭔가 수상해?”송우민이 맞은편에서 펜을 돌리며 물었다.“응. 그 병원 원장은 과거에 불법 시술 문제로 면허가 취소된 적 있어. 지금은 불법 의료 행위 중이지.”남설아가 단호하게 말했다.“내 생각엔 서유라가 그 병원에서 뭔가 금지된 약을 구해다 배서준한테 먹이고 있는 것 같아.”“금지된 약?”송우민이 놀란 듯 물었다.“그럼 지금 서유라가 배서준한테 약을 타 먹이고 있다는 거야?”“아직은 내 추측일 뿐이야. 더 조사해봐야 해.”남설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천기준을 향해 말했다.“천 비서님, 그 병원 배경이랑 그 의사에 대해 더 자세히 조사해 줄 수 있어요?”“네, 남 대표님. 바로 착수하겠습니다.”천기준은 이미 완전히 남설아 편이었다.그는 알았다. 자신이 살 길은 남설아를 따르는 것뿐이라는 걸.“오빠, 오빠는 이 일 어떻게 생각해?”남설아는 고개를 돌려 강연찬에게 물었다.“내가 사람 붙여서 너 지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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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3화

“남설아... 너지? 드디어 돌아온 거야?”배서준은 눈앞의 서유라를 바라보며 흐릿한 눈빛을 한 채 떨리는 목소리를 냈다.서유라는 잠시 몸을 굳혔다. 당황스러운 기색이 눈에 스쳤지만 곧 차분함을 되찾았다.그녀는 부드럽게 배서준을 안으며 조용히 말했다.“서준아, 나야. 서유라. 나 기억 안 나?”“서유라? 아니야, 넌 남설아야. 내 설아잖아.”배서준은 단호하게 말하며 괴로운 눈빛으로 고개를 저었다.“남설아, 왜 나 떠났어... 내가 얼마나 보고 싶어 했는지 알아?”서유라의 얼굴에 서서히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졌다.그녀의 눈엔 질투와 증오가 번뜩였다.이 지경이 됐는데도 배서준의 마음속엔 여전히 남설아뿐이었다.“아니야... 넌 그 애가 아니야. 넌 내 설아가 아니야.”배서준은 갑자기 서유라를 밀쳐냈다.눈빛엔 절망이 가득했고 목소리는 한없이 처절했다.“남설아, 어디 있어... 왜 날 떠났어... 돌아와 줘, 제발...”바닥에 내팽개쳐진 서유라는 손목이 탁자 모서리에 부딪혀 날카로운 통증이 밀려왔다.그녀는 배서준의 일그러진 얼굴을 바라보며 분노와 억울함으로 속이 뒤틀렸다.하지만 곧 감정을 억눌렀다.이렇게 비열한 방법을 쓰게 된 것도 결국은 배서준이 자꾸만 자신을 불안하게 만들었기 때문이었다.‘서준이가 온전히 나한테 의지하기만 한다면 약은 언제든 끊을 수 있어. 흔적도 없이.’한편, 남설아와 강연찬은 여전히 서유라와 그 개인 병원을 조사하고 있었다.배서준의 정신 상태는 빠르게 악화되고 있었고 그는 점점 환각에 시달리며 서유라를 남설아로 착각하기까지 했다.정신이 들었다 흐려졌다를 반복하며 점점 무너져가는 모습이었다.“서준아, 좀 어때? 괜찮아졌어?”서유라는 따뜻한 죽을 들고 방으로 들어와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자, 죽 좀 먹어봐. 내가 직접 끓였어.”배서준은 서유라를 바라보았지만 그의 눈엔 세상이 온통 뒤섞여 있었다.현실과 환상이 얽혀 마치 포르말린에 담긴 표본처럼 가까이 있는 듯하면서도 닿지 않는 무언가로 변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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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4화

배서준은 서유라의 걱정스러운 얼굴을 바라보며, 서서히 정신을 가다듬었다.“유라야... 나... 방금... 또 이상한 말한 거야?”“아니야, 서준아. 그런 말 안 했어.”서유라는 부드럽게 대답했다.그녀의 목소리엔 따뜻한 위로가 담겨 있었다.“그냥 너무 피곤해서 그래. 푹 쉬면 괜찮아질 거야.”배서준은 복잡한 눈빛으로 서유라를 바라보았다.“유라야... 나... 나 지금... 너무 한심하지 않아?”“아니야, 서준아. 너 절대 한심하지 않아. 그냥 너무 지쳐 있는 거야.”서유라는 조용히 그를 끌어안으며 나직이 말했다.“걱정하지 마. 내가 곁에 있을게. 꼭 같이 이겨내자.”마지막 남은 생명줄을 놓지 않으려는 듯 필사적으로, 배서준은 서유라를 꼭 껴안았다.서유라는 그런 배서준의 반응을 유심히 살폈다.점점 망가져가는 그의 정신 상태를 보며 속으로는 쾌감을 느꼈다.“서준아, 요즘 너무 스트레스 많이 받은 거 아니야? 내가 마사지해줄까?”조심스럽게 묻는 동시에 그녀의 손끝이 배서준의 관자놀이를 천천히 눌렀다.“응...”배서준은 지친 목소리로 짧게 대답했다.서유라는 미세하게 입꼬리를 올리며 침대 옆 서랍을 열었다.그러고는 작은 약병을 꺼내 약 한 알을 손에 덜었다.“서준아, 약 먹자. 이거 먹고 푹 자.”그녀는 약을 건네며 조용히 말했다.배서준은 별 의심 없이 약을 받아 물과 함께 삼켰다.그리고 이 모습을 바라보는 서유라의 눈빛엔 희미한 만족감이 서렸다.“서준아, 푹 쉬어. 내가 곁에 있을게.”다정한 말투로 속삭였지만 그녀의 눈빛엔 차가운 독기가 숨어 있었다.약 기운이 퍼지자 배서준은 곧 눈을 감고 깊은 잠에 빠졌다.“띠링띠링...”갑자기 배서준의 핸드폰 벨소리가 울렸다.서유라가 확인해보니 화면에 뜬 이름은 ‘엄마’였다.그러자 그녀의 눈엔 순간 짜증이 번뜩였다.서유라는 망설임 없이 전화를 끊어버렸다.지금 이 순간, 배서준과 단둘이 있는 시간을 방해받고 싶지 않았으니 말이다.“서준아, 우리 사진 한 장 찍자.”서유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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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5화

“서준아, 지금 뭐 하는 거야? 안 돼, 그러지 마! 제발... 제발 너 자신을 다치게 하지 마!”배서준이 자해하는 모습을 보자 서유라의 안색은 하얘졌다.자신의 계획에 차질이 생길까 두려워졌고 급히 그를 막으려 했다.하지만 배서준은 그녀를 남설아로 착각한 채 분노에 가득 찬 눈빛으로 소리쳤다.“남설아, 이 못된 여자... 왜 날 떠났어? 왜 날 배신했냐고!”그의 목소리엔 분노와 증오가 뒤섞여 있었다.“강연찬이랑... 그놈이랑 있었던 거야? 이미 오래전에 날 버린 거지?!”말을 마친 배서준은 서유라의 뺨을 세차게 내리쳤다.“너... 너 지금 나 때린 거야?”서유라는 얼굴을 감싸 쥔 채 믿기지 않는듯한 눈빛으로 배서준을 바라보았다.그녀의 목소리엔 억울함과 분노가 뒤섞여 있었다.“서준아, 나야... 유라야. 기억 안 나?”하지만 배서준은 그녀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았고 여전히 스스로를 때리며 남설아를 향한 원망과 욕설을 퍼부을 뿐이었다.그의 미쳐버린 듯한 얼굴을 바라보며 서유라는 진심으로 두려움을 느꼈다.설마 이 정도로까지 망가졌을 줄은 몰랐던 것이다.“서준아, 제발 정신 좀 차려! 나 좀 봐, 내가 누군지 모르겠어?”그녀가 애써 다가가 진정시키려 했지만 배서준은 들은 체도 하지 않았다.결국 서유라는 물 한 잔을 들이켜 그의 얼굴에 그대로 끼얹었다.차가운 물이 얼굴을 덮치자 배서준은 정신을 차렸다.그는 눈을 깜박이며 주변을 둘러보았다.“유라야...? 나... 나 지금 뭐한 거야?”“서준아, 아까... 아까 정말 큰일 날 뻔했어.”서유라는 울먹이며 말했다.“너 정말... 날 너무 놀라게 했어.”“내가... 내가 스스로를 해쳤다고?”배서준은 자신의 손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믿을 수 없다는 듯 그의 눈엔 공포가 깃들었다.“내가... 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괜찮아, 서준아. 무서워하지 마. 내가 곁에 있어 줄게.”서유라는 그를 조심스럽게 안으며 속삭였다.“넌 반드시 좋아질 거야.”배서준은 그녀를 꼭 껴안으며 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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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6화

배서준은 약병을 받아 들고 알약 하나를 꺼내 물과 함께 삼켰다.“유라야, 너 말대로 이 약 정말 효과 있는 것 같아. 먹고 나니까 훨씬 나아진 기분이야.”그의 목소리는 한결 가벼워진 느낌이었다.서유라는 편안해진 배서준의 얼굴을 바라보며 마음 한구석이 서늘해졌다.서도현이 준 약이 이렇게까지 심한 부작용이 있을 줄은 그녀도 예상하지 못했다.서유라는 이 문제를 빨리 해결하지 않으면 큰일 날 수 있다고 생각했다.배서준은 금방 잠이 들었고 서유라는 그의 잠든 얼굴을 잠시 바라보다가 복잡한 표정으로 한숨을 내쉬고는 방을 나왔다.그녀는 조용히 전화기를 꺼내 서도현에게 전화를 걸었다.“서도현, 너 내가 죽을 뻔한 거 알아?”그녀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지만, 분노와 두려움이 가득 담겨있었다.“누나, 무슨 일이야? 그 약은 형을 통제하려고 준 거잖아. 왜 갑자기 나한테 화를 내?”전화기 너머 서도현의 목소리에는 짜증이 섞여 있었다.“너 도대체 무슨 약을 준 거야? 왜 배서준이 먹고 나서 환각이 생기고 우울증에 걸린 것처럼 행동하냐고?”서유라는 단호하게 추궁했다.“누나, 진정 좀 해. 내가 준 건 그냥 용량이 좀 센 거였을 뿐이야.”서도현은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배서준이 그렇게 된 건 아마도 최근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아서 그런 걸 거야. 정신 상태가 안 좋아서 환각이 생긴 거지.”“헛소리하지 마. 너 그 약 절대 보통 수면제 아니잖아. 설마 날 해치려는 건 아니겠지?”서유라는 공포에 찬 목소리로 소리쳤다.“서도현, 내가 경고하는데 배서준한테 무슨 일 생기면 나 절대 너 용서 못 해.”“누나, 왜 그렇게 흥분해? 내가 누나 해치려고 그랬겠어? 난 다 누나 위해서 그런 거잖아.”서도현은 누그러든 말투로 달랬다.“생각해 봐. 배서준이 정신적으로 무너져야 누나한테 더 의지하고 그래야 누나가 완전히 그 사람을 손에 넣을 수 있잖아. 말 잘 듣게 할 수 있단 말이야. 이건 우리 둘을 위한 일이야.”서도현의 말투에는 오히려 자신감이 넘쳤다.“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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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7화

윤화진은 분노에 가득 찬 채 방문을 벌컥 밀어젖혔다. 쿵 하는 소리와 함께 고요했던 방안에 소란이 일었다.그녀의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온 것은 침대에 누운 배서준의 모습이었다. 눈을 꼭 감고 깊이 잠든 듯 보였지만 얼굴은 창백하기 그지없었고 이마에는 송골송골 땀이 맺혀 있었다.“서준아! 서준아!”윤화진은 침대로 달려가 배서준의 몸을 흔들며 그를 깨우려 했다.배서준은 갑작스러운 소란에 놀라 눈을 번쩍 떴고 혼란과 짜증이 가득 담긴 눈으로 바라보았다.그는 힘겹게 몸을 일으키며 머리가 쪼개질 듯한 두통에 얼굴을 찡그렸다. 뇌를 바늘로 찌르는 듯 고통스러웠다.“엄마? 왜 오셨어요?”배서준의 목소리는 기운 없고 쉰 상태였으며 피곤함과 짜증이 섞여 있었다.“간신히 잠들었는데 왜 깨우시는 거예요?”그의 말투에는 화가 담겨 있었다. 지금 순간 그는 오직 푹 쉬고 싶은 생각뿐이고 아무것도 신경 쓰고 싶지 않았다.윤화진은 아들의 평소답지 않은 반응에 깜짝 놀랐고 본능적으로 큰 불안감을 느꼈다.“서준아, 너 어디 아픈 거야? 어디가 안 좋아?”윤화진은 걱정 어린 눈빛으로 다가가 그의 이마를 만지려 했지만, 배서준은 그녀의 손을 뿌리쳤다.“괜찮다니까요. 그냥 내버려 두세요.”배서준은 짜증스럽게 말했다. 그는 아무 방해 없이 혼자 있고 싶어질 뿐이었다.“너 얘한테 도대체 뭘 먹인 거야?”윤화진은 고개를 홱 돌려 방 한쪽에 서 있는 서유라를 노려보며 소리쳤다.그녀는 서유라가 무슨 수를 쓴 게 아닐까 의심하고 있었다. 그래서 아들이 이렇게까지 망가진 것으로 생각했다.서유라는 갑작스러운 윤화진의 비난에 놀라 눈시울이 붉어졌고 눈물이 금세 고이기 시작했다.“아주머니, 왜 그러세요? 제가 서준이한테 뭘 할 수 있겠어요. 전 그저 서준이를 돌보고 있었을 뿐이에요.”서유라는 울먹이며 변명했다. 목소리에는 억울함이 서려 있었다.“요즘 서준이 몸 상태도 안 좋고 정신적으로도 힘들어 보여서 제가 정성껏 돌봤어요. 제가 어떻게 서준이를 해칠 수 있겠어요?”그녀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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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8화

윤화진은 이 약에 뭔가 이상이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지만, 정확히 뭐가 문제인지는 알 수 없었다.“잠깐! 이 약 먹으면 안 돼!”그녀는 배서준이 약을 먹으려는 순간 손을 뻗어 막으려 했다.하지만 배서준은 그녀의 손을 거칠게 밀쳐냈다.“엄마, 도대체 왜 이래요? 이건 의사가 처방한 약이에요. 왜 못 먹는다는 거예요?”배서준은 날카로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의 눈에는 짜증과 분노가 가득했다.지금 그는 그저 약을 먹고 머리가 덜 아프기를 바랐고 엄마의 잔소리를 들을 여유가 없었다.“서준아, 저 여자 말을 들으면 안 돼. 이 약 정말 이상해. 절대 먹으면 안 돼.”윤화진은 간절한 목소리로 외쳤다. 불안과 걱정이 가득 담긴 말이었다.“그만 좀 해요!”배서준은 크게 소리를 지르며 그대로 약을 입에 넣고 물과 함께 삼켜버렸다.“이제 됐어요?”그의 말투는 차갑고 날카로웠다. 그 모습은 윤화진의 마음에 비수를 꽂았다.서유라는 배서준이 약을 삼킨 것을 보며 슬며시 입꼬리를 올렸다.그녀는 조용히 다가가 배서준의 관자놀이를 마사지하며 그를 달래기 시작했다.“서준아, 너무 화내지 마. 아주머니도 네가 걱정돼서 그러신 거야. 너무 원망하지 마.”서유라의 목소리는 부드럽고 차분했다. 신기한 안정감을 주는 듯한 말투였다.배서준은 눈을 감고 그녀의 손길을 느꼈고 정말로 두통이 조금씩 누그러지는 것 같았다.윤화진은 그런 두 사람의 모습을 보며 복잡한 감정에 휩싸였다.“유라야, 나 피곤해. 좀 쉬고 싶어. 엄마는 이제 돌아가시라고 해.”배서준의 말에는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지금 그는 그냥 푹 자고 싶은 마음뿐이었다.“엄마, 유라가 곁에 있으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시고 돌아가세요.”그는 담담한 어조로 말했지만 거부할 수 없는 단호함이 담겨 있었다.윤화진은 아들의 냉담한 얼굴을 바라보며 입술을 꾹 다물었다.더 있다가는 자신만 민망해질 뿐이라는 걸 알기에 조용히 한숨을 쉬고 돌아섰다.서유라는 현관까지 그녀를 배웅하며 내내 부드러운 미소를 유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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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9화

다시 눈을 떴을 때, 배서준은 마치 긴 악몽에서 깨어난 듯한 느낌이었다.몸을 조금만 움직여도 금세 온몸에 힘이 빠지고 머리가 어지러웠다.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돌렸는데 서유라가 침대 옆에 앉아 그를 따뜻한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서유라는 다크서클이 선명했고 얼굴에는 피곤함이 보였지만 배서준이 깨어난 걸 보자마자 다정하게 웃어 보였다.“서준아, 깼구나? 몸은 좀 어때?”서유라의 목소리는 봄바람처럼 부드러웠다.그녀를 바라보는 배서준은 마치 마지막 희망 줄을 붙잡은 듯한 착각에 빠졌다.그는 서유라의 손을 꼭 붙잡았고 쉰 목소리로 말했다.“유라야, 훨씬 나아졌어. 근데 힘이 없어.”서유라는 그의 손을 감싸 쥐며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말했다.“많이 힘들었지. 괜찮아, 다 괜찮아질 거야. 난 계속 네 곁에 있을 거니까.”배서준은 서유라의 따뜻한 눈빛을 바라보았다. 그는 서유라에게 무척 의지하고 있었다.지금의 자신은 길을 잃은 아이 같았고 서유라만이 그의 방향을 잡아주는 유일한 존재처럼 느껴졌다.“유라야, 요즘 들어서 나는 누구도 잃고 싶지 않아. 특히 나는 너 없이는 안 돼.”그의 목소리는 나약했고 서유라에게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상태가 그대로 드러났다.서유라는 속으로는 무척 기뻤고 겉으로는 더욱 따뜻하고 다정한 태도를 보였다.그녀는 몸을 낮춰 배서준을 다정하게 안으며 조용히 속삭였다.“바보야, 그런 말 하지 마. 난 언제까지나 네 곁에 있을 거야. 절대 떠나지 않아.”연인 사이의 감미로운 맹세의 말이었다.배서준은 그녀를 꼭 껴안으며 그녀의 온기와 체취에 기대 안정을 느꼈다.그는 그녀 곁에 있을 때만이 마음이 평온해지는 것을 느꼈다.며칠 동안 서유라는 한시도 배서준 곁을 떠나지 않고 정성껏 그를 돌봤다.직접 요리도 해주고 담백하고 영양이 풍부한 식사를 챙겨줬다. 밥 한 숟갈, 국 한 모금도 직접 그의 입에 떠넣으며 다정하게 간호했다.배서준 역시 그녀의 보살핌을 무척 즐겼고 마치 어린 시절 엄마의 품에 안긴 듯 편안함을 느꼈다.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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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0화

배서준은 마치 길든 고양이처럼 서유라의 어깨에 기대어 눈을 감은 채 그녀의 부드러운 목소리를 조용히 듣고 있었다.창문을 통해 햇살이 두 사람 위로 따사롭게 내리쬐며 포근하고 고요한 분위기를 만들어냈다.시집을 다 읽고 나자 배서준이 갑자기 눈을 뜨더니 침대 머리맡 서랍에서 정교한 장신구 상자를 꺼냈다.상자를 열자 눈부시게 빛나는 다이아몬드 목걸이가 서유라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값비싼 목걸이의 다이아몬드는 햇빛을 받아 찬란하게 반짝였다.“유라야, 이거 너 주려고.”목걸이를 서유라에게 건네는 배서준의 눈빛은 다정했다.서유라는 예상치 못한 상황에 놀란 듯 눈빛이 반짝였지만, 곧 감정을 숨기고 감동한 말투로 말했다.“서준아, 이건 너무 비싼 거야. 내가 받을 수 없어.”그녀는 일부러 사양하며 살짝 투정 섞인 목소리를 냈다.하지만 배서준은 고집스럽게 목걸이를 그녀 손에 쥐여주었다.“비싼 게 아니야. 아무리 값비싼 물건도 네가 나한테 해준 걸 생각하면 아무것도 아니야. 유라야, 요즘 내 곁에 있어 주고 나 챙겨줘서 정말 고마워.”서유라는 눈가가 붉어지며 감동한 듯 눈물을 훔쳤다.“서준아, 그런 말 하지 마. 내가 네 곁에 있는 건 당연한 거야. 널 사랑하니까, 무엇이든 다 해줄 수 있어.”서유라는 목이 멘 듯 울먹였다.배서준은 그런 그녀의 눈물을 닦아주며 부드럽게 말했다.“알아, 유라야. 네가 제일 나한테 잘해주는 거 나도 다 알고 있어.”밤이 되자 두 사람은 침실에서 저녁 식사를 함께했다.식탁 위에는 서유라가 정성껏 준비한 다양한 음식들이 놓여 있었다.배서준은 자리에 앉아 맛있게 차려진 음식을 바라보았지만, 입맛이 없었다.서유라는 이를 눈치채고 직접 젓가락으로 배서준이 좋아하는 생선을 집어 그의 입 앞으로 가져갔다.“서준아, 생선 살 정말 부드러워. 한 입 먹어봐.”서유라는 다정하게 말했다.배서준은 순순히 입을 벌려 생선 살을 받아먹었다.“맛있네.”그는 작게 말하며 오랜만에 미소를 지었다.서유라는 그 모습을 보고 마음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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