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설아가 말을 끝내고 자리에서 일어나려 하자 배서준의 표정이 변했다. 그는 급히 그녀를 붙잡았다.“잠깐만! 남설아, 그렇게 급하게 가지 말고 다시 이야기해보자.”남설아는 발걸음을 멈추고 돌아섰다. 그녀의 입가에는 승리의 미소가 스치고 있었다.“다시 이야기해보자고요? 배 대표님 아까는 전액 일시불은 절대 불가능하다고 하지 않으셨어요?”배서준은 깊게 숨을 들이쉬며 속에 치솟는 분노를 억눌렀다. 그는 한결 누그러진 어조로 말했다.“남설아, 전액 일시불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전혀 방법이 없는 건 아니야. 할부 방식으로 진행하는 대신, 이설 그룹에서 자산 담보를 제공하면 충분히 고려할 수 있어.”배서준이 자신의 선을 그은 셈이었다.남설아는 그의 말을 듣고 비웃는 듯한 눈빛을 보이며 말했다.“자산 담보요? 배 대표님, 지금 농담하시는 거죠? 이설 그룹에서 가장 가치 있는 게 그 자산들인데, 그걸 담보로 맡기라고요? 게다가,” 남설아는 한층 날카로운 말투로 덧붙였다.“배건 그룹이 이설 그룹을 인수하려는 목적 자체가 바로 그 자산들 아닌가요? 그런데 그걸 담보로 맡기라니, 앞뒤가 바뀐 얘기 아닌가요?”남설아의 반박에 배서준은 말문이 막혔고 얼굴빛이 순식간에 굳어졌다. 그녀가 이토록 강경하게 나올 줄은 몰랐다.그때, 남설아의 휴대전화가 울렸다. 그녀는 전화를 확인하고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실례합니다, 배 대표님. 전화 좀 받겠습니다.” 그녀는 전화를 받으며 부드럽게 말했다.“이 대표님, 안녕하세요. 무슨 일이신가요?”전화 너머에서는 화승그룹의 이 대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말투는 매우 정중하고 친근했다.“남 대표님, 요즘 화승그룹이 이설 그룹에 투자를 검토한다는 소문이 돌고 있어서요. 여러 언론사에서 인터뷰 요청이 들어오고 있는데, 공식적으로 어떤 견해를 내실지 궁금해서요.”남설아의 눈빛이 반짝였다. 그녀는 배서준을 바라보며 일부러 목소리를 높였다.“이 대표님, 아직 구체적으로 밝히긴 어렵지만, 확실한 건 하나 있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