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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1화

배건 그룹 인수 작업팀이 대대적으로 이설 그룹에 진입했다.배서준은 사무실에서 이설 그룹의 문서를 넘기며 입가에 전세를 장악한 듯한 미소를 지었다.“배 대표님, 모든 준비가 끝났습니다. 인수 작업팀은 이미 이설 그룹에 들어가 자산 정리와 인수인계를 시작했습니다.”천기준이 책상 앞에 서서 가장 최근의 진행 상황을 보고했다.배서준은 문서를 내려놓고 천기준을 올려다보며 만족스럽다는 듯 물었다.“남설아 쪽은 별다른 움직임 없어?”천기준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남설아 대표는 꽤 협조적인 편입니다. 별다른 저항 없이 자산 정리에 응하고 있습니다. 이설 그룹 쪽 분위기는 좀 침체해 있고 직원들도 대부분 인수 운명을 받아들인 듯합니다.”배서준은 비웃으며 말했다.“당연하지. 이설 그룹은 이미 끝났어. 남설아가 뭐 어쩔 수 있겠나.”“인수 작업팀에 전해, 속도 좀 더 내라고. 자산 정리와 인수인계를 빨리 마쳐야 내가 이설 그룹을 정식으로 접수하지.”“알겠습니다, 배 대표님. 바로 전달하겠습니다.”천기준이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그 시각, 이설 그룹 대표 사무실.이곳은 이례적으로 조용했다.남설아는 책상 뒤에 앉아 차분한 표정으로 서류를 정리하고 있었다. 마치 모든 것이 자신과 무관한 일이라는 듯한 차분함이었다.송예진이 사무실 안으로 들어오며 얼굴에 근심이 서려 있었다.“남 대표님, 배건 그룹 쪽 사람들이 들어왔습니다. 자산 정리를 시작했어요.”남설아는 고개를 들어 송예진을 바라보며 평온한 목소리로 말했다.“알고 있어요. 정리하라고 하세요.”송예진은 이해하지 못한 얼굴로 물었다.“정말 그대로 정리하게 둘 건가요? 아무 조치도 없이요?”남설아는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뭘 하냐고요? 당연히 도와줘야죠. 제대로 정리하게. 자기들이 이미 이긴 줄 알고 방심하게 만들어야 하니까요.”남설아의 목소리에는 차가운 기운이 서려 있었다.배건 그룹 인수팀이 이설 그룹에 진입한 지 이틀째 되는 날, 서유라가 ‘미래의 사모님’의 명목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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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2화

서유라는 남설아의 책상 앞으로 다가와 두 팔을 가슴에 끼고 위에서 내려다보듯 도발적인 어조로 말했다.“왜? 설아 씨, 내가 우리 회사를 둘러보러 온 게 문제라도 있어?”남설아는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옆으로 가 커피 한 잔을 따라주었다.“서유라 씨가 보고 싶다면, 당연히 보러 와도 되지. 이설 그룹의 모든 것은 곧 배 대표님의 것이 될 테니까. 둘러보고 싶은 대로 둘러봐.”서유라는 커피를 받아들고 우쭐한 표정을 지었다.“제법 눈치는 있네. 설아 씨, 내가 말해두는데, 배서준이 이설 그룹을 공식적으로 인수하게 되면 당신은 아무것도 아닌 존재가 될 거야. 그때 되면, 나를 건드렸던 대가가 어떤 건지 똑똑히 알게 될 거야.”남설아는 여전히 침착한 표정이었다. 서유라의 말은 아무런 동요도 일으키지 못했다.“그래? 그럼 지켜볼게.”남설아는 담담한 어조로 대답했다.서유라는 이설 그룹 사무실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인사나 업무에 이래라저래라 간섭했다. 직원들은 속으론 불쾌했지만, 겉으로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남설아는 서유라의 무례한 행동에도 일절 개의치 않는 모습이었고 오히려 그녀의 움직임에 맞춰 이설 그룹이 곧 인수될 것이란 분위기를 연출하며 적극적으로 협조하는 듯 행동했다.그녀는 고위 임원들을 소집해 배건 그룹의 인수 작업에 협조하라고 지시했고 각 부서가 자산 정리 및 인계 작업에 전념할 것을 요구했다.남설아의 이런 협조적인 태도는 배서준과 서유라의 경계심을 완전히 누그러뜨렸고 그들은 남설아가 이제 완벽히 항복한 줄로 믿었다. 이설 그룹 인수는 시간문제라 생각했다.밤이 되자, 남설아는 강연찬과 함께 은밀한 카페에서 비밀리에 만났다.“모든 준비는 끝난 거지?” 남설아가 조용히 물었다.강연찬은 고개를 끄덕이며 단호하게 말했다.“걱정하지 마. 설아야, 모든 게 계획대로 흘러가고 있어. 배서준은 이제 방심했어. 인수함정은 다 세팅됐고 이제 배서준이 걸려들기만 하면 돼.”남설아의 입꼬리에 차가운 미소가 떠올랐다.“좋아. 배서준, 이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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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3화

“배 대표님, 앞으로 이설 그룹은 배 대표님 손에 달려 있어요. 부디 잘 부탁드립니다.”남설아의 목소리에는 이설 그룹에 대한 깊은 애정과 아쉬움이 담긴 듯한 가벼운 슬픔이 스며 있었다.남설아의 연약한 태도에 배서준은 더욱 우쭐해졌다.그는 남설아가 결국 자신에게 굴복했다고 믿었다.“남 대표, 걱정하지 마. 이설 그룹은 내가 잘 운영할 거야. 그리고 남 대표도 내가 잘해줄게.”배서준은 의미심장한 어조로 말하며 뜨거운 눈빛으로 남설아를 바라보았다.남설아는 수줍은 듯 고개를 숙였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눈가에는 미묘한 비웃음이 스치고 지나갔다.배서준은 그녀의 유순한 태도에 현혹되었다.이제 남설아가 마음을 돌린 줄로 믿으며 이설 그룹을 인수한 뒤 다시 그녀와의 관계를 회복할 수 있을 거라 상상하기 시작했다.식사가 끝난 후, 배서준은 남설아를 집까지 데려다주겠다고 나섰다.차 안은 부드러운 음악이 흐르며 조용하고 묘한 분위기가 감돌았다.배서준은 운전 중 슬쩍 옆자리에 앉은 남설아를 바라보았다.가로등 불빛이 그녀의 섬세한 얼굴을 스치고 지나가며 더욱 아름다워 보였다.“설아야.”배서준의 목소리는 낮고 부드러웠으며 살짝 조급한 기색도 담겨 있었다.남설아가 고개를 돌려 배서준을 바라보았다.그녀의 눈빛에는 나약함이 보였다.“배 대표님, 오늘 저녁 정말 즐거웠어요.”그녀의 목소리는 부드러웠고 배서준은 남설아가 자신에게 마음을 열었다고 느꼈다.예전의 차가움과 냉담함은 사라지고 지금은 순종적이고 여린 모습만 남아 있었다.그는 무심코 손을 뻗어 그녀의 손을 잡으려 했고 남설아는 피하지 않았다.손끝이 닿자, 배서준의 심장은 요동쳤다.그는 용기를 내어 천천히 그녀에게 다가갔다.그녀의 붉은 입술에 시선이 머물렀고 숨소리마저 거칠어졌다.“설아야, 정말 아름다워.”그의 목소리는 낮고 갈망이 묻어 있었다.결국 그는 참지 못하고 천천히 그녀에게 다가가 키스를 시도했다.하지만 그의 입술이 닿기 직전, 남설아는 살짝 고개를 돌렸다.“배 대표님, 너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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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4화

송우민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응, 서유라를 따라다니던 남자를 찾아냈어. 그리고 그 사람한테서 결정적인 증언을 확보했어. 그 진술에 따르면 서도현의 실종은 서유라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어.”송우민의 어조는 단호했다.남설아는 손끝에 힘이 들어가며, 손에 쥐고 있던 서류가 구겨졌다.송우민은 말을 이었다.“그 남자의 진술에 따르면 서도현의 실종은 철저히 계획된 연출일 가능성이 커. 서유라는 배서준의 마음을 돌리려고 일부러 서도현을 사라지게 한 거야. 배서준의 동정을 끌어내기 위한 일종의 자작극이지.”남설아는 코웃음을 쳤다.“자작극? 참 기가 막히네. 서유라란 여자는 목적을 위해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군.”그녀의 눈빛이 날카롭게 빛났다.“하지만 좋아. 이제 거짓말은 끝날 시간이야. 배서준 쪽은? 반응 없어?”남설아가 송우민에게 시선을 돌리며 물었다.송우민은 고개를 저었다.“지금 배서준은 온통 인수 건에만 집중하고 있어. 서유라 쪽에서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전혀 눈치채지 못한 것 같아. 게다가... 지금 너한테 푹 빠져 있는 상태라 서유라는 안중에도 없는 것 같아.”남설아는 비웃음을 띠었다.“그럼 잘됐네. 계속 그 꿈속에 빠져 있으면 돼. 현실로 돌아왔을 때, 자기가 얼마나 큰 바보였는지 뼈저리게 느끼게 될 테니까.”며칠 후, 배건 그룹은 공식적으로 이설 그룹 인수 발표했다.3일 뒤 정식 인수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라는 공고가 나자 시장은 일대 충격에 빠졌다.‘한때 그렇게 잘나가던 이설 그룹이 결국 매각되는구나.’사람들은 웅성댔다.이설 그룹 내부는 더욱 침체한 분위기였다.직원들은 불안감에 휩싸였고 일부 임원들은 배건 그룹 쪽에 은근한 신호를 보내며 자신의 앞날을 도모하고 있었다.반면 배건 그룹은 축제 분위기였다.이설 그룹 인수는 회사 역사상 가장 상징적인 사건이었고 배서준의 위상도 정점에 달했다.계약 체결 당일, 현장은 화려하게 꾸며졌다.각종 언론과 기자들이 몰려들었고 카메라 플래시가 쉴 새 없이 터졌다.배서준은 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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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5화

“앞으로 배건 그룹은 이설 그룹의 자원을 최대한 통합해 산업 구조를 최적화하고 운영 효율을 높이며, 도약의 기반을 마련할 것입니다. 저는 확신합니다. 배건 그룹과 이설 그룹의 강력한 결합은 반드시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낼 것입니다. 참석해주신 모든 언론 관계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배서준은 무대 위에서 자신감에 찬 목소리로 마이크를 잡고 말했고 그의 목소리는 회장 전체에 울려 퍼졌다.“오늘, 배건 그룹과 이설 그룹은 공식적으로 인수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이는 배건 그룹 역사에 있어 중요한 이정표일 뿐만 아니라 이설 그룹에도 새로운 시작이 될 것입니다.”무대 아래에서는 박수갈채가 터졌고 수많은 플래시가 쉴 새 없이 터지며 현장을 밝히고 있었다.남설아는 배서준 옆에 서서 단정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하지만 그 미소는 아주 얕고 흐릿했으며 진심이 담겨 있지 않았다.그 웃음 뒤에 감춰진 감정은 그녀 자신만이 알고 있었다. 겉은 차분했지만 내면은 차갑게 요동쳤다.“이설 그룹은 남 대표님의 리더십 아래에서 눈부신 성과를 거둔 바 있습니다.”배서준은 이어서 말했다. 그 말투에는 승자의 여유가 깃들어 있었다.“하지만 비즈니스 세계는 전쟁과 같고 승자만이 살아남는 법이죠. 배건 그룹은 이설 그룹을 다시 일으켜 세울 자신이 있습니다.”그의 힘찬 포부에 다시 한번 박수가 터졌고 언론 기자들은 역사적인 장면을 놓치지 않으려 셔터를 눌렀다.남설아는 조용히 옆에 서서 그 모든 장면을 지켜보며 속으로 비웃음을 띠었다.아무리 대단한 큰 그림을 그려도 결국은 뜬구름일 뿐이다.함정은 이미 준비되었고 이제는 배서준이 그 안으로 스스로 걸어 들어가기만을 기다릴 뿐이다.박수가 잦아들 무렵, 배서준은 남설아를 향해 몸을 돌렸다.그는 스스로 다정하다고 생각하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설아야, 이번 결단을 내려줘서 고마워. 이번 인수는 너에게도, 나에게도, 그리고 이설 그룹 임직원들에게도 최선의 결과가 될 거야.”남설아는 작게 미소 지었다. 여전히 얕고 차가운 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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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6화

서유라의 등장은 단숨에 현장의 이목을 집중시켰고 언론 기자들의 카메라가 일제히 그녀를 향했다.주목을 한 몸에 받는 서유라는 불과 며칠 전 배서준 사무실에서 불안에 떨며 눈치를 보던 모습과는 전혀 딴판이었다.그녀는 스포트라이트를 즐겼고 시선이 모이는 그 순간을 만끽했다. 마치 자신이 이미 ‘이설 그룹의 부사장’ 자리를 당연히 차지한 사람인 것처럼 말이다.하지만 이 화려함 뒤에 숨어 있는 불안과 공포를 그녀 스스로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남설아의 반격이 두려웠고 배서준의 변심이 두려웠으며 이 모든 것이 한순간의 허상이 아닐까 늘 불안했다.배서준은 단상 위에서 당당하게 말하는 서유라를 만족스럽게 바라보며 곁에 서 있던 남설아를 향해 작게 말했다.“설아야, 유라가 정말 많이 성장했지? 네가 다시 내 곁으로 돌아온다면 유라처럼, 아니 그보다 더 많은 걸 가질 수 있어. 내가 보장할게.”그의 말투에는 유혹과 자만이 섞여 있었다.남설아는 조용히 고개를 돌려 배서준을 바라봤다.그녀의 눈빛은 잔잔했지만 깊은 물처럼 어떤 감정도 비치지 않았다.“배 대표님의 호의는 감사하지만,”그녀는 담담하게 말했다.“저는 이설 그룹 대표직을 내려놓기로 했습니다. 앞으로 이설 그룹은 배 대표님과 서 부사장님의 몫입니다.”남설아의 말에 배서준은 잠시 멈칫했다.그는 이렇게 순순히 남설아가 물러날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네가 내려놓는다고? 그럼 어디로 가려는 거지?”남설아는 잔잔한 미소를 지었다. 그 웃음 속에는 홀가분함도 단념도 있었다.“어디로 가든, 배 대표님이 신경 쓰실 일은 아닙니다.”“이설 그룹에서 제 역할을 다했고 이제 저도 제 삶을 살아보려 합니다.”그녀는 말을 마치고 우아한 걸음으로 무대를 내려갔다.단 한 번도 뒤돌아보지 않았다.그녀의 뒷모습은 왠지 모르게 쓸쓸했고 외로워 보였다. 패배자처럼, 무대에서 내려오는 모습이었다.배서준은 그런 남설아의 뒷모습을 보며 묘한 감정에 휩싸였다.무언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었지만, 곧 스스로 고개를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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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7화

이설 그룹, 인사부장 사무실.“부장님, 오늘만 해도 벌써 세 번째 사직서 더미예요.”인사부 직원 이승주는 한 무더기의 사직서를 들고 와 인사부장 책상 위에 내려놓았다.인사부장은 점점 쌓여가는 사직서를 바라보며 얼굴이 굳어졌다.“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이미 직원들을 다 달래놨다며? 왜 아직도 이렇게 많이 나가?”이승주는 어깨를 축 늘어뜨리며 한숨을 쉬었다.“부장님, 달래는 건 소용이 없어요. 배건 그룹 쪽 사람들이 들어오면서 회사 분위기가 엉망이 됐거든요. 누가 그걸 참겠어요? 기술팀 쪽은 아예 전원이 사직했다고 들었어요.”인사부장은 머리를 감싸 쥐며 말했다.“기술팀까지? 거긴 회사의 핵심 부서잖아! 이거 정말 큰 일인데... 인수 작업팀 쪽에 뭐라고 설명하지?”배건 그룹, 인수 작업팀 사무실.“이 팀장님, 큰일 났습니다. 이설 그룹 쪽에서 사직하는 직원이 계속 늘고 있어요.”팀원 박지민은 서둘러 사무실로 들어와 다급하게 말했다.인수 작업팀장 주형서는 얼굴을 찌푸리며 손에 들고 있던 서류를 내려놓았다.“무슨 소리야? 직원들이 인수에 협조적이라면서?”박지민은 당황한 얼굴로 대답했다.“협조는 하는데요, 이미 사기가 바닥입니다. 배건 그룹의 정책이 전혀 먹히질 않아요. 특히 서유라 부사장님은 들어오자마자 제멋대로 규정 바꾸고 지시만 난무해서 직원들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에요.”주형서의 표정이 점점 어두워졌다.“서유라라는 사람은 하는 일마다 사고만 치네. 지금 분위기 진정시키지 못하면, 인수는 그냥 껍데기뿐이겠어.”한편, 어느 카페에는 이설 그룹에서 오랫동안 일해 온 전직 고위 간부들이 조용히 모여 있었다.그들은 회사에 대한 애정이 깊은 이들이었고 현재 상황에 대해 걱정이 가득했다.“하... 이설 그룹이 이렇게 무너질 줄은 몰랐어요.”한 전직 부이사는 고개를 저으며 탄식했다.“배건 그룹이 인수하고 나선 완전히 엉망이 됐어요. 그 서유라라는 여자는 회사 경영이 뭔지도 모르고 무조건 지시만 해대고.”전직 재무 이사도 한마디 보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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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8화

“이럴 리가 없어...”배서준은 잔뜩 찌푸린 얼굴로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이설 그룹 인수는 분명히 손해 볼 일 없는 투자라고 생각했건만 돌아온 건 감당하기 어려운 골칫거리였다.“천기준, 이설 그룹 운영 상태가 왜 이 지경이야?”배서준은 짜증 가득한 목소리로 천기준을 몰아세웠다.천기준은 조심스럽게 서서 답했다.“배 대표님, 이설 그룹의 내부 상황이 예상을 훨씬 웃돕니다. 이전에 제출해드린 조사 보고서도... 일부 내용이 정확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습니다.”배서준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정확하지 않아? 이런 중대한 정보를 그렇게 대충 조사한 거야?”천기준은 서둘러 고개를 숙였다.“죄송합니다, 배 대표님. 우리 조사팀의 실수입니다. 곧 원인을 철저히 파악해서 대책을 마련하겠습니다.”배서준은 손을 휘저으며 말을 끊었다.“됐어. 지금 와서 그 말이 무슨 소용이야? 지금 중요한 건 이설 그룹을 하루빨리 안정시키는 거야. 바로 자금이랑 인력을 이설 그룹으로 재배치해서 전폭 지원해.”“네, 배 대표님.”천기준은 고개를 숙이고 조용히 사무실을 빠져나갔다.문이 닫히는 순간, 그의 입꼬리가 천천히 올라갔다.배건 그룹 내부에서는 자원과 인력이 이설 그룹으로 쏠리기 시작했고 기존 사업 부서들의 반발이 이어졌다.“우리가 무슨 뒷수습 부서야?”“왜 저기 문제를 우리가 덮어야 해?”사내 갈등이 수면 위로 떠 오르기 시작했다.이설 그룹 부사장실, 서유라는 고급 의자에 앉아 프로젝트 자료를 뒤적였지만, 서류 내용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채 혼란스러운 얼굴만 가득했다.그녀는 이설 그룹의 사업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다.그런데도 하루에도 여러 차례 지시를 내렸고 그 내용은 앞뒤가 맞지 않거나 터무니없는 것들이 많았다.직원들 사이에서는 조롱과 불만이 쏟아졌다.“저 부사장이라는 사람, 그냥 얼굴만 예쁜 허수아비 아냐?”“어떻게 저런 사람이 우리 위에 있을 수가 있어?”“그래도 남 대표님은 일은 잘하셨지. 아깝다.”서유라의 무리한 판단은 곧 문제를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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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9화

“정말 고마워, 설아야. 역시 너는 아직도 나와 이설 그룹을 걱정해주는구나. 오늘 저녁 우리 함께 식사하면서 이설 그룹에 관해 얘기하자.”배서준은 설레는 마음을 감추지 못한 채 남설아를 빨리 만나고 싶어 했다.남설아는 미소 지으며 다소 묘한 어조로 말했다.“좋아요, 배 대표님. 그럼 오늘 저녁에 뵈어요.”꽃, 선물, 로맨틱한 저녁 식사.배서준은 여자를 유혹하는 모든 수단을 총동원했고 이 모습을 지켜보던 서유라는 속이 새까맣게 타들어 갔다.배서준이 다시 한번 남설아와 저녁 약속을 잡고 나가려 하자 서유라는 그를 가로막았다.“서준아, 어디 가는 거야?”서유라의 목소리에는 따지듯 한 뉘앙스가 담겨 있었다.배서준은 인상을 찌푸리며 불쾌한 듯 대답했다.“회사에 급한 일이 있어서 나가야 해.”서유라는 목소리를 높였다.“또 남설아 만나러 가는 거지?”배서준의 얼굴이 어두워졌다.“유라야, 말조심해.”서유라의 눈가가 촉촉해졌다.“난 그냥 묻는 거야. 틀린 말이라도 했어? 이설 그룹 인수하고 나서 매일같이 거기 들락거리고. 이제 내 존재는 안중에도 없는 거야?”배서준은 비웃듯이 말했다.“또 시작이네. 내 업무까지 너한테 보고해야 해?”서유라의 눈물이 뚝 떨어졌다.“난 그냥 네가 남설아한테 또 속을까 봐 걱정돼서 그래.”배서준은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됐어! 남설아는 이제 대표 자리에서도 내려왔어. 날 속일 게 뭐가 있어? 오히려 넌 이설 그룹 부대표랍시고 앉아 있으면서 회사 꼴이 이게 뭐야?”서유라는 그 말에 제대로 말을 잇지 못했고 얼굴이 창백해졌다.배서준은 쏘아붙이듯 말했다.“이설 그룹은 지금 난장판이야. 퇴사율은 치솟고 실적은 바닥이야. 그게 네 능력이야?”서유라는 눈물을 참지 못하고 울음을 터뜨렸다.“서준아, 어떻게 나한테 그런 말을 해. 나 정말 열심히 하고 있어. 이설 그룹은 원래 복잡했어.”배서준의 시선은 차갑기만 했다.“복잡? 내가 보기에 너한텐 그럴 역량이 없을 뿐이야.”서유라는 더 크게 울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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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0화

배서준은 감동한 듯 말했다.“설아야, 넌 정말 착한 사람이야. 역시 너는 이익만 따지는 여자들과는 달라.”남설아는 조용히 미소 지으며 이설 그룹이 현재 직면한 문제를 분석하기 시작했다.“배 대표님, 지금 이설 그룹의 가장 큰 문제는 인심이 떠났다는 겁니다. 직원 이직률이 지나치게 높아요. 이런 상황에서는 아무리 좋은 프로젝트라도 추진이 어렵죠.”배서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전적으로 동의했다.“그건 나도 느끼고 있어. 그런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남설아는 계속해서 차분히 말했다.“문제를 해결하려면, 우선 사람들의 마음을 붙잡아야 해요. 배건 그룹에서 도입한 몇몇 정책들이 이설 그룹과는 잘 맞지 않아요. 현실에 맞게 조정이 필요합니다.”배서준은 급히 물었다.“어떻게 조정하면 좋을까?”남설아는 은은한 미소를 지으며 조언을 건넸다.겉으로 보기에는 성심껏 조언하는 듯했지만, 실상은 배서준을 잘못된 방향으로 유도하는 말들이었다.그녀는 교묘하게 상황을 왜곡하며 배서준이 스스로 잘못된 판단을 하도록 유도했다.배서준은 그런 남설아의 말을 의심 없이 받아들였고, 그녀의 조언에 푹 빠져 있었다.화승 그룹, 대표 사무실.강연찬은 남설아와 함께 화승 그룹의 이 대표를 다시 찾았다.“이 대표님, 이게 저희의 최신 협력안입니다. 한번 검토해 보시죠.”남설아가 문서를 건넸다.이 대표는 문서를 받아들고 꼼꼼히 살펴본 후,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남 대표님, 강 대표님. 아주 훌륭한 협력안이네요. 화승 그룹은 이설 그룹과의 협력을 더욱 강화할 의지가 있습니다.”강연찬도 미소 지으며 말했다.“저희 화승 그룹도 이설 그룹의 미래 가능성을 높이 평가하고 있습니다. 이번 협력을 통해 반드시 상호 윈윈할 수 있으리라 확신합니다.”이 대표는 강연찬을 흘긋 바라본 뒤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남 대표님, 걱정하지 마세요. 화승 그룹은 끝까지 협조할 겁니다. 배건 그룹에는 반드시 그에 걸맞은 대가를 치르게 하겠습니다.”남설아와 강연찬은 조용히 눈빛을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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