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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굿바이 쓰레기: Chapter 691 - Chapter 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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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1화

사람들이 술렁이는 가운데 강연찬의 목소리가 낮은 천둥처럼 울려 퍼졌다. 그 말투는 단호하고 명확했다.“저는 배건 그룹을 위해 화승 그룹의 전략적 투자를 성공적으로 유치했습니다. 자금은 즉시 투입될 예정이며 협력 프로젝트는 화승 그룹과 배건 그룹이 공동으로 추진하게 됩니다.”그의 시선은 현장에 있는 모든 사람을 스쳐 지나갔고 특히 배서준을 바라볼 때는 더욱 강렬했다.배서준의 얼굴에 걸려 있던 미소는 그 순간 딱딱하게 굳어졌고 치밀하게 준비해 온 반격은 종이로 만든 집처럼 한순간에 무너져 내렸다. 그는 낯빛이 창백해졌다.서유라의 승리감에 찬 미소 역시 굳어졌고 곧 당혹감과 분노로 바뀌었다. 그녀는 마치 세상이 무너지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그녀는 속으로 이를 갈았다.루이스는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이번 전세 역전에 놀라움을 보였지만 곧 남설아에게 축하를 건넸다.“남 대표님, 축하드립니다. 하지만 한 가지 말씀드리고 싶은 게 있습니다. 배서준 씨는 결코 쉽게 물러설 사람이 아닙니다. 배서준 씨는 수법이 항상 교묘하니, 향후 암암리에 공격이 들어올 수도 있습니다.”남설아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마음속의 무거운 짐 하나를 내려놓은 듯했지만 강연찬에 대한 고마움 뒤에는 지울 수 없는 의심이 피어올랐다.“연찬 오빠, 화승 그룹의 투자가 이렇게 적절한 타이밍에 이뤄진 거야? 어떻게 이런 걸 가능하게 한 거야?’강연찬은 조용히 그녀의 손을 잡았다. 그의 손끝 온도가 위로처럼 전해졌다.“설아야, 비즈니스 세계는 원래 순간순간이 전쟁이야. 이번 화승 그룹의 투자는 오랫동안 준비해 온 결과일 뿐이야. 난 단지 적절한 때를 기다렸을 뿐이야.”“이미 알고 있었던 거야?” 남설아의 목소리에는 놀람과 불안이 동시에 섞여 있었다.그녀의 마음속에는 강연찬의 진짜 의도가 과연 어디까지인지를 두고 혼란이 일었다.“설아야, 난 널 위해 길을 닦은 거야.”강연찬의 말투는 단호했고 눈빛에는 따스한 빛이 서려 있었다.“네가 이 싸움에서 끌려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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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2화

그는 본질적인 질문을 교묘히 피했다.남설아는 시선을 내리고 잔 속에서 일렁이는 물결을 바라보았다.그의 설명은 너무도 가벼웠다. 마치 얇은 베일처럼, 더 깊은 진실을 감추고 있는 듯했다.남설아는 더 이상 캐묻지 않고 그저 가볍게 알겠다고 대답했다.어쩌면 아직은 때가 아닐지도 모른다.그러나 그 의심은 호수 한가운데 던져진 돌처럼 잔잔한 파문이 계속 마음속에 퍼지고 있었다.한편, 배서준의 사무실.값비싼 골동품 꽃병이 힘껏 바닥으로 내던져졌고 깨진 도자기의 파편이 사방으로 흩어졌다.“남설아! 강연찬!”배서준의 가슴은 거칠게 들썩였고 이마에는 핏줄이 튀어나왔다. 그는 옆에 있던 의자를 발로 차 뒤집었다.나무 의자 다리가 벽에 부딪히며 둔탁한 소리를 냈다.서유라는 샤넬 정장을 입고 조심스레 문가에 서 있었고 감히 가까이 다가가지 못했다.“서준아, 이러지 마...”그녀의 목소리에는 두려움이 묻어 있었다.“아직 끝난 건 아니야. 우린 아직 기회가 있어...”“기회?”배서준이 갑자기 돌아서며 붉게 충혈된 눈으로 그녀를 노려보았다.“계약 현장에서 사람들 앞에서 망신당한 게 기회야? 화승 그룹! 강연찬 그 자식은 대체 언제부터 그쪽이랑 손을 잡은 거야!”그는 또다시 남설아에게 밀렸다. 게다가 이번에는 너무도 중요한 자리에서였다.그 치욕감과 통제할 수 없는 분노가 그를 집어삼킬 듯했다.배건 그룹은 그가 목숨처럼 지켜온 집안의 기업이었다. 절대 남설아에게 넘겨줄 수 없었다.서유라는 조심스레 다가가 그를 붙잡으려 했다.“서준아, 진정해. 다시 생각해보자. 다른 방법이 있을 거야...”배서준은 짜증스럽게 그녀의 손을 뿌리쳤다.“건드리지 마!”서유라는 휘청이며 한 걸음 물러섰고 눈가가 금세 붉어졌다.하지만 더 이상 감히 말을 잇지 못했다.배서준은 방 안을 이리저리 서성거렸다. 마치 포위당한 야수 같았다.그는 핸드폰을 꺼내 힘주어 번호를 눌렀고 곧 전화가 연결되었다.“서도현.”배서준의 목소리는 분노를 억누른 듯 쉰 소리가 섞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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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3화

“하워드라는 사람이 있어요. 마틴이라는 인물을 위해 일하는 사람이죠.”서도현은 말을 잠시 멈췄다.“그 사람들 뒤에는 지금 세계적으로 급부상 중인 한 국제 벤처 캐피털이 있어요. 화승 그룹보다 훨씬 강력한 자본력을 가졌죠.”배서준이 잠시 멈칫했다.“그런 사람들이 날 도와준다고?”“물론 대가 없이 도와주는 건 아니죠.”서도현의 말투가 싸늘해졌다.“그 사람들은 배건 그룹에 자금을 투입해줄 수 있어요. 화승 그룹을 몰아내고 남설아를 완벽히 배제하는 것도 가능해요. 하지만 조건이 있어요. 화승 그룹 대신 그들이 들어오고 막대한 이익 일부를 가져가야 하는 거죠.”배서준은 침묵했다. 그건 늑대를 집 안에 들이는 일이다.하지만 남설아가 배건 그룹을 장악하게 두는 것보다는 어쩌면 이게 유일한 선택일지도 몰랐다.“그 사람을 만나야겠어.”배서준의 목소리는 건조했다.전화를 끊은 뒤, 배서준은 어두운 창밖을 바라보았다.그는 하워드의 조건이 얼마나 가혹한지 알면서도, 그것이 독배라는 걸 알면서도, 배건 그룹을 되찾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감수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다시 그룹의 지배권을 쥘 수만 있다면 어떤 대가든 상관없었다.서유라는 조심스럽게 방 안으로 들어왔다. 손에는 따뜻한 물 한 잔이 들려 있었다.“서준아, 물 좀 마셔.”배서준은 물을 받지 않고 손을 저었다.“유라야, 너 먼저 들어가 쉬어.”그의 목소리는 피곤했지만 모든 걸 걸겠다는 결의가 담겨 있었다.서유라는 등지고 있는 그의 등을 바라보다가 입을 떼려 했지만 결국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조용히 돌아섰다.남설아의 사무실에는 아직 불이 꺼지지 않았다.그녀는 통유리 창가에 서서 도시의 네온 불빛을 바라보고 있었다.강연찬이 가져온 화승 그룹의 투자는 절묘한 타이밍의 단비였다.현재의 위기를 넘길 수 있었지만 동시에 그녀의 눈을 흐리게 하는 안개 같기도 했다.남설아는 핸드폰을 집어 천기준의 내선 번호를 눌렀다.“천 비서님, 잠깐 들어오세요.”곧 정장 차림의 천기준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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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4화

그는 다시 허리를 곧게 폈고 예전의 오만한 기세가 되살아났다.계약을 체결한 후, 그는 서유라에게 값비싼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선물했다.“마음에 들어?”그가 그녀의 목에 목걸이를 걸어주며 손끝으로 그녀의 목덜미를 스쳤다.서유라는 감동에 벅차 얼굴에 다시 웃음꽃을 피웠다.“아주 마음에 들어. 서준아, 넌 정말 최고야.”그녀는 그에게 몸을 기댔다.배서준은 그녀를 안아 올렸지만, 시선은 창밖을 향해 있었다.이번에는 반드시 잃어버린 것 두 배로 돌려받을 것이다.그는 내선 전화를 들었다.“내일 오전 아홉 시, 긴급 이사회 소집 공지해.”그의 목소리는 침착하면서도 한 치의 반론도 허용하지 않는 권위가 실려 있었다.“네, 대표님.” 비서가 공손히 대답했다.배서준은 자금이 확보되자 다시 자신감을 되찾았다.한편, 남설아의 사무실.남설아는 프로젝트 보고서를 검토하고 있었다. 천기준이 노크하고 들어왔다.“남 대표님.”“말해요.” 남설아는 고개도 들지 않았다.“배 대표님 쪽에서 방금 연락이 왔습니다. 내일 오전 9시, 긴급 이사회를 소집한다고 합니다.”천기준의 말투에는 약간의 긴장감이 묻어났다.“그리고... 재무팀에 따르면 오늘 회사 계좌로 거액의 자금이 유입됐는데 출처가 ‘리더스 그룹’이라는 해외 법인입니다.”남설아는 서명하던 손을 멈췄다.‘리더스 그룹?’그녀는 고개를 들어 물었다.“자금 규모는요?”“화승 그룹의 투자금보다... 약 30% 정도 더 많습니다.”천기준은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역시 올 것이 왔다.남설아는 펜을 내려놓고 몸을 의자 등받이에 기댔다.배서준의 반격은 그녀가 예상한 것보다 더 빠르고 더 강렬했다.늑대를 불러들이다니 배서준다운 선택이었다.그녀는 휴대폰을 들어 강연찬에게 전화를 걸었고 곧 전화가 연결됐다.“설아야.”강연찬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배서준이 새로운 후견인을 찾았어.”남설아는 간단명료하게 말했다.“리더스 그룹이라는 회사야. 투자 규모는 화승 그룹보다 크고. 내일 오전, 긴급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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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5화

오늘 서유라는 일부러 샤넬 신상 정장을 입고 머리도 정성껏 손질해 누구보다도 눈부시게 빛났다.“서준아, 아까 너무 멋있었어.”서유라는 그의 옆모습을 올려다보며 달콤하게 말했다.“기자들이 전부 당신한테 휘둘렸더라.”“이건 시작일 뿐이야.”배서준은 자신감 가득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그들이 남설아의 사무실 앞을 지나갈 때, 서유라는 일부러 발걸음을 늦추고는 일부러 크게 말했다.“서준아, 약혼식에 초대할 기자들을 좀 더 늘리고 싶어. 어차피 내가 앞으로 배건 그룹의 사모님이 될 사람이잖아. 다들 나를 알아야지.”“네 마음대로 해.”배서준은 무심하게 대답했다.서유라는 만족스러운 듯 웃으며 주변에 아무도 없는 틈을 타 그의 귀에 속삭였다.“남설아는 머리만 굴리다 결국 남 좋은 일만 시켰네. 화승 그룹을 데려오면 자리를 지킬 수 있을 줄 알았나 봐. 정말 우습지 않아?”배서준은 그저 담담하게 응답했다.엘리베이터 안, 서유라는 거울에 비친 자기 모습을 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그녀는 이미 회사 곳곳에 소문을 흘리고 있었다.배건 그룹의 진짜 후계자는 배서준이고 자신이야말로 정당한 사모님이라는 이야기였다.한편, 배서준은 한 통의 문서를 비서에게 내밀었다.“이사회 전원에게 연락해서 전해. 남설아는 대표이사 자격이 부족하고 화승 그룹을 끌어들인 건 미래지향적이지 못한 판단이었다고.”그의 목소리는 낮고 차가웠다.“내일 이사회에서 정식으로 남설아의 대표이사 해임안을 상정할 거야.”“네, 배 대표님.”비서는 몸을 굽혀 순순히 응했다.이사회 전날 밤, 남설아의 사무실에는 불이 꺼지지 않았다.그녀와 강연찬은 함께 대책을 세우고 있었다.“리더스 그룹 배경이 복잡해.”강연찬은 깊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과거에도 여러 나라에서 악질 인수에 개입한 적 있어. 수법도 꽤 거칠어. 짐작은 했지만, 더 많은 정보가 필요해.”남설아는 통유리 창가에 서 있었다. 창밖 도시의 불빛이 별처럼 반짝였다.“배서준은 결국 자기 무덤을 파고 있어.”강연찬은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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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6화

남설아는 대답 없이 그저 천천히 커다란 통유리창 앞까지 걸어가 강연찬에게서 등을 돌린 채 창밖을 바라보았다.배서준의 반격은 빠르고도 날카로웠다. 리더스 그룹이라는 이름에서부터 노골적인 공격성이 느껴졌다.남설아는 터져 나오려는 감정을 애써 억누르며 흔들림 없는 목소리로 차분하게 말했다.“연찬 오빠, 오빠는 먼저 들어가서 쉬고 있어. 나 혼자 생각 정리 좀 하게 둬.”잠시 말없이 가만히 서 있던 강연찬은 남설아의 뒤로 천천히 다가갔다. 그는 아무 제스처도 취하지 않고 낮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알겠어. 무슨 일 생기면 언제든지 연락해줘.”그렇게 발소리가 점점 멀어지더니 살며시 문이 닫히는 소리도 들려왔다.다음날 오후, 천기준은 밀봉된 서류봉투 두 개를 들고 다시 사무실 안으로 들어왔다.“ 대표님, 요청하신 자료 가져왔습니다.”남설아는 우선 강연찬에 관련된 자료부터 열어보았다.그의 이력은 한눈에 봐도 화려했다. 명문대 졸업에 여러 대기업에서 근무했던 경험까지... 하지만 예상대로 해외에서 지냈던 기간의 정보는 거의 없다 못해 공백이나 다름없었다.화승 그룹과의 관계도 언급은 되어 있었지만 어떠한 고위 임원과 친분이 있다는 것만 알 수 있었을 뿐, 홀로 그런 거액을 어떻게 움직였는지는 여전히 미스터리였다.마치 누군가가 일부러 모든 흔적을 지워버린 것 같았다.남설아는 서류를 내려놓으며 무겁게 한숨을 푹 내쉬었다. 이윽고 그녀는 리더스 그룹과 그 투자 계약서에 관한 자료가 적힌 서류를 집어 들었다.천기준이 옆에서 조심스레 말을 덧붙였다.“대표님, 리더스 그룹은 국제적으로도 평판이 좋은 회사가 아닙니다... 주로 자본력을 이용해 레버리지 인수를 한 다음에 최대한으로 기업 가치만 뽑아먹고 빠지는 방식을 쓰더라고요. 그렇게 남겨진 회사는 껍데기만 남게 되는 경우가 많죠.”남설아는 빠르게 계약서 복사본을 넘겨보며 미간을 점점 찌푸리기 시작했다.터무니없을 정도로 높은 배당 비율은 사실상 배건 그룹의 미래 수익을 빼앗아 가는 것이나 다름없었다.수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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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7화

“아직은 필요 없어.”남설아가 고개를 약하게 숙이며 다시 입을 열었다.“그냥 배서준이 저쪽 라인에 연결될 수 있었던 게, 누군가가 뒤에서 끈을 잡고 있는 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어서 말이야.”예를 들자면 아직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서도현 같은 인물 말이다.“그럴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겠지.”강연찬은 명확한 답을 피했다.“지금 당장 중요한 건 내일 있을 이사회야. 자신 있어?”“문 선생님이랑 다른 분들은 다 내 편이야.”남설아는 미간을 주무르며 말을 이었다.“하지만 배서준은 리더스 그룹의 대규모 자금을 등에 업고 있어. 게다가 배씨 가문 아들이라는 명분도 있고 말이야. 그 정도면 아직도 입장 결정 못 하고 우유부단하게 움직이는 임원들 정도는 선동할 수 있겠지.”“이 계약서의 핵심 조항들을 익명으로 임원들한테 흘리는 건 어떨까?”강연찬이 제안했다.“배서준이 끌고 온 게, 든든한 지원군이 아니라 배건 그룹을 빨아먹으려고 찾아온 굶주린 하이에나들이라는 걸 똑똑히 보여줘야지.”“나도 그렇게 생각해.”남설아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설아야.”강연찬의 목소리가 낮아지더니 말투가 한껏 다정해졌다.“너무 무리하지는 마.”걱정 섞인 그의 말에 남설아의 마음은 다시 복잡미묘해졌다.배건 그룹 임원 회의실.거대한 타원형 회의실 테이블 주위로 공기마저 무겁게 짓눌리는 듯한 분위기가 감돌았다.배서준은 상석 바로 옆에 앉아 손가락으로 테이블을 규칙 없이 두드리고 있었다. 둔탁한 소리가 고요한 회의실에 울려 퍼졌다.가볍게 헛기침을 몇 번 한 그는 자리에 앉아 있는 임원들을 둘러보며 말했다.“임원 여러분.”그의 목소리에는 감출 수 없을 정도의 자신감이 가득 실려 있었다.“오늘 이렇게 여러분을 부른 건, 아주 중요한 일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서입니다. 남설아 대표가 CEO로 있는 동안 내렸던 그 의사 결정들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서 말입니다.”잠시 말을 멈춘 배서준이 남설아를 돌아보며 날카로워진 목소리로 따졌다.“특히 화승 그룹의 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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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8화

“남설아, 그만 좀 해!”몸을 일으킨 서유라가 날카로운 목소리로 소리쳤다.“서준이가 이런 투자자를 쉽게 데려온 줄 알아? 고작 네 질투심 하나 때문에 사람들 앞에서 이렇게까지 망신을 줘야겠어? 넌 그냥 서준이가 잘 되는 게 보기 싫은 거잖아!”서유라는 대화 주제를 회사 문제에서 개인적인 감정싸움으로 돌려보려 했다.“너 처음부터 서준이한테 마음 있었던 거 내가 모를 줄 알아? 못 가질 바엔 아예 부숴버리겠다는 거야, 뭐야? 배건 그룹은 배씨 가문의 회사야. 네가 끼어들 만한 자리는 없다고!”남설아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싸늘하게 식은 눈빛으로 서유라를 바라보았다.“유라 씨, 지금 배건 그룹 이사회를 왜 소집했는지 알아? 회사의 미래에 대해서 전략을 짜기 위해서 모인 거야. 넌 대체 무슨 자격으로 여기서 그런 말을 하는 건지 모르겠네? 배서준 씨 약혼녀? 아니면 미래 배씨 가문 며느리?”“나... 나는...”서유라의 말문이 한순간에 막혀버렸다.“유라 씨가 사적인 감정을 언급해서 그러는 건데.”남설아가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그녀의 목소리는 태연하고 평온했지만 회의실 전체를 압도하는 힘이 있었다.“조금 더 사적인 얘기를 한 번 해볼까?”“예를 들자면 뭐, 유라 씨가 배 대표님한테 어떻게 접근했는지, 우울증이라는 명분으로 어떻게 동정심을 얻었는지, 그리고 지금의 자리를 어떻게 만들어냈는지 말이야.”서유라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너... 말도 안 되는 소리 좀 그만해!”“그리고 유라 씨 동생 서도현.”남설아의 눈빛이 날카롭게 변했다.“그때 왜 갑자기 외국으로 가버렸을까? 정말 잠시 몸을 피하기 위해서였을까? 서도현이 저지르고 간 일의 뒷수습은 누가 했지?”“유라 씨가 그렇게 배씨 가문 며느리가 되려고 애를 쓰는 이유가 정말 사랑 때문이야? 아니면 배건 그룹 힘으로 유라 씨랑 유라 씨 동생의 과거를 덮으려는 거야? 그러면서 더 큰 이득이라도 얻어보려고 했던 건 아니고?”서유라는 연달아 오는 공격에 비틀거리며 의자 등받이를 붙잡은 채 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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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9화

“여러분.”남설아가 침묵을 깨고 천천히 몸을 일으켜 냉철한 눈빛으로 테이블 가장자리를 가볍게 짚은 채 입을 열었다.“리더스 그룹의 하워드 씨는요. 제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마틴이라는 인물의 부하에 불과한 사람입니다. 마틴 씨는 국제 금융계에서 기업 사냥꾼이라는 별명으로 악명이 자자한 인물이고요.”그녀는 태블릿을 들어 회의실 정중앙에 위치한 프로젝터에 사진 몇 장을 전송했다.“여기 보이시는 건 리더스 그룹이 동남아에서 인수한 세 회사입니다. 계약 당시엔 그럴듯한 의견을 제시하며 장기적인 파트너십을 약속했었죠.”이윽고 다음 슬라이드로 화면을 넘긴 남설아가 말을 이었다.“그리고 이건 2년 뒤의 모습입니다. 세 회사 모두 인원 절반 이상을 감축해야 했고, 핵심 자산은 분리 매각돼서 껍데기만 남게 됐죠.”테이블 한쪽에 앉아 있던 문영도가 안경을 벗더니 조심스레 렌즈를 닦으며 물었다.“남 대표, 이 자료들 믿을 수 있는 겁니까?”“확실합니다. 이미 화승 그룹 법무팀을 통해 검증까지 끝냈습니다.”그녀는 고개를 돌려 배서준을 바라보았다.“배 대표님, 리더스 그룹과 체결한 계약서에는 한 가지 조항이 숨겨져 있습니다. 기업의 부채율이 70%를 초과하면 리더스가 경영권을 접수할 수 있는 권리를 갖게 된다는 겁니다. 혹시 이 조항에 대해서 인지하고 계셨나요?”배서준의 얼굴이 순식간에 묘하게 변했다. 그의 이마에는 어느새 식은땀까지 맺혀 있었다.“이런 터무니없는 소리!”서유라가 갑자기 끼어들며 소리쳤다.“당신들 지금 다 같이 짜고 치는 거지! 서준이 골탕 먹여보겠다고! 화승 그룹이 뭐라고 감히 리더스 그룹을 평가해?”그녀는 남설아에게 손가락질까지 하며 날카로운 목소리로 소리쳤다.“넌 뭔데 갑자기 성인군자인 척하고 있어? 온갖 착한 척은 다 했으면서, 서준이가 날 선택한 게 그렇게 분했어? 착각 좀 하지 마! 이래봤자 서준이는 절대 너한테 안 돌아가! 네가 아무리 매달려도...”“유라 씨.”남설아는 차가운 목소리로 그녀의 말을 끊었다.“내가 과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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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0화

다른 한 명의 고위 임원이 함께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계약서는 반드시 재검토돼야 합니다. 그전까지는 모든 자금 유통을 중단하고 대표이사 해임 건에 대해서도 일단은 접어두는 거로 하죠.”“당신들이 무슨 자격으로 그런 말을 합니까!”배서준이 참지 못하고 폭발하듯 소리쳤다.“배씨 가문 장남은 접니다! 내가 이 회사를 책임지겠다는데, 당신들이 무슨 상관입니까!”“배 대표.”그 순간, 문영도가 날카로운 목소리로 말을 잘랐다.“배건 그룹은 배 대표 혼자만의 소유가 아니네. 상장사로서 우리는 모든 주주들에게 책임이 있는 거야. 이번에 리더스 그룹을 끌어들인 것부터 이미 배 대표 개인의 권한을 명백히 넘어선 행동이야.”다른 임원들도 일제히 고개를 끄덕였다. 분위기는 단숨에 남설아를 지지하는 쪽으로 기울었다.배서준은 그 자리에 굳은 채 멍하니 서 있었다. 그의 안색은 이미 시퍼렇게 질려 있었고 꽉 쥔 두 주먹은 분노로 떨리고 있었다.그는 리더스 그룹의 자본력을 등에 업고 남설아를 몰아낼 수 있을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지만 정작 남설아에게 제대로 역공을 당해 버렸다.“이사회 잠시 휴회하겠습니다.”문영도가 선언했다.“다음 주 이 시간에 리더스 그룹 투자 계약서를 전면적으로 다시 검토해볼 예정입니다. 그전까지는 남 대표가 계속해서 대표이사직을 수행해 나갈 겁니다. 배 대표는 다음 이사회까지 관련 자료를 준비해와 주게.”서유라가 배서준의 소매를 붙잡고 흐느껴 울자 배서준은 거칠게 그녀의 손을 뿌리쳤다.“이대로 끝날 줄 알았어?”배서준은 싸늘한 눈빛으로 남설아를 노려보며 성큼성큼 회의실을 나섰다.서유라는 휘청거리며 그 뒤를 다급히 쫓아갔다. 하이힐이 바닥에 부딪히며 삐걱거리는 소리가 날카롭게 울려 퍼졌다. 눈물을 머금고 흐느끼는 그녀의 어깨가 들썩였고, 목에 걸린 다이아몬드 목걸이는 조명 아래에서 눈부시게 반짝이며 초라한 그녀의 창백한 얼굴을 더욱 초라하게 만들었다.임원들도 삼삼오오 회의실을 떠나기 시작했다. 그들 중 누군가는 남설아에게 격려의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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