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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굿바이 쓰레기: Chapter 711 - Chapter 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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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1화

남설아가 가볍게 웃음을 터뜨렸다.“아, 재밌네. 우리 배 대표님이 직접 손을 대셨을 줄이야.”계속해서 데이터를 파고들던 강연찬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어졌다.“아직 더 있어. 이 파라미터가 수정된 이후로 시스템에서 자동으로 메일이 하나 발송됐거든. 그 수신자가...”“하워드야.”강연찬의 목소리가 낮게 깔렸다. 그의 손가락이 화면 속 익숙한 이름 위에 멈춰 있었다.남설아의 눈빛이 서늘하게 빛났다. 그녀는 재빨리 화면 가까이로 다가가 정보를 확인했다.“그럼 얘네는 환경부랑만 짜고 친 게 아니라, 아예 하워드를 통해서 지식재산권으로 밀고 갈 생각이었나 보네.”“맞아.”강연찬은 메일의 상세 내용도 화면에 띄워주었다.“내용도 참 흥미로워. ‘데이터는 요청하신 대로 수정되었습니다. 첨부파일 확인 바랍니다. 특허 분쟁은 언제든 개시 가능합니다.’”남설아는 가볍게 웃으며 손가락으로 책상을 두드렸다.“배서준도 참 대단하네. 자기 회사 프로젝트를 이렇게까지 망친다고?”“이렇게 되면 프로젝트는 환경부에 의해서 정지될 거고, 하워드 쪽에서는 기술 데이터 불일치를 빌미로 특허침해도 주장할 수 있지.”강연찬은 계속해서 분석을 이어나갔다.“등 뒤에서 칼을 꽂은 다음, 대놓고 공격하겠다는 거지.”“유감이네. 조작한 흔적이 이렇게 다 남았다니 말이야.”남설아는 휴대폰을 들어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여보세요, 루이스 씨. 늦은 시간에 갑자기 죄송합니다. 네, 저번에 저희가 같이 테스트해 봤던 배터리 프로젝트 관련해서 도움을 좀 받고 싶은데요.”그 사이 강연찬은 계속해서 메일 송수신 기록을 추적해갔다.시스템에 따르면 하워드는 메일을 받은 지 10분도 지나지 않아 확인 답장을 보냈고, 미리 준비된 특허침해 경고문 초안까지 함께 첨부해 주었다.“루이스 씨가 도와주겠대.”남설아가 전화를 끊고 말했다.“검사 기관이라 모든 테스트 원본 데이터를 보관 중이라고 하더라.”강연찬은 고개를 끄덕이며 원본 데이터와 조작된 데이터를 나란히 한 화면에 띄웠다.“이것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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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2화

“40억?”남설아가 낮게 되물었다.“누구한테 송금했는데?”“계좌가 흘러 들어간 걸 보면 한 역외법인으로 갔는데, 이 회사 정보가...”강연찬은 관련 자료를 화면에 띄워주었다.“하워드가 운영 중인 벤처캐피털 중 하나인 것 같아.”남설아는 가볍게 강연찬의 어깨를 두드리며 씨익 입꼬리를 올렸다.“연찬 오빠, 오빠 덕분에 일이 훨씬 쉬워졌어. 어떻게 고마움을 전해야 할지 모르겠네.”“난 널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든 다 할 수 있어.”강연찬은 그녀의 손을 꼭 잡고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남설아가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도시의 불빛이 밤을 배경 삼아 반짝이고 있었다.“법무팀에 연락해서 방어 자료 좀 준비해 줘. 환경부에도 사람 보내서 우리가 확보한 데이터 조작 증거를 제출해야 해.”“그럼 그 40억 송금 기록은 어떻게 할까?”“일단은 묵혀두자.”남설아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우리 비장의 카드야. 결정적인 순간에 잘 써먹어야지.”강연찬은 노트북을 덮고 그녀의 곁으로 몸을 옮겼다.“그다음에는 어떻게 할까?”“두 가지로 나눠보자.”남설아가 고개를 돌려 강연찬을 바라보며 말했다.“오빠는 화승 그룹 기술부랑 접촉해서 독립적인 평가 보고서 좀 준비해 줘.”남설아는 손끝으로 태블릿화면을 스치듯 넘겼다. 화면에는 블록체인 기반의 데이터 저장 플랫폼이 펼쳐져 있었다.이 시스템은 그린라이트 테크와 협력할 때 특별히 구축해둔 것으로, 모든 테스트 데이터가 실시간으로 블록체인에 기록돼 저장되는 순간, 수정이 불가능한 체제였다.“여기 좀 봐, 오빠.”그녀는 화면에 반짝이는 데이터 노드를 가리키며 말했다.“원본 테스트 기록들이 다 여기 있거든. 완전 보존 상태로.”강연찬은 화면을 확인하기 위해 고개를 숙여 남설아에게 가까이 다가섰다. 따뜻한 숨결이 그녀의 귓가를 스쳤다.“배서준 쪽에서도 나름 머리 쓴 모양이네. 우리가 초기에 버렸던 파라미터를 가져갔어.”“멍청하긴.”남설아는 가볍게 비웃으며 손가락으로 두 데이터 세트를 나란히 띄웠다.“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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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3화

서도현은 자리에서 일어나 위스키를 잔에 따랐다. 얼음이 유리잔 벽을 두드리는 맑은소리에 방 안에 울려 퍼졌다.“서두를 필요 없어. 조금만 더 애를 태워보자. 이 일에 큰돈을 들일 가치가 있다는 걸 확인시켜줘야 하잖아.”전화를 끊은 서도현은 곧장 다른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매형, 돈은 잘 받았어요.”그는 날씨 얘기라도 하듯 가볍게 말을 걸었다.“하워드 쪽은 순조롭게 진행 중이에요. 우리 쪽에서 넘긴 데이터가 꽤 만족스러운 모양이던데요.”“그거 듣던 중 반가운 소리네.”배서준의 목소리에서는 숨길 수 없는 들뜸이 묻어났다.“나도 홍보팀에 더 밀어붙이라고 했어. 내일이면 경제 언론들에서 심층적인 보도를 낼 거야.”통화를 끝낸 배서준은 바로 외부에서 고용해온 홍보팀 책임자를 레스토랑으로 불러들였다.“오 기자님, 내일 보도 준비는 어떻게 됐죠?”“이미 주요 경제지 세 곳과 접촉했습니다. 단독 심층 보도 형식으로 내보낼 예정이라고 합니다.”오현수 기자가 초안 문서를 건네주었다.“남설아 대표의 판단 실수로 인해 환경 문제가 터졌고, 남설아 대표의 무능으로 인해 배건 그룹이 특허 분쟁에 빠질 위기라는 관점에서 보도할 예정입니다.”문서를 빠르게 훑어보던 배서준은 만족스럽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좋네요. 위기의식을 조금 더 부각시키는 걸로 하죠. 그래야 이사회도 사건의 심각성을 느낄 수 있으니까요.”“그것도 이미 조치를 취해놨습니다.”오현수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내일 아침 여덟 시에 언론 매체 세 곳에서 동시에 기사를 내보낼 겁니다. 그 후로, 저희 쪽 여론관리팀이 온라인 커뮤니티를 포함한 포털 사이트에 확산시킬 계획입니다.”“내 지시사항 제대로 전달해주세요. 이번 홍보 작전은 빠르고 정확하고 강하게 나가야 해요. 이사회 임원들 모두가 남설아는 자질이 없는 사람이라고 느낄 수 있게 이미지를 만들어 주세요.”배서준이 파일을 덮으며 말했다.서유라는 고급 클럽의 애프터눈 티 파티에 참석 중이었다. 그녀의 주위에는 배건 그룹의 고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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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4화

“어떻게 할 생각이야?”강연찬이 서류를 내려놓고 그녀의 곁으로 다가갔다.“이사회에서 깜짝 선물을 줄 생각이야. 서프라이즈.”남설아가 입꼬리를 씨익 올렸다.“요 며칠 동안 배서준이랑 서유라가 이사들 사이에 헛소문 퍼뜨리느라 바빴잖아. 아마 곧 긴급 이사회를 소집하려고 하겠지.”이사회 회의실.창밖의 햇살은 눈부셨지만, 실내의 공기는 차갑기 그지없었다.“임원분들.”배서준이 프로젝터 스크린 앞에 서더니 낮고 침울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유감스럽게도 남설아 대표가 주도해서 진행한 ‘신재생 에너지 랩’ 프로젝트가 환경부로부터 부적합 판정을 받았습니다.”회의실 테이블을 둘러싼 임원들의 표정이 엇갈렸다. 속삭이며 자기들끼리 얘기를 나누는 사람들도 있었고, 진지한 표정으로 미간을 찌푸린 사람들도 있었다.“그뿐만이 아닙니다.”배서준이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하워드 사에서 기술 특허침해로 소송을 검토 중이라는 소식까지 함께 입수했습니다.”그러던 중, 중년의 한 임원이 질문을 던졌다.“배 대표님, 얼마나 심각한 문제인 겁니까? 회사에 어떤 타격이 가는지 구체적으로 한번 말씀해 주시죠.”배서준은 한숨을 푹 내쉬며 무기력한 표정을 지었다.“대응 잘못하면 환경부에서 생산 중단 명령을 내릴 수도 있습니다. 벌금도 상당할 거고요. 특허 소송에 휘말리면 프로젝트 전체가 아예 무산될지도 모릅니다. 지금까지 해왔던 모든 프로젝트들도 물거품이 되겠죠.”“그렇다면 남 대표님이 정말 큰 실수를 저지른 거군요?”다른 임원이 조심스레 물었다.그러자 배서준이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저는 남 대표를 그런 식으로 단정 짓고 싶지 않습니다. 하지만 결과만 놓고 봤을 때, 프로젝트에 큰 결함이 있었던 게 분명합니다. 저는 회사의 오랜 직원으로서 더는 보고만 있을 수 없어서 이렇게 이사회를 소집하게 됐습니다.”잠시 말을 멈추던 그가 한껏 진지해진 목소리로 말했다.“회사를 위해서라면 저는 이 프로젝트를 대신 맡아 수습할 각오가 되어 있습니다.”배서준의 말이 이어지는 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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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5화

강연찬이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길고 얇은 손가락으로 태블릿을 가볍게 두드리며 회의실 스크린에 한 화면을 띄웠다.“배 대표님, 아직도 이 모든 게 모함인 것 같으세요?”강연찬의 목소리는 부드러웠지만 말투는 단호했다.“이건 배 대표님이 하워드와 연계된 역외회사로 40억을 송금한 기록입니다. 시점은 데이터 조작 직후였고요. 서도현에게서 메일을 받은 시점 이후와도 일치하죠. 흥미로운 점은 이 돈이 기술자문비용으로 처리돼 있는데, 저희가 따로 확인한 바에 의하면 하워드 측과 체결된 지문 계약서는 단 하나도 없었습니다.”회의실 안에서는 임원들의 한숨 소리가 낮게 들려왔다.“이건... 그냥 정상적인 비즈니스 거래였어!”배서준의 얼굴은 새파랗게 질려 있었다. 그는 분노에 가득 차 두 주먹을 꽉 쥐었다.남설아는 조용히 책상을 두드리며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정상적인 비즈니스 거래라고요? 그럼 이번엔 제가 묻죠. 배 대표님, 이 돈이 회사 계좌에서 빠져나간 후, 세 개의 중간 계좌를 거쳐 자금 세탁 처리된 흔적이 있더라고요. 그렇게 마지막에 도착한 계좌가 왜 개인 명의의 계좌였을까요? 회사 규정상 40억 규모의 지출이라면 반드시 재무부의 승인이 있어야 할 텐데요. 혹시 그에 해당하는 결재 서류라도 갖고 계신가요?”“서준아, 어릴 때부터 널 지켜보며 이 회사까지 네 손에 맡겼건만... 이런 식으로 널 만나게 될 줄은 몰랐구나.”문영도가 자리에서 몸을 일으키며 쉰 듯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데이터 조작도 모자라서 몰래 계약까지 체결하더니 이젠 회사 자금을 사적으로 써? 경쟁사와 손까지 잡고... 이게 다 뭐 하는 짓이야! 너 하나 잘 되겠다고 배씨 가문이 힘들게 일궈놓은 회사를 다 짓밟겠다는 거야?”“선생님, 오해예요. 저... 저는 그냥 프로젝트를 지키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그랬던 거예요. 그냥 조금 다른 방식을...”배서준이 급히 변명해 봤지만 말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조금 다른 방식이요?”한 여성 임원이 비웃음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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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6화

문영도가 깊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배서준, 아직도 할 말이 남았니?”“여러분.”배서준의 목소리가 순식간에 차분해졌다.“오해가 좀 있습니다. 하지만 오늘은 아직 변명할 때가 아닌 것 같습니다.”“서준아!”서유라가 다급히 그의 팔을 붙잡았다.“조용히 해.”배서준은 그녀의 손을 매몰차게 뿌리치더니 차갑게 가라앉은 시선으로 남설아를 바라보았다.“설아야, 이번 판은 네가 이겼어. 하지만 이 게임은 아직 끝난 게 아니야.”남설아는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 배서준의 눈을 똑바로 마주 보며 대답했다.“이건 게임이 아니라 원칙적인 문제야. 프로젝트는 계속해서 진행할 거고.”배서준은 코웃음을 치며 몸을 돌려 회의실 출입문 쪽으로 걸어갔다. 차가운 침묵과 임원들의 복잡한 시선이 그 뒤를 따랐다.“서준아, 기다려!”서유라는 허둥지둥 배서준을 뒤따라 나서며 하이힐로 대리석 바닥에 초조한 박자를 찍어냈다.“죄를 뒤집어씌우려면 구실이야 얼마든지 만들어낼 수 있겠죠.”배서준의 목소리는 날이 서 있었지만 말투는 섬뜩하리만큼 평온했다.그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다시 회의실 문을 향해 걸어갔다.그의 뒤를 따르는 서유라의 하이힐 소리는 불안하고 긴장감 어린 분위기를 더욱 고조시켰다.임원들은 그 모든 광경을 조용히 지켜보고만 있었다. 그들의 눈빛에는 충격과 연민이 뒤섞인 복잡한 감정이 담겨 있었다.이사장이 무어라 말을 꺼내려 했지만 끝내 입을 다물었다.남설아는 여전히 스크린 화면 앞에 서 있었다. 조명이 그녀의 실루엣을 뚜렷하게 비추며 선명한 윤곽을 그려냈다.“임원분들.”남설아의 목소리는 분명하고 냉정했다.“오늘 일은 여기에서 끝내겠습니다. 지금 배건 그룹은 내부 싸움이 아니라 외부 리스크에 맞서 단합해야 할 때입니다. 환경보호 문제와 특허 분쟁의 진상은 이미 밝혀졌습니다. 이제 다시 프로젝트에 집중해야 할 시간입니다.”문영도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남 대표 말이 맞아요. 회사 이득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죠.”“루이스 연구소의 보고서에 의하면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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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7화

“멍청한 자식이.”서도현이 낮게 욕설을 읊조렸다.“내가 그렇게 조심하라고 경고했을 텐데?”“도현아, 제발 부탁이야. 너라면 다른 방법이 있을 거잖아.”서유라의 목소리는 한껏 메어있었다.“서준이 지금 완전 무너졌어. 나도 저런 모습은 처음 봐...”전화기 너머에서는 무언가를 뒤적이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오늘 밤 바로 갈게. 일단 배서준 좀 진정시켜 봐. 쓸데없이 바보 같은 짓 못 하게.”“조심해서 와. 위험하진 않겠지?”“그런 걱정은 안 해도 돼. 난 지금 오히려 누나가 더 걱정돼.”서도현의 목소리에서는 보기 드문 진심이 묻어나왔다.“아무한테도 얘기하면 안 돼. 알겠지?”“... 응, 꼭 비밀로 할게. 고마워, 도현아.”서도현은 전화를 끊은 후, 휴대폰을 대충 캐리어 위에 던지더니 큰 통유리창 앞으로 걸음을 옮겼다.두 시간 뒤, 서도현은 배서준의 저택 앞으로 도착했다. 그의 손에는 한껏 세련된 선물 박스 몇 개가 들려 있었다.초인종 소리가 완전히 사라지기도 전에 서유라가 다급히 문을 열어주었다.“드디어 왔구나, 도현아!”눈물 섞인 그녀의 목소리는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서준이는 지금...”“누나, 일단 진정해.”서도현은 가볍게 서유라의 어깨를 두드려주며 선물 상자를 건네주었다.“외국에서 들고 온 거야. 일단 한쪽에 놔둬.”서도현은 성큼성큼 거실 안으로 들어섰다. 들어와 보니 배서준은 소파에 기댄 채 만신창이가 되어 있었다. 넥타이는 헝클어져 있었고, 셔츠 두 개는 풀린 상태였다. 테이블 위에서는 비어 있는 술병들이 여기저기서 나뒹굴고 있었다.“매형, 잘 지냈어요?”서도현은 일부러 가볍게 인사를 건넸다.“웃기지 마.”배서준이 싸늘하게 쏘아붙였다.“도움도 안 되는 게, 굳이 찾아와서 시간 낭비 좀 하지 마.”“서준아, 도현이한테 그러지 마.”서유라가 다급히 분위기를 풀어보려 했다.“도현이 예전이랑 달라. 인맥도 넓고 능력도 생겼어.”서도현은 겉옷을 벗어 소파 팔걸이에 걸쳐두더니 입을 열었다.“오늘 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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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8화

“넌 무슨 내가 돈 찍어내는 기계인 줄 알아?”배서준이 어이없다는 듯 헛웃음을 터뜨렸다.“60억으로 날 이용해 먹겠다고?”“서준아!”서유라가 곁에서 안절부절못하며 발을 동동 굴렀다.“지금 금액을 따질 때가 아니잖아. 우리가 원하는 건 성공적인 결과지!”서도현은 어쩔 수 없다는 듯 두손 두발을 들어 보였다.“매형, 비즈니스라면 매형이 더 잘 아시잖아요. 이번에 하워드가 감수해야 하는 리스크가 저번보다 훨씬 크다는 거. 그럼 당연히 금액도 올라갈 수밖에 없겠죠.”배서준은 잠시 침묵을 지키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서재로 향했다.“따라와.”문이 닫히자 배서준은 금고에서 한 서류를 꺼냈다.“서도현 너는 참, 머리도 좋은 애가 피도 눈물도 없네. 좋아, 얘기한 대로 돈은 줄게. 하지만 이번엔 확실하게 처리해.”“걱정하지 마세요. 하워드 쪽엔 이미 신호 보냈으니까요. 그쪽에선 지금 우리 연락만 기다리고 있다고요.”서도현은 서류를 받아 훑어보더니 대답했다.“수익 분배는 3대 7이죠?”“이게 마지막 제안이야. 더 이상의 흥정은 없어.”배서준의 목소리가 얼음장처럼 차가웠다.“그러죠.”서도현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서류에 사인하고 배서준에게 건네주었다.“사흘 안에 남설아의 프로젝트는 상상도 못 한 난관에 부딪히게 될 겁니다.”“말만 번지르르하게 하지 말고.”배서준은 경계심 어린 눈빛으로 서도현을 바라보았다.“안 그러면 넌 네가 한국으로 돌아온 걸 후회하게 될 거야.”“매형, 우린 같은 배를 탄 사람들이잖아요.”서도현이 자신감 넘치는 표정으로 대답했다.“절대 누나를 실망하게 하지는 않을 겁니다. 물론 우리 매형도 실망 안 시킬 거고요.”서유라는 그 말에 동생을 꼭 끌어안으며 말했다.“도현아, 넌 정말 최고의 동생이야.”서도현은 서유라의 등을 가볍게 두드려주며 그녀의 어깨너머로 배서준과 눈빛을 주고받았다.두 사람은 속으로 서로 다른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었다.한편, 남설아의 사무실.통유리창 밖에서는 도시의 불빛이 별처럼 반짝이고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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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9화

남설아는 천천히 강연찬의 곁으로 다가가 책상 위에 있던 서류 끝을 가볍게 쓸며 물었다.“연찬 오빠, 나한테 숨기는 거 있지?”“역시 넌 너무 예리하다니까.”강연찬이 가볍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사실 조금 수상한 정보가 있거든. 해외 쪽 파트너가 알려줬는데, 하워드의 최근 투자 움직임이 조금 이상한 것 같대. 아직 확실한 건 아니지만.”“그런 건 바로바로 얘기를 해줬어야지.”“너한테 괜한 걱정 시키기 싫어서 그랬어.”강연찬이 남설아의 손을 잡았다.“확실해지면 바로 얘기해줄게.”남설아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창가로 걸어갔다.“배서준은 이번 판에 올인하려고 할 거야. 그러니까 우리도 더 철저히 준비해야 해.”배건 그룹 내부는 소문으로 한창 들끓고 있었다.직원 식당에는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낮은 소리로 수군대고 있었다.“그 얘기 들었어요? 이사회에서 남 대표님이랑 배 대표님이 정면으로 붙었는데, 배 대표님이 제대로 발렸대요.”“진짜야? 하워드가 우리 회사로 온다는 말도 있던데. 협업이라도 하려는 건가?”“협업이요? 순진하긴. 따지러 오는 거잖아요! 우리 프로젝트가 자기네 특허를 침해했다고 막 주장하는데요?”“그럼 남 대표님은 이제 어떻게 되는 거예요? 이제 막 이사회에서 입지 굳혔는데...”사무실 복도, 팀장들의 표정은 전부 제각각이었다. 누군가는 일부러 남설아의 쪽으로 다가갔고, 누군가는 상황을 지켜보는 듯했고, 또 누군가는 이미 배서준에게 아부를 떨기 시작했다.배서준의 저택.서유라는 흥분한 채 방 안을 오가며 말했다.“서준아, 내일이면 하워드가 온대. 이번에야말로 남설아가 모두의 앞에서 망신을 당하게 될 거야.”“너무 들떠있지는 마.”배서준은 술잔을 가볍게 돌리며 침착한 목소리로 말했다.“님설아는 아직 쉬운 상대가 아니야. 게다가 그 뒤를 강연찬이라는 미스터리한 인물이 봐주고 있잖아.”서도현은 한쪽에 서서 휴대폰 화면을 계속 두드리고 있었다.“매형, 하워드한테 최종적으로 확인했는데요. 내일 변호인단 이끌고 회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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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0화

서유라는 두 사람의 뒤를 바짝 따르며 배서준에게 낮게 속삭였다.“서준아, 모든 게 계획대로 진행 중인 거지?”“분위기 망치지 말고 조용히 좀 해.”배서준이 낮게 경고했다.회의실 안으로 들어서자 남설아와 강연찬은 이미 자리에 앉아 있었고, 책상 위에는 서류 몇 장이 정갈하게 놓여 있었다.하워드가 회의실로 들어서자 남설아는 자리에서 일어나 정중한 자세로 악수를 건넸다.“만나서 반갑습니다, 하워드 씨.”잠시 멈칫하던 하워드의 얼굴에 미묘한 표정이 스치더니 이내 그녀의 악수를 받아주며 대답했다.“남 대표님의 명성은 오래전부터 익히 들었습니다.”배서준은 하워드의 옆에 앉으며 슬쩍 넥타이를 고쳐 매더니 도발적인 시선으로 남설아와 강연찬을 훑어보았다.서유라는 배서준의 옆에 바짝 붙으며 자신의 자리를 과시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임원들이 하나둘씩 도착하자 회의실 안은 숨 막히는 긴장감으로 가득 찼다.“여러분.”하워드는 회의실을 쭉 둘러보더니 또렷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우선 배 대표님의 초대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배서준이 몸을 살짝 앞으로 기울이더니 자신만만 미소를 지으며 다음 말을 받아칠 준비를 했다.“최근에 떠도는 몇 가지... 소문들에 대해서 명확히 하고 싶은 부분이 있습니다.”하워드는 비서가 건넨 서류를 받아들고 말했다.“배건 그룹의 ‘신재생 에너지 랩’ 프로젝트를 예의주시하던 중, 몇 가지 비정상적인 데이터 흐름을 포착했습니다.”배서준이 곧바로 말을 이어나갔다.“예상하셨던 대로 남 대표의 프로젝트에는 아주 심각한 문제가...”“배 대표님.”하워드가 손을 들며 배서준의 말을 끊었다.“제 말부터 끝까지 들어주시죠.”회의실에는 찬물을 끼얹은 듯한 침묵이 흘렀다.“우리 기술팀이 분석한 결과, 조작된 데이터를 제외하고 본다면...”하워드의 말투는 여전히 차분했다.“남 대표님이 이끄는 프로젝트에 아주 깊은 관심이 생기네요.”배서준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었다.“뭐라고요?”서유라가 깜짝 놀라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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