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청한 자식이.”서도현이 낮게 욕설을 읊조렸다.“내가 그렇게 조심하라고 경고했을 텐데?”“도현아, 제발 부탁이야. 너라면 다른 방법이 있을 거잖아.”서유라의 목소리는 한껏 메어있었다.“서준이 지금 완전 무너졌어. 나도 저런 모습은 처음 봐...”전화기 너머에서는 무언가를 뒤적이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오늘 밤 바로 갈게. 일단 배서준 좀 진정시켜 봐. 쓸데없이 바보 같은 짓 못 하게.”“조심해서 와. 위험하진 않겠지?”“그런 걱정은 안 해도 돼. 난 지금 오히려 누나가 더 걱정돼.”서도현의 목소리에서는 보기 드문 진심이 묻어나왔다.“아무한테도 얘기하면 안 돼. 알겠지?”“... 응, 꼭 비밀로 할게. 고마워, 도현아.”서도현은 전화를 끊은 후, 휴대폰을 대충 캐리어 위에 던지더니 큰 통유리창 앞으로 걸음을 옮겼다.두 시간 뒤, 서도현은 배서준의 저택 앞으로 도착했다. 그의 손에는 한껏 세련된 선물 박스 몇 개가 들려 있었다.초인종 소리가 완전히 사라지기도 전에 서유라가 다급히 문을 열어주었다.“드디어 왔구나, 도현아!”눈물 섞인 그녀의 목소리는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서준이는 지금...”“누나, 일단 진정해.”서도현은 가볍게 서유라의 어깨를 두드려주며 선물 상자를 건네주었다.“외국에서 들고 온 거야. 일단 한쪽에 놔둬.”서도현은 성큼성큼 거실 안으로 들어섰다. 들어와 보니 배서준은 소파에 기댄 채 만신창이가 되어 있었다. 넥타이는 헝클어져 있었고, 셔츠 두 개는 풀린 상태였다. 테이블 위에서는 비어 있는 술병들이 여기저기서 나뒹굴고 있었다.“매형, 잘 지냈어요?”서도현은 일부러 가볍게 인사를 건넸다.“웃기지 마.”배서준이 싸늘하게 쏘아붙였다.“도움도 안 되는 게, 굳이 찾아와서 시간 낭비 좀 하지 마.”“서준아, 도현이한테 그러지 마.”서유라가 다급히 분위기를 풀어보려 했다.“도현이 예전이랑 달라. 인맥도 넓고 능력도 생겼어.”서도현은 겉옷을 벗어 소파 팔걸이에 걸쳐두더니 입을 열었다.“오늘 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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