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설아는 사무실에 앉아 있었다. 눈앞에는 서명을 기다리는 서류들이 몇 묶음씩 쌓여 있었다. 발표회가 코앞으로 다가온 만큼, 그녀는 모든 자료를 꼼꼼히 검토하여 만전을 기해야 했다.“천 비서님, 재무 데이터 다시 한번 확인해 주세요. 내일 어떤 사소한 실수도 없어야 합니다.”“네, 알겠습니다, 대표님.”천 비서는 재빨리 메모하고 몸을 돌려 나갔다.남설아는 의자 등받이에 기대어 살짝 부어오른 관자놀이를 문질렀다. 이사회 이후로 벌써 십몇 시간째 연속으로 일하고 있었다.강연찬은 어젯밤 서둘러 떠난 뒤로 돌아오지 않았다. 집안 사정이 복잡해서 한동안 처리해야 할 것 같다는 문자 메시지만 보냈을 뿐이었다.컴퓨터 알림음이 울리고, 새 메일 한 통이 화면에 나타났다.보낸 사람 이름은 ‘당신을 염려하는 사람’이라고 표시되어 있었고, 구체적인 이름은 없었다.남설아는 미간을 찌푸리며 바로 삭제하려다가, 삭제 버튼을 누르기 직전 멈칫했다.그녀가 메일을 열자 몇 장의 사진이 눈에 들어왔다.강연찬은 정장을 말끔하게 차려입고 호화로운 회의실에서 몇몇 재계 거물들과 즐겁게 대화하고 있었다.사진은 몰래 찍은 듯 각도가 교묘했다.“대표님, 강연찬의 진짜 신분을 주시하셔야 합니다. 그는 겉으로 보이는 것만큼 단순한 사람이 아닙니다. 뒤에 거대한 세력이 버티고 있죠. 당신은 그가 당신과 만난 것이 우연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배건그룹은 그들이 오랫동안 노려왔던 목표이고, 당신은 공교롭게도 최고의 돌파구가 된 것입니다.”“대표님, 오후 3시 회의 자료 준비되었습니다.” 비서가 노크하고 들어와 그녀의 생각을 끊었다. 그녀는 아무렇지 않은 듯 메일을 닫았다.“여기 두세요.” 남설아는 평온한 표정을 되찾으며 말했다. “배건그룹 법무팀장과 약속 잡아주세요. 몇몇 조항을 다시 논의해야 할 것 같아요.”비서가 나간 뒤, 남설아는 휴대폰을 들고 잠시 망설이다 강연찬에게 전화를 걸었다.벨이 오랫동안 울리더니, 결국 음성사서함으로 넘어갔다.“설아야, 미안, 방금 회의 중이었어.”
Baca selengkapny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