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찬아, 넌 우리를 너무 실망하게 했어.”둘째 삼촌이 고개를 저었다.“강씨 가문이 너를 지금까지 후계자로 키워왔는데 넌 외부인을 위해 가족과 맞서고 있어?”“저는 가족과 맞서는 게 아닙니다.”강연찬의 목소리는 낮지만 단호했다.“제가 하는 모든 일은 강씨 가문의 장기적인 이익을 위한 것입니다. 배건 그룹의 기술적 돌파는 업계 판도를 뒤바꿀 수 있는 수준이고 지금 철수하는 건 경쟁사에 기회를 헌납하는 거나 다름없습니다.”“그건 배건 그룹의 문제지, 우리 강씨 가문이 관여할 일이 아니지 않나?”셋째 삼촌이 차갑게 말했다.강연찬은 회의실을 둘러보며 조용히 말했다.“여러분 모두 눈앞의 이익만 본다면 더 할 말은 없습니다. 하지만 이 기회를 놓친다면 강씨 가문은 신재생에너지 분야에서 완전히 뒤처지게 될 겁니다.”“가문에서는 이미 결정을 내렸어.”강영수가 탁자를 두드리며 말했다.“네가 계속 고집한다면 우리는 가문 규칙 제7조를 발동할 수밖에 없겠구나.”회의실은 숨죽인 듯 조용해졌다.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 가문 규칙 제7조가 의미하는 건 핵심 의사 결정권의 박탈이었다.강연찬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두 손으로 책상을 짚은 채 말했다.“할아버지, 저는 할아버지를 존경합니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제 소신을 지키고자 합니다. 저에게 석 달만 시간을 주세요. 그 안에 배건 그룹 프로젝트에서 실질적인 진전이 없으면 모든 책임을 제가 지겠습니다.”“넌 너무 고집이 세!”강영수가 화를 냈다.“고작 여자 하나 때문에 이렇게까지 해야 해?”“누구 때문이 아닙니다.”강연찬은 강영수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이건 강씨 가문의 미래를 위한 결정입니다.”“좋다.”강영수가 깊은숨을 들이쉬고 말했다.“그렇다면 지금부터 동남아 프로젝트는 동일이 전담할 것이며 너의 모든 결정권은 잠정적으로 정지할 거야. 네가 다시 생각을 고치기 전까지는 말이다.”강연찬은 잠시 침묵하다 회의실 출입문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연찬아, 그 문을 나서는 순간, 넌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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