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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쓰레기의 모든 챕터: 챕터 771 - 챕터 780

1008 챕터

제771화

강연찬이 화승 그룹으로 돌아오자 전화벨 소리가 정적을 깨뜨렸다.“강 대표님, 가문 긴급회의입니다. 30분 후에 본 회의실에서 진행할 예정입니다.”“무슨 일인데 그렇게 급해?” 강연찬이 미간을 찌푸렸다.“어르신께서 직접 지시하셨고 모든 핵심 인원이 반드시 참석해야 한다고 합니다.”비서의 목소리는 다소 긴장감이 섞여 있었다.강연찬은 손에 들고 있던 배건 그룹의 해외 기술 도입안 보고서를 내려놓으며 가볍게 한숨을 쉬었다.그는 원래 내일 아침 직접 남설아에게 전달할 계획이었지만 가문 쪽에서 갑작스럽게 일이 터졌다.회의실 내부는 무겁고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강영수는 상석에 앉아 있었고 표정은 엄숙했다.강연찬이 들어서자 회의실 안 열 명이 넘는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그에게로 향했다.그중 대부분 사람의 눈빛에는 불만과 그를 향한 질책이 담겨 있었다.“연찬아, 왔구나.”강영수가 자리를 가리키며 말했다.“오늘 이렇게 모두를 소집한 이유는 강씨 가문의 그룹 미래와 관련된 중요한 사안 때문입니다.”강연찬은 무표정한 얼굴로 회의실을 한 바퀴 둘러보며 상황을 파악했다.그는 이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는 둘째 삼촌 강동일의 표정을 보게 되었고 이번 회의의 핵심이 자신과 배건 그룹의 관계라는 것을 직감했다.“동남아 프로젝트의 책임자, 최근 진행 상황 보고해보게.”강영수는 서두를 생략하고 본론으로 들어갔다.한 중년 남성이 일어나 프로젝터를 켰다.“강 대표님, 동남아 시장 확대 계획이 심각하게 지연되고 있습니다. 원래 예정되어 있던 세 건의 투자 모두가 연기되었고 여기에는 말레이시아의 반도체 공장과 베트남 생산기지도 포함되어 있습니다.”“이유가 뭔가요?”강연찬이 담담하게 물었다.“자금 유동성 문제입니다.”재무 이사가 대답했다.“지난 두 달간 그룹 자금 600억이 배건 그룹 관련 프로젝트로 흘러 들어가면서 핵심 사업의 자금 흐름에 문제가 생겼습니다.”강연찬의 눈빛이 어두워졌다.“그 투자는 사전에 계획된 것으로, 동남아 프로젝트 예산과는 별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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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2화

“연찬아, 넌 우리를 너무 실망하게 했어.”둘째 삼촌이 고개를 저었다.“강씨 가문이 너를 지금까지 후계자로 키워왔는데 넌 외부인을 위해 가족과 맞서고 있어?”“저는 가족과 맞서는 게 아닙니다.”강연찬의 목소리는 낮지만 단호했다.“제가 하는 모든 일은 강씨 가문의 장기적인 이익을 위한 것입니다. 배건 그룹의 기술적 돌파는 업계 판도를 뒤바꿀 수 있는 수준이고 지금 철수하는 건 경쟁사에 기회를 헌납하는 거나 다름없습니다.”“그건 배건 그룹의 문제지, 우리 강씨 가문이 관여할 일이 아니지 않나?”셋째 삼촌이 차갑게 말했다.강연찬은 회의실을 둘러보며 조용히 말했다.“여러분 모두 눈앞의 이익만 본다면 더 할 말은 없습니다. 하지만 이 기회를 놓친다면 강씨 가문은 신재생에너지 분야에서 완전히 뒤처지게 될 겁니다.”“가문에서는 이미 결정을 내렸어.”강영수가 탁자를 두드리며 말했다.“네가 계속 고집한다면 우리는 가문 규칙 제7조를 발동할 수밖에 없겠구나.”회의실은 숨죽인 듯 조용해졌다.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 가문 규칙 제7조가 의미하는 건 핵심 의사 결정권의 박탈이었다.강연찬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두 손으로 책상을 짚은 채 말했다.“할아버지, 저는 할아버지를 존경합니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제 소신을 지키고자 합니다. 저에게 석 달만 시간을 주세요. 그 안에 배건 그룹 프로젝트에서 실질적인 진전이 없으면 모든 책임을 제가 지겠습니다.”“넌 너무 고집이 세!”강영수가 화를 냈다.“고작 여자 하나 때문에 이렇게까지 해야 해?”“누구 때문이 아닙니다.”강연찬은 강영수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이건 강씨 가문의 미래를 위한 결정입니다.”“좋다.”강영수가 깊은숨을 들이쉬고 말했다.“그렇다면 지금부터 동남아 프로젝트는 동일이 전담할 것이며 너의 모든 결정권은 잠정적으로 정지할 거야. 네가 다시 생각을 고치기 전까지는 말이다.”강연찬은 잠시 침묵하다 회의실 출입문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연찬아, 그 문을 나서는 순간, 넌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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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3화

남설아는 눈빛이 잠시 어두워졌지만, 표정 변화는 없었다.“말씀하시죠.”“이건 저희 내부 평가 보고서입니다.”주석진이 책상 위에 서류를 밀어놓았다.“강연찬 씨가 대표님과의 관계로 인해 업무 배분과 자원 조정에 명백한 불균형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배건 그룹에 600억이 투입되면서 저희 동남아 프로젝트는 심각한 지연을 겪고 있습니다.”남설아는 아무 표정 없이 보고서를 넘겼다.“그래서 강씨 가문은 책임을 물으러 오신 건가요?”“그럴 리 없습니다.”주석진이 손을 들어 제지하며 말했다.“다만 대표님께서 강씨 가문의 입장을 조금 이해해주시길 바라는 것뿐입니다. 강연찬 씨는 강씨 가문의 유일한 후계자이며 가문의 미래가 걸려 있는 인물입니다. 하여 강연찬 씨는 반드시 가문의 이익을 우선시해야 합니다.”남설아는 서류를 덮으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그래서 강씨 가문이 제가 어떻게 해주길 바라시나요?”“역시 대표님답게 영리하시군요.”주석진은 그녀를 정면으로 바라보며 말했다.“상호 간의 장기적 이익을 위해 강연찬 씨와의 관계를 일정한 거리에서 유지해주시길 바랍니다.”남설아의 눈빛이 날카롭게 변했다.“그 말씀은 좀 지나치십니다, 주석진 씨. 저와 강연찬 씨의 관계는 사적인 영역의 일입니다. 회사 이익과는 무관합니다.”“죄송하지만 아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주석진이 한숨을 쉬었다.“강연찬 씨는 이미 가족회의에서 가문과 직접적으로 충돌했고 현재 의사 결정권이 정지된 상태입니다. 이 상황이 계속되면 강씨 가문도, 배건 그룹도 타격을 피할 수 없을 것입니다.”남설아는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 창가로 걸어갔다.“주석진 씨의 말은 강씨 가문이 저를 협박하려 한다는 겁니까?”“그럴 의도는 전혀 없습니다.”주석진의 목소리가 한층 부드러워졌다.“강씨 가문은 배건 그룹의 든든한 우군이 될 수도 있지만...”“강력한 적이 될 수도 있다는 말씀이시죠.”남설아가 말을 가로챘다. 그녀는 천천히 돌아서서 주석진을 마주 보았다.“주석진 씨, 사업은 전쟁터입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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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4화

“주석진 씨.”남설아가 그의 등 뒤에서 입을 열었다.“어르신께 전해주세요. 배건 그룹은 함부로 손에 쥐고 흔들 수 있는 말판 위의 말이 아니며 저 또한 조종당하는 물건이 아닙니다.”주석진은 걸음을 멈췄지만 뒤돌아보지 않았다. 그저 고개를 약간 숙인 뒤, 조용히 문을 열고 나갔다.남설아는 문이 닫힌 방향을 한동안 바라보다가 말없이 자리로 돌아왔다.주석진의 방문은 마치 냉수를 머리 위에 들이부은 듯, 어렴풋이 느끼던 의심을 확신으로 바꿔버렸다.책상 위의 서류를 무심코 집어 들었으나 손이 살짝 떨리고 있었다.“어쩌다 이렇게 된 걸까?”그녀는 작게 혼잣말을 내뱉었다.서류를 내려놓은 그녀의 시선이 책상 구석의 협력 계약서에 닿았다. ‘화승 그룹’ 로고가 유독 눈에 거슬렸다.직감적으로 남설아는 계약서의 서명과 인장을 다시 꼼꼼히 확인하기 시작했다. 늘 그래왔듯 그녀의 습관적인 신중함이 발동한 것이다.그러던 중 우연히 눈에 띈 하나의 세부 사항, 문서 오른쪽 아래의 서명란에 적힌 직책이 그녀를 멈추게 했다.그곳에는‘대표이사’라고 적혀있었다. 분명히 강연찬은 자신을 ‘기술 고문’이라고 했었는데 말이다.남설아의 눈썹이 찌푸려졌다. 그녀는 서랍을 열어 이전의 협약 문서들을 꺼냈다. 책상 위에 나란히 펼쳐보자 하나의 흐름이 또렷이 보였다.강연찬은 계속해서 직책을 바꿔왔지만, 문서상에서 행사한 권한은 단 한 번도 달라진 적이 없었다.“이게 오빠가 말한 기술 고문이었어?”남설아는 실소를 터뜨렸지만, 가슴이 아팠다.밤이 깊어가던 시각, 남설아는 회사를 나와 근처 카페에 들렀다. 복잡한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서였다.그녀가 자리를 잡고 앉으려는 순간,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설아?”고개를 든 그녀는 오랜만에 만난 비즈니스 친구 임동민을 발견했다.“임동민? 여기서 다 만나네.”남설아는 애써 웃어 보이며 말했다.“미팅하러 왔다가 우연히. 네 소문 들었어, 배건 그룹을 이끄는 강단 있는 대표라던데? 대단하다, 정말.”임동민은 반가운 눈빛으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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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5화

“오빠의 진짜 정체가 뭐야? 화승 그룹 도련님? 강씨 가문의 외동아들?”남설아는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목소리에는 모든 걸 얼려버릴 듯 차가웠다.전화기 너머로 잠시 침묵이 흐른 뒤, 강연찬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설아야, 설명할 수 있어.”“설명?”남설아는 감정을 억누르며 말했지만 목소리가 떨려왔다.“그토록 오랫동안 날 속여 놓고 설명할 게 뭐가 남았다는 거야? 처음부터 진실을 숨기고 있었잖아, 그렇지?”“널 속인 건 아니야. 그냥 전부 다 말하진 못했을 뿐이야.”강연찬은 조심스럽게 변명했다.“그게 바로 속이는 거야!”남설아의 목소리가 높아졌다.“오늘 내가 누구를 만났는지 알아? 주석진. 강씨 가문에서 날 찾아오라고 보낸 사람이야. 오빠랑 거리를 두지 않으면 배건 그룹에 불이익을 줄 거라고 협박했어.”“뭐라고?”강연찬의 목소리에는 분노가 가득 찼다.“할아버지가 그런 짓을? 지금 당장 갈게.”“그럴 필요 없어.”남설아는 냉정하게 말했다.“우리 사이의 신뢰가 완벽히 회복되기 전까지는 거리를 두자.”“설아야, 제발 내 말 좀 들어줘. 내가 신분을 숨긴 데는 이유가 있어.”“그 이유라는 게 뭐야? 강씨 가문의 이익을 위해서? 아니면 바보처럼 아무것도 모르고 있는 날 보며 즐기기 위해서?”남설아는 날카롭게 물었다.강연찬의 목소리는 점점 낮아졌다.“나는 그저 내 진짜 모습으로 네게 다가가고 싶었어. 강씨 가문의 후계자가 아닌, 강연찬으로서 말이야.”“오빠는 정말 모르는구나.”남설아의 말에는 깊은 실망이 드러났다.“문제는 오빠가 누구냐가 아니야. 문제는 오빠가 날 믿지 않았다는 거야. 날 존중하지 않았다는 거지. 내가 오빠의 정체를 알면 오빠를 다르게 볼까 봐 그런 거잖아.”“설아야...”“내일 이사회 끝나고 나서 내 대답을 말해줄게.”남설아는 그의 말을 끊고 말했다.“그전까지는 연락하지 마.”그렇게 말한 뒤 전화를 끊었다. 휴대폰이 책상 위에서 계속 진동을 울리며 ‘강연찬’이라는 이름이 반복해서 핸드폰에 떴지만,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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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6화

그의 말투에는 조롱이 가득했다. 남설아는 눈빛이 차갑게 식었지만, 곧바로 반박하지는 않았다.“도련님께서는 제 능력을 의심하시는 건가요?”그녀는 담담하게 되물었다.“감히 그럴 순 없죠.”강태호는 고개를 젓더니 느긋하게 말을 이었다.“다만 남 대표님께서 우리 연찬이 형과 각별하다고 들었습니다. 저희는 가족으로서 형의... 인간관계에 관심을 두는 게 당연하겠죠.”주석진이 일부러 헛기침하며 제지했다.“태호야, 말조심해.”그러나 강태호는 아랑곳하지 않고 웃으며 말했다.“삼촌, 우린 여기 정식 비즈니스 얘기하러 온 거잖아요? 본론으로 들어가죠.”그는 남설아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남 대표님도 잘 아시겠지만 강씨 가문은 남 대표님과 연찬 형의 관계를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이건 남 대표님 개인에 대한 것이 아니라 저희 가문은 가문에 걸맞은 혼인 상대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죠.”남설아는 손에 들고 있던 서류들을 꽉 쥐며 물었다.“그러니까 도련님 말씀은 제가 강연찬 씨에게 어울리지 않는다는 뜻인가요?”“그렇다기보단...연찬 형은 강씨 가문의 외아들입니다. 가문의 미래를 짊어진 사람이죠.”강태호는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너무 마음에 담아두지 마세요. 형은 원래 여자를 쉽게 사귀는 스타일이에요. 대표님도 그 많은 여자 중 한 명일 뿐일지도 모르죠.”옅은 분홍색 원피스를 입은 젊은 여성이 거들었다.“남 대표님, 강씨 가문 같은 대가문이 복잡한 과거를 가진 여성을 받아들일 리 없잖아요? 배서준 씨와 얽힌 일도 이미 업계에 다 퍼졌고 이제는 연찬 오빠까지... 정말 혼란스러워요.”“그만 해요.”남설아는 벌떡 일어서며 차가운 눈빛으로 그들을 바라보았다.“주석진 씨, 강씨 가문이 후계자들을 어떻게 가르치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렇게 무례한 언행을 보면 그 집안의 품격이 의심스럽군요.”주석진이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나섰다.“남 대표님, 진정하시죠. 아직 젊은 분들이셔서 실례를 많이 했습니다.”“아뇨, 아주 명확하게 말했어요.”남설아는 싸늘하게 웃으며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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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7화

문이 열리자 강연찬이 다급하게 들어섰다.남설아의 수척한 얼굴을 본 그는 눈에 띄게 안쓰러워하며 물었다.“설아야, 방금 강씨 가문 사람들이 다녀갔다는 얘기 들었어. 그 사람들이 뭐라고 했어?”“오빠가 날 그냥 장난삼아 만난 거라고 했어.”남설아는 그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내 과거가 복잡해서 강씨 가문의 도련님과는 어울리지 않는대.”강연찬은 분노하여 얼굴이 굳었다.“말도 안 돼! 당장 할아버지한테 따지러 갈 거야!”“그럴 필요 없어.”남설아는 냉정하게 말을 잘랐다.“지금 내가 알고 싶은 건, 오빠가 정체를 숨긴 진짜 이유야.”강연찬은 잠시 말을 잇지 못하다가 그녀 앞으로 다가왔다.“설아야, 처음에 너에게 다가갔을 때 사실 배건 그룹을 조사하라는 목적이 있었어.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너의 강인함과 현명함에 끌렸고 내가 정체를 말하지 않은 건 혹시 내가 널 이용한다고 오해할까 봐 그랬어.”“지금 보니 오빠는 실제로 날 이용한 거였네.”남설아의 목소리에는 지친 기색이 가득했다.“그 사람들이 맞았어. 우리는 원래부터 다른 세상 사람들이었어.”“아니야. 그 사람들도 틀렸고 나도 틀렸어.”강연찬은 그녀의 손을 꼭 잡으며 말했다.“설아야, 나는 너를 사랑하는 거야. 신분, 지위 그딴 거 다 필요 없어. 널 위해서라면 강씨 가문의 후계자 자리도 내려놓을 수 있어.”남설아는 충격을 받은 듯 그를 바라보았다.“미쳤어? 어떻게 그래?”“너 없는 삶은 아무 의미 없어.”강연찬은 진심 어린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한 번만 기회를 줘. 내가 진심이라는 걸 증명할 수 있게.”남설아는 한참을 말없이 있다가 조용히 그의 손을 뿌리치며 말했다.“시간이 필요해. 나한테도 생각할 시간을 줘.”강연찬은 무거운 표정으로 배건 그룹 건물을 나섰다.강씨 가문 저택에서는 분기 회의가 한창이었고 각 부서 책임자와 핵심 가족 구성원들이 자리를 가득 메우고 있었다.그때 강연찬이 문을 벌컥 열고 들어와서는 발언하고 있던 강태호의 말을 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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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8화

강연찬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다.“네가 설아에 대해 얼마나 안다고 감히 그런 식으로 말을 해? 설아가 어떻게 3개월 만에 배건 그룹을 위기에서 구해냈는지, 어떻게 내부의 혼란을 수습했는지, 그 과정을 모른다면 그런 얄팍한 시선으로 설아를 평가하지 마!”강영수가 책상을 두드리며 말했다.“연찬아, 남설아가 능력이 없는 건 아니지만 강씨 가문이 원하는 혼인 상대는 어디까지나 가문과 격이 맞아야 해. 게다가 남설아와 배서준 사이도 복잡하지 않잖아. 그런 과거를 가진 여자가 어떻게 강씨 가문 후계자에게 어울릴 수 있겠어?”“어울리느냐 마느냐는 할아버지께서 판단하실 일이 아닙니다.”강연찬은 단호히 말했다.“제가 설아를 선택한 건 단지 사랑해서가 아닙니다. 배건 그룹의 미래 가능성과 설아의 역량을 믿기 때문입니다.”이때 큰아버지 강명수가 비웃으며 말했다.“감정에 휘둘려 기본적인 판단도 못 하고 있구나. 배건 그룹은 지금 고립되어 있고 망하기 직전이야.”“아닙니다!”강연찬이 단호하게 대답했다.“배건 그룹은 핵심 기술 면에서 업계보다 최소 3년은 앞서 있습니다. 단지 자금 흐름에 문제가 생긴 것뿐입니다. 우리가 그 위기를 넘기도록 도와줄 수만 있다면 상상 이상의 이익과 함께 업계의 주도권까지 쥘 수 있습니다.”그는 회의실을 둘러보며 말했다.“저는 배건 그룹의 기술과 시장 잠재력을 철저히 분석했고 그 보고서와 자료는 여기 있습니다.”그는 가방을 가볍게 두드렸다.“강씨 가문이 편견과 자만심 때문에 이 기회를 놓친다면 미래의 손실은 상상도 못 하실 겁니다.”그때 뜻밖에도 강우현이 나섰다.“연찬의 말이 틀리지 않아. 나도 얼마 전 배건 그룹의 협력 파트너와 접촉했는데 기술 수준이 확실히 높았어.”강영수는 잠시 침묵하더니 말했다.“그렇다고 해도 너와 남설아의 관계는 공개할 수 없어. 강씨 가문은 그렇게 복잡한 과거를 가진 여자를 인정할 수 없어.”“할아버지, 지금 중요한 게 설아의 과거입니까, 아니면 현재의 위치와 능력입니까?”강연찬은 날카롭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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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9화

추명송은 창가에 서서 창밖의 번화한 도시 풍경을 바라보며 방금 전달받은 배건 그룹의 재무 보고서를 손에 들고 있었다.“배건 그룹의 상황이 이 정도로 악화하였을 줄은 몰랐네.”그는 이마를 찌푸리며 자료를 넘겼다. 보고서를 내려놓은 그는 남설아에게 전화를 걸었고 연결되자마자 곧장 본론으로 들어갔다.“남 대표, 방금 재무제표를 봤습니다. 생각했던 것보다 상황이 훨씬 심각하군요.”“교수님도 아셨군요.”남설아의 목소리에서는 피로가 느껴졌지만, 여전히 의지가 단단했다.“우린 지금 해결책을 모색 중입니다.”“저한테 너무 예의 차릴 필요 없어요. 그냥 명송 씨라고 부르세요.”추명송은 부드럽게 말하며 이어갔다.“저는 전력으로 도울 생각입니다. 제가 가진 업계 인맥을 총동원하면, 배건 그룹의 신재생에너지 프로젝트를 위해 기술 전문 팀을 꾸릴 수 있습니다.”남설아는 잠시 말을 잇지 못하고 놀란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그건 너무 큰 도움입니다. 어떻게 보답해야 할지 모르겠어요.”“보답은 필요 없습니다.”추명송의 목소리는 단호했다.“예전 대표님의 아버님께서 저를 도와주지 않으셨다면 지금의 저는 없었을 겁니다. 이럴 때 배건 그룹을 외면한다면 그건 사람도 아닙니다.”남설아는 마음이 따뜻해지는 것을 느꼈다. 며칠간 짓눌리던 무게가 조금은 덜어지는 느낌이었다.“정말 감사합니다.”“고맙다는 말은 됐어요.”추명송은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내일 바로 팀을 데리고 가겠습니다. 즉시 작업에 착수하죠. 그런데 지금 프로젝트에서 가장 큰 문제는 무엇입니까?”“현재 가장 큰 문제는 에너지 변환 효율입니다. 우리가 확보한 수치는 경쟁사보다 15%가량 낮아요.”남설아는 간결하게 설명했다.“이해했습니다. 에너지 변환 쪽은 이 교수와 장 박사를 데려가죠. 그 분야에서 굉장한 식견을 가진 분들이니까요.”추명송은 노트에 메모하며 말했다.“그리고 제 생각에는 소재 과학 쪽을 강화하는 것도 필요해 보입니다. 거기서 돌파구가 나올 수 있어요.”3일 후, 배건 그룹 R&D 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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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0화

“추 교수님, 이번 일은 정말 교수님 덕분입니다.”남설아는 진심 어린 감사를 전했다.“교수님이 아니었다면 배건 그룹이 이렇게 빨리 기술 문제를 돌파하기 어려웠을 거예요.”“고맙단 말은 사양할게요.”추명송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저는 그냥 제 몫을 다했을 뿐이에요. 이걸 이룬 건 남 대표에요. 이 힘든 상황에서 끝까지 버텼기에 가능한 일이었죠.”그는 피로가 느껴지면서도 굳은 의지가 담겨있는 남설아의 얼굴을 바라보며 담담하게 말했다.“설아 씨는 본인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강한 사람이에요. 가족들이 하늘에서 보고 있다면 분명히 자랑스러워할 겁니다.”노을 진 햇빛이 커튼 너머로 사무실을 황금빛으로 물들였다.“가족들이 하늘에서 보고 있다면 분명히 자랑스러워할 겁니다.”그 말이 남설아의 귓가에 오래도록 남아있었다.그녀는 천천히 숨을 들이쉬고 창가로 발걸음을 옮겼다.도시의 불빛이 하나둘 켜지기 시작했다.그 불빛들은 마치 마음속에서 반짝이고 사라지는 수많은 생각처럼 번뜩였다.한 달 가까이 쌓인 피로와 혼란이 몰려들었고 강연찬의 숨겨진 정체는 여전히 그녀 가슴 속 깊은 곳을 찌르는 가시처럼 박혀 있었다.그때, 휴대폰 화면이 켜지며 문자 알림이 떴다.[설아야, 잠깐이라도 볼 수 있을까?]남설아는 입술을 꾹 다문 채 휴대폰을 내려놓고 책상으로 돌아왔다.잠시 후, 천기준이 조심스럽게 문을 두드리고 들어왔다.“남 대표님, 오늘 프로젝트 보고서입니다. 그리고... 강연찬 씨가 지금 1층에 와 있습니다. 아무리 늦어도 꼭 대표님을 뵙겠다고 하십니다.”남설아는 펜을 내려놓고 창밖 어둠을 바라보다가 조용히 말했다.“올라오라고 하세요.”잠시 후, 강연찬이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섰다. 그의 눈에서 긴장감과 기대감이 느껴졌다.“설아야, 이번 프로젝트가 돌파구를 찾았다고 들었어. 축하해.”그는 다가오며 부드럽게 말했다.“추 교수님과 팀이 열심히 해주신 덕분이야.”남설아는 평정심을 유지하며 대답했다.“알아. 하지만 네가 버티지 않았더라면 그 어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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