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굿바이 쓰레기: Bab 931 - Bab 940

966 Bab

제931화

복도의 끝 창문으로 서늘한 바람이 스며들었다.배서준은 소씨 가문의 모녀를 배웅한 뒤 곧바로 병실로 돌아가지 않고 창가에 서서 잠시 생각에 잠겼다.아까 소미란이 한 말들이 머릿속에서 맴돌았다.그동안 크게 신경 쓰지 않았던 일이었는데 곱씹어 보니 나름 흥미로운 부분이 있었다.멀리서 남설아가 걸어왔다. 흰색의 투피스를 입고 머리를 단정하게 묶은 모습이 단정했다.‘병문안을 온 걸까, 아니면 자신을 찾아온 걸까.’배서준은 피우지 않은 담배를 집어넣으며 그녀에게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두 사람의 시선이 스쳤을 때, 서유라의 병실 문이 살짝 열렸다.서유라는 병원복 차림에 얼굴은 여전히 창백했지만 조금 전 소미란이 있을 때와는 다른, 어떤 단단한 기운이 눈빛에 서려 있었다.그녀가 남설아를 향해 손짓하며 낮게 말했다.“설아 씨, 이리 와.”남설아는 배서준을 한 번 흘끗 보았다.그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자 곧 병실로 걸음을 옮겼다.배서준도 병실 문 앞까지 따라갔지만, 안으로 들어가진 않았다.그렇다고 해서 안의 대화를 못 들은 건 아니었다.서유라는 베개 밑에서 갈색 서류 봉투를 꺼내더니 재빨리 남설아의 가방 속에 넣었다.손가락 마디가 하얗게 질릴 정도로 세게 쥐고 있었고 약간 떨림도 있었다.“이거... 소미란이 배건 그룹 명의로 소씨 가문이랑 체결한 협력 계약서 사본이야. 봐, ‘전략 고문’이라는 신분을 앞세워서 배서준이 회사 일에 관여할 수 있는 범위가 점점 줄고 있어. 지금 회사의 오래된 이사들은 전부 소미란의 편이야.”남설아가 서류를 꺼내 넘겼다. 종이 넘기는 소리가 사각사각 났다.그녀가 한 조항에서 행동을 멈췄다. ‘이설 그룹 핵심 기술 특허 조건부 공유’라는 조항에 입꼬리가 비죽 올라갔다.“꽤 계산이 빠르네. 배건 그룹을 발판 삼아서 이설 그룹 기술까지 노리겠다는 거잖아.”그녀는 서류를 덮고 서유라를 바라봤다.“이걸 나한테 주는 이유가 뭐야?”서유라는 이불을 움켜쥔 채, 눈을 똑바로 맞추며 또박또박 말했다.“아무것도 바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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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32화

문영도가 한숨을 쉬었다.“배 대표가 요즘 서유라 일로 마음이 많이 분산돼 있고 소미란은 또 그런 틈을 잘 파고들어. 이사회에서도 이미 꽤 많은 사람이 소미란의 편에 섰어. 우리 같은 옛날 사람들은 이제 힘을 못 써.”강연찬은 서류를 내려놓고 문영도를 바라봤다.“선생님, 화승 그룹 산하에 새로 만든 광전자 기술연구원이 있는데 장비와 환경이 아주 좋습니다. 그린라이트의 기존 팀이 원한다면, 화승 그룹에서 새 연구실을 제공하고, 대우도 최고로 하며 연구 방향도 전적으로 그들에게 맡기겠습니다.”문영도는 순간 멈칫하더니 곧 강연찬의 뜻을 알아챘다.이건 소미란보다 한발 앞서 움직이는 것이자 배건 그룹에 경고하는 수였다.“강 대표의 뜻은...”“이설 그룹은 배건 그룹과 협력도 많고 그린라이트 기술에는 이설 그룹이 초기에 투자도 했습니다.” 강연찬은 느긋하게 말했다.“좋은 팀이 내부 싸움 때문에 흩어지는 건 보고 싶지 않고 이설 그룹의 이익도 지켜야죠. 화승 그룹이 돕는 건 그냥 돕는 게 아닙니다.”그는 몸을 약간 앞으로 기울이며 문영도를 똑바로 바라봤다.“배건 그룹 이사회에서 특히 소씨 가문과 관련된 협력 건이 나올 때는 선생님께서 이설 그룹 쪽 입장을 좀 더 말씀해 주셔야 합니다.”문영도는 강연찬을 바라보며 속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 젊은이는 속도도 빠르고 수도 많았다.“강 대표, 안심해. 배건 그룹을 위해서, 또 어떤 사람 너무 기고만장하지 않게 하려면, 이 늙은이가 할 말은 할 거야.”배건 그룹의 휴게 공간, 남설아가 갓 따른 커피를 들고 돌아서는데 누군가와 정면으로 부딪쳤다.뜨거운 커피가 절반쯤 그녀의 아이보리색 소매 위로 쏟아졌다. 짙은 갈색 얼룩이 번졌다.“아이고, 남 대표님, 정말 죄송해요.”소미란이 입을 가렸지만, 눈빛은 전혀 미안해 보이지 않았다.“근데 남 대표님도 걸을 땐 좀 앞을 보고 다니셔야죠?”휴게 공간에 있던 몇몇 직원들의 시선이 이쪽으로 향했다.남설아는 휴지를 뽑아 느릿하게 소매를 닦았다. 얼룩 따위 신경 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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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33화

소미란은 오늘 새빨간 투피스를 입고 나와 더욱 눈에 띄었다.그녀는 배서준의 말을 듣고도 전혀 미안한 기색 없이 웃더니 다른 서류 한 부를 회의 테이블 한가운데로 휙 던졌다. 종이가 바스락 소리를 냈다.“배 대표님, 그쪽에서 결재 도장 다 받아오길 기다렸으면 벌써 거래는 물 건너갔을 겁니다.”두 팔을 꼬아 올리고 의자 등받이에 기대앉은 그녀의 태도는 거만하기 그지없었다.“배건 그룹이 지금 숨이 붙어 있는 건 우리 소씨 가문이 피 같은 돈을 넣어줬기 때문이지, 배 대표님 체면 덕이 아닙니다. 스타링크 기술이 앞으로 우리 제품에 얼마나 중요한지, 여기 계신 분들 다 아실 텐데요. 저는 그저 가장 빠른 방법을 택했을 뿐입니다.”말이 끝나자, 몇몇 원로 이사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소미란 씨의 말이... 틀린 건 아니지. 시기는 기다려주지 않으니까.”“그래도 배 대표님이 대표님인데, 이렇게 절차를 무시하는 건...”“지금이 어떤 때인데? 배건 그룹이 살아야지, 우선순위가 있잖아!”크지 않은 목소리들이었지만 하나하나가 바늘처럼 배서준 가슴을 찔렀다.그는 숨을 깊게 들이마시며 속에서 치밀어 오르는 불을 누르려 애썼다.소미란이 저렇게 나오는 건 결국 소씨 가문과 그 자금 의존도 때문이라는 걸 그는 잘 알고 있었다.그의 손에 쥔 펜이 뚝 부러질 듯 힘이 들어갔다.“이 계약 세부 내용은 전부 재검토하겠습니다.” 배서준의 목소리가 한층 차가워졌다.“오늘부로 그룹의 모든 전략적 의사결정은 최종 확정 전에 반드시 제게 사본을 보내고, 제가 직접 검토합니다.”그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대응이었다.소미란은 대놓고 불쾌한 표정을 짓더니 붉은 입술을 살짝 비틀었다. 뭔가 더 말하려는 순간, 탁자 위에 놓인 휴대폰이 진동하며 화면이 켜졌다.강연찬의 부재중 전화였다.그녀의 눈빛이 잠깐 흔들리더니 아까의 오만한 기세가 조금 가라앉았다. 입까지 올라왔던 말은 삼키고 그저 콧소리만 내며 더는 배서준을 자극하지 않았다.회의는 그렇게 어정쩡하게 끝났다.배서준은 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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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34화

강연찬은 이미 차 옆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그녀가 다가오자 자연스럽게 조수석 문을 열어주었다.남설아는 차에 올라타며 그에게 살짝 웃어 보였다.차가 출발하고도 배서준은 여전히 그 자리에 서서 멀어져 가는 차를 바라보고 있었다.백미러 속에서 남설아는 무심히 시선을 옮기다 그가 아직도 그 자리에 서 있는 걸 보았다.그의 손은 옆에 세워진 차의 문손잡이를 꽉 움켜쥐고 있었다.그녀는 시선을 거두고 마음속에 아무런 동요도 일지지 않았다.배서준이 어떻게 되든, 이제는 자신과 아무 상관도 없었다.늦은 밤, 서유라의 아파트. 세수를 막 마친 그녀의 휴대폰이 갑자기 울렸다.낯선 번호로 온 문자였다. 화면을 켜는 순간, 그녀 얼굴에서 핏기가 싹 가셨다.“서유라, 쓸데없는 마음 다 접어. 서준이 곁은 너 같은 게 끼어들 자리 아니야. 또 내가 뭘 하려는 걸 눈치채면, 가만두지 않을 거야.”모르는 번호였지만 그 오만한 어투는 굳이 확인하지 않아도 소미란임을 알 수 있었다.소미란이 배서준 문제로 자신을 위협하다니, 서유라는 휴대폰을 쥔 손이 조금 떨렸다.치욕과 분노가 한꺼번에 치밀어 올랐다.최근 자신이 특별히 문제 될 일을 한 적도 없는데, 이건 분명 억지로 시비를 거는 것이었다.왜 자신이 소미란에게 이렇게 눌려야 하는가. 심호흡하며 마음을 가다듬은 그녀는 배서준에게 전화를 걸었다.여러 번 벨이 울린 후에야 그가 전화를 받았다. 피곤함이 묻어나는 목소리였다.“여보세요?”“서준아...” 서유라는 의도적으로 조금 약하고 서러운 목소리를 냈다.“방금 소미란 씨 차를 본 것 같아. 강연찬 씨가 사는 아파트 앞에서. 이 시간에 거길 왜 간 걸까? 혹시...”말은 끝까지 하지 않고 흐렸다. 그녀는 소미란이 강연찬을 마음에 두고 있는 걸 알고 있었고 또 배서준과 소미란이 지금 협력 관계라는 것도 알았다.그러니 일부러 이런 말로, 둘 사이를 흔들고 싶었다.잠깐의 정적 뒤에 종이 넘기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렸다.배서준은 무언가에 몰두해 있는 듯했다.잠시 후,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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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35화

남설아는 눈썹을 살짝 움직이며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뜨거운 김이 눈가의 비웃음을 잠시 가렸다.“그래서요?”“네가...” 배서준이 잠시 말을 멈추고, 깊은 눈빛으로 말했다. “예전에 나한테 그렇게 빠졌던 것처럼.”그는 일부러 예전이라는 말을 힘주어 발음하며 그녀의 표정에서 뭔가 변화를 읽어내려 했다.남설아의 입가에 아주 옅은 차가운 미소가 스쳤다. 마치 재미없는 농담을 들은 듯했다.“배 대표님, 기억력은 좋으시네요. 그런데 그게 저랑 무슨 상관이죠? 소미란 씨가 누구를 좋아하든, 그건 본인의 자유입니다.”“우리 거래 하나 하자.” 배서준이 그녀 쪽으로 한발 다가서며 목소리를 낮췄다.“네가 강연찬 앞에서 소미란을 좀 좋게 말해주고 그 사람이 소미란한테 호감 느끼게끔 기회를 주면... 나는 바로 이설 그룹 인수 계획을 멈출게.”그는 이게 서로에게 이득이라고 생각했다. 남설아는 이설 그룹을 지킬 수 있고 자신은 소미란 앞에서 체면을 세울 수 있으니 말이다.마침 강연찬의 차가 지하 주차장에서 올라와 그녀를 태우러 오는 길이었다.멀리서 배서준과 마주 서 있는 남설아를 보고 배서준의 태도에서 은근한 압박을 느꼈다.강연찬은 미간을 찌푸리며 손가락을 휴대폰 화면의 신고 버튼 위에 올려놓고 시선을 그쪽에 고정했다.남설아는 마치 엄청난 농담을 들은 듯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 그 웃음은 맑았지만, 노골적인 조롱이 담겨 있었다.“배 대표님, 제정신이에요? 이설 그룹 뒤에는 지금 화승 그룹이 있어요. 뭘 가지고 저랑 거래하시겠다는 거죠? 곧 망할 배건 그룹으로요?”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곧장 발을 옮겼다. 스치듯 지나가면서 재빠르게 손을 뻗어 배서준의 양복 안주머니 속에서 사진 모서리를 집어냈다.그가 반응했을 땐 이미 늦었다. 남설아는 사진을 완전히 빼내 들고 있었다.그것은 두 사람이 과거에 찍은, 드물게 남아 있는 둘이서 찍은 사진이었다. 배씨 가문의 저택 정원이 배경이었다.“남의 일에 신경 쓰기 전에...” 남설아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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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36화

차 안에서 강연찬은 자기 양복 재킷을 벗어 남설아 어깨에 걸쳐 주며 찢어진 소매를 가렸다.집으로 돌아온 후, 불빛 아래에서 그는 눈을 떨구고 배서준이 찢어놓은 외투 소매를 꼼꼼히 살폈다.“배서준이 이번엔 정말 다급해진 것 같아.” 강연찬의 목소리는 낮고 차가웠다.“배건 그룹 자금줄이 거의 바닥난 모양이야. 그래서 소미란을 붙잡아두려고 이런 수까지 쓰는 거지. 심지어 이설 그룹을 미끼로 너랑 거래하려 들다니.”남설아는 그의 어깨에 머리를 살짝 기댔다. 전해지는 체온이 부드럽게 스며들었다.“그럴수록 우리가 전에 쓴 방법이 맞았다는 거지. 소미란 쪽도 만만치 않아. 들었는데 벌써 배건 그룹 재무 쪽에 자기 사람을 심어놨다고 들었어. 돈 쓰는 거 하나하나 다 감시하고 있대.”그는 외투를 내려놓고 그녀 이마에 부드럽게 입을 맞췄다.“서유라가 며칠 전에 너한테 보낸 그 위치 공유, 거기 가면 배서준이 있을 거라면서 우연히 마주치라고 한 거, 딱 봐도 함정이야. 아마도 네가 아직 배서준한테 마음 있는 척하게 만들거나 그걸로 소미란을 자극해서 둘이 싸우게 하려는 거겠지.”남설아는 손을 들어 그의 얼굴을 살짝 쓸며 눈에 장난기가 어렸다.“그 정도의 수는 뻔하지. 하지만 오히려 그게 아이디어를 줬네. 우리 사이에 틈이 생긴 것처럼 보여주는 건 어때?”강연찬의 눈이 번쩍였다. “설마 네 생각은...”“소미란한테 우리가 가짜로 헤어지는 장면을 직접 보여주는 거지.” 남설아의 입가에 의미심장한 웃음이 번졌다.“그 여자가 항상 날 오빠 옆에서 떼어놓으려고 애쓰잖아? 그럼 우리가 기회를 주는 거야.”그는 잠시 그녀를 바라보다 웃음을 터뜨렸다.“역시 네 머리는 잘 돌아가.”그의 손이 그녀의 손을 꼭 잡았다.“좋아, 네 말대로 하자. 내가 사람을 시켜서 진짜처럼 보이게 연출할게.”다음 날, 배건 그룹 엘리베이터 안에서 여직원 몇 명이 모여 소곤거리고 있었다.“야, 너네 들었어? 어제 이설 그룹 남 대표님이랑 화승 그룹 강연찬 씨가 회사 옥상에서 크게 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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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37화

오후 햇살은 눈이 부셨다. 이설 그룹 건물 밖, 사람들의 발걸음이 분주했다.“강연찬, 손 놔! 여긴 이설 그룹이야. 내 일은 네가 신경 쓸 필요 없어!” 남설아가 힘껏 팔을 뿌리며 억눌러둔 화를 터뜨렸다.강연찬은 그녀의 팔을 붙잡은 채 얼굴을 굳히고 낮지만 또렷하게 말했다.“내가 신경 쓸 필요 없어? 남설아, 배건 그룹 사정이 어떤지, 배서준이 어떤 사람인지 뻔히 알잖아. 또 당하고 싶어?”“사업 얘기는 내가 알아서 해!” 남설아가 손목을 비틀었다.“알아서? 네가 말하는 그 알아서 한다는 게 스스로 불구덩이에 뛰어드는 거야?” 강연찬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근처에 있던 이설 그룹 직원들이 슬쩍 쳐다보다가 황급히 고개를 숙이고 지나갔다.“내가 분명히 말해두는데, 배건 그룹의 그 엉망진창인 판은 꿈도 꾸지 마.”그는 팔을 놓고 성큼성큼 길가에 세워둔 차로 걸어갔다. 차 문이 ‘쾅’ 닫히고 검은 차는 순식간에 시야에서 사라졌다.남설아는 순간 휘청이며 옆의 기둥에 몸을 기댔다.차가 사라진 방향을 잠시 바라보다 천천히 건물 계단에 주저앉아 무릎을 끌어안았다. 고개를 숙인 어깨가 작게 떨렸다.거리 모퉁이에서 모자를 눌러쓴 남자가 휴대폰을 집어넣고 씩 웃더니 사람들 틈에 섞여 전화를 걸었다.“소미란 씨, 두 사람이 이설 그룹 건물 앞에서 난리 나게 싸웠어요. 강연찬은 차 타고 가버렸고 남설아는 계단에 혼자 앉아 눈물 훔치고 있네요.”수화기 너머 거울 앞에서 화장하던 소미란이 그 말을 듣고 손을 멈췄다. 입꼬리가 올라갔다.“그래, 알았어. 계속 지켜봐. 무슨 일 있으면 바로 알리고.”전화를 끊고 거울 속 자신을 훑어본 소미란은 속으로 흥미로운 미소를 지었다.‘하, 강연찬이 정말로 남설아랑 싸웠다고? 게다가 배서준 문제로? 이거 꽤 재미있네. 남자들이야 입으로는 뭐라 해도 집안 체면이나 사업이 걸리면 다 똑같이 돌아서는 법이지. 남설아가 서유라랑 엮였다고? 강연찬이 좋아할 리가 없잖아.’“우리 친구가 속상하다는데, 내가 좀 위로해줘야지.”소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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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38화

“같은 여자끼리 이런 상황에서 제가 웃음거리를 보러 오겠어요?”소미란이 남설아를 소파에 앉히고 봉투를 탁자 위에 내려놓았다.“자, 요즘 많이 피곤해 보이길래 챙겨왔어요. 그렇게 울상만 하고 있으면 얼마나 안 예뻐 보여요.”남설아는 그 봉투를 흘깃 보고 담담하게 말했다.“신경 써줘서 고마워요, 미란 씨.”“우리 사이에 뭘 이렇게 예의를 차려요?”소미란이 한숨을 쉬며 무심한 듯 물었다.“근데 솔직히 두 사람 왜 그런 거예요? 내가 듣기로는 배건 그룹 일 때문이라던데, 맞아요?” 남설아는 컵을 들어 물을 한 모금 마시고 손가락으로 컵을 천천히 문질렀다. 그녀는 한참 뒤에야 낮게 말했다.“네, 이설 그룹이 좀 자금이 필요해서. 조건만 맞으면, 사업이야 뭐 안 될 것도 없다고 생각했어요.”“연찬이 반대했어요?”소미란은 눈빛을 번쩍이며 재빨리 물었다. 남설아는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씁쓸하게 웃었다.“그 사람 말로는, 배서준은 믿을 수 없는 사람이고, 배건 그룹은 그냥 구덩이라서 내가 스스로 화를 부르는 거래요. 그리고... 내가 정말 배건 그룹과 손잡으면 자기는 나를 안 도와줄 거라고 그랬어요.”마지막 부분을 말할 때, 목소리엔 울음이 섞였고 억울함이 가득했다.소미란은 속으로는 흥이 났지만, 겉으로는 분노한 듯 말했다.“강연찬이 이건 좀 너무하네요. 사업은 사업대로 해야지 어떻게 사적인 감정을 끌어들이냐고요. 게다가 배건 그룹은 어쨌든 오래된 회사잖아요. 아무리 힘들어도 오래된 큰 회사인데 한 번 손잡으면 이설 그룹에도 좋은 일일 수 있죠.”잠시 말을 멈춘 소미란은 다시 은근히 부추겼다.“그리고 말이에요. 배 대표님이... 요즘 꽤 힘든 거 같던데요? 서유라가 그렇게 들볶는다면서요? 지금 아주 곤란한 상태라던데 이설 그룹이 도와주면 그 사람이 무척 고마워할걸요?”남설아는 말없이 고개를 숙이고 손만 바라보며 한참이나 아무 말이 없었다.소미란은 분위기가 충분히 무르익었다고 느끼자 자리에서 일어났다.“됐어요, 설아 씨. 너무 속상해하지 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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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39화

전화가 몇 번 울린 끝에야 연결됐다.“여보세요.” 남설아의 목소리는 기운이 없고 코맹맹이 소리까지 섞여 있었다.“설아야, 나야.” 배서준은 최대한 부드럽게 말하려 했다. “네가 강연찬이랑...”“무슨 일이신데요, 배 대표님?” 남설아가 차갑게 말을 끊었다.배서준이 잠시 멈칫했다.“이설 그룹하고 배건 그룹 협력 건 말인데 우리가 다시 얘기해도 될 것 같아. 조건은 얼마든지 조율할 수 있어.”그는 속으로 지금 남설아가 강연찬의 지원을 못 받게 됐으니 훨씬 설득하기 쉬울 거로 생각했다.하지만 돌아오는 말투엔 여전히 가시가 있었다.잠시 정적이 흘렀다.“나 피곤해요.” 남설아의 목소리는 한층 낮아졌고 짜증이 묻어났다.“이런 얘기하고 싶지 않아요. 끊을게요.”“뚜...뚜...뚜...”배서준은 통화음만 들으며 한참 동안 휴대폰을 들고 있었다.‘남설아, 도대체 무슨 속셈이지?’한편, 소미란은 커피를 들고 창밖 햇살만큼이나 좋은 기분에 젖어 있었다.아래층에서 벌어진 이 연극은 예상보다 훨씬 효과적이었다.소미란은 입꼬리를 올렸다. 첫 단계, 성공이다.물론 성공이라는 말은 그녀 자신도 믿지 않았다. 사실 그녀는 강연찬 마음속에서 남설아가 완전히 사라지기를 바랐다.다음 날, 소미란은 평소처럼 남설아를 찾아왔다.그때, 남설아의 개인 휴대폰이 울렸다. 그녀는 화면을 보더니 잠시 멈칫했다.사진 한 장이 떠 있었다. 조명이 어둡고 각도도 묘했지만 흐릿하게나마 한 남자의 옆모습이 보였다. 그는 꽤 고급스러워 보이는 어떤 개인 회원제 클럽으로 들어가고 있었다.그 남자의 체형이 강연찬과 무척 닮아 있었다. 사진 아래에는 이런 문구가 달려 있었다.[설아 씨, 우연히 찍은 건데요. 강연찬 씨가 요즘 여길 자주 오더라고요. 옆에 다른 사람도 있는 것 같아요.]발신자는 익명 번호였다.남설아는 손이 떨렸고 휴대폰이 ‘탁’하고 카펫 위에 떨어졌다.“설아 씨, 왜 그래요?” 소미란은 놀란 척했지만 흡족해하는 눈빛이었다. 그 사진은 당연히 그녀가 준비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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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40화

“미란 씨.”남설아가 울먹이며 소미란의 손을 꼭 잡았다.“고마워요, 정말 고마워요. 이럴 때 저를 도와주는 건 미란 씨뿐이네요.”소미란은 의기양양하게 이설 그룹을 나섰다. 그녀는 차에 올라타자마자 작은 거울을 꺼내 꼼꼼하게 화장을 고쳤다. 거울 속 얼굴엔 자신감이 번졌다.곧바로 강연찬의 비서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 비서는 젊고 꽤 똑똑해 보이는 사람이었다.“주 비서님? 저 소미란이에요.”소미란의 목소리에는 묘하게 친근하고 따뜻한 기운이 섞여 있었다.수화기 너머 주민기의 대답은 예의 바르지만 차가웠다.“소미란 씨, 안녕하세요. 무슨 일이신가요?”그는 이 여자를 좋아하지 않았다. 강 대표님에게 가까워지고 싶은 속내를 회사 사람들은 다 알고 있었다.“그게요, 방금 설아 씨한테 다녀왔는데... 많이 힘들어하더라고요. 연찬 씨랑 크게 다툰 것 같아요.”소미란은 한숨을 쉬며 걱정스러운 목소리를 냈다.“연찬이 요즘 업무가 너무 많다든가, 아니면 무슨 속상한 일이라도 있나요? 설아가 계속 울면서 연찬이가 자기한테 불만이 있는 것 같다고 해서요. 친구로서 도와주고 싶거든요. 주 비서님이 연찬이 일정이나 최근 기분이 안 좋은 이유를 조금만 알려주시면 제가 좋은 타이밍에 두 사람 사이를 풀어주려고요.”주민기는 잠시 미묘하게 눈살을 찌푸렸다. 대표님과 설아 씨 사이의 사적인 문제를 비서인 자신이 말할 수는 없었다.게다가 강 대표님은 이미 분명히 지시했었다. 남설아와의 일은 소미란에게 단 한 마디도 알리지 말라고 말이다.“소미란 씨, 대표님의 사적인 일은 제가 알지 못합니다. 업무는 평소와 다름없으십니다.”주민기는 단호하되 부드럽게 말했다.“강 대표님과 설아 씨 문제는 두 분이 직접 이야기하시는 게 좋겠습니다. 잘 해결하실 거예요.”소미란은 벽에 부딪혔지만, 겉으로는 웃음을 유지했다.“그렇군요. 번거롭게 해드려 죄송해요. 혹시 연찬이가 제 도움이 필요하시면 꼭 전해주세요.”“네, 그렇게 하겠습니다.”주 비서는 전화를 끊고 곧장 강연찬에게 소미란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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