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서준은 소리를 듣고 고개를 들어 손에 쥔 과도와 반쯤 깎인 사과를 내려놓았다.“사모님.”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를 대신했다.서유라도 소씨 사모님을 바라보며 힘이 없는 목소리로 예를 갖추어 말했다.“사모님, 번거롭게 해드렸네요. 이렇게 직접 와주시다니... 저는 그냥 예전부터 있던 지병이 조금 도진 거라 괜찮아요. 괜히 걱정 끼쳐드렸네요.”“아이고, 그렇게 말하면 안 되지, 유라 씨.”소씨 사모님은 목소리를 조금 높이며 나무라듯 말했다.“그저 질병이라니? 내가 듣기론 우울증이 재발했다던데 그거 절대 가볍게 보면 안 돼. 꼭 푹 쉬고, 제대로 몸조리해야 해.”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병상 옆 의자에 앉았고, 시선을 배서준에게로 옮겼다.“배 대표도 참 고생이 많네. 배건 그룹이 지금 한창 중요한 시기라 온갖 일로 정신없을 텐데, 회사 일 챙기랴 유라 씨 건강까지 살피랴, 안팎으로 얼마나 힘들겠어.”소씨 사모님은 한숨을 내쉬더니 자연스럽게 자기 딸 이야기를 꺼냈다.“그러고 보면 우리 미란이도 그래. 그 아이가 워낙 고집이 좀 있어서... 아직 나이도 어린데 가끔은 말이나 행동이 조금 서툴고 세상 물정을 잘 모를 때가 있어.” 그녀는 자애로운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그런데도 온 마음을 배건 그룹 협력 프로젝트에 쏟아붓고 있어. 집에 와서도 계속 일 얘기뿐이야. 어떻게 하면 배 대표를 도울 수 있을지, 어떻게 하면 프로젝트를 더 원활하게 진행할 수 있을지만 생각하더라고.”소씨 사모님은 그렇게 말하며 은근히 배서준 쪽을 힐끔 바라봤다.“배 대표, 미란이랑 진행 중인 그 협력 건 후속 계획은 다 보고 받았지? 얘가 요즘 집에 와서도 배건 그룹을 위해, 그리고 배 대표가 준 신뢰에 보답하려고 밥 먹는 것도 자고 쉬는 것도 다 줄이면서 일한다고 하더라고.”그녀는 잠시 말을 멈추고, 어머니로서의 걱정이 묻어나는 어조로 덧붙였다.“부모로선 힘들지 말라고 말은 하면서도 속으론 흐뭇해. 배 대표 같은 훌륭한 분을 가까이서 모시고 배우는 기회가 앞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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