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차가운 남편은 알고 보면 여우: Bab 121 - Bab 130

138 Bab

제121화

“없으면 다행이고.”안다혜가 미간을 찌푸렸다.“그러면 얌전히 앉아서 내가 무대로 올라가 하는 말을 들으면 되겠네.”서진우는 안다혜의 오만한 얼굴을 보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빌어먹을 년이, 딱 기다려.’안다혜는 전혀 물러서지 않고 당당한 눈빛으로 서진우를 마주했다. 심서아가 서진우를 잡아당겨서야 그는 내키지 않는 표정으로 자리에 앉았다.이에 안다혜의 얼굴에 웃음이 번졌다. 누군가 광대를 자처하는데 놀아주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 같았다.몸을 돌려 담당자에게로 향한 안다혜가 정중하게 낙찰 서류를 받아 들었다.“안다혜 씨, 축하드립니다. 앞으로 풍산 그룹과 태안 그룹의 원만한 협업을 기원하겠습니다.”안다혜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저도 바라는 바입니다.”그녀는 고개를 돌려 연회장에 선 사람들을 내려다봤다. 그중에는 물론 약이 잔뜩 오른 서진우도 있었다. 정교한 입술에서 나온 감사의 말은 타고난 남다른 아우라가 느껴졌다.서진우가 인정하지 않아도 지금 이 순간 안다혜는 아름답기 그지없었다. 전에는 늘 청순한 옷차림만 고수했기에 그녀만이 갖고 있는 본연의 아름다움을 그대로 보여주지 못한 것 같았다. 야망으로 가득한 그는 자유롭고 분방해야 했다.상황이 종결된 이상 서진우가 아무리 발악해 봤자 결과를 돌이킬 수는 없었다. 그는 고개를 숙이고 풍산 그룹 임원에게 문자를 보내 따졌지만 이미 차단당한 상태였다. 이에 약이 잔뜩 오른 서진우가 이를 악물었다.“쓰레기 같은 것들. 촌에서 올라온 대학생 하나 처리 못 하는데 뭘 잘하겠어? 쓸모없는 것 이훈이랑 다를 거 없네.”...한편, 윤해준이 2층에서 모든 상황을 지켜보는데 옆에 선 오정우가 이렇게 말했다.“투표지를 바꿔치기한 사람 서진우 씨네요.”“서진우 씨, 안다혜 씨와 만났던 사이 아닌가요? 그런데도 뒤에서 이런 추잡스러운 짓을 하다니, 이해가 안 되네요.”오정우가 비아냥댔다.만약 윤해준이 이 일을 제때 발견하지 못했다면 안다혜의 투표지는 그대로 묻혔을지 모른다. 그러면 프로젝트가 태안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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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2화

안다혜는 시종일관 웃으며 옆에 서 있었다. 이제 드디어 한시름 놓을 수 있게 생겼다. 김미진의 시험을 통과하긴 했지만 도전은 이제부터 시작이었다.뜨거웠던 분위기가 가라앉자 김미진이 활짝 웃으며 안다혜를 바라봤다.“다혜 씨, 사무실로 와요.”안다혜가 의아한 표정을 짓더니 알겠다고 대답하고는 김미진과 함께 자리를 비웠다.“회장님 다혜 씨에게 무슨 상이라도 내리려나 봐요.”“아무래도 승진이 아닐까 싶은데요.”“그 말이 맞는 것 같아요. 다혜 씨 능력은 우리도 봐서 알잖아요.”“맞아요. 이 프로젝트를 따낼 수 있었던 것도 다혜 씨의 아이디어가 빛을 발한 거잖아요.”부서 동료들은 별다른 생각 없이 진심으로 안다혜를 위해 기뻐했다.한편, 김미진과 함께 사무실로 들어온 안다혜는 김미진이 약속을 지키려고 불렀다는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저번 일로 마음에 가시가 박힌 건 어쩔 수 없었다.“회장님, 무슨 일로 찾으신 거예요?”안다혜가 문을 닫으며 덤덤한 표정으로 김미진을 바라봤다. 김미진이 몸을 돌리더니 흡족한 표정으로 말했다.“이번 일은 잘했어. 풍산 그룹 프로젝트를 손에 넣었으니 우리 태안 그룹도 한 단계 더 올라갈 수 있을 거야.”“앞으로 프로젝트 추진에도 힘을 쏟아주길 바라.”안다혜가 말했다.“그건 저도 알고 있어요.”김미진은 그런 안다혜가 점점 더 마음에 들었다. 큰 기대를 걸지는 않았지만 끝내 프로젝트를 손에 넣는 걸 보며 젊었을 적의 자신을 떠오르기도 했다.“이번 프로젝트가 끝나면 비즈니스 파티를 열어 그 업체들에 알릴 거야. 우리 태안 그룹도 프로젝트를 따냈다고 말이야.”안다혜가 미처 입을 열기도 전에 김미진이 바로 말을 이어갔다.“네가 무슨 생각하는지 알아. 태안 그룹에 들어오고 싶은 거지?”“우리가 한 약속이 그거잖아요. 나는 그저 엄마가 그 약속을 지켰으면 하는 거예요.”김미진이 웃음을 터트렸다.“너는 내 젊었을 적과 참 많이 닮았어.”“그건 걱정할 필요 없어. 다혜야. 내가 이 파티를 열려고 하는 건 다른 목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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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3화

이 말에 주변 사람들이 흥미를 보였다.“정말?”누군가 그 말을 의심했다.“그러게. 풍산 그룹 대표가 언제 이런 모임에 나오는 거 봤어? 평소에 얼굴도 별로 드러내지 않는다던데.”“나도 그렇게 들었어. 그 소문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누가 알겠냐고.”“그 대표가 정말 파티에 나온다면 태안 그룹의 지위가 또 달라지겠지.”다들 그 말에 동의한다는 의미로 고개를 끄덕였다. 풍산 그룹 대표가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게다가 민성에서 풍산 그룹은 재벌의 재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안소현은 2층에서 이 광경을 내려다보며 표정이 일그러졌다. 이 파티의 목적이 뭔지 알고 있었지만 도무지 내키지가 않았다. 두 사람 다 안씨 가문의 딸인데 늘 안다혜만 편애하는 김미진이 너무 미웠다.불만이 터져 나올 것 같아 몸을 돌리는데 “탈의실”이라고 적힌 방에 눈길이 갔다. 그렇게 한참 그 방을 뚫어져라 쳐다보던 안소현은 이내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이 있었다.“안다혜. 늘 주인공이 되어야 하는 거지? 민성에 너를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이 없게 만들어줄게.”안소현이 탈의실로 걸어가 문을 열었다....화장을 마친 안다혜가 드레스를 갈아입으러 향했다. 옷걸이에 걸린 아름다운 머메이드 드레스는 끝부분에 자잘한 보석이 한가득 달려 있었다. 드레스를 본 순간 안다혜의 눈빛이 반짝 빛났다. 딱 봐도 많은 심혈을 기울인 듯한 드레스는 김미진이 얼마나 그녀를 중시하는지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안다혜는 드레스를 입은 순간 눈빛이 어두워졌지만 이내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지퍼를 올렸다. 탈의실에서 나와 머리에 컬을 말아주고 그대로 풀어헤치자 정교하면서도 나른한 분위기가 만들어졌고 오프 숄더 설계는 예쁜 쇄골을 더 돋보이게 해 참으로 매혹적이었다.서진우는 흥분을 감추지 못하며 파티장에 도착했다. 태안 그룹에서 주최한 파티라면 안씨 가문 둘째 아가씨가 참석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특별히 헤어 디자이너를 찾아 머리까지 만진 그였다.그렇게 술을 한잔 들고 전에 봤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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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4화

“작은 아가씨”라는 호칭을 들은 서진우가 벙찐 채로 그 자리에 서서는 한참 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눈을 부릅뜬 채 입을 크게 벌린 그가 갑자기 언성을 높이자 그 모습이 어딘가 우스웠다.“네가 안씨 가문 둘째 아가씨야?”안다혜가 눈썹을 추켜세우더니 대수롭지 않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왜? 도대체 뭐에 놀란 거야?”말하고 보니 우습긴 했다. 3년을 만나면서 내 신분조차 몰랐으니 말이다.홀 매니저가 의아한 표정으로 호들갑을 떠는 서진우를 바라봤다. 그 소리가 너무 컸는지 주변에서 이상한 시선을 보내왔고 의도치 않게 주목을 받게 되었다.서진우는 안다혜와 만난 3년을 돌이켜봤다. 만나는 동안 안다혜는 옷차림이 수수할뿐더러 살고 있는 집도 월세라 더는 봐주기 힘들어 서진우가 오히려 먼저 같이 살자고 했는데 그런 그녀가 소문으로만 듣던 안씨 가문 둘째 아가씨라고 하니 믿을 수가 없었다.“우습다. 우스워. 너랑 만난 시간만 3년인데 네가 어떤 사람인지 내가 모를까 봐?”안다혜가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너랑 3년을 만나서 하는 말인데 정말 눈이 나쁘더라.”“빌어먹을 년이. 여기서 가짜 행세를 하다가 들키면 어떻게 되는 줄 알기나 해?’서진우가 정의가 사도라도 된 것처럼 말했다.“너는 나 절대로 못 속여. 내가 본 둘째 아가씨는 부드럽기 그지없는 여자였어. 옷차림도 너처럼 스폰 받아 사는 여자랑은 비길 수도 없이 우아했고.”안다혜는 홀 매니저와 눈빛을 주고받으며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지만 공통점이라면 두 사람 다 어이없어한다는 것이었다.“됐어. 눈이 나쁘면 치료라도 하든지. 너랑 놀아줄 시간 없다.”안다혜도 더는 서진우와 입씨름하기 싫었다. 이에 서진우가 우쭐거리며 말했다.“왜? 내가 둘째 아기씨 본 적 있다고 하니까 쫄리냐?”“하긴. 둘째 아가씨가 나를 얼마나 좋게 보는데. 내 말 한마디면 너 태안 그룹에서 바로 잘려.”서진우가 턱을 살짝 들고는 오만한 표정으로 말했다.“안다혜. 진심으로 사과하면 용서해 줄지도 몰라.”“정신병자 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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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5화

안다혜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김미진이 있는 방으로 향했다. 김미진은 반짝반짝 빛나는 안다혜를 보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조금만 꾸며도 눈이 부실 만큼 아름다운 얼굴은 보면 볼수록 마음에 쏙 들었다.“긴장할 거 없어. 파티 시작하고 오프닝 댄스는 너를 위해 준비한 거니까 기대할게.”안다혜가 고개를 끄덕였다. 오프닝 댄스는 그가 사람들 앞에 나타나는 첫 자리였기에 매우 중요했다.“아참, 윤 서방은 왔어?”안다혜는 윤해준이 보낸 문자를 떠올리며 이렇게 말했다.“곧 도착한다고 했어요. 금방 문자해서 확인했거든요.”“그래? 그러면 됐어. 너도 우리 태안 그룹의 룰을 알고 있잖아. 룰대로라면 너를 들이지 않을 이유가 없어.”안다혜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김미진과 함께 파티장으로 향했다. 두 사람이 도착했을 땐 손님들이 대부분 도착한 상태였다.김미진은 지금 너무 기뻤다. 태안 그룹이 풍산 그룹 프로젝트를 따냈다는 걸 모르는 사람이 없었으니 그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도 뻔했다.손님들은 김미진을 보자마자 너나 할 것 없이 앞으로 다가와 축하를 건넸다. 오늘 태안 그룹이 그 어렵다는 프로젝트를 따냈으니 앞으로 태안 그룹을 우러러보면서 기댈 수밖에 없었다. 그러려면 이 기회에 관계를 잘 다져야 했고 파티에 참여한 사람 모두 같은 목적을 가졌다.안다혜가 그들에게 공간을 남겨주며 별로 끼어들지 않자 김미진이 웃으며 말했다.“여러분, 이렇게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여러분의 축하는 다 들었습니다. 파티가 곧 시작되오니 일단 올라가서 사회부터 보고 나중에 따로 얘기하는 게 어떨까요?”김미진이 이렇게 말하며 무대로 향했다. 한복을 입은 김미진은 칼같던 예전과는 달리 부드러움이 추가된 것 같았다.무대로 올라간 김미진이 오늘 파티의 순서를 설명했다.“여러분, 이 파티에 참석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러면 길게 설명하지 않고 파티를 시작하겠습니다.”김미진이 내려오자 파티가 정식으로 시작되었다. 오프닝 댄스는 안다혜, 안소현, 그리고 태안 그룹과 사이가 좋은 몇몇 명문가 자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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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6화

수작이 먹히지 않은 안소현은 그대로 포기할 리가 없었다. 기어코 따라나선 안소현은 안다혜의 지퍼에 손을 올리고는 관심 어린 말투로 말했다.“다혜야. 그냥 나랑 함께 가자.”“파티장이 이렇게 큰데 서로 도우면 좋잖아.”안소현이 이렇게 말하며 자연스럽게 안다혜 옆으로 다가와 오른손을 뻗으려는데 꿍꿍이를 알아챈 안다혜가 몸을 옆으로 비키며 언짢은 표정을 지었다.“필요 없다고 했잖아. 내가 직접 하면 돼.”안다혜가 데려온 사람은 이미 탈의실에 도착했다. 드레스를 입을 때부터 안다혜는 이상한 느낌을 받았지만 안소현이 꾸민 짓이 맞는지 확인하려고 위해 일부러 맞춰준 것이었다. 다급하게 보채는 모습을 봐서는 내 예상이 맞는 것 같았다.파티가 계속되는데 두 사람이 소란을 피우자 사람들이 시선의 쏠리기 시작했다. 시선을 느낀 안다혜는 여기서 더 실랑이를 부리기 싫어 안소현의 꿍꿍이를 까밝히려는데 문 쪽에서 소란이 들리더니 여기저기서 환호성이 터졌다.“와, 대박. 저 사람 누구야?”“이렇게 잘생인 남자는 처음 봤어.”“아우라도 아우라인데 저 얼굴 좀 봐봐. 연예계에 내놓아도 전혀 꿀리지 않을 외모야.”반한 듯 웃기만 하는 여자도 있었다.“아까 이쪽으로 힐끔 보는 거 있지? 나 녹아내리는 줄 알았어.”“어느 가문 도련님이지? 이렇게 잘생긴 사람을 왜 나는 처음 보는 거야?”이 말에 사람들은 혜성처럼 나타난 그 남자가 누군지 궁금해하기 시작했다.“잠깐. 이 남자 누군지 생각났어. 둘째 아가씨 남편이었던 것 같은데.”“이 말 들으니까 조금 생각난다. 이렇게 꾸미니까 몰라보겠네.”안다혜가 그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사람을 뚫고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그녀에게로 다가가는 사람은 다름 아닌 윤해준이었다. 진청색 슈트를 쫙 빼입은 그는 안다혜가 머메이드 오프 숄더 드레스와 참 잘 어울렸다. 원래도 매혹적인 외모는 오늘 스타일링을 한 덕분에 더 정교해져 마치 인간 세상에 잘못 발을 들인 남신 같았다.안다혜의 시선도 윤해준의 일거수일투족에 꽂혔다. 지금 이 순간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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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7화

윤해준이 옆에 선 안소현을 아래위로 훑자 안소현은 등골이 서늘해졌다. 윤해준의 눈빛이 어딘가 섬뜩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내 그런 생각을 한 것이 우습다고 생각했다.‘태안 그룹 첫째 딸인데 고작 일반인이 뭐가 두렵다고?’안소현이 허리를 꼿꼿이 폈다. 다만 입을 열기도 전에 다시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려왔다.“뭐? 풍산 그룹 대표가 왔다고?”“진짜? 나도 볼래.”안소현의 시선도 그쪽으로 향했다. 허종혁도 좋은 건 맞지만 더 높이 바라보는 건 사람의 본능 같았다. 사람이 자기 자신을 위하지 않으면 하느님과 염라대왕이 그를 명말시킨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었다. 그녀도 이 말에 동의했고 여느 사람과 다를 것 없이 문 쪽을 뚫어져라 쳐다봤다.문득 의문이 든 안다혜는 이렇게 중얼거렸다.“평소에는 얼굴을 잘 드러내지 않더니 이번에는 정말 나타났네.”윤해준이 생각에 잠긴 안다혜를 보며 방해하지 않고 웃음을 머금은 채 바라봤다.흥분한 건 김미진도 마찬가지였다. 정말 그 전설 속의 대표가 온다면 안씨 가문은 프리패스권을 받은 거나 다름없었고 비약적인 발전을 이룰 것이다. 예전에 협업했던 업체들도 부러운 눈빛을 보내올 게 뻔했다.여기까지 생각이 미친 김미진이 따라서 밖으로 나갔다. 윤해준이 눈썹을 추켜세우며 이렇게 물었다.“안 나가봐도 돼?”안다혜가 고개를 저었다.“풍산 그룹 대표가 와도 우리 엄마를 보러 오는 거라 나랑은 아무 상관이 없어.”안다혜는 지금 사람들에게 제일 보잘것없는 존재였다. 윤해준이 안다혜의 허리를 감싸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입꼬리는 여전히 올라가 있었다.서진우는 인파에 밀려 밖으로 나왔지만 오늘 이곳으로 온 목적이 안씨 가문 둘째 아가씨라는 걸 잊지 않았다. 다만 이 기회에 임원보다 더 높은 대표를 알아둔다면 아버지의 인정을 받기가 더 쉬울 것 같았다.이렇게 생각한 서진우가 흥분했는지 빨갛게 충혈된 눈을 부릅뜨고는 함께 밖으로 향했다. 하지만 상황을 미처 파악하기도 전에 누군가 그를 밀쳤다.“비켜요. 풍산 그룹 대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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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8화

이 말에 안소현의 얼굴에 걸린 미소가 그대로 굳어버렸다. 안다혜 본인도 놀란 건 마찬가지였다. 풍산 그룹 대표와 아무런 친분도 없는데 왜 이런 선물을 보냈는지 의문이었다.“잘못 보낸 거 아니에요?”안다혜가 참지 못하고 이렇게 물었다. 그녀는 풍산 그룹 대표라는 사람과 친분이 없었고 일개 말단 사원일 뿐이었다.이 말에 안소현의 얼굴이 희망에 차올랐다.‘설마 내게 보낸 거 아니야?’어쩌면 그녀와 안다혜를 헷갈렸을지 모른다고 생각하는데 보디가드가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아닙니다. 대표님께서 특별히 지시하셨습니다. 안다혜 아가씨께 보내는 선물이라고 말입니다.”안소현은 이를 너무 악문 나머지 어금니가 아스러질 것 같았고 질투에 눈이 멀어 눈빛이 날카로워졌다.구경하던 사람들이 안다혜를 부러운 눈빛으로 쳐다봤다. 그중 안다혜와 평소 함께 일하는 동료들은 아직도 어안이 벙벙한 상태였다.보디가드가 안다혜를 바라보며 공손하게 말했다.“안다혜 씨, 대표님이 드리는 선물입니다. 한번 확인해 보세요.”“총 9개인데 비룡만의 단독 별장도 들어있습니다. 제일 높은 건물이라고 보시면 됩니다.”그러더니 부동산 증명서를 펼쳐 보였다.“드레스도 있는데 부디 마음에 들었으면 좋겠습니다.”보디가드의 소개와 함께 사람들은 보석으로 단장된 드레스에 눈길이 갔다. 우아하면서도 화려한 드레스는 정말 너무 아름다웠다.“세 번째 선물은 대표님께서 드리는 이번 시즌 신제품 슈퍼카입니다. 안다혜 씨가 차를 좋아한다는 걸 알고 계십니다... 바로 뒤에 세워져 있습니다...”차를 본 안다혜는 그제야 이 모든 게 나를 주는 선물임을 확신했다. 내 취향에 꼭 맞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손님들이 보고 있어 풍산 그룹 대표의 뜻을 거역할 수도 없었다.“어떻게 불러야 할지 모르겠지만 대신 대표님께 감사 인사 좀 전해주세요. 뒤에 따로 찾아뵙겠다는 말도 함께 부탁할게요.”안다혜는 당장이라도 이마를 짚을 뻔했다. 말이 선물이지 이건 정말 돈지랄이나 다름없었다. 한꺼번에 이렇게 많은 선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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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9화

이윽고 김미진이 안다혜에게 이 드레스로 갈아입으라고 눈치를 줬다. 원래 입은 드레스가 젖어 더 입고 있는 건 너무 실례였다.안다혜도 지금 이 상태로는 안 되겠다고 생각했는지 감사 인사를 전하고는 웨이터의 안내를 받으며 드레스를 갈아입으러 향했다.안소현은 이번에 따라나서지 않았고 그저 주먹을 불끈 쥐었고 새로 한 네일이 그대로 손바닥 살을 뚫었다. 고통이 전해졌지만 마음이 아픈 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내가 우리 동생을 한참 얕잡아봤네. 풍산 그룹 대표와 연줄이 닿았을 줄 누가 알았겠어?’평소 업무에만 매진하며 온갖 단순한 척은 다 해도 뒤에서는 할 건 다 했다고 생각했다.‘그래. 두고 봐.’김미진은 풍산 그룹 대표의 선물이 너무 때를 잘 맞췄다고 생각했다. 어쩌면 이 자리에 직접 나타난 것보다 효과가 더 좋았다.사람들은 김미진을 둘러싸고 풍산 그룹 대표의 선물을 받은 안다혜가 바로 풍산 그룹 둘째 아가씨가 아닌지 확인했다. 다만 김미진은 웃기만 할 뿐 시원하게 답하지는 않았다. 손님들은 그런 김미진을 보고 대충 어떤 상황인지 눈치챘지만 서진우와 회사 동료들만 여전히 벙찐 상태였다.‘풍산 그룹 대표가 왜 안다혜에게 이런 어마어마한 선물을 하는 거지? 그건 그렇고 왜 이 사람들은 안다혜가 둘째 아가씨라고 떠드는 거야. 그럴 리가 없잖아.’서진우가 혼자 중얼거렸다.“그럴 리가 없는데. 내가 본 둘째 아가씨는 안다혜가 아니었는데.”“완전히 다르게 생겼는데 다들 왜 이러는 거야...”여전히 벙찐 서진우와는 달리 윤해준은 느긋하게 와인잔을 들고 흔들며 놀란 사람들의 표정을 감상했다.‘우리 다정이가 얼마나 반짝반짝 빛나는데 먼지가 쌓이게 할 수는 없지.’윤해준은 사람들이 이런 반응을 보여도 정상이라고 생각했다. 사람들이 이런저런 추측을 늘어놓는데 안다혜가 천천히 2층에서 내려왔다. 풍산 그룹 대표가 준 오프 숄더 드레스는 바닥에 살짝 끌리는 기장감이었는데 앞으로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사람들의 마음을 간지럽히는 게 요물이 따로 없었다.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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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0화

사람들의 주목을 받으며 김미진이 당당하게 무대로 올라갔다.“자, 여러분, 잠깐 정숙하세요.”이 말에 사람들은 김미진이 무슨 말을 하려는지 궁금해 그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김미진은 고개를 돌려 자신을 향해 걸어오는 안다혜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안다혜는 첫눈이 녹아내리듯 싱긋 웃으며 손을 김미진의 손바닥에 올렸다. 김미진은 그제야 아래 선 사람들을 내려다보며 말했다.“여러분, 오늘 이 파티를 열게 된 이유는 두 가지라고 보시면 됩니다.”“첫 번째는 제 옆에 선 안다혜 씨가 태안 그룹 둘째 아가씨임을 소개하는 바입니다.”이 말에 현장이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내막을 알고 있는 사람은 크게 놀라지 않았고 김미진과 안다혜가 꽤 닮았다고 생각했지만 내막을 모르는 사람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뭐? 안다혜 씨가 안씨 가문 둘째 아가씨라고?”“에이. 그러면 전에 풍산 그룹 입찰에 참여한 사람이 안씨 가문 둘째 아가씨라는 거 아니야.”“네 말이 맞아. 전에 파티에서 만난 적 있거든. 오늘 이 파티를 연 목적이 이제야 명확해지네.”그중 제일 놀라운 사람은 아무래도 서진우였다. 벙쪘다가 정신을 차린 그는 입을 살짝 벌린 채 무대에 오른 안다혜를 바라봤다. 가시 달린 빨간 장미처럼 눈부신 그녀는 아름답지만 억센 가시가 나 있었고 3년 전과 비기면 아예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다.서진우는 이 사실을 믿을 수가 없어 뒷걸음질 치며 이렇게 중얼거렸다.“아니야. 이게 아닌데.”“그날 내가 본 둘째 아가씨는 분명 안다혜가 아니었는데 왜 지금은 안다혜가 된 거지?”서진우는 전에 봤던 “둘째 아가씨”의 생김새를 떠올렸다. 굳이 찬찬히 비기지 않아도 다른데 절대 잘못 알아볼 리가 없었다. 하지만 지금 사실이 그의 등을 떠밀며 억지로 현실을 받아들이게 했다.윤해준은 그런 서진우를 보며 차갑게 웃었다. 아름다운 보석을 옆에 두고도 알아보지 못했으니 그저 우스울 따름이었다.‘다정이가 눈이 엉덩이에 달린 이 남자를 포기해서 다행이야.’이렇게 생각한 남자가 고개를 들더니 무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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